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척도를 무엇으로 삼을 것인가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테지만, 가장 우선적으로 사상의 자유를 척도로 삼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가보안법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고 새로운 사고를 막는 대표적인 악법 중에 악법이다. 법적인 엄밀성 보다는 자의적 해석을 통한 죄인 만들기의 전형적인 법이다. 물론 이 법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진다고 생각하는 수구주의자들(이른바 꼴통)도 있겠지만 사실 수명이 다한 법이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더 이상 존속 시킬 이유가 없는 법이다.  

80년대에는 지하철 역전에서 학교 앞에서 공공연하게 학생들의 가방을 검색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유인 즉 '불온도서'를 가진 학생들을 색출하여 이른바 대학의 적화를 방지한다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볼온도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검문하는 공권력에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특정 단어... 이를테면 '마르크스'나 '레닌'이 들어가 있는 책이나 '혁명', '변혁', '민중'이 씌여있는 책이 있는가 없는가가 중요한 기준점이었다. 아마도 그렇기에 한때 레닌의 저작은 '일리치'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고 단순한 변형으로 공권력의 무식한 필터링을 빠져 나갔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학술적으로 '자본주의 사회'로 규정되고 있음은 상식이다. 그리고 이 사회가 모순이 없는 사회가 아닐진대 그런 모순의 원인과 대안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이 없다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대학생들의 학술 모임인 '자본주의 연구회'는 이 사회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그런 모임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모임을 가졌다고 이른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학생들이 잡혀갔다. 다시 한 번 시간이 30년전으로 되돌아 갔음을 느낀다. 이제는 역사박물관에나 들어가야 할 국가보안법의 화려한 등장은 지금의 시기를 단숨에 야만의 시대로 돌려 버렸다.  

더구나 학생들의 연행에  항의하며 홍제동 대공분실로 향하던 대학생 50여명을 모조리 연행하는 과감한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한 과감함이 권력이나 재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과감함이라 더 비교된다. 털어서 먼지가 안나오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 두고 보면 알겠지만 얼마나 먼지가 나오는지 지켜볼 일이다. 무리한 법적용과 무리한 수사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모르지만 최소한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이건 아니지 않나? 이른바 아랍권에서 벌어지는 일들만 봐도 무리한 통제는 반발만 불러 일으킨다는 사실을 모를리 없건만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이 정부 들어와서 알 수 없는 일들은 점점 더 쌓여만 간다.  

예전 국방부 불온도서 목록에서도 헛웃음만 나오게 하더니 이젠 학생들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하나 보다. 치솟아 오르는 등록금만 해결해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깊은 신심을 가질 텐데 해결하라는 등록금은 해결하지 않고 학교앞 월세는 치솟게 만들고 나서 기껏한다는 일이 마녀사냥이나 하고 있으니 열심히 스펙 쌓아서 대기업으로 가려고 준비하던 학생들도 뭔가 이 사회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테다.  

언제부터인가 학생운동이 죽었다고 걱정하니 정부가 앞장서서 학생운동의 부활을 준비하는 것일까? 도대체 알 수 없지만... 한가지는 분명하다. 국가보안법은 폐지해야 하고 사상과 양심에 대한 자유는 절대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이것은 국가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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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11-03-23 0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는 보고 취조를 해야할텐데... ;;;

무해한모리군 2011-03-23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찰 수사를 이렇게 태만히 하면되나. '쾌도난마 한국경제’, ‘케인즈 평전’, ‘88만원 세대’를 읽던, 대학생 학술동아리 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면 출판사 사장도 잡아넣고 그책 산 인간들도 싹 다 잡아넣고 해야지!

카스피 2011-03-2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오랫만에 경찰이 국가보안법이란 전가의 보도를 휘들렀군요.몇년전인가 불온 서적(누군가 읽다 팔아 버린 헌책)을 유통시킨다고 헌책방 사장님을 국가 보안법으로 구속 수사했으니 그간 많이 참았지요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