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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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어렸을 때 잠시 기르던 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어른들 보양식으로 올라가는 걸 보고 애완동물에 대한 기대는 진작에 접어 버렸다. 그때는 자그만 마당이라도 있어 애완동물을 기를 만 했지만 지금의 도시환경은 애완동물들에게 감옥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자기 자식도 기르기 버거워하면서 애완동물에게 신경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생명체를 기른다는 것은 그 생명체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렇지않고 그저 유희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그건 생명체에 대한 오만이고 독선이 된다. 인간과 동일하게 대화하지 않더라도 인간과 정서적 유대를 느낄 수 있는 애완동물은 어쩌면 다른 인간보다 더 인간을 위로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마리여사의 가족으로 나오는 동물은 고양이와 개이다. 고양이와 개는 오랜세월 인류와 함께 했던 동물이고, 어쩌면 인류와 함께 진화하고 있는 대표적 동물일게다. 그러나 사랑의 그늘도 커서 버려져 살폐기되는 대표적인 동물이기도 할 것이다. 버림받은 동물들...마리여사의 가족은 이렇게 버림받은 동물들에 대한 애정으로 시작한다. 버려진 고양이와 개를 집으로 데려와 기르면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재미난 에피소드들은 마리여사의 독특한 유머와 함께 생생한 그림처럼 선명하게 다가온다. 마리여사의 글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동물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인간보다 더 친밀한 동물들이 있으니 마리여사에게 인간수컷이 필요할리가 없을 것이다.  

인간은 때때로 잔인하고 지혜에 비해 무책임한 편이다.
지구의 환경을 가장 좀먹고 있는 것이 인간이고 지구와 함께 평화롭게 살고 있는 동식물을 없애는 것도 인간이다. 언젠가 지구가 하나의 생명체라면 이 지구를 내부에서 파괴하여 끝내 죽이는 바리러스같은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같은 생명의 기원에서 파생된 생명체를 절멸시켜 스스로를 파괴하는 생물이 인간은 아닐까? 

소소한 일상이 재미나게 그려져 있고 마리여사의 동물에 대한 애정은 의심하지 않지만, 동물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의문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마리여사처럼 인간수컷 보다 동물들을 더 좋아하지도 않으며, 마리여사와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은 이 에세이에 간간히 나오는 수많은 동물들의 불행에 대해 위로를 주지 못한다. 일본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마찬가지일테고 유행처럼 동물을 기르다가 무책임하게 방기하는 인간들은 얼마나 많은가? 농촌이라면 몰라도 도시라는 공간은 이미 인간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기 어려운 공간이 아닐까? 도시라는 공간에 적응하기 위해 동물들은 또다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그것이 거세든, 성대수술이든... 어떤 형태로든 인간에게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물들과의 유쾌한 일상과 유머가 돋보이는 에세이에서 난 왜 어두운면만 보고 있는지... 그래도 동물들과 애정을 나누고 소통하는 인간은 그렇지 못한 인간보다 아름답다. 마리여사만큼은 아니지만 개와 고양이와 고슴도치를 기르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친구의 집이 어수선하지만 무언가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던건.... 인간은 역시 다른 동물들과 함께 살아야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마리여사의 글을 읽다보니 나도 애완동물을 기르고 싶어졌다. 다만 그 책임에 대한 자신은 아직도 생기지 않는다. 좀더 나이가 들면 책임감이 생기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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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길러보면 책임감이 생겨요~ㅋㅋ

머큐리 2010-10-03 00:15   좋아요 0 | URL
아니 주무시지 않고 서재를 돌아다니시다니요~~

비로그인 2010-10-03 00:24   좋아요 0 | URL
오늘 초딩 반창회하고 들어왔는데...갑자기 서재가 궁금해서...푸히히~
그런데, 내가 서재 돌아다니는 게 어느덧 낯선 풍경이 되었어요, 응?

Alicia 2010-10-0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때때로 잔인하고 지혜에 비해 무책임한 편이다'
참으로 공감가는 한 마디네요.^^


머큐리 2010-10-04 11:25   좋아요 0 | URL
그 대목이 제 얘기라...^^;

sslmo 2010-10-03 0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못하니까, 어린왕자의 '길들인 것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명언으로 고착될 수 있었던 거겠죠~

리뷰가 참 좋아요,책 속에 머물지 않고 일상으로까지 눈을 돌릴 수 있게 해주셔서...

머큐리 2010-10-04 11:26   좋아요 0 | URL
어린왕자 읽을 땐 그 얘기가 당췌 뭔 얘긴지 몰라서..어리둥절 했다는 말이죠..^^;

순오기 2010-11-18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이네요~ 축하축하!!
마리 여사처럼 인간 수컷을 필요로하지 않는 여자 사람이 많으면 안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