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피상적으로 생존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본다.

생계를 위해서 벼랑 끝까지 몰린 사람들을 보면서

아무런 느낌 없이 그저 '사회적 현상'의 하나로 치부했던...

 

어쩌면 그 사람들을 보면 불편함부터 느낄지 모르겠다.

대한문 앞에서 영전을 가져다 놓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쌍용자동차의 구조조정으로 숨져간 노동자들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누군가에겐 연대해야할 동료이고

누군가에겐 척결해야 할 빨갱이이고

누군가에겐 미래의 자식이 걸어가지 말아야 할 비천한 노동자이고

또...누군가에겐 아버지이고 형이고 동생이고.....

 

저멀리 밀양에서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할매/할배들이 있다.

매일같이 경찰의 아니 국가의 폭력에 맨몸으로 부딪쳐야 하는

사람들...

평생을 가꿔온 자신의 땅을 어느날 국가로 부터 차압당하고

쫒겨나가야 할 신세로 변한 사람들...

평생 남에게 해코지 한 번 못해본 순박한 사람들이

경찰을 향해서 상스러운 욕을 하고 날선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로 변해 버렸다.

 

누군가에겐 가엾은 희생자이고

누군가에겐 늙어서 보상이나 바라는 돈에 미친 사람들이고

누군가에겐 필요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기주의자들이고...

누군가에겐 삶이 벼랑끝까지 몰린 피해자들일 것이다.

 

국가 경제와 개발과 발전을 이야기 하면서 그 과정에서

파열음 처럼 터져나오는 사람들의 절규는 듣지 않는다.

아니...

들으려고 해도 들리지 않는다.

이 땅에서 언론은 힘이 있는 자들... 자본가들, 국가 권력자들의

목소리만 내보내고

힘이 없는 자들... 자신의 삶의 근거지를 생존의 조건을 박탈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거나 그저 사회적 갈등의 한 조각으로

나타나기에...

 

그래서 생존자의 목소리는 소중하다.

그렇게 파편적으로 나타나는 ... 자살이나 큰 사고가 나야 잠시

수면으로 떠올랐다 다시 가라 앉는 그들은...

우리와 다름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이다.

 

이 땅이 겪은 역사의 부침에 따라 함께 생존하고 살아왔던

우리와 똑 같은 '사람'임을...

그럼에도 그들의 고통과 절망과 희망과 요구를 접하지 못한

우리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는 아득하고 멀기만 하다.

 

쌍용해고자의 육성이 담긴 '그의 슬픔과 기쁨'

밀양 할배/할매의 육성이 담긴 '밀양에 살다'

이 두권이 책이 소중한 이유는 생존자들의 육성이 생생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오늘 '서울인권영화제'가 폐막을 했다.

빗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고, 고민하고...

사람들에게 시대의 부조리함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인권활동가들, 영화제 스텝들, 후원자들에게 감사드린다.

 

어제도 30여명이 연행되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과 항의는 도로교통법이라는

법규 위반으로 처벌당하고 끌려가는 이 땅에서 선거라는 정치적 쇼만

마무리되면 마치 아무일 없다는 듯 민주주의를 외치는 이 땅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는 바로 경계에서 싸우는 사람들과의 연대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느낀다....

 

오랜만에 오는 비...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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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5-2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브이에 한줄 나지도 않는 노동자들의 끊없는 자살소식에 마음이 쿵하고 내려앉습니다. 올해도 또 영화제를 잘 치뤄내셨군요... 아주 작은 자존을 지키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라니... 아니지... 목숨도..

머큐리 2014-05-27 14:28   좋아요 0 | URL
안전을 외치는 모 서울시장 후보께서 자신의 사업장에서 산업재해로 죽어간 노동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알고는 있는지... 이런 사람이 여권의 유력후보라는게 .... 요즘엔 정말 ...
 
한국 탈핵 -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2014 올해의 환경책 / 『한겨레』가 뽑은 '2013 올해의 책' / 『시사IN』선정 '2013 올해의 책'
김익중 지음 / 한티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제 더위가 시작되면 냉방기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고, 전기 수급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면서 절전홍보와 더불어 부족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핵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경고가 시작될 것이다.

 

싸고 청정하고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의 신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이 땅에서는 여전히 그 위세가 등등하다. 원자력 발전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느냐는 대안부재론도 판을 칠 것이고... 바로 옆의 나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을 수출하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은 국민에게 많은 자부심을 줄 것이다.

 

오죽하면 세월호 참사에도 꿈적하지 않던 대통령이 외국에 수출한 원전을 위해 훌쩍 떠나갔을까?

 

이 책의 미덕은 원자력 발전소... 아니 핵발전소의 위험과 신화를 모조리 해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핵마피아들의 선전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핵발전소의 건립과 사용은 현재의 위험은 물론이고 미래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임을 밝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핵에너지는 싸고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값싼 전력은 핵발전소 사용 후 처리되는 비용을 모조리 제거하는 통계의 허구에서 시작한다. 핵발전소 가동 후 배출되는 핵폐기물은 그 자체로 방사능 덩어리고 자연환경을 교란하는 위험물질이다. 더구나 핵연료봉 등 고준위 방사선 물질은 방사능 반감기가 10만년이 걸리는 반 영구적인 위험물질이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이러한 방사능 물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결국 현재 펑펑 쓰는 전기는 향후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핵폐기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10만년이란 시간 동안 핵폐기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폐기장소를 건설하기 위해 언어학자들까지 동원해야 할까? 10만년이면 인류의 언어가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폐기물 장소를 어떻게 표기해야 미래 세대의 인류가 이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인 셈이다. 신화를 참고하면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금단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온갖 재앙이 다 튀어나온 후 마지막으로 희망이 나왔다지만 핵폐기물에서 나올 것은 방사능 밖에 없으니 .....

 

더구나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크게 암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알려진 위험 말고도 인체에 작용하는 유해성은 조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파악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위험이 예상되고 있지만 그 사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음 재난은 핵발전소가 될 것이라는 괴담아닌 괴담이 나돌고 있다. 이게 괴담이 아닌 것이 지금까지 커다란 핵발전소 사고는 대부분 핵발전소가 많이 건설되고 30년 이상 운영된 낡은 발전소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나라는 고리 원자력 1호가 30년이 넘었고, 좁은 영토에 비해 23개의 핵발전소가 운영되는 나라라면 통계적으로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납품비리에서 부터 자잘한 사고가 빈발하는 핵발전소가 지금까지 큰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더구나 핵발전소는 대도시 주변에 건설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싫기 때문일터, 주로 한적한 어촌 등에 경제개발을 미끼고 건설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영토를 가로지르며 대도시로 송전된다. 그 송전을 위한 송전탑이 곳곳에 세워지면서 토박이 주민들을 희생시키는데 밀양에서 싸우는 송전탑 반대 투쟁의 시발점은 핵발전소에 있다.

 

싼 듯 보이나 추가 비용은 얼마나 더 들지 알수 없고, 청정한 듯 하나 치명적인 방사능을 10만년이나 배출하고 안전하다고 하나 조그만 사고라도 발생하면 좁은 영토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핵발전소를 우리는 언제까지 허용하고 살아야 하나? 심지어 30년이 넘은 발전소의 운영을 10년이나 연장하면서도 안전검사도 부실한 이 땅에서 핵발전소는 핵폭탄보다 위험하다. 우리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 핵발전소를 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전엔 '반전반핵가'라도 불렀는데, 이제는 핵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 시 되어 있다. 북의 핵개발이나 남의 핵발전소나 모두 이 땅에서 추방해야 한다. 세계는 탈핵의 방향으로 이미 돌아서고 있다.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들어 보이지만 결국에는 핵에너지보다 깨끗하고 싸게 사용할 수 있는 태양과 바람과 조력을 이용한 에너지를 개발해 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그 길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는 나라들이 있다.

 

물론, 이 책이 모든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이책은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잠시의 풍요를 위한 핵발전소를 용인하여 미래의 세대에게 파멸을 안겨 줄 것인지... 지금이라도 핵발전소를 포기하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깨끗한 자연을 물려줄 것인지를 ...

보통의 감수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이 질문에 답은 뻔하다... 이젠 늦출 수 없다... 탈핵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핵발전소에 대한 미신을 치우고 탈핵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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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주년 5.18이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며 침묵행진을 하는 시민들을 연행하면서 저물었다.

 

죽어가는 이건희가 회생한다는 보도가 뜨던 오늘...

삼성에 항의하며 자결한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시신이 경찰에 의해 탈취되었다. 장례 절차를 지회에 위임하겠다는 유서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을 설득하여 가족장을 치루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그렇게 경찰은 삼성의 에스원임을 자처했다.

 

국가의 폭력에 의해 시민들이 학살당한 날에

또 다시 국가는 무고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정권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 하고 있다.

세월이 그만큼 흘렀음에도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은 변하지 않았다.

 

박통은 내일 세월호에 대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원전을 수출한 UAE로 떠난다.

시끄러운 나라를 뒤로 하고 편하게 쉬고 오겠다는건지...

핵발전소 수출이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생각하면 할 수록...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고

저항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 다시 오는 듯하다.

5.18을 잊지말라는 정권의 배려로 알겠다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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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9 0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5-19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이야 어린 시절이라 얘기 하겠지만.... 그때는 무서울게 없는 청춘이었다. 호기심이 왕성했고 드디어 어른의 세계로 진입했다고 믿었던 대학 새내기 때였다.

한참 사랑에 들뜬 시절이었고 학력고사가 끝나고 무언가를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군사독재와 분단, 조국과 통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현실과 이념보다 옆에 있어야 할 이성이 없어 친구들과 방구석에 쳐박혀 지금은 고전이 되어버린 들국화의 1집 앨범을 듣고 또 듣고.... 카세트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던 시절이었다.

 

그 나이 그 시절 입학식이 한창이던 때... 나는 풋사랑에 빠졌고 그녀를 어떻게든 곁에 두고자 전전긍긍하던 때...그녀를 따라 그녀가 다니는 대학교의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었다. 지금은 명칭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서울 예술전문대'라고 알고 있었고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조그만 학교지만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연애인을 배출한 학교답게 주체하지 못할 끼와 재능이 넘치는 또래들이 있었다.

 

신입생 환영회는 재능있는 신입생과 선배들이 공연으로 이루어졌는데...그때 나는 '그'를 보았다.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지만 그가 부르는 노래는 나를 한순간 얼어붙게 만들었고 세포 하나 하나가 전률로 까무러치도록 만든 라이브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신입생이었고 나름 유명했었는지, 소개할 때부터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던 그 사람.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지만, 그가 부른 노래의 선률과 그 감동은 아직도 나의 뇌리와 피부에 새겨져 있다.  

 

신입생 환영회가 끝나고 여자친구 마저 잊어버린 채 그가 부른 그 노래를 다시 듣고자 했지만 그 노래의 제목도 원곡을 부른 가수로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젊었던 시절을 어린시절이라 부르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 노래를 알 수 있었다.

 

Chris De Burgh 의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

 

이 노래를 라이브로 들려주었던 그 친구는 지금 가수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가수의 꿈을 꾸다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긴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으니 가수가 되었다고 해도 난 알 수 없을게다. 그럼에도 그때 그가 노래를 하던 그 시간만큼은 난 정말 황홀하고 행복했다. 밤이 깊어지니 노래를 들으니 갑자기 그 시절이 떠올랐을 뿐인데... 뭔가 많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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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6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겨레신문 책소개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13492.html

 

<광신>
알베르토 토스카노 지음, 문강형준 옮김, 후마니타스

 

알베르토 토스카노의 <광신>을 관통하는 열쇠어는 ‘복수(複數)의 계몽주의’다. 지은이가 이의 제기하는 일차원적 계몽주의(소박한 계몽주의, 표준화된 계몽주의) 이해는 계몽주의를 이성이나 합리주의라는 일관된 도식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계몽주의는 처음부터 하나가 아닌 이중(doubling)의 기원을 가지고 있다. 계몽주의는 단수가 아닌 ‘계몽주의들’이라고 해야 할 만큼 내적으로 분열되어 있었다. 이성과 합리주의에 대한 숭앙을 ‘계몽주의1’이라고 한다면, 비타협적이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평등과 해방을 실현하려는 사회 변혁 열정을 ‘계몽주의2’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은 계몽주의 1과 2가 합세한 결과물이었으나, 프랑스 혁명 이후의 서양 정치나 정치철학은 항상 ‘계몽주의1’이 ‘계몽주의2’를 악마화하고 배격했다. ‘계몽주의1’을 물신처럼 떠받드는 자유주의 이론가들은 프랑스 혁명의 전리품인 대의 민주주의를 보검인 양 휘두르며, 합의와 숙의라는 매개(의회)를 거치지 않은 날것의 ‘정치적인 것’은 모조리 정치 바깥에서 벌어지는 광신으로 매도한다.

 

용산과 강정을 거쳐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투쟁을 비난하는 위선적이고 기회적인 자유주의자들은 ‘계몽주의1’이라는 반(反)광신의 방패 뒤에 숨어 ‘계몽주의2’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인다. 하지만 대의 민주주의 어디에도 강정과 밀양의 광신자(?)들이 앉을 ‘협상 테이블’은 없다.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돼!’라고 외치는 사람들은 ‘가스통 우익’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대의 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모든 것이 됨으로써, 대한민국에서는 일찌감치 ‘자유민주주의=전체주의’라는 대립물의 일치가 완수되었다. 이 기묘한 ‘이중’과 역설은 그것과 정반대인 ‘전체주의=자유민주주의’라는 위험한 등식마저 사유하게 만든다. 즉 전체주의 속에도 분명 평등이나 해방과 같은 자유민주주의적인 계기가 있다는 것. 박정희의 ‘유신정권’이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이 그 나라 국민의 열띤 지지를 받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광신>은 소박한 계몽주의가 봉쇄해 놓은 새로운 전체주의의 출구로 광신을 호출한다. 광신은 ‘나는 이 정권이 싫어!’라면서 고속도로 중앙선을 역주행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정치적 광신은 반드시 ‘당파적 열정’으로 결집된다. 이 책에 충실한 해제를 쓴 번역자가 이 점을 부각시키지 않은 것은, 그가 문화비평가라는 초월적인 자리에 있기 때문일까? 우리나라 지식인은 ‘당파’라면 무조건 질색팔색을 해야 진짜 지식인이라고 믿고 있지만, 프랑스 혁명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당파적 지식인’은 ‘계몽주의1’이 아닌 ‘계몽주의2’의 적자다.

 

지은이가 말하는 ‘당파적 기질’ 또는 ‘격정적 당파성’이 곧바로 당으로 수렴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모든 광신자는 당으로 모이며, 모든 당이 광신자의 결집체라는 것은 진실이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하면서 새누리당은 자코뱅보다 더 자코뱅적이고, 볼셰비키보다 더 볼셰비키적이 되었다. 이것은 결코 비난할 게 아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만큼 강력한 대의가 없기도 하지만, 새누리당만한 광신으로 뭉치지도 않았다. 표준적 계몽주의로는 전체주의라는 광신을 이겨낼 수 없다. 그래서 당신들은 새누리당의 ‘빵셔틀’인 거야!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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