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지만 시간은 잘 지나가는 것 같다. 보충 하나 하고 오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 휴일은 또 휴일데로 시간이 잘가니... 오늘은 저녁에 쌍둥이 조카들이 와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해서 고기도 사오고 떡볶이도 사와 가족끼리 먹으려 준비했다. 준비하고 먹으려 하는데 전화가 왔다. 학교에서 부장님이 일이 있다며 지금 빨리 학교로 오라는 것이다. 그때 시간 오후 6시였다. 헉... 부장님이 오죽 답답하셨으면 전화하셨을까 하며 빨리 저녁을 먹고 학교에 갔다. 다행히 차는 막히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것 보다 일이 좀 컸다. 답답하다. 우리 반 애들도 관련이 된 일이라...  

하여 이주의 관심도서를 좀 늦게 작성한다. 어제 했어야 했는데, 와이프랑 싸우는 바람에. ㅠ.ㅠ  

 

첫번째는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최정태 명예교수의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이다. 표지 속 도서관 내가 항상 꿈꾸는 도서관이다. 사람들의 꿈은 사실 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꿈'이라 불리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꿈의 도서관은 이 세상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들이다. 단지 우리나라에 없을 뿐. 나에게 '도서관'은 초등학교때 처음간 천안중앙도서관이 시작이다.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생겼을 것이다. 초등학교때는 어린이 열람실에 가서 이것저것 많은 책들을 보았다. 그리고 중학교때는 친구들과 시험기간에 시험공부하러 다녔다.(사실 이 나이때 도서관 오는 애들이 다 그렇듯 별로 공부는 하지 않았다) 고등학교때는 일반 열람실에가서 그래도 몇권의 책들은 읽은것 같다. 그리고 영상자료실에 가서 영화도 가끔 본 기억이 있다. 지금 가보면 크지 않고 책들도 많지 않은 도서관이지만, 나에게 '도서관'이란 장소를 알게 해준 소중한 곳이다.  

그렇지만, 천안중앙도서관이 나에게 아름다운 도서관은 아닌것 같다. 아니 지금까지 난 아름다운 도서관에 가본적이 없다. 가보고 싶다는 '욕망'만 있을뿐. 예전에는 그런 도서관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 그런 도서관이 실제하더라. <지상의 위대한 도서관> 겉표지의 영국박물관도서관이 그런 도서관 중 하나이다. 도서관에 있는 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도서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역사적 유형자산이 아닐까 한다. 서초동의 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에서 난 영국박물관도서관과 같은 위엄과 역사를 느낄수는 없다. 우리나라에 이런 도서관이 없다는건 큰 아쉬움이다. 소개 기사를 스크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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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11.17  ‘책의 우주’ 보들리언 등 유서 깊은 도서관 12곳 순례기

영국 옥스퍼드대의 중추신경이라 할 수 있는 보들리언도서관이 설립된 것은 1602년. 오랜 역사를 자랑하듯 이곳의 모든 책은 귀중서로 취급돼 도서관 밖으로의 반출은 물론 사진도 일절 찍을 수 없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 촬영된 곳이기도 한 이곳은 옥스퍼드대의 랜드마크이자 신도서관과 과학도서관, 법학도서관 등 주변에 위치한 15개의 부속도서관을 관장하는 지성의 메카다. 독일 작가 페터 자거는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란 책에서 보들리언도서관을 보고 '책의 우주'라고 표현한 바 있다.

책은 한 평생을 도서관 연구에 몸담아 온 저자(부산대 문헌정보학과 명예교수)가 펴낸 세계의 유명 도서관 순례기다. 지난 2006년 6개국 15개곳의 도서관을 방문한 기록인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출간했던 저자가 속편 격으로 펴낸 것으로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과 시민을 위한 최초의 무료도서관인 미국 보스턴공공도서관 등 자타가 공인하는 유서깊은 도서관 12곳을 소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도서관의 원형이 언제, 어디서 탄생했고, 어떻게 출발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약 2년 동안 아프리카와 북미주, 유럽 등지에서 발품을 판 결과물이다.

저자가 순례한 도서관들은 고대 도서관 유적을 비롯, 중세 도서관과 초기 대학도서관, 공공도서관 등 다양한 유래와 기능,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 도서관은 많은 사람들에게 '학문의 요람'이자 '도시의 랜드마크'로 기능해왔다. 세계적인 도서관들 사이에 전남 순천 '기적의도서관'도 포함돼 있다. 저자는 친환경적이고 주민친화적인 건물을 선보인 점이나 주민들이 진정 원하는 도서관을 위해 도시 안에 40여개의 특화된 도서관을 설치한 점 등을 예로 들며 "기적의도서관에서 한국 공공도서관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적의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이 순천에 거주하고 싶은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지난 2008년 1월부터 2년6개월 동안 국립중앙도서관이 발행하는 월간지 '도서관계'에 연재했던 글을 묶은 책은 방대한 정보가 집약돼 있어 도서관 순례 가이드로서도 손색이 없다. 로마의 콜로세움을 닮은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는 캐나다 밴쿠버 공공도서관 등 각 도서관이 탄생한 배경과 역사, 도서관 건물의 건축학적 의미, 도서관에 얽힌 사서와 책 이야기 등 도서관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각종 읽을거리가 가득하다. 이용자 입장에서 철저하게 세계 공공도서관의 장·단점을 살피고 분석한 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두번째는 김훈씨의 책들이다. 얼마 전 김훈씨의 <내 젊은 날의 숲>을 읽었다. 아니 읽고 줄 치고 느꼈다. 그의 글을. 그래서 김훈씨의 다른 책이 뭐 있을까 찾아보았다. <칼의 노래>, <현의 노래>같은 소설들은 알고 있었지만 읽고 싶은 '땡김'은 없다. 난 김훈씨의 에세이식 글이 더 좋은 듯 하다. 그래서 고른 책이 <바다의 기별>과 <풍경과 상처>다. <바다의 기별>의 소개 글은 이렇다. "올해 예순을 맞이한 작가는 지난날을 떠올리며, 치열한 글쓰기와 죽음에 대한 사유, 악과 폭력을 바탕으로 한 세계에 대한 날 선 시선, 힘겨웠던 유년 시절 등을 이번 산문집에 담았다. 13편의 에세이와 부록으로 구성되었다. 그동안 펴낸 저작물들의 서문과 수상소감을 부록으로 실었다. 김훈은 이번 산문집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자의식과 문학론, 작가로서의 세계관을 드러낸다. 그리고 빈한했던 유년 시절과 시대와 불화했던 아버지, 헌신적이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추억한다. 한 개인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소설가로서 겪은 삶을 담은 산문집으로, 작가 김훈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엿볼 수 있다." <풍경과 상처>는 1994년에 처음 나왔는데 위 책은 개정판이다. 김훈의 문장을 애기할때 꼭 언급되는 책이니 그의 문장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꼭 읽어봐야 할 책인것 같다. 

세번째 책은 도정일 외 지은 <글쓰기의 최소원칙>이다. 김훈씨의 책을 검색하다. 발견한 책이다. 글 을 쓰고 싶은 욕심과 필요는 느끼면서 정작 실천에 옮겨지기가 쉽지 않았다. 최근에야 블로그에 간단한 책에 관련된 리뷰든, 짧은 소소한 애기든 조금씩 글을 써보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훈씨의 글은 정말로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었다. 나도 할수 있을까? 타고난 끼와 많은 독서와 글쓰기가 필요하겠지만, 기본적인 글쓰기에 대한 '스킬'도 필요하다 느꼈다. 시중에 글쓰기에 관련된 책들은 꽤 많다. 그 많은 책 중에서 <글쓰기의 최소원칙>이 눈에 띄는 점은 저자들의 면모이다. 김훈, 도정일, 최재천 등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유명인사들도 많고 그만큼 내용에 대한 일관성보다는 다양성에 초점을 둔 책같다는 느낌이다. 책 소개글보다는 차례를 옮겨본다. 

머리말 8

무엇을 쓸 것인가
도정일·사회: 김수이

삶의 경험에서 글감을 끌어오라 | 공포로부터의 해방, 글쓰기의 첫걸음 | 문장 훈련은 생각하기 훈련 - 수사 장치 활용하기 |‘히틀러가 죽었다’와‘독일의 심장이 멎었다’- 책과 문학에서 얻는 글쓰기의 자원 | 책읽기와 글쓰기 교육, 성숙한 시민사회의 뿌리

문학적 글쓰기는 하나의 전략이다
김훈·사회: 이문재

말하는 자만 있고, 듣는 자가 없다 | 우리 모국어의 본질은‘조사’(助詞) 에 있다 | 동어반복의 지옥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 물리적 거리, 음악성 그리고 영상적 표현 | 칼럼은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 대학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은 청년 실업 문제

글쓰기로 아름다운 사회를 디자인하다
박원순·사회: 김동식

절박감과 열정, 진실이 글을 쓰게 한다 | 글은 실천하는 삶의 궤적 - 역사적 통찰력과 공공문화에 대한 관심 | 틈새 없는 실천, 글쓰기의‘즉결처분주의’|“나는 세상을 디자인해 실천하는 사람”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 그리고 치열성
최재천·사회: 김광일

통섭, 생물학적 합침 | 여럿이 깊고 넓게 파는 통섭학문의 시대 |“속속들이 알면 사랑한다”|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을 살려 치열하게 쓰다 | 대학, 일생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곳

고전, 현재형으로 끊임없이 다시 써야 할‘ 오래된 미래’
배병삼

왜 고전을 읽어야 하나 | 고전을‘이해’하는 길 | 고전 읽기에서 쓰기로 | 고전 글쓰기의 유의점 | 고전을 현재형으로 쓰는 법

'결핍'과 '잉여'에서 '사랑'과 '상상'으로
김수이

말하기의 욕망과 글쓰기의 욕망은 하나 |‘결핍’과‘잉여’에서‘사랑’과‘상상’으로 | 수사법, 문학적 기교 이전의 삶의 원리 | 한 줄의 문장을 잘 쓰는 능력은 한 편의 글을 잘 쓰는 능력과 다르지 않다 | 문학,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질문

‘사이 공간(in-between)’으로서의 글쓰기
민승기

문화‘와’글쓰기 | 욕망의 글쓰기 | 이미지로서의 글쓰기

정확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이문재

왜 저널리즘적 글쓰기인가?|저널리즘적 글쓰기가 갖고 있는 몇 가지 미덕|기사, 노력한 만큼 잘 쓸 수 있다|개성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체력 다지기|개성적인 글쓰기를 위한 세부지침|‘30-3-30 법칙’을 명심한다

생명공학의 사회적 의미 이해와 글쓰기
이필렬

과학과 기술의 친밀한 관계 | 인간생활을 뒤흔든 현대 과학기술 | 생명공학의 경계 흩트리기와 정체성 문제 |생명공학에 위협받는 민주주의의 미래 | 과학기술의 사회적 의미를 파악하라

글쓰기 작업으로 구성되는 법의 세계
차병직

생활 속의 법 그물망 - ‘난장판’을‘질서’로 | 법, 인간 중심의 필요와 욕망의 산물 | 법의 현실적 적용 - ‘법 텍스트에 대한 텍스트 작업’과‘경쟁하는 해석들의 각축장’|‘글쓰기 작업’으로 구성되는 법의 세계

y=f(x)로 풀어보는 사회과학 글쓰기
최태욱

사회과학 글쓰기의 기본 틀|종속변수와 설명변수 설정|종속변수 소개와 설명변수 분석|기존 주장 비판과 새로운 주장 제기|y=f(x)로 써보자

존재·삶·글쓰기
김영하·사회: 김수이

자기 즐거움과 해방감을 위한 글쓰기 |‘평범함의 콤플렉스’넘어서기, 이야기 만들기의 재미 | 소설 쓰기, 이미 쓰인 소설들에 대한 응답과 질문 | 인간의 운명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과 이야기의 영속성 | 글쓰기, 삶의 무의미에 맞서는 일 | 자신감, 행복한 글쓰기와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엔진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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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가고 또다른 한 해가 시작되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12월31일과 1월1일이 그렇게 의미있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저그런... 

여하튼 새해 첫 관심서적을 정리해본다. 

   

첫번째 책은 육아 관련 서적이다. 나도 아이 아빠인지라, 예전과는 다른 나 자신을 본다. 육아관련 서적에 왠지모르게 눈이 간다. UC버클리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앨리슨 고프닉의 <우리 아이의 머릿속>이다. 부제가 '세계적인 심리학자 엄마가 밝혀낸 아이 마음의 비밀'이다. 길기도 하다. 고프닉 교수는 아이들이 어떻게 타인과 공감하는지 규명했고, 아이들이 관찰, 실험 등 과학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학습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EBS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아기 성장 보고서>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지기도 했다. <사이언스><뉴요커><워싱턴포스트> 등에서 열광적인 격찬을 받고 세계 20여 언어로 번역 출간된 베스트셀러 <요람 속의 과학>와 <아기들은 어떻게 배울까>를 공저로 펴낸 바 있다. 리뷰 기사를 같이 스크랩한다. 

 

한국일보 2010.12.31  아기의 작은 머릿속에는 대체 무슨 생각이 든걸까?

어린아이는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경험할까. 누구나 유년기를 거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그 때의 경험을 기억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부모가 되어서도 아이들의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UC버클리대학 심리학 교수인 앨리슨 고프닉이 쓴 <우리 아이의 머릿속>은 신생아와 어린아이에 대한 뇌과학, 심리학 등의 최근 연구성과를 토대로 아이들의 정신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무 것도 모를 것이라는 성인들의 생각과는 반대로 갓난아이조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지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 저자는 아이들이 어떻게 상상하고 학습하는지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한다. 14개월 된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도 좋아하리라고 가정하지만, 18개월이 되면 다른 사람의 취향이 자신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두 살 이상이 되면 허가, 금지, 의무, 규칙 따위의 개념을 이해한다. 세 살짜리 아이에게 과거의 사건을 물어보면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하지만, 다섯 살짜리는 좀 더 독창적으로 대답을 한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아이의 의식을 다룬 부분이다. 아이들은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때 성인과 똑같이 대상을 의식하고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주의력에서는 성인과 차이가 난다. 성인들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 이외의 것을 무시하고 억제할 수 있지만, 아기나 어린아이들은 주의를 방해하는 대상을 잘 억제하지 못해 원래 집중하던 대상에서 금세 눈을 돌린다. 주의가 산만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저자는 아이들이 어떤 하나의 대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세상을 한꺼번에 인식하는 '전체적인 주의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최신 뇌과학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성인이 어떤 대상에 집중할 때 그 정보를 처리하는 뇌 부위로는 신경 기능에 영향을 미쳐 정보를 더 잘 처리하게 하는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되는 반면, 뇌의 다른 부위에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이 방출된다. 그런데 아기의 뇌에는 콜린성 신경전달물질은 많지만,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은 거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의 마음은 새로운 가능성에 완전히 개방된 상태이며, 이는 아이들이 가급적 빨리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해준다.

이 밖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인이 되어서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아이들에게 어떤 도덕적 능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만 어린아이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볼 수 없는 한 그 세계를 알기에는 현대과학도 역부족이라는 점을 책 군데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ps : <우리 아이의 머릿속> 표지 아이가 왠지 모르게 아들을 닮은 듯 하다. ㅋㅋ 저만할때 모든 아이들은 다 귀엽고 이쁜것 같다. 

   

두번째 책은 토머스 조이너의 <자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다. 내가 '자살'이란 주제(?)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도 그렇지만 이 책의 목적이 일반인들의 자살과 자살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 잡는데 있다는 것도 관심의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중 자살률이 최고이며 그래서 '자살공화국'이라 불리운다는 건 다들 아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에 대한 이렇다한 연구와 사회 공론화가 되지 않고 있다. 무조건 인내심이 약하다거나, 나약한 인간들이 자살을 한다고 치부해버리며 여전히 자살을 '터부'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 이런 현실을 이런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이런 책들은 많이 읽히고 많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에 나온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부연구위원의 <자살,차악의 선택>도 재미있다. 난 이 책을 구입하자마자 우선 맨 뒷부분부터 읽었다. "부록 2 심층 분석 유서 전문"이다. 이 책의 특징이 바로 자살자들의 유서를 바탕으로 자살유형을 구분한데 있는데, 난 그 유서들을 먼저 읽은 것이다. 그 중 가장 충격적인 것은 70대 할아버지의 유서였다. 유서에 자신의 자살을 손자에게 00월00일 이후에 알리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가 손자의 시험이 그때 끝나기 때문이었다. 자살은 단순히 현실도피거나 나약한 인간들의 문제해결 수단이 아니다.  

그 다음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다. 이 책은 내가 좋아라 하는 펭귄클래식 100권 출간 기념 특별양장본으로 나온 책이다. 책소개 글을 옮겨 놓는다. 

펭귄클래식 100권 출간 기념 특별양장본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원제가 '시작(詩作)에 관하여'인 <시학>은 자신이 세운 뤼케이온 학원에서 공부하는 제자들에게 강의를 하기 위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초록 형태로 작성했던 저술이다. 고대그리스 고전기의 비극작품을 대상으로 그 안에서 작동하는 '창작 원리'를 분석하고 이를 자신의 철학적 사유로 담아냈다.

강의를 위한 초고 형태의 텍스트이자 다른 저작들에 비해 특히 용어나 통사구조, 구성에 이르기까지 암시적이고 상충적인 부분이 많아, 그 해석을 둘러싸고 지금까지 숱한 논쟁을 불러왔다.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극 부분에 대한 논란, '미메시스'와 '카타르시스' 개념 등을 둘러싼 논쟁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구 문학 이론의 고전으로 자리 잡아온 작품.

펭귄클래식의 <시학>은 세계적인 고전문법의 두 석학 로즐린 뒤퐁록과 장 랄로가 통사론적, 문헌학적, 텍스트 내적 구조 연구에 기반하여 <시학>을 다층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저자 원래의 뜻을 현대 프랑스어로 되살린, <시학> 연구의 집대성을 번역 원서로 삼는다.

    

세번째 책은 전공 관련 서적이다. 구동회 외 3인의 <세계의 분쟁>이다. 이와 관련된 책으로는 구동회, 이정록 교수의 <세계의 분쟁지역>이 예전에 출간되었다. 난 <세계의 분쟁>이 이 책의 개정판 성격으로 나온 책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것 같다. 분량도 예전 것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으며, 부제가 '지도로 보는 지구촌의 분쟁과 갈등'인 것으로 보아 지도를 중심으로 내용을 다시 정리한 듯 하다. 세계의 분쟁과 관련된 책들은 꽤 많이 나오는 듯 하다.

   

네번째 책(들)은 강준만 교수의 미국사 산책이다. 작년 3월 <미국사 산책 1>이 나온 이후로 <미국사 산책 17>으로 완간되었다. 전공은 신문방송학인 강준만 교수는 다방면의 다작으로 유명하다. 나도 작년에 <한국 현대사 산책> 18권 세트를 싼 가격에 구입했다. 물론 다 읽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열정과 글쓰기 재주와 자료 수집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리뷰 기사를 스크랩해 놓는다.  

한겨레신문 2011.1.1  종횡무진 경계초월…‘강준만식 미국사’  

‘미국사 산책’ 시리즈 17권 완간
방대한 자료 바탕 ‘통섭적’ 탐구
온전한 한국현대사 이해에 도움 

3월 중순에 나온 제1권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으로 시작한 강준만 교수의 <미국사 산책>이 약 10개월 만인 12월 말에 제17권 ‘오바마의 미국’을 끝으로 마침내 완간됐다. 18권짜리 <한국 현대사 산책>과 10권짜리 <한국 근대사 산책>에 이은 이 17권짜리 미국사 ‘산책’ 또한 강 교수다운, 그리고 어쩌면 강 교수만이 해낼 수 있는 대중적 역사 쓰기의 새 경지를 보여준다. 그의 역사책은 우선 읽기 편하고 재미있다. 강준만의 ‘산책’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대개의 나라 안팎 역사 서술들이 일반인들에겐 지겹고 따분한 ‘그들(전문연구자들)만의 놀이’처럼 돼 있는 현실에선 더욱 그러하다.

강 교수는 이번 산책을 시작할 때 머리말 ‘왜 통섭 미국사가 필요한가?’에서 몇가지 중요하고도 인상적인 서술원칙을 밝혔다. 우선 세분화된 자신들의 영역만을 파고드는 전문연구자들의 ‘좁고 깊게 파기’를 지양하겠다고 했다. 그런 ‘학술적 글쓰기’가 연구실적 올리기에 좋고 또 학계 인정도 받는 길이지만 그렇게 해서는 통합적인 역사인식이라는 역사연구와 서술의 애초 목적 자체를 훼손하게 된다. 그것은 또한 역사란 고리타분하고 따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낳는 데 기여해왔다. 강 교수는 친미냐 반미냐, (한국사의 경우) 자학이냐 자위냐식 이분법적 역사이해의 편식이나 폐단도 그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본다.

“왜 모든 분야와 주제들을 ‘비빔밥’처럼 요리해 통합적으로 자세히 보여주는 시도가 이렇듯 외면받아야 한단 말인가? 정치, 경제, 군사, 외교, 사회, 문화, 언론, 영화, 방송, 학술, 과학, 기술, 문학, 언어 등 모든 분야가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게 아닌가? …어느 한 분야에만 집착할 경우 포괄적이고 공정한 시각을 놓치게 되고 그로 인해 긍정과 부정의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치게 되는 건 아닌가?” 이게 강 교수의 문제의식이고 ‘산책’ 기술 기본원칙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강 교수에게 중요한 또 하나의 역사기술 원칙은 파편적으로 파고만 들 게 아니라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상을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미국이란 나라에 대한 지금 한국 사회의 이해가 어딘가 크게 잘못돼 있고, 그걸 바로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닿아 있다.

문제는 그게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하냐는 것일 터. 그 능력이 바로 강준만 역사쓰기의 비결이요 요체다. 미국 조지아대, 위스콘신대에서 미국언론사·대중문화사·커뮤니케이션사를 공부한 강 교수는 굉장한 수집가다. 국내외 전문서적, 신문, 방송 보도, 잡지, 논문 등 그가 인용하는 방대한 자료들을 보면 사료를 찾는 그의 안테나와 채집망이 얼마나 강력하고 광범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이런 기성 연구나 보도자료들을 적절히 채집하고 활용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적당히 나열하는 차원을 넘어서려면 수집력 못지않게 그것을 선별해내고 재조립·재해석하는 선구안과 창의력이 필요하다. 그건 또 엄청난 독서력과 판단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시공을 넘나드는 서술방식이다. 예컨대 제1권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에 인간이 살기 시작한 기원전 역사부터 시작에서 곧바로 15세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으로 갔다가 다시 ‘콜럼버스는 과연 영웅인가, 약탈자인가’에 관한 21세기의 논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인쇄술의 발명과 종교개혁 등 콜럼버스와 그의 후예들을 아메리카로 밀어낸 유럽 사정을 파고들었다가 포카혼타스 신화 등 아메리카 원주민 사정, 그리고 노예무역과 인디언 사냥, 독립전쟁, 유럽의 죄수유배지가 된 호주 원주민의 비극 등으로 확장해간다. 오바마 정권의 등장과 향후 전망을 축으로 최근의 위키리크스 파장과 ‘구글-위키피디아-아이폰’ 정치학까지 다루는 마지막 제17권은 ‘왜 미국은 제2의 한국인가?’라는 짧지 않은 맺음말을 따로 붙였다.

애초 강 교수는 이 책을 ‘미국사를 중심으로 한 세계사’로 꾸밀 작정이었고, 한국인을 위한 미국사 산책이니만큼 특히 한-미 관계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장면들과 겹치는 이 책의 미국사 부분은 좀더 온전한 한국현대사 이해에도 유용하다. 강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닮은 점으로 압축성장, 평등주의, 물질주의, 각개약진, 승자독식 등을 꼽고, 한국의 반미주의와 사대주의의 정체에 대해서도 파고든다. 그는 여기서도 친미냐 반미냐, 사대주의냐 아니냐 식의 이분법적 시각을 거부한다. 하지만 그런 것을 섣불리 이론화하거나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내세우진 않는다. 그가 말하는 ‘통섭’은 친미-반미뿐만 아니라 좌-우, 진보-보수 등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겠다는 게 대원칙이다. 편식하지 않도록 다양한 재료로 적절히 요리해서 내놓을 테니 최종판단은 독자가 하라는 것이다. 물론 사관이 없을 수 없다. 그 방대한 자료들을 가려내고 재배열할 때의 선구안 그 자체에 이미 강준만의 역사관·세계관이 작용하고 있다. 그게 이 책에 의미를 채워주는 또 하나의 기둥이다. 

     

다섯번째 책(들)은 전공관련 서적들이다. 이번에 백두산 관련 글을 쓸 좋은 기회가 생겨 관련 책들을 찾아보았는데, 의외로 백두산 관련 책들이 많지가 않더라. 대원사에서 나온 빛깔있는책들 시리즈 중 하나인 <백두산>이 가장 개관적인 책이었다. 그러나 책의 저자가 중국의 연변대학 지리학과 교수인 심혜숙씨인데, 책을 읽어보니 용어나 내용적인 면에서 남한과는 사뭇 다른 부분이 있어 읽는데 어색함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두꺼운 책으로는 한국한 중앙연구원에서 나온 <백두산 :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이다. 이 책은 크게 1부 백두산의 역사, 2부 백두산의 자연환경, 3부 백두산의 생태, 4부 백두산의 인문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저자들이 지리전공자가 아닌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이만한 책도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백두산 등척기>이다. 처음 알게된 책이다. 출판사 소개 글을 보니 "우리 민족의 성스러운 장소라는 점에서 백두산에 오른다는 것은 일제에 맞서 민족혼을 고취한다는 의도가 담긴 행위로 해석되었기 때문에 당시 많은 지식인 계층에서 백두산을 찾았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민세 안재홍 선생은 변영로, 김상용 및 식물학자, 곤충학자 등과 함께 16일 동안 여행했는데, 1930년 7월 23일 경성에서 출발하여 백두산을 등정하고 8월 7일 북청으로 내려온 뒤 바로 《조선일보》에 연재"했고 그 글들은 1931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백두산의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에 대한 섬세한 묘사뿐 아니라 저자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식견과 통찰을 바탕으로 백두산 정계비에 얽힌 국경문제, 간도를 둘러싼 분쟁의 역사적 이력, 변경 곳곳에 서린 각종 전설과 풍문, 동식물의 생태 등을 간결하면서도 힘 있는 문체 안에 균형감 있게 담아내 기행문으로서의 감동뿐 아니라 사료적인 가치도 큰 작품이다. 특히 백두산 정계비는 이듬해(1931년) 만주사변으로 소실됨으로써 저자가 남긴 당시의 위치 실측과 비석의 모습 등이 마지막 현장 고증 자료"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이 쓰여진 것이 1930년이다 보니 현재 읽기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기 위해 정민 교수가 현대어로 읽기 쉽게 풀어 썼다고 한다. 문장이 유려하고 아름답다고 하니 꼭 읽어봐야 겠다.

마지막은 백두산 관련 책을 찾아보다 알게된 <제주지리론>이다. 책소개 글을 보면 "지난 20여 년 동안 제주대학교 지리교육과에서 교육과 연구를 해온 연구자들의 논문을 중심으로 구성된 것으로서 제주의 섬과 지형, 기후, 촌락, 문화, 역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제주를 설명하면서 특정 분야만이 아닌 자연과 인문, 사회현상을 포괄적으로 다루"었다고 한다. 저자들은 모두 제주대학 교수이거나 제주도에 터를 잡고 있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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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날. 최근에 클래식 FM을 듣게 되면서 고등학교때 잠깐 라디오를 들은 이후로 라이오를 켜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설것이 할때 ㅋㅋㅋ 

라디오 채널을 돌리때마다 캐롤이 나온다. 저기도 캐롤, 여기도 캐롤 아마도 우연히 튼 채널에서 캐롤이 나왔으면 좋아라 하고 들었을텐데 너도나도 이것만 틀어대니 듣기가 싫어진다.  

어제 이 주의 관심도서 페이퍼를 작성해야 하는데 하루 늦었다. 이번주 관심도서는 강미현의 <비스마르크 평전>, 조갑제닷컴 편집실 <우리시대의 망언록>, 존 핀더, 시몬 어셔우드의 <EU 매뉴얼>, 파스칼 보니파스, 위베르 베드린의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 김순영의 <대출 권하는 사회>,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다.  

       

근세 독일의 정치가(1815~1898)이며, 1862년에 프로이센의 수상으로 임명된 후, 강력한 부국강병책을 써서 여러 국가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1871년에 독일 통일을 완성한 후, 신제국의 재상이 되었다. 밖으로는 유럽 외교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안으로는 가톨릭교도, 사회주의 운동을 탄압하여 ‘철혈 재상’이라고 불리우는 비스마르크. 내가 이 사람에 대해 이 책에 대해 관심가지게 된것은 얼마 전에 읽은 리영희 선생의 대담집 <대화>라는 책 때문이다. 이 책의 말미에 보면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대담중에 비스마르크 애기가 나온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p.609   

리영희 : ... 사회주의 정당이 현존하다 보니 국민생활의 모든 면에서 자본주의적인 이익추구 위주의 생활방식과 다른 복지 위주의 정책이 이루어집니다. 물론 자본주의적, 이윤추구적 경제생산 양식과 함께 인간 위주의 사회, 문화정책이 조화되어 있어요. 정말 부럽더군. 그런 국민생활을 보면서, 보다 훌륭한 제도가 인류에 의해서 실현될 때까지는 북유럽 국가와 독일처럼 남한도 사회주의를 공인하고, 사회주의 정당이 자본주의 정당과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정치, 즉 사회민주주의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어요.  

임헌영 : 서구가 그런 복지정책을 실시하지 않으면 부르주아 지배가 위험해지니까 그런 것입니까, 아니면 부르주아의 각성으로 봐야 합니까? 말하자면 투쟁의 결과입니까, 인도주의의 결실입니까? 물론 두 가지의 결합이겠지만. 

리영희 : 1870년 독일의 비스마르크 재상 시대에 채택된 겁니다. 놀라운 사실은, 비스마르크는 스스로 철, 피, 힘과 민족을 내건 수구반동의 제국주의자이지. 온갖 진보적인 사상 또는 지주와 자본가에 대항하는 집단적인 항의나 노동조합의 노동운동을 탄압하고, 공산주의, 사회주의 정당을 무자비하게 박멸한 사람이에요. 가장 극우적인 비스마르크 정권은 이른바 사회주의적 인간 가치와 사회복지를 모든 정책의 중심개념으로 요구하는 세력들은 가차없이 탄압해버리고는, 그 대신 사회주의가 표방하는 제반 복지 정책을 싹 자기 것으로 만든 것입니다. 1870-1890년대 비스마르크 집권 동안 유럽의 다른 정부들도 몇몇 사회보장제도와 복지제도를 정책화해요. 지금으로 보면 초보적인 단계였다 하더라도 처음으로 시작한 것입니다. 비스마르크가 내세우는 정치기반인 귀족, 자본가, 지주, 고급 인텔리, 상층군인 이들이 중대한 혁명의 도전을 안 받고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기 위해서 노동자와 농민에게 약간의 시혜를 베푸는 우민정책을 푼 것입니다. 

임헌영 : 당시 비스마르크가 사립학교도 없앴을 겁니다.독일의 교육제도가 오늘처럼 이상적으로 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줬지요. 

리영희 : 그것은 정식국가정책으로 1871년에 비스마르크는 그때까지 분립해 있던 제후통치를 규합하여 '독일제국'을 건설하고, 황제가 된 빌헬름 6세를 받들어 재상으로서 강권통치 강화와 함께 백성의 무마책으로 그런 사회정책을 도입하지요. 동양에서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통치철학을 정책화한 거지요.흥미로운 현상이에요. 

임헌영 : 나폴레옹조차도 사립학교를 폐지하려다가 가톨릭의 반대로 실패를 했는데, 비스마르크는 성공했습니다. 그는 독일통일을 이룩하는 혁혁한 공로와 함께 침략전쟁을 감행한 제국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동시에 갖고 있는 인물이었지만, 후진국 프로이센을 선진국 독일로 변모시킨 점만은 부럽습니다. ... 

책의 일부 내용만 보면 언뜻 비스마르크에게서 우리나라의 박정희를 떠올릴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복지에 대해 애기한다고 전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 의원에 대해 '빨갱이' 운운하는 우리의 보수주의자들에게는 비스마르크 같은 대의적인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그들이 처한 상황도 많이 다르지만. 하여튼 유럽식 사회민주주의의 우리나라에서의 가능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봄직 하다. 이와 관련하여 연관된 책이 얼마 전에 나온 셰리 버먼 교수의 <정치가 우선한다>이다. 부제가 사회민주주의와 20세기 유럽의 형성이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사상사에서 가장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수정주의 이론의 창시자이자 독일 사민당의 지도자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의 저작도 사민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렵지만 읽어봄직하다.

     

두번재 책은 조갑제닷컴의 <우리시대의 망언록>이다. 조갑제닷컴이란 단체(집단)에서 만들 책들이 꽤많으며 내가 서점에서 당당히 누워있어 본 책들만 해도 꽤된다. 책의 디자인과 '제목'만 봐도 뭔가 '구린' 구것이 많다. 정말 읽다가 책을 찢어 버릴듯 하지만, 그래도 대결의 상대(이것도 웃기지만)를 알기 위해 용기내어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의 망언록>의 머리글이다. "자칭 진보·좌파의 문제성 발언을 모았다. 애매한 기회주의형 발언에서부터 노골적인 북한찬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이들 발언의 결론은 反韓·反美·親北·左派라는 네 가지 코드로 귀결된다. 사실과 진실을 말하는 대신 자신의 이념적 잣대로 왜곡과 선동과 거짓을 일삼는 것이다." 물론 진보, 좌파라 하는 이들이 모두 진실되고 문제가 없다고 애기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 문제만을 가지고 '자칭 진보,좌파' 모두를 단죄할 수는 없지 않은가? 또한 조갑제닷컴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또 여기서 내는 책들을 보면 그들이 문제 삼는 많은 부분들이 문제이다. 케케묵은 빨갱이 이데올로기와 그들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모두다 '빨갱이', '반한', '친북'으로 모는 마녀사냥식 레토릭이 문제라 본다. 

아마도 아직도 당당하게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 하는 이들은 이네들이 대표적일 것 같다. 이네들의 몰지각성과 몰역사성은 역사가 단죄할 일이다. 그리고 살아서나 죽어서나 김대중 전 태통령에 대한 이들의 비이성적 태도는 대단한 것 같다. 또한 그 반대편에 놓여있는 박정희에 대한 찬양도. 

세번째 책들은 한겨레 지식문고 시리즈로 나온, <EU 매뉴얼>과 외부의 영향을 받거나 국제적 파장을 일으키는 국가 간 분쟁을 각종 도표와 지도를 통해 설명하는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이다. 둘 다 세계지리적 지식 향상에 수업에 도움이 될 듯하다. 흔치 않게 <위기와 분쟁의 아틀라스>의 번역자 대학 전공이 지리학이다. 경희대 지리학과를 나온 후 한국외대 파리3대학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번역에 있어 지리적 오역이 없을거라는 기대가 생긴다. 평소 유럽연합이 궁금하고 중요하다고 느끼면서도 마땅히 유럽연합에 대한 얼개를 갖추어줄 책이 없었는데 <EU 매뉴얼>이 거기에 적당할 듯 하다. 책의 목차를 보면 이렇다. 

서문
1장 -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2장 - 유럽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3장 - 유럽연합은 어떻게 통치되는가
4장 - 단일시장, 단일통화
5장 - 농업, 지역, 예산
6장 - 사회정책, 환경정책
7장 - 자유, 안전 및 사법 지대
8장 - 민간 권력은 더 커질 것인가
9장 - 유럽연합과 기타 유럽
10장 - 세계 속의 유럽연합
11장 - 많은 것을 이루었다. 그러나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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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책은 현재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김순영씨의 <대출 권하는 사회>이다. 보통 하루 일과를 지내다 보면 몇번씩 대출(부)업체의 광고를 듣게 된다. TV에서 옥외광고판에서 심지어는 버스에서도. 버스에서는 정류장 안내 멘트가 방송으로 나온다. 그런데 중간중간에 광고가 나오는데, 내가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다 용산역 근처에 오면 버스에서 어김없이 '아주캐피탈'인가 뭐시긴가 회사의 광고가 나온다. 중독성있는 어떤 노래 멜로디를 이용해, 한마디로 필요할 땐 '아주캐피탈'하며 지랄을 해댄다. 정말 듣기 싫다. 정말... 

 

물론 "신용 불량자들은 민주 정부의 경제정책과 그에 대응한 신용카드사들의 과당 경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이다."라고 하는 저자의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 아니면 단순히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내 하찮은 존재 하나가 발 딪고 사는 이 큰 세상에서 어찌 내 독립적인 의사만으로 내 인생이 결정될 수 있겠는가!! 내 맘과는 다르게 내 의사와는 반대로 돌아 갈때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 문제의 원인을 따져보는 일은 개인들의 나태성과 부족함과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 

다섯번째 책은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이다>. 책 검색을 해보면 수십개의 책들이 검색되는데 내가 관심가진 책은 얼마전에 나온 Ivan Kramskoi가 그린 <Unknown Woman>(1883)이 표지 그림으로 나온 책 때문이다. 비슷한 이유에서 읽게 된 책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이다. 펭귄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 표지 그림은 Ilya Yefimovich Repin의 <여름 풍경>이다. 소개글은 이렇다. 

"1883년에 발표된 <여자의 일생>은 자연주의의 문학적 주장을 초월하는 작품으로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과 함께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이 낳은 걸작으로평가받고 있다. 지방귀족의 순결한 아가씨 쟌느가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아들의 어머니로서 맞는 불행을 그린 이 작품 속에는 생에 대한 짙은 허무와 함께 노르망디 지방의 자연풍경이 섬세하고 유연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주인공의 버림받은 삶에 대비한 이러한 자연에 대한 묘사는 읽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감동에 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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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바디우의 신작이다. 몇년 전부터 나의 독서 관심 목록 일순위는 단연 '사랑'이다. 사랑, 사랑, 사랑...나의 '사랑'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도서는 고미숙의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였다. 우연히 출판 전 독자 감상평 신청에 응모가 되어 읽어보게 되었는데, 사랑을 (잘) 하려면 '공부'를 해라는 책의 핵심은 나 또한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나의 '사랑'관련 도서에 한 권이 추가될 듯 하다.  참고로 책소개 글을 옮겨 놓는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사랑에 관한 담론. 그가 말하는 사랑은 다름 아닌 성애, 즉 남녀 간의 사랑이다. 이 테마는 전통 철학에서는 드물게 등장하는데, 바디우는 이 남녀 간의 사랑이 진리를 생산하는 절차라고 단언한다. 그는 사랑에 대해 지극히 냉정한 성찰을 수행하며, 그것이 성차(性差)에 대한 진리를 생산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사랑이 실종된 이 시대에 바디우는 새삼스럽게 이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 바디우 스스로 말하고 있듯이 ‘사랑한다는 것’은 “온갖 고독을 넘어 세계로부터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모든 것과 더불어 포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알라딘 블로그에 영화 비평에 관한 글 모음인 정여울의 <시네필 다이어리2>이다. 얼마 전 1권이 나왔을때도 눈여겨 보았는데 벌써 2권이 나왔다. 아직 1권을 구입하지도 못했는데, 조만간 2권 같이 주문해야 할 듯 하다. 왠지 이 책에서 고등학교때 보았던 <키노>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얼마 전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가 타계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슬프게도 시대의 스승 한분이 또 다시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집에 전에 구입한 책이 세권 있어서 먼저 임헌영씨와의 대담지인 <대화>를 지금 읽고 있다. 약 700p 가량되어 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렵지 않고 시대 상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재미나게 읽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이런 분이 있기에 지금 한국의 현실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좀 더 젊은 세대들이 리영희 선생의 저서들을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 다음 책은 낸시 프레이저라고 하는 뉴욕에 위치한 뉴스쿨 사회과학 대학원(The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교수의 국내 첫 번역서이다. 주된 연구 분야는 사회 이론과 정치 이론, 여성주의 이론, 유럽 현대철학이라고 한다. <지구화 시대의 정의> 부제가 정치적 공간에 대한 새로운 상상: Reimagining Political Space in a Globalizing World 이다. 사실 이런 정치 사회학 이론책은 꼭 세계지리 수업을 잘 하기 위해서 아니 제대로 하기 위해서 교사들이 꼭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러지는 못하고 있지만. 책 소개글은 이렇다. 

정치철학자이자 여성주의 이론가로 유명한 낸시 프레이저의 저서 중 국내에 처음으로 출간되는 책이며, 저자가 그동안 정의론을 숙고한 성과를 집약하고 있다. 저자는 기존의 정의론들이 ‘영토국가’와 ‘경제적 재분배 문제’라는 틀에 갇혀 있었음을 비판하고, 지구화 시대에는 정의에 관한 새로운 틀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관련 신간 서적을 검색하다 보니 이 책이 나왔다. 여러가지 추문과 소문을 몰고 다닌 20세기 최고의 마에스트로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이다. 그러나 단순한 연대기적 그의 삶을 다루었다기 보다는 부제(정치와 음악 사이에서 길을 잃다: The Political Life Of An American Musician)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그의 '정치적 삶'을 다루고 있으며, 레너드 번스타인이 이룩한 업적을 그의 진보적 정치활동과 연결 지어 보여준다. 그 다음 책은 제목이 재밌다. <천재토끼 차상문> 얼마전 한겨레신문에 이 책과 관련된 이의 칼럼 기사를 통해 알게되었다. 칼럼의 요지는 이렇다. 자기가 보기에는 상당히 기발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어서 어느정도의 판매고를 기대했는데, 판매부수보다 반품되는 양이 더 많았다고 한다. 근데 이 책이 현빈이 나오는 <시크릿 가든>에 현빈이 한번 들고 나오는 장면이 퍼지면서 책의 판매고가 엄청나게(?) 상승했다고 한다.   

(문제의 드라마 캡쳐 화면이다. 정말이지 현빈이란 인간, 우월한 외모의 소유자다. ㅠ.ㅠ)

도대체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뭐 나도 그런 조류에서 독립적인건 아니지만, 대중과 유행이란 참 알기 어렵다. 하여튼 책 내용을 살펴보니 정말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소개는 이렇다.

인간이나 토끼로 태어난 차상문을 통해 “인간이…… 과연 진화의 종착지일까?” 라는 질문을 생각해볼 수 있는 김남일 작가의 신작이다. 혹여 어떻게 토끼인간이…… 라며 허구성에 문제를 제기할 자 있다면 김남일 그만의 독특한 유머를 무기로 적당히 무겁고 또한 적당히 가볍게 웃고 울리겠다고 호언장담한다. 우리는 아주 쉽게 땅 위를 걷는다. 그런데 난데없이 토끼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와 이렇게 말한다. “걸을 때 쿵쿵거리지 좀 말아주세요, 제발!” “왜요?” “땅이 놀라잖아요.” 자,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 삶의 방향을 어디에 두어야 할 것인가.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 그 너머를 헤아려보는 역지사지의 입장이 다시 한 번 필요할 때다.

ps : 어제 와이프랑 애기를 재우며 이런 저런 애기를 하다, 내가 읽고 있는 리영희 교수의 <대화> 애기를 했다. 와이프는 꽤 두꺼워 보이던데 재미나게 읽더라 하며 뭔 내용인가 살짝 궁금해 해 책 애기를 조금 했다. 이 책의 전반부 그리고 전체적인 핵심 내용은 리영희 교수의 '반전'의식이다. 전쟁을 겪고 경험하며 터득한 냉철한 '반전'의식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준다.  

그런데 느닷없이 와이프가 하는 말이, 이 세상 모든 전쟁의 원인은 남자이다. 그러기 때문에 남자들이 모두 사라져야만 전쟁도 사라지고, 남자는 필요악적인 존재다. 참고로 애기도 아들이다. 그럼면서 덧붙이는 말이 이런 소설이 있으면 재미겠다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사라진다. 아니 남성성이 사라진 남자들만 오직 생식능력만 가지고 있는 남자만이 있는 세상에 불현듯, 자신의 잊혀진 남성성을 깨우친 남자 한 명이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는' 내용의 소설. 재밌을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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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정치학 책이지만 관심가는 책이다. 사실 책 내용에 관심이 간다기 보다 아래 기사를 쓴 고명섭 기자의 글이 너무 쉽고 잘 써서 책이 더 땡긴다.  

 

자유주의 지배력 정면으로 부정
‘정치 우선’ 이념·역사 서술 눈길
“좌파의 오류·의지 상실이 걸림돌”  

<정치가 우선한다-사회민주주의와 20세기 유럽의 형성>은 정치학자 셰리 버먼(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2006년에 펴낸 책이다. 2006년이면 자유시장주의의 21세기적 극단형인 신자유주의가 이데올로기적 지배력을 최대로 휘두르던 때다. 20세기 역사를 자유주의의 승리의 역사로 서술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때였다. 이 책은 이런 시대 분위기에 맞서 전혀 다른 명제를 제시한다. 20세기에 승리한 것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였다!

그동안 사민주의는 대체로 마르크스주의와 자유주의의 실용주의적인 타협으로 이해돼 왔다. 사민주의자는 ‘혁명적 신념이나 용기가 없는 사회주의자’라는 다소 경멸스러운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책은 사민주의를 이런 어정쩡한 타협 혹은 타락으로 보는 태도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지은이는 사민주의가 단순한 정책방향의 차원을 뛰어넘어 명확한 자기완결적 이념체계를 지닌 정치이데올로기로써 자신의 존재를 입증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 사민주의 이념이 어떤 역사적 경로를 거쳐 성립했는지, 또 누가 사민주의 성립 과정에 노력과 희생을 바쳤는지, 그리고 그 사민주의가 왜 우리 시대에 마땅히 추구해야 할 보편이념인지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마르크스주의에서 사민주의가 분화돼 나오는 과정에 대한 역사적 설명이다. 지은이의 설명을 따르면, 19세기에 가장 유력한 이념은 자본주의 흥성을 물질적 토대로 삼은 자유주의였다. 이 이념에 맞서 등장한 것이 마르크스주의였다. 그러나 두 이념은 모두 ‘경제의 우선성’을 믿었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았다. 카를 마르크스는 경제가 사회의 토대이며 정치는 그 반영이거나 보완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 마르크스주의를 떠받치는 두 개의 이념적 기둥이 ‘역사유물론’과 ‘계급투쟁’이었다. 역사유물론이란 자본주의가 발전하다가 자기모순 속에서 (스스로) 붕괴한다는 것을 뼈대로 한다. 또 ‘계급투쟁’은 프롤레타리아계급의 지배계급에 대한 투쟁이 역사의 산파로서 ‘자본주의 붕괴와 공산주의 도래’를 낳을 것이라는 이론이다. 사회를 적대계급의 대결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 마르크스주의의 세계인식이 19세기 말에 이르면 현실 설명력을 잃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자본주의가 붕괴하는 게 아니라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인데, 이런 시대적 상황에 대응해 등장한 것이 ‘정치의 우선성’에 주목하는 마르크스주의의 새로운 판본, 곧 ‘민주적 수정주의’와 ‘혁명적 수정주의’다. 민주적 수정주의의 주창자가 독일 사민당의 이론가 에두아르트 베른슈타인이었고, 혁명적 수정주의의 대표자가 프랑스의 급진적 혁명이론가 조르주 소렐이었다. 이 두 수정주의는 자본주의의 필연적 붕괴라는 ‘역사유물론’을 믿지 않고, 정치적 차원에서 능동적 활동을 통해 자본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 두 이념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자본주의의 ‘사회 파괴’에 대항하여 맹렬하게 타오르던 민족주의적 공동체주의를 받아들여 내적 성격을 변화시켰다. 소렐의 혁명적 수정주의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민족주의와 결합해 파시즘으로 나아갔다. 또 독일에서는 나치즘(국가사회주의)을 낳았다. 비슷한 시기에 민주적 수정주의는 공동체적 연대에 눈을 돌림으로써 사회민주주의로 진화했다. 지은이는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자본주의에 맞서는 이념으로서 이 파시즘과 사민주의가 서로 격렬하게 경쟁했는데, 결국 승리한 것은 사민주의였다고 말한다. 파시즘과 그 급진적 형태인 나치즘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거부하는 과격한 성격 때문에 파산했다.

사민주의는 민주주의를 수단이자 동시에 목적으로 인식했다. 또 자유주의를 ‘자유시장에 대한 집착’에서 분리시킴으로써 이 이념의 본질적 핵심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전후에 사민주의는 가장 유력한 정치이념이 되었다. 지은이는 사민주의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유물론에서 벗어나 ‘정치의 우선성’을 앞세우고, ‘계급 투쟁’을 넘어 계급 타협을 통한 공동체적 연대를 실현하고, 또 마르크스주의가 외면했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본질적 가치를 수용함으로써 탄력 있는 정치이데올로기로 자립했다고 말한다. 특히 사민주의자들은 시장과 자본주의를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고 경제성장의 ‘귀중한 도구’로 인식했다는 점에서 과거의 마르크스주의와 단절했다. “동시에 그들은 시장이 하인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주인으로서는 끔찍하다는 주장을 흔들림없이 지켜나갔다.”

지은이가 보기에, 20세기 말에 앤서니 기든스와 영국 노동당이 주장한 ‘제3의 길’은 자본주의 시장의 힘에 눌려 정치의 우선성을 포기한 노선이었다. 민주적으로 획득한 권력으로 경제적 힘을 제어하는 것이 사민주의의 핵심원리인데, 이 원리에 비추어보면 ‘제3의 길’은 사민주의의 길에서 이탈한 것이 분명하다. 지은이는 오늘날 사민주의의 부활에 가장 큰 장애물은 좌파 자신들의 지적 오류와 의지 상실에 있다며, 사민주의에 대한 신념을 되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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