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동료들과 설악산에 갔다.
명분은 워크숍이고 실재는 MT다. 그냥 회사일은 몽땅 지워버리고 마시고 싶을 만큼 술 마시고
먹고 싶을 만큼 고기 구워 먹고 나서 일박.
다음날 술이 덜 깬 얼굴로 해장국 끓여 먹고 설악산 국립공원으로 직행.
오전에 산에 올라갔다가 점심전에 내려와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산은 두 다리로 타기 보다는 그냥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최근에 자연환경 파괴 문제로 시끄러운 케이블카를 타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빠르게
봉우리까지 이동시켜 주더라....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관광객 반 내국인 반....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대부분 중국이나 태국 또는 인도네시아 사람들 같은데.... 중국어 말고는 어느 나라 말인지 잘 확인이 되질 않는다.
하기사 관광객이니 케이블카를 이용하지 국내에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선호하진 않을 것이다. 우리처럼 날치기로 산의 기운을 느껴보겠다는 사람들 외에 무슨 정취로 케이블카를 이용할까.... 하지만 덕분에 봉우리 꼭대기의 정취는 맘껏 느끼고 내려왔다.
그래도 산에 와서 케이블카로 땜빵한게 넘 아까워서 비룡폭포까지 도보로 걸었다.
햇살은 뜨거웠고 가뭄에 말라버린 계곡은 겨우 가늘게 물줄기를 흘리고 있었다.
다행히 수목이 하늘을 가린 산길은 시원했고 폭포로 가는 깊은 계곡의 물은 산 입구의 물처럼 비참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 산길을 가는 내내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의 음악과 함께 했고 에피톤의 음악이 조용한 산에 의외로 잘 맞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음악을 멈췄을때 에피톤의 음악을 들으면서 놓친 산의소리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듯 무언가를 하나 잡으면 하나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나 보다.
게으른 나는 오랜만에 산으로 갔고 고생도 없이 편하게 왔지만 무언가 하나 쌋겨 나간 느낌은 확실하게 간직하고 왔다. 물론 그 다음날 시체놀이를 원없이 했어야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