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 -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 대한민국 진실 시리즈 1
김동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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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음은 참 간사한 것 같아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큰 아이를 볼 때마다 자꾸 조급해집니다.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남들은 모두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는데 제 아이만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러다 앞으로 이어질 또래와의 경쟁에서 아이가 영영 낙오되어 버리는 건 아닐까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사실 큰 아이가 한글이나 셈하기, 영어, 음악, 미술 어느 사교육도 받지 않고 초등학교 입학한 걸 감안하면 4학년인 지금까지 크게 뒤쳐지지 않고 잘 하고 봐야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는 이 불안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21세기 대한민국의 비밀스런 현주소’라는 부제의 <대한민국 진실 교육을 말하다>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알었습니다. 책은 ‘숭문주의의 타파’ ‘시험이라는 종교의 타파’ ‘국가학벌의 타파’ ‘해법을 찾아서’ 이렇게 4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저자는 부모들이 자식의 교육에 올인하는 기이한 교육열 뒤에는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성공하는 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라며 부모가 먼저 ‘자식교육이라는 종교’로부터 해방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교육과 학문을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전통과 가치관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우리 사회가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영어에 대해 지적한 부분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유창한 영어발음을 위해 유아들이 영어학원으로 내몰리고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현재 한국 사회는 영어가 하나의 종교적 차원이 되었다며 이 심각한 영어강박증을 떨칠 수 있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영어를 수능과목에서 빼자는 제안이 어떻게 실현될지 기대가 됩니다.




3부 ‘국가학벌의 타파’은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문제의 핵심에 서울대가 있다’고 지적한 저자는 국립대학 출신들이 국가권력을 등에 업고 하나의 이익집단이 되는 것이 ‘국가학벌’이라며 그 대표가 바로 국립 서울대라고 주장합니다. 이어서 서울대를 북한의 최고지도급 인물을 배출하는 김일성종합대학과 비교해서 이야기합니다. 대학설립 단계에서부터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서울대와 김일성대가 대한민국과 북한의 국립중앙대학이며 국가엘리트를 양성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서울대 출신의 엘리트 시장 독점비율은 오히려 김일성대보다 더 압도적’이고 극심하다니 충격적이었어요. 서울대 출신의 독식으로 인해 일어나는 심각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학벌 타파’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공감이 갔습니다.




후반부에 저자는 독일의 학교에 대해 얘기합니다. 석차를 매기지 않는 성적표, 최고 점수보다 그 다음 단계를 가장 이상적인 점수로 여기는 학교, 학생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시험날짜를 비밀로 하는 학교,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교육은 소수의 우등생이 아니며 경쟁보다 다른 이와 더불어 살며 배려하는 인간으로 길러내는 것에 중점을 둔 그들의 교육철학이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며칠 후 큰아이 학교에서 기말고사가 있어선지 이 책의 내용들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았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의 책꽂이에도 이런 저런 문제집이 그득하다’던 저자처럼 저희 큰아이도 다 풀지 못할 만큼 많은 문제집 속에 놓여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탐구정신을 길러주기보다 ‘시험형 사이보그’를 길러내고 있는 우리의 교육환경.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 그 속에서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이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솔직히 의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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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 그들이 왔다 -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 누구인가?
이상각 지음 / 효형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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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어제였지요. 남아공 월드컵에서 일본과 네덜란드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어느 나라를 응원하셨나요? 선뜻 어느 나라가 이겼으면 좋겠다는 분도 계실 거고 우리나라의 경기가 아니라 안 봤다는 분, 어느 나라가 이기든 경기결과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는 분도 계실 텐데요. 정말인가요? 솔직한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자신이 어느 쪽을 응원했는지...




우리나라와 일본은 정말 가까운 나라지만 한없이 먼 나라이기도 합니다. 더욱이 올해는 우리에게 있어 치욕의 역사 한일합방이 있은지 꼭 백 년이 되는 해입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열 곱절만큼 흘렀지만 현재 우리와 일본의 사이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우리에게 행했던 만행을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일본은 들은 척도 않습니다. 일본에게 우리는 어떻게 보일까요? 어떤 존재로 여겨질까요? 그들이 우리를 침략하고 지배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1910년, 그들이 왔다> 재목이 무척 의미심장합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이 말하는 ‘그들’이 바로 ‘조선 병탄 시나리오의 일본인’이었습니다. 자, 이제 알아봅시다. 그들이 도대체 누구인지.




<1910년, 그들이 왔다>는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나라 문을 꼭꼭 잠그고 있던 우리나라를 어떻게 해서 침략의 야욕을 가지고 병탄(남의 물건이나 다른 나라의 영토를 한데 아울러서 제 것으로 만들다)하게 되었는지, 그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 내용은 ‘정한을 꿈꾸다’ ‘열도의 침략자들 1,2’ ‘진정 그들은 한국을 사랑했을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책은 먼저 미국의 페리제독이 일본에 개항요구를 하면서 일본은 개항에 대한 찬반양론의 혼란에 빠진 상황을 이야기합니다. 격동의 에도시대를 보내고 막부 봉건 체제를 해체한 일본에 메이지 유신, 새로운 일왕 체제가 시작되면서 서구 열강의 위협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의 앞선 체제와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기고 대대적인 사절단을 파견하는데요. 서양의 근대적인 기술을 보고 돌아온 사절단은 ‘정한론’을 둘러싼 논쟁을 벌이다 조선병탈을 목표로 삼기에 이릅니다. 특히 요시다 쇼인. 그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는 정한론을 합리화한 인물로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교육을 담당했던 제자들이 모두 조선 병탄의 중심인물로 성장하게 됩니다.




책은 또 놀라운 사실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조선을 침략했던 핵심인물로 알고 있는 사람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꼽았는데, 그가 전부가 아니었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 그 외에도 메이지 무쓰히토, 미개한 주변국을 식민을 통해 문명을 전파하는 거라 주장한 니토베 이나조, 당시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 시해를 배후에서 조종한 인물인 이노우에 가오루 등 조선 침탈의 주동자들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물론 조선의 아름다움에 심취한 야나기 무네요시나 일본의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처럼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당시 조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으며 진정으로 조선을 사랑한 것인지 의문의 여지가 남습니다.




절친한 단짝 친구처럼 모든 걸 다 줄 것처럼 살갑게 굴다가도 어느새 180도로 돌변해선 안방까지 내놓으라며 협박하는 일본. 그들과 우리의 사이에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골이 패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제아무리 강력한 접착제도 소용없습니다. 그들과 우리는. 그렇다고 일본과 우리나라가 따로 동떨어져서 살아갈 수 있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지구촌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이 시대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들을 미워하고 증오하는 시간을 이제 그들을 알아가는 시간으로 돌려야 합니다. 그들이 어떤 과정으로 우리를 자신들의 발아래 두고 지배하려 했는지 세세히 알아야할 시점이 왔습니다. 지난 백 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일본, 앞으로 백 년이 흘러도 변할 수 있을까요? 백 년 전 치욕의 과거가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가 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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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 -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
송지원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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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몰아내고 잠궈버린지 7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쯤이면 텔레비전 없이 지내는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진 셈이다. 하지만 때론, 후회가 밀려든다. 엄마라면 꼭 봐야 할 것 같은 육아 프로그램, 내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특히 역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못 본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 물론 각 방송사의 홈페이지에서 다시보기를 클릭하면 된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까지 하기엔 내가 너무 게으르다는 게 문제다. 이번에 만나게 된 책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MBC 사극 ’동이‘도 모르는 진짜 장악원 풍경’이란 띠지의 문구를 보면서 대체 드라마에는 어떤 내용이 나오는 걸까. 아니, 그보다 ‘장악원’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다.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는 ‘처음으로 읽는 조선 궁중음악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조선의 궁중음악에 대해 알려준다. 하지만 처음부터 ‘바로 이것이 조선의 궁중음악이요’라며 직접적으로 들이밀지 않는다. 그러기보다는 먼저 당시 궁중음악을 담당했던 기관인 ‘장악원’에 대한 얘기부터 꺼낸다.




책은 크게 ‘1장 조선시대 음악가들의 희노애락 - 장악원 풍경’, ‘2장 알고 보면 재밌는 궁중음악 상식 -예와 악의 앙상블’, ‘3장 조선의 대표 음악가 10인의 고군분투기 - 새로 쓰는 악인열전’, ‘4장 기로 완성하는 예 - 이야기가 있는 악기열전’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이 70세 이상의 문신을 예우하기 위해 설치한 기로소에 숙종이 입소하는 걸 경축하는 잔치가 벌어지는 광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조선시대의 음악기관이었던 장악원의 활동에 대해 얘기한다. 조선시대에 있어 악은 예와 함께 중요시되는 의례의 하나였기에 왕실에서 제사를 지내거나 여러 명목으로 잔치를 벌일 때, 혹은 왕이 활쏘기를 할 때도 장악원의 음악인이 동원되었다고 한다. 수시로 벌어지는 행사에서 연주하기 위해 음악인들은 평소 철저한 연습이 반드시 필요했다. 정기적인 연습일수를 정해두고 시험을 쳐서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엔 태형을 가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음악인들에 대한 대우가 그리 좋지 않아서 그야말로 박봉에 허덕이는 최하극빈자였다는데 이 점이 안타까웠다. 만약 당시 이들이 자신의 일에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그들의 전통과  궁중음악에 대한 현대인의 인식과 이해도가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당시엔 국상을 당하면 음악을 연주할 수 없도록 법전에도 규정되어 있지만 청나라 사신이 칙서를 가지고 왔다는 걸 이유로 장악원 전악이 음악을 연주했는데 당시 숙종의 마음이 어떠했을지...차마 음악을 들을 수 없어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대목에서 알 수 있었다. 또 세종 때 중국에서 ‘노래 부르는 계집아이 30명’을 요구하여 그 인원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먼 이국땅으로 떠나기 전에 위로연을 여는 장소에서 대성통곡하였다는 대목이 있었는데 이 모두가 힘없는 나라의 백성이기에 겪는 고통과 설움이 아니었을까.




<장악원, 우주의 선율을 담다>를 통해 우리의 음악, 그것도 궁중에서 연주되었던 음악과 당시 음악인에 대해 모르던 것들을 알게 되는 유익한 기회를 가졌다. 또 팝송이나 클래식과 같은 서양음악에 비해 능청능청 늘어지고 때로 긴박하게 내달아가는 우리 가락의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 그에 사용되는 악기에 대해서까지 설명을 해줘서 우리의 전통악기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하지만 본문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 우리의 궁중음악을 직접 귀로 들을 수 없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우리 음악의 흥취를 느낄 수 있는 CD를 제작해서 책에 첨부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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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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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내가 속한 두 단체 A, B의 송년회가 하필이면 같은 날 하게 됐다. 그것도 남편이 출장 때문에 늦게 귀가하는 날! 아니, 어찌 이런 일이...싶지만 평소 두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지칠대로 지친 난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남편이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간단하게 아이들 인수인계를 하고 달려갔다. 내가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A의 사람들은 막 2차를 가기 위해 나오고 있었는데 2차 장소가 다름아닌 노래방이었다. 나 자신이 음주는 되지만 도무지 가무가 안 따라주기 때문에 노래방에 들락거릴 일이 전혀 없었는데 당황스러웠다. 고역이었다. 신나게 노는 사람들 곁에서 열심히 박수만 치다가 “또 가봐야 할 곳이 있어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B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부리나케 달렸다. 그런데 오 마이 갓!! 거기도 좀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1차 접고 2차 노래방...이거 정말 너무 한 거 아냐? 송년회는 꼭 노래방에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야, 뭐야? 소리라도 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잘 놀지 못하는 내가 바보인 거지.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이란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데는 그런 이유가 숨어있었다. 어디서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려 놀지 못하는, 재미없는 나 자신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정신과 의사이자 미국놀이연구소 설립자, 미국 최고의 놀이 행동 전문가로 알려진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바로 ‘놀이’이며 행복과 성공의 열쇠 역시 ‘놀이’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누구에게나 ‘놀이 본성’ 있다면서 그 ‘본성’을 즐기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완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전한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 ‘왜 놀이인가?’ ‘놀이에서 해답을 찾아내다’와 8개의 장(챕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저자는 우리 인간은 물론 동물에게 있어 놀이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를 활기차고 생기 있게 해주는 동시에 때론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준다고 한다. 또 사람을 기억하는데 있어 놀이를 통한 추억이 가장 크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면서 일상 속에서도 일과 놀이를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두 아이의 엄마여서인지 4장 ‘아이의 미래, 놀이에서 시작된다’의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어린 동물들이 놀이를 통해 앞으로 살아나가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배워나가듯이 인간 역시 마찬가지라고 한다. 아이가 한 사람의 성인으로 자립하기 위해선 몸 놀이, 사물 놀이, 상상 놀이, 사회적 놀이 등을 통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기술을 학습. 습득해야 하는데 만약 어린 시절에 그런 놀이를 하지 못했을 경우, 때로 극단적인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면서 2007년 버지니아 공과대학의 총기난사 사건을 들어 설명한다. 부모의 과도하지 않은 적당한 보호 속에 자유롭게 놀이하는 순간이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숨어있는지 미처 몰랐다. 어른 자신이 어렸을 때 어떤 놀이를 했는지 더듬어보고 그 때의 기억을 되살려 놀이하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이란 부제의 책은 사진으로 시작된다. 굶주린 흰 곰과 썰매 개들이 만나 처음엔 서로 대립하다가 곧 눈 위를 뒹굴며 놀이를 즐기는 장면이 있다. 또 놀이에 몰입한 사람과 동물의 사진을 통해 놀이는 가장 기본적인 욕구임과 동시에 식욕이나 생존욕구까지 능가할 만큼 강력하다는 걸 보여주는데 왠지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빙긋 웃음이 나왔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언제나 즐겁고 행복할 수만은 없다. 때로 슬프고 우울하기도 할 터. 그럴 때면 그 사진들을 떠올려봐야겠다. 그리고 내 내면에 숨어 있는 놀이 본성을 일깨워야지. 행복은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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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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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중에 한자를 공부하는 이가 있는데 중년의 나이인데도 틈틈이 공부해서 얼마전 사범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늘 한자를 벗 삼아 지내선지 한문학에도 조예가 깊어서 간혹 고민거리나 조언을 청할 때면 슬며시 고전의 한 대목을 끄집어내 얘기를 하는데 전혀 특별하지 않은 애긴데도 왠지 마음에 위로가 됐다. 그때 언니가 자주 인용하는 것이 바로 <도덕경>이었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도덕경>을 읽으면 나도 언니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중국 고대의 철학자이자 도가(道家)사상의 창시자인 노자의 사상을 공부하기란 쉽지가 않을 듯했다. 왠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았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드디어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세계적인 노자 연구가로 알려진 야오간밍의 <노자강의>였다. 두툼한 고대철학 서적을 앞에 두고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몰 연대조차 명확하지 않은 노자. 그가 5천 글자로 써서 남긴 책에 과연 무엇이 담겼기에 2500년이란 오랜 세월을 넘어서면서까지 수많은 이들이 찾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인가.




<노자강의>는 저자인 야오간밍 교수가 중국의 방송프로그램인 [백가강단]에서 강연한 내용을 기초로 한 것으로 2부 18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까만 한자만 빼곡하지 않을까, 내용도 <도덕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설명해주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책은 강의의 주제에 따라 그에 맞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대화체와 구어체로 쉽게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2강 ‘노자, 음식의 도를 말하다’에서 노자의 ‘오미가 사람의 입맛을 버린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미식을 탐하던 왕의 일화로 설명한 다음 “함이 없음을 하고, 일이 없음을 일삼으며, 맛이 없음을 맛있게 여긴다(63장)”는 세상의 제아무리 맛있고 훌륭한 음식도 맛을 제대로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냐. 평범한 음식도 맛있게 먹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노자의 ‘음식의 도’를 풀어낸다. 또 5강 ‘노자,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말하다’에서 저자는 예쁜 얼굴과 섹시한 몸매를 갖기 위해 현대 여성은 너도나도 성형을 하고 이젠 멀쩡한 사람까지 ‘귀신같은 몸매’를 갖기를 원하는데 정말 애석한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미추(美醜)는 본래 사물의 양면성인데 지나치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면 ‘악’으로 전환되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추’가 된다는 노자의 사상을 통해 무슨 일에든 억지를 부리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어준다. 이렇게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노자의 사상과 지혜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풀어내면 되는지, 때론 뜨끔하고 때론 쿡쿡 웃음이 나오는 쉽고 편안한 문체로 알려준다.




‘노자가 정말 우리 곁에 있을까요?’ 저자는 제일 먼저 이런 물음을 던진다. 노자가 정말 우리 곁에 있을까. 이 말은 즉, 이미 죽어서 그의 육체가 자연으로 돌아간 노자의 사상을 현대의 우리가 왜 알아야하는지 마음에 먼저 새겨두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저자는 자신의 물음에 세 명의 초등학생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넌지시 알려준다. 노자는 정말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 있다는 것.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실제로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노자의 사상들을 접했다는 걸 알게 됐다. 큰 인물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진다는 ‘대기만성’, 꾸밈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른 삶을 산다는 ‘무위자연’, 높은 선은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흐르면서 항상 낮은 곳을 채운다는 ‘상선약수’...이 모두가 노자의 사상이라니. 새삼 노자의 사상의 깊이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현실의 고통과 일상의 고단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밝은 빛과 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내게 큰 걱정거리가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몸이 없게 된다면, 내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13장) - 7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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