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방학이 곧 다가온다.
방학 중 학교에서 특별활동을 하는 모양인데... 요즘 두 놈 모두 야구에 미쳐서 야구교실을
신청한다고 난리다. 하루 2시간 야구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는 모양인데, 회비도 저렴
하고 무엇보다 뛰어 놀겠다는 애들의 심리가 맘에 들었다.
그런데, 신청서를 들여다보니, 일반 아이들 보다, 비만인 아이들에게 50% 할인의 혜택이 주어
져 있는 것이 아닌가? 단순하게 할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을 통해서 할인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흠....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사실 못 먹어서 부어있는 애들 아니면, 잘 먹어서 살이 찐 애들일진데....국가적으로 아동비만에
대해 저리 관심을 가지고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른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이 안 맞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잘먹고 살찐 애들은 국가에서 보조하면서 살빼라고 운동시키겠다는 것
아닌가? 무료급식도 안하는 인간들이 이런데는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아서 영 껄적지근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XXX놈들...
순간적으로 욕설이 튀어나왔는데.... 큰 놈이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 왜 아빠는 아빠랑 별 상관도 없는 일에 그렇게 화를 내?
- 왜 상관없어 이거 상관있어
- 무슨 상관 있는데... 살찐 애들 운동시키는게 나빠?
- ...... 그니까 그건 나쁜건 아닌데... 에효...
- 가끔 엄마랑 아빠는 남에 일로 많이 흥분하더라.... 우리집은 좀 이상해 !!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무료급식 얘기 부터 시작해서, 시민들의 세금을 걷어서 운영하는
국가나 공공기관은 그 재화의 분배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은 것이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마구 들었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사춘기로 접어든 큰 애에게 너무 교훈적으로 이야기 하면 삐딱선을 탈 것 같아서 그랬다
사실 내 어린시절 진리는 부모에게 있지 않앗다. 주변 친구들이나 뭔가 있어 보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있었지.... 그게 어쩌면 부모와 자식 사이의 간격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파트 촌에 둘러싸여 있는 초등학교에서 급식을 못먹을 만큼 헐벗은 친구들은 없을
테고, 그렇다고 뚱뚱한 애들 운동 좀 시키려고 보조금을 지급해 주는 거야 애들 눈에 별로
이상해 보이지도 않을테니....
아무래도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일테니 어쩌면 시간이 해결해 줄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처음 알았다. 큰 놈은 부모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거....
하기사 집안 일도 아니고 정말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일이 티격태격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이긴 했지만...흠...역시 애들 보는데서는 냉수도 함부로 마시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