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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향성 폭발implosion, 내향성 폭발을 일으키다imploser. 점점 더 빈번히 사용되는 말. 회오리바람을 생각하면 된다. 회오리바람은 지극히 제한된 국부적 저기압 현상으로 태풍의 눈 주위를 선회하는 운동에 말려든 탓으로 바람도 그 저기압을 메워주지 못한다. 이는 격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을 나타내기에 아주 적절한 이미지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간단히 만족시키는 대신 불만족의 상태로 남아 있음으로써 그의 주위에 있는 사물들과 자기 자신을 격렬하게 휩쓰는 운동의 모터로 변해버린다.  
 
- 미셀 투르니에, 「외면일기」

 
나는 지금 imp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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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덜너덜해진 사람에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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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기 기술은 모래판에 선 장사가 힘과 기술로 상대를 통쾌하게 제압할 때 그 빛을 발하는 것이지, 밥상을 뒤집을 때 쓰는 기술이 아닌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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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하게 한걸음 - 제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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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그 시작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출판사에서 주체하는 소설상이니 어느 신문에서 뿌리는 문학상이니 그런 것들을 내심 허투루 넘겨 볼 수가 없었다. 궁금했고 또 가당치도 않은 욕심을 부려 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서유미의 작품이자 [제 1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작]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이 작품을 곱게 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상식을 저버리는 마음가짐은 아니었다. 

그녀의 소설이 어때요?라고 누군가 물으면 나는 [속도감은 좋았어]라고 말할 것이다. 이유없이 난해하고 쓸데없이 지루한 소설보다는 쉽게 이해되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 더 좋은 글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조건 빨리 읽혀 좋다,라는 뜻은 아니다. 조카의 낙서장처럼 기승전결을 완벽히 예측할 수 있어서 혹은 [메롱!]처럼, 좀처럼 곱씹어서 읽을래야 읽을 수 없는 그런 글들의 스피드까지 예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서유미의 소설 [쿨하게 한걸음]은 조카의 낙서장과 어딘지 닮아 있었다. 작가에게는 너무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다.

미혼의 삼십대 여성 그것도 돈도 없고 실업자에 애인도 없다는 설정은 갑갑하고 상투적이지만 어찌되었건 작정만 하면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를 엮어 낼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건 뭐랄까, 그저 몇 일전 내가 친구와 떠든 전화 통화의 일부분과 멀리 떠나있는 친구의 싸이월드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많이 뻔하고 또 지극히 다람쥐 쳇바퀴와 유사한 이야기 말이다.  

물론 삼십대가 극적 긴장감과 절망으로 벼랑 끝에 서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시건방진 발언이지만 적잖이 암울하고 절망적인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그 긴장과 절망이 스타벅스의 캐러멜라떼 한 잔으로 위로되겠는가. 그렇다면 그것은 참으로 뭣도 아닌 뭣인 것이다. 그러니 그녀가 말하는 쿨하게 한걸음이라는 것, 특히 쿨하다는 것이 [짜식! 가볍게 툭툭 털어버려!]라는 의미라면 나는 [가볍게]라는 대목에 곱표를 하고 싶다. 특히 [가볍게]라는 의미가 성찰없는 가벼움이라면 곱표 세 개쯤은 얹어주고 싶었다. 

[쿨하게 한걸음]은, 작가에게는 두 번 미안한 말이지만, 작가가 출발선에서 딱 한걸음만 떼어놓은 작품같았다. 물론 그 한걸음이 작가에게는 쿨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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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속
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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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취향의 문제인지 아니면 계산된 것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어떤 작가들은 멱살을 틀어잡아서라도 독자를 스펙터클 앞에 강제로 세워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경우가 있고 또 어떤 작가들은 그저 바짓가랑이를 붙드는 정도의 힘으로 독자와 소통하려는 작가가 있다. 그도 아니면 담담하다 못해 맥없는 손짓으로 독자를 주저않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저자 소르주 샬랑동은 아마 마지막 부류에 해당하는 작가인 듯 싶다. 화려하고 기지 넘치는 것들이 박수받는 요즈음 어떤 것도 부러 드러내지 않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반가웠다.  

늙은 두 부부가 사는 [바람의 집]에는 요일마다 다른 사람들이 찾아온다.
이반은 커튼을 젖혀 환기를 시키고, 마들랜은 침대를 정리하고 꽃을 꽂아두고, 레오는 종을 울리고, 천당지기는 시계의 태엽을 감고, 블랑슈테르는 시를 읽고, 베르트뱅은 불을 밝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갑판장 루시앙은 한밤중에 [바람의 집]을 둘러본다. 그들 모두에게 [바람의 집]을 들르는 일은 일상이며 또한 약속이었다. 기억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는 약속이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곁에 붙들어 두려는 약속.

누군가가 죽은 사람을 몹시 사랑한다면 그를 이 세상에 좀더 머무르게 할 수도 있다고. 그러려면 죽은 사람의 집에서 발소리를 내며 걸어다니고 어딘가 나가려는 듯 문을 열고 햇빛을 들이려는 듯 창문을 열어야 한다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들고 진짜 식사를 하는 것처럼 그릇이며 숟가락 부딪치는 소리를 내야 한다고. 집에서 물소리가 나야 한다고. 화병에는 꽃이 꽂혀 있어야 하고 낮에는 방마다 햇볕이 들어와야 하고 침대는 아침마다 정리정돈이 되어야 한다고. 죽은 사람 몫까지 합해 큰 소리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어야 한다고. 그러면 램프는 누군가가 죽은 줄 꿈에도 모른 채 -램프는 죽음이라는 것 자체는 모르니까- 창가에서 꾸벅꾸벅 졸고만 있다고. 그동안 영혼은 멈춰버린 심장에 붙어 있을 수 있다고. p.150

등장 인물들은 모두 조금씩은 부족하고 또 조금씩은 상처입은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그저 평범한 우리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들이 늙은 두 부부, 에티엔과 포베트에게 받은 위로와 호의는 각자 다르지만 그것으로 인해 얻은 삶에 대한 긍정은 비슷비슷했다. 그리고 그 사랑과 추억, 의리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다짐한 약속들은, 그것이 비록 파기될 시점이 온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위해 서로 노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 여겨진다. 약속은 약속 자체가 중요한 것이라 아니라 약속을 이끌어 낸 마음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과장된 다짐과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너무 쉽게 뱉었던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며 다시 한 번 그들에게 흘렸던, 기억도 가물거리는 약속들을 되짚어 보았다. 미숙하고 이기적이었겠지만 어떤 약속들은 분명 진정이었다고 입 속에서 우물거린다. 정말 어떤 약속들은 진정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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