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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 예측할 수 없는 시장을 꿰뚫는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테리 번햄 지음, 서은숙 옮김 / 갤리온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여년전에 대학교 2학년땐가 3인공저의 현대경제학을 들으면서 매일 들었던 얘기가 시장의 효율성이며 자칭 시카코 학파 출신의 경제학교수의 시장찬양은 하도 강조를 많이 하는 바람에 지겨워서 몰래 그 수업을 빠져 나가다가 들켜서 F를 받았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 그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경제학은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다. 다른 사회과목은 많이 청강하거나 도강하면서 삶의 앎에 도전해보았지만 시장의 열렬한 대변인이 경제,경영은 내 알바가 그 당시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늦깍이 직장생활을 한 지가 어느덧 10년차가 되고 있으며 다시 경제학 책을 읽어보려고 선택한 것이 맨큐의 경제학이었다. 맨큐의 저서도 계속해서 시장의 효율성에 대한 찬미로 일관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책제목이 아주 강렬하여 선택하게 된 이 책은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하나의 가설에 지나지 않음에 주목하며 실물경제시장과 달리 금융시장의 경우, 비효율성으로 움직이는 곳이며 여기에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도마뱀의 뇌 -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에 갇혀서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심리 혹은 속성을 나태내는 말이라고 나는 본다 - 로 행동하다 보니 고점일 때 사고 저점일 때는 더 매수하여 평균 주가를 낮추거나 팔면서 실패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 저자가 지적하듯이 도마뱀의 뇌는 과거 우리 선조들이 일반 자연현상에 예측되는 패턴을 통한 문제해결에는 유용한 삶의 도구였지만, 비효율성이 넘치는 금융시장의 경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행동하게 되면, 일반사람들보다 수 많은 전문정보에 넘치는 전문투자가의 밥이 된다고 저자는 얘기하면서, 항상 반대로 행동할 수 있게끔 도마뱀 뇌를 길들이고 또한 자제를 하라고 역설하고 있다.
많은 얘기들이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하고 있는 나에게 별로 와닿지는 못했지만, 변동담보대출보다는 고정담보대출로 하라는 것은 4년전에 집을 살 때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비쌌기 때문에 변동금리로 할까하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급등을 정부의 이자율 조정이 들어올 것으로 보고서 다들 고정금리로 한다고 욕을 했지만, 그 혜택을 지금에서야 보고 있으니 그 구절이 절로 눈이 갔다. 하지만, 저자처럼 다양한 투자의 분산과 위험한 투자를 하더라도 그 투자를 견딜 수 있는 질료가 나에게 없음에 그림의 떡처럼 느껴진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돈은 비효율적인 시장에서 따기 보다는 지금 다니는 직장에서 하라고 조언을 하지만, 그가 진술하는 자신의 돈 버는 행위는 교수에서 오기보다는 자신의 투자에서 왔음을 모순적으로 얘기하고 있어 대체 뭘 하라는 건지....
어쨌든, 일븐식의 Zaitech - 이 용어의 경우 1989년 일본어를 배울 때 일본에서 제일 유행하는 단어라고 일본어 강사가 얘기해준게 생각난다. 왜 그때 이런 시대가 올 것을 알지 못했던지, 하지만, 내 친구들과 동료들의 투쟁이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가장이 되고보니 나 자신의 무능함에 많이 화가 난다. -가 세계용어가 된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도마뱀뇌는 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자가 말한 것처럼, IQ보다는 EQ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서 대한민국의 부는 아줌마들의 힘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한 누군가가 생각났다. 어쨋든, 감성이든 EQ든, 아니면 도마맵뇌든간에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를 찾는 것이 하나의 경쟁력일텐데, 그 경쟁력은 과연 일상에서 어떻게 얻어질까? 저자는 유명한 경제학자에다가 교수이기 때문에 각종 경제,경영정보에 둘러싸여 있지만, 투자로서 가치가 없는 공개된 정보속에 있는 나 같은 사람은 그 틈새를 시골의사처럼 행간을 통해서 발견해야만 하는 걸까? 참으로 내공이 많이 필요한 거 같다. 그 내공을 쌓아서 환골탈태할 그 날이 올 것인지? 늘 믿고 살지만, 나이가 40을 바라보는 지금 용기는 없어져가고 있는 와중에 후배 녀석이 치킨집 한다고 사표를 낸 그 용기가 부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