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대 경제성장과 몇몇 행복지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  경제력과 행복의 정도는 비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비례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실의 인식이 이 두가지를 일방적인 관계로만 해석한다는데 있을 것이다.  

행복이 우선일까? 돈이 우선일까? 우리 모두 대부분 '행복'이 우선일거라 말은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 안위를 위한 일인데, 어느 순간 집에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감소한다. 왜? '돈'을 벌기 위해. 돈이 행복을 먹어치우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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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1.6.4   4천년전 베이징, 그 많던 코끼리 어디갔나 

천년 걸친 중국환경사 훑어 인간탐욕이 끼친 영향 분석
자연파괴는 인류가 만든 재앙 코끼리의 삶 터전도 빼앗아 

  

 
4000년 전 지금의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대부분 지역에는 꽤 많은 코끼리가 살았다. 당시 코끼리의 존재는 상나라와 촉나라 유적지에서 발견된 코끼리 뼈, 청동으로 만든 코끼리 모형, 그리고 조상 제사에 코끼리를 제물로 사용했다는 갑골문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따뜻하고 습한 숲을 좋아하는 코끼리는 기원전 1000년 전쯤 겨울을 나기 위해 따뜻한 화이허(회하) 이남으로 내려갔다. 오늘날 중국에서 야생 코끼리를 볼 수 있는 곳은 미얀마 접경 지역의 일부 보호구역에 불과하다.

코끼리가 중국의 변방으로 밀려난 까닭은 뭘까. 1차 원인은 추워진 날씨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이자면 결국 인간이다. 코끼리와 인간 사이의 전쟁에서 코끼리가 무릎을 꿇은 것이다. 중국 농민은 코끼리가 살고 있는 숲을 개간해 농작지로 바꿨고, 삶의 터전을 잃은 코끼리는 떠났다. 코끼리의 경제적·군사적 가치도 그들 자신에게는 비극이었다. 상아는 공예품으로, ‘새끼 돼지고지 맛과 비슷한’ 코끼리 코는 식용으로 쓰였다. 군대에서 코끼리는 요긴한 운송수단이었다. ‘코끼리의 후퇴’는 중국 땅에서 펼쳐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 코끼리의 후퇴 마크 엘빈 지음, 정철웅 옮김/사계절 4만8000원.  

영국 출신의 역사학자 마크 엘빈은 <코끼리의 후퇴>에서 중국 고대 상 왕조부터 전근대 시기인 청대까지 3000여년에 걸친 중국 환경사를 다룬다. 대중한테는 다소 멀게 느껴지는 환경사라는 주제, 그리고 9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 때문에 지레 책장을 덮을 필요는 없다. 지은이는 책에서 환경사란 곧 “인간을 위협하거나 지탱해주는 생물학적·화학적·지질학적 체계와 인간들 사이의 관계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간과 코끼리의 전쟁이나 대운하 건설 등 수리통제 체계가 환경에 미친 영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지은이는 중국 역사는 물론 중국인의 자연관, 때로는 중국 문학까지 종횡으로 넘나든다. 지은이는 중국 환경사를 시작하며 우선 정치적 논리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살핀다. 제방을 쌓거나 배수시설을 설치하는 등 물의 통제는 전근대 후기 경제사의 핵심이었다. 일단 일정 지역에 대규모 수리시설이 자리잡으면 그곳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싫든 좋든 국가는 체제 유지를 위해 수리시설 유지에 막대한 에너지를 쏟아야 했다. 특히 중국 고대의 군사적 경쟁관계에서 시작된 전쟁경제는 원활한 식량공급에 필요한 수리계획의 수립과 하천을 이용한 식량 운송수단의 개발 등 적극적인 환경개발을 부추겼다. 자연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문화는 그렇지 못한 문화에 대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환경 파괴를 감수한 전근대 시기의 경제성장은 사람에게 더 많은 행복을 주었을까. 지은이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두 곳을 소개했다. 먼저 중국 동쪽 해안에 위치한 가흥현이다. 초기 제국시대의 이곳은 야생벼가 자랄 만큼 환경적으로 풍요로웠다. 가흥에는 일찍이 벼농사가 발달했고 인구도 몰렸다. 인구 증가는 경작 방식을 다모작으로 바꾸게 만들었고 이에 따라 농번기가 되면 “여성과 아이들이 모두 나서서” 농사에 매달려야 했다. 가흥현 사람들은 자연의 풍요로움 덕분에 경제적 풍요를 누렸지만 동시에 혹독한 노동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가흥현과 대비가 되는 곳은 명대의 변방(북동 지역과 만주 사이) 산악지역에 있는 준화주다. 산악지형이라 인구밀도가 낮았고,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았다. 환경적 제약 때문에 발전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곳 여성의 기대수명은 가흥현 여성들 수명의 두 배인 40대 후반이었다. 가흥과 준화의 비교를 통해 지은이는 “전근대 경제성장과 몇몇 행복지수가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은이는 3000년 동안 펼쳐진 중국의 환경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130여명의 역대 중국 문인의 시가와 다양한 문헌 70여권을 발췌했다. 이렇게 환경사 전반에 대한 구체적 실체와 사료를 활용하면서도 책의 결론은 소박하다. 환경사의 영역, 혹은 인위적인 자연의 변형이나 그 이용방식에서 ‘중국만이 지닌 고유한 특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이 자연환경에 가한 인위적 행위는 역사 이래 보편적이었다는 뜻과 같다. 책에 따르면 지나친 벌채로 나무가 사라지고 이로 인해 홍수가 찾아올 것이라는 지적이나, 지나친 숲 개발로 더는 마을에서 새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우려 등은 이미 전근대 시기에도 있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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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6-22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봤는데...넘 비쌌어요.헐~ㅠ.ㅠ

햇빛눈물 2011-06-27 16:24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책 값이 너무 비싸요!! 가끔 완전한 도서정가제 시행을 주장하는 이들의 말을 들으면 그렇게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현실의 책의 정가가 너무 비싸게 책정이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