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세상에 태어나서 접하는 모든 것들이 다 처음이듯이, 나도 너를 통해서 엄마가 되는 게 처음인 거다. 네가 새롭게 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그런 아이를 가진 엄마로, 그렇게 처음 엄마가 되는 거니까." (p.58)










이 세상 누구에게나 '엄마'가 되는 것도 '아빠'가 되는 것도 '처음' 찾아온다. 이미 그런 역할이 주어진채로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게 아니다. 미처 준비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역할이 하나 더해져 온통 몸과 마음이 쏠릴 수 있다. 준비했다고 해도 더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 상황이야 말해 무엇하랴. 새로운 사람 하나가 온통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빽빽대는데. 물론, 누구나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 마찬가지로 '좋은' 아빠도 되고 싶다.



그러나 내 기준에서의 '좋은'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의 '좋은'은 그 느낌과 역할이 많이 다르다. 내가 내 식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해서 그것이 상대에게 반드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조금 더 나은 역할을 맡기 위해서, 우리는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내가 아프고 내가 다치다가 상대를 아프게하고 상대를 다치게 하기도 한다. 바라건데 부디, 그것들이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기를.









「나는 내 딸이 행복해지라고 뭐든지 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걔가 더 행복한 건 아니었지.」(p.102)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서, 아버지는 사실 살짝, 아들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자신은 우수한 두뇌, 우수한 외모를 가진채 이 사회에서 성공해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데 자신의 아들은 너무 내성적이고 욕심도 없어서. 그게 못내 아쉽다. 자신의 방침대로 그에게 여러가지를 교육시키지만,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지만,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상황앞에서 그는 '역시 그랬군' 이라는 대응을 하고야 만다.


아이가 어릴적에 바뀌었단다, 병원에서.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 앞에 양쪽 아버지는 만날 수밖에 없고 서로에 대해 이해 안되는 부분과 짜증나는 부분들을 보아야만 했다. 낳은정이냐 기른정이냐 도 중요했지만, 그것이 어떻든 그 아이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국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렇게 아버지 역시 '성장' 하게 되고, 그렇게 성장해서 좋은 아버지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여러명의 아버지가 있는 것이 좋을거라고. 여러명의 어머니도 물론. 그들 모두 자신의 역할이 처음일테니 함께 모여 아이들을 키운다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다. 그렇게 된다면 다양한 교육방법들 속에서 최선을 찾을 수있을테고, 다양한 사랑이 아이들에게 쏟아져 더 나은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잔잔하게 그리고 묘하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영화이고, 영화에 삽입된 피아노 곡들은 오!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들이다. 들어서 안 건 아니고 자막을 보고 알았다. 킁.





<글로리아>의 배경은 칠레다. 글로리아는 50대의 여인이고, 일이 끝나면 그녀는 춤을 출 수있는 장소로 가 술을 마시며 춤을 춘다. 그러다 남자를 만나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며, 그렇게 연애가 시작되기도 했다. 그 장소를 뭐라 불러야할지 모르겠는데, 캬바레 라고 해야하나 락까페 라고 해야하나. 나이트클럽과도 또 다른 장소인듯 한데, 우리나라에도 저런 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찾아가 자유롭게 술 마시고 춤을 추며 교제할 수 있는 그런 장소. 불량스럽게 보여 손가락질 받을까 두려워하는 장소가 아니라 '나 어제 거기 갔다왔거든' 이라고 말해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을 그런 장소.


이 영화의 미덕은, 나이든 남자와 여자의 자연스런 육체라고 볼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들의 축 쳐진 살과 둥그렇게 나온 배는(그렇다고 해도 나보다는 덜나왔더라), 그들의 나이와 살아온 세월, 그 시간동안 그들은 그저 시간의 흐름에 그들을 맡겼음을 드러낸다. 영화를 보고나서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했다. 이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찍었다면, 글로리아 역을 맡은 배우는 당장 몸을 만들었을 거라고. 


크- 생뚱맞은 이유로 이 영화는 내게 힘들었는데, 그건, 하앍- 이 영화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와인을 마시는 장면이 수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만나는 식사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그냥 혼자서도 집 안 곳곳에 와인 병과 잔이 놓여있다. 어휴. 어찌나 와인을 마시고 싶어지던지. 영화가 끝나고 친구들과 소주에 삼겹살과 갈비를 먹고, 맥주에 치킨을 먹었으면서도, 결국엔 참지 못하고 피자에 와인을 마시는 3차까지 가기에 이르른 것이다. 아- 나는 영화의 지배를 너무 잘 받아!








이 영화는 이렇듯 화려하고 예쁜 색채와는 어울리지 않게 참으로 슬프다. 너무너무 슬프다. 


오스트리아의 50대여성이 휴가차 케냐로 간다. 이 늙고 살찐여성은 케냐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바로 그곳에서 사랑을 찾고자 한다. 이미 다른 관광객으로부터 이곳의 남자들의 살냄새를 한 번 맡으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얘기도 들었던터다. 해변엔 자신이 만든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과 몸을 팔려는 남자들이 가득하다. 그곳에서 호객행위를 하지 않으며 어느정도 거리를 둔 남자가 그녀를 지켜보고, 그녀는 그에게 '이정도로 거리를 지켜준 사람은 네가 처음' 이라며 그를 사랑하게 된다. 그는 '남들은 내가 너한테 돈 받는 줄 알겠지만 나는 너를 좋아해서 이러는거야' 라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고 모텔을 함께 간다. 여자는 그에게 '너는 아름답지만 나는 이렇게 늙고 가슴도 쳐졌어' 라며 자신의 육체를 조금 부끄러워하지만, 남자는 그녀에게 예쁘다고 한다. 예쁘다고, 아름답다고. 그녀는 행복해졌다. 사랑하는 남자, 자신을 예쁘고 아름답다고 말해주는 남자.


그런 그가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조카가 아파서 입원했다며 지갑에 있는 돈 모두를 원하고, 자신의 삼촌에게 데려가더니 삼촌에게도 돈을 주라고 한다. 그녀가 환전해둔 돈이 모두 떨어지고, 돈이 떨어지고 나자 그도 행방을 감췄다. 그녀는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가 자신을 이용했음을 아프게 깨닫는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사랑이 나타난다.


그 역시 그녀와 섹스를 하고 그녀의 미소가 예쁘다고, 그녀가 입은 옷이 예쁘다고 말한다. 그 다정한 속삭임들에 그녀는 활짝 웃는다. 이건 사랑이겠지, 이제야 진짜 사랑인거야. 그러나 그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형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녀의 표정은 변한다. 또, 


사랑이 아니었다.


그녀가 사랑을 갈구했지만 그녀의 돈만 보고 접근한 남자들이라 슬프냐고? 맞다. 그게 슬프다. 그런데 더 슬픈건, 돈 때문에 몸을 파는 아프리카의 남자들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먹고살기 위해서 다른 나라의 여자들 앞에서 옷을 벗어야 하는 그들. 사랑인 척 다가갈 수밖에 없는 그들. 유럽관광객인 여자 네 명은 돈을 주고 남자를 한 명 산다. 그들중 한 명의 생일이라며 파티를 해야한다고, 그에게 스트립쇼를 시킨다. 남자는 옷을 벗고 시키는대로 춤을 춘다. 나는 그 장면이 몹시도 슬펐다. 



사랑을 찾지 못한 여자와, 돈을 받고 옷을 벗어야 하는 남자 때문에 슬픈 영화다. 파라다이스는 무슨 개뿔, 파라다이스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거냐. 





(비밀댓글님의 조언에 따라 중요부위 하트가리기 수정보완 하였습니다. 전 안가려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하하하하. 이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빵빵 터졌는데, 김상중이 특유의 억양으로 정유미와 대화를 시작할 때부터 웃었다. 게다가 이민우의 장난에도 웃었고. 하하하하. 홍상수는 자신의 영화에서 '선희'의 성격에 대해 얘기한대로, 자신 역시 내숭없이 솔직한 성격인듯하다. 이 영화에서도 꾸미거나 감추지를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찌질함이 다 드러난다고 할까.




'진짜', '정말로', '너무' 같은 부사를 남발함으로써 외려 더 찌질해져버리고 마는 남자 주인공들 때문에 웃을 수있다. 이선균이 정유미와 술을 마시면서 '넌 내 인생의 화두야' 라고 말하고 연이어 '내가 만든 영화는 다 너 때문이야' 라고 할 때도, 그가 술에 잔뜩 취했기 때문인지 어떤 감동을 주는 게 아니라 뭐랄까, 술 먹고 꼬장부리는 것 같달까. 확실히 소주 마시는 장면을 가장 맛깔스럽게 찍는 감독은 전 세계에서 홍상수가 유일하며 최고인 듯. 그리고 이 영화속에서 술 마시고 취한 연기는 정재영이 탑이었다. 하하하하. 이십대 중반시절, 늙은 애인을 두고 연애한 적이 있었는데, 영화속의 술취한 정재영을 보노라니 그 십수년전의 늙은 애인이 떠오르는거다. 정재영도 술에 잔뜩 취해 선희의 손을 꼭 잡고 선희 니가 제일 예쁘다, 라고 혀꼬인 소리로 주정을 하는데, 내 늙은 애인이 내 손을 붙잡고 주정하던 장면들이 스르르륵- 스쳐 지나가...


그러다가 갑자기 <응답하라1994>의 칠봉이 생각이 났다. 꼬박 챙겨보는 건 아니고 어쩌다 보게 되는데 그래도 대략적인 스토리는 알고있다. 거기에서 엄청 잘나가는 야구선수 칠봉이는, 크-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가장 뜨겁게 좋아했던 남자를 닮아있었다. 그 큰 키...때문인가.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헤어지고 싶었던 남자였는데, 내가 본 부분에서는 칠봉이가 잠깐 한국에 들르러 오고, 그렇게 잠깐 나정이를 만나는거다. 그 때의 설레임이 갑자기 내 것이 되었어. 아- 칠봉아. 니가 그렇게 돌아오면 나는 어쩌란 말이니!! Orz






지난주에 회사에서 전체 회식을 했다. 소갈비를 먹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내 자리는 영 안좋았다. 고기 있는데까지 좀 멀달까. 팔을 아주 쭈욱- 뻗어야만 고기에 손이 닿는데 그러자니 번거로울 것 같아, 옆자리에 앉은 K 대리에게 내 고기 챙겨달라 말을 했다. K 대리는 커다란 고기들을 내게 쉬지 않고 집어줬고 나는 신나게 먹었는데, 그러다가 잠깐 그릇이 빌라치면, 오, 앞자리에 앉는 H 사원이 드세요, 라며 고기를 챙겨주는 거다! H는 내 앞자리라 역시 나처럼 고기가 먼데, 그와 나의 차이라면 키가 한 25센치 미터....에서 오는 팔 길이 차이? 그는 내 앞에 앉았으면서도 고기를 건져 내 그릇에 놓아주었다. 우히히히. 이뻐 죽겠네. 지난번 회식에서도 예뻤는데 이번 회식에서도 예뻐. 


그러다 오늘 점심, 식당에 자리를 잡았는데 그 부서 사람들이 밥 먹으러 우리랑 같은 식당으로 들어온다. 남자들만 있어 그런지 밥 먹는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보다 늦게 들어왔는데 빨리 나가더라. 그들은 우리에게 맛있게 드시라 인사하며 나가고 우리도 역시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는데, H 가 나가는 걸 보고 내가 크게 소리내 불렀고 인사를 했다.



"H 씨, 안녕~~"



나와 함께 있던 직원들을 비롯해서 H씨도 웃었는데, 웃음이 그치기도 전에 나는 나와 함께 앉은 직원들에게 말했다.


"나는 우리회사에서 H 씨가 제일 좋아요." 라고. 물론, 바로 뒤에 이유도 말했다. "회식 때 나 고기 챙겨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바로 그 이유가 내가 그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다. 하루에 한 번 마주치는 일도 좀처럼 없는 그를 제일 예뻐하는 이유. 므흐흐흣. 





어제 친구가 겨울밤엔 주전부리라며 이것저것 바리바리 간식을 싸 보냈다. 고구마 말린것부터 소세지 맛밤 그리고 액상커피가 박스안에 들어있었다. 탐앤탐스의 액상커피는 뜨거운 물이나 우유에 붓기만 하면 커피 한 잔이 뚝딱! 탄생하는건데, 오, 맛이...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걍...쌍화탕이네? 이건 커피가 아니잖아?? 


어제 도착한 고구마 말린것과 소세지 맛밤은 지금, 흔적도 찾아볼 수가 없다. 다 먹어치워버렸.....친구는 며칠치 분량을 보내준 것 같은데....난 걍 다 싹...........




이 노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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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7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27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3-12-27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이미 다른 관광객으로부터 이곳의 남자들의 살냄새를 한 번 맡으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얘기"

이건 이미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랑이다 보니 완전하진 못하겠지요. 완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모든 걸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일 뿐더러.........

다락방 2013-12-27 14:31   좋아요 0 | URL
관광지를 파라다이스라고 생각하고 그곳에서 진실한 사랑을 찾을거란 희망을 가진 것부터가 슬퍼요. 결국 자기가 있었던 현실에서는 자신들이 사랑을 찾을 수 없었다는 걸 전제하니까요.

그나저나 메피스토님, 올 한 해 제 서재에 댓글 많이 달아주신 분 1위 하셨습니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

Mephistopheles 2013-12-27 14:45   좋아요 0 | URL
어 그럼 뭐 선물같은 거 있나요..?????

다락방 2013-12-27 14:47   좋아요 0 | URL
어..그러니까...음....선물은...........저의 변함없는 애정? ( ")

Mephistopheles 2013-12-27 15:54   좋아요 0 | URL
어.....이 마구 부대끼는 부담감은 무얼까...??? (")

다락방 2013-12-27 15:55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이에자이트 2013-12-27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상사 놈!들 중에는 회식할 때 좋은 반찬은 자기 앞에만 두고 부하직원들에겐 안 주는 놈들도 있습니다.

다락방 2013-12-27 14:4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전 부하직원들로부터 고기 챙겨먹은 상사입니다. ㅋㅋㅋㅋㅋ

비로그인 2013-12-2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의 차이가 있는 법이라..

저도 안가려도 될 것 같은데.. ^^

네.. 슬퍼요.. ~~ 저 경우.. 저런 경우.. 네...정말 생각만 해도 슬퍼지네요 ㅠㅠ

다락방 2013-12-31 08:44   좋아요 0 | URL
사실 뭐 저도 가리긴 가렸지만 가릴 필요까지가 있었을까 싶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왕 가린거.... 뭐 ㅎㅎ

도처에 슬픔이 쌓인 연말인데, 개인적으로 들어가면 기쁜일도 있었죠, 새벽숲길님? 엽서가 아주 많이많이 꾸준히 판매되기를 바랄게요. 예뻐서 정말 예뻐서 그렇게 될 거에요!

마태우스 2013-12-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 챙겨주는 동료가 있다니, 회사생활 잘 하신 거네요. 글구 글로리아랑 파라다이스 러브, 시네21에서 평만 읽었어요. 글로리아가 좀 보고싶긴 하지만 요즘 사정으론 어려울 듯 싶어요 ㅠㅠ 과거엔 영화 참 많이 봤는데.... 영화를 안보게 되는 건 낭만을 잃는 거라 생각하기에 좀 갑갑해집니다.

다락방 2013-12-31 08:45   좋아요 0 | URL
고기 챙겨주는 동료가 있어서 저 역시 행복했습니다, 마태우스님. 제가 인복은 있구나 라는 생각을 올해 특히 더 많이 했어요.

마태우스님 말씀대로라면 전 아직 낭만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거네요. 헤헷. 마태우스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새해엔 알라딘에 더 많이 글 써주세요. 마태우스님의 글을 읽는건 정말 즐겁답니다.
^_____________^

단발머리 2013-12-2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파라다이스' 보고 싶어요. 벗은 아프리카남자 보고 싶어서 아니구요. 진짜 아니예요.
그런데 잘 생겼나요?하고 묻고 싶군요.

그나저나 다락방님, 올 한 해 제 서재에 댓글 많이 달아주신 분 1위 하셨습니다. 으흐흐흐흐흐흐흐흐

축하드리고 ㅋㅎㅎ 감사드리고 선물 드려야되나요?

제 마음드려요*^^*

다락방 2013-12-31 08:47   좋아요 0 | URL
음. 미모평가는 주관적이므로 그들이 잘생겼는지에 대해서는 단발머리님께 직접 판단하실 기회를 드리고 싶네요. ㅎㅎ

아, 제가 단발머리님 서재에 댓글 1위로군요. 얼쑤~ ㅋㅋㅋㅋㅋ 단발머리님 마음 받겠습니다. 내년엔 더 많이 주세요! 우헤헤헤

프레이야 2013-12-28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라다이스 러브,를 봐야겠어요^^ 다락방님~~

2013-12-31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16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0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0 19: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0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2-31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 일은 환한 대낮에 벌어졌다. 대지뢰장갑차를 타고서 흑인 거주 지역을 순찰하던 군인들과 경찰이 마구잡이로 총을 쏘았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경찰과 군인들이 아무 집이나 움직이는 물체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기 시작한 바로 그 순간 어떻게 우리 아이가 죽을 수 있단 말인가? 총알이 날아와 우리집 창문 하나가 산산조각 났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리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외손자를 돌보던 엄마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엄마는 아이를 안고 옆집으로 달려갔다. 옆집에 들어섰을 때에야 비로소 엄마는 가슴속 아이를 감싼 담요가 축축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자신도 모르게 피로 얼룩진 손을 내려다보던 엄마는 자신의 품에서 움직이지 않는 꾸러미에 시선이 갔다. 그 순간 외손자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 ('은자불로 은데벨레', 「아들의 죽음」中 p.287)

















'나딘 고디머'는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들에게 편지를 써보낸다. 가수들이 모여 자선공연을 하듯, 우리도 작품으로 자선 활동을 하자고. 그 편지들에 작가들이 모두 응답해주었고, 그렇게 작가들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모아 이 책,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라는 책을 만들어냈다. 이 책의 수익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전액 다 에이즈예방협회에 기부된다고 책 날개에 밝혀져 있다. 


이 단편들중, 위에 인용한 작품의 작가 '은자불로 은데벨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작가이다. 그가 보낸 작품 「아들의 죽음」은, 인용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갑작스레, 어처구니없이 아들의 죽음을 맞은 부부의 이야기이다. 군인과 경찰은 무차별 폭격을 가했고, 아무런 죄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이 왜 죽는지도 모르는채로, 심지어 자신 앞에 죽음이 와 있는지도 모르는채로 죽음을 맞는다. 이런 일이 대체 왜 일어나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런 일이 여기, 이곳에서도 일어난다는 건 알고있다.




진우는 스무살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는 친구들과 책을 서로 빌려 읽어가며 '좋은책 읽기' 라는 독서모임을 하고 있고, 밤에는 야학에서 여공들에게 공부를 가르친다. 그런 그와 친구들에게 갑자기 경찰이 들이닥쳐와 가족들에겐 말 한마디도 없이 그들을 끌고간다. 그들은 각종 고문을 당한다. 고문을 당하면서, 결국은 그 괴로움에 못이겨,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자술서에 기록하며 지장을 찍는다. 그들의 몸엔 멍투성이고, 그들의 머리와 마음도 마찬가지 멍투성이라, 그들은 겁에 질려 경찰이 하라는대로 하고야만다.


한편 아들이 어디로 간건지, 갑자기 왜 사라져버린건지 알지 못하는 부모들은 속을 끓이며 찾아다닌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까지도 찾아다녀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자식들이 빨갱이가 아님을 알지만, 나라는 그들을 빨갱이라 부른다. 가족들은 자식의 몸에 들어있는 멍을 보며 대체 그들이 왜 맞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왜 그 고통을 당해야 하는지를. 아무런 이유도 알 수 없는채로 만신창이가 되는 자식을 보는 부모들의 마음이 어떠할까. 



은자불로 은데벨레의 소설 「아들의 죽음」에서 부모는 심지어 나라에 돈을 내고 아들의 시신을 찾아와야 한다. 게다가 자신들이 한 짓을 목격한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함구하기를 명령한다.



얼마 후, 계속해서 총을 쏘아 대던 경찰은 우리 집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집 안으로 밀고 들어온 그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목격했다. 처음에는 엄마를 데리고 나가 이 일을 함구한다고 약속하지 않으면 끌고 가겠다고 협박했다. 그러다 다시 돌아오더니 아이의 시신을 빼앗아 갔다. 이렇게 하면 자신들의 학살 행위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다니 이처럼 괴상한 논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은자불로 은데벨레', 「아들의 죽음」中 p.287)



영화 <변호인> 에서 증인석에 오른 경찰은 고문한 사실이 있는냐는 검사의 물음에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위증'을 했으되, 그 '위증'은 '증거'가 된다. 죄 없는 학생들을 데려다가 때리고 물먹이고 잠을 안재우고 나무에 거꾸로 매달았던 그는, '아니' 라고 말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에 쐐기를 박는다. 그 일들이 '없었다'고 말한다. 그의 앞에 피멍이 들고 망가진 대학생들 여러명이 앉아 있는데, 그런데, '아니'라고 말한다. 피멍이 들고 만신창이가 된 대학생들을 보면서 판사는 '아니'라는 위증을 증거로 채택한다.



그런데 대지뢰장갑차가 또 나타났다. 시신을 돌려받기 며칠 전 트럭이 굉음을 내며 나타났을 때 나는 엄마와 함께 집에 있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느 소리와 고함으로 거리가 매우 소란스러웠다. 취재할 때 항상 보았던 대지뢰장갑차였다. 그 차들은 다섯 번이나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가 사는 거리를 달려가면서 닥치는 대로 최루탄을 쏘았다. 네 번째로 지나갈 때 우리 집에 명중했다. 산탄통이 창문을 박살 냈고 그동안 익숙해진 그 끔찍하게 자극적인 냄새가 집 안에 가득 차 질식할 것만 같았다.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우리는 헐떡거리며 집 밖으로 달려 나갔다.

우리 아들도 이런 식으로 죽었단 말인가? 저들이 우리 아들을 죽게 만든 바로 그 군인들인가? 이제는 아주 냉담하게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는가? 아니면 저들은 확실한 임무 수행을 위해 새로 뽑힌 군인들인가? 저들은 큰 소리로 웃어 가며 장갑차를 몰고 갔는가? 가족들이 지나가도록 길을 터놓는 것인가? 어떤 길을?

이 집이 우리의 보금자리였던가? 그럴 리 없다. 이곳은 단지 약탈을 일삼는 커다란 새를 기다리는 작은 새의 보금자리에 불과했다. ('은자불로 은데벨레', 「아들의 죽음」中 p.292)



<변호인>에서의 경찰은, 아들을 죽인 첫번째 대지뢰장갑차이고, 판사는 다시 또 나타나 집을 파괴한 대지뢰장갑차이다. 경찰과 군인의 원리 원칙은 국가를 구한다는 명분 아래 국민을 파괴한다. 그런데 여전히, 지금도, 그들은, '원리원칙대로' 하겠다고 한다. 역시나, 그들만의 원리 원칙이다.



시간은 흐르고, 변호사는 불법시위란 죄목으로 판사 앞에 서게 된다. 검사는 그에게 죄가 있다 말하고, 피고인이 된 변호사의 변호인들은, 자신들의 수가 많으니 전원 참석을 했는지 이름을 불러달라고 판사에게 요구한다. 판사는 그렇게, 99명의 변호인의 이름을 차례대로 부른다. 99명의 변호인은 모두, 재판을 받기 위해 판사 앞에 서 있는 변호사를 변호하기 위해 참석했다. 그들은, 변호사의 편이 되어준다. 변호사의 편이 되는 것이 옳은길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옳은 길을 가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것이다. 나는 그 시간들을, 그 사건들을, 그래서 그 변호사를 잘 몰랐다. 잘 몰랐기 때문에 편을 들어준 적도 없다. 편을 들어준 적이 없는데, 이제는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편을 들어줄 수가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점이 너무 속상해 손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앓고싶다, 고, 아프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이 미안함이 조금 덜어질 것만 같아서. 흠씬 앓고 싶어졌다.




영화가 끝나고 자막이 올라갈 때, 나는 '한창훈'의 소설 『꽃의 나라』를 떠올렸다. 그 소설의,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마지막 문장을.


오래지 않아, 사령관은 대통령이 되었다. (한창훈, 『꽃의 나라』p.272)
















나는 저 문장을 떠올리며, 꼭 이런 문장을 상상한거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변호사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걸로 끝난 게 아니었기에, 차마 저 문장을 마지막으로 쓸 수가 없다. 그 후의 비극이 그에게 찾아들기에. 저 문장이 마지막 문장이 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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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3-12-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아침 안철수 국회의원이 이런 트윗을 남겼어요.
@cheolsoo0919 동료들과 함께 <변호인>을 보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느끼면서 "법치란 법준수를 국민에게 강요하는것이 아니라, 공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런글을 남기며 리트윗 했지요. "이제 그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쫌!"


마지막 장면의 여운을 느끼는 그 여유가 참으로 부럽지 않소?! 이것은 비꼬는 말이 아니라오. 내 말을 믿어주시오. -.-


변호인이 있었던 진우말고 변호인 조차 없었던 사람들은, 이 비슷한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 유죄 판정을 받고 지금도 고문의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대체 어디서 누구에게 자신의 원통함을 말할까. 지금도 죽은듯이 엎드려 세상과 담쌓고 있지 않을까. 그 사람들에게 미안했어요.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것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은 것이라면 나는 뭘 해야 할까. 이렇게 살면 안되는데. (엉엉.. 댓글 방향이 점점 .. )

믿을 수 있어요? 영화보다 더 끔찍한 지금이?!


다락방 2013-12-26 18:41   좋아요 0 | URL
아침에 트윗에서 레와님의 리트윗보고 저게 누구한테 한말인가 했는데 안철수였군요. 몰랐네. 하핫;;

극중 변호사는 진우를 변호한 게 아니라 진우 外 피고인을 모두 변호한거죠. 그들 모두에 대한 변호였어요.

영화속 경찰도 국보법 원칙을 그렇게나 잘 지켜대더니, 지금도 여전히 원리원칙에 충실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네요. 남이야 죽든말든 원칙대로 하겠다는 사람들요. 그 원칙은 대체 누구의 원칙일까요..

에르고숨 2013-12-26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가슴이 너무 아프고 치 떨려서 막상 영화를 보러 가지 못하겠어요. 미안함을 정작 느껴야 할 것들은 (잠깐 실례)씨발, 안녕하겠지요. 다락방 님과 같이 앓겠습니다, 네.

다락방 2013-12-27 10:00   좋아요 0 | URL
전 정말 몰랐어요. 지나치게 무심한 사람이었어요, 전. 영화를 보는동안은 제가 무심한 사람이란 게 그렇게나 미안하더라고요..

dreamout 2013-12-2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금치 된장국을 끓여 먹고 싶어졌어요.
어제, 2014년에 읽어보고 싶은 소설 리스트를 정리해 보았는데, 정말 내가 읽고 싶은 건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적어 두는 건지.. 그것 조차 잘 모르겠더라구요.

내 맘대로 되는게 별로 없는 세상. 정말 오랜만에... 먹고 싶은 메뉴라도 떠올라 줘서 기분이 좋아질려구 해요.
(심지어 먹는 것조차, 지금 내가 정말로 먹고 싶긴 한건지. 정말 먹고 싶은 메뉴인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다락방 2013-12-27 10:02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시금치 된장국은 끓여 드셨어요? 근데 그런 것도 끓일 줄 아세요? 아..저는 상상도 못하겠어요. 그런 어려운 요리는...

드림아웃님 댓글을 읽고나니 저도 2014년에 읽고 싶은 소설 리스트를 한 번 써보고 싶어지네요. 그런데 읽고 팔아야 할 책이 먼저 떠올라서...뭔가 슬퍼요. 흠흠.(그건 미미여사의 솔로몬의 위증...)

드림아웃님, 오늘 금요일이에요. 잘 지내요!

dreamout 2013-12-27 12:33   좋아요 0 | URL
내일 근무해야 해서 금요일을 만끽하지 못하고 았어요. (시무룩)
시금치 된장국. 네. ^^. 제가 했는데도... 맛이 좋아서...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의 신세계에 발 담궈볼까하는 생각까지. ㅎㅎㅎ

다락방 2013-12-27 12:45   좋아요 0 | URL
아...................그렇게 슬픈 소식이 ㅠㅠ 전 토요일 근무 걸리면 금요일에도 우울해서.. ㅠㅠ
아니, 시금치 된장국을 잘 만드신다니. 진짜 대박이네요! 요리의 신세계에 발 담그신 후..본격적으로 요리 블로거로 혹시 거듭나시는겁니까? 네? (기대기대 ㅎㅎ)

단발머리 2013-12-2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발이 부들부들 떨면서 그 영화를 본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 같아요.
제일 슬픈 건, "빨갱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위력이 아직까지도, 오늘까지도 건재하다는 거지요.
여러모로, 마음 아픈 연말이네요.

다락방님, 따뜻한 거 드시고 출근하세요.
(이미 출근하셨나요?)

다락방 2013-12-27 10:07   좋아요 0 | URL
빨갱이란 단어의 위력이 어마어마한건, 아마도 전쟁 탓이겠죠. 전쟁이 무서우니 빨갱이가 먹히는거고, 빨갱이가 먹히니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붙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는거겠죠. 빨갱이라고만 하면 다...어휴..

미안해서 억울해서 화나서 부들부들 떨렸어요. 제 무식함 때문에 부들부들 떨렸어요..

단발머리님 댓글 시간 보니 저는 이미 출근해있었네요. 지금은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어요. 오늘이 금요일이라 다행이에요.

비연 2013-12-27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이후의 비극까지 연상되어 영화보는 내내 미안하고 힘들었더랬어요...

다락방 2013-12-27 14:06   좋아요 0 | URL
제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공부하고 싶어지더라고요..

섬사이 2013-12-2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나 아픈 글을 쓰시다니..
아직 영화 변호인을 보지 못했어요.
여전히 볼 자신이 없어요.

다락방 2014-01-02 16:24   좋아요 0 | URL
극장에 갔는데 관객이 꽉 차서 놀랐어요. 그리고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어요, 섬사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artks01 2014-01-10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가끔 다락방님 서재에서 글을 구경하는 사람입니다...
변호인을 보고 저도 다락방님과 꼭 같은 기분이었네요. 그동안 일부러 모른척 하며 산 건 아니었나 많이 자책하게 되더군요.
정말 속상했어요. 이런 제자신이. 아직도 완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이.

다락방 2014-01-10 15:58   좋아요 0 | URL
차라리 몰랐더라면 덜 속상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알아야 고칠 수 있지만, 모르면 모른다는 핑계로 속이나 편할 수 있을테니 말이죠. 변호인을 본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다 비슷한 감정을 가지지 않았을까요?

반갑습니다, artks01님.
 
The Kinfolk Table 킨포크 테이블 two The Kinfolk Table 킨포크 테이블 2
네이선 윌리엄스 지음, 박상미 옮김 / 윌북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먹고 사는 게 끼니를 때우는 게 아니라 예술이 될 수도 있겠구나. 근사한 메뉴와 사진들이 무척 마음에 들긴 하지만, 한 페이지쯤 포기김치를 포함하고 싶은 이 심술. 배추를 사서 절이는 과정과 재료에 젓갈 종류를 포함하는거다. `까나리액젓`, `멸치액젓` 등등, 니네 이거 어디서 구할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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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6 0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3-12-26 11:40   좋아요 0 | URL
사진 무척 좋더라고요! 역시 사진중에는 음식 사진이 짱인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모든 삶이 기적이다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연애란 언제나 1프로쯤 부족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에이포 용지에 가득 채울 수 있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게 아닌 이상, 상대가 내게 '완벽할'리 없으니까. 설사 에이포 용지에 가득 찬 그 사람이 바로 나타난다 해도,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치명적인 단점 혹은 약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으니, 연애란 게 완벽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무엇인가는 포기해야 하는 것, 그나마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꼭 지켜줘야 하는것들을 지켜주는 상대라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포기를 감당해야 하는 것이 연애라고 생각해왔다. 뜨거운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꼭 맞는 상대가 나타나면, 그 사람에겐 언제나 불안한 마음도 동시에 생겼다. 이 뜨거운 열정을 그가 다른 누군가와 나눌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열정 대신 안정감을 선택하면 그건 그것대로 지루했다. 격하게 뛰는 가슴을 느끼고 싶은데. 그래서 그 둘을 저울질 해보니 불안함이 더 큰 걸 견디지 못하겠기에, 나는 늘, 약간은 지루하지만 안정적인 상대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들은 내게 지나치리만큼 잘해주고 한없이 다정하다. 내가 싫다고 하는 걸 듣고 외우고 그대로 실천해주고자 한다.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한 매너와 예의, 다정함을 갖추고 있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 부족함을 채워줄 다른 사람을 다른 식의 포지션으로 여기저기에 놓아두어야 했다. 연애에 있어서 나는 만족할 줄도 몰랐고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했으며 다만, 이렇게 일프로쯤 부족한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이 책을 읽게 됐고, 처음부터 이런 문장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는 내가 꼭 끌어안아도 절대 깨어나지 않는다. 오로지 내가 침대에서 나오려고 할 때만 깨어난다. 그는 나의 육체와 나의 불면증, 나의 악몽에 익숙하다. (p.11)



이사벨 아옌데가 나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익숙한 것, 그것이 사랑이라고 내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연애란 건, 상대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인거라고, 부족하다 넘치다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인 거라고 익숙해지는 바로 그 과정. 나는 그 과정들을 받아들이기에 훈련이 덜 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지기 보다는, 혹여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구속하지나 않을까, 그게 두려웠다. 나를 잡으려고 하면 절대 가만있지 않겠어, 내 안에는 언제나 날카로운 송곳이 여러개쯤 숨겨져 있는 것 같았다. 이사벨 아옌데는, 이런 나에게 또 말했다.



격정적인 열정보다 매일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이 우리를 더욱 단결시킨다. (p.12)



반복되는 일상을 함께 하는 것은 무엇보다 내가 두려워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서로가 서로에게 질려간다면, 그건 얼마 안되 무너지고 말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지칠거야, 난 끊임없이 다른 곳을 보겠지. 그는 내가 원하는 걸 전부 채워줄 수는 없어, 난 얼마 되지 않아 그로부터 돌아설테니, 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을 함께 하지 않아야 해. 나는 언제나 돌아서는 것을 생각했다. 언제쯤 이별을 말할까를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사벨 아옌데는 반복적인 일상이 우리를 더욱 '단결' 시킨다고 말했다. 맙소사. 단결이라니! 난 왜 단결에 대해서는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단결은 식구들이랑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고보니 가족들과 단결할 수 있는것도 일상을 오랜시간 반복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반복되는 일상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것이 연인으로부터 단결을 부를 수도 있겠구나. 그 단결은 열정보다는 익숙해짐이 불러오는 것일테고. 책을 펼치자마자 이토록 파고드는 글이라니. 



이사벨 아옌데는 딸을 잃었다. 딸의 죽음을 보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을 한 데 모아 부족을 이루며 살고자 하는 그녀의 꿈이 내게는 좀 지나치게 보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막강한 힘을 가질 수도 있는거란 생각이 들었다. 손녀 딸이 아파 병원에 입원했을 때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병실에 가득찰 수 있다니, 그 누구도 아픈 환자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일상으로 단결하고, 그 단결을 좀 더 단단히 하고자 부족을 이루며 살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남편과 자식 그리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일상을 보내면서, 그녀는 틈틈이, 당연하게도 죽은 딸을 떠올린다. 죽은 딸에게, 그녀는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말해준다. 레즈비언을 경멸했다가 레즈비언이 되어버린 며느리를, 남편에게 맞고 살던 친구를, 마약 중독인 엄마에게서 태어난 남편의 손녀를, 그리고 죽은 딸의 남편에 대한 일까지도. 그들 모두는 거친 인생을 헤쳐나가며 각자 나름의 위치에서 힘들어하는 과정들을 겪었고, 이사벨 아옌데는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며 언제나 그 중심에서 그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고자 한다. 그러나 엄청난 사랑에서 나온 행위는 때때로 지나친 간섭을 불러 오기도 하고, 싸움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점을 보고 그 점에 대해 맹신하는 것이, 한 사람은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내 함께 사는 것만이 세상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나와는 좀 생각하는 게 다르다고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자꾸만 사람들에게 짝을 찾아주려고 엄청나게 애를 쓴다-, 그녀는 이 한 권의 책에서 몇 번이나 코끝을 찡하게 만들고, 



두려움은 어절 수 없었다. 그건 내가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마비되는 것은 허락할 수 없었다. 네가 죽은 이후 나는 그 어느 것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니면 어딘가에 글로 쓴 적이 있었다.) 하지만 파울라,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까 봐 두렵고 그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봐 두렵고 늙어서 망가져 가는 게 두렵고 날로 증가하는 이 세상의 빈곤과 폭력, 그리고 부패를 봐야 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네가 없다는 슬픔을 견뎌 내며 그 슬픔을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너의 부재와, 내가 살면서 잃은 것들이, 이제는 조금씩 달콤한 추억이 되어 가는구나. (p.153)



그리고 그 횟수만큼 피식- 웃게도 만든다. 




"오늘은 너무나도 불행한 날이에요!" 안드레아가 훌쩍이며 나에게 말했다.

"안드레아, 하루 종일 좋았던 순간이 단 한 번도 없었니?"

"아니요, 있었어요. 한 여자아이가 넘어져 이가 부러졌어요."

"하지만 맙소사, 안드레아, 그게 왜 좋은 거니?"

"내가 아니니까요." (p.128)



하하하하. 안드레아는 그녀를 꼭 닮은 손녀임에 틀림없다.



키 1미터 50센티미터는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쉽게 줍고 미니스커트가 유행할 때 아버지 넥타이 네 개로 치마를 만들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아무런 장점도 없다. (p.359)



"무슨 일을 하십니까?" 그가 대화를 시작하려는 듯 내게 물었다. (중략)

"소설가 입니다."

"우와! 아주 흥미롭군요! 나도 정년 퇴임하면 소설을 쓸 생각입니다."

"정말요? 그러면 지금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신데요?"

"치과 의사입니다." 그가 내게 자기 명함을 건넸다.

"나는 정년 퇴임하면 어금니를 뽑을 생각입니다." 내가 그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코끝이 찡하게 한만큼에 피식 웃게 한만큼을 더해서, 반복되는 일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사는 것이 좋을지도 보여준다. 그녀가 강제하는 게 아니라, 그녀의 생각과 또 그녀가 주변 사람들(하다못해 어린 손주들까지도!)과의 대화를 통해서.



"알레한드로, 너를 슬프게 하는 건 뭐니?" 내가 물었다.

"안드레아하고 싸우는 거요. 하지만 전 우리 관계를 개선해 보기로 했고, 꼭 그렇게 할 거예요. 각자 자기 고통에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거든요."

"그건 늘 진실은 아닌 것 같구나. 난 파울라의 죽음에 대해 책임질 수 없고 로리 역시 자신의 불임에 대해 책임질 수 없어." 내가 반박했다.

"어떤 고통은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고통에 대한 반응만큼은 우리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요. 위예 할아버지한테는 제이슨이 있어요. 할머니는 파울라 고모가 죽고 나서 재단을 만들어 우리 기억 속에 고모의 생상한 모습이 영원히 남아 있도록 해 주셨고요. 그리고 로리는, 친자식을 가질 순 없지만 우리 셋이 있잖아요." (pp.433-434)






이사벨 아옌데는 칠레의 전(前)대통령인 '살바도르 아옌데'의 조카이다. 그녀는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인해 베네수엘라로 망명을 가게 되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있을 즈음, 신문에서는 '미첼 바첼레트'의 대통령 당선 소식을 볼 수 있었는데, 그 기사를 읽다가 칠레의 정권의 역사가 우리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칠레 대통령 미첼 바첼레트



이사벨 아옌데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었는데, 이사벨 아옌데를 알고 나니 칠레의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유독 눈에 띄고, 그렇게 그 기사를 읽고났는데 이 책의 뒷부분에서도 미첼 바첼레트에 대한 언급이 된다. 이사벨 아옌데의 망명과 미첼 바첼레트의 대통령당선에 대한 소식과는 별개로 하나의 책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맞물려 연결지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더 깊은 독서로 이어지고 그 독서가 다시 신문 기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즐겁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가 보호하고 지켜야할 대상이 있다는 뜻이다. 그건, 내게 약점이 있는 것임을 의미한다. 나는 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두렵고 소중한 사람이 다칠까 두렵다. 하지 않아도 좋을 걱정으로 잠자리에서 뒤척이기도 수차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들 이런 걱정들과 염려로 일상을 보내고 있을텐데, 그들중 누군가가 지나친 걱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불행을 이성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어한다해도, 어떻게 마냥 화를 내고 싸울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런 서로에게 또다시 익숙해지며 대화를 해야할 것이고, 너무 사랑하는 마음을 다스려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방법도 배워야 할 것이다. 이사벨 아옌데가 깨달은 것도 결국 그것이다.



그제야 우리는 서로를 정면으로 공격했고 결국 문명화된 합의에 이르렀다. 그는 내 삶에서 좀 더 존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고, 나는 그의 삶에서 좀 더 부재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p.225)



그녀는 죽은 딸 파울라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영혼을 느낀다. 그녀가 느낀다면, 그녀가 느끼는 것이 맞다. 그것을 기적이라 부른다면 그것은 역시 기적일 것이다. 그것을 운명이라 부른다면, 그건 운명일 것이다. 내게 일어나는 일, 그것을 내가 무어라 부르든, 그것은 내가 부르는 그대로가 맞다. 내 삶에 기적이 찾아든다면, 그 기적이 내게 오도록 내가 만들었고, 이것이 내 운명이라 생각이 든다면, 이것이 운명이 되도록 매순간 내가 결정한 일이다.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보낸 세월들이 모두 합쳐지면, 그게 우리의 운명이 된다. (p.471)




이즈음은, 내가 이 책을 읽기에 적절한 타이밍이었고, 결국 이 타이밍은 앞으로 펼쳐질 나의 일상에 또 하나의 기쁨과 슬픔을 보태주었다. 이 역시 내 선택이었다.




갑작스럽게 노화가 진행된 일다 할머니의 말년은 우리가 아닌 딸이 맡아 돌봤다. 의사들은 그녀가 담배를 오래 피워 거듭 폐렴에 걸리면서 노화가 심각해졌다고 했다. 그 후 점점 할머니에게서는 살아왔던 삶이 잊히기 시작했다. 일디타는 자기 어머니의 마지막 단계가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거라고 이해하고, 두 살짜리 어린아이에게 인내심을 무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여든 살 노인에게 그 인내심을 아낄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일디타는 어머니가 목욕하고, 식사하고, 비타민을 복용하고, 침대로 자러 갈 수 있도록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봤다. 일디타는 계속되는 똑같은 질문에 열 번을 똑같이 대답했고, 노인네가 무의미한 얘기를 막 끝낸 다음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 몇 번이고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해도 듣는 척해 줘야 했다.(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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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3-12-24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6 08:28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요? 전 <변호인>보고 눈물만 줄줄 흘렸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3-12-24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햐~~~ 좋아요.
역시 크리스마스엔 다락방님 리뷰를 읽어야돼!!!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6 08:29   좋아요 0 | URL
우앙 단발머리님이 좋아해주셔서 제가 다 좋으네요. 히히.
크리스마스 잘 보냈어요? 벌써 지나버렸다니, 이제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니...흑흑. 아쉬워요. ㅜㅜ

달팽이 2013-12-24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사벨 아옌데의 운명의 딸 읽어보세요. 좋아하실거예요.^^

다락방 2013-12-26 08:2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혼의 집을 한 번 읽어볼까 생각중이었는데 운명의 딸이 더 나을까요? 흐음.

레와 2013-12-26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보낸 세월들이 모두 합쳐지면, 그게 우리의 운명이 된다."


이 문장 참 좋군요..

다락방 2013-12-26 11:40   좋아요 0 | URL
좋지요? 이 에세이가 참 좋았어요. 에세이는 이렇게 써야하는구나, 라는 깨달음도 동시에 얻었답니다.

주태백 2013-12-30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가도 되나요? 출처는 확실히 밝혀두겠습니다.!!

다락방 2013-12-30 08:15   좋아요 0 | URL
옙! 아침 일찍부터 오셨네요!!
 











"나는 매일 당신과 함께했었소. 그랬다는 것을 아시오?"

"네, 그러셨다는 걸 알아요." 마르티네가 말했다.

"내게 남은 나날 역시 당신과 함께할 거요. 오늘 밤처럼, 매일 저녁 나는 당신과 저녁을 먹겠소. 육신으로가 아니라 영혼으로. 어차피 육신은 의미가 없으니. 오늘 밤 나는 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소, 소중한 자매여." (p.68)



로벤히엘름 장군은 청년시절, 목사의 딸인 마르티네에게 반해 연정을 품었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그는 승진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지내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31년후, 그녀의 집에서 열리는 저녁식사에 가게 될 기회가 생긴다. 삼십일 년. 이제 그들은 더이상 젊지 않고 각자의 삶에 안착하고 있었던 그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곳에서 그는 마르티네의 요리사인 바베트가 만든 환상적인 식사를 먹다가 '무언가 빈 것 같았던' 자신의 삶을 떠올린다. 그 식사의 감격 후,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그녀에게 말한다. 매일 당신과 저녁을 먹겠다고, 영혼으로.


얼마전에, 오래전에 읽었던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하느님의 보트>를 다시 구매했다. 읽었을 당시엔 뭐야, 이건 동화야? 라며 시큰둥했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 자꾸 그 소설이 생각났다. 오래전에 읽어 정확히 기억할 순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소설의 줄거리가 맞다면, 나는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여자가 자신이 사랑했던 남자를 잊지 못하고 내내 자신에게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소설. 그리고 여기는 엄청난 스포일러가 될텐데, 결국, 마치 소설처럼(!) 그가 문을 열고 그녀에게로 돌아오면서 끝을 맺는. 나는 이 내용을 다시 한 번, 지금 읽어보고 싶었던 거다.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살고 있는건 아니다. 그러나 간혹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건 누구나 그럴테지만, 아주 가끔은, 그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하는 가정을 해보곤 한다. 내게 연인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 사람에게 안녕을 고하고 그를 만날것인가, 지금 내 상황이 변했으니 당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할것인가, 하고. 나는 여기에 대해서 정말이지 답을 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그가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똑같은 크기만큼, 차라리 나타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기도 한다. 그가 거기 있기 때문에,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먼 곳에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리워할 수 있는거고 아름다운 거라고. 나타나는 순간 비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바베트의 만찬을 읽으며, 그리워하는 방법에는 아주 여러가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 그와 식사를 하자. 나는 로벤히엘름 장군처럼 매일을 그와 식사하진 않을테다. 나는 간혹 다른 누군가와 식사를 할텐데, 그 때는 앞에 있는 상대에게 집중하고 싶고, 혼자 식사를 하는 중에는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 그러나 그 중에 한 끼쯤은, 간혹 혼자 앉아 식사를 하며 천천히 씹을 어떤 때에는, 그를 생각하며 함께 식사하고 싶다. 


커피를 마시는 어느 아침에는 혹은 오후에. 뜨거운 커피가 든 컵을 양 손으로 잡고 호호- 불면서 그를 떠올리며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다. 그 순간에는 그를 향한 나의 영혼이 아주 강해서, 그에게 가 닿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바로 그 때, 그도 커피를 마시며 잠깐 숨을 고르고 나를 떠올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자체로 완벽한 순간이 될텐데! 우리의 영혼은 함께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실텐데. 간혹 그 순간들에 쿠키를, 케익을 함께 내어놓기도 해야지.






나는 '이자크 디네센'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데, 책을 펼쳐 책날개에 실린 작가 설명을 보니 이렇게 써있더라.



1885년 덴마크 코펜하겐 북부의 롱스테드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카렌이며, 필명인 이자크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인물 이삭('웃음'이라는 뜻)에서 따온 것이다. 28세에 브로르 폰 블릭센 남작과 결혼하여 남작부인이 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에 동아프리카 케냐에서 커피 농장을 경영했고, 영국인 사냥꾼 데니스 핀치 해튼과 사랑에 빠졌으나, 운명의 장난으로 연인과 농장을 모두 잃은 후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메릴 스트리프가 열연한 바로 그 주인공이다. (책날개 中)



악. 이 여자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바로 그 주인공이라고? 나는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그러다 몇해전 한 알라디너가 내게 한 말이 떠올랐다. 내가 아직 그 영화를 보지 못했단 말에 그는 이렇게 말했었다. '락방님이 아직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니 반칙이에요' 라고. 그 댓글을 보자마자 반드시 이 영화를 보고야말리라, 고 결심했었는데, 시간이 이렇게 흐르는동안 나는 대체 이 영화를 안 보고 뭘한걸까? 혹시나 책이 있진 않을까 검색해보니, 오, 역시 원작이 있었다!



















으악, 책부터 읽어야겠다. 게다가 무려 30프로 할인된 가격에 이 책이 판매되고 있다. 맙소사!! 내가 산다!!








<바베트의 만찬> 속에서 바베트가 차려내는 음식들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할수없이 영화를 봐야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만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마시는 장면을 보고싶다. 그 음식의 색깔과 빛깔을, 흔들리는 와인잔속의 와인이 로벤히엘름 장군의 입 속에 들어가는 장면을, 그가 그 와인을 마시면서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복잡한 생각들이 드러나는 장면들을 확인하고 싶다. 청년시절, 사랑고백조차 하지 못했던 로벤히엘름 장군과 삼십일 년이 흐른 지금의 로벤히엘름 장군을 보고싶고, 그런 그가 영혼으로 매일 저녁 당신과 식사하겠다고 말하는 그 눈빛을 보고 싶다.





그후에 일어난 일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손님들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마치 수많은 작은 후광들이 하나로 합쳐져 거룩한 광채를 내기라도 한 듯 천상의 빛이 집 안을 가득 메웠다는 것 외에는. 말수가 적은 노인들은 말문이 틔었고, 수년간 거의 듣지 못했던 귀가 열렸다. 시간은 영원 속으로 녹아들었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각, 창문이 황금처럼 빛났고 아름다운 노래가 바깥의 겨울 공기 속으로 흘러나갔다. (pp.66-67)




오늘은, 당신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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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2013-12-2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락방님 오늘 저녁 만찬을 여시겠군요. 메리크리스마스예요.
ps) 아웃오브아프리카는 영화관에서 보지않으면 큰 의미가 없답니다.

다락방 2013-12-24 13:55   좋아요 0 | URL
네, 오늘 저녁엔 만찬을 열 예정입니다. 와인을 마실거에요. 안주는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엄마가 사둔 파프리카로 하기로 했습니다. 치즈도 준비 되어 있고요. 고기를 사갈까 말까..계속 고민중이에요. 어제 회식에서 배터지게 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지 않아도 저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13-12-24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보단 영화가 더 낫다...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댓글 하나가 이런 페이퍼가 양성되는군요..ㅎㅎㅎ)

다락방 2013-12-24 13:56   좋아요 0 | URL
네, 책이 막 확- 좋지는 않더라고요. ㅎㅎ
덕분에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겼지 뭡니까, 메피스토님!! 굿 다운로더로 다운 받으려고 했더니 없어서..할 수없이.......다른 방법을 찾아볼 수밖에 없겠어요. ( ")

Mephistopheles 2013-12-24 14:28   좋아요 0 | URL
므하하하하하하(이 웃음의 의미는...)

http://blog.aladin.co.kr/mephisto/1596239

다락방 2013-12-24 14:34   좋아요 0 | URL
헐. 메추리 요리는..진짜 메추리 원형 그대로..이네요. 어쩐지 멘붕... 하하하하하

Mephistopheles 2013-12-24 15:03   좋아요 0 | URL
양꼬치집에 가면 메추리구이 파는 곳이 있어요. 원형 그대로 쫙 펴서 구워주는데...
뼈채 오도독 씹어 먹음 제법 고소합니다.

다락방 2013-12-24 16:00   좋아요 0 | URL
아차산 입구에 가도 메추리 원형 그대로 구워서 파는 사람들 많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개 2013-12-24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다락방님은 역시 가족과 함께 하는 성탄전야인가요?
저는 오랫만에 옛 부서 동료들과 만나기로 했어요.
제가 잠시 마음을 줬던 친구도 온답니다.
오랫만에 취해 볼까나~~ ^0^

2.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 봤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아요. 헐!

3.제가 만약 오늘 저녁에 족발을 먹으면서
다락방님을 간절하게 떠올린다면 함께 먹는거니까
족발 안주는 피해주세요 ㅇㅎㅎㅎㅎㅎ

4.사랑하는 다락방님....
올 한해도 성실히 글 읽고, 글 쓰고 또 사랑하느라 고생했어요.
덕분에 많이 즐겁고 따뜻해진거 같아요....
우리 모두 내년에는 조금만 더 행복해져 봅시다!
메리 크리스마스 앤드 해피 뉴이어~ ^^


다락방 2013-12-24 14:37   좋아요 0 | URL
1. 오오오오 술 취하면 꼬장문자 보내요, 아무개님. 내가 다 받아줄게 ㅋㅋㅋㅋㅋ 저는 엄마랑 와인 마실까 생각중이에요. 엄마의 스케쥴은 묻지 않았지만 제가 와인마시자고 하면 냉큼 오케이 하실듯요 ㅋㅋ

2. 전 아웃오브아프리카도 일단 책으로 먼저 볼랍니다!

3. 저는 저녁에 아마도 족발은 안 먹을거에요. 고기는 어제 배터지게 먹기도 했고 엄마는 족발을 잘 안드셔서...그래서 어쩌지..뭐먹지..뭘로 안주를 하지.. 남동생이 회사에서 케익 받았다고 가져온다는데 케익을 안주로 할까...뭐, 고민중입니다.

4. 아무개님, 내년에도 따뜻하게 해줄게요!
:)

아무개 2013-12-24 14:51   좋아요 0 | URL
1.폰....수신거부 설정 해놓으십쇼!!! 캬하하하

2.삽겹살 먹고 돼지갈비 먹고 치킨 먹고 피자까지 먹고
집에가서 햄계란볶음 해 먹는 ***님이!
파프리카와 케익만으로 안주를 한다굽쇼!!!!????


다락방 2013-12-24 15:59   좋아요 0 | URL
그렇게 쉬지 않고 먹는 *** 님이 대체 누굽니까? 그 사람이 인간이 정녕 맞단 말입니까? 네? 누구냐고요, 누구!!

레와 2013-12-24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나의 메뉴는 볶음쌀국수+홍합탕=와인 ^^v


파프리카랑 버섯이랑 양파랑 같이 볶아먹는건 어때요?
와인과 함께라면 모든 음식이 축복!

메리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4 15:58   좋아요 0 | URL
아 귀찮아서 오늘은 못볶겠어요. 어제 회식이라 열나 먹고 늦게 잤더니 피곤.. 일단 집에 가서 컨디션 보고 볶든지 말든지 해야할듯. 나 이러다가 집 가자마자 잘지도 몰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금욜에도 집에가자마자 밥도 안먹고 바로 잤다능. 그리고 물론 일어나서 밥 먹고 와인마시고 혼자 쑈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

메리크리스마스, 레와님~ :)

blanca 2013-12-24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바베트의 만찬은 영화가 더 더 정말 너무 좋아요! 그리고 세상에나, <아웃오브아프리카>를 안 보셨다니요. 저는 세 번 정도 봤는데 볼 때마다 눈물이 줄줄 나더라고요. 추천 또 추천합니다. 그래서 원작도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글씨가 너무 작더라고요. 그래서 변명같지만 아직 시도하지 않았어요. 크리스마스 이브. 저는 지금 몹시 배가 고픈데 마트에 식료품을 주문했는데 주문한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일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불어 에쿠니 가오리의 저 소설은 장바구니에 담아갑니다. 너무너무 기대되네요. 마지막 스포일러를 읽지 말았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은 조금 남지만요^^;;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6 11:38   좋아요 0 | URL
<영혼의집> 사려고 검색하다가 블랑카님의 페이퍼를 봤어요. 그래서 지금 이걸 어쩌나, 망설이고 있답니다. 저도 이사벨 아옌데의 작품을 아무것도 읽어보지 못한 상태로 에세이를 먼저 접하게 된거거든요. 제 경우에 마르케스의 마술적리얼리즘은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이사벨 아옌데의 에세이에서 가끔 점을 치고 맹신하는 게 음, 좀 지나쳐 보였던 것도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영혼의 집>을 읽고 싶었는데 확- 도전을 못하겠네요. 흐음.
그래도 이 책은 참 좋았어요.

아니, 식료품은 왔나요? 도착 한거에요? 크리스마스에 맛있는 것 좀 드신겁니까?!!

프레이야 2013-12-25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베트의만찬,은 올 시월 부산국제영화제 행사의 하나로 박찬일 쉐프가 한 음식과영화에 대한 강연에서 알게 됐어요. 아웃오브아프리카,도 언급했었죠. 찜만 해두곤 잊었는데 디비디가 있군요. 담아야지. 다락방님에게도 메리 크리스마스^^

다락방 2013-12-26 11:39   좋아요 0 | URL
저도 바베트의 만찬을 꼭 챙겨봐야겠어요. 블랑카님도 극찬하시고 밑에 댓글 달아주신 라일라님도 극찬하시니 꼭 보고야 말겠어요. 만찬 장면 너무 궁금해요!
아웃오브아프리카도 잊지 말고 다음에 지를 때 꼭 포함할겁니다. 불끈!

크리스마스 잘 지내셨어요, 프레이야님?
:)

LAYLA 2013-12-25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다시 생각해도 명작인거 같아요. ^^

다락방 2013-12-26 11:39   좋아요 0 | URL
오케오케 접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