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과 가까이 살다보니 이렇게 저렇게 바다를 볼 일이 많이 생긴다.
지지난 주말에는 을왕리 해수욕장 근처 민박 집에서 밤새 직원들과 음주와 도박을 즐기고
무의도로 건너가 실미도 촬영지까지 가서 실컷 덤비는 파도를 만끽하고...
지난 주는 서울에서 내 얼굴 잊어버릴까봐 찾아온 학교 후배와 월미도로 가서 코스모스
유람선을 탔다. (점심은 차이나 타운에서 간짜장을 먹고...ㅎㅎ)
유람선을 혹 타게 되실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희망을 꺽는 얘기부터 하자면....
다른 유람선은 안타봐서 잘 모르겠고... 월미도 코스모스 유람선은 일단 관광차로 인천으로
놀러오신 분들이 많이 타신다. 연령대는 대략 50대에서 60대가 가장 많고 30~40대도 아주
영계처럼 젊어 보인다. 20대는 핏덩이고... --;
지방에서 관광차로 몰려오신 분들이 많이 타시다 보니 마치 관광버스 분위기를 유람선으로
통채로 옮긴 듯하다.
요란한 트로트 음악에 유람선 1층에는 디스코텍까지 마련되어 있어 음주와 가무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2층에는 라이브 밴드 공연이 있는데, 여기도 춤출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자연스레 춤판이다. 3층에도 라이브 밴드가 있고, 춤출 공간이 없어 그냥 음악만 듣게
된다.
어르신들이 추는 모든 춤들을 구경하며, 약 1시간 반 정도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코스다.
물론 바깥에는 시원한 바다와 갈매기들의 묘기 (새우깡을 던지면 받아먹는)를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1층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출신의 무용단이 약 40분 정도 공연을 한다.
그리고는 바로 그 무용수와 승객들은 함께 춤판을 벌인다.
이 땅에서 돈 좀 벌겠다고 온 러시아 /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관객들과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참 돈벌기 쉬운일은 세상에 하나도 없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라이브 공연팀도 한국 사람도 있지만, 필리핀 (추측이다) 사람도 있는 듯하다. 자연스런 영어
와 어색한 발음의 한국가요는 은근 중독성이 있다.
우리는 참 노는 문화가 빈곤하긴 빈곤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냥 어딜 가던지 술마시고 춤추고
소리치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풀고....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스템.
그 소란스런 와중에 유람선이라고 나름 낭만성을 부여했던 하루의 기대는 와르르 무너지고
씁쓸한 우리의 휴식문화를 관람한 셈이다.
혹 이 유람선을 타실 분들은 될 수 있음 저녁에 타시라 (17시 30분) 그 때 사람이 가장 적단다
그리고 왠만하면 날씨 좀 풀릴때 타시라.... 바다라 바깥은 너무 춥다. 머 연인끼리 갈거면
추울때도 상관없고... 꼭 붙으면 되니까...
노는 어르신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저 나이 되면 저렇게 놀까?
아~ 정말 그러고 싶지는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