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패자부활전은 아니지만,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는 새해의 첫날이 오고 있으니, 2011년의 첫날 안부를 전하지 못했던 그대들, 안녕하시오. 그리고 행복하시오. 

2.
허수경의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읽는다. 읽고 또 읽는다,가 정확한 표현이겠다.
10년을 더 살아내면 저런 시를 쓸 수 있을까, 아니다,라는 것을 아는 나도 제법 철이 들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시간이 제법 많이 연소되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불연소된 시간에서도 알아지는 것이 있으니, 나는 그것이 철(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3.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저 많은 채소와 고기로 무엇을 할 지 나도 궁금하다.  
허수경시인은 썼다.
"난 존재를 안고 있는 허당이었어요" 라고  
나도 쓴다.
"난 식재를 안고 있는 허둥이었어요" 라고
시를 더듬으며 느꼈던 휑-함을, 냉장고를 더듬으며 퀭-하게 느낀다.  

4.
어쩌면 허수경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는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저도, 저도, 그것을 알아요, 아-아-아 그 마음을 알아요,라고 끼어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럴 수 없음을 실시간 깨닫는다. 나는 모른다. 나와 다른 그녀의 말뚝을. 

5.
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바가 있는 당신들이 말한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알겠느냐고, 철이 들려면 아직 멀었노라고. 음. 나는 아직 모르고, 여전히 멀었다는 것은 기꺼이 동의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게 결핍마저 없겠는가,하면 그것은 아니다.  
허수경시인이 썼다.  
"울지마, 라고 누군가 희망의 말을 하면
 웃기지 마, 라고 누군가 침을 뱉었어"
나도 쓴다. 
"웃지마, 라고 누군가에게 부탁의 말을 하면
 웃기지 마, 라고 누군가 침을 뱉었어"
 

6.
시인에 대해, 시에 대해, 그리고 그 시를 밤새 읽는 나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함구하고 만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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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11-02-01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믿을 만한 분들 2명이 좋다고 하시니 저도 이 시집을 사야겠네요.

그나저나, 대체 누가 아이를 키워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알겠나, 키워봐야 철이 든다나, 그런 소리를 한답니까. 키워본 입장에서 일갈하건대, 어차피 철들 사람은 자녀 유무와 별개로 철 들고 안 들 사람은 안 들고 그렇습디다. (절 보세요, 일단. ㅋㅋ)

굿바이 2011-02-01 14:32   좋아요 0 | URL
혹시, 부담이 안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보내드릴께요. 까지껏 이정도야^^
⇒비밀글로 주소를 알려주시면, 한 번 써먹고, 언능 잊어버리겠습니다 ;)

웃으면 안되는데, 혼자 빵~터졌습니다. 절 보세요,라니요....
충분히 고분고분 살려고 하는데, 아직 부족한가봐요. 확 철철철 철이 넘치는 포유류로 변신해야겠어요 :)

2011-02-01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1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2-01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식재를 안고 있는 허둥이었어요. ㅋㅋㅋ
여기 그런 사람 하나 추가하구요,
장바구니에 시집도 하나 추가합니다. 땡스투~

굿바이 2011-02-02 21:51   좋아요 0 | URL
어떻게 식재는 잘 활용하고 계신지요? :)

메리포핀스님에게도 좋은 시집이 되기를 바래요~
연휴 잘 보내세요!

블리 2011-02-0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러니까 제발, 절 좀 웃기지 말아 주세요.
안 웃을 수가 없잖아요. ^-ㅠ (울다가 웃다가;;)

굿바이 2011-02-02 21:52   좋아요 0 | URL
올해 목표! 웃기기!!!!!!
목표 수정! 블리 웃기기!!!!!

연휴 잘 보내~

흰그늘 2011-02-0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수경씨 새 '시집'이 나왔나 보군요.. 검색을 해 보았는데.. 일반판보다 특별판의 표지에 마음이 가더라구요(아직 어린가^^) 6번 글과 태그에 마음이 잠시 머물러 보네요..

40일 밤,낮으로 비는 내리고, 모든 죽어가는 소리들을 가슴에 묻어며 노아의 방주에서 나온
초록비둘기는 새로운 날의 아침을 노래해야 하지만, 살아있으나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굿바이님은 그 날의 그 '새' 라면 어떨것 같아요?..

굿바이 2011-02-02 21:58   좋아요 0 | URL
이 시집이 두 가지 버전으로 나왔어요. 특별판은 크기도 더 큰 것 같았습니다.

음... 한 번도 생각안해봤는데, 올리브잎을 물고 온 '새'를 말씀하시는거죠?
성경이 말하려고 하는 바는 알겠지만, 개인적인 삶으로 똑같은 상황을 부러 끌고 들어온다면, 저는 노아의 방주에서 자결했을 겁니다. 아마도...

라로 2011-02-0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굿빠이님,,이글 너무 공감되는군요!!
시집을 안 사본지 한 몇 천년은 되는 듯 한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 싶게 만드시는군요!!ㅎㅎ

저도 치니님 댓글에 절대 공감, 동감합니다,,절 보세요,,,애 셋을 낳았어도 철 안들었,,,쿨럭쿨럭,,,쿨쿨럭

굿바이 2011-02-02 22:01   좋아요 0 | URL
이런 쿨럭이는 위로라니요 :)
이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이미 경지에 오른 것이라고...ㅋㅋㅋ

그나저나, 나비님의 포스터는 언제 보아도 압권입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cyrus 2011-02-02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

굿바이 2011-02-02 22:02   좋아요 0 | URL
cyrus님도 무조건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뭐든 대박나는 한 해 보내시길 바래요!
늘 감사합니다.

꽃도둑 2011-02-0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바이님 새해 복, 듬뿍 받으세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굿바이 2011-02-08 13:25   좋아요 0 | URL
꽃도둑님도 복 많이, 만땅, 받으세요!
취향이 다들 다르시니 뭐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저는 이 시집 좋았습니다 :)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시간, 정물화를 그린다. 쟁반 위의 과일 몇 개, 똑같은 것을 보고 스케치를 시작했고, 색을 입혔다. 수업시간이 끝날 무렵 확인한 바에 의하면 50명의 그림은 달랐다. 같은 것을 혹은 비슷한 것을 바라보는데, 어찌 그들의 그림은 다른 것일까? 그들은 보이는 것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이 그린 것을 보기 때문을 아닐까.  
촘스키와 푸코의 토론을 지면으로 확인하면서 비슷한 의문이 생겼다. 두 학자는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왜 다른가? 억지스러울지 모르나 50명의 그림이 조금씩 혹은 제각각이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일까? 그렇다면, 두 분의 어르신은 보이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발화하는 것을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네덜란드, 1971년 촘스키와 푸코의 대담, '인간성'에 대한 논쟁을 시작으로 언어와 정치의 관계, 담론분석에 있어 권력의 역할이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오간다. 팔은 안으로 굽을 때 자연스럽다고 했던가. 내 마음대로 안으로 굽는 팔에 해당하는 푸코의 입장에 훨씬 많은 밑줄을 긋는다. 예를 들면 이런 주장이다.
"진리는 권력과 무관하다거나 권력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혁파하는 것입니다. 그 기능과 역사가 의심스러운 신화에 따르면, 진리는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보답이고, 오래 견딘 고독의 자식이고,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특권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진리는 이 세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복합적인 형태의 제약에 따라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것은 권력의 주기적인 효과를 유도합니다. 각 사회는 진리의 체계가 있고, 진리의 '일반 정치학'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그 사회가 받아들여 진리로서 기능을 발휘하게 만드는 담론 유형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푸코는 우리가 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지에 관해 지대한 관심을 둔 셈이다. 요즘 세간에 유행하는 '정의'의 개념에 대해 내 안으로 굽는 팔인 푸코는 다시 이렇게 주장한다.
"제가 보기에 정의라는 개념은 특정 정치, 경제 권력의 지배 수단으로서 혹은 그러한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로서, 여러 다른 유형의 사회에서 발명 유통된 개념입니다." 
소쉬르가 언어를 기호라고 했을 때, 내가 소쉬르의 주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그래서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임의적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정의'의 정의로 가장 알맞은 것이라고 나 역시 합의하고 싶어진다. 그것도 알아서 열광적으로.

여튼, 이 주장에 관해 촘스키는
"저는 인간성의 내부에 뭔가 절대적 기반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당신이 그 근거를 내놓으라고 한다면 저로서는 곤란해질 겁니다. 구체적으로 그려낼 수가 없으니까 말입니다. 아무튼 '진정한' 정의 관념이 인간성의 바탕에 까려 있다고 보는 겁니다." 라고 응수한다. 이렇게 두 어르신의 입장 차이를 놓고 보는 일은 한 번도 제대로 궁리해보지 못한 논제들을 끙끙거리며 생각해야 한다는 귀찮음을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흥미롭다. 잠시 내 성향이 의심스러운 대목이지만 말이다.
여하튼 촘스키는 뭔가 인간성에 바탕을 둔 정의로운 사회를 진단한다면, 푸코는 철저히 현실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따라서 촘스키를 관념론과 연결지을 수 있다면, 푸코는 경험론에 줄을 댈 수 있겠다.  

이쯤되면 무엇을 말하든 두 어르신은 흥미진진하게 대립각을 세우겠지만, '인간성'과 '사회의 진보'라는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방점을 찍고 있는 두 어르신 덕분에 독자는 위의 주제들을 입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선행학습이 없다면 쉽게 읽힐 책이 아닐 수도 있다.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혹여 이 책을 읽으실 분들 중에 나와 같이 선행학습이 부재하다면, 책의 1장부터 읽지 말고 2장부터 6장까지 촘스키와 푸코가 각각 주장한 내용을 먼저 읽고, 마지막으로 1장을 읽으면 훨씬 수월하게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처음부터 읽었다. 몰랐으니까. 무지는 나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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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7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7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7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8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도둑 2011-01-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무지는 나의 힘이다 라는 말에 한 표 던집니다.
무지하면 원래 막 우기면서! 막가파로 밀고 나가는 용감한 쪽이거나 아니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소크라테스(?) 그쪽에 발을 담그고 있거나... 둘중에 하난데....흠,,,굿바이님은 어느쪽인지 알수가 없단 말야요..ㅡ.ㅡ
사실 저도 무지가 힘인데....^^

굿바이 2011-01-27 13:44   좋아요 0 | URL
ㅋㅋ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둘 다 입니다~~

이거 무슨 조직이라도 결성할까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것 같은 :)

흰그늘 2011-01-2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 한해는 책을 거의 읽지 못할것만 같은 저로선 읽어보고 싶은 책들에 대한 글들을 보는 것으로 나마 나름 위안을 가져 봅니다. 살아가다 보니 그렇더라구요 어떤 무엇은 그 무언가에 의해 더더욱 확고해져 가기도 하고, 그 무언가는 어떤 무엇에 의해 전복되어져 버리기도 하던걸요..

위의 글만을 읽어보는 이 순간의 저는 '인간성의 내부에 뭔가 절대적 기반이 있다고 봅니다
물론.. 이하생략.. 촘스키 어르신의 이 부분에 그냥 마음이 가네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내일이면 어떻게 변할지는 또.. 모를 일입니다..^^

굿바이 2011-01-27 13:4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흰그늘님!

그렇죠, 살다보면 어떤 것들은 윤곽이 뚜렷해지기도, 흐릿해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촘스키씨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이해하지 못한 저의 무지가 원인이겠지만, '인간성의 내부에 뭔가 절대적 기반이 있다'라고 생각해 보니, 도리어 제가 너무 한심해서 뭐랄까 그저 주변의 탓이오, 네 탓이오, 뭐 이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푸코의 주장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구요.
저 역시 변덕이 워낙 심한지라, 내일이면 또 어찌 변할 지 모릅니다 :)

블리 2011-02-0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니랑 얘기할 때 가끔 느껴지던 투명한 튕김,그건 바로 푸코와 촘스키의 차이었나봐요.
전 도덕을 배우던 학창시절부터 칸트의 관념론쪽이었거든요. 그냥 절로 끌려버리니, 원.
그래도 언니가 밉지는 않아요-ㅋㅋ 저도 미워라 하진 마세용~

굿바이 2011-02-02 22:15   좋아요 0 | URL
미워하지 않아서 무안영광입니다 ;) 저도 그대가 밉지않습니다 :)
 

25일이 우리 김여사님 생신인 관계로, 주말에 눈을 홈빡 맞으며 남녘땅을 밟고 왔는데, 어찌 기분이 좀 찜찜하더이다. 다른 건 매우 하등인데 직관은 우등이라, 어째 볼 일 보고 뒷처리 안한 께름칙한 마음이 드는 것은.....아, 우리 오라버니 김여사 생신을 잊었구나, 오라버니의 아내이자 내게는 올케되시는 '아차차 백선생'이 김여사 생신을 쌍으로 잊었구나. 뭐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혼자서 언능 간파한지라. 그러나 그때다. 꼬장꼬장 우리 언니 정양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이라. 받지 말아야 하는 것을 받았다. 습관이란 몸이 정신을 지배하는 아주 못마땅한 현상인게라. 

내용은 간단하다. 아차차 백선생이 스스로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한 댓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차차 백선생이 무슨 죄를 지었는고 정양에게 물었더니,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준 김여사님의 생일을 잊은 죄,라 한다. 웃으면 안되는데 웃었다. 물론 꼬장꼬장 정양에게는 사레가 들렸다 둘러댔다. 여하간, 꼬장꼬장 정양은 내게 함구령을 내렸다. 아차차 백선생에게 어떤 정보도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인게라. 음... 날이 더워 미친다는 말은 들었지만, 날이 추워 실성도 하는가 보다. 모든 것이 지구 온난화문제인게라, 우리 꼬장꼬장 정양은 아무 죄가 없다고 나는 그저 자위했다.  

퇴근을 하면서 전화기를 든다. 여보쇼? 나요!   
아가씨 왠 일?
백선생 내 말 잘 들으시오. 내일이 김여사 생신임을 잊은 거 잘 아오. 호들갑은 서로 생략하오.  
다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하오. 그리고, 내게서 전화받았다는 소리를 하면 그때는 내 손에 죽소. 이만 끊으오. 
어맛!!!!!!! 아가씨 정녕 잊었네. 이를 어째야.....
그건 그대의 일이오. 다만 나와 통화한 사실은 없는 것이오.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만 정의로운 사회가 도래하오.

드디어 김여사님의 생일 그리고 불과 삼십 분 전, 김여사와 꼬장꼬장 정양의 전화를 연달아 받고, 나는 기진맥진이다.
두 분의 분노는 한결같다. 너지?  
나의 대답도 일목요연하다. 뭐가?
추궁은 이어진다. 네가 한 거 다 안다. 
나의 버티기도 만만하지 않다. 목적어를 말하시오. 

믿지는 않았지만 증거 불충분으로 나는 혐의를 잠시 벗고, 전화도 끊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아차차 백선생의 연기가 신통치 않았던 모양인게라. 제보자의 안위를 걱정해서라도 그러면 안되는 것을, 그러나 어쩌면 나는 그래서 늘 아차차 백선생을 후원하는지도 모른다. 여하간 김여사님이야 그럴 수 있다고 해도, 꼬장꼬장 정양의 마음보는 참으로 혈연관계를 백지화시키고 싶은 심정을 들게 하니, 아프고 또 아프다. 정작 본인은 모르겠지만.
아차차 백선생이 김여사님 생신을 챙기기 위한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더욱이 무슨 권리로 그것을 강제하냐는 말이다. 물론, 알아서 하면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이지만, 매년 실수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나이 들고 정신 사나우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을, 뭔 정의의 여신이라고 참으로 우리의 꼬장꼬장 정양은 언제나 어메이징하시다. 그대 그러지 마오, 심히 쪽팔리오.

장시간의 취조를 당하고 나니 시장했다. 책상 위 초콜렛 한 봉지(대략 10개 들었다)와 감자깡을 먹고 커피 한 사발을 들이킨다. 그리고 핸드폰을 본다. 어쩌자고 너는 이제 이런 용도로만 쓰인다더냐 싶어 집어 던지려고 했으나 그럴 수도 없다. 가난은 작은 것에도 분노하지 못하게 한다. 그 생각이 드니 더 배가 고프다. 또 다시 먹다 남은 앙금빵을 먹는다. 앙금이 크레이지하게 달다. 내 앙금도 달까? 그건 모를 일이고. 애써 기억을 더듬는다. 손길은 거칠지만 나름 최적화되어 있다. 빠르게 과거를 복기한다.
정녕, 한 때는 쉬지 않고, 아무 때나, 즐거움을 전하는 전화기였다. 물론, 그 즐거움의 원천인 그들은 더 이상 밝힐 수 있는 신분이 아니지만서도, 어찌되었건 그들은 ♥♥이라는 이름이었다. 별 짓 다했다. 칭얼대고, 옹알거리고, 지분대고, 음란하고...이런 저런 불장난으로 밤을 낮으로, 낮을 밤으로 만들던 전화기였다. 아! 그 쿵쿵쾅쾅 나를 달구던 네가 어쩌자고 이리 되었던가. 오메! 

돌아와라! 미친 척 돌아와라. 나를 가슴 뛰게 해라. 혈압 오르게 하지 말고. 전화기, 너 돈 먹은 만큼 토해내라. 은밀하고 뜨겁고 달달한 언어들을. 참으로 분통터지는 날들, 나 좀 살려다오.
전화기 반응한다. 놀란다. 열어보니 스펨이다. 오호라~~~ 그래도 나는 너를 버릴 수가 없구나.
꼭 가난해서 만은 아니다. 혹여 그런 시를 아느뇨? 아래 적는다. 너 읽거라. 그리고 반성하거라. 

가슴에 굵은 못을 박고 사는 사람들이 생애가 저물어가도록 그 못을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는 것은 자기 생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거기 걸어놓았기 때문이다. - 윤효,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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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1-25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게 읽다가 아차차 백여사 편에 섰다가 목적어를 말하시오,하면서 버티는 굿바이님과 같이 버티다가 낄낄대다가,,,그러다가 쾅! 가슴에 굵은 못을.... 읽으며 흡! 숨이 멈췄다가, 017쓰는여자,에서 허거걱! 강적이십니다. 굿바이님. 017쓰는여자를 어떻게 당하겠습니까. 히유~~~

굿바이 2011-01-26 09:32   좋아요 0 | URL
저와 함께 호흡을 같이 하셨다니 전남영광입니다 :)

cyrus 2011-01-25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간에 백선생님의 말씀 보면서 웃었어요.
'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만 정의로운 사회가 도래하오. ' ^^

굿바이 2011-01-26 09:33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저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인거죠. 그럼에도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한 우리 아차차 백선생은 참으로....어떻하죠? ㅋㅋㅋ

에디 2011-01-2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낄낄거리면서 봤어요. 꼬장꼬장 정양은 어느 가족에나 한분씩 있나봐요.

굿바이 2011-01-26 10:27   좋아요 0 | URL
에디님의 말씀, 큰 위안입니다.
꼬장꼬장 정양같은 분들이 어느 가족에나 있다니, 이 겨울 블라디보스토크를 생각하는 것과 동일하게, 뭐랄까 위안입니다 ;)

꽃도둑 2011-01-25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 밤 실실 웃음 흘리게 하시는 굿바이 님의 글솜씨~~~
무슨 코미디 한 편을 본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어인일?....ㅎㅎ
잼나요~~ 마구마구 올려주삼

굿바이 2011-01-26 10:28   좋아요 0 | URL
이런 억장 무너지는 상황이 마구마구 생기시길 바라는 건 아니시죠? ㅋㅋㅋ
그래도, 뭐든 즐거움을 드릴 수 있다면 노력해 보겠습니당~~~

웽스북스 2011-01-26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장꼬장 정양 언니님의 저 일관성 말입니다. ㅋㅋㅋㅋ 재밌어요

아니 어쩌면 그건 일관성이 아닐런지도 몰라요
음 그 잣대가 어쩐지 본인에게는 안 동일할 것 같은?
만약 같은 상황에 봉착한 꼬장꼬장 정양 언니님에게 언니가 안알려줬다면?

어휴. 상상만해도 뭔가 끔찍해요.

굿바이 2011-01-26 10:30   좋아요 0 | URL
정말,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오.

우리 꼬장꼬장 정양은 매우 일관성 없는 분이오. 어느 때는 구타를 유발하기도 하지만 그저 나이 어린 내가 참는 것이라오.ㅜㅜ

라로 2011-01-26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글 잘 읽고 푸근한 마음으로 이제 자러갑니다.
왠지 만족감을 주는 글이에요~~~. 재밌으면서.^^

굿바이 2011-01-26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 안녕하세요?
포스터가 와우~아주 죽입니다(초면에 이 무슨 실례인지 ㄷㄷㄷㄷ)

잘 주무셨는지요? 오늘 하루도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치니 2011-01-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분대고, 음란하고....으흐흐흐흐.

굿바이 2011-01-26 12:54   좋아요 0 | URL
역시나 알아보시는 센스! 헤헤헤헤헤헤

風流男兒 2011-01-2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내부고발자가 살아가기엔 아직 힘든 세상이에요(뭐 언제는? ^^)
그럼에도 한 영혼을 구하시느라, 정말 수고많으셨습니다 ㅎㅎㅎㅎ

굿바이 2011-01-27 00:06   좋아요 0 | URL
감시와 처벌이 수시로 이루어지는 가정, 내부고발자는 양심과 공포를 싸워 이겨야한다네,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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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씨는 냉정하고 뼈아픈 질문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왜 우리는 2007년 수구·보수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을까요?라는 질문을 조국교수에게 던진다. 조국교수가 대답하기 전 나는 초조해졌다.
내가 초조해진 이유는 적지 않은 선거를 경험하며 얻은 학습효과가 발동한 것이겠지만 여튼,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책 제목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앞으로 진보세력이 정치권력을 다시 획득할 수 있는 플랜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실가능한 플랜임을 믿기 위해서라도 진보세력 스스로 그들이 정치권력을 잃은 연유를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따라서 이 물음에 대한 조국교수의 답은 그가 앞으로 제시할 플랜의 성패를 점쳐볼 수 있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조국교수의 대답. "그들도 이제 '영주'가 됐기 때문이죠"  

긴 설명이 필요없이 나는 그의 현실 분석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온전한 대답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것 역시 여과지로 한 번 걸러진 분석일 수 있다. 현실 정치에는 실로 많은 내·외적변수와 각 개인들의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날것을 더 들여다 봐야한다. 그럼에도 납득이 가고 수긍이 된다. 이어서 조국교수는 우리나라의 진보가 이렇게 빨리 겉늙은 연유를 민주화운동 세력간 연대의 끈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부끄럽고 뼈아프지만 옳다.
그러나, 연대의 끈이 어찌 정치판에 있는 사람들만의 문제였겠는가. 정치적으로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지만, 생활의 현장에서는 '나' 역시 보수적인 성향으로 똘똘뭉쳐 '생활이기주의'전선에 포섭되었으니, 누가 누구의 뒤태를 보고 탓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들의 책임은 일개의 범부인 나보다 크다. 그것은 영향력의 문제이고 더불어 무능의 문제이며 또한 그들을 향한 신뢰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이제, 보자. 내가 아끼는 후배는 그것이 치기였는지, 오기였는지, 자포자기였는지 언젠가 맛있는 밥을 앞에 두고, 계산도 선배인 내가 하는 그런 훌륭한 밥상을 앞에 두고 망언을 했다. " 저는 정치에 관심없어요, 다 모리배잖아요."  다 틀린 말이었으면, 순전히 밥값이 아까워 때렸을 수도 있겠으나, 반이라도 맞는 말이라서 온전히 돌려보냈다.
모리배, 사실관계를 확인한 적 없어 단언할 수는 없으나, 발표되거나 고발당하거나 폭로되는 정보들을 훑어보면 대충 정치판의 반 수 이상은 모리배인 것 같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들의 금배지는 문방구에서 직접 사서 단 것이 아니다. 우리가,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겠지만, 생활보수로서 모리배인 우리가 달아준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한다. 사실은 그들 때문에 살 수가 없다. 실제 상황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도무지 살 수가 없다. 뭔가 방향을 틀어야 한다. 살기 위해서. 아름다운 이 강산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진보가 집권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각 개인이 무한경쟁의 싸움판으로 내몰리지 않고도 살 수 있는, 불필요한 공포를 경험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억울하고 분해서 스스로 삶을 끊지 않는 풍토 조성. 그럼 과연 진보는 그런 풍토를 조성할 수 있는 것일까. 의심하고 회의적인 부분도 있지만 가능성도 있다. 아니 일단 믿어라도 보고싶은 심정이다. 그것도 아니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으니 말이다. 참고로, 지불능력이 없는 나는 이 나라를 뜰 수도 없다. 그러니 내가 믿고 붙잡아야 할 동아줄이 썩지 않았다고 자기암시라도 해야 할 판이다.  
[특권]과 [불공정]이 도를 넘은 시대는, 초등학생인 내 조카로부터 칠순을 넘긴 내 부모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먹고, 입고, 자는 기초적인 문제부터 삐걱이는데 누가 이 시절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가. 동의할 수 없지만 여튼 모기업 총수를 부모나 조부로 둔 왕자님과 공주님을 제외하고 나는 밥과, 주택과, 교육과, 의료와, 일터에서 노예가 아닌 이를 본 적이 없다. 있다면 공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조직이나,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자들이 있을까 모르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혹은 최대치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 수 있는 자, 그들의 이름이 진보라면, 그들이 다시 정치권력을 획득해야만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조국교수가 제시한 플랜들은 책을 읽어보면 더 잘 알 수 있는 일이니, 굳이 내 짧은 혀와 글로 반복할 이유가 없겠다. 그 중 마지막 플랜으로 소개된 [잔치는 다시 시작이다]라는 부분만 복기해 볼까한다. 잔치는, 잔치를 기획하는 사람과 잔치를 진행하는 사람 그리고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들이 필요한, 말 그대로 사람들이 서로 흥겹게 즐기기 위해 사람을 필요로 하는 판이다. 또한 그날의 주인공이 있을 수는 있지만, 함께 박수치고 배불리 먹고 웃고 떠들 수 있는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에서는 모두가 주인인 셈이다. 자, 조국교수와 오연호씨가 말할 것 처럼, 잔치는 다시 시작이라고 했으니, 누가 빼앗긴 신명을 찾아 줄 잔치를 기획할 것이며, 마이크를 잡을 것이며, 광대짓을 할 것인가. 누가 초대장을 돌려야 우리는 기꺼이 그리고 기쁜 마음으로 그 잔치에 달려갈 것인가.
나는 그게 누구인지 모르겠다. 오연호씨는 [조국을 찜했다]라고 표현했는데, 그것은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여튼, 조국교수는 진보 집권 플랜으로 [진보·개혁 진형의 드림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그의 심중을 가늠하지도 않을 것이며 가늠할 수도 없는 나는 일단 박수쳤다. 이것이 다음 대선에서 쓰일 수 있는 카드인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기 전에, 충분히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주위를 환기시킬 만한 사람들로 이 드림팀을 짤 수 있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그가 실명을 거론하며 지적한 몇 몇 정치인사들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한, 즉,  마키아벨리적 재능(동물적 권력의지?)과 진정성 그리고 대중의 욕망을 조율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바지런하고 낮은 자세를 소유한 사람들이어야 할 것이다. 그런 조건이 만족된다면, 정치불감증에 빠졌다고 욕먹는 불행한 세대를 비롯해, 생활보수로 전락했다고 손가락질 당하는 세대를 넘어, 정치적으로 경직될 수 밖에 없다는 세대까지 이 잔치에 스스로 찾아들 것이다.
이유는 한 가지.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말이다. 한 번 더 믿어볼까 한다. 이왕 믿을 거 확실히 믿어줄까 한다. 확실히 믿을꺼 '대못'정도가 아니라 '말뚝'을 박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탤까 한다. 앞으로 10년. 말로는 다 할 수 없이 중요한 시절이다.
누군가 "우리 제대로 한 번 해봅시다."라고 손 내밀면 나는 그 손 꼭 잡을 것이다.
차마 강요할 수는 없지만,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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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2011-01-19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엔 이런 리플이 꼭 있어야죠. "다시 집권" 이라니 언제 진보세력이 집권했나요?

이제 그럼 두 전대통령과 두 전집권당과 사민주의정당과 종복주의정당간의 이념스펙트럼에 대한 논쟁이 이어져야 하고...

: )

전 사회보단 개인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진보성향은 아닌데요. 정의나 상식이 더 잘 통했으면 좋겠어요. 근데 어느정당이나 이 부분은 다 이상한것 같아요. 물론 지금 집권당보다는 상식이 아주 아주 조금은 더 잘 통할테니 투표를 하겠지만.

굿바이 2011-01-19 18:05   좋아요 0 | URL
캬~ 예리하시기는요~~^^

"다시 집권" 쓰면서, 저도 진보세력이 언제 집권은 해봤나? 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표현만 따지자면, 오연호씨나 조국씨의 표현을 빌려온거라고, 무책임하고 뻔뻔하게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ㅋㅋㅋ

여튼, 약장사처럼 희망을 팔아도 괜찮으니까, 상식(정상적인 시민을 기준으로)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는 정치권력이 권력을 잡았으면 합니다.

에디 2011-01-19 18:43   좋아요 0 | URL
네, 진보/보수라는 단어를 쓴 글에는 항상 붙는 말이길래 그냥 토 달지 맙시다..란 마음으로 선점했어요ㅋ (이렇게 '그냥 넘어가자' 란 태도가 옳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굿바이 2011-01-20 11:54   좋아요 0 | URL
감사 또 감사합니다 :)

cyrus 2011-01-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정치에 대해 무관심하고 무지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저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보고 좋은 세상에 대한 희망 가져보려고 합니다. ^^

굿바이 2011-01-24 11:13   좋아요 0 | URL
좋은 세상~ 말만 들어도 좋네요^^
저 역시 무지하기도 하고, 냉소적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조카들이 생기니까
책임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는거죠ㅋㅋ
 

최와의 통화는 요즘 전국을 들썩인다,는 그렇지만 종방을 했다는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역시나 처음은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나를 힐책하고 고문하는 것으로 시작해 마지막은 일관성없음을 꾸짖는 것으로 끝이 났다. 나도 몇 편은 봤다. 에라이, 에라이 에라이야.
최는 주인공 남자가 무척 좋아, 아니 무척 탐나서 괜히 짜증이 난단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나도 아니까, 어디가 그렇게 좋은지 물으니, [까도남]과 [차도남]이면서 [따도남]이라 좋단다.
나도 주인공과 최가 남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까도남,차도남,따도남이 무슨 관계인지 물었다.
대답은 없고 악쓰는 소리만 들렸다. "야!" 

사람이 뭘 물으면 조근조근, 차분차분 대답해주면 그만일 것을 성질머리 더러운 것으로 치면 최와 나는 상위 1%에 들어갈 것임에 확실하다. 여튼, 그것들이 싸그리 줄임말임을 알았고, 동시에 반대말도 존재함을 알았다. 그럼 나는? [따도녀]? [따당하는 도시 여자]? 응? 네 이년! 

우야든 간에 최는 주인공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까칠함을 외피로 진정성을 내피로 두른 이 시절 최고의 남자라고 핏대를 세우는 것 같았다. 날이 추우니 모피가 한 벌 필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까칠함과 진정성이라는 피혁이 있음은 내 오늘 처음 알았다. 그걸로 옷을 지어 입으면 따뜻하더냐고 물었더니, 이번에도 악쓰는 소리만 들렸다. "야!" 

너만 소리지를 수 있어 소리지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파, 나도 일단 소리를 질러 기선을 제압할까 생각도 했지만, 이게 추운날 무슨 입돌아가는 짓도 아니고, 여하간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고 나는 물었다. 최는 뭘 어떻게 해달라는 것은 아니고, 자기 주위에는 어찌하여 그런 신인류,신선한 인류가 없는지 개탄스럽다는 것이었다. 나도 내 주위에 너같은 인간만 있어 개탄스럽다고 했다. 최는 더이상 악도 쓰지 않았다. 야호~! 

생각해보면 최의 주위에 꽤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문제는 그 사람들이 최를 여자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면 문제랄까. 물론, 현빈처럼 찬물 맞은 강아지같은 그 눈빛과 입술을 돋보이게 하는 날렵한 턱선을 지닌 사람들은 없었지만, 츄리닝으로 치면 안빨아서 반짝이는 츄리닝을 입은 선배도 더러 있었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아니지만 알만한 나라의 엘리스(어딘지 기형적으로 터질 것 같은 그녀들) 화보를 보는 선배는 많았고, 컨버터블은 아니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친구들도 많았고, 실물 화폐는 없지만 자본(자본론)을 들고 다니는 선배들도 꽤 있었지만, 다시 말해 그들도 최도 뭐랄까, 서로가 서로에게 짜증이 나서 미치면 미쳤지, 혹은 안봐야 살 것 같았지, 그렇게 밤낮으로 뽀뽀 쪽쪽하고, 달달하게 서로를 마주하고 싶어 미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나는 증언했다. 최는 전화를 끊고 달려올 기세로 씩씩거렸지만, 물리적인 거리와 한파를 고려해 보건데 나는 안전했다.  

한때는 세상 천지에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하고, 나없으면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과 옴짝달싹 못하는 연애를 하고야 말리라 다짐한 모질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것이 어찌 생각하면 지옥인게라, 사실은 외모가 걸림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인지라, 언능 마음을 고쳐먹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렇지만 한 편, 현빈같은 눈빛으로 "굿바이씨! 언제부터 그렇게 가오잡았나?" 뭐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으면, 또 딱히 나쁠 것 까지야 있을까 싶다. 헤헤 좋지, 암만~  그러니, 최의 심정을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일.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니, 우리는 생각했다. 이제와 현빈은 좀 많~이 무리수고, 설령 현빈같은 사람을 만난다고 해도 최도 나도 법정에 서야하거나 흥신소 피해다닐 처지인지라, 그림에 떡일 뿐이다. 물론, 그림은 떡을 줄 의지가 전혀 없다. 따라서 어차피 마음만 움찔움찔 해봤자 다 소용없는 이야기다. 그러니 어떻게 형사고발되지 않는 범위에서 몸은 아니지만 사상이 섹시하고, 재벌은 아니지만 미래를 장악할 꿈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좀 만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응?  그런데 어디서? 둘 다 대답은 같았다. 다음 대선에서. 

최의 지적처럼 일관성없지만, 드라마 이야기는 대권주자 이야기로 옮겨갔다. 진짜 일관성없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들의 일관성이다. 좌우지간 요즘 유심히 보게 되는 사람들이 몇 있다. 아직은 시간이 있고, 물론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일을 만들기에는 적절한 시간임에 틀림없다. 물론, 예전에 누구들처럼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을 하거나, 좌빨이라고 할까봐 빨대도 쓰지 못하고 눈치만 본다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가능성이 보이는 사람들도 더러 있어 보인다.

그러니 제발, 그들이 최와 나처럼 현실에서 고통받고(현빈과 같은 신인류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늘 무간지옥) 더는 꿈 꿀 수 없어 허탈해 하는(연애를 할 수 없어 그러는 건 절대 아니라고 할 수 없지만, 여튼 아닙니다요) 이들을 위해 누군가 츄리닝 입고 다시 뛰어줬으면 좋겠다. 한 땀 한 땀, 의지와 비전으로 튜닝한 반짝반짝한 츄리닝을 입고, 현빈처럼 비구름 속으로 뛰어들 당신, 당신을 좀 봤으면 좋겠다. 옥쇄한 그분처럼 따당했던 사람들을 따뜻하게 일으켜 줄 "당신씨! 언제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작년부터?"  "아참, 진정성이라는 내피는 입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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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17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1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1-01-17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굿바이씨 언제부터 이렇게 글을 잘 썼나? (감히 반말까지 하면서 패러디 하고 싶은 굿바이님의 맛깔나는 문장에 오후의 나른함이 후루룩 깨어나네요)

앞으로 무수히 달릴 추천 수의 첫 빠따는 제가 - 으흐, 이런 거에 우쭐이나 하고 참.

웽스북스 2011-01-17 16:43   좋아요 0 | URL
굿바이언니는 금펜촉 물고 태어났어요 막이런다 ㅋㅋㅋㅋ

굿바이 2011-01-18 09:58   좋아요 0 | URL
크하하하~~~치니님, 저 아무래도 마초가 좋았는데, 그걸 숨기고 살았나봐요~~ 반말이 막 좋아요(미쳤어요 ㅋㅋ)

굿바이 2011-01-18 09:59   좋아요 0 | URL
나는야 금펜촉 물고 태어난 금바이(어)~~

잘잘라 2011-01-17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랑 얘기하는데 일관성이 있으믄 더 이상한거.. 같아요. ㅎㅎ
이런 대화 할 수 있는 친구 사이, 부럽네요.

굿바이 2011-01-18 10: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우리가 이 드러븐 성질에도 친구할 수 있는 조건인 것 같아요 ㅠㅠ

토깽이민정 2011-01-17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꺄아아~
언니, 안봤다면서 한땀한땀 주옥같은 대사 패러디는 언제 이렇게나?
크하하핫

현빈은 그냥 멀리두고 보기에만 즐거운 어떤 그런 작품같은 인간?
가까이 두기엔 너무 피곤한 당신으로 생각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아하하

그리고 내 옆에서 나한테 밥해줄 내 현빈을 찾는 편이 더 빠를텐데 말이에요.
설령 머리가 살짝 벗어진대도. 후후훗


굿바이 2011-01-18 10:02   좋아요 0 | URL
우와~ 토끼다!!!!!!

그니까, 내가 뛰엄뛰엄 보긴 했어. 어찌나 전화가 오는지. 거기에 패러디한 것들이 참 많이 돌아다니더라고, 나도 그정도는 안다는 거지(으쓱!)

나는 밥해줄 현빈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그저 아내가 필요해~ 유후!

風流男兒 2011-01-18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금펜촉은 써지는 글부터 감이 다르네요.
다만!
'사실은 외모가 걸림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것'-> 이 부분은 잘 이해가 안가요.
너무 겸손하세요 누난. ㅋㅋㅋ

굿바이 2011-01-18 17:28   좋아요 0 | URL
그대는 풍류가 있어, 풍류~~~~ 뭐 먹고싶노? 고마워서 이를 워째^^

에디 2011-01-1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근데 유심히 보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던데... 근데 글 너무 재밌어요. 시가를 안본 저한테도!

굿바이 2011-01-18 17:40   좋아요 0 | URL
사실 말이 그렇지 이런저런 조합이에요. 사람이 없긴한데 그렇다고 또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 그나마 좀 정신이 멀쩡하신 분들이 연대하면 어떨까, 막 이런 헛소리를 하는거죠. 헤헤~ 전혀 존재감없는 생각이랍니다.

앗, 시가 안보셨어요? 잘하셨쎄요. 저도 한 세 번 봤는데, 딱히...(줄임말은 시가 팬들에게 욕먹을 것 같아서입니다요^^)


꽃도둑 2011-01-19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글이 날렵하네요. 물찬 제비같아요.
딱 내 스탈이에요...^^ 굿바이님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멀리 보고 깊이 찌르는 힘이 있어요..(에궁 오늘 칭찬만 하다 내 입 침 마르것다)
잼있게 읽고 갑니다

굿바이 2011-01-19 17:56   좋아요 0 | URL
아싸~~~~ 물찬 제비~~~
그나저나 침이 마르신다니 뭐 음료수라도 좀 보내드려야 하겠다는 사명감이
불끈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