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 책세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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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끝에서 철학하기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이지만 모든 내용은 철학적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 철학적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사용한 원재료는 SF의 걸작(?)들이다. 물론 이건 순수하게 SF 쟝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런 류의 영화는 철학은 커녕 자본주의적 상업주의에 물들어 뭐 볼 것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테니까.....


그렇다고 이 책이 한 없이 가볍지는 않다. 문체는 가볍지만 그 안에 철학적 개념들은 그리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사실 철학책치고 이렇게 유쾌하게 저술한 책은 오랫만이다. 논문식의 딱딱한 책만 읽다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만난다는 것은 얼마나 행운인건지.. 그것도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나는 동일한 사람인걸까? 고작 하루의 차이를 두고 나는 1년의 간극을 느끼고 있다. (어쩌면 밤사이 담배값이 배로 뛰고 담배를 피울 장소들이 마법처럼 사라져 버려서 더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다) 이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는 동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까? 만일 동일성을 유지한다면 그건 어떠한 이유일까? 이러한 의문을 영화 '토탈리콜'을 통해 풀어간다고 하다면 흥미진진하지 않겠는가? 토탈리콜의 완성도와 별개로 그 속에서 나오는 철학적 논점들을 해명해 간다는 설정 자체가 그대로 흥미롭다. 


재치있는 글담도 이 책의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를 테면 아널드 슈워제네거에 대한 다믕과 같은 소개는 어떤가?


"오스트리아에는 스키를 제외하곤 좋은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오스트리아는 위대한, 아니 적어도 썩 괜찮은 20세기 철학자 상당수를 배출했다. 몇 사람만 거명한다면,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카를 포퍼, 지크문트 프로이트, 오토 바이닝거, 카를 크라우스, 프리드리히 바이스만이 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창공의 가장 빛나는 큰 별은 '오스트리아의 떡갈나무'라는 애칭을 지닌 의심할 여지없는 할리우드 철학계의 거물 아널드 슈워제네거다. 농담이 아니다! 사실 나는 그가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를 이 책에서 다룰 수 있었을 정도다."


이 정도의 유머를 장착하고 있다면, 아무리 어려운 철학이라도 유쾌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은 전문인을 위한 철학서일 수 없다. 철학이라는 창공의 학문이 사실 얼마나 우리와 가까이 있는지를 알려주는 철학의 입문서일 뿐이다. 


왜 SF장르일까? 그건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타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세상의 존재들. 이 존재들은 우리와는 완전하게 다른 존재 즉 타자이다. 타자들을 만난다는 건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고 이 점을 착안하여 이 책은 멋진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나온 모든 영화들이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들이라는 것도 그리고 그 영화들에 대한 저자의 찬사와 비아냥도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뭐... 그렇다는 거다. 책의 내용은 정리하지 않고 주절주절 무슨 말을 하는건지....


마지막 다루는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 다. 많은 매니아를 두고 있는 영화... 이 영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철학적 논의들을 다루고 있다. 죽음이라... 철학적 논의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앞둔 리플리컨트 마지막 독백으로 그냥 이 잡문을 마무리 해야 겠다. 


"난 너희 인간들은 믿지도 못할 것들을 봤어. 오리온 성운 근방에서 불붙은 전투함들 속으로 뛰어든 적도 있고, 탠하우저 게이트 근처에서 바다 광선들이 춤추는 것도 봤지. 이제 그 모든 순간은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말이야. 이제 죽을 시간이군."


이제 글을 끝 맺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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