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규진이의 언어적 능력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거의 모든 말들을 이해하는 듯 하며, 100%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규진이의 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늘은 서재에 박혀있는 뽀로로 그네를 타고 싶은지, 그네에 손을 가리키며 흥분을 하는 것이다. 난 화장실에 있었는데, 와이프가 "아빠한테 가서 아빠 그네 달아주세요."라고 아이에게 시켰다. 그러니 규진이가 나한테 달려오더니 "아빠 으~네"하는 것이다. 

'으~네'는 규진이 나름 '그네'라고 발음한 것 같았다. 거의 모든 단어들을 이런식으로 다 말을 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확실하게 물건에 관한 '소유관념'이 생긴것 같다. 하도 나나 와이프가 밖에 나가면 이건 규진이꺼 아니니깐 가지고 가면 안되, 이건 아빠꺼니깐 함부로 만지면 안되 뭐 이런식으로 애기를 자주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뭐만 애기하면 "엄마꺼 아빠꺼 규진이꺼"라고 말한다.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단지 먹고 싸는 행위밖에 할 수 없던 저 아이가 조금씩 조금씩 이 세상의 규칙들을 터득해 간다는 사실이. 그렇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그에 비례해 나이를 먹고 나의 모습도 변해간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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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6-27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녀를 돌보면서 점점 말을 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 무척 신기할꺼 같아요,
요즘 규진이 돌보느라 행복해하는 햇빛눈물님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글이네요 ^^
 

구입한지 좀 지난 책들이다. 벌써 한달이 지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헌책방인 신촌 <숨어있는 책>. 헌책방 좀 다녀봤지만, 이 곳만큼 편안하고 좋은 책 싸게 파는 집 없다. 주인장도 참 친절하시고. 아래 사진 중에서 맨 왼쪽 '도시적 삶과 도시문화'부터 대중가요 제목 비슷한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진한 갈색 표지)까지가 <숨어있는 책>에서 구입한 책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부터 '비지니스'까지는 <우리동네책방>에서 구입한 책들이다.  

 

<숨어있는 책> 내부 모습 

 

<숨어있는 책> 내부 모습 2

<우리동네책방>은 홍대역에서 신촌역으로 가는 동교동삼거리에 있다. 우연히 지나가다 알게된 책방인데, 소설류책들이 특히 많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직 읽지 못했고 나머지 세권은 다 읽었다. 특히 '인생이 허기질때 바다로 가라'는 정말 좋은 책이다. 정말 읽는 내내 회가 먹고싶었다. 그런데 그 '회'가 그런 '회'가 아니다. 횟집에 가면 있는 그럴듯한 '회'가 아닌 진짜 '회'말이다. 아직 난 그런 회를 먹어보지 못한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한다.  

그리고 황석영의 '강남몽'은 사실 지리교사로써 강남지역에 대한 개발역사를 소설로서 읽을 수 있다는 기대심으로 읽었다. 물론 전공책으로 알수 없는 많은 내용들을 알수 있었지만, 다 읽고난 후 딱히 나의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마지막 박범신씨의 '비지니스'. 우선 슬픈 책이다. 이런 여성이 존재할 수 밖에없는 세상이란게... 책이 지금 없어 소설속 주인공의 이름을 모르겠지만, 자식의 사교육비를 벌기 위해 몸을 파는 여성 A와 그 여성의 무기력한 남편 남성 A, 여성 A의 고객이었다 서로 사랑하게 된 남성 부조리한 자들의 재산을 훔치는 도둑이기도 한 남성 B. 그리고 그 남성 B의 아들 남성 C. 이들간의 애기의 결말은 무엇일까? 솔직히 결말 부분을 읽지 않았다. 읽고 싶지 않더라...

  

위 책들은 <숨어있는 책>에서 구입한 책들. 앞의 두 책은 도시인문학 총서 시리즈로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에서 기획한 책들이다. 도시지리와 관련이 있는 내용이라서 예전 출판 되었을때부터 한번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었던 책이었다. 그런데 '도시적 삶과 도시문화' 책을 집어들어 읽어보았는데, 그 어떤 연구 성과물이라기 보다 기존의 논문들을 '헤처모여'해 놓은 책인 것 같다. 나머지 책들도 그럴듯 하다. 좀 실망. 황지우 시인의 '어느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 거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뭐 시를 내가 재미나게 읽었다 해서 그 '재미'를 설명할 주제는 아직 못되니 재미있다 애기해도 쓸 말은 없다. ㅋㅋ 

이 책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읽고 싶었던 책은 생태철학자인 한스 요나스의 <기술 의학 윤리>이다. 책의 목차 중 일부이다.  

연구의 자유와 공익
의학의 진보와 인체실험
의술과 인간적 책임
인간복제 - 우새학에서 유전공학으로 

이런 내용들이 난 궁금하기 때문에 이 책에 손이 갔다. 그러나 내용이 쉬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이내 손에서 멀어졌다. ㅠ.ㅠ 비슷한 처지의 책이 카를 야스퍼스의 '기술 시대의 의사'이다. 

   

     

아래 CD들은 홍대역 <메타복스>에서 구입한 것들이다. 오랜만에 갔다. 이 중에서 Maurice Abravanel의 말러 교향곡 2번은 처음 본 음반이어서 구입했다. 아브라넬이라는 지휘자는 말러 교향곡을 초기 지휘한 사람이라고 한다. 이 음반을 구입한 후 아마존에서 검색해보니 이 지휘자의 말러 전집이 있었다. 가격도 저렴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듯 하다. 그리고 좀 있으니 고클래식에 저작권이 지난 음반이 올라왔다. 하여튼 내가 좀 먼저 안 듯 하여 좀 흐믓. ㅋㅋ 

좀 기괴한 표지의 CD는 Lacrimosa의 CD들이다. 예전에 한창 Rock을 들을때 Sub라는 월간지가 있었다. 그 월간지를 사면 부록으로 샘플CD가 나왔는데 그 CD에서 처음 들었던 그룹이다. 분류하자면 '클래시컬 심포닉 고딕메틀'밴드이다. 그리고 길렌의 말러 CD와 텐슈테트의 말러 CD는 신촌 <숨어있는 책> 주인장께서 빌려주신 것들이다. 감사합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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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6-27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책,, 제가 정말 가고 싶은 헌책방 중의 하나입니다. 헌책방에 자주 가본 지인분들
말로는 거의 숨책을 강추하더라구요. 요근래 헌책방에 들러본지 오래되었는데,,
숨책, 꼭 가보고 싶네요 ^^
 

2011.6.14  23:44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오후에 회의가 있어 밥도 먹지 못하고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회의를 했다. 내가 출제한 문제와 다른 선생님들이 출제한 문제를 가지고 상호 검토하는 회의였다. 나를 제외한 다른 2분 선생님들은 나이도 있으시고 경력도 워낙 풍부한 선생님들이었다. 뭐, 결론적으로 애기하면 엄청나게 깨졌다. 내가 수정해야할 분량이 엄청나게 생겼다. 그런데, 놀라웠다. 나의 문제에 대해 이러저러한 애기를 하는 선생님들의 의견에 대해 내가 메모를 하며 "네. 네, 알겠습니다. 수정해보겠습니다."라며 애기를 하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보기에도 이런 내 자신의 모습이 너무 어색(?)하며 사실 조금은 대견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창피한 일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난 무지 '거만'했다. 조금 순화시켜 '자신만만'했다. 다른 부분이 아닌 내 '전공'분야에 대해서. 그런데 공부를 조금씩 하고 여러 내공있는 사람들을 만날수록 내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들어난 나의 '부족'함을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그런 부족함을 일깨워준 이들에게 반감이 들었던게 사실이다. 온전히 나를 돌아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래서, 오늘 좀 우울했다. 나의 마지막 남아있는 자존심의 마지노선이 무너진듯 하여... 생각해보니 난 욕심도 많고 약간의 허영심도 있으며 야망이라는 것도 조금은 있는듯 하다. 그런데 그런 나의 생각에 나의 기본적인 스펙이, 학벌이 미치지 못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던 것 같다.(난 지방 국립대 출신이다.) 

재수를 했다. 2교시 수리탐구 영역 시험 답안지 작성때 실수를 해서 밀려서 마킹을 했다. 당연히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러겠지. 내내 아쉬운 마음이 컸다. 무려 10년도 지난 지금도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제대로 시험만 봤어도...

내가 이렇게 일을 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서울대 출신인 경우가 많다. 아니면 고려대. 그러다 보니 나의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발령받고 막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시기에 '학벌'문제에 유독 관심이 많았었다.(예전에 만났던 여자친구라든가 현재의 와이프도 이 문제를 가지고 언쟁을 한 경우가 많았다. 둘 다 나의 '학벌'문제에 대한 생각에 대해 '콤플렉스'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두 여자 모두 서울대 출신이다.)

물론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나라의 '학벌'문제에 대한 나의 문제의식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5년 전 나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의 지향성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햇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고 싶은 욕구의 발생 가능성도 그 '지향성'의 변화에 대한 나의 인식(깨달음)에 있는것 같다.

일정부분 '콤플렉스'였던 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다른 면은 보지 않은채 '콤플렉스'때문이야 라고 단정지어버리는 건. 잔인한 언행이다. 지금이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듯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난 그럴수 없었다. 콤플렉스를 나의 치부를 치유하는 데에는 나름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듯이, 나에게도 몇 년의 시간과 많은 사건이 필요했다.

인간은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여지는 것 같다. 학생들이 '오늘 하루만 놀자'라는 선택의 순간에 있듯이 나 또한 그렇다. 특히 술을 먹은 상태에서는 많은 감정적 출렁임에 나도 어쩔수 없는 상황에 내던져지곤 한다. 오늘도 역시 그랬다. 오늘도. 그런데, 캔 맥주 하나와 춥파숩스 오렌지 맛 하나가 유혹의 바다에서 구해주었다.  

  



밤 늦은 야심한 시각. 귀를 감싸고 있는 헤드폰에는 말러의 교향곡 5번 5악장이 여유있게 흘러나오고 있고, 입에는 막대사탕 하나가 사치스럽게 나의 입안에서 혀와 놀고 있다. 또한 나의 오른손에는 볼펜이 나의 머리와 가슴의 애기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틈틈이 나의 목을 적셔주는 맥주도 옆에 있다. 이 모든 나의 친구들은 내가 부르면 언제든 나에게 달려오는 놈들이다. 바쁘다고 너무 늦었다고 나를 거부하지 않는다. 부르면 언제나 '콜'하는 나의 영원한 친구들이다. 그 친구 덕분에 오늘도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ps : 그래도 진짜 친구가 보고싶은건 어쩔 수 없다.

ps2 : 오랜만이다. 캔맥주 + 춥파춥스. 찰떡궁합이다, 나에게는. 남들은 이 애기하면 기겁하더라. ㅋㅋ

ps3 : 글을 쓰기 시작한지 30분이 지났다. 맥주 1,800원, 춥팝춥스 200원. 글을 다 쓴 지금도 춥파춥스의 절반이 나의 입안에 있다. 너무 행복하다, 웃기다. 200원짜리 행복.

ps4 : 집에 가서 맥주 한 캔을 더 깔까? 지금 입에 남아 있는 춥파춥스를 안주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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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06-2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빛눈물님 ~
캔맥주 + 츄파춥스가 찰떡궁합이군요 +_+ 한번 실험해봐야겠습니다. 좀 아니다 싶음 와서 떼쓰는 댓글 달지도 몰라요 ~ ㅎ

햇빛눈물 2011-06-27 16:22   좋아요 0 | URL
ㅋㅋ '떼쓰는 댓글'도 바람결님의 것이라면 환영입니다. 하하~~

마녀고양이 2011-06-2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와 츄파춥스의 궁합.. 좋은데요.

학력 컴플렉스, 저도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구요.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대학 갈 사람만 가면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제 문제만 되면 가혹한 이중 잣대를 들이밀게 됩니다.
제 한계라 할 수 있고, 완화시켜야 할 부분이이고 합니다만,
없애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이것이 가끔 제 추동력이라는 생각도 들거든요.

콜하면 오는 친구들이라니, 너무 부럽습니다.

햇빛눈물 2011-06-27 16:23   좋아요 0 | URL
때론 그런 '부정적'인 것들이 현실의 인간들에게 긍정적인 추동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마고님처럼 이 부정적인 것을 없애버릴 생각은 없습니다.
 

“전근대 경제성장과 몇몇 행복지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력과 행복의 정도는 비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비례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의 인식이 이 두가지를 일방적인 관계로만 해석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행복이 우선일까? 돈이 우선일까? 우리 모두 대부분 '행복'이 우선일거라 말은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 안위를 위한 일인데, 어느 순간 집에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감소한다. 왜?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행복을 먹어치우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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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6.4   4천년전 베이징, 그 많던 코끼리 어디갔나 

천년 걸친 중국환경사 훑어 인간탐욕이 끼친 영향 분석
자연파괴는 인류가 만든 재앙 코끼리의 삶 터전도 빼앗아 

  

 
4000년 전 지금의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 지역에는 꽤 많은 코끼리가 살았다. 당시 코끼리의 존재는 상나라와 촉나라 유적지에서 발견된 코끼리 뼈, 청동으로 만든 코끼리 모형, 그리고 조상 제사에 코끼리를 제물로 사용했다는 갑골문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뜻하고 습한 숲을 좋아하는 코끼리는 기원전 1000년 전쯤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화이허(회하) 이남으로 내려갔다. 오늘날 중국에서 야생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곳은 미얀마 접경 지역의 일부 보호구역에 불과하다.

코끼리가 중국의 변방으로 밀려난 까닭은 뭘까. 1차 원인은 추워진 날씨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결국 인간이다. 코끼리와 인간 사이의 전쟁에서 코끼리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중국 농민은 코끼리가 살고 있는 숲을 개간해 농작지로 바꿨고, 삶의 터전을 잃은 코끼리는 떠났다. 코끼리의 경제적·군사적 가치도 그들 자신에게는 비극이었다. 상아는 공예품으로, ‘새끼 돼지고지 맛과 비슷한’ 코끼리 코는 식용으로 쓰였다. 군대에서 코끼리는 요긴한 운송수단이었다. ‘코끼리의 후퇴’는 중국 땅에서 펼쳐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 코끼리의 후퇴 마크 엘빈 지음, 정철웅 옮김/사계절 4만8000원.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 마크 엘빈은 <코끼리의 후퇴>에서 중국 고대 상 왕조부터 전근대 시기인 청대까지 3000여년에 걸친 중국 환경사를 다룬다. 대중한테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환경사라는 주제, 그리고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지레 책장을 덮을 필요는 없다. 지은이는 책에서 환경사란 곧 “인간을 위협하거나 지탱해주는 생물학적·화학적·지질학적 체계와 인간들 사이의 관계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코끼리의 전쟁이나 대운하 건설 등 수리통제 체계가 환경에 미친 영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중국 역사는 물론 중국인의 자연관, 때로는 중국 문학까지 종횡으로 넘나든다. 지은이는 중국 환경사를 시작하며 우선 정치적 논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핀다. 제방을 쌓거나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물의 통제는 전근대 후기 경제사의 핵심이었다. 일단 일정 지역에 대규모 수리시설이 자리잡으면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싫든 좋든 국가는 체제 유지를 위해 수리시설 유지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특히 중국 고대의 군사적 경쟁관계에서 시작된 전쟁경제는 원활한 식량공급에 필요한 수리계획의 수립과 하천을 이용한 식량 운송수단의 개발 등 적극적인 환경개발을 부추겼다.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문화는 그렇지 못한 문화에 대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환경 파괴를 감수한 전근대 시기의 경제성장은 사람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었을까. 지은이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곳을 소개했다. 먼저 중국 동쪽 해안에 위치한 가흥현이다. 초기 제국시대의 이곳은 야생벼가 자랄 만큼 환경적으로 풍요로웠다. 가흥에는 일찍이 벼농사가 발달했고 인구도 몰렸다. 인구 증가는 경작 방식을 다모작으로 바꾸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농번기가 되면 “여성과 아이들이 모두 나서서” 농사에 매달려야 했다. 가흥현 사람들은 자연의 풍요로움 덕분에 경제적 풍요를 누렸지만 동시에 혹독한 노동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가흥현과 대비가 되는 곳은 명대의 변방(북동 지역과 만주 사이) 산악지역에 있는 준화주다. 산악지형이라 인구밀도가 낮았고,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았다. 환경적 제약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곳 여성의 기대수명은 가흥현 여성들 수명의 두 배인 40대 후반이었다. 가흥과 준화의 비교를 통해 지은이는 “전근대 경제성장과 몇몇 행복지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3000년 동안 펼쳐진 중국의 환경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130여명의 역대 중국 문인의 시가와 다양한 문헌 70여권을 발췌했다. 이렇게 환경사 전반에 대한 구체적 실체와 사료를 활용하면서도 책의 결론은 소박하다. 환경사의 영역, 혹은 인위적인 자연의 변형이나 그 이용방식에서 ‘중국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이 자연환경에 가한 인위적 행위는 역사 이래 보편적이었다는 뜻과 같다. 책에 따르면 지나친 벌채로 나무가 사라지고 이로 인해 홍수가 찾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나, 지나친 숲 개발로 더는 마을에서 새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우려 등은 이미 전근대 시기에도 있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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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봤는데...넘 비쌌어요.헐~ㅠ.ㅠ

햇빛눈물 2011-06-27 16: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책 값이 너무 비싸요!! 가끔 완전한 도서정가제 시행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들으면 그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의 책의 정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이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여자  

이쁜 여자
예쁜 여자
섹쉬한 여자
몸매 좋은 여자
요염한 여자
매력있는 여자
우아한 여자
묘한 여자
돈 많은 여자
아름다운 여자

그리고

착한 여자

누가 젤 좋으냐?
 

ps : 얼마 전에 일 끝나고 집에 가려 길을 걷는데 어떤 여자가 지나갔다. 그리고 갑자기 여러 여자들이 떠올랐다. 과연 어떤 여자를 난 좋아하는 걸까?(답이 없다는 걸 앎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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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6-15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햇빛눈물님, 이 신선한 페이퍼는
원래 있던 시인가요? 아하하. 이거는 요즘 <최고의 사랑> 보면서
나쁜 남자 독고진이냐, 착한 남자 윤필주냐와 비슷한 질문인데요?

저는 얼마 전에, 20년전 너무나 사랑했던 남자를 왜 그렇게 사랑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한눈에 반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해답 비스므레한 것을 얻었답니다.
머, 10년 후에 결론이 또다시 바뀔 수도 있지만 말이죠.

햇빛눈물 2011-06-27 16:25   좋아요 0 | URL
캬~~ "20년전 너무나 사랑했던 남자를 왜 그렇게 사랑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한눈에 반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해답"이라, 역쉬...마고님이십니다. 저는 20년은 좀 그렇고 10년 전 그 아이를 한번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