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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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처럼 층층이 올라간 논둑길을 허리 굽은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표지 사진 을 한참 들여다봤다. 여긴 어딜까. 요즘 같은 세상에 도대체 어디에 이런 정경이 남아있을까.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이란 책 제목 그대로다. 우리가 못 느끼는 사이에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저자인 이호준님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찍어서 책 한권에 담았다. 그런 풍경들을 한데 모으면서 저자는 ‘그때가 더 행복했네’란 부제를 붙였다. 왜 지나간 옛 시절, 그때를 더 행복했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책은 ‘청보리에 일렁이던 고향풍경’ ‘ 연탄. 등잔, 그 따뜻한 기억’, ‘술도가. 서낭당이 사라진 뒤’, ‘완행열차와 간이역의 추억’ 4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모두 40개의 추억과 풍경을 풀어놓았다. 그 중엔 저자가 자신의 추억과 경험담이 담긴 것도 있지만 여행이나 취재, 혹은 가까운 이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사진과 함께 전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이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달음에 읽기보다 틈나는대로 손에 들고 펼쳐지는 부분을 읽어도 좋다. 어떤 부분을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서술방식에 있다. 저자가 자신의 추억담을 천편일률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용이나 소재, 장소에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다르다.

 

 

소심한 소년이 참외서리에 대한 일화를 털어놓는가하면(원두막) 좀 모자란 대장장이 조씨의 아들 만복이와 친구인 아이의 눈을 빌어 대장장이가 쓸모없는 쇳덩이를 괭이나 칼로 만드는 광경을 보여주기도 하고(대장간) 총각선생님과 마을 누나의 결혼담(보리밭), 부지런한 바우영감이 몇 년동안 일한 새경 대신 받은 산자락을 다랭이논으로 만드는 고단한 광경(다랑논), 너른 바다에서 노는 게 질린 악동 멸치들이 엄마 멸치 몰래 밀물을 타고 들어와 숨바꼭질하다가 어부의 뜰채에 잡히기도 하고(죽방렴) 오줌싸개 아이가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서 망신을 당하고(키질) 산만한 덩치에 힘이 장사인 선생님은 학교의 유일한 악기인 풍금 치는 게 서툴러 음악시간마다 아랫배가 아픈데 그걸 알기나 하는지 아이들은 킥킥 웃기만 했다고(풍금) 털어놓고 있다.

 

 

하나의 소재나 풍경에 따라 가슴에 와닿는 느낌도 달랐다. 사라져가는 시골의 풍경이나 정경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고 누구나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 배고픔에 허덕이던 때의 추억은 가슴 한켠에 아릿한 슬픔과 아픔을 남기고 어린 시절의 놀이나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에선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이 한 권의 책을 정말 쉬엄쉬엄 읽었다. 찐쌀을 입안 가득 넣고 불려서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조금씩 한 두 개 꼭지씩 읽어나갔다. 그리고 오늘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그래, 그때 참 행복했지’. 살아온 세월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주위에서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시야에서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이 땅 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해야 한다는 짐 같은 지고 살아온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촉촉이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들을 하나둘 사진으로 찍고 기록한 저자가 너무나 고맙다. 덕분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회오리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도 십년, 혹은 이십년 후엔 그리운 날들이 될거란 생각을 하니 손에 힘이 들어가고 괜시리 설렌다. 내 아이들에게 언제든 돌아가고픈 푸근한 고향을 만들어줘야겠다.

 

 

* 지난 4월 시댁에서. 구비구비 돌아가는 골목길이 이곳엔 아직도 남아있다. 햇살이 좋은 한낮이면 골목마다 놀러나온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모처럼의 낮잠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 풍경도 곧 사라지게 된다. 몇 년전에 재개발이 확정되서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유효기간인 이 풍경을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찾아간 구멍가게에서 사온 과자 한봉지의 추억을 내 아이는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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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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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주변 포교원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전시회'가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를 비롯해 아난존자, 용수보살, 쫑카바 라마, 성철 스님 등의 사리를 친견할 수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다. 주로 다니는 병원 건물의 한 층에 자리잡은 작은 포교원이 그날은 무척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사리는 법당 한 가운데 전시되어 있었는데 크기에서부터 모양, 색깔, 종류가 정말 가지각색으로 다양했다. 그걸 줄지어서 친견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표정과 법당안의 차분한 공기에 까불대던 큰아이도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인연>은 불교계의 큰 스님이신 일타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산은 산 물은 물>을 비롯해 <하늘의 도> <만행> <야반삼경에 춧불춤을 추어라> <암자로 가는 길> 등 수많은 불교 관련 책을 집필한 작가 정찬주의 새로운 작품인데 1년 5개월이란 긴 시간을 거쳐 탄생했다고 한다.

 

붉고 노란 낙엽의 계절 가을, 평일이라 한적한 해인사를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고명인.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7일이 지났고 천주교와 유교형식의 장례를 치렸지만 그래도 뭔가 못다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이다. 어머니 생전에 함께 일타스님의 법문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고자 해인사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혜각스님을 만나 일타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일타스님의 행적지를 돌아보는 수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부모님 모두 불심이 깊었기에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불교의 교리에 젖어든 일타스님.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출가한 어머니를 따라 불도의 길을 걷게 된다. 일타스님에겐 출가한 가족이 무척 많다.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와 아버지, 외삼촌, 누나..등 사십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그런데 불교에 귀의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저마다 달랐다. 가족 중에 진정한 불제자가 한명 나오기도 힘든데 사십명이라니...정말 대단한 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타스님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부분은 무척 안타까웠다. 보고 싶은 마음에 목이 메일 정도였는데 그런 아들을 너와 어머니의 인연을 끊은지 오래됐으니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라며(79쪽) 냉랭하고 차갑게 대하는 스님. 세속의 인연을 끊는다는 게 이런 건가...싶기도 했다. 아들에게 자신의 다친 발을 보이며 우리 삶에 있어 인과란 게 어떠한 것인지 깨닫고 그것을 얘기해주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불가에서는 전생에 쌓인 업이 현생으로 이어져 있기에 우리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 화두를 심고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고 해탈하는 것이 수레바퀴처럼 계속 돌고 도는 그 고리를 끊는 유일한 길이라고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일타스님은 스스로 오른손의 손가락을 연비하시고도 모라자서 다음생엔 미국에서 태어나서 불교를 전파하겠노라는 원을 세우셨을까...싶다.

 

일타스님의 행적을 따라 다니면서 생전에 머물었던 사찰과 일타스님이 모신 여러 큰스님, 성철스님이나 서암 큰스님에 대한 일화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벗어나 저마다 가슴에 품은 화두를 풀어내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 애쓰는 모습들에서 인연이란 과연 무엇인가...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또 일타스님의 행적에 따라 그 분이 머무셨던 해인사라든가 내원사, 통도사, 광덕사와 같은 사찰의 사진도 실려 있었는데 내가 다녀온 사찰이 나오는 대목엔 유난히 반가웠다. 다음에 가면 일타스님의 자취를 한번 찾고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는 깨달음의 철학이라고 한다.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읽는 불교서적인데다가 한없이 자비로운 관음보살 같은 일타스님의 일대기에 한동안 잊고 있던 불씨 하나를 다시금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왔다. 해마다 이날이면 사찰을 찾는다. 어두운 세상을 연등의 불빛이 밝혀주듯 내 마음의 어둠에도 작은 등불 하나를 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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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달시 웨이크필드 지음, 강미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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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창에 ‘루게릭병’을 쳤다. 제법 많은 검색결과가 떴다. 공식병명은 ‘근위축성 측산경화증’. 척수신경이나 간뇌의 운동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이 위축되고 마비되는 질환이라고 한다. 193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즈의 루 게릭 선수가 이 병으로 숨지면서 ‘루게릭병’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인 스티브 호킹 박사를 비롯한 프로농구 박승일 코치가 앓고 있는 것 역시 이 루게릭병이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푸른 물 위를 달리는 다리가 그려진 표지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달리기>. 이 책의 저자인 달시 웨이크필드는 삶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아름다운 나이인 33세에 ALS 진단을 받는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영문학을 가르치던 활동적이고 씩씩한 여성의 삶이 바로 그 날부터 바뀌기 시작한다.

 

2003년 2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을 시작으로 2004년 12월말까지. 그녀는 기록을 남겼다. 1년 10개월동안 ALS로 인해 그녀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병의 원인조차 파악되지 않은 불치병과 싸우면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았던 그녀의 아름다운 용기가 이 한 권의 책에 담겨있다.

 

달시는 호수에서의 수영을 즐기고 달리기와 하이킹을 좋아하는 활달한 여성. 남자친구와 헤어진 그녀는 자신이 좋은 엄마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여기고 아기를 절실히 원하게 된다. 정자은행을 통해 인공수정을 계획하던 중 운명의 반쪽, 스티브를 만난다. 3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사는 스티브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사랑을 키워가고 있던 달시는 어느날 충격적인 얘길 듣는다.

 

“달시, 이건 심각할 수도 있어. 보스턴에 가면 ‘운동뉴런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게 될 거야.”.... 운동뉴런증후군이라고? “ALS지.” 나는 또다시 입을 다물었다. ALS가 대체 뭐람? “루게릭병이라고도 해.” -33쪽.

 

루게릭병. 팔과 다리를 비롯해 얼굴의 근육이 마르고 굳어지면서 대부분 발병한 지 2~5년 사이에 호흡마비로 사망한다는 병에 달시는 절망한다. 그녀는 활달하고 개구쟁이 기질이 있는 아이들, 버릇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흙탕에도 기꺼이 뛰어 들어가 놀 줄 아는 아이를 기르고 싶었고 딸이 있다면 언제나 조심할 필요없이 책임과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라고 가르치고 싶었던 것이다. 상태를 더 악화시키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느냐는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인공수정을 하고 임신에 성공한다.

 

ALS로 인해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많은 걸 떠올린다. 더 이상 달릴 수 없지만 자신의 몸 안엔 달리는 사람의 영혼이 있음을, 잃어버린 것보다 아직 남아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추고 감사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쇼핑몰에서 허리가 고무줄로 된 청바지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행복한 나머지 기절할 지경이라니...

 

나도 안다, 사실 진실을 말하자면 ALS는 내게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용기를, 아직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수 있는 용기를, 웃음과 품위, 그리고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 132쪽.

 

우리 아기와 함께 점차 살이 져갈 내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잘 알고 있다. -168쪽.

 

그녀는 문득문득 그리워한다. ALS 진단을 받기 이전에 아주 활동적이고 건강했던 여성이었던 자신을 사람들이 저 세상으로 간 배우자를 그리워하듯이 옛날의 자신을 그리워하고(134쪽) 거리에서 뛰거나 자전거를 탄 사람을 보면 자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화를 내기도 한다. 그리고 소원한다.

 

내 아들과 함께 이 산 저 산을 다니며 하이킹을 하고 싶다...스티브가 나이가 들면 그를 곁에서 보살펴주고 싶다. 어느날 아침 눈을 떴을 때 그냥 평범한 서른 넷이 되었으면 좋겠다. 통증도 없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고, 나는 영원히 살겠구나 하고 생각할만큼 순진한 서른 넷 말이다. - 202쪽.

 

달시 웨이크필드. 그녀는 지금까지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만났던 불치병에 걸린 연약한 주인공이 아니었다. 내가 왜,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전생에 무슨 업보가 있길래 이런 몹쓸병에 걸렸느냐고 목소리 높여 하소연하거나 불평을 하지도 않았다. 마지막 날을 언도받은 삶이 곧 죽어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것,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커다란 도전은 때로 소소한 일상의 고마움을 깨우쳐주는데 자신은 지금 그런 것들을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얘기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다.

 

치료법이 나올 시간은, 증세가 역전될 시간은, 기적이 일어날 시간은 아직 있다. 아직 시간은 있다. - 196쪽.

 

내가 말하고 걷는 법을 잊어버리는 사이 샘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이는 법과 미소짓는 법, 다리를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다니 참 이상한 일이다.(...) 샘을 안고 있을 때면 아이를 낳으면 인생이 바뀔거라고 말하던 사람들의 말이 종종 생각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ALS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을지라도 말이다. - 206쪽.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호흡하고 음식을 먹고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걷거나 뛰고 자전거를 타는 소소한 일상이 이렇게 소중할 수도 있구나...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끌어안고 산책을 하는 이런 일들이 애절하게 그리워질수도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로 인해 우리의 일상, 나의 삶이 그야말로 기적의 연속이란 걸 알게 됐다.

 

1년 10개월이란 기간동안 달시 웨이크필드, 그녀는 열심히 달렸다.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삶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희망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용기를 보여준 그녀의 기록, 그녀의 달리기는 눈부시리만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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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뽀뽀 아기 그림책 나비잠
김동수 지음 / 보림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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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 어감이 참 이쁘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하루에도 시시때때로 뽀뽀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기를 깨울때부터 눈을 맞추며 기저귀를 갈거나 밥을 먹고 그림책을 읽거나 놀이를 할 때 뽀뽀를 빼놓을 수 없다. “엄마, 뽀뽀!” “쪼~옥”

 

 

이쁜 걸 어떡해. 난 팔불출, 고슴도치 어민걸...

 

 

때로 아이는 토라진다. 장난감이 맘대로 되지 않거나 형한테서 “내꺼 만지지마!!” 접근금지 당하고 식사시간에 먹기 싫은 반찬을 억지로 먹이려면 아이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내가 아무리 “엄마, 뽀뽀” 해도 눈을 내리깔고 외면한다. 고집대로 하지 못하는 게 불만이라는 듯 앞으로 쑥 내민 입, 볼록하고 둥근 뺨...그 모습도 정말 이쁘다.

 

 

이그~~, 비싼넘. 이럴땐 “어, 화났네? 화내지마...엄마가 뽀뽀해줄게”하며 내가 기분을 풀어주는 수 밖에. 추가로 뽀뽀 대신 얼굴을 부비부비...

 

 

아이와의 스킨십, 특히 뽀뽀는 부모가 아이에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애정표현이다. 부모의 충치가 아기에게 옮길 수 있으니까 뽀뽀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도 있어서 한편으론 걱정되지만 부지런히 양치를 하고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엄마랑 뽀뽀> 이 책은 처음부터 끄~읕까지 뽀뽀만 나온다. 표지의 고릴라를 비롯해서 올챙이와 개구리, 거북, 돼지, 개, 메뚜기...등이 등장해선 왜, 언제 아기와 뽀뽀를 하는지 알려준다. 귀여워서, 순해서, 장난꾸러기라서...다양한 동물만큼 별명도 뽀뽀하는 모습이나 상황도 정말 다양하다.

 

 

같은 건 오직 하나! 단순한 그림이지만 엄마와 아기의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는 것.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아기...란 걸 실감하게 된다.

 

 

정말 사랑스런 책이다. 그림도 색감도. 보드북이라 혹시나 아이가 찢진 않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울둘째는 이 책을 하루에 적어도 10~20번 정도는 읽는다. 읽고 또 읽고. 하도 읽다보니 내용을 달달 외울 지경이건만 아이는 그래도 읽어달랜다. 그럼 당연히 읽어줘야지.

 

 

책에서 “엄마랑 뽀뽀”란 말이 나올때마다 뽀뽀!!

 

 

귀염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재롱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장난꾸러기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부끄럼쟁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순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개구쟁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얌전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똘똘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잠꾸러기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   꼬마둥이 우리 아가 / 엄마랑 뽀뽀

 

튼튼이 우리 아가 / 자기전에 엄마랑 뽀뽀

 

 

첨엔 왜 사람이 등장하지 않을까...궁금하고 한편으론 아쉬웠다. 그런데 나중에야 깨달았다. 앞표지에서 엄마고릴라와 아기 고릴라가 뽀뽀하는 장면에선 몰랐는데 뒷표지를 보니 아하!!하고 무릎을 쳤다.

 

 

내가 아이를 안거나 업고 동요를 부르고 그림책을 읽어줄 때마다 친정엄마가 하신 얘기가 생각났다. “그~래, 잘한다. 아빠한테는 설거지하고 청소랑 빨래시키고 느그는 맨날천날 원숭이처럼 꼭 끌어안고 노래만 부르냐??”



 

 

아이고....그러고보니 아기를 꼭 끌어안은 엄마고릴라의 모습이 영락없이 나와 아기의 모습일세그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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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도박 -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클로드 쿠에니 지음, 두행숙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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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쓸 데가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지 오래다. 월급날, 통장에 입금된 급여는 빠져나가기 바쁘다. 정해진 날짜에 제 갈 길을 찾아 착착착 줄지어 나간다. 그리고 남은 얼마의 돈. 그것도 내 수중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재래시장에서 반찬거리 몇 개 사고 나면 지갑이 휑~하다. 만원짜리 지폐 몇 장으론 어림도 없다. 예전엔 지갑에 만원짜리 한 장만 있으면 두 명이 영화 한 프로 보고도 커피 한 잔 할 수 있었는데...요즘은 돈이 돈이 아니다. 좀 있으면 십만원짜리 지폐가 발행된다는데 그땐 어찌 살까...벌써부터 걱정이다.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이란 부제가 눈길을 잡아끄는 <거대한 도박> 이 책은 ‘지폐의 아버지’라 불리는 실존인물, 존 로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금세공사이자 주화 감식가이고 왕립 조폐국의 고문 등 성공한 금융인인 존 로의 아버지 윌리엄 로는 프랑스에서 결석수술을 받다가 죽는다. 부인과 장남인 존 로에게 각각 재산의 1/2을 남긴 윌리엄은 아들 존에게 단서를 붙인다. 존의 타고난 오만함과 경박함이 그의 재능을 갉아먹지 않도록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이글스햄의 기숙사 학교에 들어가라고 한 것이다.

 

추방과도 같은 고인의 명에 의해 이글스햄의 기숙사 학교에 들어간 존. 그곳에서도 존은 도박과 여색에 빠져 지낸다. 존의 도박친구였던 조지는 기숙사를 떠날 무렵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존에게 엄청난 게임 머니를 빚진 상태라는 걸 알고 조지는 복수의 계획을 세운다. 많은 동급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과 조지는 결투를 하고 그 결과 조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

 

10년만에 집에 돌아온 존은 에든버러의 살롱에서 순식간에 가장 환영받는 손님이 된다. 하지만 아버지에서 상속받은 로리스턴 성의 절반, 즉 자신의 전 재산을 하룻밤에 도박으로 날려버리고 만다. 자신의 도박빚을 어머니인 잔 로 부인이 대신 지불하는 과정에서 존은 그동안 잊고 있던 걸 떠올린다. 그리고 런던으로 향하는 마차에 몸을 싣는다.

 

“그건 비문이란다, 존. 비문이지. 논 옵스쿠라 네크 이마. 무의미하지도 사소하지도 않다.......지팡이를 가져오게, 존.” - 83쪽.

 

런던에 도착한 존은 살롱에서 도박을 하며 지내고 타고난 수학적 재능과 천재적인 사교술로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얻는다. 그리고 ‘멋쟁이 윌슨’이라고 부르는 에드워드 윌슨과 만나게 되는데....

 

500페이지를 훌쩍 넘긴 두툼한 책으로 만난 존 로. 그는 전설적인 도박사이자 천부적인 수학자였고 시대를 앞서간 화폐개혁가로 불리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실존인물이었다. 그런 그를 클로드 쿠에니의 이 실화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그가 오랫동안 생각해온 은행을 설립하고 주화를 대신할 지폐란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었는지, 그로 인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음에도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걷게 됐는지 볼 수 있었다. 어떤 일에도 포기하지 않는 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18세기 유럽, 특히 프랑스의 당시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상류층의 살롱에서 귀족들이 벌이는 여러 행각들. 건전한 사교의 범위를 넘어선 불륜과 도박, 사치는 책을 읽는 내내 거부감이 들었다. 그에 비해 전쟁과 가난, 질병,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의 생활은 한마디로 비참했다.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유럽을 뒤흔든 세계 최초 금융 스캔들’. 어떤 내용일까...어떤 일을 벌였기에 18세기 유럽사회를 들썩들썩하게 했을까...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경제나 금융, 유럽사에 관한 지식이 얕아선지 책 속의 인물들이 툭툭 내뱉는 확률이나 이론들이 이해하기 어려웠고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반면에 다니엘 드 포나 몽테스키외 같은 낯익은 인물을 만날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캐서린에게, 나는 죽음으로 가족에게 가져온 저주를 씻어버린다고 말해라. 그리고 그 지팡이를 잊지 말아라. 논 옵스쿠라 네크 이마.” - 5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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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