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 주세요.

제목이 주목 신간이라 이 페이퍼를 쓸 때마다 부담스럽다.
내가 뭘 주목하는 것도 좀 우습고, 혼자만 멀뚱멀뚱 좋아하는 것을 주목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도 좀 민망한 일이다. 여하간 다섯 권의 책은  

비슷한 기획인지 아직 책을 읽지 못해 가늠할 수 없지만, 그린비 출판사에서 출간된 <공산당 선언>과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은 <공산당 선언>에 대한 두 저자의 감상으로 물꼬를 트고 있는 듯 하다. 또한 당연히 점점 부끄러워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책일 것이라 짐작한다. 물론, 늘 돌아보기만 하고, 한 발도 떼지 못하는 무능과 이기심에 스스로 놀라고 있는 중이지만 말이다.
여튼 3부로 기획되어 있는 책의 3부가 특히 궁금하다. <공산당 선언>발표 이후 있었던 논쟁들을 다룬 부분이라고 하는데, 여전히 유효한 논쟁이라고 믿는다.  

 

 

노래같은 [꽃피는 산골]에서 살아본 적이 없어 그 정도의 멜랑꼴리를 외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훼손당하지 않는 범위에서 살 곳을 찾는 나 같은 혹은 우리들에게 2011년의 한국은 암담하다. 
지불능력 싸움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지금 어디 사세요? 앞으로 어디서 살아갈 수 있겠어요? 
마지막으로 돈안되는 장사가 될 수도 있는데, 열심히 책을 만든 경향신문사에 박수와 애정을!


      

 

                                       
니얼 퍼거슨이 쓴 책이다. 반가웠다. 가격은 몰랐다. 이런 책을 신간평가단 책으로 진행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내가 주목하는 신간이 선정될 확률은 0%에 가깝기에 절대적으로 편안한 마음으로 주목중이다.
20세기를 무어라 정의하면 좋을까,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연 [증오의 세기]라는 정의가 마음을 흔든다. 그렇다면 무엇이 증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는가, 당연히 원인이 있을 것이다. 짐작할 수 있거나, 짐작조차 못했던 원인들. 그것들을 제공하는 시스템과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사람들. 이렇듯 증오의 대상이어야 할 것 들은 따로있다. 물론, 종교는 그것마저 용서하라고 가르치겠지만 말이다. 

  

 

재기발랄한(죄송합니다^^) 사상가 혹은 문화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책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텍스트를 읽어내는 그의 탁월함을 따라올 문화비평가가 몇이나 될는지. 여하간 테리 이글턴은 그 부분에 있어 최고 그룹에 들어간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책의 출간이 2000년대 초반이니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이글턴이 말한 것처럼 이론이란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불편한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할 때, 이론의 실패와 이론의 가능성을 더듬어 보는 일은, 항상 유효하고 의미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이 저자의 최고의 책은 아닐지언정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은 [허베이 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의 총체적 보고서다.
책을 보고 철렁했다. 잊고 있었다. 기름 유출 사고를 그리고 태안을. 무서운 침묵에 일조한 셈이다. 벌 받아 마땅한 삶을 살고 있다는 자책을 먼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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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1-12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증오의 세기> 탐납니다. 분량은 지금까지 소개된 신간도서 중에서
최고지만,, 많은 분량의 많은 액수의 책이면 소장가치가 있기 마련이죠..^^;;

굿바이 2011-01-12 17:56   좋아요 0 | URL
저도 탐납니다. 매우!!!! ㅋㅋ
cyrus님 추천도서 중에 한 권 선정되면 좋겠는데, 물론, 다른 분들이 추천해주신 책들도 다 좋아서 저는 어느 책이 되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꽃도둑 2011-01-12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론이후]가 막 궁금해지는데요? 매우!!!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팍팍 옵니다...^^

굿바이 2011-01-13 10:05   좋아요 0 | URL
<이론이후> 읽고 저희끼리 감상을 나눌까요?^^
테리 이글턴의 <반대자의 초상> 혹시 읽어 보셨나요? 그것도 꽤 괜찮은 책입니다.

교고쿠도 2011-01-13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받아 마땅한 삶을 살고 있다...아, 역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굿바이 2011-01-14 11:21   좋아요 0 | URL
교고쿠도님 안녕하세요?^^
글은 종종 읽었는데, 인사가 늦었어요.

양철남비처럼 끓어오르고 식어버리는 제가, 참 싫습니다 ㅠㅠ

치니 2011-01-13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여기 있는 책들 전부 읽고 싶어요!

굿바이 2011-01-14 11:22   좋아요 0 | URL
저도 치니님이 소개해주시는 책들은 다 읽고 싶어요! 음악도 다 듣고^^
 

게으름을 피우다 드디어 굿바이 다방을 열었다.
바리스타로 황군을 채용했으나, 아직 드립이 서툴러 커피의 맛에 뭐랄까 긴장감까지 뿌려져 신비하고도 오묘한 맛을 내고 있다.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을 눈과 입으로 익힌 자들의 최후를 보는 것 같지만, 나 역시 다를 바 없으니 꿀 먹다 목막힌 자의 자세로 열심히 마셔주고 있다. 

삼한사온은 이제 한반도에서 사라져야 할, 보도 듣도 못한 이십한일온 정도 되는 날씨에 오다가다 돈 떨어지고, 의욕 떨어지고, 배고픈데, 어쩌다보니 뚝섬유원지역에 왔다면, 굿바이 다방으로 오면 된다. 커피는 공짜요, 난방도 빠방하고, 과자도 많고, 국수도 안떨어졌다. 거기에 운좋으면 와인도 있고, 반신욕하다 남은 1년 넘은 청주도 있고(일년 전에 반신욕하고 이후로 한 번도 안했다는ㅜㅜ) 뱀주사위 놀이도 있고, 윷놀이도 있다. 아, 책도 있다.  

여튼 우리집으로 들어온 믿음직스러운 친구들은 다음과 같다.  

 

이번 주말에 핸드밀만 구매하면 되는데, 자센하우스와 트레스페이드, 푸조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  실은 돈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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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1-11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핸드밀 다시 사고싶어서 ㅜㅜ 완전 고민 돋아열 트레스페이드의 그 초록색 핸드밀 너무 예쁜데 가격이 너무 ㅎㄷㄷ해서요 ㅜㅜ

굿바이 다방 개장 축하드려요!!! 언제놀러갈까 생각하니 으쓱으쓱 신나요~

굿바이 2011-01-11 15:24   좋아요 0 | URL
언제든 오시오!!!!!! 뭔지 모르게 나도 으쓱으쓱 신나요~

트레스페이드 제품을 어디선가 우연히 봤는데, 음, 디자인의 멜랑꼴리는 이런 것이라고, 막 떠들었었어, 가격을 물어보고 하우스(전세)푸어의 멜랑꼴리를 경험했지만 말이야 ㅜㅜ

차좋아 2011-01-1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센하우스 사세요 푸조 보다 훨 좋아요. 무엇보다 좋은건 전동 그라인더 ㅋㅋㅋㅋㅋ
칼립타 동포트 이뻐요^^

굿바이 2011-01-11 15:11   좋아요 0 | URL
오호~ 알겠어요. 좋은 제보 감사 또 감사!!!!

전동 그라인더를 사준다던 선배가 있었는데, 그때 왜 튕겼나몰러~
후회가 눈처럼 쌓여^^

2011-01-1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1-1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제 시작이라는 분이 몇 년 째 드립 마시는 저보다 도구가 훨 좋습니다. ㅎㅎ 제 경우 칼리타 저렴한 핸드밀인데, 이게 좀 불편하긴 해요. 균일하게 갈리지도 않고, 잘 안 쓰게 되더라고요.

굿바이 2011-01-11 15:20   좋아요 0 | URL
ㅋㅋㅋ 제가 좀 모질라요.
제품 목록을 만들어 놓은게 거의 3년 전인데, 지난 주말에 동네 커피가게에서
커피마시다가 팔리지 않고 먼지만 쓰고 있는 녀석들이 있길래 그냥 집어왔어요.주인이 가게 오픈하면서 야심차게 전시한 것 같은데, 아무도 구매를 안했나봐요. 가격이고 뭐고, 뭐랄까 감정이입(?)이 되서 그냥 데려왔어요.
뭐, 밥은 먹고 다니냐?이런 심정으로다가....ㅠㅠ

치니 2011-01-11 15:40   좋아요 0 | URL
푸하하, 밥은 먹고 다니냐? 라니. 아유 우리 굿바이님, 정말 못말리게 사랑스럽심다.
저도 사실 지금 있는 도구들 거의가 그냥 동네 커피 판매점에서 산 거에요. 핸드드립에 핸 자도 모를 때 갔다가, 그냥 거기서 사버린 거죠. 주인장이 비싼 거 권하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사면 조금은 더 쌀 거라고도 했는데, 그거 또 인터넷에서 언제 찾고 있냐 싶어서 확. 지금까지 후회는 없심다. 잘 하셨세요. (근데 저 주전자 참 멋집네다)

2011-01-11 17: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1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ohoya 2011-01-1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모두들 커피를 좋아하시는군요~.
전 드립은 아니고 모카포트로 즐기고 있어욤.

근데 굿바이님 커피 취향이 에쏘가 아니었나요?

굿바이 2011-01-12 10:39   좋아요 0 | URL
호호야님! 새해 복 많이 받고 계시죠?

제 취향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커피는 다 좋아요~
저도 그렇고 같이 사는 황군도 그렇고, 집에서 거의 말을 안하거든요, 뭔가 대화거리가 필요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걸 해보려고 올해 야심찬 계획을 세웠답니다.

토깽이민정 2011-01-12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바쁘더라도 꼭 가봤어야 했지만 가보지 못한곳, 그곳.
아흐흑...

언니, 다음번 서울갈때는 꼭 가고 말테여요~!

그렇지만, 커피
밥은 먹고 마시는지?
(이건 좀 무리수인듯..ㅎㅎ)

굿바이 2011-01-12 17:52   좋아요 0 | URL
내가 미쿡을 먼저 가려고 했는데, 음...아무래도 봄이 되야 할 것 같아.

다음에 서울에 오면 우리집에서 먹고 자고 해. 물론, 이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방 한 칸(?) 이런 곳으로 가게되면 어디가서 합숙이라고 하고 ㅋㅋㅋㅋ
아참! 밥만 먹는게 아니라 꼭 케익을 함께 먹어야한다는 황군의 강력한 주장으로 커피 한 잔에 케익 한 조각씩 먹어. 미친짓이지 ㅋㅋㅋ

風流男兒 2011-01-12 22:32   좋아요 0 | URL
와우 커피케익 대단한데요, ㅋㅋ 민정양, 잘 지내셈요? ㅎㅎ

굿바이 2011-01-13 09:32   좋아요 0 | URL
대단히 살이 찔 것이라 사려됨^^

風流男兒 2011-01-12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홋 좋은데요 완전!
이런저런 기구들보다도 더 좋은 건 누나와 형님이 하신다는 사실.

곧 찾아뵈어야 겠어요 ㅎㅎㅎ

굿바이 2011-01-12 17:53   좋아요 0 | URL
넵! 언제든 환영!

그나저나 오면 팀장의 자격을 논해야 할 지도 몰라 ㅍㅎㅎㅎ

風流男兒 2011-01-12 22:31   좋아요 0 | URL
괜찮아요 전 아직 자격이 없으니까요 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

2011-01-12 16: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2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에디 2011-01-12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모카포트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저처럼 게으른 사람은 못할거 같아 주저하고 있어요. 핸드밀도 역시...

저도 커피 한잔에 케익 한조각씩 먹습니다!

굿바이 2011-01-13 10:03   좋아요 0 | URL
에디님, 안녕하세요^^

게으름으로 따지면 저도 상위 10%안에 들어갈 자신 있습니다 ㅠㅠ
일단 핸드밀을 시작으로 모카포트도 도전해 보려구요~
우와 커피와 케익의 조화를 알아주시는 에디님 완전 좋아요. 제 별명 중 하나가 '꿀벌'이거든요. 단거 완전 좋아해요 ㅋㅋㅋ
 
그리스도교 - 본질과 역사 신학텍스트 총서
한스 큉 지음, 이종한 옮김 / 분도출판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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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담,고담,농담,치담,종교담,한스큉담,연암죽빵담,거두절미하고,오라버니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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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11-01-0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라도, 한 번, 혹은 여러 번, 저처럼 그리스도교의 본질과 역사에 관해 궁금하셨다면, 두말없이, 이 책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같이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시간과 물질과 마음을 나누었던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큉!오라버니 킹왕짱빰빠라밤빰 멋있었습니다^^ 독어를 몰라서 그냥 우리말로 감사를 전합니다 ㅋㅋ)

잘잘라 2011-01-09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 바뀐 플필 사진이 뭔가.. 의욕적으로 느껴져요^^

굿바이 2011-01-11 09:43   좋아요 0 | URL
알아봐주시는 센스^^ 올해 센스쟁이로 임명합니다ㅋㅋㅋ

웽스북스 2011-01-10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고맙습니다 ㅋㅋㅋ

굿바이 2011-01-11 09:43   좋아요 0 | URL
원효면옥 운영하느라 고생많았네 ㅎㅎㅎ

風流男兒 2011-01-11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자본도 잘 부탁드려열!! ^^

굿바이 2011-01-11 15:25   좋아요 0 | URL
앗! 뭔가 당한 느낌이닷 ㅋㅋㅋ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7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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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준 것인지, 누구에게 그냥 줘버렸는지 알 수 없지만, 이응준의 책을 다시 샀고, 다시 읽는다. 어쩌면 놓쳤을 수도 있고, 지금에서야 혼자 오해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아득하게 앉아 이응준의 책을 읽고 있었을 한강을 떠올려본다. 이 책에 수록된 <달의 뒤편으로 가는 자전거 여행>이라는 단편이 허망한 추리의 근거라면 근거다.   

책을 옆에 두고 조카에게서 얻은 주사위를 만지작거리다 굴린다. 가늠할 수는 없지만 납득되는 숫자가 허공을 향한다. 다시 던진다. 역시나 그럴 수 있는 숫자가 내 앞에 놓인다. 반복할 수록 우연이 필연적인 숫자들의 조합으로 엮여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람들의 조합도 그러할 수 있을까. 우연이지만 필연적인 조합. 이응준을 한강을 그리고 나를 우연이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조합으로 묶는다면, 그 필연에 어떤 이름을 붙일 수 있을까. 아마도 '실재하며 작동중인 쓸쓸한 것들의 조합' 이 되지 않을까.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은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두고 힘빠지는 이야기를 얼마나 오래 했는지 이제 기억도 멀다. 단지 써야하기에 쓰는 것,이라 말하며 서둘러 자리를 떴고, 써야한다는 그 말의 울림이 그저 먹먹해 집에 오면 으레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곤 했다. 무엇인가 써야함에도 어떤 단어도 이어갈 수 없는 막막함. 치부와 상처가 활자로 떠돌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 같은 근거없는 두려움이 도시의 불빛처럼 밤에도 잠을 막아섰다. 그럼에도 겁쟁이가 숨어들 공간이 있을 수 없는 것 처럼 '실재하며 작동중인 쓸쓸한 것들의 조합' 들은 매번 활자로 떠돌며 나를 찾아낸다. 떠돌아야 한다고, 가벼이 떠돌아야만 한다고 최면을 건다. 서로가 서로에게. 살아야 한다는 말 보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말이다.  

"음지는 양지를 탐하여 흉내낼 때 가장 어둡고 축축해 보이는 법이니까. 너는 온갖 세상사에 얽혀 있는 듯 행동하곤 했지만, 실은 언제나 너 홀로 자신에게 골똘했을 뿐이었다. 나는 곧 너를 완전히 이해하겠다는 희망을 포기하였고, 그 대신 너의 전체적인 존재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 더불어 네가 어째서 나에게 느닷없이 손을 내밀었던가도 깨달았다. 너는 내가 너처럼 병들었다는 사실을 동물적으로 간파했던 것이다. 그림자 같은 그림자에게 드리우길 원한다. 그거였다."<Lemon Tree 中>

작가가 그려낸 인물들은 타자를 염두한다기 보다 독백으로 일관하고, 흘러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시간은 어디 쯤에서 단절되어 있다. 줄거리를 기억하기에는 모호한 추억들로 채워진 사람들이다. 책은 각각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기 다른 인물들이 출몰하지만, 한 명의 주인공이 다른 공간을 오고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책은 몇 편의 단편속에 묘사되었던 푸른 안개속을 더듬는 듯 하다. 물가의 새벽을 체험한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는, 시리고 명징한 그렇지만 힘이 빠진 안개속을 허위허위 내저으며 걷는 기분이다. 물리적으로 큰 힘이 아님에도 진을 빼고야 마는 그런 경험. 삶이 반드시 기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어느 주인공처럼 삶이 반드시 기발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자의 지친 새벽같은 소설이 바로 이응준의 소설이며, '실재하며 작동중인 쓸쓸함'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엉뚱한 얘긴지 모르겠지만, 기실 우리네 삶은 수채화가 아닌 유화가 아닐까. 성숙한 인간이라면 우선 세상의 바탕을 마땅히 고통스럽고, 슬프고, 쓸쓸하고, 외로운 곧 어둠의 색으로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신 살아가는 동안 내내 점차 희망이나 보람 같은 것들을 대변할 만한 밝은 색깔들을 스스로 찾아내어 그 비관적인 인식 위에 덧칠하며 제 평생의 아름다운 그림 한 장을 완성시킬 것!" <내 가슴으로 혜성이 날아들던 날 밤의 이야기 中> 

이 푸르고 외로운 별에서 내가 태어난 순간, 나는 앞으로 얼마가 될 지 알 수 없지만, 이곳에서 숨쉬는 한 춥고 쓸쓸할 것이라는 것을 예감하고 울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나를 바라보던 내 부모의 눈은, 너를 만나 다시 뭔가 잘해보리라는 마음이 들고 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우리는 외로웠으리라. 그렇게 우리의 쓸쓸함은 무성해졌으리라. 그러나 세상에 알려진 죄와 알려지지 않은 죄를 모두 저지르고 난 오늘, 어느 문지방에서 돌아보니, 문득 그 모든 것들도 '추억의 속도로 걸어가고'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전히 뒷모습은 보이지만, 꼭 그 날의 새벽처럼, 푸른 안개속으로, 무성하고자 했던 욕심들과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두려움마저 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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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9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0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해 - The Yellow Sea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파카로도막을수없는추위에는오뎅이최고,라고쓰기엔개병도는사회는도끼질보다아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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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11-01-03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두려워서 못보고있어요....ㅋㅋ

굿바이 2011-01-03 17:27   좋아요 0 | URL
권하고 싶은 영화는 아닌 것 같아. 사실 할 말이 좀 많았는데, 사무실이 너무 추워서 동사하기 일보직전이라...머리도 얼고, 손도 얼고, 도끼질보다 더 두려운 건 우리 사무실 온도계야, 16도라니... 이제 졸.립.다..

風流男兒 2011-01-04 09:52   좋아요 0 | URL
정말... 우짜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