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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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이 암벽 등반을 하는 남자라는 걸 내가 알았다면, 그래서 등반하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라는 걸 내가 진작 알았다면,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등반하는 이야기가 뭐 재미있을 일이람? 지루하기 짝이 없을거라고, 나는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는 배경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수는 없을 거라고, 나는 그렇게나 숱하게 소설을 읽어왔으면서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거다. 책장을 넘기다가 비로소 어라, 이 남자 등반하는 거야? 알게 되었고, 그리고 그 등반에 대한 얘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놀랐다. 등반이, 흥미로워? 감히 내가 상상조차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책을 읽다가 스포츠를 만나는 건 흔한 일이었다. 수영이나 마라톤을 하는 등장인물들은 얼마나 많이 나오던가. 그런 운동들은 그러나 내게 '그들이 하는 운동'이었다. '그들이' 즐기는 스포츠. 아, 그런데 제임스 설터가 그려낸 암벽 등반이 자꾸만 내것이 된다. 그래서 몹시 힘들다. 그 발디딜 곳 조차 찾기 힘든 절벽을 오른다는 것이, 이미 오른 이상 때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 정상에 오르는 것만이 내려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 위를 한없이 바라보다 저 방향으로 가고 저기에 손을 뻗고를 생각한다는 것이 자꾸만 내 일처럼 느껴질줄을 몰랐다. 높고도 높은 곳, 몇십 미터를 오르고 또 올라도 오를 곳이 더 많이 남아있는 절벽을 오르는 일, 함께 등반하는 동료를 신경쓰는 일, 이 모든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낙석으로 인해 부상을 당한 동료를 두고 갈 수 없고 자꾸만 오르게 해야 하는 일은, 그 상황에서 얼마나 절망적이며 또 얼마나 필사적이었을까. 피를 흘리면서도 오를 수밖에 없을 때, 쉴 곳 조차도 그 암벽의 한가운데일 때, 그 때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내가 혹은 상대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애써 감춰가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한 발 또 한 발 내딛는 것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 오죽 힘들었으면 나는 읽다 말고 분식집에 들어가 라볶이를 주문했다. (응?)


그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는데, 그래서 며칠을 기다리고 살피며 드디어 그 때가 되었고, 그렇게 올랐는데, 그런데 그곳에서 부상을 당해 나는 이제 틀린 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는 당사자의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동행을 바라보는 마음은. 죽음이 올 것 같아, 를 알면서 할 수 있다고 자꾸 되뇌어야 하는 그 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나는 만약 내가 사랑하는 내 주변 사람들이 암벽등반을 하고 싶다고 하면 말릴 것이고, 나 역시도 시도하지 않겠다고 생각하겠지만-세상에, 낙석이라니!- 그런데 한 번 해봤던 사람이 또 하고자 하고 한 번 했던 사람이 더 높은 곳에 오르고자 하는 그 마음이 너무 생생한거다. 그게 뭔지 알겠는거다. 내 팔과 다리 그리고 코어에 집중하는 일, 온전히 내 육체에 집중하는 시간이 암벽등반하는 동안 찾아들 것이었다. 땀범벅이 되는 육체와 이제 더이상 힘을 낼 수 없을 것 같은 내 육체가, 그러나 정상에 이른 순간 그 기쁨을 만끽할 것이었고, 하산한 후 열여덟시간을 내리 자는 것은 세상 그 어떤 잠보다 달콤할 것이었다. 아, 하지 말아야지, 내 육체의 온 힘을 만끽하고 그 피로를 덜어내는 이 일이, 암벽을 등반하는 그 며칠-세상에, 몇 시간이 아니라 며칠이다!-이 얼마나 고되고 그래서 짜릿할지 상상이 되어서, 나는 시도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만약 그걸 시도한다면, 나는 아마 한번만 더, 한번만 더를 외칠 것 같은거다. 오르는 중간에 아직도 내가 오를 곳이 저렇게나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 지치고 때로는 발을 헛디뎌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죽음에 가까워져 두려워도, 그러나 기어코 다 오르고 다시 내려오고 그리고 깊은 잠을 자고 나면, 그 충만함으로 몇 개월을 살다가 다시 또, 나는 오르고 싶어질 것 같은거다. 또 오르고 또 오르고 싶어질 것 같아서 나는 아예 시도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맙소사, 암벽 등반에 이토록 몰입하는 나라니. 나는 정말이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게 단순히 등장인물의 암벽등반에 이입해서 이뤄지는 간접경험이 아니라, 자꾸만 내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거다. 현실의 나는 구름사다리도 못건너는데!! 



주인공 랜드는 이십대 중반의 청년이다. 그에게 암벽등반은 그의 살아있음, 그의 삶을 증거하는 것이다. 그는 정착하지 못하는 남자이고 등반하는 남자이다. 몽블랑 근처로가 친구와 함께 높은 산을 등반하고, 그 과정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진 친구를 격려하고 내려와서는 또 등반하고 또 등반한다. 동행을 찾지 않고 혼자 등반하기도 하고 친구의 다른 등반 소식에 자신을 부르지 않은것에 상처받기도 한다. 어느 날은 날이 좋아지길 기대하며 등반할 때를 노리다가, 암벽 한가운데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의 소식을 듣고 그들을 구출하러 가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 구출하기까지 한다. 그는 그 순간 영웅이 되고 프랑스의 사람들은 그를 보기 위해 찾아든다. 너는 정말 산을 사랑하는구나, 라는 누군가의 말에 그는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p.195) 라고 대답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적확한 답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사랑하는 건 산이 아니라 삶이다. 이 모든 것들을 해내는 자신의 삶, 오르는 과정을 기어코 겪어내고 그리고 오르고 다시 내려오고 다시 또 오른 곳을 찾고 그걸 해내고 또 찾아내고, 이 모든 걸 해내는 그 자신의 삶을, 그는 사랑하는 것이었다. 삶을 사랑하는 방식은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그가 찾아낸 방법, 혹은 그가 삶을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던 수단은, 바로 이 암벽등반이었던 것이다. 오롯이 내 육체만으로 그리고 내 정신력만으로 이루어내는 일, 그리고 그걸 해낸 나. 만약 내가 암벽등반을 시작한다면 나 역시도 그것이 나의 삶을 그리고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나도 생각할 터였다. 그러나,



랜드가 사랑한 삶은 오로지 자기 자신만의 삶이었다. 다른 사람의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의 삶. 물론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의 삶까지 사랑해줄 필요는 없다. 자기의 삶을 사랑하는 것만으로 인간은 충분히 이타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누이 얘기하지만, 내 한 몸을 잘 건사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것이니까.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지독하게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을 돌보지 않았다. 조난당한 사람을 구하러 위험한 절벽에 오르는 일은, 그 자신을 위한, 그 자신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 다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산을 타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랜드는, 자신을 돌보아준 여자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려하지 않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신경쓰지 않았다. 하는 일이라곤 오로지 등반 뿐인 그에게 잘 곳을 제공하고, 식사를 차려주고, 차를 빌려주는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다. 랜드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면 이 여자를 찾아가 섹스하고 그 집에 머물고, 그러다가 저 여자가 마음에 들면 그 여자에게로 간다. 한 여자랑 자면서 그녀의 친구와 바람을 피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여자들이 상처 받을 거란 사실에 대해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심지어 등반하지 않는 그동안의 그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돌보아준 한 여자는 임신을 한다. 그런데 랜드는 그녀에게 그 아이를 지우라고 한다. 나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어. 대체 이게 무슨 말이야.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다면 섹스를 하면 안되고, 섹스를 하게 된다면 피임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개념 자체를 아예 가지고 있지 않다가 임신한 여자에게 '나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없어' 라고 하다니. 얼마나 생각없고 무책임한 쓰레기인가. 그리고는 임신한 여자를 남겨두고 그는 또 떠난다. 그렇게 다른 여자를 찾아 머무는데, 놀라운건, 랜드가 거쳐간 그 많은 여자들이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기다린다는 거다. 이거야말로 놀랄 일이 아닌가. 왜 배신을 당하고도 그를 원망하지 않는걸까. 왜 그를 죽이려고 시도하지 않는걸까? 루이즈, 카트린, 콜레트, 시몬,수전 그 여자들은 왜 자신들이 벌어온 돈을 쓰고 그저 섹스만 하고(때로는 그것도 잘 못하고), 임신을 시키고도 지우라는 말만 하는 그를, 왜 여전히 그리워하기만 할까? 왜 그들중 누구도 랜드를 살해하지 않을까? 



두 사람은 아내가 아니었다.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목격자였다. 어째서인지 그는 여자만 신뢰했고,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달랐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의 이야기의 전달자였다. -p.211



왜 암벽 등반을 하고 정상에 오르는 건 랜드고, 루이즈, 카트린, 콜레트, 시몬, 수전은 그의 이야기 전달자이기만 할까?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라니, 도대체 이런 빌어먹을 남자를 만난 재수없음을 왜 여자의 운명탓으로 돌린단 말인가. 옮긴이는 이 책에서 랜드가 여자들을 가볍게 대했다고 지적하는데, 이걸 가볍게 대했다는 걸로 퉁칠 수 있는 일일까? 랜드는 자신의 삶을 사랑했다. 그런데 그는 오로지 자신의 삶만 사랑했다. 자신이 가는 길에 만나는 여자들은 그를 먹여주고 재워주고 섹스해주는 자비로운 천사들이었다. 자비로운 천사들이라는 건 즉, 그와 같은 인간이 아니었다는 거다. 그야말로 빌어먹을 개자식이 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왜, 설터는 이런 인물을 그려낸것일까. 왜 자신의 삶을 이렇게나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삶은 내팽개치는 인물을 굳이 그려낸 것일까. 왜 이 아름다운 암벽등반을 기어코 해내는 위대한 육체와 정신에 대해 보여주면서,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엉망진창인 이기적인 '남자'를 보여주는걸까. 아. 나는 옮긴이의 말을 읽다가 비로소 알게 된다. 맙소사. 랜드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었다. 실존인물인 산악인. 누가 봐도 특별해 보이는 한 산악인이 모델이었다고 한다. 설터는 그 사람에 대해 '꼼꼼하게 조사하고 편지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열심히 찾아 읽은'(p.284) 후에 쓴 작품이라고. 그러자 랜드라는 이 한사람이 가지고 있는 괴리감이, 모순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설터가 굳이 '이런 남자'를 만들어낸 게 아니라는 거. 현실 속 인물이었다는 거. 아, 그렇지, 현실 속 인물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면서 그러나 여성을 혐오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까지 저지르는 인물, 이런 인물은 현실속에 많지. 실존인물이라고 하자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아주 많은 남자들은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일을 저지르면서 그러나 바깥으로는 남들에게 추앙받는 삶을 살기도 하니까. 



나는 오히려 설터가 편지와 자료들을 조사하다가 어떻게든 이 실존인물을 긍정적으로 그리려고 노력했던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그 여자들을 그렇게 대하는 걸 보면서도 '그는 여자만 신뢰했고' 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랜드가 여자들에게 한 행동이, 과연 신뢰일까? 그것이 신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걸,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한게 아니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몽블랑도 아는데, 설터가 굳이 이렇게 쓴 까닭은, 그가 실존인물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그러나 여성혐오는 아무리 감추려하고 감싸주려고 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랜드가 여성을 같은 인간으로 대하지 않은 것은 누가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감히 생각해보지도 못할 저 높은 암벽을 등반하고, 그러기 위해서 몇날 며칠을 기다리고 살펴보고, 오르는 동안 오롯이 내 육체에 집중하고, 그렇게 정상에 올라 자신에게 만족하고, 내려와서는 깊은 잠을 자면서 행복해하기도 하는 이 남자 랜드는, 지독하게 자신의 삶을 사랑했지만, 정말이지 지독하게 자신의 삶'만' 사랑했던 이기주의자였다. 그가 이루어낸 업적이 무엇이든,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기억하든, 그는 이기주의자였다.



그런데 나는,

암벽등반을 욕망하기 시작했다.







"이 방으로 할게요."
전구가 하나 달린 화장실이 있었다. 모든 것이 꾸미지 않고, 페인트칠도 하지 않은, 다만 세월과 더불어 때가 탄 것들이었다. 그날 밤 랜드는 저녁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소리를 들었고, 얼마 있다가 창문 밖에서 내리는 비를 보았다. 많은 것을 냄새로 아는 짐승처럼 그는 심란하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하기까지 했다. 담요 냄새, 나무 냄새, 흙 냄새, 프랑스 냄새…… 이 모든 냄새가 친숙하게 느껴졌다. 침댕 누운 그는 육체적인 차분함보다는 훨씬 더 깊은 어떤 것, 삶 자체의 고동 같은 것을 느꼈다. 확고한 기쁨이, 따뜻함과 충만한 행복감이 차올랐다. 무엇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고, 그는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어떤 것도 이를 대신할 수 없었다. - P46

아침이었고, 빛은 여전히 새 빛이었다. 멀찍이서 이름 없는 보초들이 흐릿하게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랜드는 그 산들을 가질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그는 멀리 떨어진 봉우리들을 태양처럼 어루만졌고, 봉우리들은 그의 존재에 눈을 떴다. 그 생각이 그를 무모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힘을 느꼈다. 산등성이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자신의 불멸의 모습을 보았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는 기꺼이 목숨도 바치리라 생각했다. - P121

"당신은 산을 사랑하는군요……." 그들이 말했다.
"산이 아닙니다." 그가 대답했다. "아니에요,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P195

두 사람은 아내가 아니었다.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 그들은 목격자였다. 어째서인지 그는 여자만 신뢰했고,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씩 달랐다. 그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그의 이야기의 전달자였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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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9-15 09: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악ㅋㅋㅋㅋㅋ다락방님의 결론ㅋㅋㅋㅋㅋㅋ저 북한산 암벽등반 딱 한번
(엄마가 즐기신)따라갔다가 내려올때 미끄러져 죽을 뻔한 뒤로 절대 안가거든요.
한 달 뒤쯤 제가 탔던 라인에서 얼굴만 아는 분이 추락하신...
다락방님 말리고 싶네요. 그런데 끌리신다면 욕망하신다면 ‘희박한 공기 속으로‘(늘 추천하는 책)강추해요.
거기엔 이기주의도 있고 이타주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사람의 서사가 버무려져 감동의
도가니탕이거든요. 물론 실화를 다루고 있어요. 읽고나면 또 훌륭한 리뷰를 쓰실것같은!

저도 이 책 읽었는데 하루정도 랜드의 갈취?적 삶에 충격을 받아서...리뷰도 쓸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다락방님은 저와 비슷하게 느끼셨음에도 써내셨네요. 역시!!!
‘나도 알고 몽블랑도 아는데‘이 부분 압권입니다.^^*

다락방 2022-09-15 09:48   좋아요 5 | URL
저는 암벽 등반까지라고는 말 못하고 ㅋㅋ 아무튼 그 뭣이냐, 줄 잡고 바위타기로 좀 오른 적 있거든요. 너무 힘들고 무섭고 그래서 싫었단 말예요? 근데 그게 몇해전이라서, 지금은 내가 내 몸을 다르게 느끼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암벽등반 얘기 읽는게 너무 좋은거예요!! 추천하신 책 제가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암벽등반에 꽂힐 일이냐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ㅠㅠ

랜드 이 쓰레기 잡종새끼 진짜. 저 임신한 여자한테 아이 지우라고 아버지 될 생각 없다고 한 것도 개빡쳤지만, 그래놓고 한 번만 아기 보자고 찾아왔을 때는, 왜 여자들이 이 놈을 살해하지 않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그는 다른 사람을 구한 영웅이지요. 진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어휴.....

설터는 어떻게든 랜드를 포장하려 한 것 같아요. 실패했지만.

건수하 2022-09-15 1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첫부분 읽다가는 라볶이가 먹고 싶었는데...

설터는 왜 굳이 그 실존 인물을 포장하려 했을까요?
아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는 말은 너무 비겁하네요.
그런 운명인 사람이 어디 있냐며. 처음부터 아, 이 사람은 아내 감이 아니네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저런 남자들이 많은가봐요 니노도 그렇고. 자꾸 여기저기 등장하는 걸 보면..?


다락방 2022-09-15 10:12   좋아요 2 | URL
제 생각에는 랜드 이 자식이 설터가 보기에도 여자들한테 너무 심하게 나쁜 남자라서 나름의 변명을 해주려고 했던게 아닐까 싶어요. 여자들만 신뢰.. 세상에, 누가 신뢰를 저렇게 한답니까. 인간으로도 안본거지. 그는 암벽에서 조난당한 생명을 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지만, 등반해서 사람을 구하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거고, 자기가 임신시킨 여자라든가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생각이 없는 남자였죠. 그는 영웅으로 추앙받는 사람이며 동시에 쓰레기같은 남자인 것입니다.

저런 남자가 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코피노가 다 그런 놈들 때문이잖아요?

건수하 2022-09-15 10:22   좋아요 1 | URL
코피노... 그놈들은 더 못한 놈들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왜 그랬을까요?)
그래요 다 그놈이 그놈이네요...
영웅이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네요.

그러니까 설터는 왜 굳이 이런 작품을 썼을까 이해가 안돼요...
읽어도 어차피 이해가 안될 것 같아서, 굳이 읽지 않겠습니다 ㅠㅠ

다락방 2022-09-15 10:32   좋아요 2 | URL
옮긴이의 말에 나오는데요, 수하 님.
이 실존인물 모델의 인터뷰를 보게 됐대요. 다른 사람들이 그를 특별하다고 했던 것이 이해되면서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어졌다고 해요. 옮긴이의 말에서 가져올게요.


˝이 소설의 주요 사건들은 헤밍이 살면서 겪은 사건들에 토대를 두고 있습니다. 그는 알프스 산봉우리 중 하나인 에규위 뒤드뤼에서 뛰어난 구조 활동을 수행했어요. 그 일로 <파리 마치>에 실렸고 유명해졌답니다. 그는 내가 그에 관한 소설을 쓰려고 생각했을 무렵 죽었어요. 사실 내가 그럴 마음을 먹게 된 건 프랑스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한 인터뷰 때문이었어요. (…) 그 방송에서 그는 기다란 겨울용 속셔츠 차림으로 샤모니 근처의 초원에 앉아 있었는데, 그를 본 순간 모든 사람이 얘기했던 것들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답니다. 그에게는 이처럼 놀라운 면모가 있었어요. 쉽게 말해서 정직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약간 게리 쿠퍼 같았어요. 그에게서는 뭐랄까, 자기라는 존재의 중심에서 얘기하는 듯한 기운이 느껴졌어요. 그 10분짜리 인터뷰를 보았을 때 그에 관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충동이 일었고,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수하 2022-09-15 10:48   좋아요 0 | URL
어딘가 멋진 구석이 있었다... 그래서 미화하고 싶었다 로 이해해야겠네요.
사람에게는 워낙 여러가지 면이 있지만.
왠지 앞으로 설터를 보는 눈에 편견이 더해질 것 같아서 슬프네요.

다락방 2022-09-15 10:52   좋아요 3 | URL
저는 이미 사둔 설터 책이 더 있어서 그것들 다 읽어보려고 해요. 문장이 궁금하더라고요. 그전에 설터 책 읽었을 때 이렇게나 여자들을 한심하게 그렸던 것 같지 않아서요. 이 책에서만 그런건지 확인하고 싶어졌어요. 이 책에서만 그랬다면 그건 필히 실존인물에 대해 썼기 때문일거잖아요. 저는 좀 더 읽어보겠습니다. 사둬서.. ㅋㅋ 두 권이나 더 있어요. 아직 안읽은 설터가... 집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09-15 10:54   좋아요 0 | URL
다른 작품은 그렇지 않기를… 🙏🏼

공쟝쟝 2022-09-15 13:38   좋아요 1 | URL
제임스 설터에 코피노 뿌리기 ㅋㅋㅋ

페넬로페 2022-09-15 1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추석 연휴에 남편과 산에 갔다가 몸살났어요. 역시 기초체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암벽등반은 꿈도 꾸지 못하겠어요.
작가들에겐 실제 인물을 자신의 소설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 같아요.
나름대로 살을 붙이고 각색하면서요.
아내가 목격자이다!
쎄하네요 ㅠㅠ
이 책 지금 불호쪽이 좀 강한 것 같은데 읽어봐야 할지 고민해야겠어요.
근데 다락방님 리뷰보니 과연 어떤 놈인지 흥미로워요^^

다락방 2022-09-15 10:47   좋아요 2 | URL
제가 처음에 이 책의 암벽등반에 너무 꽂혀가지고 진짜 몰입해서 읽었거든요. 와 책 멈추기가 싫더라고요. 어떻게 암벽등반으로 이렇게 몰입시킬까 싶었어요. 그 부분에 대한 인상이 저에게 너무나 강렬하고 좋았어서 저는 이 책 원서도 살 예정이거든요. 그 문장들을 영어로는 어떻게 썼을까 너무 궁금해서요. 그렇지만 여자들이 그의 이야기전달자라고 하는 데에는 와, 진짜 한숨 나더라고요. 남자 작가는 진짜 별 수 없나 하다가 실존인물에 대해 쓴거라니 어쩐지 알겠더라고요. 실존 인물이 그렇게 행동했을 거라는 건 사실 특이한 것도 아니니까요.

수이 2022-09-15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읽고 싶지만 제가 책을 아직 안 읽어서 글 올라온 것만 확인하고 패스했습니다 락방님, 책 다 읽고 주옥과 같은 리뷰 읽을게요. 1등 가자!!!

다락방 2022-09-15 11:39   좋아요 1 | URL
제가 주인공을 너무 쓰레기라고 욕해놔서 리뷰 상은 어림도 없을 것 같아요. 남주 이기적 쌍놈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09-15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설터가 남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은 대개 싫더라고요. 결론은 설터에게도 헤밍웨이스러운 마초 같은 면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근데 그러면서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또 좋으니 그것도 아리까리하네요. 역시 문장의 힘인가. 랜드 때문에 저는 너무 빡치고 그런 인물을 아름답다고, 묘사하는 것도 빡쳐서 이 작품은 끝끝내 장점을 찾기 어려웠어요. 뭐 모든 여자들이 다 섹스해주고…. 어휴… 그럼서 왜 또 애는 보러간대요??? 미친넘….

다락방 2022-09-15 11:38   좋아요 3 | URL
저는 애 지우라고 할 때도 짜증났지만 애 보러 갔을 때는 진짜 와 이 미친놈이 싶더라고요. 그래놓고 나중엔 막 지 인생 고독함을 깨닫고 그럴 때 뭐 이런 싸이코같은게 있나 싶었어요. 전혀 자신이 만난 여자들과 자신이 만든 아이에 대해서 배려를 찾아볼 수 없는 놈이었어요. 산에 사람들 구하러 간것도 저는 그 사람들을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함이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소설속에서 여자들이 모두 그를 사랑하고 기다리고 이해하는게 너무 이해가 안됐어요. 어떻게 그 많은 여자들중 한 명도 그를 개쓰레기라고 욕하지 않을까요? 그런 남자를 만나고나서 각성하는 여자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이 너무 이상하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설터가 미화한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간 설터 읽은게 한 권 뿐인데(어젯밤 인듯), 많이 읽은줄 알았는데 제가 윌리엄 트레버랑 헷갈렸네요. ㅋㅋㅋㅋ 근데 설터 사둔게 집에 두 권이나 더 있어요. 껄껄. 그걸 다 읽어보려고 합니다. 후훗.

수이 2022-09-15 11:44   좋아요 1 | URL
니노이군요 설터의 니노 으흠

다락방 2022-09-15 11:51   좋아요 2 | URL
니노는 어디에나 있네요. 이탈리아에도 미국에도. 물론 싸우스 코리아에도...

공쟝쟝 2022-09-15 13:38   좋아요 1 | URL
니노는 어디에나 있다 ㅋㅋㅋ

잠자냥 2022-10-07 14: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근데 이거 이달의 당선작 된 거 보고 갑자기 생각나서 리뷰 이벤트 결과 찾아보니, 부장님 2등 했었어요??? 왜 말(자랑질) 안했어요! ㅋㅋㅋㅋ 추카추카 아니 고독한 얼굴로 1타 쌍피.... 8만원 거두셨네. 장하다~ 덩실덩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07 14:57   좋아요 1 | URL
5만원 받고 바로 그 날 책 사버려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걸 왜 자랑하겠어요? 저는 그런거 자랑하고 그러는 사람 아닙니다. 제 또다른 이름이 겸손인 거 모르세요?

다. 겸. 손.

앞으로 저를 겸손이라 불러주세요. 흠흠.

저는 오늘 들어온 적립금으로 책 사러 갑니다. 슝 =3

잠자냥 2022-10-07 14:58   좋아요 1 | URL
아니 그런 걸 자랑하라고! 한끼에 두가지 메뉴 먹는 거 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뒤늦게 축하해요~ ㅋㅋ
다부장 (리뷰대회) 절필 선언 급취소 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07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아침에 갖고 있던 적립금으로 이미 질렀음... 근데 오후에 또 6만원 들어와있네? 어머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07 15:0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놔 이 분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제 자랑이 어느정도 수준급에 올라온 것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사요, 책! ㅋㅋㅋㅋㅋ

mini74 2022-10-07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축하드려요 ㅎㅎㅎ 책탑 쌓으시는데 기단석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ㅎ

그레이스 2022-10-07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다락방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