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은 나에게 처음부터 왜곡되어 전달된 인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내내 반공서적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반공에 대한 반감이 큰 나에게는
그저 이데올로기의 틈바구니에서 소설로 성공한 작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세계명작문학에 항상 들어서 있는 그의 작품 <동물농장>이나 <1984>는 전체
주의에 대한 경고라고 이야기 하지만, 그건 결국 반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선전물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조지오웰에 대한 나의 편견을 획기적으로 깨준 것은 그의 문학이 아니었고 한 편의
영화였다. 켄 로치 감독의 <랜드 앤드 프리덤>은 조지오웰에 대한 나의 관점을 바꾸게
만든 조그만 단초가 되었다. 왜냐면 그 영화를 보고 나서 느낀 여러가지 의문들이 내내
나의 경직된 사고에 대한 경계심을 갖도록 하였던 것이다. (영화 내에서 붉은군대가
민병대를 무장해제 시키고, 서로간 내전까지 벌어지는 장면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었다. 프랑코 군대와 결전을 하면서 인터네셔널가를 부르던 사람들이 서로 총구를
겨누는 장면에서 항상 정의로운 좌파에 대한 환상이 왕창 깨져나갔다고나 할까?) 

난 이 영화가 그저 스페인 내전에 관한 영화라고만 알고 있었지, 원작이 뭔지도 모르고 봤던
것이다. 영화를 보고 몇 년이 지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다가 내용이 너무 익숙해서 이상
하다고 생각하고 조사해보니 이 책이 바로 켄 로치 영화의 원작이었던 것이다.
그 지점까지 와서야 난 조지오웰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수정할 수 있었다.
계급이 없는 공화주의를 지지했던 한 인간이 역사 속에서 느껴야 했던 그 배신감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후대에 경고하고자 했던 마음을 이해했다고나 할까?  
더불어 젊은 시절 잠깐 좌파의 책을 읽고 함부로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D급 좌파가 판단하기에 그 사람은 너무 높은 경지에 다다라 있었다고나 할까??  --;) 
스페인 내전에서 마르크스주의통일노동당(POUM) 민병대로 활동했던 조지오웰이 코민테른
에 속하지 않고 활동하다가 오히려 트로츠키 주의자로 의심받아 몰래 영국으로 귀국할 수
밖에 없었던경험은 그가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후 파시즘에도 스탈린식 공산주의에도 동조하지 못한 그의 사상적 편력에서 나온
그의 작품들은 향후 인류에게 어떤식의 전체주의도 용납하지 말라는 경고의 의미였던 것이다.
이런 전체주의에 대한 경고가 한국 사회로 들어와서는 반공주의 서적으로 탈바꿈했고
작품의 배경이나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없이 그저 반공주의 작품으로 이 땅의 우익들에게
사랑받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를 넘어서 코믹하기까지 하다.
지금에서야  조지오웰이 올바르게 평가 받고 편견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70년대와
8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고 나는 그 사회의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며,
90년대를 지나 21세기에 도달해서야 어느 정도 객관적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건 전적으로 내 개인에 대해서이다. 아마 다른 많은 이들은 나보다 이전에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후 난 조지오웰이 아나키스트로 전향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그러나 오웰은
아나키스트는 부정한 모양이다. 하긴 사상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인간의 자유와 계급없는 사회가 그에겐 가장 커다란 과제였을 것이고, 그 전망이 흐려지는
시점에서 그는 펜으로나마 싸울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21세기에도
그의 전망은 일상적 싸움없이는 도달하기 힘든 과제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단순한 반공주의 작가가 아닌 전체주의에 대항한 작가를 난 이제야 조금 알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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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9-30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조지오웰을 읽고 있는 1人 인데 저도 몰랐는걸요 ^^

머큐리 2009-10-01 10:57   좋아요 0 | URL
<1984>읽고 있죠? ㅎㅎ <1Q84> 워밍업 중이신가요??

Alicia 2009-10-0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는걸요. 고등학교땐가 1984를 읽다 그만두었고, 아직 오웰을 읽지 않았다니까 어떤분이 오웰을 적극추천해주셨는데-코끼리를 쏘다가 괜찮다고 하네요- 바쁘다는 핑계로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

머큐리 2009-10-01 10:56   좋아요 0 | URL
알리샤님 추석 잘 보내세요..
서재에서 보다 밝은 알리샤님 모습이 생각나요...ㅎㅎ

다락방 2009-10-01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984』와 『동물농장』을 아주아주아주아주 흥미롭게 읽었더랬습니다. 특히 『1984』는 소름끼치도록 좋은 작품 이었어요.

머큐리 2009-10-01 10:54   좋아요 0 | URL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니...저는 너무 우울했는데..
다락방님은 제가 보지 못하는 뭔가를 보시는 분 같아요...^^

다락방 2009-10-01 11:28   좋아요 0 | URL
제가 다른 사람들이 보는걸 보지 못하기 때문일수도 있지요.

Alicia 2009-10-01 19:58   좋아요 0 | URL
그렇게 훌륭하다는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못한 저는 몹시 게으른 인간이군요.^^ 머큐리님, 저도1984는 우울해서 읽히지가 않았어요. 동물농장은 지금 제게 매우 끌리는 작품이기는 한데 요즘 많이 바빠서 책은 읽지 못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