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트윗을 통해 아웃랜더의 출간 소식을 알게 됐다. 아니, 아웃랜더라니. 내가 작가 천재라고 몇 번이나 페이퍼를 썼던, 그 아웃랜더!! 얼마전에 페이퍼 쓰려고 검색했는데 책이 안 뜨길래 흐음, 개정판 나오려는건가, 했더니 역시나 이렇게 새롭게 나왔다.

















아니 어떡하지 ㅋㅋ 이거 내가 읽을 당시에는 번역 때문에 말이 많았었는데, 그래도 나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나는.. 이걸 사야하는걸까? 모르겠다.. 모르겠어..



어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반가워할 친구에게 알려줬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잽싸게 장바구니에 넣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아웃랜더 시리즈 이렇게 많은거 알고 있었냐고 이내 사진을 보내왔다.




아니, 이게 다 뭣이여.. 내가 호박속의 잠자리 까지는 읽었는데... 아니 이게 다 뭣이여... 아니... 아니.. 이거 다 나올것인가. 그렇다면 어쩐지 모으고 싶어지지 않나. (닥쳐!) 진정하자..


이렇게 아웃랜더를 보관함에 담고, 그리고 원서들 몇 권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필리스 체슬러의 원서와 콜린 후버의 원서는 모두 다.. 단발머리 님 때문이다. 필리스 체슬러 원서 읽으시며 연재해주시는 글이 정말 엄청 재미있는거다. 그래서 사려고 넣어두었고, 콜린 후버의 책도 마찬가지. 사실 번역본 없으면 내가 읽을 수 없는 형편이라 안사는게 이치에 맞는데, 그런데.. 단발머리 님이 저 콜린후버의 all your perfects 에 대해 페이퍼 써주실때, 또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가지고...


함께 올린 원서 《solo faces》는 제임스 설터의 《고독한 얼굴》원서이다. 고독한 얼굴 번역본을 읽다보면 문장이 되게 짧은거다. 그래서 이거 어쩐지 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게 되는거다. 자, 볼까? 이런 문장들이다.




그날 밤 별들은 선명했다. 레지에서 그 별들을 쳐다보았다. 아주 밝았다. 밝다는 것은 경고일 수도 있었다. 날씨가 변할 거라는의미일 수도 있었다. 날씨는 추웠다. 그렇지만 정말 많이 추운 걸까?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안전하다고 느꼈지만 온전히 혼자였다. 속으로 이 필라를 오르겠다는 맹세를 되풀이했다. 더 높이올라갈수록 필라는 얼음장처럼 차가워질 것이다.

어려운 부분이 앞에 놓여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시도를 포기하고 있었다. 그 마음이 커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생각을 떨치려 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아침에 장비와 물건을 정리하는 데 거의 한 시간이나 걸렸다.

날은 몹시 추웠다. 위험한 피치를 등반할 때 로프를 큰 고리 형태로 묶어 피톤에 고정시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고정시킨 로프를 풀기 위해 다시 내려가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는 이 방법을 한두 번 시도해보다가 자신이 어설프다는 것을 깨닫고 포기했다. - P229




어쩐지 아는 단어들이 수두룩하게 나올 것 같아.. 아주 밝았다. 이런 문장은 그냥 바로 해석되지 않을까. 날씨는 추웠다. 이런 문장도... 어려운 부분이 앞에 놓여 있었다. 이런것도 충분히 바로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이런 것도..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설터의 암벽등반 소설 읽고 너무 꽂혀 있었더니 미미 님이 이 책을 추천해주셨고, 그래서 바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나.. 이거 있을 것 같은 이 미친 느낌적 느낌 뭐지?

잠깐 검색해보고 오겠다.


(주문조회 검색해본 후) 없는 것 같다. 휴..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어쩌자고 소설 읽다 암벽등반에 꽂혀버렸나. 암벽등반이 왜 나를 후려치는가. 왜, 왜..

나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설마 암벽등반 하는 삶을 살게 될까? 현실속의 나, 구름사다리도 못타는데... 타다아사나 에나 집중하자, 나여...






정희진 선생님 책 읽다가 이것도 넣어두었다. 홉스 리바이어던.. 











그리고 이런 책들도 장바구니에서 겨루고 있다.
































아아 나는 어떡해야 할까. 어쩌란 말인가, 나를. 어떡하죠... 내 심장이 고장났나봐....(응?)


점심엔 짬뽕먹어야지. 정확히는 짬뽕+군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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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
    from 수하의 서재 2022-09-15 19:26 
    다락방님은 책을 사고 싶다 https://blog.aladin.co.kr/fallen77/13931756 고 하셨고. 저도 책을 사고 싶어서 샀지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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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16 10:46   좋아요 0 | URL
수하님, 그린란드 관련 책 읽게되시면 꼭 감상 남겨주세요. 저는 그린란드 라고 하면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바로 떠올라요. 사실 그것말고 다른건 생각 안나지만요.

건수하 2022-09-16 11:06   좋아요 0 | URL
맥베스 읽다가 그 소설도 떠올랐었죠 (이것도 좀 제한이 없달까)… (언젠가) 읽게 되면 꼭 감상 남기겠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09-15 15: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웃랜드> 그거 넷플에 나오는 그 시리즈 드라마 맞죠???
그거 보다가 넘 야해서 이걸 계속 봐야 하나? 생각했었죠. 왜냐하면 넷플 처음 결재하고 검색하다가 또 처음 선택해서 본 게 그거였던 걸로 기억하거든요.ㅋㅋㅋ
근데 작가가 천재라고 하셔서...책은 재밌나보다!! 스토리는 재밌어 보이던데 야한 장면들이 자꾸 나오니까 스토리보다 그쪽으로 신경이 쏠려....결론이 자꾸 야한 드라마!가 되더라구요~^^;;;
근데 이 책도 시리즈가 넘 많군요ㅜㅜ

필리스 체슬러 원서!!
안그래도 저도 단발님 리뷰 읽고 저도 늪에 빠져 구매할 뻔 했어요ㅋㅋㅋ
그리고 이렇게 상세하게 쭉~ 연재해주신다면 사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 다락방님 바로 장바구니에 넣으셨대서 웃었네요. 단발님께 건의해야겠어요. 앞으로 원서 리뷰 쓰실 때 꼭 끝까지, 자세하게, 적어 달라구요. 그럼 믿고 살 의향이 있는데 말이죠^^ 부담되실까봐 못 적었어요ㅋㅋㅋ

다락방 2022-09-15 15:43   좋아요 4 | URL
네, 그 시리즈 드라마 맞습니다. 그 드라마의 원작이 제가 위에 소개한 바로 그 아웃랜더 입니다.
작가가 동물학, 해양생태학, 해양생물학을 다 공부했어요. 책에서도 보면 민간요법 약초들에 대한 정보가 어마어마합니다. 뜻하지 않게 과거에 가서 자신이 가진 지식으로 아프거나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줘요. 작가가 자신의 지식을 책에 다 쏟아부은 것 같아요. 저는 드라마를 보진 않아서 모르는데, 그러니까 드라마가 얼마나 야한지는 모르는데, 책에서는 아주 야합니다. ㅋㅋㅋ 아이쿠 깜짝이야! 이럴 정도로...
저도 아웃랜더, 호박속의 잠자리 까지는 읽었는데 그 뒤로도 시리즈가 저렇게나 많은줄은 몰랐네요.
저도 이번참에 다시 읽을까 어쩔까 고민중입니다. 후훗.

mini74 2022-09-15 17: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대 인문고전...ㅎㅎ애증의 전집이 우리집에 있습니다. ㅎㅎ 조카 서울대 보내겠다고 언니가 사서, 새책으로 물려준...표지가 바뀌었군요..<아웃랜드>전 드라마로 보다가 말다가 했는데....책에서는 아주 야하다니 ㅎㅎㅎ 저도 물욕이 ~~~

다락방 2022-09-16 08:17   좋아요 1 | URL
저도 차근차근 한 권씩 모아볼 예정입니다. 조카들이 나중에 좋아하며 봐주길 바라는데, 그것은 그냥 저의 바람이지요. 후훗.
아웃랜더, 야합니다. 전 드라마로 보질 않아서 드라마가 원작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책대로 했다면 19금이어야 할것입니다. 흠흠.

독서괭 2022-09-16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저 시리즈물 좋아하는데… 그렇게 재밌다고요?? 게다가 야하고요? ㅋㅋㅋㅋ 스트레스 받을 때를 위해 기억에 놔야겠습니다.

다락방 2022-09-16 10:45   좋아요 2 | URL
저 시리즈 다 나오면 책장 한 칸 다 차지할 것 같은데.. 그래서 저는 오늘 책을 질렀지만 일단 이 책은 넣지 않았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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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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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이 암벽 등반을 하는 남자라는 걸 내가 알았다면, 그래서 등반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라는 걸 내가 진작 알았다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등반하는 이야기가 뭐 재미있을 일이람? 지루하기 짝이 없을거라고, 나는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 배경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나 숱하게 소설을 읽어왔으면서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거다. 책장을 넘기다가 비로소 어라, 이 남자 등반하는 거야? 알게 되었고, 그리고 그 등반에 대한 얘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놀랐다. 등반이, 흥미로워? 감히 내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책을 읽다가 스포츠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수영이나 마라톤을 하는 등장인물들은 얼마나 많이 나오던가. 그런 운동들은 그러나 내게 '그들이 하는 운동'이었다. '그들이' 즐기는 스포츠. 아, 그런데 제임스 설터가 그려낸 암벽 등반이 자꾸만 내것이 된다. 그래서 몹시 힘들다. 그 발디딜 곳 조차 찾기 힘든 절벽을 오른다는 것이, 이미 오른 이상 때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위를 한없이 바라보다 저 방향으로 가고 저기에 손을 뻗고를 생각한다는 것이 자꾸만 내 일처럼 느껴질줄을 몰랐다. 높고도 높은 곳, 몇십 미터를 오르고 또 올라도 오를 곳이 더 많이 남아있는 절벽을 오르는 일, 함께 등반하는 동료를 신경쓰는 일, 이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낙석으로 인해 부상을 당한 동료를 두고 갈 수 없고 자꾸만 오르게 해야 하는 일은, 그 상황에서 얼마나 절망적이며 또 얼마나 필사적이었을까. 피를 흘리면서도 오를 수밖에 없을 때, 쉴 곳 조차도 그 암벽의 한가운데일 때, 그 때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내가 혹은 상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애써 감춰가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한 발 또 한 발 내딛는 것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 오죽 힘들었으면 나는 읽다 말고 분식집에 들어가 라볶이를 주문했다. (응?)


그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그래서 며칠을 기다리고 살피며 드디어 그 때가 되었고, 그렇게 올랐는데, 그런데 그곳에서 부상을 당해 나는 이제 틀린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동행을 바라보는 마음은. 죽음이 올 것 같아, 를 알면서 할 수 있다고 자꾸 되뇌어야 하는 그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만약 내가 사랑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암벽등반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릴 것이고, 나 역시도 시도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겠지만-세상에, 낙석이라니!- 그런데 한 번 해봤던 사람이 또 하고자 하고 한 번 했던 사람이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그 마음이 너무 생생한거다. 그게 뭔지 알겠는거다. 내 팔과 다리 그리고 코어에 집중하는 일, 온전히 내 육체에 집중하는 시간이 암벽등반하는 동안 찾아들 것이었다. 땀범벅이 되는 육체와 이제 더이상 힘을 낼 수 없을 것 같은 내 육체가, 그러나 정상에 이른 순간 그 기쁨을 만끽할 것이었고, 하산한 후 열여덟시간을 내리 자는 것은 세상 그 어떤 잠보다 달콤할 것이었다. 아, 하지 말아야지, 내 육체의 온 힘을 만끽하고 그 피로를 덜어내는 이 일이, 암벽을 등반하는 그 며칠-세상에,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다!-이 얼마나 고되고 그래서 짜릿할지 상상이 되어서, 나는 시도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만약 그걸 시도한다면, 나는 아마 한번만 더, 한번만 더를 외칠 것 같은거다. 오르는 중간에 아직도 내가 오를 곳이 저렇게나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지치고 때로는 발을 헛디뎌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죽음에 가까워져 두려워도, 그러나 기어코 다 오르고 다시 내려오고 그리고 깊은 잠을 자고 나면, 그 충만함으로 몇 개월을 살다가 다시 또, 나는 오르고 싶어질 것 같은거다. 또 오르고 또 오르고 싶어질 것 같아서 나는 아예 시도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맙소사, 암벽 등반에 이토록 몰입하는 나라니. 나는 정말이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등장인물의 암벽등반에 이입해서 이뤄지는 간접경험이 아니라, 자꾸만 내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거다. 현실의 나는 구름사다리도 못건너는데!! 



주인공 랜드는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다. 그에게 암벽등반은 그의 살아있음, 그의 삶을 증거하는 것이다. 그는 정착하지 못하는 남자이고 등반하는 남자이다. 몽블랑 근처로가 친구와 함께 높은 산을 등반하고, 그 과정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친구를 격려하고 내려와서는 또 등반하고 또 등반한다. 동행을 찾지 않고 혼자 등반하기도 하고 친구의 다른 등반 소식에 자신을 부르지 않은것에 상처받기도 한다. 어느 날은 날이 좋아지길 기대하며 등반할 때를 노리다가, 암벽 한가운데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그들을 구출하러 가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구출하기까지 한다. 그는 그 순간 영웅이 되고 프랑스의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찾아든다. 너는 정말 산을 사랑하는구나, 라는 누군가의 말에 그는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p.195) 라고 대답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적확한 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사랑하는 건 산이 아니라 삶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자신의 삶, 오르는 과정을 기어코 겪어내고 그리고 오르고 다시 내려오고 다시 또 오른 곳을 찾고 그걸 해내고 또 찾아내고, 이 모든 걸 해내는 그 자신의 삶을, 그는 사랑하는 것이었다. 삶을 사랑하는 방식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그가 찾아낸 방법, 혹은 그가 삶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던 수단은, 바로 이 암벽등반이었던 것이다. 오롯이 내 육체만으로 그리고 내 정신력만으로 이루어내는 일, 그리고 그걸 해낸 나. 만약 내가 암벽등반을 시작한다면 나 역시도 그것이 나의 삶을 그리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나도 생각할 터였다. 그러나,



랜드가 사랑한 삶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삶이었다.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삶. 물론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삶까지 사랑해줄 필요는 없다. 자기의 삶을 사랑하는 것만으로 인간은 충분히 이타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내 한 몸을 잘 건사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이니까.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지독하게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았다.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러 위험한 절벽에 오르는 일은, 그 자신을 위한, 그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산을 타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랜드는, 자신을 돌보아준 여자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려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았다. 하는 일이라곤 오로지 등반 뿐인 그에게 잘 곳을 제공하고, 식사를 차려주고, 차를 빌려주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랜드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면 이 여자를 찾아가 섹스하고 그 집에 머물고, 그러다가 저 여자가 마음에 들면 그 여자에게로 간다. 한 여자랑 자면서 그녀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여자들이 상처 받을 거란 사실에 대해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등반하지 않는 그동안의 그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돌보아준 한 여자는 임신을 한다. 그런데 랜드는 그녀에게 그 아이를 지우라고 한다. 나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어.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다면 섹스를 하면 안되고, 섹스를 하게 된다면 피임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개념 자체를 아예 가지고 있지 않다가 임신한 여자에게 '나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어' 라고 하다니. 얼마나 생각없고 무책임한 쓰레기인가. 그리고는 임신한 여자를 남겨두고 그는 또 떠난다. 그렇게 다른 여자를 찾아 머무는데, 놀라운건, 랜드가 거쳐간 그 많은 여자들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기다린다는 거다. 이거야말로 놀랄 일이 아닌가. 왜 배신을 당하고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걸까. 왜 그를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는걸까? 루이즈, 카트린, 콜레트, 시몬,수전 그 여자들은 왜 자신들이 벌어온 돈을 쓰고 그저 섹스만 하고(때로는 그것도 잘 못하고), 임신을 시키고도 지우라는 말만 하는 그를, 왜 여전히 그리워하기만 할까? 왜 그들중 누구도 랜드를 살해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아내가 아니었다.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목격자였다. 어째서인지 그는 여자만 신뢰했고,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달랐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의 이야기의 전달자였다. -p.211



왜 암벽 등반을 하고 정상에 오르는 건 랜드고, 루이즈, 카트린, 콜레트, 시몬, 수전은 그의 이야기 전달자이기만 할까?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라니, 도대체 이런 빌어먹을 남자를 만난 재수없음을 왜 여자의 운명탓으로 돌린단 말인가. 옮긴이는 이 책에서 랜드가 여자들을 가볍게 대했다고 지적하는데, 이걸 가볍게 대했다는 걸로 퉁칠 수 있는 일일까? 랜드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그런데 그는 오로지 자신의 삶만 사랑했다. 자신이 가는 길에 만나는 여자들은 그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섹스해주는 자비로운 천사들이었다. 자비로운 천사들이라는 건 즉, 그와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야말로 빌어먹을 개자식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설터는 이런 인물을 그려낸것일까. 왜 자신의 삶을 이렇게나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내팽개치는 인물을 굳이 그려낸 것일까. 왜 이 아름다운 암벽등반을 기어코 해내는 위대한 육체와 정신에 대해 보여주면서,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엉망진창인 이기적인 '남자'를 보여주는걸까. 아. 나는 옮긴이의 말을 읽다가 비로소 알게 된다. 맙소사. 랜드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었다. 실존인물인 산악인. 누가 봐도 특별해 보이는 한 산악인이 모델이었다고 한다. 설터는 그 사람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하고 편지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아 읽은'(p.284) 후에 쓴 작품이라고. 그러자 랜드라는 이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괴리감이, 모순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설터가 굳이 '이런 남자'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거. 현실 속 인물이었다는 거. 아, 그렇지, 현실 속 인물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면서 그러나 여성을 혐오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인물, 이런 인물은 현실속에 많지. 실존인물이라고 하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주 많은 남자들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일을 저지르면서 그러나 바깥으로는 남들에게 추앙받는 삶을 살기도 하니까. 



나는 오히려 설터가 편지와 자료들을 조사하다가 어떻게든 이 실존인물을 긍정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그 여자들을 그렇게 대하는 걸 보면서도 '그는 여자만 신뢰했고' 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랜드가 여자들에게 한 행동이, 과연 신뢰일까? 그것이 신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걸,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한게 아니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몽블랑도 아는데, 설터가 굳이 이렇게 쓴 까닭은, 그가 실존인물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여성혐오는 아무리 감추려하고 감싸주려고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랜드가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않은 것은 누가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할 저 높은 암벽을 등반하고, 그러기 위해서 몇날 며칠을 기다리고 살펴보고, 오르는 동안 오롯이 내 육체에 집중하고, 그렇게 정상에 올라 자신에게 만족하고, 내려와서는 깊은 잠을 자면서 행복해하기도 하는 이 남자 랜드는, 지독하게 자신의 삶을 사랑했지만, 정말이지 지독하게 자신의 삶'만' 사랑했던 이기주의자였다. 그가 이루어낸 업적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하든, 그는 이기주의자였다.



그런데 나는,

암벽등반을 욕망하기 시작했다.







"이 방으로 할게요."
전구가 하나 달린 화장실이 있었다. 모든 것이 꾸미지 않고, 페인트칠도 하지 않은, 다만 세월과 더불어 때가 탄 것들이었다. 그날 밤 랜드는 저녁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를 들었고, 얼마 있다가 창문 밖에서 내리는 비를 보았다. 많은 것을 냄새로 아는 짐승처럼 그는 심란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하기까지 했다. 담요 냄새, 나무 냄새, 흙 냄새, 프랑스 냄새…… 이 모든 냄새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침댕 누운 그는 육체적인 차분함보다는 훨씬 더 깊은 어떤 것, 삶 자체의 고동 같은 것을 느꼈다. 확고한 기쁨이, 따뜻함과 충만한 행복감이 차올랐다. 무엇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고, 그는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이를 대신할 수 없었다. - P46

아침이었고, 빛은 여전히 새 빛이었다. 멀찍이서 이름 없는 보초들이 흐릿하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랜드는 그 산들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봉우리들을 태양처럼 어루만졌고, 봉우리들은 그의 존재에 눈을 떴다. 그 생각이 그를 무모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힘을 느꼈다. 산등성이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자신의 불멸의 모습을 보았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도 바치리라 생각했다. - P121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그들이 말했다.
"산이 아닙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P195

두 사람은 아내가 아니었다.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목격자였다. 어째서인지 그는 여자만 신뢰했고,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달랐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의 이야기의 전달자였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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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15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악ㅋㅋㅋㅋㅋ다락방님의 결론ㅋㅋㅋㅋㅋㅋ저 북한산 암벽등반 딱 한번
(엄마가 즐기신)따라갔다가 내려올때 미끄러져 죽을 뻔한 뒤로 절대 안가거든요.
한 달 뒤쯤 제가 탔던 라인에서 얼굴만 아는 분이 추락하신...
다락방님 말리고 싶네요. 그런데 끌리신다면 욕망하신다면 ‘희박한 공기 속으로‘(늘 추천하는 책)강추해요.
거기엔 이기주의도 있고 이타주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사람의 서사가 버무려져 감동의
도가니탕이거든요. 물론 실화를 다루고 있어요. 읽고나면 또 훌륭한 리뷰를 쓰실것같은!

저도 이 책 읽었는데 하루정도 랜드의 갈취?적 삶에 충격을 받아서...리뷰도 쓸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다락방님은 저와 비슷하게 느끼셨음에도 써내셨네요. 역시!!!
‘나도 알고 몽블랑도 아는데‘이 부분 압권입니다.^^*

다락방 2022-09-15 09:48   좋아요 5 | URL
저는 암벽 등반까지라고는 말 못하고 ㅋㅋ 아무튼 그 뭣이냐, 줄 잡고 바위타기로 좀 오른 적 있거든요. 너무 힘들고 무섭고 그래서 싫었단 말예요? 근데 그게 몇해전이라서, 지금은 내가 내 몸을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암벽등반 얘기 읽는게 너무 좋은거예요!! 추천하신 책 제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암벽등반에 꽂힐 일이냐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ㅠㅠ

랜드 이 쓰레기 잡종새끼 진짜. 저 임신한 여자한테 아이 지우라고 아버지 될 생각 없다고 한 것도 개빡쳤지만, 그래놓고 한 번만 아기 보자고 찾아왔을 때는, 왜 여자들이 이 놈을 살해하지 않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그는 다른 사람을 구한 영웅이지요. 진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어휴.....

설터는 어떻게든 랜드를 포장하려 한 것 같아요. 실패했지만.

건수하 2022-09-15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부분 읽다가는 라볶이가 먹고 싶었는데...

설터는 왜 굳이 그 실존 인물을 포장하려 했을까요?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는 말은 너무 비겁하네요.
그런 운명인 사람이 어디 있냐며. 처음부터 아, 이 사람은 아내 감이 아니네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저런 남자들이 많은가봐요 니노도 그렇고. 자꾸 여기저기 등장하는 걸 보면..?


다락방 2022-09-15 10:12   좋아요 2 | URL
제 생각에는 랜드 이 자식이 설터가 보기에도 여자들한테 너무 심하게 나쁜 남자라서 나름의 변명을 해주려고 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여자들만 신뢰.. 세상에, 누가 신뢰를 저렇게 한답니까. 인간으로도 안본거지. 그는 암벽에서 조난당한 생명을 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등반해서 사람을 구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거고, 자기가 임신시킨 여자라든가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생각이 없는 남자였죠. 그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이며 동시에 쓰레기같은 남자인 것입니다.

저런 남자가 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코피노가 다 그런 놈들 때문이잖아요?

건수하 2022-09-15 10:22   좋아요 1 | URL
코피노... 그놈들은 더 못한 놈들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왜 그랬을까요?)
그래요 다 그놈이 그놈이네요...
영웅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네요.

그러니까 설터는 왜 굳이 이런 작품을 썼을까 이해가 안돼요...
읽어도 어차피 이해가 안될 것 같아서, 굳이 읽지 않겠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2-09-15 10:32   좋아요 2 | URL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데요, 수하 님.
이 실존인물 모델의 인터뷰를 보게 됐대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특별하다고 했던 것이 이해되면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고 해요. 옮긴이의 말에서 가져올게요.


˝이 소설의 주요 사건들은 헤밍이 살면서 겪은 사건들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알프스 산봉우리 중 하나인 에규위 뒤드뤼에서 뛰어난 구조 활동을 수행했어요. 그 일로 <파리 마치>에 실렸고 유명해졌답니다. 그는 내가 그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생각했을 무렵 죽었어요. 사실 내가 그럴 마음을 먹게 된 건 프랑스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한 인터뷰 때문이었어요. (…) 그 방송에서 그는 기다란 겨울용 속셔츠 차림으로 샤모니 근처의 초원에 앉아 있었는데, 그를 본 순간 모든 사람이 얘기했던 것들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에게는 이처럼 놀라운 면모가 있었어요. 쉽게 말해서 정직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약간 게리 쿠퍼 같았어요. 그에게서는 뭐랄까, 자기라는 존재의 중심에서 얘기하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그 10분짜리 인터뷰를 보았을 때 그에 관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이 일었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수하 2022-09-15 10:48   좋아요 0 | URL
어딘가 멋진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미화하고 싶었다 로 이해해야겠네요.
사람에게는 워낙 여러가지 면이 있지만.
왠지 앞으로 설터를 보는 눈에 편견이 더해질 것 같아서 슬프네요.

다락방 2022-09-15 10:52   좋아요 3 | URL
저는 이미 사둔 설터 책이 더 있어서 그것들 다 읽어보려고 해요. 문장이 궁금하더라고요. 그전에 설터 책 읽었을 때 이렇게나 여자들을 한심하게 그렸던 것 같지 않아서요. 이 책에서만 그런건지 확인하고 싶어졌어요. 이 책에서만 그랬다면 그건 필히 실존인물에 대해 썼기 때문일거잖아요. 저는 좀 더 읽어보겠습니다. 사둬서.. ㅋㅋ 두 권이나 더 있어요. 아직 안읽은 설터가... 집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5 10:54   좋아요 0 | URL
다른 작품은 그렇지 않기를… 🙏🏼

- 2022-09-15 13:38   좋아요 1 | URL
제임스 설터에 코피노 뿌리기 ㅋㅋㅋ

페넬로페 2022-09-15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추석 연휴에 남편과 산에 갔다가 몸살났어요. 역시 기초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암벽등반은 꿈도 꾸지 못하겠어요.
작가들에겐 실제 인물을 자신의 소설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 같아요.
나름대로 살을 붙이고 각색하면서요.
아내가 목격자이다!
쎄하네요 ㅠㅠ
이 책 지금 불호쪽이 좀 강한 것 같은데 읽어봐야 할지 고민해야겠어요.
근데 다락방님 리뷰보니 과연 어떤 놈인지 흥미로워요^^

다락방 2022-09-15 10:47   좋아요 2 | URL
제가 처음에 이 책의 암벽등반에 너무 꽂혀가지고 진짜 몰입해서 읽었거든요. 와 책 멈추기가 싫더라고요. 어떻게 암벽등반으로 이렇게 몰입시킬까 싶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인상이 저에게 너무나 강렬하고 좋았어서 저는 이 책 원서도 살 예정이거든요. 그 문장들을 영어로는 어떻게 썼을까 너무 궁금해서요. 그렇지만 여자들이 그의 이야기전달자라고 하는 데에는 와, 진짜 한숨 나더라고요. 남자 작가는 진짜 별 수 없나 하다가 실존인물에 대해 쓴거라니 어쩐지 알겠더라고요. 실존 인물이 그렇게 행동했을 거라는 건 사실 특이한 것도 아니니까요.

수이 2022-09-1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읽고 싶지만 제가 책을 아직 안 읽어서 글 올라온 것만 확인하고 패스했습니다 락방님, 책 다 읽고 주옥과 같은 리뷰 읽을게요. 1등 가자!!!

다락방 2022-09-15 11:39   좋아요 1 | URL
제가 주인공을 너무 쓰레기라고 욕해놔서 리뷰 상은 어림도 없을 것 같아요. 남주 이기적 쌍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5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터가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대개 싫더라고요. 결론은 설터에게도 헤밍웨이스러운 마초 같은 면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근데 그러면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또 좋으니 그것도 아리까리하네요. 역시 문장의 힘인가. 랜드 때문에 저는 너무 빡치고 그런 인물을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것도 빡쳐서 이 작품은 끝끝내 장점을 찾기 어려웠어요. 뭐 모든 여자들이 다 섹스해주고…. 어휴… 그럼서 왜 또 애는 보러간대요??? 미친넘….

다락방 2022-09-15 11:38   좋아요 3 | URL
저는 애 지우라고 할 때도 짜증났지만 애 보러 갔을 때는 진짜 와 이 미친놈이 싶더라고요. 그래놓고 나중엔 막 지 인생 고독함을 깨닫고 그럴 때 뭐 이런 싸이코같은게 있나 싶었어요. 전혀 자신이 만난 여자들과 자신이 만든 아이에 대해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놈이었어요. 산에 사람들 구하러 간것도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함이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소설속에서 여자들이 모두 그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이해하는게 너무 이해가 안됐어요.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중 한 명도 그를 개쓰레기라고 욕하지 않을까요? 그런 남자를 만나고나서 각성하는 여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설터가 미화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간 설터 읽은게 한 권 뿐인데(어젯밤 인듯), 많이 읽은줄 알았는데 제가 윌리엄 트레버랑 헷갈렸네요. ㅋㅋㅋㅋ 근데 설터 사둔게 집에 두 권이나 더 있어요. 껄껄. 그걸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후훗.

수이 2022-09-15 11:44   좋아요 1 | URL
니노이군요 설터의 니노 으흠

다락방 2022-09-15 11:51   좋아요 2 | URL
니노는 어디에나 있네요. 이탈리아에도 미국에도. 물론 싸우스 코리아에도...

- 2022-09-15 13:38   좋아요 1 | URL
니노는 어디에나 있다 ㅋㅋㅋ

잠자냥 2022-10-07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이거 이달의 당선작 된 거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리뷰 이벤트 결과 찾아보니, 부장님 2등 했었어요??? 왜 말(자랑질) 안했어요! ㅋㅋㅋㅋ 추카추카 아니 고독한 얼굴로 1타 쌍피.... 8만원 거두셨네. 장하다~ 덩실덩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07 14:57   좋아요 1 | URL
5만원 받고 바로 그 날 책 사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왜 자랑하겠어요? 저는 그런거 자랑하고 그러는 사람 아닙니다. 제 또다른 이름이 겸손인 거 모르세요?

다. 겸. 손.

앞으로 저를 겸손이라 불러주세요. 흠흠.

저는 오늘 들어온 적립금으로 책 사러 갑니다. 슝 =3

잠자냥 2022-10-07 14:58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런 걸 자랑하라고! 한끼에 두가지 메뉴 먹는 거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뒤늦게 축하해요~ ㅋㅋ
다부장 (리뷰대회) 절필 선언 급취소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0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아침에 갖고 있던 적립금으로 이미 질렀음... 근데 오후에 또 6만원 들어와있네? 어머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07 15: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이 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자랑이 어느정도 수준급에 올라온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사요, 책! ㅋㅋㅋㅋㅋ

mini74 2022-10-0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ㅎㅎㅎ 책탑 쌓으시는데 기단석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2-10-0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다락방님~~
 















소설 한 권쯤 더 읽고 시작하려다가 오늘 출근길에 시작했다.

책을 읽을 때면 언제나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고 시작하는데, 와, 이번 작가소개는 진짜 뭐라 해야 할까. 음.. 찢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고 이렇게 모여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써냈다는 사실이 가슴 뻐근해졌다.



아.. 진짜 나따위. 

다들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나요. 어디 외국까지 가서 공부하고 막 박사 되어가지고 한국 와서 교수 하고 그러면서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으로 뜨겁게 토론하고 그걸 책으로 내고. 아 진짜 미래가 밝다 증맬루. 

나는 외롭고 고독하고 평생 그것을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각오하고 있다.

일전에 사주명리학 공부하는 친구가 원래 무술일주는 고독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 먹을수록 더 그럴거라고.

나는 고독함이 내 숙명이라 생각하고 점점 더 변해가는 나를 잘 받아들이자고 생각하고 있지만, 갑자기 또 이렇게 자기 분야의 것들, 자기가 머무는 곳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글을 만나노라니 막 가슴이 웅장해지는 거다. 그래, 인간은, 아니 나는 특히 더, 외롭고 고독하겠지만, 그러나 내 삶이 언제나 외로운 것도 아닐 것이고 언제나 고독한 것만도 아닐 것이다. 나는 혼자로 채워지겠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채워지기도 할 것이다. 뭐 그런 생각이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안에서 들었던 거다. 이 똑똑하고 공부 열심히 한 사람들이 가만 있질 않고 뭔가 말하고 써주고 있잖아!!



그렇게 첫번째 '김예란'의 <행복을 향한 그녀들의 움직임:디지털 페미니즘의 정동> 을 읽는다. 나는 분명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책을 시작했는데 처음 등장하는 단어가 '비참의 몸' 이다. 몸, body. 자, 몸에 대해 무슨 말을 하려는걸까? 김예란은 '미투'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이 집중하는 지점에 대해 이렇게 써두었다.



내가 집중하는 지점은 그보다 훨씬 미세하고도 통렬한 순간, 비참한 몸이 마침내 말을 하게 되는 전환적 찰나이다. 어떻게, 어떤 이유에서 비참했던 몸들이 오랜 동안의 시간을 겪어 보낸 후, 자신을 비난하는 현재의 거짓된 질서에 계속 침묵하는 대신 그에 충돌하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게 되었을까?(cf. Foucault, 2014) 미투는 우리말로 번역될 때 "나도 당했다"와 "나도 말한다"라는 뜻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혼용된다. 이 이중 의미 자체가 나에겐 유의미하게 느껴진다. '당했다'라는 몸을 대상으로 한 과거 시제형의 표현과 '말한다'라는 말을 대상으로 한 현재 시제형 표현이 미투에 혼융되어 있다는 사실은, 그간 여성 몸에 가부장적 권력이 지극히 기형적으로 투입되어왔음을, 그리고 그 모순이 임계점에 다다른 오늘날 변화를 요구하는 여성의 말들이 표출되고 있음을 동시에, 교차적으로 가리키기 때문이다. -p18~19



와. 진짜 너무 좋지 않은가. 내 몸이 '당했던' 과거시제를 '말한다'는 현재 시제로 바꾸는 것이라니. 너무 당연한 사실인데 이런식으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비참한 몸을 그만두겠다는 표현. 어떤 사람들은 제대로된 단어를 제 때에 잘도 찾아내는 것 같다. 이 통찰이 너무 좋아서 울컥 하는거다. 누가 미투에 대해서 이런 고찰을 할까. 이건 여성이 아니면 안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떤 여성이-김예란 뿐만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생각하고 고심하고 뻗어나갔을 걸 생각하니 정말 뿌듯해지는 거다. 미투 에 대한 고심 그리고 통찰. 

그러더니 김예란은 푸코를 언급한다. 행복의 윤리와 푸코에 대해 언급하면서 도대체 이 글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 너무 짜릿해지는 거다. 그리고 이런 글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드는거다.



사실 엊그제 정희진 선생님의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읽으면서 나는 정희진 쌤과의 간극은 더 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전히 대한민국 최고의 학자는 정희진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 알쓸신잡에 도대체 왜 정희진 선생님을 부르지 않는것인지 불만인데, 아무도 정희진 샘같은 넓고 깊은 사고가 되지 않기 때문일거라고 혼자 생각한다. 너무나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만 음, 나로서는 이 누구보다 뛰어난 사람도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고-물론 이건 너무 당연하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부족함이 느껴지는거다. 그건 선생님이 부족한 게 아니라, 내 성향의 어느 부분들과 어긋났다는 것을 뜻하는 거고 그 어긋나는 지점은 점점 더 간극이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는 거다. 어쩌면 그것은 세대 차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선생님과 세대 차이를 느낄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게 아니라, 지금의 젊은 여성들과의 차이, 그렇게 보면 나는 젊은 여성들의 쪽으로 많이 기우는 것이다. 당연히 내 모든 이상을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대단한 학자가 다 채워줄 순 없을 것이다. 나는 그걸 한 사람에게만 바랄 수는 없다. 그런데 이 책,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을 읽기 시작하자, 한 사람으로부터 다 채울 순 없지만,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 부분을 채워주는 다른 사람들이 있어! 막 이렇게 되는 거다. 여러분, 이런 내 마음 알겠어요? 



정희진 선생님이 트위터를 싫어하는 건 강연에서도 언급하신 적이 있어 아는 사람은 아는 사실인데, 이번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를 읽노라니 관점이 좀 바뀌신 것 같았다.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에서 '미투를 포함하는 디지털 페미니즘' 이란 언급처럼, 나는 친SNS 적인건 아니라도 현재의 '젊은 여성'들의 말하기 흐름 이라는 것에 대해 그것이 SNS 에서 표현된다고 해서 결코 가볍다거나 '공부 안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나는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야말로 페미니즘을 온 몸으로 감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책을 설사 읽지 않았다 해도 스스로가 살아온 삶으로 감각하는 페미니즘이 더 깊지 않다고 말할 순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페미니즘도 디지털 페미니즘이 되는건 너무 당연한 것 같다. 고작 몇 장 읽었을 뿐인데 정말 너무 좋아서, 앞으로의 내용이 너무나 기대된다. 사실 이 책의 저자들중에는 '교수'도 있다고 하니 어쩌면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다들 어떤 이야기들을 쏟아냈을까. 


처음부터 한국사람들에 의해 한국어로 쓰여진 책이라 읽기 쉬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진 않다. 천천히 읽고 또 다시 한 번 읽기를 반복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 읽어보겠다.



그건그렇고, 어떤 단어가 그렇게 한건지 모르겠는데, 이 중요한 내용을 읽다보니 갑자기 나의 채팅 시절 생각난다. 그러니까 내가 대학에 다닐 때 정확히 과목명은 생각나지 않지만 전산 이라든가 컴퓨터 라든가 여하튼 뭐가 있었던 것 같고, 전산실이었나... 거기에서 채팅이 가능했다. 그 때 했던게 스카이러브 였던가? 뭐지? 유니텔도 했었고.. 집에서 유니텔을 하려면 전화사용을 할 수 없고, 전화가 오면 통신을 끊어야 했던 그 시대를 살았었는데, 대낮에 학교 전산실에서는 얼마든지 채팅을 할 수 있었지. ㅋㅋ 처음 채팅을 하면서 상대와 얘기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고 신나서 한동안 열심히 하고, 그러다보니 우리 과에는 그렇게 아직 만나본 적도 없는 상대와 서로 사귀는 사이라고 하는 아이도 있고 그랬다. 또, 만나기 전에는 자신에 대해 한껏 포장했지만 만나고나니 자신이 설명한 외모와 다른 경우에 대해서도 들었었고. 한 친구는 만나기 전에 다정하고 사이가 좋았는데 만나고나니 성폭행을 시도해서 미친듯이 도망쳤던 일에 대해서도 얘기해줬다. 휴.


굉장히 놀라웠던 건,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 남자들이 언제나 만남을 시도한다는 거였다. 좀 친해지게 되고 만나는게 아니라, 지금 대화 시작해놓고 지금 만나! 이러는 것. 그런 대화들 속에서 내가 깨달은 건, 아 이 남자들은 '여자'를 만나기 위해 채팅을 하는거구나, 라는 거였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다른 여자들도 남자랑 노는거 재미있어서 채팅했지만, 남자들이 만나고자 하는 여자는 여자인간 이라기보다는 여성 이었달까. 섹스적 의미로 만남을 시도하는 거였고, 처음부터 채팅으로도 음담패설을 하는 남자들도 있기도 했다. 한 번은 내가 무슨 말인지를 못알아들어서-성애적 용어를 내가 몰랐음- 너 이런거 모르는구나? 하더니 남자가 '나는 이런거 아는 여자가 필요해' 하고 나가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도 나는 그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 그 남자들은 어떻게든 만나고 싶어했고, 가급적 빨리 만나고 싶어했고, 내가 만나길 저어하는 것 같으면 어떤 남자들은 '네 학교에 찾아가겠다' 라고 하기도 했다. 그당시의 나는 그것들을 폭력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남자들은 어쩜 하나같이 이럴까' 라는 식으로만 생각했다. 한 번은 한 친구가 갑작스럽게 번개에 응해서 다른 학교 남학생들과 여러명이 우르르 만나 미팅을 한 적도 있다. 어쨌든 내가 대학시절 그렇게 채팅으로 누군가와 재미있게 혹은 재미없게 대화하면서 결심한 건 '채팅으로 남자 만나지 말자!'는 거였다. '인터넷으로 남자 만나지말자!' 이것이 나의 룰 같은게 되어버렸는데, 그러다 나는 좀 다른 남자를 알게 된다.


그 남자를 K 라고 부르자. K 는 나보다 나이가 많았고 나와 처음 알게된 건 단체 채팅에서였다. 여러명이 함께 있는 채팅방이었고 거기에서도 여느때와 다름 없이 다른 남자들은 만남을 시도하곤 했는데, K 는 그렇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K 와 개인 채팅을 하게 됐고, 그것은 가끔 이어졌다. 이메일을 주고 받는 일도 있었다. 나는 대학생이었고 그는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중이라고 했다. 자주 우리는 이메일로 서로의 소식을 전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나는 대학을 졸업해 직장인이 되었고 그는 캐나다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가끔, 그리고 여전히 소식을 전했었는데 그렇게 알게된 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느날 내가 만나자고 했다. 퇴근 후에 만나자고 했더니 그는 알겠다고 지금 채팅을 그만두자고 했다. 너 만나기 전에 이발하러 다녀와야겠다는 거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 만났고, 나는 친구들로부터 괴물 같은(혹은 찐따같은) 남자들에 대해 많이 들었던 터라, 어떤 기대도 품지 말자고 생각했다. 다만 그가 나쁜남자는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에게 만나자고 했던 거였는데, 그를 만나고나서 함께 술을 마시는데, 그가 내게 물었다. 아니 어쩌다가 자기에게 만나자고 하게 되었냐고.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했다. 너는 다른 남자들하고 달랐다, 다른 남자들은 채팅만 했다하면 만나자고 하는데, 너는 한 번도 그런 식으로 내게 말한 적이 없다, 여자 한 번 만나볼라고 하는 뻔한 남자들하고 달랐다, 그래서 만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내 말을 듣고 있던 그가 말했다.


"내가 캐나다에 있었으니까 너한테 만나자고 못했던거야. 나도 다른 남자들하고 똑같아. 만나고 싶었어. 근데 캐나다에 있는데 그 말을 해서 뭐해, 만날 수도 없는데."



아????????????????????????



제기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진짜 개빵터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런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역시... 이 놈이나 그 놈이나 똑같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른 놈은 없는거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우리는 사이 좋은 친구가 되고 우정은 한참이나 이어진다. 그는 나의 여자사람친구들과 남자사람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내 남동생도 만났고 ㅋㅋ 내 남동생의 그 당시 여자친구도 만났고. 나는 그가 혼자 사는 집에 놀러간 적도 있고. 아무튼 우리는 길게 길게 알았다. 그 길게 이어진 우정 속에 당연 짝사랑도 있었고, 잠깐 묘한 기류가 있기도 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런 일이 있었다. 한번은 친구들과 K 와 함께 놀러간 적이 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운전석의 뒷자리에 앉았었는데, 차 안에서 나오는 노래를 다들 따라 부르고 있었고, 그러다가 백미러로 나를 보던 그와 눈이 마주쳤는데, 마주치자마자 그가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생길 정도로 환하게 웃는 거다. 날이 좋았고 차 안에서는 노래가 나오고, 또 그 안에 친구들이 있는데, 그런데 눈으로 나를 보고 활짝 웃는 그 순간의 그의 모습이 진짜 너무 좋아서, 내가 그 날 그 웃음 때문에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네. 그 웃음을 떠올리며 단편 소설을 쓴 적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두자, 이런 얘긴.



아무튼,

그런 일이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엉뚱한 얘기를 하고야 말았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무튼 이 놈이나 그 놈이나 다 똑같다, 뭐 그런 얘기다. '넌 달랐어' ... 

안다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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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2-09-14 0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르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가 복병인지라 캐나다가 그를 달리 하게 만들었지만 눈웃음 에피소드는 짱이네요. 영화 속 한 장면 같습니다. 우리 젊었네요 저런 에피소드들이 한가득해 ㅋㅋㅋㅋㅋㅋ

김예란 글도 잘 쓰고 깊이도 있고 전 좀 반했어요. 다른 책 읽느라 잠시 멈춤 상태인데 저도 다시 펼쳐야겠습니다.

다락방 2022-09-14 09:46   좋아요 2 | URL
그 남자 결혼하고 나서도 연락했었는데 이젠 안하고 있네요. 크- 그 날의 그 미소는 백만불짜리였습니다. 저만 보았던 미소였지요. 한동안 그를 향한 짝사랑에 엄청 시달렸는데, 그가 하던 일 다 때려치우고 공무원 준비 한다고 하는 바람에 사랑이 식어버렸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아직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막 너무 좋아요! 김예란 말씀하신 것처럼 깊이가 있고 그것을 적절한 단어들로 표현한 것 같아서 가슴 벅차요. 그 뒤의 글들도 막 궁금해집니다. 이 책 읽기가 기대돼요!!

- 2022-09-14 1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웃기죠 ㅋㅋㅋ 푸코는 규범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자기 게이 몸에 작용하는 권력을 통찰하고 그걸 철학과 언어로 만들고, 그럼 어떻게 살것인가? 그걸 연구했는 데 ㅋㅋㅋ 남자들은 그걸 신자유주의 권력 통치로, 동성애자 버틀러는 그걸 퀴어이론으로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의 몸에 작용하는 권력으로 바라보면서 푸코의 방식으로 권력을 사유하고 말해내기 시작했어요!! 푸코를 점점 더 읽어야하는데…. 내 머리… 낮에 쓰고나면 닳아져 ㅠㅠ
(물론 현실의 정치는 이분법적으로 구시대적 권력으로 여전히 권력을 바라보지만….)
그런데 이분법을 경계하고 논의를 납작하게 만들지 말자는 여성주의지식인들이 자기들 말안듣는다고 젊은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를 terf 대 교차 로 이분법으로 나눠버리고요 ㅋㅋㅋㅋ 사람들은 또 그런 우리를 랟이라고 하고요 ㅋㅋㅋ 이분법을 만들어서 논의를 납작하게 만드는 건 누구인가…ㅋㅋㅋ
신자유주의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의 경험과 몸에서 나오는 쓰여지지 않은 언어들을 혐오로 규정해버리고 신자유주의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누구인가…
희진샘은 최근 책에서 자기도 30년된 자유주의 자장안에 있는 페미라는 자백 (저는 그렇게 받아들였어요) 하시는 것 같아서, 저는 쫌 더 믿어보마 싶어졌는데….
그렇지만 누구보다 촉수사유 하시는 다락방님의 이야기 답게, 자신들의 몸에서 나오는 공부를 하는 연구자들의 글이니 신나게 읽어볼게요💪

다락방 2022-09-14 10:50   좋아요 3 | URL
아 쟝님. 저는 정희진 선생님을 계속 읽을 것이고 또 선생님이 그 누구보다 뛰어난 학자라고 생각합니다. 깊이 들어가고 멀리 보시는데 정희진 선생님을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 누가 정희진 선생님의 학습을, 태도를, 사유를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저에게는 정희진 선생님만으로 충족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하고(이건 누가 됐든 마찬가지겠지만요), 그리고 그 점에 아쉬움을 느낀다, 정도로 받아들여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 아쉬운 지점은 지금의 젊은 여성들이 충분히, 차고 넘치게 대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시작하노라니 충만해지는 것 같아요. 늘 느끼지만 제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건 제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인 것 같긴 해요. 저는 더 세게 내달려야 할 것 같은 생각을 언제나 하고 있습니다. 그 지점에서 제 외로움은 발생하는 것 같고요. 그러나 이렇게 연구하고 발언하는 여성들이 많아서 정말 너무 좋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22-09-14 11:00   좋아요 2 | URL
네, 저는 그것 역시 ‘몸’과 ‘경험’의 다름이라고 생각해요. 연구하고 발언하고 공부하고 여성주의적 통찰로 이제막 시작한 그들이 써낼 글들과 새로운 인식.지식 나와 더 가까울 지식들이 앞으로 너무 기대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써갈 글들도 기대되요! 그러나 이미! 다락방님처럼 쓰고 계셨던 분들도 있어요. (나의 안목 칭찬해)…
비타님이 우리가 정희진을 넘어서야한다고 했는데.. 페미니즘 대중화(ㅋㅋㅋ 그래봤자 한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더 필요해지고 더 확장되어서 더 자기 언어를 많이 갖는 여성들이 되자는 말로 들렸거든요? 저한테는…
근데, 현실적으로는 우리세대는 미디어 환경 때문에 판에박힌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도 해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글쓰기가 더 중요해지고요! 다른 여성들의 다른 이야기를 더 많이 글씨들로 남기면서 공유하고 반목(!)하는 곳으로 알라딘 여성주의 책읽기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는 요즘 너무 가슴이 웅장해집미다.

단발머리 2022-09-14 11:03   좋아요 1 | URL
요즘 많이 웅장한거 같더라구요, 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합니다!! 이 기세를 몰아서 다락방님에게까지 자라납시다!!!! 고지가 눈앞이야, 전진!!!

다락방 2022-09-14 11:05   좋아요 2 | URL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웅장한 마음이 생길 일인줄 몰랐는데, 여성주의 책 같이 읽고 어떻게든 글을 써보도록 하자, 는 것이 돌이켜보니 이리도 웅장한 일이 되어있네요. 나는 어쩌자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증맬루 자랑스럽습니다. 게다가 참여하는 분들이 다들 벌도 없고 상도 없는데 열심히들 해주셔서 ㅠㅠ 또 웅장해지고. 여하튼 증맬루 최고되는 것입니다. 흑흑 ㅠㅠ

단발머리 2022-09-14 11:12   좋아요 2 | URL
정희진쌤 이번책 4권에서요. 여성들의 작은 독서모임, 이야기 하시잖아요. 거기에 희망이 있다. 저는 우리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모임이 생각났어요. 소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가 같이 읽는 책들이 또 수준이 겁나 높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읽는 일도 대단하지만 여러 이웃님들 글 읽을 때 자주 감동받습니다. 이 퀄리티 어쩔 ㅋㅋㅋㅋㅋㅋ
앞에서 끌고가는 할수있다 다락방님, 온맘으로 칭찬합니다! 다크호스 만자돌이 쟝쟝님, 더 많이 힘내고요!!!

- 2022-09-14 11:10   좋아요 1 | URL
단발: 제가 다부장과 일주일을 함께했잖아요? 그녀는 찐입니다. 진짜예요. 절대 일반 민간인은 그의 체력과 자존감과 촉수사유를 따라갈 수 없음 ㅋㅋㅋㅋ 이미 그렇게 태어남. 본투비다락방. 전 배우긴 하는데 여튼 매우 많이 체력이 안돼요 ㅠㅠㅜ 메뉴 두끼도 어렵고요 ㅠㅠ 어제도 만두 싸옴 ㅋㅋ

단발머리 2022-09-14 11:15   좋아요 2 | URL
참.... 그러니까요. 우리 쟝쟝님 똑똑하고 야무지고 일 잘하고 재미있고 센스있고 내가 겁나 좋아하는 철학적 사유 가능한 사람인데 아직도 촉수사유 다락방님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네요. 일단 체력부터 기르고요. 1인 2메뉴는 찬찬히 도전합시다. 그뒤로도 할거 엄청 많아요. 영어도 해야지, 요리도 해야지, 요가도 해야지 ㅋㅋㅋㅋㅋㅋ 바쁘다 바뻐.

다락방 2022-09-14 11:15   좋아요 3 | URL
단발머리 님/ 그러니까 말입니다. 누가 좋다고 말하기 전에 이미 좋은 걸 하고 있었던 우리인 것입니다!! 만세!!


공쟝쟝 님/쟝님은 무엇보다 메뉴 두 개에 특히 더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군요. 흐음..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1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권 아직 안 읽었는데 사실 저는 5권도 좋긴 하지만 정희진님 책이라 읽는다는 느낌도 있었어요.
새로운 화제가 있었지만 이제 그 분의 말이나 가치관이 익숙하달까.. 새롭진 않은 것 같아요.

상황이 사람을 다르게 만들기도 하는 거죠.
스카이러브.. 세상에 잊고있던 단어고요 ㅋㅋ
다락방님 덕분에 잊고있던 채팅+만남이 생각나버렸네요.
두 번 만났는데 그걸로 완전 충분했던 만남들 --;

저는 싸이월드에 안 좋은 추억이 많습니다 ㅋㅋ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읽기 어렵지만 기대돼요.

다락방 2022-09-14 10:52   좋아요 1 | URL
저는 싸이월드가 저랑 잘 안맞았어요. 그래서 활동도 잘 하지 않았는데 ㅋㅋ 그게 다 아는 사람이어서 잘 안됐던것 같아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나‘는 ‘생활인 나‘와 달랐는데, 싸이월드는 유독 ‘생활인 나‘에 집중하는 매체였달까요. 저는 그 지점은 잘 못합니다. 싸이월드 안좋은 추억이라니, 맙소사.. 하하하하.
우린 모두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면서 저마다의 추억과 저마다의 흑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

저도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빨리 읽고 싶은데 회사라서 초조해요 ㅠㅠ

- 2022-09-14 11:05   좋아요 0 | URL
희진샘이 하시는 말이 계속 반복되는 느낌은 희진샘이 하는 말이 이루어지는 세상이 안오기 때문입니다 ㅠㅠㅠ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뭐시기 인식론으로 ‘페미니즘의 도전’을 하는 것 보다, 자본과 미디어 환경이 사람들을 한가지 생각만하게 하는 것이 더 빠르고 더 급속해요. 그게 정희진의 비극 ㅠㅜㅜ 새로운 지식이 필요한게 아니라 (이미 있는)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는 대중이 필요한 상황인 거 같아요ㅠㅠ 그러니 수하님 글 많이 써요 ㅠㅠㅠ 휘리릭~ 싸이월드 안좋은 추억 썰 풀자 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4 11:15   좋아요 1 | URL
/쟝님 그런 마음으로 계속 읽고는 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더 크지만..

싸이월드 추억 따위는 지식에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만… ㅋㅋㅋ 얼마전 열렸다고 다들 가보던데 저는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요 -ㅁ-

단발머리 2022-09-14 10: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놈저놈 다 똑같겠지만 전 캐나다 그분은 웬지 다른것 같은데요. 본인 입으로 나도 그래... 그랬다는데서 점수 20점 추가.
저도 9월 도서 시작은 했는데 좀 어렵군요. 차근히 읽어봐야겠어요.
캐나다뷰 좋아요. 근데 나무들이 오늘은 싱싱해보이지 않고 좀 피곤해 보이네요. 추석 뒤라서 그럴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1:00   좋아요 1 | URL
K 는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그를 짝사랑하느라 마음이 좀 힘들었어요. 하하하하하. 다 지나간 일이 되어버렸지만요.

저도 이 책 시작하고 쉽지만은 않아서 재차 읽는 문장들이 좀 많아요. 아마 느린 속도로 이 책을 읽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캐나다뷰는 제가 곧 또 올리겠습니다. 그 때는 쌩쌩한 상태의 나무들이어야 할텐데요. 껄껄.
열심히 읽어봅시다, 단발머리 님!

독서괭 2022-09-14 16:4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본인 입으로 나도 그래라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심지어 외모도 나쁘지 않았다니! 이것은 완전 로맨스 소설감입니다.

잠자냥 2022-09-14 1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니텔! *동공지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캐나다뷰가 아니라 캐나다놈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4:14   좋아요 1 | URL
유니텔 키즈 아니십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4 14:19   좋아요 1 | URL
제 귀에 그 통신 접속할 때 소리가 들려요. 삐-삐삐삐삐삐-------- 파란 화면 보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09-14 14:23   좋아요 2 | URL
동생은 옆에서 전화 써야 된다고 잔소리하고 채팅 상대는 ‘안돼 가지마!‘ 이러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4 14:31   좋아요 0 | URL
난 몰라.... adsl 알아~ ㅠㅠ 우리집 컴터도 되게 늦게 사가지고 ㅜㅜ 전화 끊기고 그런거 몰라....... 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4 14:31   좋아요 0 | URL
그럴 때 동생에게 ˝아, 걔더러 삐삐치라고 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4 14:33   좋아요 1 | URL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삐삐 몰라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잠자냥...ㅜㅜㅜㅜㅜㅜㅜ 우리 멀다고 나 너무 마음에서 밀어내지마요ㅜ 스무살의 자유 TTL

청아 2022-09-14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이제야 봤네요. 읽기 시작하자마자 숨가쁘게 끝까지 쭉ㅋㅋㅋㅋ혹시 k는 지난번 다락방님이 과거 글 다시 올려주셨을때 집에 찾아오신 그 분 아닌가요? 다 읽고나서 단편영화 하나 본 기분이었어요^^*

발췌문 올려주신거보니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기대치 상승입니다. 요즘 나폴리 4부작 조금씩 듣는 중인데요 여성주의 책읽기도 그렇고 여자라서 가능한 이야기들이 요즘 제 삶을 풍요롭게 하네요.>.<

다락방 2022-09-14 14:18   좋아요 3 | URL
미미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미님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 그것은 단편소설인 것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웃는 모습 만큼은 K 를 생각하고 쓴 게 맞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부끄럽기 짝이없네요. 도망치고 싶네요. 쥐구멍 쥐구멍 쥐구멍을 찾자. 그러나 쥐구멍엔 내가 들어갈 수 없어. 쥐구멍 너무 작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디지털 미디어와 페미니즘 정말 기대치가 높아졌어요. 작가들의 이력을 보는 것 만으로도 막 가슴이 뿌듯해지는 거예요. 미미님 읽으시면서 꼭 글 써주세요. 처음 시작할 땐 그렇게 대단한 뜻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그저 같이 읽자, 그런데 어떻게 읽는지 공유하게 쓰기도 하자, 는 거였는데, 막상 이만큼 하고 보니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정말 대단한 일 같아요. 히히 ^_________^

잠자냥 2022-09-14 14:20   좋아요 2 | URL
쥐구멍이라니요! 다부장은 다락방에 숨어야죠!

다락방 2022-09-14 14:23   좋아요 2 | URL
네 쥐구멍이 너무 작아서 발 하나도 안들어가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09-14 14:32   좋아요 2 | URL
다락방 // 발 (x) 발가락 (o)

독서괭 2022-09-14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디지털 페미니즘> 목차 보고 제가 관심가는 꼭지부터 읽어봤는데, 맘스타그램이랑 성착취- 이 두개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다들 처음부분이 어렵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ㅋㅋ 포기할까봐 ㅋㅋ 골라 읽었는데 이것도 괜찮은 듯요! 하지만 어려운 내용도 다락방님이 풀어쓰신 글 보면 읽어봐야겠다 싶어져요. 꼭 읽겠습니다>_<
통신 ㅋㅋ 채팅 ㅋㅋ 추억이 많으시네요. 못 만나는데도 계속 연락을 이어갔던 걸 보면 두분이 잘 통했던 것 같은데! 역시 결혼 후에는 연락이 어렵죠 ㅠㅠ 아쉽지만 아름다운 추억이네요~ 아무리 다 비슷하다 해도 K는 좀 특별한 걸로!

다락방 2022-09-15 09:29   좋아요 1 | URL
오, 관심가는 꼭지부터 읽는 것도 방법이 되겠어요! 저는 워낙 고지식해서 그런식으로 책을 읽을 생각을 못하네요.꼭 순서대로 넘겨버린다는... 에휴..
푸코의 행복윤리.. 이런거 언급되어서 당황스럽지만 그러나 읽기에 너무 좋은 내용들인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어떤 글을 써내실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후훗.

K는 저에게 좀 특별했던 남자사람이긴 합니다. 제 인생에 특별한 남자사람이 많질 않은데, 그중에 한 명이긴 해요. 가만있자, 한 3위쯤 될듯합니다.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5 10:40   좋아요 0 | URL
오, 저도 관심가는 것부터 읽어봐야겠어요. 앞부분 좀 어려워서...
 
미친 사랑 세계문학의 숲 32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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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의 청년 조지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싱글이다. 변변한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직장 내에서도 딱히 친한 동료가 없으며 퇴근 후에도 만나는 친구가 있다거나 하진 않는다. 게다가 외모도 별볼일 없고 키도 작다. 그런 그가 카페의 여급 '나오미'를 알게 된다. 15세 소녀인 나오미는 카페 여급으로 일해야 할 정도로 집이 부유하지 않았고 배움도 짧았다. 그는 나오미가 예쁘게 자랄 것을 알아보았고 기대했고 그래서 자신이 잘만 서포트 해주면 하이칼라 예쁜 여성이 될거라 생각해서 그녀를 자신의 아내 삼을 생각을 한다. 조지는 나오미에게 이런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나오미도 좋다하고 나오미의 가족도 오케이해서 조지는 나오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나오미가 열다섯살 일때부터 둘이 함께 동거를 시작한다. 성관계를 바로 한 건 아니지만 그 때부터 나오미의 목욕은 조지가 시켜준다. 그리고 2년후였나 같이 자고. 후.. 나오미에게 선생님을 붙여 영어도 가르친다. 나오미는 조지의 아내가 되었고 조지와 함께 자고 조지의 집에서 먹고 산다. 그러니까 조지가 없었다면 나오미는 교육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며 노동하지 않는한 먹고 사는 것조차 쉽지 않았을 것이다. 나오미는 조지가 바란대로 지적인 여성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육체적 아름다움만큼 대단한 여성이 되어서 트로피 아내를 간절히 원했던 조지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 내가 나오미를 데리고 외출하면 다들 나를 부러워하겠지? 그러나 나오미는 자라면서 조지의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달라는 대로 다 사주는 조지에게 무조건 요구하고 조지는 결국 고향에 계신 (무조건 자신을 믿고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주시는)어머님께 돈을 달라고 하기에 이른다. 나오미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성적으로도 문란해진다. 조지외에도 여러 남자들과 잔다. 어린 시절에는 '나가' 라는 것이 나오미에게 협박이 되었지만 이제는 '나가' 라고 하면 '나갈게!'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는 나오미가 되었다. 문란한 나오미, 사치스런 나오미가 싫지만, 그런 나오미가 다시 나타나 맨 살을 힐끗 보여주면 또 부르르 떨면서 조지는 그 육체를 원하게 되고 그 앞에 무릎 끓고 우리 다시 부부가 되자고 애원하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이다. 이 책의 뒷면에는 여러 매체의 추천사가 실려있는데 그 중 <타임스>지는 이 책에 대해 '여성에게 굴복하며 기쁨을 얻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성(性)과 결혼 문제를 이야기한 '동양의 D.H. 로런스' 라고 했더라. 이 책의 저자인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탐미주의 소설가로 알려져있고, 이 책 은 사디즘과 마조히즘을 표현한다고도 한다. 그래, 다 알겠고, 다 틀리지 않다. 28세 직장인 남성 조지와 15세 가난한 소녀 나오미의 관계가 처음 시작할 때는 모든 권력이 조지에게 있었고, 그래서 조지는 나오미를 협박할 수 있는 위치에도 있었다. 그러나 소녀 나오미가 성인 여성이 되어 육체적 아름다움을 갖게 되자, 조지는 엎드린 자세로 그녀를 말태우듯 태우게 해달라고 애원해야 하고 다른 남자들과의 성관계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를 원하는등, 그 관계에서 '괴로워하면서도' 그녀와 헤어지지 않으려 하며, 상대적 약자의 입장이 된다. 권력은 어느 순간 나오미에게로 이동한다. 성적 매력이 가득한 나오미는 다른 남성들에게 언제든 이동할 수 있고 이제는 조지가 어떤 식으로든 붙잡기가 틀려버린 것이다. 조지의 약자화는 누가 부여한 것이 아닌 스스로 부여한 것이다. 나오미의 맨발을 보고 흥분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그것을 자제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조지는 나오미 앞에 약자가 되지 않았을텐데, 약자가 되면서도 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그걸 인지하면서도 그 자리에 있고자 하는 그의 약자성은, 그의 다소간의 이상 성욕으로 인한 그 스스로가 부여한 약자성인 거다. 그 둘의 관계에서 어느 순간 권력은 나오미에게 생겼지만, 그러나 그 권력을 나오미에게 준 것은 세상이 아니라 조지인 것이다. 그 육체에 돌아버리는 조지. 여성의 육체에 대해 예찬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이 소설은 그러니 이 책의 뒷면에 실린 추천사들대로 피학적인 관계성을 말하거나 성과 결혼에 대해 얘기한다거나, 뭐 그런 것들이 틀리지 않다는 거다. 그래, 알겠다. 그렇지만, 나는 이 책이 그렇게 읽히지 않았다. 처음 읽는 순간부터 책장을 덮을 때까지, 이 책은 내게 '한없이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열등감 극복 실패기'로 읽힌다. 자, 보자.



이 책은 1925년에 일본에서 발표되었다. 일본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1925년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이 소설을 탐미 어쩌고와 굴복 기쁨..이라는 평이 나오게 했을테지만, 나는 이 소설을 필연적으로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연결지을 수밖에 없었다. 읽으면서 내내 롤리타 생각이 났다. 게다가 롤리타와 흐름도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롤리타가 훨씬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보코프는 잊을만하면 '미성년자의 성착취는 어른의 보호가 없을 때 일어난다'는 것을 언급하기 때문이며, '그런 성착취가 없었다면 그 미성년자에게 완전히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었다'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조지는 사회적인 관계가 거의 전멸한 성인 남성이었다. 외모에도 자신이 없었고 친구도 없었고 동료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회사에 출근해 월급을 받고 있지만 딱히 교류하는 인간이 없으니 돈도 차곡차곡 잘도 모았다. 그런 그가 결혼을 하고 싶어지고 마땅한 상대를 찾았다고 생각했을 때, 그 대상은 지독히 자연스럽게도


1. 나이가 훨씬 어렸고(심지어 15세)

2. 가난했고

3. 배움이 짧았고

4. 돌봐주는 어른이 없었다.


위의 네가지는 롤리타에게도 해당하는 것이었다. 돌봐주는 어른이 없을 때, 그 아이는 착취의 가장 우선순위가 된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조지는 제가 원한대로 나오미를 자신의 집에 데려가 목욕을 시켜가면서 밥도 먹이고 공부를 하게 해주고 그리고 섹스를 한다. 물론 '내가 나오미를 잘 키워서 내 신부로 삼고자 한다' 라고 했을 때, 나오미도 그리고 나오미의 가족도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오미에게 이 일은 구원처럼 느껴진다. 나오미가 조지의 말을 듣지 않을 때 조지가 '나가!'라고 하면 나오미는 잘못했다고 빌 수밖에 없다. 만약 이 집을 나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면', 자신은 다시 카페의 여급으로 일하다가 성을 파는 일을 하게될지도 모르고 배움도 없을 것이며, 먹고 사는 일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모든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지는 그녀를 어린 신부로 삼을 수 있었고, 그런 모든걸 너무나 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가!'를 협박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거다. 조지가 정상적인, 보통의, 건강한 성인 남성이었다면, '굳이' 어린 여자에게 '굳이'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애에게 구애를 할 필요가 없다. 조지가 자신의 '잘남', 자신도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룸'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예쁜 하이칼라 여성'이 필요했는데, 지금 현재 자신의 상태로는 예쁜 하이칼라 성인 여성에게 말도 붙일 수가 없는거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이 예쁜 하이칼라 성인 여성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가난하고 배움이 짧고 돌봐주는 어른이 없는 어린 여성이었던 거다. 



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정말 너무 찌질하고, 치졸하고, 열등감으로 들어찬 남성이 아닐 수 없다. 이게 어른이라고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소름이 끼친다. 단순히 소설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여학생에게 접근하는 성인 남성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숱하게 기사들을 보게 되는가. 1925년에 소설속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2022년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는 일인거다. 물론,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것도 아니지만. 


이 성인 남자가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성인여성에게 매력을 어필해가며 애를 쓰고 마음을 얻는 과정을 거치는게 아니라, 가장 약자인 상태의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와야만 가능해지는 거다. 나도 '결혼했고', '아내가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 그는 동년배의 여성에게 자신의 매력을 뽐내는 게 아니라, 그러지 않아도 이미 가능해지는, '내게 이미 있는 자원(돈, 사회적 위치, 나이)'으로 충분히 조종할 수 있는 약자여야 하는 것이다. 


이런 세상 찌질한 조지가 꿈꾸는 미래라는 것은, 이렇게 아름다운 육체를 가진 나오미를 트로피처럼 옆에 대동하고 세상을 활보하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쑥쑥 자란 나오미가 조지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은 조지의 열등감 극복 '실패기'가 될 수밖에 없다. 그가 애초에 보통의, 건강한, 상식적인 성인 남성이었다면, 물론 애초부터 이 관계가 시작되지 않았겠지만, 이 관계가 진행됨에 있어서도 이제 자란 나오미에게 속절없이 끌려가지 않을 수 잇었을 것이다. 나를 버리지 말라고, 지금처럼 다른 남자들을 만나도 괜찮다고, 이제 어른이 된 여성에게 굴복하는 찌질함, 그 찌질함을 결코 조지는 버릴 수 없고 극복할 수도 없는 것이다. 조지가 힘을 가지고 그 힘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관계라고 부를 수 있는 인간을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상대가 자신보다 아주아주 약자일 때에야 비로소 가능해지는 것이다. 상대가 약자였을 경우에만 그녀의 육체를 탐할 수도 있고 협박이 먹힐 수도 있다. 상대가 이제 조금이라도 자원을 갖는 순간, 조지는 다시 아무것도 아닌 세상 머저리 등신 쪼다 개멍충이 똥멍충이 조지로 돌아온다. 그의 열등감은 극복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극복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는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결코 자신을 좀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거나 성장시켜서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하는 사고를 하지 못한채, 그저 가진 것으로 어떻게든 해보고자 한다. 그러니 될 리가 없다. 가진 자원이 내내 그대로 일 수는 없다. 이미 가진 자원은 언제고 바닥나기 마련이고, 그런 상태로 자신의 열등감 그리고 찌질함을 인지하고 있으면서 도대체 어떤 관계를 펼쳐나갈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다른 어린 여성을 찾는것? 그러기엔 고향 집 어머니 재산까지 다 털어버렸다. 이제 그는 개털이고 쓰레기이며 발전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는 세상 쓸모없는 성인 남성이 되어있다. 그는 그대로 멸망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조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년배에게 접근할만큼 자신을 당당하게 만들거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의지가 전혀 없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필히 멸망할 것이다. 찌질함과 열등감을 가지고 나보다 상대적으로 약자를 찾아 힘을 쓰려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필히 멸망할 것이다. 그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나에게는 이 소설이 그렇게 읽혔다.

탐미? 사디즘? 마조히즘? 후훗. 아니야.

찌질한 놈이 열등감 극복에 실패해 필히 멸망하는 이야기.

나는 그렇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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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09-13 10: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없이 찌질한 남자의 자기 열등감 극복 실패기‘ 이 책의 에센스네요. ㅎㅎㅎ
그러고 보면 정말 말씀하신 것처럼 <롤리타>가 너무 잘 쓴 작품이긴 해요....

다락방 2022-09-13 11:21   좋아요 2 | URL
제가 조지한테 ‘병신‘이라고 하고 싶은데 이걸 다른 어떤 욕으로 대체할지 찾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욕을 이것저것 다 섞어야 했어요. 너무 찌질하고 멍청하고 열등감 덩어리에 모자란 놈이에요. 어휴..

롤리타는 너무 잘 쓴 작품인데 저는 평론가들이 그걸 ‘진정한 사랑‘이라고 운운하면서 똥칠한 것 같아요. -.-

잠자냥 2022-09-13 17:15   좋아요 0 | URL
아 그게 조지였군요. 머저리로는 약하네요. 약해….

다락방 2022-09-13 17:20   좋아요 0 | URL
네, 한참 약하죠. 그런데 다른 적절한 욕을 찾을 수가 없네요 ㅠㅠ

- 2022-09-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열등감.............. 와.. 열등감 없는 인간이 어딨겠나, 그런데 남자들의 열등감은 왜 더 낮은 여자의 성착취로 이어지는 가. 그것의 변화가 왜 굴복의 기쁨이 되는가. 결국 내면의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면 사람이 추해지는 군요. 그렇다면 오늘 제가 본 기사와도 일맥상통하네요.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이승만 찬양 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우파의 길을 갈 것 ㅋㅋㅋㅋㅋ 자수성가한 독서가는 강남 좌파 운동권에 대한 열등감으로 돌아버린 것인...

단발머리 2022-09-13 11:50   좋아요 1 | URL
와... 진짜 왜 책이름이 ‘꿈꾸는 다락방‘일까요? 우리한테 소중한 이름이잖아요, 다락방....
영원히 놓치고 싶지 않은 이름인데... 하필.... 와, 진짜 열받네요!!!

다락방 2022-09-13 12:01   좋아요 1 | URL
책 읽는다고 다 훌륭한 사람 되는 것도 아니고 같은 책을 읽어도 역시 감상은 다양하게 뻗어가는 것인데, 그렇다는 걸 잊고 살다가 이렇게 또 각성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저 어제 정희진 쌤 책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 읽는데 거기에 그런 구절 나오더라고요. 영화 전체가 아니라 어떤 한 장면이 나한테 꽂히고, 그게 나를 말해주는 거라고요. 아마도 이지성이 그동안 읽은 책에서(그런데 정말 많이 읽긴 한걸까요?) 발견한 건, 그게 뭐가 됐든 우리가 본 것과는 다른것인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자수성가한 독서가... 뭔가 앞뒤가 안맞는 것 같지만 그를 지칭하는 너무나 정확한 표현이네요. 뭔가, 싫다... 자수성가한 독서가.... 징그럽네요.

이지성은 꿈꾸는 다락방을 썼고 다락방은 이지성을 싫어하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09-13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페이퍼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비대칭적‘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봤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안 나오고요.
쟝쟝님 말대로 열등감 없는 사람, 성격적 결함 없는 사람 어디 있겠어요. 근데 그거를 이런 식으로 ‘메꿔‘ 나간다는 게,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화가 나네요. 세 줄 읽고 작가 이름 다시 봤거든요. 다니자키 준이치로네요. 이런순.

그나저나, 욕하기 위해서라도 <롤리타> 읽어야하는데... 저에게는 큰 숙제인 것으로서. 가능할까요, 롤리타 읽기요?

다락방 2022-09-13 12:06   좋아요 1 | URL
대부분의 열등감 극복은 나를 높임으로써 시도되는 게 아니라 상대를 낮춤으로써 시도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상대란 내가 낮춘다고 낮춰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건 필히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 소설 속에서도 어린 소녀는 자라 어른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녀가 가진 권력이라봤자 조지에게 그리고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육체적 매력이 전부였고, 그것은 사실 권력이랄 수도 없는 것이겠지요. 단발머리 님 말씀대로 가장 약해져있는 상대에게 먹힐 수 있는 것들을 그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 그게 너무 화가 나고, 그들이 가진 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거 그게 빡이 칩니다...


저는 아주아주 꼬꼬마때 롤리타 읽고서는 제대로 기억도 못하다가 몇년전에 다시 읽은건데요, 제가 들어왔던 그래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 정말 충격이었어요. 저는 그 책을 읽은 평론가들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요, 평론가들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책을 써낸 나보코프에게도 잘못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는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받아들일테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데, 보고싶은 것만 보는 자들이 롤리타 컴플렉스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그 점이 나보코프의 치명적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ㅠㅠ

mini74 2022-09-13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신을 더 나은 인간으로 만들기보단 트로피를 드는게 더 쉽다고 착각하는걸까요. 지금도 보면 띠동갑를 두세바퀴 도는걸 능력이라 포장하죠. 부러워하고 ㅠㅠ 넘 싫어요.

다락방 2022-09-13 12:3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띠동갑에 나이차이 많이 나면 날수록 그것이 남자의 능력을 증명하는게 되잖아요. 너무 싫고 징그럽고 끔찍해요 ㅠㅠ

건수하 2022-09-13 16: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말태우듯 태워달라고 애원...
여기서부터 바로 롤리타랑 연결했어요.
저 내용에 어디 탐미적이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건지...

한편으로는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도 그게 정말 사랑인가... 전 좀 혼란스럽더라고요.
나이 많고 돈 많은 남자의 어린 백인 여성에 대한 욕망, 가족들이 밀어붙이는 관계, 그러나 둘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랑...

다락방 2022-09-13 17:03   좋아요 3 | URL
남자가 엎드리고 여자가 그 위에 타는 걸 열다섯살 때 데려와서부터 했고 그래서 자라서도 그걸 (남자가)하고 싶어해요. 15살짜리를 아내 삼겠다고 데려와서 목욕시켜주는 것도 정말 토할것 같잖아요. 저는 롤리타도 그렇고 이 소설도 그렇고 이걸 읽고난 후의 남자 평론가들이 자신의 잣대로 평가를 하고 그리고 그 후에 독서가들은 비평가들의 평대로 그걸 읽어가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는 고정되거나 잘못된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강하게 합니다. 탐미적이라는 것은 그녀의 육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가 자꾸 묘사하며 반하기 때문에, 또 다른 남자 등장인물들도 그녀의 육체에 반하기 때문에 표현된 것 같은데요, 열다섯살짜리 데려와서 그녀의 육체적 매력에 굴복한다.. 는 것이 이 소설의 큰 중심일까 하면, 저는 그렇게 읽게 되질 않는거죠.

저는 말씀하신 것처럼 뒤라스에 대해서도 되게 복잡한 감정이고요. 여튼 제가 좋아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2022-09-16 1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6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년 오늘 쓴 글이라고 북플이 보여주네 ㅋㅋㅋㅋㅋㅋㅋ

http://bookple.aladin.co.kr/~r/feed/129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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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12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주꾼!!
반숙 계란 후라이 다섯 개!!!ㅋㅋㅋ
밥주걱 하나로 빵 터지게, 청혼도 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사랑스런 능력자!!!!ㅋㅋㅋ

다락방 2022-09-13 11:12   좋아요 1 | URL
2009년이면 가만있자, 13년 전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