휴대폰 





창조는 자유에서 오고
자유는 고독에서 오고,
고독은 비밀에서 오는 것,
사랑하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일은
모두 숨어 하는 일인데
어디에도 비밀이 쉴 곳은 없다.


이제 거대한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되었구나.
각기 주어진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부르면 즉시
알몸으로 서야 하는 삶.


혹시 가스실에 실려가지 않을까,
혹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까,
혹시 인터넷에 띄워지지 않을까,
네가 너의 비밀을 지키고 싶은 것처럼
아, 나도 보석 같은 나의 비밀 하나를
갖고 싶다.


사랑하다가도, 글을 쓰다가도,
벨이 울리면
지체없이 달려가야 할 나의 수용소 번호는
016-909-3562.  

 

 오 세영(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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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휴대폰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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