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에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6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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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에그’...‘에그’는 알겠는데, ‘하드보일드’는 또 뭐야?...했는데 친절하게도 책 뒷표지에 떡~ 하니 설명이 되어 있다.




<하드보일드(Hardboiled)는 ‘비정.냉혹’이라는 뜻의 문학용어로, 비정하고 냉혹한 현실에도 감상에 빠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지극히 평범한 두뇌의 소유자인 내가 이것만으로 ‘하드보일드’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무리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하듯 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당연히 책 속으로 들어가야지. 서둘러 책장을 펼쳤다.




‘수요일 밤, 아리사가 실종됐다’...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착하지만 세상물정을 모르는 아리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탐정 슌페이. 숨막히는 추격전 끝에 아리사를 찾아낸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리사가...고양이???




15살 때 읽었던 챈들러의 소설 속 탐정 '필립 말로'에 반해 그의 모든 행동이 생활의 지표처럼 되어버린 서른 세살의 남자 슌페이. 소설 속의  말로가 고독과 불행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처럼 자신도 그렇게 차가운 이성의 멋진 탐정을 꿈꾸지만 그의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모처럼 의뢰가 들어오는 일의 대부분은 실종한 애완동물을 찾는 일이거나 불륜에 관한 것뿐이다.




탐정치곤 영 폼이 안 난다고 여긴 슌페이, 급기야 비서모집 공고를 낸다. 팔등신의 섹시한 미녀 비서를 꿈꾸면서. 그러나 그를 찾아온 사람은 응모한 사진과는 딴판인 여든의 할머니 가타기리 아야였다. “사기야!” “채용취소”를 외치는데도 당당하게 맞서는 아야를 슌페이는 어쩔수 없이 ‘반채용’...며칠만 고용하기로 마음먹는다.




하드보일드한 삶을 꿈꾸는 슌페이. 하지만 그의 생활은 전혀 하드보일드하지 않다. 가타기리 아야의 등장으로 오히려 그의 삶은 하드보일드에서 벗어나 오히려 엉뚱하고 코믹한 만담 같은 분위기를 띄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슌페이는 잃어버린 개 ‘꼬맹이’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우여곡절 끝에 찾아내지만 막상 개 주인집은 이미 이사를 가버린 상태였다. 결국 슌페이는 ‘꼬맹이’를 그동안 알고 지내던 사람이 운영하는 버림받은 애완동물의 안식처인 ‘시바하라 에니멀 홈’에 맡기는데 그 일로 인해 슌페이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되면서 자칭 탐정 슌페이와 할머니 비서의 콤비의 코믹하고도 스릴 넘치는 대활약이 시작되는데...




오가와라 히로시, 그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다. 책의 전반부부터 느꼈던 거지만 작가의 치고 빠지는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음, 앞으로의 내용은 뻔하겠군....싶을때 느닷없이 허를 찌르는가하면 이것으로 끝인가...했더니 웬걸, 이번엔 놀라운 반전으로 독자의 오금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그리고 또다시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




책속표지의 저자소개를 보니 이 책의 후속편이 있다고 하는데...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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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 보이
팀 보울러 지음, 정해영 옮김 / 놀(다산북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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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보이> 이 책의 표지를 평소보다 몇 배나 설레는 마음으로 넘겼다.




1997년 해리포터와 함께 영국 카네기 메달상 후보에 노미데이트 되어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메달을 수상했다...는 홍보문구보다 뒷표지에 실린 ‘<마당을 나온 암탉>과 <연어> 이후로 이렇게 잔잔하고 가슴 먹먹한 소설은 처음이다’는 어느 고교 교사의 추천문구가 다른 어떤 것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제목은 강과 소년이 결합된 ‘리버보이’다. 잔잔한 흐름으로 사색적인 느낌의 강에 호기심과 혈기왕성한 소년이 어떤 모습으로 책 속에 녹아있을지....표지에 보이는 소녀는 어떤 역할을 할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넘쳐나는 의문에 비해 이 책의 스토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수영을 좋아하는 15살의 제스와 그 손녀를 무척 사랑하는 할아버지가 이 책의 주인공인데 할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지면서 제스의 가정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할아버지는 언제 죽음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고향을 찾아가는 계획, 가족휴가의 결행을 고집한다. ‘리버보이’란 제목을 붙인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그리고 찾아간 할아버지의 고향...주변에 인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곳에서 제스는 꿈처럼 신비하고 환상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수영하려고 찾은 강에서 반바지 차림의 소년을 만나는데 몇 번 반복되는 그 소년과의 만남이 왠지 예사롭지 않은 느낌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제스 자신과 할아버지, 그 사이에 리버보이...그 소년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리버보이에 대해서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그 소년의 이미지에 할아버지의 그림이 겹쳐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녀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 89쪽.




그즈음 할아버지는 도저히 그림을 완성할 수 없을만큼 건강이 악화되는데...그때 리버보이는 제스에게 말한다. “지금부터는 네가 할아버지의 손이야..” 제스는 리버보이의 조언에 의해 할아버지 최후의 그림 ‘리버보이’를 완성한 다음 강에서 바다로 향해 헤엄쳐가고 할아버지는 또다시 쓰러지는데....




그녀는 다시 그림으로 눈을 돌려,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그림을 살폈다... 거기에는 얼굴이 있었다. 어떻게 지금까지 그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을까. 불과 얼마 전에 폭포에서 마주쳤던 그 얼굴을. 왜 기억하지 못했을까. 나의 ‘리버보이’를. - 206~207쪽.




제스는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한없는 슬픔과 괴로움을 느끼지만 지금까지보다 한뼘 더 성장한 자신을 느낀다. 강이 흘러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자신에게 놓여진 더 많은 내일을 위해 더 성장하고 리버보이의 흔적을 찾아 더 많이 헤엄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게 된다.




며칠전 큰아이가 내게 호되게 야단맞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아빠는 좋겠다.” “왜?” “착한 할머니가 있어서...” “?????”




첨엔 무슨 뜬금없는 소린가...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알 것 같다. 아들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자식을 올바르게 길러야한다는 부모의 의무와 욕심이 아이에게 때론 굴레가 된다는 것을. 그에 비해 할아버지.할머니와 손주 사이엔 긴장감이 없다. 무조건적인 애정이 존재할 뿐.




부모인 내가 당장 코앞에 다가온 문제, 매주 치러지는 받아쓰기 시험에 안달할 때 할머니는 오히려 “애 너무 야단치는 거 아니다”며 날 나무라고 “야야, 할미랑 동네 한바퀴 돌까...”하며 바짝 주눅든 아이의 손을 끈다. 이담에 내가 할머니가 됐을 때도 그럴까...




부모 자식간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슴 저리고 애끓는 사랑이 아닌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모든 것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사랑을 조용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책, <리버보이>. 아이에게 건네기 전에 부모가 먼저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모든 강물은 바다로 흐른다. 그래도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흘러왔던 그 강물은 결국 다시 흘러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법이니까. - 책의 서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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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내 친구 똥퍼 사계절 그림책
이은홍 지음 / 사계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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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 것, 우리 문화를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늘 고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이나 풍습, 사라져가는 풍경, 놀이...에 관한 그림책이 출간되면

되도록 아이에게 구입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똥퍼>와 같은 고전은 두 말 할것도 없이 대환영입니다.

다만 연암 박지원선생의 ‘예덕선생전’을 제가 읽어보지 못했기에 궁금하기도 했지만

아주 오래전의 글이라 요즘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하지만 그림책을 막상 보고 나니까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했더군요.


사실 그동안 아이에게 학습만화를 사 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을 했습니다.

학습만화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이나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어서

좋은 반면에 만화보는 재미에 빠져서 다른 책을 외면하면 어쩌나...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예덕선생전’의 내용을 만화형식으로 풀어서 표현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않고 막무가내로 ‘똥이란 더러운 게 아니라 꼭 필요한 것, 중요한 것’이라고

얘길 했다면 아이들은 잔소리나 설교라 여기고 고개를 돌려버렸을 거예요.


그림에도 무척 공을 많이 들인 것 같아요.

붓으로 그린 듯한 선으로 인물과 말풍선, 칸을 두른 것,

옅은 채색, 주인공 아이가 해설하는 부분의 글자체 등

꼭 동양화를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속표지도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밥 -> 똥 , 똥 -> 꽃.

본문의 내용을 단 몇 개의 그림으로 압축해놓은 것 같았구요.


책 속에서 김홍도의 그림 중 일부를 본떠서 그린 장면도 좋았습니다.

저희 아이는 김홍도의 그림을 아직 몰라서 그 부분을 그냥 넘어갔는데

언젠가 알아내겠지요. 그때가 기다려집니다.


앞으로도 이런 책이 많이 많이 나왔으면.....합니다. ^^ 

 

참, 이 책에서 오자가 있더군요.

“게 잠시 섰어라” --> “게 잠시 섯거라”

그야말로 옥의 티...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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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 2008-01-1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출판사에 문의 하니 섰어라가 맞는 표기법이랍니다 ^^

몽당연필 2008-01-21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오류라고 나오길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따르릉 따르릉 사계절 그림책
조우영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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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색 표지에 그려진 자전거 타는 아이....간단하게 그려진 얼굴에 생긋 웃는 입모양이 이 책을 보는 사람의 기분도 상쾌하게 하네요. 마치 자전거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은 아이가 자전거를 타는 맛...얼굴을 스치는 시원한 바람을 한껏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우선 이 책은 그림이 돋보입니다. 꼼꼼하고 세심하게 그려진 게 아니라 굵거나 가는 붓이 저 가고 싶은 대로 그냥 쓱쓱...그려진 것 같은...하지만 그게 오히려 이 책에 생동감을 느끼게 한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땐 그저 소리가 위주로 된 책이려니...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 계속 반복에서 읽다보니까 아이의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있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을 볼 수 있었구요. 우리가 평소에 얼마나 많은 소리들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새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이 많은 소리들이 소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언젠가 아이와 한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게 있습니다. 그림책을 구성할 때 속표지에 좀 더 신경을 썼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겁니다. 뒤속표지에 아이와 부모가 맛있는 식사준비를 하는 그림을 넣은 것처럼 앞에도 그림이 있었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 흐름에 맞게, 혹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을 앞속표지에 넣었더면 일관된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싶습니다.




참, 요즘 2살짜리 작은 아이가 이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큰아이가 동생에게 이 책을 읽어주기도 하구요. “이거봐...여기, 자전거가 지나갑니다. 따르릉...길을 비겨주세요..”하면서요. 그런데 작은 아이도 서툰 손놀림으로 자꾸 넘기다보니까 책장이 벌써 찢어진 곳도 있어서 안타까워요. 보드북이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면 두께가 너무 두꺼워졌겠지요. 지금처럼 페이퍼북이 더 나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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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우타코 씨
다나베 세이코 지음, 권남희.이학선 옮김 / 여성신문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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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정아버지의 제사가 있었다. 지금까지 아버지의 제사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했다. 사위 2명에, 손자 2명, 딸 4명, 아들 1명...그리고 18년째 홀로 살아오고 계신 친정엄마. 엄마는 해마다 이 날만 되면 애석해하신다. “아이고, 영감아...조금만 더 살지...머가 그리 급해갖고 빨리 가노...” 정말 아버지가 20년, 아니 10년만 더 사셨어도 좋았을 텐데....




10년전쯤인가? 그 엄마에게 목을 메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같은 노인 대학에 다니던 분인데, 하루에도 열두번씩 전화를 하셨다. 나이만 먹었지 철이 없던 난 그 할아버지가 정말 싫었다.  전화를 받으면 잠깐의 침묵 뒤에 들려오는 “...@여사, 계신가?”하는 낮으면서도 왠지 느물거리느는 소름끼치는 음성. 난 전화수화기를 엄마에게 넘겨주면서도 잔뜩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엄마 역시 썩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기에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까....싶다. 그 할아버지는 지금 어떻게 지내실까... 새삼 궁금해서 엄마에게 여쭤봤더니 엄마는 “몰~라,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하신다. 지금이라면 좀 더 친절하게 대해드릴텐데...요즘은 통 연락이 없으신 모양이다.




창으로 들어오는 환한 햇살에 반짝이는 티테이블, 티포트에선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런데 잔이며 의자가 하나뿐이다. 왜일까?




<두근두근 우타코씨>의 우타코씨는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살아가는 77세의 노인이다. 앗, 홀로 살아가는 노인...이라고 하면 우타코씨가 화낼 듯 하다. 혼자이지만 깨끗하고 바르고 아름답게...살아가는 나이많은 여인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우타코씨는 한창 젊은 나이에 전쟁을 겪으면서도 기울어진 회사를 일으켜 세우고 자식들을 공부시켜 번듯하게 결혼까지 시킨...어미에게 주어진 몫을 충실하게 다 해낸 할머니다. 그런데 그냥 할머니가 아니다. 혼자서 살아도 될 만큼 경제적인 여력이 충분히 뒷받침된 할머니다. 때문에 자신에 대한 투자에도 열성을 보인다. 철마다 새 옷을 맞춰 입으면서 외모를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영어클럽을 다니고 서예를 가르친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혼자라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데 비해 우타코씨는 오히려 한마디로 혼자여서 더 편안하다고 말한다.




‘중장년은 조화를 추구하되 동화되지 말 것이며, 젊은이는 동화하되 조화를 추구하지 말 것’이다. 노부인은 귀부인이기도 해야 한다. 몰려 있지 말고 홀로 즐길 것이며 그러면서도 모두와 사이좋게, 이것이 좋다. -148쪽.




그런 우타코씨가 77세 희수잔치를 앞두고 결혼전에 사귀었던 우라베 겐지로를 떠올리게 된다. 사별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은 가슴이 설레거나 두근대는 일이 없었기에 자신의 희수잔치에서 옛연인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 바램은 여지없이 무산되고 뒤이어 호감가는 노인과 의미있는 만남들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남자의 한걸음 뒤에서 남자가 죽으면 따라죽을 것 같은 가냘픈 여인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보다 한걸음 앞에서 남자를 이끌고 가는 전사형의 듬직한 여인 우타코씨. 그녀에게 세상은 온통 ‘왜냐?’하는 의문투성이다. 자신의 가족, 아들과 며느리에서부터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주변에 널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살아가는 우타코씨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나도 이담에 우타코씨처럼 꿈꾸는 할멈, 꿈쟁이 할멈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생의 선배인 우타코씨가 대뜸 내뱉는 말이 내 마음을 고스란히 옮긴듯 가슴에 와닿는 구절에 ‘그렇지!’하고 무릎을 쳤다.




남자는 여자 고생을 해야만 한다....자신의 아내와 고생스럽게 어울려주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내란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맞춰주는 존재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인격이 진보하지 않는다. -109~110쪽.




반면에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를 괴리감을 느꼈다. 상류층에서나 누릴 수 있는 생활과 언어들이 즐비한 책 속 우타코씨의 모습이 부러우면서도 정말 이렇게 살아가는 노인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사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노년’...꿈꾸지 않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곧 인생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 게 요즘이니까 말이다.




작년인가? 자녀의 교육에 올인하지 말고 노년을 준비하라...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우리 부부는 노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우타코씨와 같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노년’은 아니더라도 가슴 설레는 감성은 잃지 말았으면...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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