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1 : 디지털편 - 디지털시대와 우리의 미래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1
이동은 지음, 나연경 그림, 이어령 콘텐츠크리에이터, 손영운 기획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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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방학이라 아이들과 함께 만난 자리였는데요.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 아이들은 한군데로 모여들었습니다. 나이도 다르고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인데 그새 친구가 됐나? 신기하더군요. 역시 아이들은 다르다고 생각하려는 찰라 제 눈에 띄는 게 있었습니다. 무리지어 몰려든 아이들의 중심에는 최신형 휴대폰과 게임기로 무장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한 아이의 손에 들려진 문제의 그것에 매료된 아이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 그래. 너희들이 바로 디지털 네이티브였지!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무색할 정도로 현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작년과 올해가 다르고, 어제와 오늘이 다릅니다. 쌍둥이 간에도 세대차이가 있다고 할 정도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이 모든 변화를 이끌어온 중심, 핵심은 무엇일까요? 첨단과학의 발달? 이것도 맞겠지만...그보다는 ‘디지털’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학의 발달만으로는 현대, 우리 이 시대의 현상, 삶의 모습들을 모두 설명할 순 없을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디지털이란 무엇일까요? 디지털로 인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으며 앞으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고 싶더군요.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디지털편>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 [디지로그]란 책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합쳐서 ‘디지로그’란 단어를 만들어낸 이어령이기에 이 책을 통해 기존의 시각을 더욱 새롭게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은 모두 10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1장 ‘디지털 시대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에서 저자는 ‘디지로그’라는 말의 생성과정을 비롯해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두 가지가 융합됨으로 인해 우리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 지식을 전달하고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 방식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 하나하나 짚어줍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이젠 어느 누구라도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검색, 수집, 재정립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겁니다. 또 디지털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의 교육환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일례로 2007년 영국의 한 연구소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를 소개해놓았는데요. 짧은 내용이지만 인상적이었습니다. 획일화된 제도와 교육시스템을 벗어나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교육, 누구나 선생님이 될 수 있고 배우는 즐거움을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미래의 학교, 어떤 모습일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현대는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해 정보가 그야말로 범람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많은 정보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 새롭게 융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사물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해볼 수 있는 힘과 상상력을 기르는데 이 교과서 넘나들기 시리즈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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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3 : 문학편 - 컨버전스 시대의 변화하는 문학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 3
윤한국 지음, 홍윤표 그림, 이어령 콘텐츠크리에이터, 손영운 기획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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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이라 불리는 그에게는 수식어가 참 많습니다. 전 문화부 장관에 평론가, 소설가, 수필가, 언론인, 교수, 장관...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생각,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 왔는데요. 그런 그가 최근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새로운 수식어를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와 미래를 예측하는 힘은 바로 창조력과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조력과 상상력이 그냥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시도와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건데요. ‘문학’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문자로 기록되고 책으로 만들어졌을 때 우리는 그것을 읽으면서 기쁨과 감동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문학의 전부일까요?




<이어령의 교과서 넘나들기>는 각권마다 정해진 분야를 다른 분야와 넘나들기 하여 설명하고 있는데요. [문학편] 역시 마찬가집니다. 문학을 철학이나 음악, 역사, 정치, 신화, 종교...등의 분야와 융합하여 설명합니다. 책은 ‘문학은 인간의 본능일까?’로 시작합니다.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지, 허구의 상상력과 모방으로 탄생한 것을 보며 우리가 감동을 느낄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교훈을 얻을 뿐 아니라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시야가 넓어진다고 짚어줍니다.




‘역사보다 더 진짜 같은 문학 이야기’에서는 [삼국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진나라 학자였던 진수가 후한 말기부터 진나라 건국까지 97년 동안의 사실을 다룬 역사서가 바로 [삼국지]인데요. 이 역사를 바탕으로 해서 명나라 때 나관중이 새롭게 각색한 소설이 [삼국지연의]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역사책인 [삼국지]보다 소설 [삼국지연의]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바로 재미 때문이라는 거지요. 그런 다음 소설이 무엇인지, 소설 속에 펼쳐진 세계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독자들은 소설을 통해 무엇을 느끼게 되는지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조언합니다. 소설은 비록 허구이지만 결국 인생의 진실과 참모습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소설을 읽으면 사회에 대한 성숙한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책은 문학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고 말합니다. 하나의 문학작품을 여러 가지 다양한 시각과 측면에서 바라보고 깊게 생각한 다음 그 문학작품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극중의 대사로 유명한 [햄릿]도 그 속을 자세히 따져보면 여느 철학책보다 더 철학적이고 싱클레어의 방황을 그린 [데미안]은 헤르만 헤세가 음악적으로 쓴 문학작품이며 사랑하는 젊은 연인의 비극을 일컫는 대표작 [로미오와 줄리엣]도 뿌리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져온 것이라니.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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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미스터리 -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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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뉴스나 신문보기가 겁이 납니다. 제가 정치나 시대의 흐름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지만 대북정세가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몇몇 나라의 정세와 분위기에서 왠지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하고 살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큰아이는 이러다 전쟁 터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전쟁이 어디 그렇게 말처럼 쉽게 일어나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은 전쟁만큼 참혹하고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 ‘625전쟁은 왜 일어났나?’하는 겁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북한이 선전포고도 않고 38선을 넘어 공격을 감행했다.’는 식의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틀에 박힌 설명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이야기, 그 내막을 알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책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출간된 <625 미스터리>입니다. 이 책은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장마다 한국전쟁에 관한 의혹들, ‘분단 배경의 미스터리’ ‘의문의 38선’ ‘전쟁 개시와 의혹’ ‘역전. 재역전의 미스터리’ ‘비극적 유산의 이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625전쟁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책은 첫 대목부터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가 분단하게 된 데에는 소련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 웬걸? 소련의 참전이 다름아닌 미국의 요구에 의해서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는 계기가 됐던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위대한 맥아더장군’이 아니라는 겁니다. 맥아더는 정의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니라 정계에 진출하려는 뜻을 품은 야심가였기에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했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를 남과 북으로 분단하는 38선의 배경도 마찬가집니다. 그저 미국과 소련이 서로 협의하에 이뤄졌다는 기존 지식과는 달리 책에서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미국이 당시 우리나라의 정세에 대해 어두웠을 뿐만 아니라 먼저 분할점령을 선택했다고. 즉, 사전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겁니다. 특히 마지막장에서 다루고 있는 민간인 대량학살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합니다. 거기다 미국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저자는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겨울의 초입,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았습니다. 625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의 역할을 맡으면서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던 곳인데요.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전시물, 피난생활의 애환을 담은 기록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층 목조건물로 된 전시관을 둘러보고 영상관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담은 짤막한 상영물을 봤는데요. 전쟁의 참상을, 아픔을 온 몸으로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얼마전 한국전쟁을 다룬 책으로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을 직접 증언해줄 분들이 앞으로 10년 정도면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학계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사실 책을 읽었음에도 전 아직 모르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그저 더 이상은 이런 아픔, 이런 고통을 불러오는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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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원자 -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
마크 뷰캐넌 지음, 김희봉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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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깔끔하고 독특하네요. 아이콘처럼 표시된 사람이 여럿 흩어져 있는데 그들이 모두 정중앙의 사람과 이리저리 엮으며 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모습에서 언뜻 예전에 읽었던 [과학콘서트]란 책의 한 대목이 생각나더군요. ‘케빈 베이컨 게임’이라고 해서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아는 사이’라는 걸 증명하면서 이 세상이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일만큼 좁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들었을까 궁금해졌어요. 표지만 보면 톡톡 튀는 감성의 글일 것 같지만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하는 사회 물리학의 세계’란 부제가 왠지 묵직하게 다가왔거든요.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건 학창시절 수업을 통해 배웠던 내용입니다. 물질을 이루고 있는 기본 구성단위로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원자’라고 했는데요. <사회적 원자>라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원자’를 사람과 사회에 적용시켰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졌듯이 우리 사회도 사람이라는 원자로 이루어졌다는 거죠.




우리 사람이 ‘원자’라고? 정말 독특한 생각이지요. 이론 물리학의 연구하며 과학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마크 뷰캐넌은 자신의 이론을 전달하기 위해 모두 9개의 장에 걸쳐 설명하고 있습니다. 제일 먼저 ‘사람이 아니라 패턴을 보라’에서 저자는 1970년대 인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인구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강제 정관수술을 시행했던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마치 전쟁을 선포하는 것처럼 어떤 강제적인 수를 써도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단 한 지역만은 예외였다고 합니다. 바로 인도 남부의 케랄라였는데요. 놀라운 것은 그 케랄라에서 시행한 것은 산아제한을 위한 가족계획 교육이 아니라 글을 읽고 쓰는, 여성에 대한 교육이었다는 겁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맹률이 0인 지역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산아제한과 여성들의 교육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보다는 패턴을 봐야 한다는 말합니다. 산이나 산책길에 난 길이나 발자국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번 흐름이 생기면 다른 사람 역시 이 흐름에 포함되어 흐름은 점점 더 커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사람들의 패턴이 된다는 겁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들의 작용으로 만들어지므로, 사람들을 살펴보고 그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면 사회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간의 흐름, 패턴이 어떤 분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기 위해서는 사람보다 패턴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여기서 일정한 패턴을 찾아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이 복잡하고 변덕이 심한데다가 사소한 우연으로 인해 사건의 흐름이 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구요. 사람이 주변의 다른 이를 흉내내는 경향이 있어 그로 인해 루머나 소문이 나돌고 핸드폰의 보급속도도 빨라지는 등 사회적 원자인 사람의 특성과 기질에 대해 짚어보고 거기에 작용하는 행동양상에 대해 짚어주는데요. 솔직히 초반, 호기심으로 가득한 상태에서 출발한 책이었지만 그다지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사회물리학이라는 개념도 그렇고 세상만사를 명쾌하게 해명한다는 게 다소 무리가 있지 않나 싶을 정도였거든요. 제겐 좀, 아쉬운 독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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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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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이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이 국내에서 열리는데 거기를 참석하기 위해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교수의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는 단체로 버스를 대절하는 수고도 무릅쓰고, 그런 상황을 보고 미국에서 깜짝 놀랐다는 거였는데요. 저야 뭐, 감히 참가할 엄두도 못 냈지요. 그치만 궁금하더군요. 마이클 샌델, 그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의 강연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이나 싶어서. 강연이 지난 후에 한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글을 읽기도 했는데요. 그의 책을 읽지도 않은 상황이라 그런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출간된 책이 바로 <왜 도덕인가?>인데요. 사전적인 의미만 보자면 ‘도덕(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또는 바람직한 행동기준)’은 전작인 ‘정의(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와 서로 연결선상에 있는, 관련성이 있는, 뭔가 통하는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사건들, 인간의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은 크게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구요. 각각의 파트마다 또 몇 개의 주제를 두고서 도덕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먼저 파트 1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로 나누어 거기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도덕적 논란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테면 공공기관이나 스포츠 시설이 새롭게 들어서는 데에는 해당지역의 경제적 수준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거나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직하고 순수한 장소여야 할 학교가 이미 극심한 상업주의에 물들어버렸다는 것, 정치인들의 고질병이자 불치병인 거짓말에 대해 클린턴을 비롯한 몇 몇 인물을 예로 들어 설명하구요. 오랫동안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존엄사나 낙태, 배아복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논의해보고 있는데요. 저자는 질문합니다. 도덕적인 판단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해 나가야 하는지. 이후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도덕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왜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유란 무엇이며 인간의 의지와 자유주의 정치이론에서 또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국내 모방송국 프로그램에서 평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의 도덕지수를 측정해서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와 평균 정도인 아이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그들을 어느 특정한 상황에 놓았을 때 자제력이나 분별력, 규칙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 분석했더니요. 실험결과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에게서 더 좋은 성과, 바람직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근데,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런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현재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또 미래에 대해 얼마나 희망적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즉 도덕지수가 낮은 아이보다는 높은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희망적’이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좌절하더라도 극복하는 힘이 크다는 거였습니다. 어떤 행동에서든 그것을 도덕적으로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동기와 의무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실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내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킨 저자의 책이라 기대가 컸습니다만 정치와 철학에 무지한 저로선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책이 전문용어로 도배가 되어 있거나 어려운 문장이 나열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자의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문제겠지요. 한번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들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버리곤 했거든요. 그래서 마무리도 할겸 혹시나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책에 첨부되어 있는 강의 동영상을 봤는데요. 워낙 밑바탕이 부족해선지 역시 좀 어렵더군요. 한번 읽고 덮어둘 게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의문이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들춰보면서 봄비에 속옷 적듯이 서서히 자연스럽게 익혀야할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 마지막으로 여담 한 가지. 동영상에서 저자의 강의보다 제 눈길을 끄는 게 있었어요. 첫 번째 강의때 단상 아래 앞쪽에 앉아있는 학생의 무리에서 세상에,  배트맨복장(가면까지)을 한 사람이 있는 겁니다. 순간 제가 본 게 맞나 싶어서 몇 번이나 찾아보고 확인하는 사이에 첫 번째 강의가 휘리릭 끝났구요. 다음엔 그(배트맨) 사람이 어디에 있나, 어떤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나 뒤져보느라 두 번째 강의가 후딱 지나가버렸답니다. 이담에 볼 때는 강의를 더 신경써서 꼼꼼하게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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