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하는 일상 - 삶과 앎과 함을 위한 철학 에세이
이경신 지음 / 이매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말랑말랑 하면서도 쉽지 않은 글들이다.  

철학함이란 일반인들에게 점을 보는 행위와 비슷하고, 전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겐 뭔가 딱딱하면서 현학적인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존재하는 듯하다. 나 자신도 그런 편견에 절대 자유롭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철학과 굴뚝청소부'와 같은 입문서를 봐서 그렇고 '철학에세이'를 봐도 그랬다. 아무리 쉬운 입문서도 철학이 내재하고 있는 딱딱함을 피하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렇지 않아서 우선 좋았다. 

그건 이 책의 저자와 관련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아니 우선 이 책의 저자가 여성인 점에 더욱더 관련성이 깊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 남성적 가치관과는 다른 여성적 섬세함과 풍부함이 일상의 생활에서 건져올리는 사고는 그리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철학을 공부한다면서 일상에서 벗어나 뜬구름 잡는 현학적인 이야기들이나 개념을 풀어놓는 것보다는 훨신 철학함에 더 다가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의 삶에서 부딪치고 느껴지는 여러가지 일 속에서 다른 시각으로 사고하고 좋은 생활을 하기위해 더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철학함이 아닐까? 철학이란 그런 풍요로운 사고를 기르는 힘이 되고 더 좋은 생활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엔진이 된다. 거기에는 진리와 정의 같은 추상적인 단어보다 채식과 걷기, 독서와 가난에서 건져올리는 싱싱한 생각들이 넘쳐난다. 공허하지 않으면서 실용적이고 작은 것을 이야기 하면서 커다란 경이와 기쁨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반복되는 일상의 조그만 차이가 그토록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이감까지 느끼게 된다. 그것은 저자의 생활과 삶이 투명하게 반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난 철학이 무엇인지 대답하지 못한다. 철학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자신있게 답할 수도 없다. 그러나 좋은 삶을 위해 철학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게 깨닫게 된다. 그 좋은 삶을 건지기 위해 생각하고 사고하는 힘이 당장의 현실을 변화시키지 못하더라도 변화시키기 위한 실천의 조그만 실마리가 됨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스스로 철학함에 대한 일정한 길을 보여주었고 그 길이 새롭고 흥미진진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하게 사색이나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생활과 삶 속에서 나오게 됨을 알게 되었다.  

이제 미망속에서 헤매고 있는 나의 사고를 접어야 겠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탐색해봐야 할 듯하다. 그 길은 나의 생활과 유리되어 있지 않고 일상을 반성하고 느끼는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듯하다. 더불어 자연과 사회, 인간과 동물, 세계와 개인간의 유기적 연관관계에 대한 더욱 깊은 통찰과 사색이 필요할 듯 하다. 여전히 나는 경직되고 부족하지만 이 책이 던진 과제를 진행하다보면 좀더 부드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그래서 이 조그만 책이 참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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