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도 의아해 하는 부분은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이 사회의 분위기이다. 솔직하게 나는 세계를 인식할때 계급이란 프리즘을 통하지 않으면 올바른 인식을 얻기 힘들다고 믿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가 마르크스나 레닌에 완전하게 경도한 것도 아니다. 그저 그 사람들이 주장했던 인식론적 방법론이나 역사적 해석에 대해서 많은 공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가 관념론적이라는 현실들이 이 땅에서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테면 노동자들, 마르크스가 세계변혁의 주인공이고 잃을 것이라곤 쇠사슬 밖에 없다는 노동자들도 이 땅에서는 잃을것이 너무 많은 기득권층이 되어 버린다. 일부이겠지만... 현대 정규직 노조의 형태를 보면서 어디에 변혁의 주체라는 느낌이 들겠는가? 나는 지금 임금노동자지만 내 자식은 당당한 자유인으로 우뚝서길 바라는 노동자가 아니라 대을 이어 한 기업에 종속되어 임금을 받도록 자격을 달라고 단체협상을 하는 일부 노동자의 꼬라지를 보면 도대체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노동자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노조 조직의 형태 때문이라고 이야기도 하고 노동귀족들의 행태일 뿐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조 운동에서 현대자동차 노조의 투쟁을 보면 노동운동이 얼마나 급속하게 시들어 갔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더구나 얼마전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도 연대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노동운동사에 빛나는 현대노조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할 뿐이다. 물론 현대만 그런건 아니다. 지엠대우자동차에서도 그랬고 쌍용자동차의 모습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나만 일단 살고 보자는 그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노조까지 조직하고 나서 하는 행위가 우리들만 일단 살고보자로 나아가니 노조 조직율이 형펀없이 곤두박질할만 한 것이다.
예전에는 정권의 탄압이 심해서 자본의 힘이 너무 강해서 노조가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꼴을 보면, 특히 이미 자리잡고 어느정도 기득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거대 재벌기업노조들의 행태를 보면 노동운동이 왜 이리 힘들게 가는지 알 것 같다.
자본은 대를 이어 기업을 물려주는데... 노동자도 대를 이어 그 기업에 충성하고 싶다고 먼저 투쟁했던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획득한 노동3권을 써먹는다는거....
그렇게 노예처럼 대을 이어 충성하고 싶은가? 난 그걸 모르겠다.
당장 옆에서 당신과 똑같이 일하면서도 불평등한 대접을 받는 같은 노동자는 잠재적 경쟁자일 뿐이고 당신의 자식들은 당신의 노후를 책임져줄 자산이라 그런 것인가? 당신의 자식에게 물려주고싶을 정도로 당신의 일터는 천국인가 보다.
그것도 모르고... 재벌들 욕한 내가 다 머쓱해진다.
똑같은 회사에서 일해도 누구에게는 천국이고 누구에게는 지옥인가 보다. 노조로 노동운동을 하는것이 아니라 기득권 지키기를 한다면 교회로 장사하는 목사 욕할 것도 없고 신자유주의로 재미보는 지배층을 욕할 것도 없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신문으로 보는 순간 정말 구토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제기랄.... 지금도 비정규직이란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연대의 손길을 기다리는 동료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이나 좀 했으면 좋겠다. 같은 노동자에게 배신감을 주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