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여름이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연이 국내에서 열리는데 거기를 참석하기 위해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교수의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지방에서는 단체로 버스를 대절하는 수고도 무릅쓰고, 그런 상황을 보고 미국에서 깜짝 놀랐다는 거였는데요. 저야 뭐, 감히 참가할 엄두도 못 냈지요. 그치만 궁금하더군요. 마이클 샌델, 그가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의 강연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렇게 온 나라가 들썩이나 싶어서. 강연이 지난 후에 한동안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글을 읽기도 했는데요. 그의 책을 읽지도 않은 상황이라 그런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에 출간된 책이 바로 <왜 도덕인가?>인데요. 사전적인 의미만 보자면 ‘도덕(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 또는 바람직한 행동기준)’은 전작인 ‘정의(개인 간의 올바른 도리. 또는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와 서로 연결선상에 있는, 관련성이 있는, 뭔가 통하는 개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사회 전반에 걸쳐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사건들, 인간의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일들이 왜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은 크게 ‘도덕이란 무엇인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 세 개의 파트로 나뉘어져 있구요. 각각의 파트마다 또 몇 개의 주제를 두고서 도덕적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먼저 파트 1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종교로 나누어 거기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도덕적 논란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이를테면 공공기관이나 스포츠 시설이 새롭게 들어서는 데에는 해당지역의 경제적 수준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거나 그 어떤 곳보다 가장 정직하고 순수한 장소여야 할 학교가 이미 극심한 상업주의에 물들어버렸다는 것, 정치인들의 고질병이자 불치병인 거짓말에 대해 클린턴을 비롯한 몇 몇 인물을 예로 들어 설명하구요. 오랫동안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존엄사나 낙태, 배아복제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논의해보고 있는데요. 저자는 질문합니다. 도덕적인 판단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실천해 나가야 하는지. 이후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도덕적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왜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유란 무엇이며 인간의 의지와 자유주의 정치이론에서 또다른 문제점은 없는지 짚어봅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나는 게 있었습니다. 국내 모방송국 프로그램에서 평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우선 아이들의 도덕지수를 측정해서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와 평균 정도인 아이 두 집단으로 나눈 다음 그들을 어느 특정한 상황에 놓았을 때 자제력이나 분별력, 규칙을 준수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 분석했더니요. 실험결과 도덕지수가 높은 아이들에게서 더 좋은 성과, 바람직한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근데, 여기서 놀라운 것은 이런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현재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며 또 미래에 대해 얼마나 희망적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즉 도덕지수가 낮은 아이보다는 높은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희망적’이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좌절하더라도 극복하는 힘이 크다는 거였습니다. 어떤 행동에서든 그것을 도덕적으로 가치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올바른 동기와 의무에 의해서 이뤄진다는 저자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실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국내에서 일대 돌풍을 일으킨 저자의 책이라 기대가 컸습니다만 정치와 철학에 무지한 저로선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는 정말 어려웠어요. 그렇다고 책이 전문용어로 도배가 되어 있거나 어려운 문장이 나열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자의 이야기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문제겠지요. 한번 이해하고 넘어갔던 것들도 돌아서면 잊어버려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버리곤 했거든요. 그래서 마무리도 할겸 혹시나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책에 첨부되어 있는 강의 동영상을 봤는데요. 워낙 밑바탕이 부족해선지 역시 좀 어렵더군요. 한번 읽고 덮어둘 게 아니라 생각날 때마다, 의문이 생길 때마다 습관처럼 들춰보면서 봄비에 속옷 적듯이 서서히 자연스럽게 익혀야할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아, 마지막으로 여담 한 가지. 동영상에서 저자의 강의보다 제 눈길을 끄는 게 있었어요. 첫 번째 강의때 단상 아래 앞쪽에 앉아있는 학생의 무리에서 세상에,  배트맨복장(가면까지)을 한 사람이 있는 겁니다. 순간 제가 본 게 맞나 싶어서 몇 번이나 찾아보고 확인하는 사이에 첫 번째 강의가 휘리릭 끝났구요. 다음엔 그(배트맨) 사람이 어디에 있나, 어떤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나 뒤져보느라 두 번째 강의가 후딱 지나가버렸답니다. 이담에 볼 때는 강의를 더 신경써서 꼼꼼하게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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