셸터 - 집으로 쓴 시!, 건축 본능을 일깨우는 손수 지은 집 개론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1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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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너무 좁아.’ ‘넓은 집으로 옮기고 싶은데’. ‘자금이 없다. 어쩌지.’ 이런 고민을 한 게 벌써 몇 년 쨉니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걱정만 앞선 제게 지인이 이런 얘길 하더군요. “우리나라 땅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래. 좀 좁아도 공간 활용해서 살아봐.” 순간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공간활용이 해결책이었어. 그런데 전 요즘 또다시 고민을 하고 있답니다. ‘가족도 늘었는데’ ‘집이 너무너무 좁아’ ‘이대론 안돼’ ‘어쩌지?’ 지금 당장 몸을 누이고 쉴 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엄연한 제 집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생활하면서도 더 넓고 좋은 집을 꿈꿉니다. 대체 집이 뭐길래?




‘셸터’....무슨 뜻일까 싶어 검색을 했더니 간단하게 ‘대피소’라고 되어 있네요. 핵폭발로 인한 폭풍이나 방사능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된 피난처, 대피소란 의미라고 합니다. 근데 책 표지의 그림들을 보니 대피소나 피난처라기보다는 오랜 옛날부터 비교적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그야말로 ‘집’입니다. 즉, ‘셸터’가 집이란 말인데, 도대체 어떤 의미인 걸까요.




책은 먼저 우리 인류가 어떤 집을 짓고 살아왔는지에 대해 알려줍니다. 그저 나무나 별 아래에서 살던 인류가 어느 때부턴가 집을 짓기 시작했다고. 날씨조건의 변화나 농경, 인구의 변화, 도구의 변화에 따라 주거형태는 동굴에서 오두막, 천막의 형태로 변화했다고 합니다. 그리곤 나뭇가지, 줄기, 바위, 흙 등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집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원전 1500년경에 단열재란 개념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알려줍니다. 여러 부족들마다 각각의 주거형태와 집에 대해 장소를 옮겨다닐 수 있다던가 30분이면 뚝딱 세울 수 있다는 식으로 조곤조곤 얘기합니다. 그다음 북아메리카와 유럽, 일본 등 지역에 따라 건축 재료에 따라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주거 형태가 어떠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 세우는지, 어떤 기둥에 어떻게 벽을 세우고 뼈대는 어떤 형태를 이루는지, 지붕의 모양과 역할 등에 관한 것을 설계도와 그림을 통해 알려주는데요. 그저 사소하게 보이는 건축재료의 변화에 따라 크게는 건물의 전체모양까지 바뀔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답니다.




저자는 본문 곳곳에 사진이나 설계도 그림을 이용해서 집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주고 있습니다. 집은 그냥 단순히 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나 마찬가지라고. 그러니 집을 어떤 디자인이나 자재로 지을 것인지 결정하기 전에 먼저 주변 여건과 환경을 알아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집을 지을 터에 캠프생활을 하면서 그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줄곧 도시에서만 살아서일까요. 시골이나 전원생활에 대한 막연한 꿈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 크고 나면 독립하거나 결혼하고 나면 시골에 조그만 집 지어서 채소를 가꾸고 작은 텃밭을 일구면서 살았으면 합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네.♫”하는 노래가사처럼 말이지요. 이 책도 그래서 읽었습니다. 혹시나 이담에 제가 집을 지을 때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설계나 건축에 무지한 저한테는 결코 쉽지 않은 책이란 걸 알게 됐지만 그래도 이 책과의 만남은 제게 의미가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만나게 되는 알록달록 화려하고 근사한 전원주택이 결코 답이 아니란 걸 알게 됐거든요. 주변 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저의 생활리듬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집. 작아도 그런 집을 짓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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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심리학 -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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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정말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관심이 가는 책, 심리학 관련서적이다. 대학신입생 때 교양과목으로라도 듣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못했던 게 한이 맺혔는지 지금도 ‘심리학’이란 단어만 보면 눈이 번쩍 뜨인다. <위험한 심리학>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위험한’이란 제목보다 ‘천 가지 표정 뒤에 숨은 만 가지 본심 읽기’라는 부제에 곧바로 시선이 꽂히고 말았다. 거기에 ‘나는 당신의 속마음을 알고 있다!’는 띠지의 문구까지!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뭐 있는가!!




<위험한 심리학>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먼저 1부 ‘심리를 읽는 기술’에서는 선입견에 대한 것으로 시작한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의 겉으로 드러난 어떤 면, 이를테면 외모에서부터 말투나 행동처럼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습관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거기에 어떤 심리가 감춰져 있는지 짚어준다. 그 다음 심리를 읽는데 필요한 몇 가지 도구인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전이’에 대해 간단하게 알려주는데 우리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심리적 요소가 ‘나 잘난 맛’=‘자존심’=‘나르시시즘’이란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2부 ‘심리 퍼즐 맞추기’에서 본격적인 심리탐험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명령하듯 대하는 사람’ ‘친한 척 하다가도 금세 멀어지는 사람’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등 대표적인 14가지 유형의 사람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을 파악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소개해놓고 있다.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어떻게 대하면 좋은지 알려주는데 이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주위에서 언제든 한 번쯤 만나봤을 법한 사람들을 등장시킨 다음 그들이 실제로 대화하는 상황을 그려내고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사소하게 지나치기 쉬운 말투나 행동을 통해 상대방의 심리를 하나씩 알아가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그동안의 대인관계에서 어렵고 고민스러웠던 부분이 무엇 때문인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알고보니 저자는 텔레비전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의 성격과 심리분석을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걸로 유명한 정신과의사였다. 벌써 몇 년째 텔레비전을 보질 않으니 저자가 출연한 부분을 한번도 보질 못했는데, 방송에선 어떻게 진행됐을지 기회가 되면 보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궁금한 것. 책에 수록된 14가지의 유형 중에서 나는 어디에 해당할까 하는 거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나’. 같을까?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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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고전들 - 플라톤 <향연>에서 보에티우스 <철학의 위안>까지 언젠가 당신이 읽었다고 생각하는
서정욱 지음 / 함께읽는책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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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제일 골치 아팠던 과목이 국민윤리였다. 사상이나 철학 파트가 왜 그리도 어려운지, 엉킨 실타래를 완전히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손을 놓는 순간 다시 엉켜버리는 것처럼 몇 번을 반복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속이 어찌나 후련하던지, 이제 다시는 철학의 ‘ㅊ’도 안봐야지 했다. 근데,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신입생 때 가입한 동아리에서 맞닥뜨리고 말았다. 선배들이 신입부원 모두에게 읽으라고 한 책이 바로 <소크라테스의 변명>이었다. 꼭 읽으라니 억지로 읽긴 하지만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듯, 말장난처럼 보이는 글이 도통 무슨 의민지 알 수 없어서 고역이었는데 20년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 스스로 철학을 찾게 될 줄이야...




<철학의 고전들>을 앞에 두고서 한참 씨름을 했다. 이번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적어도 중간에 포기하고 덮어버리진 말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펼쳐든 책의 머리말에서 ‘사랑하는 @@, ##에게’라는 글귀를 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자가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철학이 어떤 학문인지, 무엇을 연구하는지 이해하기 쉽도록, 그것도 대화체로 풀어서 정리해놓은 글을 내가 읽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무슨 이유에선지 안심이 됐다.




책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으로 시작된다. 칠순의 소크라테스가 재판장에 섰다. 그의 죄목은 아테네의 젊은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나라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 500명의 재판관들 앞에서 그는 자신의 변호인이 되어 변론을 해야 한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세 시간 정도.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예전에 읽어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소크라테스의 모습은 실로 놀라웠다.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 앞에서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다니. 소크라테스를 일컬어 위대한 철학자, 인류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후 책은 사랑과 아름다움에 관해 철학적으로 모색한 플라톤의 <향연>을 비롯해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아리스토파네스의 <뤼시스트라테>, 보에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이 수록되어 있는데 원전과 다른 구성방식을 취하면서도 핵심내용을 거스르지 않게 잘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포클래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안티고네>였다.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신탁을 듣고 그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길을 떠났지만 끝내 자신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었던 오이디푸스왕, 오이디푸스왕과 이오카스테의 둘째 딸인 이스메네의 이야기를 통해 듣는 그들 남매에게 벌어진 사건은 실로 잔혹했다. 고대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비극의 전형적인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안티고네>와 <오이디푸스 왕>을 통해 우리 삶에 있어서 ‘운명’과 ‘비극’이 무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대목이 눈에 띄었다. 228쪽에서 오이디푸스왕과 이오카스테의 아들인 에테오클레스 왕과 그의 형 폴리네이케스가 벌인 전투에서 두 형제가 모두 사망하자 에테오클레스는 호화롭고 거룩한 국장을 치렀지만 형인 폴리네이케스는 추방자의 신분으로 조국을 위협해 그의 시신은 땅에 묻히지도 못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239쪽에 이런 대목이 있다. ‘큰 오빠의 시신은 테베에서 성대하게 장례를 치렀어. 하지만 작은 오빠의 시신은 들판에서 새와 들짐승의 먹이가 되고 있어’. 번역서가 아니니 번역상 실수는 아닐테고 편집과정의 오류인걸까? 아니면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걸까?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안티고네>와 <오이디푸스 왕>은 꼭 읽어봐야겠다.




철학과 담을 쌓고 있던 내게 철학의 고전들을 찾아 읽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다니...그 자체만으로도 <철학의 고전들>. 정말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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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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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 대해 관심이 있었기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누군지 어떤 이론을 펼쳤는지 알고 있긴 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다. 프로이트의 이론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게 아니어서 몇 번 시도했다가도 번번이 중도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프로이트의 의자>다. 또다시 포기하는 건 아닐까 고민했지만 저자가 국내 최초의 ‘국제정신분석가’라는 띠지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딱딱하고 어려운 프로이트의 이론을 왠지 쉽고 부담없이 알려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의사입니다.’라며 말문을 연 저자는 ‘마음은 빙산과 같다. 커다란 얼음덩어리의 일부만이 물 위로 노출된 채 떠다닌다’는 프로이트의 이론을 설명하면서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엉킨 응어리를 풀었을 때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며 자신의 마음에 대해 조금씩 알아볼 것을 권한다. 1장에서는 먼저 숨겨진 자신의 마음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욕망에 의해 지배를 받는지에 대해 알려주면서 우리의 감정이나 마음을 좀 더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명해준다. 2장은 무의식에 존재하는 상처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의 마음속의 말썽꾸러기인 불안이나 공포, 우울, 분노, 좌절, 질투 같은 것들이 100%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라면서 중요한 건 그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잘 다스려야 하는지에 달려있다고 갖강조한다. 3장에서는 빙산에서 물 위로 노출되지 않는 아랫부분, 무의식에 대해 다룬다. 수줍음이나 애착, 고독, 집착, 오해, 사랑, 복수 등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행동과 반응,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마지막 4장은 드디어 무의식에 존재하는 상처를 치유하는 다섯가지 방법에 대해 짚어준다. 그 중에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고 결코 용서받으려 애쓰지 말라는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이야, 소파 진짜 편하겠다. 우리 집에도 저런 소파 있음 얼마나 좋을까.”




처음 <프로이트의 의자>를 보자마자 저절로 터져 나온 말이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고 한 소리였다. 표지에 나온 소파는 ‘카우치’라고 불리는데 단순한 의자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 의자에 앉거나 누워서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히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상담자의 대중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으며 분석자는 그의 무의식속에 존재하는 상처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상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무의식에 지배하는 상처와 여러 가지 감정들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솔직히 이런 모습이나 과정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것 역시 나의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게 됐다. 내 마음 속에 존재하는 상처들을 더 이상 억누르지 말자고 처음엔 힘들겠지만 조금씩 다독이면서 풀어주고 화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프로이트의 의자인 ‘카우치’가 없으면 또 어떠랴. 나와 같은 마음공부 초보자들을 위해 저자는 친절하게 안내서를 소개해주고 있으니 우선 거기서부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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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 -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
조병국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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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검색을 했다. ‘조병국’ 이름 석자를 다 치기도 전에 이름이 완성된다. 역시 유명한 분이시구나. 난 왜 여태 이런 분을 몰랐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검색한 ‘조병국’ 중에서 제일 먼저 부각된 인물은 프로축구 선수 조병국이었고 내가 찾던 조병국님은 그 다음에 단 넉 줄의 경력과 직함뿐. ‘홀트아동복지회 홀트부속의원 원장, 1958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전공의, 서울특별시 시립어린이병원 근무, 홀트아동복지회 홀트부속의원 근무.’ 이게 전부일까. 다시 여기저기 뒤져보고 나서야 한 블로그에서 조병국님을 뵐 수 있었다.




‘50년간 입양아들을 돌봐온’, ‘입양아의 대모’, ‘몸이 부서질때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하셨던 분. 정년퇴임을 하시고도 15년간이나 더 아이들 곁을 지키시다 극심한 어깨통증으로 의사가운을 벗으셨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국제 거지’라는 그 분의 별명이었다. 아이들의 수술과 치료에 필요한 의료 기부를 전 세계 각국에서 받아내시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 분의 생애와 삶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할머니 의사 청진기를 놓다>에는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장이었던 조병국님이 입양아들을 돌보며 살아온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예쁜 외모로 병원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던 영희가 어느 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지만 곶감 달인 물을 먹고 살아났다는 것을 비롯해서 장애인이지만 누구보다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져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현군이, 뇌성마비였지만 해외입양 되어 갔다가 의사가 되어 돌아온 영수와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입양해간 부모에 의해 보조기구를 착용하고서 밝게 성장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들...그야말로 기적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다.




먹고 살기도 힘들 만큼 가난해서, 혹은 장애를 안고 태어나서 친부모에게 버림 받은 아이들, 저자와 위탁모의 손을 거쳐 해외로 입양되어 간 아이들을 양부모는 사랑과 정성으로 길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입양아들은 다시 저자를 찾아와 자신이 받은 사랑을 또다른 사랑으로 이어나가는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물보다 진한 게 ‘피’라고 하지만 그들의 모습에선 ‘피’보다 진한 무언가가 있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닥친 시련과 위험한 고비를 넘겼음에도 소중한 생명을 끝내 이어나가지 못하는 아이들, 친부모에게 버림받은 것만으로도 슬픈데 짧디 짧은 생을 접는 최후의 순간에도 제대로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처치곤란한 짐짝과 다를바없이 대접받은 아이들의 모습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을만큼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그들의 가녀린 생명을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건 최신의 의학설비나 장비로 무장한 의료진이 아닌 자신을 따스하게 감싸줄 ‘온기’가 아니었을까.




한때 ‘아동수출국 1위’라는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저자는 버림받은 아이들의 가슴을 데워주고 사랑을 전해줄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결코 놓지 않았다. 자신이 쥐고 있는 가느다란 줄이 곧 그 아이들의 생명과 미래로 이어져있음을 알기에. 50년. 그 긴 세월동안 입양아들과 함께 울고 웃던 저자는 이제야 청진기를 내려놓았다. 매순간이 곧 기적이던 저자의 삶을 책으로나마 만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다. 나에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언제나 감사의 마음을 지녀야한다는 걸 깨닫게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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