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미스터리 -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
이희진 지음 / 가람기획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뉴스나 신문보기가 겁이 납니다. 제가 정치나 시대의 흐름에 대해 문외한이라 잘은 모르지만 대북정세가 예전과 많이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몇몇 나라의 정세와 분위기에서 왠지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하고 살벌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큰아이는 이러다 전쟁 터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전쟁이 어디 그렇게 말처럼 쉽게 일어나는 건가요? 그건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는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느끼고 알게 된 것은 전쟁만큼 참혹하고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건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드는 것. ‘625전쟁은 왜 일어났나?’하는 겁니다.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북한이 선전포고도 않고 38선을 넘어 공격을 감행했다.’는 식의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틀에 박힌 설명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이야기, 그 내막을 알고 싶어지더군요.




그래서 선택한 책이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으로 출간된 <625 미스터리>입니다. 이 책은 ‘한국전쟁, 풀리지 않는 5대 의혹’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크게 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각의 장마다 한국전쟁에 관한 의혹들, ‘분단 배경의 미스터리’ ‘의문의 38선’ ‘전쟁 개시와 의혹’ ‘역전. 재역전의 미스터리’ ‘비극적 유산의 이면’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625전쟁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책은 첫 대목부터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나라가 분단하게 된 데에는 소련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 웬걸? 소련의 참전이 다름아닌 미국의 요구에 의해서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게다가 625전쟁의 전세를 뒤집는 계기가 됐던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맥아더 장군이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위대한 맥아더장군’이 아니라는 겁니다. 맥아더는 정의로 똘똘 뭉친 사람이 아니라 정계에 진출하려는 뜻을 품은 야심가였기에 자신을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으려했다는 거지요. 우리나라를 남과 북으로 분단하는 38선의 배경도 마찬가집니다. 그저 미국과 소련이 서로 협의하에 이뤄졌다는 기존 지식과는 달리 책에서는 놀라운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미국이 당시 우리나라의 정세에 대해 어두웠을 뿐만 아니라 먼저 분할점령을 선택했다고. 즉, 사전에 모종의 밀약이 있었다는 겁니다. 특히 마지막장에서 다루고 있는 민간인 대량학살은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끔찍합니다. 거기다 미국이 세균전을 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저자는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겨울의 초입,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았습니다. 625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의 역할을 맡으면서 대통령 관저로 이용되던 곳인데요. 당시의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과 함께 한국전쟁 당시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전시물, 피난생활의 애환을 담은 기록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층 목조건물로 된 전시관을 둘러보고 영상관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담은 짤막한 상영물을 봤는데요. 전쟁의 참상을, 아픔을 온 몸으로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습니다.




얼마전 한국전쟁을 다룬 책으로 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전쟁을 직접 증언해줄 분들이 앞으로 10년 정도면 세상을 떠날 것이다. 학계의 분발이 필요하다”고. 사실 책을 읽었음에도 전 아직 모르겠습니다. 무엇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는지, 그것이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지. 그저 더 이상은 이런 아픔, 이런 고통을 불러오는 참혹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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