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논객이 요즘 많이 심란해 보인다.
정권이 바뀐 뒤, 미국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적극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사람이었으며, 정권의 어설픈 논리와 억지를 예리하게 비판한 지성인인 그가
계속 강의를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대에 이어 홍익대까지 진중권의 강의가 무산되고 있다.
기능적 지식인은 넘쳐나나 유기적 지식인은 찾으려 해도 찾기 힘든 이 시대에 학문의 상아탑
이라는 대학조차 권력과 자본의 눈치를 보는 이 시절은 후대는 어떻게 기억할까?
기득권이라는 것이 아무리 좋다 해도 대학에서의 기득권은 토론과 비판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대중들에게 공감하는 인문서적을 많이 쓴다고 능력있는 교수라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강의를 맡겨왔고,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면, 학생들이 진중권의 강의를 원한다면,
학생들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 대학은 당연히 강의를 허용해야 한다.
설사 허용할 수 없는 진정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합리적이라면 본인에게는 물론이고 학생들
에게도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강의 폐지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해도, 이유도 모르고 그냥 통보하는 이 시대의 대학은
도데체 무엇을 교육할 수 있는 기관인 것일까?
진중권과 같은 나름 유명한 사람도 이런데...나머지 보따리 장수라고 불리는 시간강사들은 얼마나
많은 학사행정의 폭력에 시달릴 것인가?
교수들...그저 기능인에 불과한 이들이 마치 모든 이들의 스승처럼 행동하면서, 저렇게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넘어 슬픔까지 느껴진다.
예전부터 존경하는 스승하나 가져보지 못한 나는 책으로나마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던 이 시대의
지성인이 강의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 나라가 서럽다.
정치인이나 기업총수에게 명예박사나 주고 대학에 기업이름을 딴 건물만 짓는 다고 일류대학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성적인 반성이 없는 외형추구의 대학이 어떻게 그들이 좋아하는 경쟁
력을 가지게 될까?
그들에게 경쟁력은 결국 자본의 축적이외의 것은 아닌것인지....
내가 좋아하는 논자의 시련이 요즘 내 마음을 시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