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3월 마지막 주목신간을 옮겨 적는다. 매번 좋은 책들은 많은 것 같은데 어두운 눈이 늘 말썽이다.
그럼에도, 이 어두운 눈에도 보이는 책이 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처음 주목하는 신간은
최정우<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이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에서 시리즈물로 출간하는 하이브리드 총서에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이 하이브리드 총서의 첫 번째 책이다. 하이브리드 총서는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로만 구성된다고 하는데, 한국 인문학의 새로운 장을 엿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작곡가, 비평가, 기타리스트라는 이력이 최정우를 소개하는 단어들이다. '람혼'이라는 필명으로 쓰여진 그의 글들을 읽었었는데, 내가 그것을 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독특한 사유를 읽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유익했던 경험이 있다.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되는 책이며, 근대와 근대 이후, 그리고 그 이후를 사유하는 비평에세이라고 하니 읽어보기도 전에 두근두근하다. 
 


두 번째 주목신간은
네스토르 가르시아 칸클리니<혼종문화-근대성 넘나들기 전략>이다. 몇 편의 리포트에서 그의 주장들이 인용된 것을 읽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고맙게도 출판사 그린비가 트랜스라틴 총서 시리즈의 네 번째 책으로 출간하였다.(나는 이렇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출판사가 너무 고마운 것이라~) 
이 책에서의 혼종성은 라틴아메리카 근대의 문화적 맥락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는 전통과 근대, 민족과 민족, 계급과 계급이 뒤섞이며 복합적인 문화현실을 만든다. 이 복합적 현실을 지시하기 위해 저자가 사용하는 개념이 ‘혼종성’이다. 여튼 서구와 다른 근대를 경험했던 우리의 기억과 그 기억이 만들어낸 현재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유용한 비교문헌이 되리라 짐작된다.
  


세 번째 주목신간은
폴 호큰,에이머리 로빈스,헌터 로빈스가 공저한 <자연자본주의>다. 저자들이 워낙 유명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여튼 내용이 알찬(?)것으로 소문이 나있다. 소개된 책의 내용을 옮겨보면_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전망과 그 미래로 가는 노정의 시나리오를 이 책에 엮었다. 자연자본주의’의 원칙은 네 가지다. 첫째, 자원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일 것. 둘째,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순환을 닫음으로써 쓰레기(낭비)가 아예 생기지 않게 만들되, 그 모범을 생물계에서 찾을 것(생물모방). 셋째, 재화의 제조와 소비에 집중하는 경제를 넘어 소비자들이 실제 원하는 서비스 자체를 공급하는 경제를 구축할 것. 넷째, 자연 자본을 덜 파괴하는 것을 넘어 복원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것. 지속가능한 발전이 꼭 필요한지 잘 모르겠으나 여튼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네 번째 주목신간은 
조슈어 아바바넬, 제프 스위머가 쓴 <당신은 혼자가 아니예요- 원제:A Field Guide to Household Bugs>다.
가정용 곤충이라니! 짐작할 수 있고, 짐작 이상의 내용들이 들어 있을 것 같아 혼자 신났다. 책에 소개된 제프와 조시의 말을 전하자면 이렇다.  "우리 베개와 이불에도, 속눈썹에도, 소파와 마루청에도, 부엌 찬장에도, 그리고 심지어는 우리 바지 안에도 벌레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 글쎄 그것은 우리가 그저 참아 넘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선다. 우리는 이런 불길한 사실들을 마음속에 갖고 있기보다는 이 책에 넘기는 게 더 편안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짐을 벗은 것에 감사하고, 또 그 짐을 여러분에게 넘긴 것을 미리 사죄한다"
어쩐지 혼자 있어도 늘 누군가 함께 있는 것처럼 찝찝하더라니~
 


마지막 주목신간이다.
정민,이종묵선생님을 비롯한 인문학자 27인의 글을 엮은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다.
'문헌과해석'이라는 공부모임에서 전공과 관련없이 함께 공부하는 분들의 글이 이렇게 책으로 엮인 것이라 알고 있다. 좋은 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여하간, 눈도 즐겁고 마음도 풀어질 글 들이 눈에 띈다. 김동준,윤진영,사진실,정병설의 글이 궁금하고, '성학십도'와 관련한 글도 개인적으로 유익할 것으로 보인다.  


 

내가 주목하는 신간이 신간평가단에게 읽혀질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할까 혹은 그래서 오히려 얼마나 주목하는 일이 자유로운가! :) 여하간 다른 분들이 추천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고,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을 정리해 놓으면 언제든 사서 볼 수 있으니 이래저래 내게는 유익한 작업이다.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3-14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자본주의』담아갑니다. ^ ^

굿바이 2011-03-15 09:57   좋아요 0 | URL
그러셨어요~ 유용했으면 좋겠어요^^

rainmaker_1201 2011-03-14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헉. 결국 최정우씨의 비평집이 추천되는군요.. ^^; 사실 저도 사지 않았다면 당연히 추천했겠지요.ㅎㅎ 이분 블로그를 간혹 기웃거리긴 했지만, 내공은 참 대단하신 분인듯.

굿바이 2011-03-15 10:01   좋아요 0 | URL
사셨군요 :) 저도 서점에서 책 앞부분만 살펴봤는데, 음.... 제대로 읽어낼 자신은 없지만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저자의 공력이 참 무섭기도 하구요.

맥거핀 2011-03-14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유의 악보> 같은 경우는 서점에서 보고 헉..한 책이네요. 잠깐 읽었었는데, 왠지 다른 계로 살짝 정신이 이행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혹 만약 이 책이 선정된다면, 도대체 리뷰를 어떻게 써야할지...이번달에는 왠지 좀 쎈 책(?)이 선정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굿바이 2011-03-15 10:18   좋아요 0 | URL
맥거핀님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이 책이 선정될 확률은...거의 없지 않을까요? :) 저도 서점에서 보고 좀 엄훠!했습니다. 그런데 읽고 싶은 내용들이 있어서 무모한 도전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그나저나 맥거핀님 추천도서가 궁금해요.

cyrus 2011-03-15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유의 악보>가 끌리지만,, 제가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는 빡쎈 책일거 같아서
제껴두고요,,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고르기가 쉽지 않네요 ^^;;

굿바이 2011-03-15 10:06   좋아요 0 | URL
아이고, 다들 <사유의 악보>에 침만 바르시고 있군요. cyrus님은 충분히 읽으실 수 있을거예요. 뭐 못 알아듣는 건 패스하면 되구요~:) 마지막 선정이라 그런지 저도 고민을 좀 했었는데, 쓰고나니 후련합니다!

람혼 2011-03-15 1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제 책에 과분한 관심을 보여주셔서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흥미로운 독서의 시간 선사해드릴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날카로운 질정 또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굿바이 2011-03-16 09:43   좋아요 0 | URL
엄훠, 람혼님 안녕하세요?^^
네, 흥미로운 독서가 되리라 믿어 의심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꽃도둑 2011-03-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혀~ <사유의 악보> 저자께서 직접 오시고...^^
저는 신간들 죽 훑어보면서 건성으로 봤나봐요. 처음보는 책들이 더러더러 있네요.
특별히 내치고 싶은 책은 없는데 이번에 받은 대칭은 으~~~~~~~~~~~~~~~~~~~~
그림만 보고도 질려버렸네요...ㅡ.ㅡ
잘 읽혀지던가요?....(다른 분들은 어쩐지 모르겠네요..)

굿바이 2011-03-21 09:24   좋아요 0 | URL
<대칭>이 잘 읽혀지냐구요? 그럴리가 있습니까 ㅜㅜ

8기 신간평가단 하면서 읽은 책들은 다 좋았습니다. 다음 번에 어떤 분들이 또 즐거운 평가단이 되실 지 모르겠지만, 다들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herenow 2011-03-18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굿바이님다운 선택이십니다. ^ ^
허걱, 람혼님도 직접 왔다 가셨군요.
신간평가단 서평용으론 적당하지 않은 것 같아서(람혼님 오해마시길 ^^;)
차마 언급을 못했지만, 인문학 내공이 깊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아요.

람혼 2011-03-21 01:38   좋아요 0 | URL
오해라뇨, 별말씀을요. 오히려 깊은 관심 가져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굿바이 2011-03-21 09:26   좋아요 0 | URL
herenow님이 추천하신 책들은 조만간 개인적으로 읽어볼까 합니다. 다 흥미로운 책들이더군요^^

그나저나 람혼님이 오해하지 않는다고 하시네요 :)
저는 이해가 안되도 한 번 읽어볼까 합니다. 모래알 하나라도 내것이 될 수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니까요~
 
광장
프랑코 만쿠조 외 지음, 장택수 외 옮김, 전진영 감수 / 생각의나무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마음과몸이분리되는독서의경험 - 마음이달리고있어요 - 광장속으로,광장밖으로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1-03-11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14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더 브레이브 - True Grit
영화
평점 :
현재상영


세상에공짜란없다,고쓰면서,내가꼭소녀만하던나이에변호사사무실찾아다니던기억이,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우 2011-03-08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
나는 코엔형제 마니아...
벼르고 있는 영화랍니다.

굿바이 2011-03-08 09:58   좋아요 0 | URL
우왕~ 저도 코엔형제를 오라비로 모시고...ㅋㅋㅋㅋ
동우님, 영화 보시면 꼭 감상 알려주세요.
시대는 다르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개인적인 경험이 자꾸 아른거려 나름 좋은 영화감상이었습니다.
 
<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리영희 평전>을 가장 달가워하지 않을 사람을 꼽으라면 박씨 일가도 아닐 것이며, 요란한 기소장을 썼던 D검사도 아닐 것이다. 아마 리영희선생 자신일 것이다. 물론 선생은 이 책을 무척 기다리셨다고 했으나, 이 책이 그저 시대가치를 등에 업고 여전히 그것들을 자양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들먹이는 무슨 호적부쯤이 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는 이 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내 억측일 수도 있으나 나는 그리 믿는다.  

그가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토로하며 한 시대의 전면에서 물러섰을 때,

"내가 할 일은 다 했고, 남은 역할은 내가 변치 않고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있어 주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라고 그의 책 <대화>에서 말씀하셨을 때, 그 말씀 하나로도 가슴 벅찼지만, 저항하고 고발하는 지식인의 시대가 막을 내리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두렵고 서운하였다. 욕심이었고 파렴치한 생각이었지만 이 시절에도 계속 스승은 살아서 작동해주길 바랬다. 강준만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장기집권'을 원했다. 그러나, 2010년 겨울 시끄러운 세상속에는 선생의 부음 소식도 끼어 있었다. 마음이 헝크러지는 날들이었다.    

리영희선생에게 있어 '생각한다'라는 말과 대비되는 말은 '우상'이었다. 선생이 평생을 혼자 치열하게 싸워온 것도 그것이었다. 리영희선생이 '우상'이라고 부르는 것은 종교의식에서 쓰이는 숭배되는 어떤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숭배하는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할 수 없음, 말 할 수 없음을 가리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체로 이런 것들은 그것이 전통의 이름을 달고 있건, 종교의 이름을 붙이고 있건, 정치적으로 처벌되는 무엇이건, 사회안에서 암묵적으로 동의한 관행이건, 나름의 체제를 만들고 폭력적인 방법(여기서 폭력이란 타인에게 자신의 혹은 사회적 취향을 강요하거나 굴종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깨닫게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을 동원해 사유를 금기시한다. 그리 생각하면 우리는 여전히 '우상'과 '헛것'이 판치는 아수라판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고병권씨는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전제나 토대에 입각해서 추론하는 일이 아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다. 우상을 파괴한다는 것은 사유의 전제까지 사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때 가능하다" 

라고 정의했다. 나는 여기서 리영희선생의 스승됨을 본다. 그로부터 의식을 각성당한 한 지식인은 스승의 역사적 기억을 자양분으로 이렇게 반듯하게 세상을 향해 그리고 그의 학생들에게 말할 줄 알게 되었다. 그것이 리영희선생의 힘이라고 믿는다. 단순히 빛을 비추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과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 용기가 되어주는 선생, 세상에 그런 선생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책과 그의 말과 그의 행동을 보며 부르르 떨고, 울고, 악을 쓸 수 있었던 그들이 나는 내심 부럽다. 물론, 그 시절을 내게 살아내라고 했으면 나는 어떠했을지 말하지 않아도 내가 더 잘 안다. 나는 무뇌충으로 살았거나, 술주정뱅이가 되었을 것이다.  

여튼 내가 대학에 다니던 무렵, 우리는 무작정 출처도 정확하지 않은 쎈 것들을 읽었고, 쎈 것들을 말하는 것이 뭔가 더 알고 더 나아간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왼쪽에 모여있는 사람들끼리 '입으로만 싸우는'일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는 했다. 얼굴을 들기 민망한 시절을 산 셈이다. 그리고 그 결과 밑둥없이 부유하는 그래서 이리 끌리고 저리 끌리는 어른이 되어, 그저 산 목숨 하나를 지키기 위해 생계라는 슬로건 아래에서 눈을 감기 바빴고, 우상에 절하고 침바르는 일을 알아서 하느라 바빴다. 그러면서 입은 여전히 살아 있어 늘 봄이 오지 않음을 투덜거렸다. 어쩌면 아예 봄이 올 것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고. 

"다소는 외람되고 조금은 자화자찬격인 평가지만 1980년대에는 나의 글과 책이 거의 무용지물이 되었다. 60~70년대에 나의 글들이 지녔던 일정한 의미와 역할은 거의 지양되고 초극되었다. 얼마나 반가운 발전인가! 이를테면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의 역할을 했다는 셈일까? 그렇다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이냐!"

리영희선생이 <30년 집필의 회상>에 남긴 글 일부다. 물론 이 글은 6월 항쟁의 과정에서 각성된 민중,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 모든 영광을 그들에게 돌린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절의 청년들은 그 바탕에 선생의 글이 있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2011년의 우리는 반가운 발전이라는 말을 과연 들을 수 있는 처지에 놓인 것일까. 

최장집교수가 그의 책<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에서 밝혔듯이, 한국사회는 질적으로 민주화 이후 더 퇴보한 것 같다. 질적으로 물러섰다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지 그것을 통계적으로 들이밀 수는 없지만, 민주화 이전의 사회적 패권이 민주화 이후 또 다른 소수에게 옮겨 갔음을 짐작할 수 있는 예들은 차고 넘친다. 게다가 그들은 훨씬 명민해졌다. 이런 시절 선생의 퇴장은 일견 더 한 꼴을 보지 않으셔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어찌해야 합니까,라는 혼자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는 양심도 없이 등대가 서있던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면서 또 양심도 없이 모든 유적지가 그러하듯이 나는 그 자리가 그저 관광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을 갖는다. 역사적 기억으로서, 교훈의 자리로서, 각성의 불빛으로서, 전략을 끌어낼 수 있는 성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너무 견고하고 높기만 했던 선생, 어디선가 멀고 먼 나라에서 온 것만 같던 선생님, 편히 쉬십시오. 장담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선생마저도 의심해보자고 달려들 수 있도록 깨어 있겠습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니 2011-03-0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 님은 매일 이렇게 각성하고 반성하고 깨어 있고자 애쓰는데, 휴 얼굴이 갑자기 화닥화닥. 저도 어서 정신 차려야겠어요.

굿바이 2011-03-02 15:42   좋아요 0 | URL
어어어엉엉 ㅜㅜ
얼마나 사람이 모질라면 이러겠어요, 맨날 반성문 쓰는 사람 중에 뭘 잘하는 사람이 있을라구요. 그래도 다른 건 몰라도, 몰려다니면서 남들 괴롭히고 조롱하는 사람으로는 안살거예요. :)

잘잘라 2011-03-02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영희 선생님을 생각하는 님의 그 각별한 마음에 끼어들 이유도, 여지도 없지만, 이 말은 꼭 하고 가야겠어요. 참 멋진 리뷰예요!

굿바이 2011-03-04 10:42   좋아요 0 | URL
참 멋진 날이죠! 날은 여전히 찬데, 하늘을 참 맑네요.
부스러기같은 글인데 늘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흰그늘 2011-03-02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서적이나, 사회과학서적이나, 철학서등을 잘알지도 못하고, 읽어보지고 않은 저로서는
뭐라.. 할말이없이 그저.. 부끄럽고..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그냥, 단지.. 노래들이 좋았었어요.. 김지하씨의 '시'를 노래한 '새'가 좋았고,
'타는목마름으로'가 좋았고, '그날이오면'과 '함께가자 우리이길을' 등과 같은 민중가요들을 들으며.. 그시절들을 어렴풋 생각했었어요.. 풋풋했던 90년대에는 조국과 청춘의 '나의소망' 을 듣는데.. 정말. 아프더라구요..

하여..
늘.. 너무 감정적이고, 감상적이지는 않았나 싶어요 어두운 극장에서만 아파하고 울고, 웃고
그랬던것은 아니었나 싶어서요.. 이제라도.. 정신의 빛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음을 알며 보지못했던 많은 부분들을 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굿바이 2011-03-04 10:48   좋아요 0 | URL
어쩌면 그냥, 단지 좋아할 수 있는 것들, 애정의 경지라는 것이 있다면 그런 마음이 최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민중가요라는 것을 들으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 세상속에서 아파하기도 하고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때는 뭘 몰라도 너무 몰랐는데 말이죠.

오늘 유난히 하늘이 좋네요. 흰그늘길님도 맑은 하늘아래서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동우 2011-03-05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굿바이님.
내가 그나마 쎈것들을 접한건 겨우 마흔쯤이었습니다.
마흔도 멀었을 굿바이님은 이미 쎈 생각들 그 너머 것들 쎄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시는데..

굿바이 2011-03-07 11:24   좋아요 0 | URL
동우님! 부산의 봄은 어떤까요?
태어난 곳이 그곳이라 그런지, 마음이 허하면 그렇게 부산이 아른거립니다.
고향을 마음에 두는 사람은 좀 모자란 사람이라고 유명하신 분들이 말씀하던데, 모자란 사람이라 그런지 저는 유년기의 기억이 묻혀있는 곳들을 쉽게 떨칠 수가 없네요.

동우님에게 쎈(?)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감히 가늠도 안됩니다 :)
 
<반자본발전사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반자본 발전사전 -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가지 개념
볼프강 작스 외 지음, 이희재 옮김 / 아카이브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리뷰를 작성하기 위해 제목을 고민하다가, 언젠가 홍세화선생님께서 술자리에서 흘렸던 말씀이 떠올랐다. "이성으로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서 낙관할 수 있다" 아마 그즈음 나는 이성도 아닌 감성으로 세상을 비관하고, 주위에 침을 뱉고, 속으로 악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쪽팔리고 한심하지만, 공부도 사유도 그 끝을 가보지 못한 나는 어디에도 쓸모없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여하간, 그 시절 내 최대 낙관은 어서 빨리 종말로 가세, 정도 였다.

그리 긴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다시 이 책<反 자본발전사전>을 읽으며 그 때의 어리석음을 복기했던 것은 내가 얼마나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는 인간이었으며 더 나아가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것을 주장할 때, 혹은 내 신념이 무엇이다,라고 말할 때 그것을 설명하는 방식에는 문제가 없는지, 혹은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발화했던 부분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생활우파에 속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했어야 했는데 늘 나는 게을렀다. 심지어 비관적이었고.  

책은 19가지의 개념으로 나뉘어져 있다. 개념 하나하나가 내게는 매우 유용했고, 어떤 호소는 애틋했다. 책의 첫 장은 [발전, 두 개로 나뉜 세계]라는 개념으로 글을 풀고 있는데, 그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말이 가슴을 친다.  

"문명의 수준을 생산의 수준과 동일시하고 하나로 융합된 것이 발전이다. 트루먼의 연설 이래로 세계 20억 인구는 저발전인이 되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온갖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남들의 현실로 자기를 비추는 뒤집힌 거울로 일그러졌다." 

우리 사회도 70년대 이후 경제적 가치는 모든 사회적 존재의 형식이 지닌 가치들을 폄하하거나 부끄러워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었던 존재들을 무기력한 개인으로 몰아세우곤 했다. 그 결과물에 대해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발전이라는 논리앞에서 무차별하게 얻어맞은 것들을 떠올리면 치근이 욱씬거린다. 물론, 여전히 상황은 진행 중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두들겨 맞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저 '우리 모두가 죄인입니다'라는 말로 스스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죄인이기에, 우리 모두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리는 것이 그저 나만의 곡해일 수도 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발전과 경제적 가치라는 헛것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두들겨 맞아야만 우리 모두 죄인이었다는 고백이 살아서 작동할 것이다. 물론 이 말은 쉽게 그리고 자주 죄인임을 고백하기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이기도 하다.

세 번째 개념으로 소개된 [평등, 발전이 약속하는 먼 미래]를 좀 더 들여다 보자.  

"빈곤층의 가난은 부유층의 풍요를 만들고, 빈곤층의 굴욕은 부유층의 자부심을 낳고, 빈곤층의 의존성은 부유층의 자립성을 낳는다. 따라잡기를 통한 평등은 현실의 불평등을 조직하고 합리화하는 신화에 불과하다."

평등과 관련해 소개된 레인즈버러의 정의는 이렇다. "나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못사는 사람도 가장 잘 사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살아야 할 삶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레인즈버러의 발언은 사람은 살아야 할 삶이 있다는 똑같은 실존적 과제에 직면한 존재라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즉 다른 개념들이 개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공동체의 재화가 분배되는 과정에 있어 똑같이 살아야 할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공동체가 어떻게 이해하고 분배하느냐에 따라 공동체에 속한 각 개인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이 모든 것들을 균일하게 배분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더 나아가 불평등의 문제 특히 빈곤의 문제는 위의 인용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것을 발전이라는 신화에 묻어가는 형태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사회적 상상력을 동원해 빈곤이 아닌 과잉의 문화를 바꾸자,라는 지점에 방점을 찍는 것이 훨씬 빠른 그리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가치관을 들이밀어야 가능해지는 것인지는 지금부터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대목이겠다. 

네 번째 개념으로 [도움, 세련된 간섭]편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구원에 미친 사람들 때문에 살아가는 데 숨이 막힌다. 모두가 모두의 삶을 고치겠다고 나선다. 세상의 길거리와 병원에는 개혁가가 흘러넘친다. 사회는 구원자들이 우글거리는 지옥이 되었다." 

봉사자들의 자기위안과 자기과시를 몽땅 빼고 이야기하자고 하면 할 말이 없다고 했던 것 같다. 타인의 뱃속까지 검열하기에는 늘 피곤했다.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고 도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을 기꺼이 링크해줬다.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단 사람부터 살리고 보자는 것이 언제부터인가 내 입장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무엇인가에 쫓기듯 행동하다 보니 중요한 것을 놓쳤다. 그것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서있는 지점, 즉 기만적인 사회적 조건이었다. 어쩌면 나는 내심 그것들을 긍정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여하간, 모든 도움이 자구를 위한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이것 역시 발전이라는 개념안에 갇혀있다면 그저 세련된 형태의 간섭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것이 한 개인의 문제이건 사회의 문제이건 발전이라는 것을 미리 염두해 둔다면 이미 도움이라는 것을 불신한다는 말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부분만큼은 특별히 명민한 두뇌와 뜨거운 가슴을 소유한 그대들의 전복적 상상력이 필요한 대목이겠다. 나는 정녕 모르겠으니. 

책에 소개된 자본주의의 세계화 흐름을 뒤집는 19개의 개념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전부 소개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그것은 이 책을 참으로 욕보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공부도 짧고 의지도 박약하고 글도 만신창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꼭 하고 싶은 말은 읽어보시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익히 알고 있거나 사유한 것들일 수도 있으나, 이제 막 움트는 청춘들에게는 한 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청춘이 아니더라도 오늘과 다른 내일을 꿈꾸는 그대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열 여섯번째 개념으로 소개된 [사회주의, 오해와 오류의 역사]라는 편에 실린 한 구절을 적는다. 

"사회주의 전통은 자본주의에 갇힌 상상력을 벗어나게 해주었으나 점차 수많은 개념상의 어려움과 의미 전달의 어려움, 역사적 하중을 견디지 못하는 상투어가 되었다."  

이 문장을 옮기는 것은 자본주의적 발전을 줄기차게 공격했던 사회주의가 어찌 몰락할 수 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것의 해답은 자본주의적 특징이었던 사회적 환원주의의 덫에 갇힐 수 밖에 없었던 사회주의자들의 한계, 즉 하나의 사회적 패권을 또 하나의 사회적 패권으로 바꾸는 수준에 머물렀던 개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며, 또 하나는 사회적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했다는 점일 것이다. 서구식 자본주의에 맞서 싸울 사람들이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를 상상하는 사람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지점일 것이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잘라 2011-02-28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평가단 리뷰를 몰아서 읽을 수 있는 월말이라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요.

[인문/사회] 분야는 책을 읽기도 어려울것 같고 리뷰를 쓰기는 더욱 그렇겠고 해서 평가단 지원 생각조차 못해봤어요. 그런데 사실 오늘 이 책에 대한 평가단의 리뷰를 읽으면서 '후아.. 인문사회분야 책은 책도 읽기 어렵더니 리뷰 읽기도 만만챦네' 그랬거든요.

그런데 님의 리뷰를 읽고는 생각을 고쳐먹었어요. 처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 리뷰예요. 감사드려요. 좋은 리뷰 써주셔서..

굿바이 2011-03-02 09:59   좋아요 0 | URL
책은 읽어보셔도 될 듯 싶어요 :)
그리고 좋은 말씀 제가 더 감사드리구요~

다음에 한 번 [인문/사회] 신간평가단 지원해 보세요. 저는 신간평가단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이 제가 좋아하는 책만 읽지 않고, 다른 분들이 추천해주시는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좋은 경험이었구요. 그러니, 메리포핀스님도 한 번 도전해 보세요.

꽃도둑 2011-02-28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굿바이 님 리뷰 마이 아주 마이~ 기다렸어요. 왜 안올라오지 하고 걱정했더랬어요.
무슨 일이 생긴걸까?...하고.
반갑네요...^^ 별 다섯 개 따서 오느라고 늦었군요...
문장 사이사이 굿바이님의 한숨 소리가 새어나오니 이 어인 일?...
자신에 대해 너무 심하게 반성한 건 아닌지.... 이성으로 비관해도 의지로서 낙관하실거죠?..ㅎㅎ
이번 저는 이 책에서 평등이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동질성이라는 걸 새삼! 절실하게 깨닫고는 소름끼쳤지요...ㅡ.ㅡ

굿바이 2011-03-02 10:02   좋아요 0 | URL
실은 좀 아팠습니다. 감기 바이러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으며 날이면 날마다 코를 푸느라 도통 뭘 할 수가 없어서, 은혜로운 신간평가단 담당자님께 리뷰연기를 요청하고 이제야 올립니다.

제 한숨 소리가 들리시나요? 이렇게 쉽게 들켜서야 ;)
꽃도둑님의 리뷰를 얼른 읽으러~~ 갑니다요~~^^

2011-02-28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가게재습격 2011-02-28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처음 인사드리네요.^^)

굿바이 2011-03-02 10: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허접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반딧불이 2011-02-2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이렇게 반성과 성찰로 이어져야 하는데 마감에 쫓겨 내용요약에 그친 것이 부끄러워지는 리뷰,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굿바이 2011-03-02 10:08   좋아요 0 | URL
다른 분들에 비하면 늘 부족한 글인데, 이렇게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이번 달에 리뷰가 좀 늦어졌습니다. 이제야 다른 분들 글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딧불이님의 글도 빨리 보고 싶네요. 지금 갑니다. 슝~

치니 2011-03-01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관심 팍팍 가는 내용에 옮긴이도 이희재 선생이라니! 꼭 봐야겠습니다.

굿바이 2011-03-02 10: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역시 번역자를 알아보시는~! 책을 읽기 편했어요. 어떤 문구나 단어는 좀 교체했으면 좋겠다 싶었지만, 꽤 많은 분량의 책을 술술 읽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좋은 번역가는 역시 다르더이다~:)

흰그늘 2011-03-02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술을 마시던 예전을 떠올려보면, 그 무언가에 대한 낙관은 술에 취해버린양 몽롱해지고,
아슴프레하듯 얘기들은 들려오는데,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고 눈마저 서서히 감겨오는데..
비틀거리기까지하고.. 토해내고.. 그렇더라구요.. 적어도.. 저는..

한데.. 비관적일수록 어떤날의 비관은 때로는 섬뜩하리만치 확고한 하나의 신념처럼 정신이 맑아지며 우리나라가 불렀던 '처음의 마음' 의 노래소리처럼 의지마저도 꿈틀꿈틀 거리더라구요.. 박경리 선생님의 '양극' 이라는 '시'를 마음에 담았던 날이 있었는데 오늘은 불현듯
'두더지같이 땅을 파며 창공의 비상을 본다' 던 그분의 말씀이 떠오르네요..

굿바이 2011-03-04 10:51   좋아요 0 | URL
박경리작가가 떠나고 그 분의 글들을 조금씩 다시 열어보니 제가 그간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있었어요. 어떤 시간들을 어떤 굴곡들을 살아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그런 글들이 거기 있었는데, 이제야 그것들이 보입니다.
박경리작가의 시는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한 번 읽어보려고 합니다. 적어주신 글이 참 좋네요.

동우 2011-03-05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늙은 보수꾼 나는 고작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順자본을 뇌까립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지배한다'는 명제.

하하 굿바이님.
무식한 답글 용납합시사..

굿바이 2011-03-07 15:29   좋아요 0 | URL
보수가 동우님같은 분들에게 붙는 수식어라면 저도 보수로 전향합니다!:)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말 정말 몸으로 체득했던 시절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