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꿈을 잘 꾸지 않던 내가 꿈을 꾼 것도 신기한 일이려니와 하필 꿈 내용이 내 안에 있는 물질적인 욕망을 꿈틀거리게 했으니 민망한 일이다.
꿈 얘기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나는 꿈을 잘 꾸지 않고, 설사 꿈을 꾸더라도 전혀 기억하지 못하니 꿈 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신기할 수 밖에... 물론 과학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꿈을 꾸며 단지 기억하지 못할 뿐이라 하니 내가 전혀 꿈을 안꾸는것은 아닐터.... 무지막지한 망각의 힘이 남들보다 더 작용하는 것 뿐일터다.
그런데... 신기하게 눈을 뜨는 순간 말똥말똥해지면서 방금 전에 꿈에서 헤매던 내용이 그대로 기억나는 것 아닌가?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굉장히 더러운 꿈이었던 것이다.
화장실에서 덩을 누고 있는데...덩이 잘 안나와서 낑낑대다가 드뎌 시원하게 해결하고 나서는 그야말로 심마니가 산삼을 받들듯이 나온 덩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손을 번쩍 드는 순간.... 화들짝 놀라서 깬 것이다. 사실 난 비몽사몽 중에 현실인 줄 알고...손을 내려다 보았다. 텅 빈 손...
사실 어렸을 때...몇살까지라고 말 못하겠지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나오지 않는 소변때문에 낑낑대다 시원하게 내갈기면서 눈을 뜨면 지도를 그리고 있던 경험이 있는지라...깜짝 놀랐던 것 같다. 텅 빈 손은 깨끗하고 꿈은 선명하고.... 잠에서 깬 걸 투덜대다 순간 덩꿈은 돈꿈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싸.... 하늘이 드디어 나에게 선명한 표징을 주셨으니 이제 찌질한 가난을 벗어나 좀 더 걱정없이 인생을 즐기라는 계시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난 로또를 내 지갑에 있는 현찰을 다 털어서 샀다.... (지갑에 현찰이라곤 천원짜리 네장 있더라...)
기다리는 즐거움...이 끝나고 당첨번호가 나오는 날.
난 덩꿈도 개꿈과 동격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야 말았다. 최소한 나한테는 그런 모양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에게도 틀리지 않을 거라 확신하다. 그런데 왜 꿈에 덩을 보면 재물수가 있다고 하는 것일까....
이 얘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다 여러가지 이론을 들었다. 덩을 보기만 해도 재물수가 있다는 설과 보기만 하는 것은 효험이 없고 신체에 접촉이 되어야 한다는 설... 신체접촉도 될 수 있으면 광범위해야 효과가 있다는 설... 등등...종합해보니 나의 경우는 덩을 보고 접촉은 했으되 접촉부위가 현저하게 적은 관계로 결국 개꿈과 동격으로 떨어진 것이다.
아놔... 그럼 덩물에 튀겨지는 꿈을 꾸던가 푸세식 변소에 빠져 허우적 대다가 꼬르륵~ 잠기는 순간 놀라서 깨어나지 않는 이상 별 재미가 없다는 이야긴데...
암튼...새해부터 재물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성실하게 살라는 조상님, 하나님, 부처님의 계시로 알고 성실하게 살기로 했다. 이 지긋한 회사에서 짤리지 않고 버티면서 살아가는 것도 감사하게 여기면서... 마음가짐은 바로 했으나 찌질한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암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머 전혀 관계없는 책이나 이런 책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