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알라딘 블로그이신 나비님의 글을 통해 알게된 책이었다. 재미있겠다 했는데, 관련된 신문 글이 있어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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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 2011.2.21   개인과 사회에 새겨진 음식 유전자  

[함께하는 교육] 우리말 논술 /
안광복 교사의 시사쟁점! 이 한권의 책

[난이도 수준-고2~고3]

17. 대가의 식탁을 탐하다-무상급식은 ‘공짜 점심’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먹은 음식을 말해보라.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 브리야 사바랭이 쓴 <미식예찬>에 나오는 말이다. 유명인들의 식사 습관을 보면 이 말이 거짓은 아닌 듯싶다. 나폴레옹만 해도 그렇다. 나폴레옹이 식탁에 머무는 시간은 12분을 넘지 않았다고 한다. 황제 나폴레옹은 매너나 격식하고도 거리가 멀었다. 포크나 스푼 대신 맨손으로 음식을 먹는 일도 잦았다. 심지어 남의 잔을 들이켜기도 했단다. 

나폴레옹은 ‘군인은 위장으로 진군한다’는 말을 남길 만큼 부하들의 먹거리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그는 미식가는 아니었다. 나폴레옹이 좋아하던 음식은 콩, 양가슴살구이 등 간단히 요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값싼 닭고기 요리인 ‘치킨 마렝고’를 즐겼다. 이는 우리의 닭볶음탕 정도 되는 음식이라 한다. 평생 전쟁터에서 살았던 ‘전투형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프랑스의 대문호인 발자크의 커피 사랑은 유명하다. 학자들에 따르면, 그는 하루에 무려 50잔씩 커피를 마셨단다. 심지어 하루 100잔을 마셔댔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발자크는 커피 자체를 즐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글 쓰기 위해 커피를 ‘복용’했다.

발자크가 쏟아낸 작품 수는 엄청나다. 장편소설만 100여편에 이를 정도다. 1830년부터 1848년 사이에는 소설만 100편을 남겼고, 1830~31년 두해 동안은 신문칼럼, 에세이 등 145편에 이르는 각종 글을 써댔다.

그는 ‘글 공장’처럼 작품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늘 엄청난 빚을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로한 정신을 깨우는 데는 커피만한 것이 없다. 커피를 마시면 “비유법의 기갑부대가 어마어마한 화약을 배달하고, 전차와 탄약으로 무장한 논리의 포병이 뛰기 시작하며, 위트의 축이 명사수의 자세로 꼿꼿이 일어서며 (중략) 종이는 잉크로 뒤덮이기 시작한다.” 커피 마시는 습관만으로도 발자크의 절박한 상황을 충분히 엿볼 수 있다. 

 

음식은 사회의 성격까지도 짐작하게 한다. 유럽의 노동자들은 술을 즐겨 마셨다. 힘든 일상을 견디기 위해서다. 일이 힘들수록 알코올 소비도 늘어났다. 커피는 이런 분위기를 뒤집어 놓았다. 커피와 함께 ‘술 취한 유럽’은 ‘각성된 유럽’으로 거듭났다.

커피는 늘어나는 일을 견디도록 노동자들을 몰아붙였다. 원래 시계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바늘만 있었단다. 세세하게 몇 분인지까지 따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분을 나타내는 바늘은 공장에 기계가 많아지면서부터 생겼다. 거침없이 돌아가는 기계는 허덕이는 사람들을 다독이지 않는다. 지친 노동자들을 기계 속도에 맞추게 하는 데 있어 커피는 더없이 좋은 음료였다. 커피는 공장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추어 세상으로 퍼져 나갔다. 이쯤 되면 일상에 널린 커피 자판기들이 슬프게 다가온다. 느긋하게 차를 즐기던 옛날의 풍경과 ‘뛰면서 즐기는 한 잔의 여유’를 앞세우는 현대인의 삶을 견주게 되는 탓이다.

음식은 한 사람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나타내는 잣대가 되곤 한다. 한번 길들여진 입맛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는 ‘정크푸드’를 즐겼다. 그가 사랑한 피넛버터 바나나 샌드위치의 모습은 어마어마하다. 한쪽에는 땅콩버터와 썬 바나나 조각을 얹고, 다른 쪽에는 버터, 꿀, 베이컨을 올린다. 이런 음식은 당연히 몸에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이런 정크푸드는 엘비스 프레슬리에게는 ‘솔 푸드'(soul food)였다. 누구나 어린 시절은 푸근하고 그립게 다가오는 법이다. 가난했던 청소년기에 프레슬리가 꿈꾸었던 음식은, 그가 어른이 되어서도 헛헛한 마음을 채워주는 솔 푸드로 자리잡았다.

고흐도 마찬가지다. 그는 감자에 유독 매달렸다. 고흐는 그림에 필요한 도구를 사느라 가진 돈을 다 써버리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몇 주일을 커피와 빵만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고흐는 꼭 주머니 사정이 나빠서만 고단한 삶을 살았던 것이 아니다. 젊은 시절, 그는 목사의 길을 걷기도 했다. 그만큼 고흐는 욕구를 억누르는 생활이 옳은 삶이라고 믿던 사람이었다. 고흐는 편지에도 ‘오직 땀을 흘린 자만이 빵을 먹을 권리가 있다’는 말을 곧잘 쓰곤 했단다. 농부들이 감자만으로 식사를 해결하듯, 자신도 검소하고 소박한 먹거리에 만족해야 한다는 자세로 살았다.

한편 음식은 세상을 바꾸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호찌민은 베트남에서 프랑스를 몰아낸 혁명가이다. 하지만 호찌민의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독립을 찾으면 뭐하나,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 호찌민의 걱정은 끝이 없었다. 그는 마침내 ‘스파르타식 식량 계획’을 펼친다. 정부 지도자들은 하루에 밥 두 공기, 얇은 생선 조각, 그리고 가지절임과 맑은국만을 먹어야 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끼를 더 굶었다. 더 가난한 이들과 식량을 나누기 위해서다. 모두 함께 모여 공동식사를 했기에 빈약한 식탁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었다. 음식을 통해 온 나라가 하나라는 믿음을 강하게 심어준 셈이다.

이렇게 보면 음식에는 개인과 사회의 삶과 가치관이 오롯하게 담겨 있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교육계를 뒤흔드는 요즘이다. 급식은 ‘점심 식사 해결’ 수준을 넘어서는 논쟁거리이다. 음식을 단지 ‘일을 하기 위한 연료’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음식을 먹으면서 농부의 땀방울과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이런 물음이 가슴 아프게 다가오더라도, 급식비를 국가가 대주어야 한다는 주장은 또다른 문제다.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삶의 핵심 문제는 가장 일상적인 부분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재미있는 책인 <대가의 식탁을 탐하다>가 심각한 읽을거리로 다가오는 이유다.

철학박사, 중동고 철학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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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도서 페이퍼를 한 주 쉬었다. 겨울방학 끝나가는 즈음해서 개학에 대한 부담과 다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스트레스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다행히 다시 봄방학이지만, 2월은 금새 간다. 

이번 주 관심도서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중에 대구대학교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의 <마음의 사회학>이 첫 번째이다. 이 책은 2009년 말에 나왔다. 신간은 아니지만, 내내 사야지 하고 보관함에만 담아 두고 있던 책이었다. 단순히 제목만에서 느껴지는, '마음'이라고 하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려울것 같지 않지만, 목차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책 소개글은 이렇다.  

   
 

저자는 사회의 모든 현상 속에 사람의 '마음'이 내재돼 있다고 보았다. 그 마음은 개인의 마음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과 기억이 공유되어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그 기초 아래 벤야민과 들뢰즈, 니체 등 거장들의 사상을 프레임 삼아 김수영과 이상의 시, 하루키 소설과 홍상수 영화 등 다양한 문화를 조망한다. 문학, 예술이야말로 사회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학이 탐구해야 하는 최종 영역은 그 사회의 마음이다.”
 
두번째 책은 강신주씨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강신주씨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란 책을 재미나게 읽었다. 여러 시인들도 알게 되고(그 중에서 최영미 시인의 시는 최근에 읽고 있다.) 유익한 책이었다. 제도권 속 철학자가 아니라서 그럴가 그의 글은 읽기 딱딱하지 않다. 마음에 와 닿는다. 그래서 이 책이 관심이 간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저자 친필사인본을 예약구매자에 한해서 준다길래 오늘 얼른 주문했다. 사는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는 속도를 읽는 놈이 따라가지 못하니 걱정뿐이다.

     

세번째 책은 아주 흥미로울 것 같은 책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턴트이면서 IT전문가인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학교에서 가끔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준다. 고등학교 정도된 아이들이니 어느정도 할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70%의 아이들은 내가 읽을 수 없는 수준의 글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아이들도 인터넷에서 '드래그 & 복사'한 글이다. 심지어는 말투도 바꾸지 않아 읽어보면 딱 네이*의 묻고 답하는 코너에 있는 글이라는 것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정도이다.  

아이들은 이런 숙제를 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도,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처럼... 편리하지만 인터넷과 컴퓨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는 이들에게 아주 좋은 책일것 같다. 특히 부모님들에게.

 

네번째 책은 아직 구체적인 소개글도 없는 책이다. 신간을 살펴보다, 제목에 끌려 체크해 놓은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두가지인데, 하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구제역과 관련된 육식의 대중화에 따른 문제와 또다른 하나는 왜 '개는 사랑'한다고 하고 '돼지는 먹'는다고 할까? 하는 의문이다. 우리들은 개도 먹지 않는가, 돼지처럼. 상대적인 문제일테지만. 

다섯번째 책은 러시아 학자로 러시아 황실지리학회의 메달도 받은적이 있는 세로셰프스키가 한달 동안 대한제국을 여행하며 기록한 글이다. "러일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인 1903년 10월 10일 일본을 거쳐 한국에 당도한 지은이가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의 일원으로 원산, 금강산, 평강, 황해도, 안양, 양주, 서울 등을 구석구석 탐색"한 책이다. 답사의 기간이 짧아 심층적인 내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것 같은책 소개글은 이렇다. 

   
 

'미개한 야만국'을 대하는 서구인 특유의 문명론적 시각과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 등 책 전반에 걸쳐 다양한 관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러시아 제정 밑에 있던 폴란드 태생의 지은이는 그의 처지답게 러시아 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보이고, 이에 따라 당시 한국인들에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대한제국 당시 백성들의 피폐한 삶, 붕괴하기 직전의 사회체제, 패악이 극에 달한 관료주의 등을 예리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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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3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의 사회학>이라는 책의 저자가 공교롭게도 저희 학교 소속의 교수네요,
비록 저는 사회학 전공은 아니지만,, 덕분에 새로운 책 한 권 앍게 되었어요.
그리고 저는 강신주 씨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을 읽어봤는데
정말 제 자신이 철학에 대해서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좌절감을 맛본 책이었어요^^;;
우리나라 시를 철학적 내용을 접목한 점은 정말 좋았는데 말이죠.

햇빛눈물 2011-02-17 01:46   좋아요 0 | URL
오늘 학교에 가보니 얼마전에 주문했던 책들이 왔더군요. 그중에 강신주씨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도 있습니다. 저자 친필 사인본 증정기간에 구입을 해서 앞면에 사인도 큼지막하게 있더군요. 읽으면 읽을 수록 좋은 책들은 끊임없이 나오는듯 합니다. ㅋㅋ
 

이번주는 어찌어찌 하다 보니 관심가는 책들이 많이 생겼다. 

우선, 노이에자이트 님이 추천해주신 야나기 무네요시의 <조선 예술론>책이다. 무네요시의 <조선 예술론>는 제목만 알고 있던 책이었다. 무네요시란 이름도 그렇고. 최근에 보니 <야나기 무네요시의 두 얼굴>이라는 책도 나왔다. 제목에서 풍겨지는 이미지와 같이, 야나기 무네요시에 대한 국내 평판은 왜곡되어 있고 과장되어 있다는 취지의 글이다. 나야 뭐 그 어떤 판단을 내릴 수는 없기에, 우선 그의 글을 직접 읽어보고 싶다. 특히 <조선과 그 예술>, <조선을 생각한다>는 꼭 읽어보고 싶다.(그런데 <조선을 생각한다>는 절판이다.)  

어찌보면 우리의 것에 대해 정작 내부자인 우리들은 관심이 소홀하지 않았나 한다. 그러기에 야나기 무네요시가 진정 '두 얼굴'의 모습이 존재했다 하더라도 그건 외부자이기에 어찌보면 당연한게 아니었을까? 그의 '업적'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은 객관적으로 평가해줘야 하지 않을까?

  

  

 

두번째 책들(?)은 최영미 시인의 책들이다. 책이 아니라 책들이다. 찾다보니 관심가는 이분의 쓴 책이 꽤 많다. 시집과 내가 좋아하는 산문도.   

      

최영미 시인을 내가 처음 알게 된건 아주 최근이다. 시인의 첫 시집이 나온거와 무관하게. 강신주의 <철학적 시 읽기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작년에 읽으면서 알게되었다. 이 책은 국내 시인들의 시들과 푸코, 들뢰즈, 바디우 같은 외국의(대부분) 현대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서로 횡단하며 시를, 사상을 풀어내고 있느 책이다. 최영미 시인이 나오는 꼭지는 이렇다.  

   
 

  13. 애무의 비밀 - 사르트르와 최영미 


    비극적 사랑의 씨앗, 자유 /  

    사랑에 빠질 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  

    육체가 살로 태어날 때

 
   

책이 학교에 있어 내용을 다시 살펴 볼 수는 없으나, 뇌리를 스치는 짧은 느낌은, '야하다' 였다. 여기에 나오는 최영미 시인의 시 하나가 "차와 동정" 이다.

차와 동정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밑구녁까지 보이며 애원했건만
네가 준 것은
차와
동정뿐.

내 마음은 허겁지겁
미지근한 동정에도 입술을 데었고
너덜너덜 해진 자존심을 붙들고
오늘도 거울 앞에 섰다

봄이라고 개나리가 피었다 지는 줄도 모르고...

근데, 다시 찬찬히 시를 찾아 읽어보니, 하나도 '야'하지 않다. 오히려 그냥 그런거 같다. 그냥... 웃기게도 왜 하필 그 남자는 '커피와 냉대'가 아니라 '차와 동정'을 주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든다. ㅠ.ㅠ 

 

세번째 책은 박상진 경북대학교 명예교수의 <우리 나무의 세계 1.2>이다. 이 책은 단순한 나무의 사진이 나오고 특징, 이름이 나오는 그런 책이 아니다. 부제에서 알 수 있다. '문화와 역사로 만나는' 나무에 관한 책이다. 우리들은 숭례문을 보면서, 숭례문이 불타는 모습을 보며 경복궁의 그 수많은 건조물들을 보며 그 외관에 대하여 관심을 가 질 뿐이지, 그 존재를 이루고 있는 켜켜이 시간이 쌓여있는 '나무'는 보지 않았다. 누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을 보면서 또는 생각하면서 팔만대장경이 존재하게 해주는 그 나무에 대해 궁금했겠는가? 그러기에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더 클 것이다. 우리에게 소중하지만 미처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글과 책들이 그러기에 소중하다.

   

네번째 책들은 세 권이다. 어제 모임이 있어 종로3가에 있는 삼겹살 집에 갔다. 아주 지루한 회의와 내용의 연속. 옆에 있던 분의 가방을 보니 접혀있는 주간지가 보이더라. 한겨레21이다. 슬쩍 꺼내 보니 에두아르 로네의 <완벽한 죽음의 나쁜 예>에 관한 리뷰 기사가 있더라. 제목이 재미있어 읽어보았다. 책은 뭐 그렇게 복잡한 내용은 아닌 듯 하다. 부제가 이렇다.' 법의학이 밝혀낸 엉뚱하고 기막힌 살인과 자살'. 저자가 법의학자들의 글과 논문을 통해 알게된 여러가지 기발한 죽음의 방식에 관한 책이다.(어떤해 독일에서는 전기드릴로 죽은이가 2명 있다고 한다. '전기드릴'로 말이다.) 구입하기는 그렇고 도선관에 주문해봐야 겠다.

     

그 다음 책들은 아주 관심가는 저자들의 책들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들이 몇 있다. 그 중 대표적 출판사가 '후마니타스'이다. 이 출판사의 대표가 박상훈씨이다. 정치학 전공자로 <어떤 민주주의인가>,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같은 책들을 공저, 공역했다. 이 중에서 로버트 달의 <미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는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들은 으레 '미국=민주주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로버트 달은 이 책에서 미국 헌정체제의 비민주성, 대표적으로 상원의 불평등한 대표성, 연방대법원의 과도한 파워 등을 들으며 조목조목 애기하고 있다. 다시 한번 읽어보고싶다. 박상훈씨의 <정치의 발견>은 진보정치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이들과의 다섯 차례의 강연을 엮은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적어도 진보라 하는 이들에게 허무주의에 지지 않고 조금씩 실천해갈 수 있는 실천적, 이론적 힘이 되어 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서문이 이렇다. 

인간이 선하기만 한 것은 아님을 잘 알고 있고, 또한 늙고 병들고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어떻게 우리는 삶의 조건을 바꿔 보려는 적극적 사회 개혁의 의지를 견지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인간 현실 속에서도 바람직한 정치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의 세계와 대면하는 것을 회피하지 않고 또 정치가 제공하는 긍정적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정치에 참여하고 누구에게 기대를 걸까를 즐겁게 상상해 볼 수 있을까?

 
   

마지막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이 시대의 지식인 전남대학교 김상봉 교수이다. 이 분을 어찌하다 보니 가까이서 몇 번 뵌적이 있다. 공식적인 강연회 자리에서. 키가 작으시고 왜소해 보이지만, 목소리와 표정에서 강단이 있어 이는 분이었다. 책에 싸인을 해달라는 나의 요청에도 아주 친절히 대해주셨다.(내 취미 하나가 책에 저자의 싸인을 받는 건데, 싸인을 받다보면 책은 좋았는데 저자를 통해서 기분 나쁜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닌 경우가 더 많긴 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싸인도 받은 적이 있는데 이 사람은 아주 유쾌한 사람 같았다.) <다음 국가를 말하다>는 한겨레신문에서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서신교환의 형태로 연재된 글들을 정리한 책이다. 난 김상봉 같은 이가 진정한 이 시대의 '지식인'이라 생각한다. 그 분이 앞으로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며 여러 어설픈 이(나 같은)들에게 조금씩 깨우침을 주셨으면 한다. 건강하시길... 책 소개글은 이렇다. 

   
 

사유하는 정치학자 박명림, 실천하는 인문학자 김상봉이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정치 교과서. 과연 민주공화국이란 무엇이며,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민주주의는 시작일 뿐,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공동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는 과연 행복한가.

<다음 국가를 말하다>는 이제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공화국’의 의미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목적을 새롭게 정의한다. 공화국의 기본 정의에서부터, 법, 경제, 교육 등 모두 13가지의 주제로 나눈 논쟁과 대담 끝에 지나온 우리 역사의 가치를 일깨우고 오늘의 한국에 필요한 합의와 연대의 기준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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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2-01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영미 외엔 겹치는 게 없네요.
한쪽으로 치우지지 말자고 하면서도 쉽지 않네요~ㅠ.ㅠ

명절, 잘 지내시라구요~

햇빛눈물 2011-02-01 22:05   좋아요 0 | URL
네, 그러시군요.
양철나무꾼 님도 설 잘 보내시길..

노이에자이트 2011-02-06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말한 책의 번역본은 송건호 역 <한민족과 그 예술>(탐구당 문고 1975)이 제목인데 이제 안 나오고 아마 다른 제목으로 나온 것 같습니다.송건호 씨가 40대 때 번역했는데 마지막 장에 일본학생들을 데리고 일제시대 때 수학여행 데리고 가다가 일어난 일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박경리 씨는 야나기 무네요시를 우호적으로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 맹비난을 하던데 그런 태도를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탐구당 문고 번역본의 역자서문에 송건호 씨가 피력한 일본관이 비교적 무난하고 건전하다고 봅니다.제가 독설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물론 박경리 씨의 문학적 재능은 저도 인정합니다.

햇빛눈물 2011-02-06 15:30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 책이 송건호씨 번역의 책이었군요. 안그래도 찾아보니 어떤 님의 블로그에 무네요시의 책들을 정리해논 페이퍼에 송건호씨 번역의 책이 나오던군요. 책들을 찾아보면서 무네요시의 책들이 많지 않아 좀 의아했습니다.
 

며칠 늦었다. 어제 했어야 하는데, 토요일에 이놈의 술을 한잔하는 바람에...나도 참 게으른듯. 그래서 이번주 관심 서적은 많지 않다. 딱 3권!

  

첫번째는 스티브 파커의 <인체>이다. 난 내가 보기에도 문과 체질이다. 수학, 과학쪽 분야는 지금도 그렇게 흥미가 많이 있는 편도 아니고 이해도도 많이 떨어진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 몸, 그러니깐 해부학 분야는 이상하게 관심이 간다. 이 뼈가 무슨뼈고 어떤 구조로 되어있고, 사람의 뇌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피부는 어떤지 등등. 그렇다고 고등학교때 생물시간을 좋아하거나 재밌어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내 몸에 대한 궁금증인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얼마전에 강남 교보에 갔다 우연히 몇권을 들추어 봤는데, 이 책이 가장 보기 쉬운것 같다. 물론 어려운 용어가 많기는 하지만 그게 크게 독해에 어려움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부록으로 딸려있는 DVD도 흥미있을 듯 하다. 책 소개글을 이렇다.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와 기능에서 작동 메커니즘과 질병의 원인까지 살펴보는 사람 몸 대백과사전. 이 책은 21세기 해부학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컴퓨터로 만든 3차원 입체 영상을 최대한 활용한 인체 이미지들은 인체 해부학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 준다. 인체의 복잡한 구조와 그 신비로울 정도로 오묘한 조화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화려한 해부학 이미지와 정보는 물론이고 특별 제작한 DVD가 포함된 이 책은 전 우주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현상이 요동치는 존재인 ‘인체’의 거의 모든 것을 알려준다. 의학, 생명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와 학부모에게도 도움과 지적 즐거움을 줄 것이다.

 
   

ps : 난 사람의 뼈가 이렇게 복잡할줄은 몰랐다. 어찌보면 의사들, 특히 외과의사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 같다.

  

두번째 책은 어찌보면 좀 딱딱한 책 같다. 숭실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조희정 연구교수의 <네트워크사회의 정치와 민주주의>이다. 시사IN에서 전문가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노회찬 마들연구소 이사장이 뽑은 책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그리고 더욱더 발달한 미래 사회에 민주주의와 정당과 시민단체 등은 어떤식으로 변할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에서 이 책은 하나의 작은 결론을 제시해줄듯 하다. 읽어보지 않았으니 모르지만, 나름 재미있을 듯하다. 기사 하나를 스크랩한다.

   
 

시사IN [172호] 노회찬, “민주주의의 양과 질은 인터넷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얼마 전 체포된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최근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인터뷰에서 “더 나은 감시는 정부는 물론 회사 등 모든 사회 조직에서 부패를 줄이고 더 강한 민주주의를 만든다”라고 말하면서, 권력 남용을 규제하기  위한 ‘정보 공개 혁명’을 선언했다. 국제 정치와 외교 현장에 일대 충격을 가한 위키리크스의 ‘혁명’이 어떻게 귀결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어산지와 위키리크스가 아니더라도 이 같은 도전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이었을지언정 이젠 늘 일어날 수 있는 당대상문(當代常聞)의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우리가 ‘인터넷’이라 부르는, 인간의 지적 활동과 생산의 결과물이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의 집합체로서 새로운 지구를 이미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인터넷 시대가 초래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사람과 사람 간 관계의 변화이며, 이에 기반한 소통의 혁신이다. 석기·청동기·철기의 발명이 소재의 변화를 넘어 새로운 문명을 창출한 것처럼, 인터넷 시대라는 문명사적 전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시대적 화두가 된 것이다.

조희정 교수가 쓴 <네트워크 사회의 정치와 민주주의>는 바로 이러한 물음에 대한 체계적 답변서이다. 봉화와 파발마로 소식을 전하고 신문고로 여론을 알리던 시대와 인터넷 시대의 가장 큰 양과 질의 변화는 바로 민주주의의 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있는 정부·정당·시민사회야말로 존립 요건과 존재 방식, 그 기능과 역할이 역동적인 변화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출발한다. 

가장 큰 장점은 인터넷과 정보화 시대에 관한 우리의 단편적인 지식과 체험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줌으로써 현재 상황을 이해하고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게 도와주는 데 있다. 이 같은 바탕 위에서 이 책은 정보 공유를 통해 권력 독점이 해체되고 다수의 힘이 증가하는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서 정부·정당·시민사회의 새로운 실천 전략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길지만 인터넷 ‘이전’과 ‘이후’로 민주주의의 양과 질은 격변을 겪고 있다. 인류문명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단위로 시민이 주체로 떠오르고, 네트워크로 구성되는 시민의 사회가 탄생하고 있다. 새로워진 민주주의의 조건은 새로운 정치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정당·시민사회는 이에 답할 준비가 되었는가?

 
   

 

마지막 책은 백석 시집이다. cyrus님의 블로그를 읽다 보게 된 책이다. 예전에 출간되었을때 소개 기사를 읽을 듯 하다. 하지만 이내 여러 책들 사이에 잊혀졌는데, 다시 머리 속에 들어왔다. cyrus님의 블로그에 있는 백석의 젊은 모습 사진을 봤다.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이 사람은 시대를 잘못 태어난게 아니면 나라를 잘못 태어난게 분명한듯하다. 너무 앞서나간 사람이라는 생각이... 그의 시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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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25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친숙한 닉네임이 있길래 추천합니다. ^^;;
스티브 파커의 <인체>라는 책은 화려한 그림 때문에 정말 읽을 때 무난할거 같아요.
그리고 햇빛 님 글 보고나니 백석도 시대를 잘못 태어났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에 <백석 평전>도 나왔던데,, 이 책도 읽어보면 좋을거 같아요.

햇빛눈물 2011-01-26 11:28   좋아요 0 | URL
평전도 나왔군요. 어찌보면 그런 시대를 잘못 타고난 사람들이 있어 이 세상이 발전하지 않나 합니다. ㅋㅋ
 

나날이 관심도서만 늘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읽은 책은 끊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주는 크게 4권의 관심도서가 나왔다.

    

첫번재는 고 리영희 교수의 산문선 <희망>이다. 고인의 주요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언론리뷰 기사가 아직은 없다. 책의 디자인은 대담집인 <대화>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희망>을 엮은이도 <대화>에서 고 리영희 교수와 대담을 한 임헌영씨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 말미에 나오는, 고인이 감옥에서 쓴 '상고이유서'를 읽어보고 싶다. 사실 한길사에서 나온 리영희 전집을 사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닌듯하여 나중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

  

두번째 책은 <철학자의 서재>이다. 분량은 자그만치 900여 페이지이다. 하긴 말그대로 여러 철학자들의 서평 모음이니 당연하겠다. 인터넷에서 알짜배기 서평기사를 볼 수 있는 곳이 프레시안 북스다.(http://www.pressian.com/books/default.asp) 이 책의 서평이 이 곳에서 철학자의 서재 코너에 연재된 글들을 엮은 것이다. 읽어 봄직하다. 리뷰 기사 하나를 스크랩한다.  

서울신문 2011.1.15  한국 철학자 100명 책의 숲에서 길을 묻다 

한국의 젊은 철학자 100명이 모여 107가지의 주제를 들고 107권의 책과 함께 떠나는 지식 여행을 펼쳤다. 2500년 전의 플라톤과 공자에서 현대의 자크 아탈리, 미국 작가 수전 손택, 한국 작가 김훈 등에 이르기까지 당대 현실에 대해 지식인들이 던진 진지한 주제에 대한 화답과 성찰을 모았다. 그 결과물이 904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 ‘철학자의 서재’(알렙 펴냄)다. 공동저자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철연) 회원 100명이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주 한편씩 쓴 글은 철학은 고답적이고 지루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깬 내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철연을 도 닦는 곳이나 점괘를 연구하는 단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예상 밖의 글이었다. 실제로 한철연 방문자 가운데는 점을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철연은 1989년 창립했으며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을 고민하는 석·박사 대학원생과 대학 강사, 교수 등을 중심으로 3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자아 찾기, 성찰, 비판, 소통, 연대, 차별 없는 세상, 새로운 세계 등을 주제로 삼아 비슷한 내용을 한 장(章)으로 엮었다. 김교빈 호서대 교수는 ‘다시는 말(馬)에 대해 묻지 말자’는 글에서 ‘논어’ 향당편의 일화를 전하면서 서울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만화 ‘내가 살던 용산’(김성외 글·그림, 보리 펴냄)을 소개한다.  



공자가 어느 날 조정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구간이 불탔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상하게도 말(馬)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다친 사람이 없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이런 면 때문에 공자의 사상을 인본주의라고 한다.”며 “국제 무역수지 12∼13위,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한국의 심장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사람에 대해선 묻지 않고 말에 대해서만 묻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현남숙 가톨릭대 초빙교수는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란 책을 통해 현대인이 과연 소비로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로빈슨’의 저자는 무인도에 살아도 당장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하는 ‘사치’(소비)를 통해 인간은 문화를 누리지만, 정작 현대의 소비문화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디언에게는 포틀라치(Potlatch)란 소비의 방식이 있다. 포틀라치는 인디언 부족의 관습으로 통상 소비의 한계를 넘는 낭비적 증여를 뜻한다. 한 부족은 낯선 부족에게 자신의 위세를 보여주고자 도를 넘는 선물을 전달했다. 이러한 증여는 증여하는 자의 권위를 보여주고 증여받는 자로부터 복종을 얻어내는 의미가 있었다. ‘로빈슨’의 저자는 이러한 포틀라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뇌물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통용된다고 본다. 뇌물수수 사건과 같은 소비는 부당한 방식으로 부와 권력의 집중을 가져와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란 비판이다. 나와 공동체 그리고 생태계가 상생하는 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두 저자가 공통으로 던지는 생산적 물음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드림 하이’는 스타가 되기 위한 예술고등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담고 있다. 친구보다 경쟁자가 필요하고, 친구의 운동화에 압정을 넣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신우현 상지대 강사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김영희 지음, 명진출판 펴냄)이란 책을 권한다.  



의사와 벽돌공의 실수입이 큰 차이가 없어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없는 덴마크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이 학원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즐 놀이, 레고 맞추기, 구슬 꿰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기 등의 특별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에게 “너 인생을 그렇게 편히 살다가는 큰일 난다.”고 충고하는 대한민국에서 덴마크의 교육 현장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일 수밖에 없을까. 

 

   

세번째 책은 <무엇이 정의인가?>이다. 작년은 말 그대로 '정의'의 시대였다. 진보건 보수를 떠나서 너도 나도 '정의'를 외치는 시기였다. 심지어 MB까지도...그래서 어찌보면 '정의'는 실종된 시기가 아니었나 한다. 과잉에 의한 부재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난 이상하게도 남들이 다 보고 남들이 너도나도 좋다고 하고 다들 듣는 것은 하지 않는 약간의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 그래서 샌델의 책도 평범하게 보면 읽었을 것을 일부로 읽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정의에 관한 책이 나왔다. 국내의 11명의 저자들의 글을 엮은 책이다. "샌델의 정의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열광과 냉소를 넘어 ‘정의’가 한국사회의 진정한 화두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소개글에 나와있는 것을 보니, 샌델의 정의론에 관한 갈아타기식 글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 

네번째 책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이다. 부제가 "늙어 가는 세계의 거시 경제를 전망하다"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고령화된 사회의 고령화된 인간들이 중심이 아니라 '경제'가 핵심이다. '사람'이 아니라 '경제'가. 가끔 수업시간에 이런 애기를 한다. "어디서는 앞으로 미래 사회에는 자원 부족이나 인구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애기한다." 인구 과잉 문제가 진실일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경제 침체 문제가 진실일까? 난 알 수 없다. 그 정도까지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식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과 같은 책에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작금의 현실은 '인간'이 아니라 '돈', '경제'가 중시된다는 사실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사실 저출산 문제의 핵심도 건강한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의 부재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노동력 부족에 그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고령화의 문제도 '경제'가 핵심인 것은 당연하다. 더이상 사회에 필요한 효율적 노동력이 되어주는 못하는 인간들에게 이 사회는 그것도 모자라 연금이나 복지같은 '돈'을 지불해야 하니. 얼마나 아깝겠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노인에게 젊은시절의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을때, 노인이 노후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여야, 동시에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이들도 결국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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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햇빛눈물님 ^^
제 서재에 햇빛님이 남기신 댓글 확인하고 님의 서재에 들려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 햇빛님이 관심 있어하시는 책들 중에 몇 권은 저랑
똑같네요. <내가 살던 용산> 같은 경우에는 용산 참사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리영희 평전>을 읽고 있어서
때마침 리영희 씨의 산문선이 나오자마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구요.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같이 신청했거든요.
햇빛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글을 쓰시는거 같은데
제가 관심 있어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

햇빛눈물 2011-01-16 21:2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사이러스님. 읽고 싶은 책이야 항상 쌓여만 가는데 읽을 여력이 되지 않아 항상 걱정입니다. ㅋㅋ 님도 감시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