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날이 관심도서만 늘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읽은 책은 끊임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주는 크게 4권의 관심도서가 나왔다.

    

첫번재는 고 리영희 교수의 산문선 <희망>이다. 고인의 주요 글들을 모은 책이다.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언론리뷰 기사가 아직은 없다. 책의 디자인은 대담집인 <대화>와 거의 유사하다. 그리고 <희망>을 엮은이도 <대화>에서 고 리영희 교수와 대담을 한 임헌영씨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 말미에 나오는, 고인이 감옥에서 쓴 '상고이유서'를 읽어보고 싶다. 사실 한길사에서 나온 리영희 전집을 사고 싶지만, 아직 때가 아닌듯하여 나중으로 미뤄야 할 듯하다.

  

두번째 책은 <철학자의 서재>이다. 분량은 자그만치 900여 페이지이다. 하긴 말그대로 여러 철학자들의 서평 모음이니 당연하겠다. 인터넷에서 알짜배기 서평기사를 볼 수 있는 곳이 프레시안 북스다.(http://www.pressian.com/books/default.asp) 이 책의 서평이 이 곳에서 철학자의 서재 코너에 연재된 글들을 엮은 것이다. 읽어 봄직하다. 리뷰 기사 하나를 스크랩한다.  

서울신문 2011.1.15  한국 철학자 100명 책의 숲에서 길을 묻다 

한국의 젊은 철학자 100명이 모여 107가지의 주제를 들고 107권의 책과 함께 떠나는 지식 여행을 펼쳤다. 2500년 전의 플라톤과 공자에서 현대의 자크 아탈리, 미국 작가 수전 손택, 한국 작가 김훈 등에 이르기까지 당대 현실에 대해 지식인들이 던진 진지한 주제에 대한 화답과 성찰을 모았다. 그 결과물이 904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 ‘철학자의 서재’(알렙 펴냄)다. 공동저자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철연) 회원 100명이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주 한편씩 쓴 글은 철학은 고답적이고 지루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깬 내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철연을 도 닦는 곳이나 점괘를 연구하는 단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예상 밖의 글이었다. 실제로 한철연 방문자 가운데는 점을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철연은 1989년 창립했으며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을 고민하는 석·박사 대학원생과 대학 강사, 교수 등을 중심으로 3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자아 찾기, 성찰, 비판, 소통, 연대, 차별 없는 세상, 새로운 세계 등을 주제로 삼아 비슷한 내용을 한 장(章)으로 엮었다. 김교빈 호서대 교수는 ‘다시는 말(馬)에 대해 묻지 말자’는 글에서 ‘논어’ 향당편의 일화를 전하면서 서울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만화 ‘내가 살던 용산’(김성외 글·그림, 보리 펴냄)을 소개한다.  



공자가 어느 날 조정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구간이 불탔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상하게도 말(馬)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다친 사람이 없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이런 면 때문에 공자의 사상을 인본주의라고 한다.”며 “국제 무역수지 12∼13위,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한국의 심장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사람에 대해선 묻지 않고 말에 대해서만 묻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현남숙 가톨릭대 초빙교수는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란 책을 통해 현대인이 과연 소비로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로빈슨’의 저자는 무인도에 살아도 당장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하는 ‘사치’(소비)를 통해 인간은 문화를 누리지만, 정작 현대의 소비문화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디언에게는 포틀라치(Potlatch)란 소비의 방식이 있다. 포틀라치는 인디언 부족의 관습으로 통상 소비의 한계를 넘는 낭비적 증여를 뜻한다. 한 부족은 낯선 부족에게 자신의 위세를 보여주고자 도를 넘는 선물을 전달했다. 이러한 증여는 증여하는 자의 권위를 보여주고 증여받는 자로부터 복종을 얻어내는 의미가 있었다. ‘로빈슨’의 저자는 이러한 포틀라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뇌물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통용된다고 본다. 뇌물수수 사건과 같은 소비는 부당한 방식으로 부와 권력의 집중을 가져와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란 비판이다. 나와 공동체 그리고 생태계가 상생하는 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두 저자가 공통으로 던지는 생산적 물음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드림 하이’는 스타가 되기 위한 예술고등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담고 있다. 친구보다 경쟁자가 필요하고, 친구의 운동화에 압정을 넣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신우현 상지대 강사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김영희 지음, 명진출판 펴냄)이란 책을 권한다.  



의사와 벽돌공의 실수입이 큰 차이가 없어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없는 덴마크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이 학원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즐 놀이, 레고 맞추기, 구슬 꿰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기 등의 특별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에게 “너 인생을 그렇게 편히 살다가는 큰일 난다.”고 충고하는 대한민국에서 덴마크의 교육 현장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일 수밖에 없을까. 

 

   

세번째 책은 <무엇이 정의인가?>이다. 작년은 말 그대로 '정의'의 시대였다. 진보건 보수를 떠나서 너도 나도 '정의'를 외치는 시기였다. 심지어 MB까지도...그래서 어찌보면 '정의'는 실종된 시기가 아니었나 한다. 과잉에 의한 부재의 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난 이상하게도 남들이 다 보고 남들이 너도나도 좋다고 하고 다들 듣는 것은 하지 않는 약간의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 그래서 샌델의 책도 평범하게 보면 읽었을 것을 일부로 읽지 않았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연초부터 정의에 관한 책이 나왔다. 국내의 11명의 저자들의 글을 엮은 책이다. "샌델의 정의론에 대한 찬성과 반대, 열광과 냉소를 넘어 ‘정의’가 한국사회의 진정한 화두로서 기능"하기를 바란다고 소개글에 나와있는 것을 보니, 샌델의 정의론에 관한 갈아타기식 글은 아닌것 같다. 오히려 이 책을 먼저 읽어보고 싶다. 

네번째 책은 조지 매그너스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이다. 부제가 "늙어 가는 세계의 거시 경제를 전망하다"이다. 제목에서도 느껴지지만, 고령화된 사회의 고령화된 인간들이 중심이 아니라 '경제'가 핵심이다. '사람'이 아니라 '경제'가. 가끔 수업시간에 이런 애기를 한다. "어디서는 앞으로 미래 사회에는 자원 부족이나 인구 과잉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사회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애기한다." 인구 과잉 문제가 진실일까,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경제 침체 문제가 진실일까? 난 알 수 없다. 그 정도까지 예견할 수 있는 정도의 식견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고령화 시대의 경제학>과 같은 책에서 그리고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작금의 현실은 '인간'이 아니라 '돈', '경제'가 중시된다는 사실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사실 저출산 문제의 핵심도 건강한 국가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의 부재가 아닌, 자본주의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소비자, 노동력 부족에 그 초점이 맞추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고령화의 문제도 '경제'가 핵심인 것은 당연하다. 더이상 사회에 필요한 효율적 노동력이 되어주는 못하는 인간들에게 이 사회는 그것도 모자라 연금이나 복지같은 '돈'을 지불해야 하니. 얼마나 아깝겠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맥을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회가 노인에게 젊은시절의 노력의 대가를 충분히 인정해주는 사회가 됐을때, 노인이 노후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나라여야, 동시에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아이들도 결국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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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6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햇빛눈물님 ^^
제 서재에 햇빛님이 남기신 댓글 확인하고 님의 서재에 들려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농담이 아니고, 햇빛님이 관심 있어하시는 책들 중에 몇 권은 저랑
똑같네요. <내가 살던 용산> 같은 경우에는 용산 참사 사건의 진상에 대해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리영희 평전>을 읽고 있어서
때마침 리영희 씨의 산문선이 나오자마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구요.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같이 신청했거든요.
햇빛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고 글을 쓰시는거 같은데
제가 관심 있어하는 내용들이 많이 있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

햇빛눈물 2011-01-16 21:20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사이러스님. 읽고 싶은 책이야 항상 쌓여만 가는데 읽을 여력이 되지 않아 항상 걱정입니다. ㅋㅋ 님도 감시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