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입장에서는 쓴소리일지 모르겠다.
출판계나 유통업계에 대해 아는 바는 없지만 인터넷 서점들이 중고서적을 판매할 때 의외로 윈윈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다른 인터넷 서점은 모르겠지만 알라딘에서 개인이 판매자로 등록하고 불필요한 책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매매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꽤나 우수해 보였다. 더불어 판매자로 등록하기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알라딘에서 일괄 구매해서 중고책으로 판매하는 아이디어도 내심 감탄한바 있다.
그리고.... 난 알라딘 중고서적의 매니아이다... 싼 맛에 의외로 과잉 소비를 하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책만 보면 뭔가 흐믓해 하는 병을 앓고 있는 내 입징에서야....중고서적 판매는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온라인 말고 오프라인을 이용할 때, 새책을 살필때는 나는 주로 광화문과 부천의 교보를 이용하고, 중고책을 보러갈 때는 신촌의 '숨어있는 책'을 이용한다. 둘 다 나름 매력적인 공간이고 새책이건 헌 책이건 서가에 꽂혀있는 책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설 연휴기간에 잠시 짬을 내어 '숨어있는 책'에 들렸었다. 그때 이 땅의 중소상인들이 한 숨처럼 하는 이야기를 그대로 들어야 했다. 소비가 줄어들면 가장 많은 타격을 입는 부분이 문화적 부분이다 보니 출판계도 힘들지만....심지어 헌 책방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숨책'은 오후 2시에 문을 열고 저녁 10시에 문들 닫는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정오부터 문을 열고 저녁 10시에 닫는다고 한다. 휴일도 설날과 추석 당일만 쉬고 연중 무휴란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이용하는 시간이 늘어서 좋지만 운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 팍팍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잠시 짬을 내어 '숨책'에 들렸다. 거기서 나는 알라딘 오프라인 중고서점이 신촌에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마 연세대 앞 쪽인 듯 한데... 사실 종로에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을 때 숨책에 걱정안되냐고 물었더니... 숨책에 계시던 분은 그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일단 취급하는 서적의 특성이 많이 틀리다고 했다. 그리고 물리적 거리상으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으리라 예상하는 듯 했다. 그런데 이제 알라딘이 신촌으로 입성한단다....
신촌에는 '공씨책방'과 '숨어있는 책' 말고도 여러군데 중고서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이들 전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골목 상권을 침입해 오는 SSM처럼 일반 중고서점에 비하면 공룡인 알라딘 중고서점이 등장하면 신촌의 중고서점들은 휘청거릴지 모른다. 난 알라딘 때문에 내가 즐겨 찾아가 커피를 마치며 서가를 들려보는 즐거운 장소가 사라질 위기에 있다는 생각에 아쉽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있는 알라딘이 출판사의 재고서적을 가져와 팔면서 상권을 야금야금 침입한다면...기우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인터넷 서점도 나름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적립금도 그렇고 각종 이벤트로 수익성이 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요즘 책 값은 아예 온라인 서점의 활인율을 감안해서 책정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래저래 복잡한 속사정은 이 계통에서도 마찬가지일터다. 그럼에도 골목골목에 터를 잡고 나름 문화공간으로 유지되어온 중고서점이 이 상태로 계속 밀려 사라진다면... 알라딘 중고서점의 오픈을 무작정 환영하기도 어렵다. 이미 일반 서점들은 동네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지 않는가?
과연 알라딘은 중고서점의 SSM이 될 것인가? 다른 좋은 해결 방안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