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
알폰소 쿠아론 감독, 조지 클루니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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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내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달에 가는 것도 역시 내 관심사가 아니었고, 그러니까 그런 식의 일에 대해서라면 내 흥미를 전혀 끌지 못했다. 다만 어떤 사람들, 그러니까 나와는 다른 사람들은 우주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우주에도 다녀오고 그러는가보다, 그래서 인류는 계속 앞으로 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지구를 건너 저기 다른 행성으로 가는 일이 여행으로 가능해진다고 한다는 말이 들려와도 나는 그런가보다 했다. 나는 딱히 그런 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우주라니. 나는 우주 배경의 소설도 영화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관심있는 곳은 지금 여기, 내가 사는 세상이고, 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우주는 그야말로 내 관심 밖의 대상이다. 


영화 《그래비티》에 대해 좋다는 얘기를 수천번도 넘게 들은것 같은데, 나는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여자의 이야기라니, 여기에서 어디 무슨 재미가 있단거지? 나는 영화를 보지도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대한 극찬을 해도 전혀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인간의 이야기가 딱히 재미있을 리 없잖아? 내 취향은 아닐 거야. 윌이 클래식 음악을 클라크에게 추천했을 때 그건 내 취향이 아니에요, 라고 듣지도 않고 선을 그었던 것처럼, 나 역시 보지도 않고 그래비티에 대해 선을 그었다. 우주에 혼자 남겨진 사람의 이야기라니. 별로 보고 싶지 않다. 아무리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그게 나한테 까지 좋을 리 없어. 편견덩어리 내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정희진 선생님의 신간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에서 그래비티를 다시 만났다. 정희진 선생님은 자신의 책에서 그래비티를 얘기하며 우주 쓰레기, 중국(아시아) 우주선 그리고 우울증에 대해 얘기했다. 그리고 그 우주에 혼자 남겨진 여자 '산드라 블럭'이 아이를 잃었다는 것도. 그러니까 내가 정희진의 책에서 파악하게 된 그래비티의 우주에 혼자 남겨진 인간에게는, 그 인간 고유의 사연이 있었다. 사연이라니까 감성팔이 같은데, 사정, 사정이 있었다. 그 사람 하나 그러나 그 사람에게만은 온전히 전부인 고유한 세계가 있었다. 당연하지, 그것이 있을 것이었다. 나는 우주에 혼자 남겨진 인간 에서 그 인간을 그저 평면적으로 어떤 개념적으로만 생각했다가 비로소 입체적 인물로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나 같은 인간, 살아 숨쉬고,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형성한 하나의 인간. 인간이 혼자 라고 지루할 리가. 그 하나의 인간이 안에 품고 있는 것은 얼마나 무궁무진한가!



일전에 나는 친구와 그런 대화를 나눴었다. 내가 연애중일 때였는데, '친구야, 나는 이 연애가 끝난다면 더이상 연애하지 않고 살거야, 그러지 않아도 돼, 충분히 했고, 이거면 됐다. 남은 시간들은 이 연애에서 발생했던 것들을 추억하고 곱씹으면서 평생을 살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다른 친구를 만났을 때도 나는 그랬다. '나는 지금 이 사람 정말 좋아하는데, 설사 지금 헤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것 같아. 되게 충만했고 모든게 충족됐어, 더이상 아쉬움이 없어' 라고. 나는 정말 그랬다. 그 연애에서 발생한 일들만으로 내 남은 시간들을 추억하며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다못해 연애, 그 연애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많은 것들이 쌓인 것이었다. 그런데 나라는 인간에게 연애만 일어났는가 하면, 그건 작고도 작은 일이었다. 나에게는 내 나름의 학교 생활과 직장 생활과 친구들과의 우정과 그리고 가족들 사이에서의 일들, 또 여행과 산책과 요가와 전시회 관람과 기타 등등 많은 것들이 와 부딪혔고 쌓여있었다. 거기에 나는 책을 읽고 영화도 보면서 또 쓰기도 하면서 나라는 사람을 형성해 가고 있었다. 내 안에는 내가 만든 고유한 그러나 충만하고도 풍부한 세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런 인간이 혼자일 때, 그 공간이 좀비가 창궐한 시대거나 우주라고 해도 텅 비어있거나 지루할 리 없었다. 나라는 인간은 나 자체로 온전할 것이니까.



우주에서의 첫번째 임무를 맡게된 '라이언 스톤(산드라 블록)'은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 때문에 임무를 제대로 마치지도 못했고 함께 한 동료들은 대부분 잃는다. 그녀에게 남은 건 수다스럽고 밝은 동료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뿐이었는데, 타고온 우주선도 망가지고 둘 다 살아 돌아가는 것조차 불가능해지고 만다. 맷은 임무 중 그녀에게 여러차례 말을 걸면서 '저 아래에서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가 있느냐' 라고 물었고 이에 라이언은 없다고 말한다. 딸아이가 있었는데 네 살 때 사고로 죽었다고. 맷은 둘다 살아 돌아갈 수 없다는 걸 파악한 순간 '너라도 살아 돌아가라'면 자신이 지구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한다. 그는 우주를 이 우주의 아름다움을,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를 사랑했는데, 저 아래에서 자신을 기다려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데도 너라도 살아돌아가, 라며 그녀와 자신에게 얽혔던 끈을 풀어버리는 거다. 



나는 이런 맷의 행동에서 이것이야 말로 '내적 동기' , '기여'로구나 생각했다. 



얼마전 친구를 만났을 때 친구와 나는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때 친구가 한 이야기 중에 내적 동기가 있었던 거다. 외적 동기는 외부의 동기로 무언가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고 내적 동기는 기여하고 싶은 마음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이를테면 '설거지 하면 만원 줄게' 는 외적 동기가 될 것이고, '설거지를 함으로써 이 집에 기여하고 싶다'고 행동하게 되는 것은 내적 동기에 의한 것이라는 거다. 친구는 이걸 내게 말하면서 자신이 보았던 영상을 소개해주었다. 공유해본다.






지나영 교수가 지적한 건 현재 우리의 교육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면 서울대 갈 수 있어, 서울대 가면 대기업 갈 수 있어, 대기업 가면 연봉 높을 수 있어, 하는 외적 동기들만이 지금의 젊은 사람들을 움직인다는 것.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그 사람이 더 행동하게 할 수 없다는 거였다. 기여하고 싶다는 내적 동기로 움직여야 하는데 자꾸 외적동기를 주기만 하면 내적동기가 다 사라져버린다고. 결국 사회에 나가서 외적 동기 없이는 행동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거다.

나 역시 동의하는 바, 지나영 교수는 이 내적 동기가 충만하면, 그러니까 내가 뭔가를 알고 싶고 기여하고 싶어서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 작은 기여가 좀 더 큰 기여가 되고 결국 다른 사람들을 위해 행동하고 싶어지며 그러다가 자기 초월로 넘어가게 된다고 얘기했다. 

이 영상을 본 뒤에 내가 본 그래비티 에서 맷은 자기 초월의 상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 사는게 즐거운 사람인 맷이, 지구에 돌아가는 일을 라이언에게 양보한다. 라이언은 임무를 맡기 전 했던 비상 탈출 훈련에서 항상 실패했었다고 말하는데, 끊임없이 용기를 주는 것도 맷이다. 너 할 수 있다고, 너는 살아 돌아가야 한다고. 자기는 살아돌아가지 못할거면서도 다른 사람의 삶을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맷은 그야말로 자기 초월의 상태가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어떻게. 


자, 이제 라이언은 혼자 남았다. 기어코 우주정거장의 소유즈 탑승에 성공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하고 그렇게 중국 우주정거장의 우주선에 탑승하게 된다. 자, 나는 이제부터가 경이로웠다.


라이언은 삶에 큰 재미가 없었다. 딱히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혼자서 딸아이를 키우고 있었지만 그 딸마저 잃은 상황이었다. 저 지구에서 네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사람이 있니? 라는 말에 아무도 떠올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우주에서의 임무는 실패했고 동료들은 죄다 잃었다. 그런 그녀가 지금 가장 하기 쉬운 선택은 '삶을 포기하기' 아니었을까. 삶을 포기하기는 쉬웠을 거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있으면 됐을 테니까. 실제로 그녀는 살기를 포기하려고 산소를 없애는 우주선 안의 버튼을 누르기까지 한다. 버튼 하나면 살아나가고자 하는 애씀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자식을 잃은 고통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이 모든 외로움과 고통과 우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그저 버튼 하나 누른 채로 눈 감고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려던 그녀는 자신을 살리고자 했던, 격려했던, 응원했던 맷의 말들을 떠올린다. 나는 탈출 훈련에서 항상 실패했었는데, 하는 떠올림도 맷의 말들 앞에서는 부질 없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것, 별 것 아닌 것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삶을 '포기하기' 대신 삶을 '지속하기', '계속 가기'를 선택한다. 삶을 지속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일단 그녀는 자신이 읽지 못하는 중국어로 쓰여진 많은 버튼들을 눌러 시도해야 했고, 배운 것들을 떠올려야 했고, 지구에 계속해서 통신을 시도해야 했다. 살기를 선택한 순간 그녀가 시도해야 할 것, 기억해야 할 것, 행동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것이었다. 살기를 선택하는 순간 지금 그녀 앞에 닥친 건 극도의 애씀 이었다. 그녀가 애를 써야만, 기어코 애를 써야만 사는 일이 가능해질 터였다. 


나는 삶을 사랑하고 살기를 선택할 것이라고 늘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러나 라이언이 닥친 상황앞에 어떤 선택을 할지는 나 역시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주 미아가 되어버렸다, 통신은 두절되어 버렸다, 내가 조작해야 할 우주선은 읽을 수 없는 언어로 써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지구로 내려가봤자 나는 혼자다, 내가 계속 살아야 하는가, 내가 살기 위해 애써야 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내리는 결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기'일 수 있을까. 그 선택은, 살고 싶은게 인간의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본능이라 해도 쉽지 않을 터였다. 가만 있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훨씬 쉽고 간단하잖아. 살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애씀이 필요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는 라이언이 기어코 살기를 선택해서 애를 쓰는 게 경이로웠다. 그녀가 시도를 하고 이제 도킹도 해제되고 어쨌든 이 작은 우주선이 움직이기 시도했을 때, 그녀 앞에 남은 결과는 두가지였다. 그녀의 시도가 성공해서 계속 살게 되든가 아니면 실패해서 살지 못하든가. 그녀는 이제 결과만 앞에 둔 상황에서 웃는다. 자신의 애씀을 후회하지 않는다. 애를 썼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두 발로 단단한 땅을 밟게 된다. 내내 둥둥 떠다니다가. 그렇게 둥둥 떠다니기 전에 밟아본 적 있던, 숱하게 밟았던 땅이지만, 그러나 지금 밟는 이 땅은 그전보다 훨씬 단단할 터였다. 아니, 그녀의 근육이 더 단단해진 것일테지. 나는 그녀가 기어코 애를 써서 살기를 선택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좋았다. 




전 인류가 바이러스로 사망해서 덩그러니 '로라' 혼자만 남았던 책, '케빈 브록마이어'의 《로라, 시티》가 떠올랐다. 로라, 시티 는 로라 혼자 남아 그동안 살았던 일들과 과거의 사람들을 계속해 기억해내는 거라면, 그래비티에서의 라이언은 앞으로의 삶을 위해 지금을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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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1-01 0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오늘 글 좋네요. 좋아요를 마음으로 10개 더 추가합니다. ㅎ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 이야기가 눈에 띕니다. 내적동기로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래비티> 저도 다시 보고 싶네요.

제가 그 편견 때문에 이 영화랑 어쩐지 비슷할 거 같은 <마션>은 안 봤는데요. 이건 그 편견의 선을 넘어볼 만한 영화일까요? 흠.. (왠지 부장님도 안 봤을 거 같습니다만)

다락방 2022-11-01 10:56   좋아요 4 | URL
딩동댕동~ 잠자냥 님의 짐작대로 저는 마션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저는 책으로 읽었는데요, 책으로 엄청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럼에도 우주에 혼자 있는 인간 보고 싶지 않아서 영화는 안봤어요. 제 여동생은 봤는데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언젠가 꽂혀서 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현재는 볼 생각 또 없다능 ㅋㅋㅋㅋ
산드라 블록 그래비티에서 근육있는게 너무 좋더라고요! 어쩌면 저 근육이 살고자 하는 의지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라는 생각도 들어서 저도 근육운동을 좀 해야겠다고 생각 하고 있어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흠흠.

친구랑 외적 동기 내적 동기 이야기가 나온게 제가 젊은이들하고 일하면서 그들이 시키는 일만 하는 것, 시켜야만 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기 때문이거든요. 가성비만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연봉엔 이만큼만! 딱 이런 생각만 하는 것 같다 라고 얘기했는데 친구가, 그건 교육의 문제라고 자기도 생각했는데 그게 외적동기로만 살아왔기 때문에 내적 동기가 자라지 못하고 사라졌다, 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영상을 준건데 저는 영상 보고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동의하고요. 계속해서 외적 동기로만 움직였던 사람에게는 내적 동기가 잘 작용이 안되고, 실제로 ‘기여‘라는게 뭔지 받아들이질 못하는거죠.

- 2022-11-01 15:47   좋아요 0 | URL
두 분 여기서 사랑하고 계시네요? 음 역시 삶을 사랑하는 여자들이롤세.
우주 물 좋아하는 저는 <마션>봤습니다. 정확히 <그래비티>와의 대척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마션>은 서양 백인 남의 우주에 덩그러니고 (ㅋㅋㅋㅋ) <그래비티>는 돌아갈 곳이 없는 여성의 우주에 덩그러니죠. 그런데 마션이 재미가 없냐? 아닙니다... 매우 매우 재밌습니다(그래서 역시 난 서양남 못 잃어인가...).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하고, 아 맞다. 나는 남자들의 이런 면을 좀 좋아했던 것 같아!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그게 앞으로의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태도일지는 여전히 미지수...

다락방 2022-11-02 10:03   좋아요 0 | URL
저 마션 책으로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그러니 재미있다는 거 아니까 보기만 하면 되는데 참 볼 마음 너무 안생겨버리는 부분... 음.. 넷플에 있나 보고 시간 되면 봐야겠어요. 아니 마음이 동한다면.....

mini74 2022-11-01 1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쉬운 결정보단 어려운 결정을 하는데는 내적 동기가 필요하단 생각도 들고 ㅎㅎ 뭐 세상에 쉬운 결정은 없지만요 ㅎㅎ 자냥님 댓글처럼 좋아요 마구마구 눌러드리고 싶어요 ㅎㅎ 누군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 감자를 키우고. ~ 저도 이 영화 좋아해요 ~

다락방 2022-11-01 10:58   좋아요 3 | URL
사람들이 그렇게 입을 모아 좋다고 말하는 영화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특히나 그래비티에 대해서라면 정말 그랬어요. 제 생각보다 훨씬 좋은 영화였어요. 기어코 살아가기를 결정하는 한 인간을 보는게 정말 너무 경이로웠습니다. 그래서 삶이 더 의미있는거 아닌가 싶고요. 이제 지구의 땅에 두 발 딛고 살아가는 그녀는 예전과는 또 달라진 그녀죠. 살기를 선택하고 애썼던 바로 그녀인 것입니다. 진짜 너무 좋아요!!

- 2022-11-0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적 동기/외적 동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하는 주제네요. 저는 .. 도장 집착녀로... 뭔가 목표가 있고 그걸 잘 해내거나 하고나면 다음 목표를 세우는 방식으로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ㅠㅠ (그리고 지금은 제가 세운 어떤 미션들은 다 이룬 상태?ㅋㅋㅋㅋ) 그래서 뭘 자꾸 또 하려드는 데...(-_-;;;) 그런 내가 너무 지겹고 안하려고 했다가 막 그러더라고요. 암튼 최근에 상담 샘이랑 다뤄보자고 한 것들이랑 좀 겹쳐서 생각하게 되어요. 어떤 태도를 고치는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상태....인것 같다고 잠정적으로 가설을 세우고 접근하기로 했는 데.... 댓글에서 이야기 해주신 것 처럼 저 역시 내적동기를 키워내고 있는 과정 중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좀 들기도 해요.!!...

다락방 2022-11-02 10:09   좋아요 1 | URL
삶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 혹은 삶이 지속되게 하는 가장 큰 동기는 작은 목표들을 세우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걸 하나씩 해 나가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그래야만 지속 가능해지지 않나 싶고 말이지요. 지속 가능하면서 동시에 보람도 느낄 수 있고요. 저마다 추구하는 목표들도 다를 것이고 또 추구하는 방법도 다르겠지만, 저는 삶에서 작은 목표들을 세워두는게 더 낫다고 보고요 물론, 큰 목표도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큰 목표 하나가 똭- 자리 잡힌다면 내 작은 일상의 결정들은 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사 비틀거리고 잠깐 다른 길로 새기도 해도 저기 굵은 목표가 있다면 어쨌든 거기로 가지 않겠는가 말입니다. 왜, 그 유명한 이야기 있잖아요. 눈길에서 똑바로 걸으려면 내 바로 앞을 보고 걸어야 되는게 아니라 저기 목표물을 보고 걸어야된다고요. 내 바로 앞만 보면 발걸음은 기울지만 저기 목표물을 보면 방향이 일정하게 난다...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친구들을 잘 사귄다거나 인기가 많다거나 회사에서 일을 잘한다거나 하는 말을 듣는 사람에게는 공통적으로 내적 동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적 동기가 주변에 관심을 갖게 하고 행동을 하게 하거든요. 제가 싫어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외적동기로만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외적동기로‘만‘ 움직인다는 건 제가 생각하는 그 모든 것들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지 않는것, 그러므로 행동하지 않는 것, 그러므로 결국은 악.... 으로 말입니다.


내적동기는 결국 계속 발전시키다 보면 자기초월 과정에 이른다는데, 자기 초월까지는 아니더라도 내적 동기를 키우는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것은 결국 나를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고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에도 이바지 하게 됩니다. 내적 동기 없는,외적 동기로만 움직이는 대표1인 이 누구냐, 현 대통령 입니다.

그럼 이만.

- 2022-11-02 10:52   좋아요 0 | URL
아 엄청난 통찰이다!!!!! 진짜 다락방님은 일관된 분석의 틀을 가진 분!! 그리고 굥은 외적동기의 화신 ㅋㅋ 그것의 체현자 ㅋㅋㅋㅋㅋ 어휴 으으으윽 윽 ㅋㅋㅋㅋ 아 징그러 진짜 ㅋㅋ 넘 맞는 말 입니다!!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절대 네버…

잠자냥 2022-11-02 10:53   좋아요 1 | URL
ㅋㅋㅋ 쟝쟝, 도장 집착녀 ㅋㅋㅋㅋㅋ 극공감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전국 곳곳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국토종주 도장 찍으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 금강 종주할 때도 경치고 뭐고 계속 달리니까 같이 간 사람이 ˝너 진짜 도장에 미쳤구나?˝ ㅋㅋㅋㅋ

부장님, 근데 현 대통령이 외적 동기로 움직인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 동기가 있나 그 인간이?! 그냥 누가 하라니까 귀찮아 죽겠는데 하는 듯 ㅋㅋㅋㅋ 집구석에서 술이나 처먹고 싶은 인간이.

- 2022-11-02 10:58   좋아요 1 | URL
도장에 미친 잠자냥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ㅋㅋㅋ 그날 매우 고생하시고 저녁을 많이 매우 많이 드신 것 같더라니 ㅋㅋ
굥……. ㅋㅋㅋㅋ 에 대해서 잠자냥님이 어떤 인간인지 파악하기도 싫은게 느껴짐 ㅋㅋㅋ

다락방 2022-11-02 11:19   좋아요 2 | URL
외적 동기는 그야말로 윤대통령을 움직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은 그를 지금처럼 움직이게 하는 동기이고 힘이죠. 그가 대통령이 되어있기 때문에 한심한 짓을 아무리 저질러도 돈은 돈대로 들어오고 힘은 힘대로 생기지요. 윤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했던 대통령의 아내도 그리고 대통령이 되고자 했던 그 본인도 모두 외적동기로만 움직입니다. 예를 들자면 ‘내가 애도하는 마음이 생겨서‘ 행동하는게 아니라, ‘어휴 애도해야 그나마 대통령 유지할 수 있다니까‘ 라고 애도하는 흉내를 내는게 바로 외적동기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잠자냥 님도 언급하셨지만 ‘누가 하라니까‘ 하는 거요. 아주 잘못된 삶의 바로 살아있는 표본!! 진짜 너무 싫어요, 너무 싫습니다. 너무 싫은 인간의 바로 그 전형!! 아 진짜 어떡하죠 너무 싫은데 ㅠㅠ

 

서재방 도배 새로 하느라 책을 죄다 빼고 다시 꽂아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라딘에 책도 좀 팔고 개인에게 팔기 등록도 좀 해두었는데요, 책 상태 대체적으로 좋지만 빨리 처분하고 싶은 마음에 200원부터 가격 시작합니다. 아주 저렴하게 내놓았으니 여러분 이번 기회에 책 장만 고고씽씽!!


https://www.aladin.co.kr/shop/usedshop/wshopitem.aspx?SC=1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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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 모든 것이 왜곡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놀라운 실상
미야구치 코지 지음, 부윤아 옮김, 박찬선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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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정신과 의사인 이 책의 저자 미야구치 코지는 소년원에서 상담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들어온 이 소년들의 아주 많은 경우가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된다. 아이들에게 원형의 케이크를 그려주고 '자 이걸 세 명이서 똑같이 나누려면 어떻게 잘라야 할까?' 물어보았는데, 제대로 자르는 아이들이 없었던 거다.



초등학생이 아닌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의 소년인데 위의 그림 두 개처럼 균등한 삼인분을 해낼 수 없었던 것.


밑에 그림 두 개는 '다섯명이 나눠 먹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질문에 소년들이 그린 그림이다. 동그란 원을 세개(벤츠 마크처럼)로 나누는 걸 생각해내지 못하는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숫자 계산 능력도 떨어지고 글을 읽는 능력도 서툴렀다. 하나의 원을 세 개로 나누는게 부족한 아이들, 즉 인지 부족인 아이들은, 그래서 보통의 다른 아이들처럼 생각하지를 못했다. 돈이 필요하면 어떻게 해야 하냐는 물음에 남의 것을 훔친다는 답도 그냥 나오는 거다. 이런 아이들에게 '너희가 저지른 것은 범죄다'라고 말을 하며 혼내고 반성문을 쓰라 하고 혹은 소년원에서 시간을 보내게 해도, 다시 사회로 나왔을 때 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반복된다. 공평하게 나눈다는 개념 자체가 없고 남을 해치면 안된다는 인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년원에 잇는 아이들 중 어떤 아이들은 '그냥 사람을 죽여보고 싶어서'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거다. 그 다음 과정 '그러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까지 나아가지를 못하는 거다.


다만 이렇게 자른사람이 강도, 강간, 살인 등의 흉악 범죄를 저지른 비행 소년들이라는 것, 그리고 이들이 중학생, 고등학생 연령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이들에게 잘못된 행동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보게 하는 지금까지의 교정 교육을시행해봤자 대부분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릴 것임은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저지른 범죄에 대한 반성 이전의 문제인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케이크를 제대로 나눌 수없는 소년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좌절을 경험했을지, 사회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지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학교에서 이런 아이들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알아채지 못하고 특별한 배려를 해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비행을 저지르고, 마지막으로 도달한 소년원에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비행에 대한 반성만 끊임없이 강요받았다는 점‘이었다. -p.58 



나는 최근에 범죄자는 무식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책을 읽노라면 정말 지적 능력이 떨어져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일 때 지적 능력이 떨어지면 자꾸 선생님에게 혼나고 다른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성적도 제대로 안나오고 그런 상태로 그 다음의 학습 자체가 가능해지지 않는 거다. 게다가 아이큐가 현저히 떨어지는 지적장애가 아닌 지적 장애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그 아이의 잘못이 조금 낮은 아이큐 때문이라고까지 생각하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것. 그 아이들이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렇게 소년원에 들어오고 나서야 많은 의사와 상담선생님들이 상담한 후에 발견되는 거다. 



미야구치 코지는 이미 범죄와 지적능력 부족의 연관성을 파악한 박사들이나 교수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 역시 그 뒤를 따르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미 유명한 뇌의 일정부분 손상에 따른 범죄에 대한 사례도 들려준다. 그래, 미야구치 코지가 하는 말은 모두 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인지 능력을 포함한 지적 능력이 부족하면 내 기분과 욕망만 들여다보게 되고 학습능력도 사회성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 아이들이 그 상태로 어른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학습능력이 저절로 좋아질 리도 없고 인지가 발달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어릴 때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어린 시절 시간을 많이 보내는 부모님의 관심이 필요하고 그리고 학교 교육이 중요하다는 거다. 지금이야 매 학습 시간에 인지 능력 훈련을 하기가 어렵게 느껴진다 해도, 미야구치 코지는 자신의 책에서 매일 수업 시작하기 전 조회시간 5분만 투자해서 아이들에게 인지 능력을 길러주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많은 범죄가 인지 부족을 포함하는 지적장애로부터 온다는 것은 매우 날카로운 지적이고, 그걸 알았기 때문에 우리가 앞으로 일어날 범죄와 또 재범을 예방하기 위해 인지능력을 교육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적합한 방법이다. 그것만이 답이라고 나 역시 생각한다. 내가 생각했던 '무식함(생각하지 못함)은 악으로 연결된다'는 그러니까 정말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현상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것을 교육할 수 있고 그렇게 세상의 범죄를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 책을 읽고 학교에서 수업 시작 전에 오분씩, 저자도 언급하지만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세 번이라도 할 수 있다면 확실히 사회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몰라서' 혹은 '부족해서' 저지른 범죄의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갑자기 책을 읽던 내가 튕겨져 나온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인지 능력이 부족해서 학습도 사회성도 부족한 아이들은 따돌림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그 따돌림에 대한 현상으로 아동 대상 성범죄가 벌어지는 거다. 인지 능력 부족이 벌어지는데 그것이 왜 아동대상 성범죄로 이어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범죄의 피해자는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어서 내가 갈 곳을 잃는 거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가 세상을 왜곡되게 보고 있기 때문에, 보통의 사람들만큼의 사고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래서 피해자의 피해에 대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걸까. 그 많은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성인 포르노를 보고 저지르기도 하지만 왕따를 당해서 저질렀다고 답하는 데에는, 도대체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를 모르겠는 거다. 나는 집단 따돌림을 당한 아이들이 성범죄 가해자가 된다고, 가해자들의 말을 빌어 얘기하는 지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성범죄를 저지르는 부분에 대해 뇌의 어떤 특정부분이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에 대해서도 가설을 세우고 있다. 실제 범죄자들 중에는 뇌에 문제가 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그러나 뇌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해서라면 역시 가해자의 무지를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진다. 아, 노파심에 얘기하자면 저자 역시 



아무리 범인이 뇌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해도 심각하고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진지하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p.225)



고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재차 인지 기능 트레이닝이 필요함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의 감수자 역시 책의 중간 중간 인지 기능 트레이닝과 그걸 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이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고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 책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그러다가 자꾸 '몰라서 저질러진 범죄'의 피해자는 도대체 어쩌라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그걸 방지하자고 우리가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교육하자고 말하고 있는데, 그걸 맞다고 듣고 있다가도 자꾸만 억울해지는 거다. 



아래에 밑줄긋기도 했지만, 전두엽의 손상이 범죄로 이어진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더 많은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미야구치 코지가 보여주는 인지 기능 트레이닝은 분명 필요한데, 전 세계 어린이들의 교육 과정중에 반드시 포함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이 책을 쓴 것이고 나는 읽은 것일테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얼마 없어요. 그런데 일주일 후까지 10만 엔(약 110만 원)을 준비해야만 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으니 생각해보세요."
‘어떤 방법이라도 상관없다‘는 말이 나왔으니 친척에게 빌린다, 소액 대출을 받는다, 훔친다, 남을 속여서 돈을 빼앗는다, 은행을 턴다와 같은 대답이 나온다. (친척 등에게)빌린다‘는 선택지와 ‘훔친다‘는 선택지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란히 나오는 것이다. ‘훔치는 것‘과 같은 선택을 하게 되면 나중에 심각한 상황을 겪을 수 있고, 무엇보다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유추할 수 있는 예측력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을 헤아려 계획을 세우는 힘이 약하면, 즉 실행 기능이 약하면 과정이 더 간단해 보이는
‘훔친다‘ ‘속여서 빼앗는다‘와 같은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 P61

세상에는 "어쩌면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을까?" 하는 사건이 많은데,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들에게는 ‘앞뒤를 생각하는 힘이 약하다‘라는 문제가 숨어 있다. 비행 소년들 중에도 이렇게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힘이 약해서 과정이 간단해 보이는 방법을 택해 나쁜 짓을 저지른 소년들이 많았다. - P61

성인 영상물로부터 영향을 받은 케이스도 많다. 발달 장애가 있는 청년에게서도 가끔 듣는 건데, 성인영상물을 보면 처음에는 싫어하던 여자가 나중에는 좋아하는 장면이나오는데 그걸 보고는 "사실 강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고 자신의 범죄 이유를 말하는 소년도 있었다. - P70

하지만 소년원 등 교정 시설에 있는 지적 장애 및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한 지원책은 아직 미흡한 형편입니다. 2010년연세대 의대 신의진 교수를 중심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82명의 성폭력 가해 청소년의 지능을 검사한 결과 26.5퍼센트에 해당하는 19명이 지적 장애(IQ 69 이하 4명)이거나 경계선 지능(IQ 70~79에 해당 15명)에 해당하는 지적 수준을 보였다는 점이 제기되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3월을 기준으로 전국 10개 소년원에 있는총 1018명의 보호 소년 중 정신 질환, 품행장애(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등으로 정신건강 치료가 필요한 보호 소년은 230명으로전체 인원 대비 22.6퍼센트를 차지하는데, 이 중 37퍼센트가지적 장애 및 경계선 지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감수자 노트 中) - P138

이에 한국에서도 보호 소년에 대한 약물 치료 및 심리 치료등 전문적인 의료 지원을 할 수 있는 의료 보호 시설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현재 각 시설에 속속 부설 의원이 개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낮은 인지 기능을 보완하여 이들의 잠재적 기능을 높임으로써 도덕의식 회복 및 바른 삶에 대한 의지를 제대로 갖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아직 부족한 실정입니다. (감수자 노트 中) - P138

일반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소년은 유소년기에 성적 학대 같은 피해를 당한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연구자가 적지 않다. 그런데 내가 만난 성범죄 소년들은 이 경우에 해당하지는 않았다. 본인이 성적피해를 당했다고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집단 따돌림 쪽 피해가 더 많았다. 95퍼센트 정도가 심한 따돌림을 당하다가 그 스트레스로 유아를 상대로 일을 저지른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에게 분명한 장애가 있었다면 주위 사람들이 알아보고 따돌림당하지 않도록 어떤 지원을 해주었을 가능성이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잊혀지고 ‘경도‘라는 이유로 방치된다. 그 상태로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서, 인간관계가 서툴러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운동을 잘하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따돌림을 당할 위험이 높아지고, 그렇게 따돌림을 당하면 이번에는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찾아 성범죄를 저지르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된다. 그야말로 피해자가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도 있는 상황이다. - P160

1966년, 미국 텍사스 대학에서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총기 난사 사건으로 17명이 죽고 32명이 다친 것이다. 용의자는 당시 스물다섯 살이었던 찰스 휘트먼(Charles Whitman)이었다. 그는 사건을 벌이기 전날 편지를 썼다. 거기에는 공포와 폭력적 충동에 시달리며 심한 두통을 앓았던 것과 자신이 죽고 나면 시신을 해부해서 어떤 신체적 질환이 있었는지 조사해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뇌의 심부에 호두알 크기의 악성 종양이 발견되었다. 이에 폭력적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저하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현재도 논의되고 있지만, 뇌종양이 폭력적 충동 행위를일으킬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사형수 다쿠마마모루가 뇌종양 진단을 받은 것도 단순한 우연일까? - P221

뇌 기능, 특히 전두엽의 기능 저하와 반사회적 행동의 연관성을 알아졸 수 있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사례다. 1800년대 미국의 철도 공사 현장 감독으로 일하던 스물다섯 갈의 피니어스 게이지는 유능하고 인망 있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그런데 1848년 9월의 어느 날, 불의의 화약 폭발 사고로 쇠막대가 왼쪽 눈 밑에서 정수리(전두엽)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왼쪽눈은 손상되었지만, 다행히 부상은 빠르게 회복되어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는 이후로 12년을 더 살았다.
하지만 게이지의 인격은 완전히 변했다. 제멋대로고 예의를 모르며 때때로 모욕적인 말을 하기도 했다. 동료에게 경의를 표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집요할 정도로 완고하며 장래계획을 세우지도 못했다. - P221

그가 죽은 후그의 두개골과 쇠막대는 미국 보스톤에 있는 하버드 대학의 워렌 해부학 박물관에 안치되었다.
100여 년이 지나고 1994년 신경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가 보관되어 있는 게이지의 두개골과 표준적인 사람의 뇌 MRI 영상을 비교해본 결과, 좌우의 전전두엽˚이 손상되었고, 그로 인해 합리적 의사결정이나 감정 장애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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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28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어린 시절 집단 따돌림을 받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결과가 좀 놀랍네요. 어렸을 때 성적학대를 받은 사람에게 이런 범죄 양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저도 막연히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피해자가 피해자를 만드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래도 좀 이해가 가는데, 피해자가 범죄자가 된 경우에 새로운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하면, 너무 억울할 거 같아요. 누가 보상해줄 수 없는 문제이구요. 중대한 사건이라면 진지하게 논의하겠다지만, 최근에도 심신미약 혹은 술에 취한 상태를 이유로 감형이 되기도 해서요. 범죄자라면 누구든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이런 변명을 가져올 수 있겠네요. 이런저런 강박 증세 하나 둘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요?ㅠㅠ

다락방 2022-10-31 09:18   좋아요 2 | URL
왜 따돌림이 성범죄로 나타나는지 저는 이 책을 읽었으면서도 그건 잘 이해가 안돼요. 따돌림은 자기 통제의 밖에 있었고 아동 대상 성범죄는 그러나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주체가 되기 때문일까요? 저자는 신중하지만 저는 자꾸만 ‘몰라서‘ 저지른 가해에 대해 피해자들은 그렇다면 어째야하나 생각하게 되어서 불편하더라고요.
그런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역시 사실이라서 이걸 어째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일단 어릴 때부터 인지교육을 한다면 예방확률이 매우 높아질 것은 분명해 보이고요, 케이크를 똑같은 3등분으로 나눌 수 없는, 그런식의 사고(인지)가 안되는 사람이 다른 사회적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그런걸 생각하면 역시 교육이 답이다 싶고 그러다가 또 답답해지고 그럽니다 ㅠㅠ

blanca 2022-10-28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읽어볼게요. 관심 있는 분야예요.

다락방 2022-10-31 09:19   좋아요 1 | URL
블랑카 님, 꼭 읽어주세요. 이 책은 블랑카 님이 읽으신다면 정말 아주 좋은 글이 나올 것 같아요!

mini74 2022-10-30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코패스의 뇌가 일반인과 다르다는 글 읽었던 기억납니다. 뇌기능의 이상에 대해 연구해서, 예방하고 교육이 필요하지만 면죄부가 되는 것엔 다락방님 말씀처럼 피해자들 억울할거 같아요. 지금도 자주 꺼내는 변호사들의 카드란 생각도 들고요. 4명 살해한 애가 부자병?이라 우기고 2년만에 출소한게 제일 어이없었던거 같아요.

다락방 2022-10-31 09:20   좋아요 1 | URL
뇌 기능이 이상해서 저지른 것은 악의를 가지고 저지른게 아니니 감형을 해준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그러나 그 사람의 뇌 기능 자체가 달라지지 않는한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너무 큰 거잖아요. 그렇다면 감형이 정말 옳은 일인가 싶고요. 이 책의 저자는 소년원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는데, 그렇게 이미 죄를 저지르고 온 자들에 대한 교육이 절실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미 어른이 된 사람에게 그 교육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고.. 여러가지로 답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부터의 인지 교육은 반드시 더해져야 할 것 같아요.

달자 2024-04-12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면 높은 확률로 다락방님이 이미 그 책을 읽으시고 후기까지 친히 남겨주시니 .....!!다락방님은 제 독서 나침판같은 분이십니다...!!!

다락방 2024-04-12 21:56   좋아요 1 | URL
🥰😍💕🌹🌷💐🌸🌺🌼🌻❤️♥️❣️😘💜💛💙🧡💗💖🖤💚💓😻💞💝💘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 비채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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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타비아 버틀러 님, 좀 짱인 듯!
어떻게 과거의 괴로운 시절로 돌아가는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넣었을까. 특히나 그 괴로운 현실에 안주하기가 얼마나 쉬운지(심지어 감사할 수도 있어!)까지 보여주는데 감탄해버림.
옥타비아 버틀러 다 찾아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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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27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암 유발자 루퍼스.........으윽....

다락방 2022-10-27 16:15   좋아요 1 | URL
권력을 가지고 사랑을 제대로 하기는 남자들에게 너무 어려운가 봅니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새끼들..

잠자냥 2022-10-27 16:21   좋아요 1 | URL
안광이 또 빛나고 있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7:47   좋아요 1 | URL
그것참 시도 때도 없이 빛나버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리>는 마지막에 읽으시는게 좋을듯요. 좋아서가 아니라 같은 작가 맞나싶게 세계관 납득이 안가요. ㅠㅠ

다락방 2022-10-28 07:34   좋아요 0 | URL
어엇... 어떤 세계관이길래....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네요. 그렇지만 일단 다음 책은 <블러드 차일드>로 찜해두고 있습니다. 후훗.

등대지기 2022-10-27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옥타비아 버틀러 너무 좋아해요!!!!! ☺ 좀 짱이라는 말 공감되네요 ㅋㅋㅋ

다락방 2022-10-28 07:35   좋아요 0 | URL
다음은 블러드 차일드 읽어볼 참입니다. 아니, 저 아직 한 권 읽었지만 작가가 참 똑똑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발머리 2022-10-28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분 좋아해요. 일단 이름에서 ㅋㅋㅋㅋㅋ 이름부터 카리스마 작렬. 옥타비아 버틀러 ㅋㅋㅋㅋㅋ 어머 이를 어째!!
다른 책들 리뷰도 기다릴게요. 전 두 권 읽은 후 휴지기 ㅠㅠㅠ

다락방 2022-10-28 12:37   좋아요 1 | URL
저 이 책 사둔지는 진짜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읽었네요. 그리고 옥타비아 버틀러가 유명한 이유를 이 책 한 권으로 다 파악했습니다. 너무 대단한 분이십니다. 이제 <블러드 차일드>에 도전할 계획인데요, 그러면 빌레뜨는.. 언제 읽죠? 돌아버리겠네요... 맨스필드 파크는요? ㅜㅜ 그리고 저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 읽었더니 뇌와 범죄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책들을 보고 싶어지는...

살려주세요, 단발머리님 ㅠㅠ

(아직 미 비포 유 못읽은 사람)
 
어제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


하루쯤 집에서 쉬어야 하는 거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서 다들 그러라고 했지만, 그런데 쉴 수 없어 나온 일이었다. 회사에 사정이 있어 내가 출근을 해야만 했다. 아 나도 하루 쉬고 싶은데 지금은 내가 쉴 수가 없네, 하고 출근한 것이었다. 출장에 입원에 임원들이 자리를 비워, 보쓰에게 보고를 해야 할 사람이 이번주 내내 나여야 했던 거다. 그래서 가야해, 하고 출근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그게 도움이 되었다. 보쓰는 나를 재차 불렀고 나는 거기에 대응해야 했다.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거나 다른 부서에서 나를 찾으면 또 거기에 대응해야 했다. 대응하는 순간들에 나는 답을 찾거나 혹은 짜증을 내거나 하면서, 어쨌거나 그 순간만큼은 힘들게 하는 생각들을 잊을 수 있었다. 그러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혼자 걷는 그 길에서 또 눈물이 주루룩 나와서, 아, 나 집에 있었으면 안됐겠구나 했다. 집에 있었다면 쉼 없이 내 눈앞에 어떤 장면들이 떠올랐을 것이고, 나는 계속 그 장면들에 따른 생각을 했겠구나. 와, 놀랍게도 일이 도움이 되었다. 일은 평소대로 짜증나고 빡치고 힘들었는데,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예상 외로 일이 도움이 되었어. 이건 일에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인데 일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일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 조금씩 나아졌다. 일이 나를 돕고 있어. 


그제밤에 잠들기 전에 고통스러워 하면서,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잘 이겨낼 것이다,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그런데 그게 될까, 나는 억지로 이겨내려다가 탈이 나는 건 아닐까, 그런데 나는 강한 사람이니까 이 일로 인해서 바닥으로 가라앉기만 하지는 않을거야, 라고 하면서 그런데 이렇게 내가 스스로에게 말하는 건 나를 압박하는 건가 했다. 나는 괜찮아질까 괜찮아야 해 그런데 안괜찮으면 어떡하지 아냐 나는 강한 사람이야 나는 뭐든 스스로 극복해낼 힘을 가지고 있지 라고 오락가락 내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의심하고 답을 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건, 일이 나를 도울 수 있다는 거였다. 그런데 일이 나를 도왔다. 일이 나를 돕고 있어. 일이 나를 돕는다는 걸 또 내가 깨닫고 있어. 그것은 내게 정말로 큰 위안이 되었다. 일이 나를 돕고, 일이 나를 돕는다는 사실을 내가 안다는 것. 나는 내가 나를 무너지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누구보다 내가 나를 돕고 있었다. 내가 일을 함으로써 나를 돕고 있었어. 



집에 가서는 저녁을 먹고 신경안정제 한 알을 먹었다. 도배로 어질러진 집을 조금 정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책을 좀 옮기고, 그리고 빼두었던 앨범들을 다시 제자리에 꽂았다. 제자리에 꽂는 과정에서 겉표지가 낡아서 찢어져버린 국민학교 졸업앨범을 보았다. 그렇다. 초등학교 아니라 국민학교. 맨 앞장에 교장선생님 얼굴이 보였다. 아, 그래 기억난다. 길에서 보면 못알아보겠지만 그 때 이 교장 선생님이었지. 이게 벌써 얼마전이야, 하고 앨범을 넘겼다. 아무래도 6년을 다니다보니 다른 반 아이들 중에도 아는 아이들이 여럿 보였다. 그래, 얘도 알고 얘도 알고... 하다가 내가 있는 반을 열었다. 첫장은 남자애들이었고 뒷장이 여자애들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내가 나를 찾았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나를 찾았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 어차피 시간이 너무 오래 흘러서 이 사진만으로 아무도 지금의 나를 알아볼 수 없을 터라 올려둔다.





이게 국민학교 6학년 졸업사진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흑백이 세월을 말해주고 흑백이 내 연령을 짐작케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이거 보고 너무 웃겨서 엄마 보여주면서 엄마 이것봐, 했다. 엄마도 같이 웃었다. 세상에, 엄청나게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는데 딱 나 같고 또 나 같지 않기도 했다. 나이면서 내가 아닌... 지금은 저기에서 많은게 아주 많은게 변했지만 그게 무엇인지는 굳이 적지 않기로 하겠다. 그것은 슬픔의 새드니스로 향하기에..... 이거 보고 누구 닮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내가 속으로만 생각하기로 했다. 아, 어린 시절의 나야.. 너에게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어준다고 말해준다면 너는 어떤 기분일까? 그리고 그거 아니, 너는 시간이 흘러 어느 지점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어른의 너에게 갑자기 웃음을 준단다. 너는 너 자신에게 웃음을 주는 아이란다. 내가 나를 웃게 했다! 아무튼 세상 다 뽀개버릴 작정을 먹은 똑순이 같구나. 실제로 국민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은 나를 똑순이라고 불렀다. 몇학년 때였지, 책 잘 읽는다고 선생님이 나한테 자꾸 일어나서 책 읽는 거 시키기도 했다.



이 똘똘하고 야무진 국민학교 시절의 내 사진은, 어제 나의 글에 함께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려고 했던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바칩니다. 반사는 받지 않습니다.



이만 총총.




덧. 맨 위에 올려둔 책은 페이퍼 내용과 무관합니다. 그냥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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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27 1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휴........ 반사하려고 들어왔더니 안 받는다네! 반사반사반사무조건반사! 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화제의 서재글에 지금 이 사진이 메인에 똭~ 올라온 거 알아요? 남들 서재에는 책 사진 올라와있는데,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어린이는 자라서 부장님이 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녀석 당차게 생겼네.

다락방 2022-10-27 10:02   좋아요 2 | URL
악!! 화제의 서재글 생각을 못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악 저 지금 잠자냥 님 댓글 보고 화제의 서재글 봤다가 너무 놀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 밥통아 어째 이래버렸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아이는 미처 몰랐습니다. 나중에 ‘부장님‘같은게 될 줄은.. 미스코리아 되라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그거 할 줄 알았건만.... =3=3=3=3=3=3=3=3=3=3=3=3=3=3=3=3

잠자냥 2022-10-27 10:43   좋아요 1 | URL
화제의 서재글 노린 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미쳐 저 화면 캡쳐해서 트이타에 올리고 싶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0:44   좋아요 1 | URL
ㅋㅋ 저 이미 저 사진은 트위터에 올렸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도 날 알아보지 못할 거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화제의 서재글은 정말 엄청 뻘쭘하네요. 뭔가 저기에 저거 있지 않게 책을 한 권 부랴부랴 찾아 넣어야겠어요. 뭘 넣지?

다락방 2022-10-27 10:48   좋아요 1 | URL
저 책 넣었는데 화제의 서재글 왜 안바뀌죠? 나갔다 다시 들어와봐야겠다.

(잠시후) 바뀌었다!!!!!

잠자냥 2022-10-27 11:03   좋아요 2 | URL
아 엄한 책 사진 넣은 거 보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화면은 이미 캡쳐해뒀으니 필요하신 분 말씀하세요~ 땡스투 단돈 100원에 보내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

- 2022-10-27 13:30   좋아요 0 | URL
노동의 힘…… 파워 오브 노동

다락방 2022-10-27 14:57   좋아요 0 | URL
노동의 힘을 믿숩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22-10-27 16:49   좋아요 0 | URL
예에에에~~~~~!!!!! 😫😫😫 노동노투더동!!

프레이야 2022-10-27 1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똑순이 락방 님. 야무락져 보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사진 릴레이붐이 일어날지도요 ㅎㅎㅎ 읽다가 빵터져가지고 커피 뿜을 뻔했어요. 진짜 왜 남자애들 먼저 여자애들은 뒤에 이랬는지 참 ㅠㅠ

다락방 2022-10-27 14:56   좋아요 0 | URL
지금 이 나이 되어 저 어릴 적의 사진을 보니 낯설더라고요. 오, 나다! 하면서도 그런데 난가? 싶고요. 어릴적에 똘똘하고 야무져 보였건만 지금은 왜 어째서... 이런 생각도 했고요. 하핫.

독서괭 2022-10-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사할 줄 어떻게 미리 알고 거절부터 ㅋㅋㅋㅋ
힘들 때 일하는 게 도움이 돼죠! 한없이 땅파고 들어가지 않게 해주니까요. 락방님 똑순이 사진에 저도 웃고 갑니당 ㅎㅎㅎ 아무책이나 넣은 것도 넘 웃겨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4:57   좋아요 1 | URL
일이 도움이 될 줄 몰랐는데 도움이 됐다는 사실에 놀랐고 또 좋았어요. 이로써 우울로 침잠하려고 할 때 저를 구할 방법을 하나 더 알아낸 것 같아요. 어떤 우울함을 맞닥뜨린다면 일이 도움이 된다!
독서괭 님, 노동의 힘을 믿습니까!!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0-2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똑순이 닮았네요?ㅋㅋㅋ
와...저 카리스마 눈빛과 야무진 입!!!
이후 모습은 가히 상상해 볼 순 없지만, 저 모습이 어딘가에 남아 있겠죠??^^
그리고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출근해서 무언가에 몰두하시는 모습!!! 정말 현명하신 판단!!! 반사 받지 않겠다는 말씀도 역시 부장님 답다!! 그러면서 엄숙하게 좋아요! 눌렀는데..... 전 잠자냥님 댓글에 커피 뿜을 뻔했네요ㅋㅋㅋ
알라딘 서재 화제글에 증명 사진이 올라갔나요??ㅋㅋㅋㅋ
개구쟁이 잠냥님!!ㅋㅋㅋ
근데 좀 궁금하긴 합니다.
다들 근엄한 책 이미지 속에서 저 야무진 눈빛의 어린이 사진이 딱!!! 건재하고 있던 그 시각 모습!!!
가히 상상은 되옵니다만, 상상하니 웃기네요ㅋㅋ 아무 책은 더 웃김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4:58   좋아요 1 | URL
제가 사진 하나 떠억- 하니 올릴 때만 해도 화제의 서재글에 제 사진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해가지고 완전 당황스러웠어요 ㅋㅋㅋㅋ 부랴부랴 노동의 힘!! 책을 넣었습니다. ㅋㅋ
이상 똑순이 과거를 가진 안똑순이 어른 다락방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2-10-27 14: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어릴때부터 표정이 카리스마가.... ^^
일상의 힘이 정말 세죠. 그래서 지극한 슬픔을 겪어도 우리들은 살아갈수 있는거같아요. 힘내서 화이팅하며 오늘은 오늘의 일을.^^

다락방 2022-10-27 14:59   좋아요 1 | URL
친구가 어제 일상의 루틴을 그대로 살라고 했는데, 그 말이 해답이었어요, 바람돌이 님. 제가 가진 루틴 그대로를 해내는 것, 그것이 제 일상의 회복을 돕네요.
저도 저 표정 보고 아니, 어린 아이 표정이 이거 어쩐 일이야, 애가 예사롭지 않군! 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2-10-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랑 사진이 딱이네요. 사진이랑 책은 잠자냥님 말씀처럼 엄한 거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덕분에 저도 한바탕 웃고 갑니다. 사진 속의 이런 똘똘함이라는 거는, 쉽사리 없어지는 거 아니잖아요.
평생을 똘똘하게 사신 다락방님 칭찬합니다.

다락방 2022-10-27 15:00   좋아요 0 | URL
저 사진 보니까 완전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는데 지금은 왜이렇게 멍청하고 게으르고 ... 하아- 왜 저대로 크지 못했을까요? 지금도 저때처럼 똘똘하고 야무지다면 좋을텐데요. 지금은 정말이지 아주 많은게 달라졌네요. 절 이렇게 만든건 시간이란 몹쓸 놈....이겠죠? 아니면.... 식욕이 그런 것인가.....

아무튼 단발머리 님의 칭찬은 가슴에 담겠습니다. 충! 성!

blanca 2022-10-27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광이 탁월합니다. 예사롭지 않아요. ^^

잠자냥 2022-10-27 16:09   좋아요 0 | URL
안광에서 빵 터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27 16:14   좋아요 0 | URL
안광(!)이 탁월한 저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 알라딘 중독자가 됩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0-27 16:21   좋아요 0 | URL
오늘은 무슨 책을 살까 *희번덕*

2022-10-2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27 2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10-27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데 똑순이 아는 분들은 나이가 어떻게…..????

다락방 2022-10-28 07:35   좋아요 1 | URL
저 올해 스물넷입니다!(아니 나 둘이었나요? 스물이었나??)

잠자냥 2022-10-28 16:42   좋아요 0 | URL
늙으면 자기 나이도 잘 모른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