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탈핵 -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을 위한 탈핵 교과서, 2014 올해의 환경책 / 『한겨레』가 뽑은 '2013 올해의 책' / 『시사IN』선정 '2013 올해의 책'
김익중 지음 / 한티재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이제 더위가 시작되면 냉방기를 본격적으로 가동할 것이고, 전기 수급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면서 절전홍보와 더불어 부족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핵발전소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경고가 시작될 것이다.

 

싸고 청정하고 안전한 원자력 발전소의 신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이 땅에서는 여전히 그 위세가 등등하다. 원자력 발전 말고 무슨 대안이 있느냐는 대안부재론도 판을 칠 것이고... 바로 옆의 나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원자력 발전을 수출하여 국가 경제에 이바지 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은 국민에게 많은 자부심을 줄 것이다.

 

오죽하면 세월호 참사에도 꿈적하지 않던 대통령이 외국에 수출한 원전을 위해 훌쩍 떠나갔을까?

 

이 책의 미덕은 원자력 발전소... 아니 핵발전소의 위험과 신화를 모조리 해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핵마피아들의 선전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핵발전소의 건립과 사용은 현재의 위험은 물론이고 미래의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임을 밝힌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핵에너지는 싸고 깨끗한 에너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핵발전소의 값싼 전력은 핵발전소 사용 후 처리되는 비용을 모조리 제거하는 통계의 허구에서 시작한다. 핵발전소 가동 후 배출되는 핵폐기물은 그 자체로 방사능 덩어리고 자연환경을 교란하는 위험물질이다. 더구나 핵연료봉 등 고준위 방사선 물질은 방사능 반감기가 10만년이 걸리는 반 영구적인 위험물질이다. 그리고 현재의 인류의 과학기술로는 이러한 방사능 물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결국 현재 펑펑 쓰는 전기는 향후 우리의 미래 세대에게 핵폐기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10만년이란 시간 동안 핵폐기물이 보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폐기장소를 건설하기 위해 언어학자들까지 동원해야 할까? 10만년이면 인류의 언어가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폐기물 장소를 어떻게 표기해야 미래 세대의 인류가 이 위험한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리지 않도록 할 수 있을지가 고민인 셈이다. 신화를 참고하면 판도라는 열지 말라는 금단의 상자를 열고 말았다. 온갖 재앙이 다 튀어나온 후 마지막으로 희망이 나왔다지만 핵폐기물에서 나올 것은 방사능 밖에 없으니 .....

 

더구나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도 없다. 크게 암이나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알려진 위험 말고도 인체에 작용하는 유해성은 조사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파악하지 못하는 어마어마한 위험이 예상되고 있지만 그 사실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다음 재난은 핵발전소가 될 것이라는 괴담아닌 괴담이 나돌고 있다. 이게 괴담이 아닌 것이 지금까지 커다란 핵발전소 사고는 대부분 핵발전소가 많이 건설되고 30년 이상 운영된 낡은 발전소들이 문제가 되었다는 사실에 있다. 우리나라는 고리 원자력 1호가 30년이 넘었고, 좁은 영토에 비해 23개의 핵발전소가 운영되는 나라라면 통계적으로 위험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납품비리에서 부터 자잘한 사고가 빈발하는 핵발전소가 지금까지 큰 사고가 터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더구나 핵발전소는 대도시 주변에 건설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싫기 때문일터, 주로 한적한 어촌 등에 경제개발을 미끼고 건설하고,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영토를 가로지르며 대도시로 송전된다. 그 송전을 위한 송전탑이 곳곳에 세워지면서 토박이 주민들을 희생시키는데 밀양에서 싸우는 송전탑 반대 투쟁의 시발점은 핵발전소에 있다.

 

싼 듯 보이나 추가 비용은 얼마나 더 들지 알수 없고, 청정한 듯 하나 치명적인 방사능을 10만년이나 배출하고 안전하다고 하나 조그만 사고라도 발생하면 좁은 영토를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핵발전소를 우리는 언제까지 허용하고 살아야 하나? 심지어 30년이 넘은 발전소의 운영을 10년이나 연장하면서도 안전검사도 부실한 이 땅에서 핵발전소는 핵폭탄보다 위험하다. 우리는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 핵발전소를 안고 살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전엔 '반전반핵가'라도 불렀는데, 이제는 핵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 시 되어 있다. 북의 핵개발이나 남의 핵발전소나 모두 이 땅에서 추방해야 한다. 세계는 탈핵의 방향으로 이미 돌아서고 있다. 지금은 비용이 많이 들어 보이지만 결국에는 핵에너지보다 깨끗하고 싸게 사용할 수 있는 태양과 바람과 조력을 이용한 에너지를 개발해 내야 한다. 그리고 이미 그 길에서 많은 성공을 거두는 나라들이 있다.

 

물론, 이 책이 모든 해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이책은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잠시의 풍요를 위한 핵발전소를 용인하여 미래의 세대에게 파멸을 안겨 줄 것인지... 지금이라도 핵발전소를 포기하기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깨끗한 자연을 물려줄 것인지를 ...

보통의 감수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이 질문에 답은 뻔하다... 이젠 늦출 수 없다... 탈핵이라는 세계적인 추세를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한다. 그리고 핵발전소에 대한 미신을 치우고 탈핵을 위한 싸움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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