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이 3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 세대들에게 5.18는 무엇일까요... 예전에 제가 막연하게 느끼는 4.19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제게 4.19는 삶 속에서 생생하게 드러나는 사건이 아닌 역사책에 배치되어 있는
'어떤 사건'이었지요
5.18은 확실하게 틀렸지요...그건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규정하고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한 성격을
규정하고, 자신의 삶 자체도 규정해야 했던 살아 숨쉬는 생생한 현실이었습니다. 사실 민주화가
되면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은데 5.18의 정신 역시 그런 부분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잔인한 달 4월과 함께 5월의 색은 항상 핏빛이었습니다.
모든 언로가 막히고, 빨갱이들의 준동이라는 선전에 숨죽여 있을때 다 마모되어 영상이 흐릿한
서방기자들의 5월 광주에 대한 기록은 무지함을 깨어버리는 망치였습니다.
압도적 사실 앞에 망연자실 했던 모습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군사정권하에서
광주의 사실은 충격과 경악....그리고 좌절과 분노 였지요
언제나 부도덕한 지배자들에게 집단행동과 항의는 난동이고 폭동이며, 항의의 주체는 폭도일
뿐입니다. 광주에서도 2년전의 촛불에서도 그 평가의 틀은 변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결국 힘이 누구에게 있는냐에 따라, 민주시민이 되던가 폭도가 되는 것이겠지요
역사의 평가는 승리자의 평가일 수 밖에 없습니다.
5.18 광주를 조금씩 마모시키려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당시의 민주주의와 싸우던 그 뿌리깊은 저항 정신을 순치시키고, 그저 국가에서 인정하는 기념일
의 하나로 만들기 위한 작업이지요... 그 하나가 5.18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없애는 것
이라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와 민중의 생존권 싸움에서 언제나 불리워지던 노래가 5.18기념식에서 불리워지지
못한다면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요?
정권에 입맛에 맞는 노래를 부르려고 광주를 기념하고 되새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동안의 민주주의 투쟁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민주주의 과제를 되새기기 위해 광주은 아직도
그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성공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보다 성공한 후 그 싸움의 성과물을 지키기가 더 어렵습니다.
어느정도 인정을 받았지만,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광주의 싸움이 종결된 것처럼 잊혀진다면
언제나 역풍은 불 수 있습니다. 무엇인가를 계승한다는 것... 그것조차도 힘겨운 시대가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0년이나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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