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 삼총사 3
엘리자베스 뱅크스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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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너무 뻔한 ‘여.자.스.파.이.‘로 시작해서 실망스러웠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다. 마지막에 ‘앤젤들‘ 때문에 눈물날 뻔 했잖아. ㅜㅜ (오, 쓰러진 자들이여, 그리고 연대하는 자들이여!) 자막 올라가면서 나오는 짜투리 영상은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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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김서령'은 1950년대에 태어났다. 경북안동 출신인데, 어릴적 살던 집은 사랑채가 따로 있는 집이었다. 아버지는 가끔만 찾아오는 곳에서 김서령의 어머니는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게다가 거의 하루 온종일을 부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그런 삶을 살았다. 외동딸 하나를 두고 어쩌다 사랑에 찾아드는 남편을 기다리는 삶. 게다가 그 남편은 '작은년'까지 둔다. 남편의 작은년에 대해 속이 상하지만 화를 낼 수도 이혼할 수도 없고, 자기의 언니를 찾아가 눈물을 흘리는 것만이 고작이다.


김서령의 글은 '글맛이 상당하다'는게 어떤건지를 알게 해주는 글이었다. 어떻게 매꼭지 이렇게 글을 썼을까, 한글을 어떻게 이리 다루나 싶을 만큼 감탄이 나오는 맛깔스러운 글을 써냈다. 김서령은 덤덤하게 자신의 엄마와 고모의 삶을 기술하지만, 읽는 나는 딥빡이 온다. 


고모의 이야기도 그렇다. 고모는 어린시절 결혼해 사랑채에서 남편과 보낸 시간이 20여일 남짓. 사회주의자가 되어 북으로 넘어간 남편을 기다리며, 고모는 시아버지의 삼시세끼를 50년간 차리고 살았다. 56년만에 고려호텔에서 이북에 사는 남편을 만나게 된 고모는, 그 남편이 평양에서 3남 1녀를 두고 살고있다는 걸 알게된다. 자신의 나이 77세까지 남편도 없는 집에서 혼자 시아버지 밥을 챙겨 드렸는데(시아버지는 99세까지 사셨다), 남편은 평양으로 가 새로운 여자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거다. 고모는 아이도 없었고 남편도 없었다. 그렇게 시아버지 밥만 챙기며 살았다. 주먹을 쥐고 가슴을 퍽퍽 치게 만드는 삶이 그 안에 있었다.


여자 개개인들의 이야기들로도 그렇지만 여자들 전체의 삶을 봐도 정말이지 한숨밖에 안나온다. 곶감 얘기엔 딥빡이 왔는데, 그러니까 감껍질을 까서 말려두는게 곶감인데, 그 곶감은 남자들에게만 나가고 여자들에게는 감껍질 말린 것만 허락된다는 거다. 어처구니가 없네. 감껍질 까는 것도 여자인데 알맹이 쳐먹는 건 남자들의 몫인거다. 게다가 어쩌다 오는 남편은 손님을 맞이하다가 '국수 먹고 가' 라고 하면, 아내는 잽싸게 일어나서 반죽을 하고 국수를 만들어내야 하는거다. 아내에게 '우리 국수 좀 해줘요'라고 말한 것도 아니고, '우리집 국수 먹고가' 이 말에 눈치채고 일어나야 하는거다. 진짜 ..남의 아버지 욕하기 싫지만 정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양반자제이지만, 너무 쌍놈이란 욕밖에 나오질 않는다. 물론 남편만 그런건 아니다. 게다가 이 남편은 어쩌다 집에 오는 주제에, 시원한 무를 간식으로 먹고 싶으면 그냥 사랑채 방문만 탁 열면 되었다. 그러면 아내는 아, 무 가져오라는 소리구나 하고 벌떡 일어나 무 썰어다 갖다줘야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남편만 그런건 아니다, 당연히. 이 남편이 어찌 이런 삶을 살게 되었겠나. 다 어른들 보고 배운 탓이지. 며느리에겐 돌아가지 않을 갈치를 혼자 삭삭 먹고서는 '갈치는 얕은 맛이 있어놔서'라고 흠흠 거리는 어른도 있다. 



무는 반찬거리이기도 했지만 간식이었다. 겨울밤 아버지가 사랑채 큰 방문을 탁 열면 엄마는 그게 무 하나를 잘라 오라는 소리인 줄을 자동으로 알아들었다. 아무 말 없이도 그저 사랑방 문이 바람벽을 탁 치는 소리가 나기만 하면 엄마는 어둠을 아랑곳하지 않고 부리나케 남쪽 무 구덩이로 달려갔다. (p.118)


고모는 몇 해 전 평양을 다녀왔다. 1949년 솜을 두둑하게 둔 명주 한복을 밤새워 지어 꿀 한 병과 함께 들고 갔던 서대문형무소에서의 면회 이후, 실로 56년만에 고려호텔에서 남편을 재회한 것이다. 고모부는 평양에서 3남 1녀를 두고 살고 있었다. 유교에서 사회주의로 곧장 건너가버린 그 대책 없는 좌익 노인은 평생 자식도 남편도 없이, 시부모를 공양하며 종가를 지켜온 옛 아내를 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되레 울지 않은 건 고모였다. (p.152)



"여자는 맵씨(맵시), 솜씨, 말씨, 맘씨의 네 씨를 갖춰야 부모 흉을 사지 않지만 그 네 씨의 근본은 음식 솜씨니라"라는 말과 "무 하나로 상에 올릴 수 있는 반찬 가짓수가 많을수록 맵짠(알뜰하고 솜씨 좋은)계집"이란 훈계를 귀가 닳도록 들었다. (p.182)





배추적은 '깊은 맛'을 가진 음식이었다. 깊은 맛을 설명하려면 할 수 없이 얕은 맛을 들고 나와야 한다. 깊은 맛이란 게 도대체 뭐냐? 물으면 '얕은 맛'과 반대라고 대답하는 게 최선이란 소리다. 얕은 맛이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갈치 한 마리를 구워 가운데 토막을 할배 밥상에 올린다. 얼마 후 할배가 상을 물리면 접시에 앙상한 갈치 뼈가 드러난다. 앙상한 가시를 며느리 앞에 내놓기 민망해진 할배는 헛기침을 하며 떠듬떠듬 변명하신다.

"갈치 이놈은 얕은 맛이 있어 놔서 …… 큼큼 ……."

점잖은 어른이 생선 가시를 깨끗이 발라 드신 건 체면을 잊은 행위다. 어쩌면 혀에 대고 쪽쪽 빨았을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불경스럽다. 얕은 맛이란 그렇게 혀에서만 단, 달게 먹고 난 후엔 조금 민망해지는 그런 맛이다. 간사해서 사람의 혀를 지배하는 맛이다. 어쩌면 살짝 '죄'의 냄새가 깃든! 식욕이되 성욕과도 흡사하게 허망하고 말초적인 맛이다.

그러나 깊은 맛은 반대다. 먹고 나서 전혀 죄스럽지 않다. 빈접시가 부끄러울 리도 없다. 양념장이 없으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 종류의 밍밍한 맛이다. (p.15-16)




양반이란게, 군자란게 도대체 뭘까. 이런 문장도 있었다.



"글을 읽는 자가 어찌 음식을 탐해?"란 이데올로기가 안동엔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이밥을 수북이 퍼놓고 아귀아귀 퍼먹어서는 선비일 수 없었다. 그건 거꾸로 밥을 수북이 퍼담을 만한 재력이 없었기에 궁여지책으로 만들어낸 합리화일 수도 있다. 삶의 남루함을 군자라는 추상으로 외면하거나 미봉하려 했다는 심증이 가기도 한다. (p.111)



글을 읽는 나는 음식을 탐하는데, 이건 뭔가 어긋나는 것인가보다. 그러보고니 나의 아빠는 내게 종종 그러셨다. '술을 좋아하면서 책읽는 것도 좋아하는게 참 특이하다'고. 둘 중 하나만 좋아하는 건 평범하지만 그 두 개를 함께 좋아하는 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였다. 아빠는 내가 책읽는 걸 몹시 좋아하고 자랑스러워 하셨지만, 그래도 자꾸 집에 택배로 책이 도착하니 종국엔 짜증을 내셨다. 지금은 책을 사무실에서 받고 있고 그래서 사무실 책상 한 귀퉁이에 책이 쌓여있다. 나는 가방에 한두권씩 넣어 집으로 나른다. 인생 뭘까?

아무튼 나는 글을 읽으면서 음식을 탐하는 그런 사람이다. 지금도 점심에 매운 육개장을 먹을 생각에 몹시 흥분된다. 날씨도 더운데 매운걸 먹으니 아마 목덜미에 땀이 흐르겠지. 손수건을 가지고 나가야겠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이 책, '김서령'의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는 그런 시대를 그리고 그 당시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 고모부를 딱히 비난하거나 하는 책은 아니다. 김서령은 덤덤하게 그저 자신이 보았던 것을, 살아왔던 삶을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삶이란게 너무 기막혀서 읽는 내가 빡치는거지.


아무튼 다 읽고나니 밤..밤이 먹고 싶어서, 나는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에 가 맛밤을 샀다.

지금막 커피랑 맛밤을 한 봉지 먹었다. 히힛.




그러고보니 나는 '글을 읽는 자가 음식을 탐하는'게 아니라, '글을 읽었기 때문에 음식을 탐하는' 사람인게 아닌가.. 나여..





이시대 최고의 명저, '이유경'의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읽으면서 도넛츠를 먹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고 말한 독자를 내가 알고 있다.

무릇, 읽는 자가 탐하는 것.

그것이 독서의(혹은 삶의) 진리.












이 책의 리뷰대회가 있다고 해서 참여할려고 부랴부랴 읽기 시작했는데 몇 장 안읽고 리뷰대회 참가는 포기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 책의 독서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저 읽을까 말까 엄청 고민하고 있다.












나의 인스타그램의 팔로잉 목록에는 요기니가 많은데, 그 틈을 비집고 '크리스 햄스워스'가 있다. 크리스 햄스워스는 가끔 운동하는 영상을 올려주는데, 나는 요기니들의 요가수련을 보는게 너무 좋고 크리스 햄스워스가 운동 영상을 올려주는게 너무 좋은거다. 며칠전에는 트레이너로 보이는듯한 사람과 함께 운동한 영상이 너무 좋았는데, 넷플릭스에 들어가니 크리스 햄스워스의 새로운 영화 《익스트랙션》이 있더라. 아, 이 영화 홍보차 그런 영상을 올렸는가 보구나. 마침 운동 많이한 사람의 액션 영화를 보고싶기도 했던 터라 줄거리를 보니, '용병'이 '자아성찰'을 하는 내용이라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나 운동 열심히 하는 사람의 액션인데, 무려 자아성찰까지 한다고? 나는 이 영화를 당장 다운받았고, 그렇게 보았는데,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 엄청 죽이는 영화였다. 용병이 돈 받고 하는 일이 납치된 아이를 구하는 일이니, 사람을 죽이는 액션임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아성찰은 언제 나오나, 이제나저제나 자아성찰 기다렸는데, 구하고자 하는 아이를 위해 이 한 몸 충실히 바치는 그것이 바로 자아성찰인가 보았다. 아이 하나를 구하기 위해서 인도 국민의 절반쯤을 죽이는 것 같은데, 아이를 구하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또 거기에 최선을 다하여야 겠지만, 조직폭력배의 그 수많은 부하들과 조직폭력배에 협조하는 인도의 경찰과 군인들까지 싸그리 죽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왜 죽는지는 알고 있을까?


공권력도 이미 조직폭력배와 손잡고 있는 상황이라 용병 하나 잡자고 다리도 봉쇄하고 경찰 군인 다 내보내 공격하는데, 경찰과 군인들은 자기가 공격하는게 누구인지, 무엇 때문에 여기서 총을 쏘다가 죽어야 하는지, 알까? 시키니까 해야되겠지, 하면서 죽어가는 그 상황에서, 과연 자신의 죽음에 대한 명분이 뭐라고 생각할까?



납치된 아이는 인도 조직폭력배 보스의 아들이다. 인도 내에서 큰 폭력배1팀과 2팀이 서로 맞서는데, 폭력배 보스의 아들로 산다는 것은 이렇게 납치될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엄청난 부자라서 커다란 집에서 좋은 자가용 타고 다니지만, 자유롭지 못한것. 게다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고. 가난한 아이들은 어쩔수없이 조직속에 들어가게 되는데, 거기에서 온갖 협박에 목숨이 똥값이 되고, 목숨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보쓰의 눈에 들어야 하며, 그래서 어린나이부터 총을 쥐고 혹은 칼을 쥐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실행한다. 자신의 결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이겠다며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언제나 어디서나 가난한 사람들은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고 목숨을 구할 가능성은 낮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자신을 구해줄 어른도 없고 공간도 없는데 그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게 무얼까. 그렇게 폭력 조직으로 들어가 어린 나이에 사람을 죽이는 어른으로 자라는데, 거기서는 또 어떻게 빠져나오나. 가난한 사람에게는 도처가 늪이다.



이 영화 포스터 가져오려고 검색하니 맨 위에 있는 평들이 이 영화를 극찬하더라. 나는 별로였다. 크리스 햄스워스 멋있다고 해주는 영화였다. 이 멋진 용병 남자를 보아,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기 한 몸 희생하는 이 멋진 어른을 보란 말이야! 흠..






그런한편, 친구가 추천해준 영화 《스펜서 컨피덴셜》은 재미있었다. 보면서도 몇 번 웃었는데, 액션인데 피식 웃는 장면 나와서 재미있었다. 특히나 '저기 저 덩치 큰 인간이 고양이를 죽여서 사람을 협박하고 결국 그 사람도 죽였다'는 말에 '고양이를 죽였다고?' 화난 멤버가, 그 고양이 살해범의 엄청나게 고가인 스포츠카에 고양이 얼굴 스크래치를 낼 때에는 너무 좋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는 내게 이 영화 재미있다고 추천해주면서 "여자 친구가 나오는데, 그 여자친구가 되게 독특하고 ... 대단해." 라고 하길래, 뭐가 어떻게 대단한데? 했더니, '그건 보면 알아' 하는게 아닌가.


- 엄청난 글래머야?

- 음..

- 페미야?

- 음..

- 그럼 뭐가 어떻게 대단하다는거야!

- ㅋㅋ 그냥 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대화를 한 게 아닌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대단해. 대단하다는 말에 걸맞지 않게 사실 여자친구 등장씬은 얼마 안되긴 하지만, 성격강한 연상의 여자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친구가 그래서 그랬구나,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익스트랙션》보다 재미있었고, 이건 2편도 나왔으면 좋겠다. 암튼 여자친구는 연상이 짱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겨들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운동과 요가에 대한 말이 나와서 말인데, 어제 한 요가영상을 살짝 추천하련다. ㅋㅋ 이건 요가가 아니라 맨몸 웨이트라고 해야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지금 허벅지 안쪽 근육통이 상당한데, 1시간짜리 영상이고 본격 운동은 45분 정도이다. 뒤에 15분은 명상. 처음 시작부터 빡세게 시작하기 때문에 18분에 영상을 멈추고 좀 쉬어야했다. 내가 보통 요가에 대한건 네이버에 쓰기는 하지만, 이건, 보통 맨몸운동, 홈트 하려는 사람들도 해보면 좋을것 같아서 ㅋㅋㅋ 플랭크, 사이드플랭크의 자세가 어떤건지 아는 사람들이라면 기꺼이 해볼만하다. 엄청난 근육운동이다. 평소 운동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라면 다 따라하기 힘들것이고, 운동 했던 사람들이라도 다음날 근육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때요, 도전의식 느껴지지 않나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지난 연휴중에는 제부 생일이 있어서 제부네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 식구들이야 평소 생일선물을 통장에 현금으로 보내는터라, 이번에도 선물을 보냈는데, 누군가의 집에 방문하면서 빈손으로 가는건 실례잖아, 이번엔 무얼사갈까, 하다가, '제부가 꽃다발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 꽃다발을 예약해 주문해 두었다. 꽃다발을 찾아오면서 제부가 좋아하는 '크리스피크림'도넛도 샀다. 제부네 집에 도착해 생일 축하한다며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리고 꽃다발 받아본 적 있냐고 물으니 각종 행사에서 받아본 적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받아보는 건 처음이라 했다. 좀 뒤늦게 꽃다발을 본 여동생은 '그거 나 주려고 한거야?' 했더니, 제부는 '아니야, 내꺼야, 나 주는거야' 했다. 나는 응, 제부 주려고 산거야, 너 아니야. 라고 말했다.






어제는 동네 스벅으로 나가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스벅1도 사람이 바글바글 스벅2도 바글바글 스벅3도 바글바글했다. 스벅 카드를 가지고 있는터라 스벅을 가고 싶었는데... 그러다가 나는 우리동네 지하철역에 얼마전에 <투썸플레이스>가 생겼다는 걸 기억해냈다. 옳지, 거길 가보자! 마침 내게는 씨제이포인트가 좀 있다! 그렇게 들렀는데, 와, 분위기부터 너무 좋았다. 천장이 높았고 빈 자리가 많이 보였다. 포인트를 이용해 아메리카노를 주문해와 앉아 책을 읽는데, 간혹 빵 데우는 냄새가 날 때면, 와, '나 행복해'라는 느낌이 절로 들어버리는 것이다. 앞으로는 여길 와야지.






열심히 먹고, 마시고, 읽고, 쓰고, 운동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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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05-06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 햄스워스 는 미국에서는 완벽한 남자로 추앙(?)받는다는 말을 듣고 사실 좀 의아. 금발에 잘 생긴 체격 좋은 백인 남자. 부인과 연애해 결혼해 아이 셋 두고 가정적이기까지 한 남자. 게다가 유머까지 겸비했다고.. 워낙 근육질을 안 좋아해서 공감은 안 갔지만, 뭐 그런가? 싶은. 저 영화의 용병남자로는 적합해보이네요 ㅎ

저도 이제 담달부터는 코로나 대응수준도 좀 떨어진다고 해서 요가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있어요. 워낙 오래 쉬어서 몸이 접혀질 지 의문이지만 (사실 살이 넘 쪄서 앉아 있기도 힘든데) 그래도 요가는 좋아 하면서 해보려구요.

다락방 2020-05-06 14:33   좋아요 0 | URL
ㅋㅋ저는 크리스 햄스워스가 잘생겼다는 생각은 1도 안하는데 말이지요 ㅋㅋㅋㅋㅋ 그런데 미국에서 인기있다는 말에는 왜인지 알것 같네요. 용병 남자로는 매우 적합했고 그래서 보고 싶었는데 성찰은..잘 모르겠고 영웅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런 캐릭터를 본인도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5월 요가도 쉬려고요. 요가센터 수업 사진 보니까 다들 마스크 착용하고 수업하더라고요. 마스크 착용하고 일상생활하는 것도 너무 싫은데 요가까지 그러고 해야하나 싶어서 생각날 때마다 집에서 해보려고 합니다. 사실..집에서는 잘 안되기는 해요. 하기싫고.. 센터 가야 비로소 일주일에 단 며칠만이라도 한시간씩 운동하긴 하는데..집에서는 잘 안하게 되네요. 역시 운동은 의지의 문제인가 싶고요 ㅠㅠ 집에서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하던데..아무튼 비연님 화이팅입니다!!

psyche 2020-05-06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 좋아하면서 책 읽는 사람 여기 또 있는데요? ㅎㅎ 지금은 예전처럼 많이 못 마시지만 젊을 때는 유명한 주당이었는데 술만큼 책도 많이 읽었다죠.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도 한 술 하시는데 책도 많이 읽으세요. 쓰다보니 술과 책이 잘 어울리는 듯? ㅎㅎ

다락방 2020-05-06 14:34   좋아요 0 | URL
저도 생각해보면 술과 책이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혼자서 술도 마시고 책도 읽고 .. 뭔가 너무 완벽한 시간을 보내는 방법 아닌가요? 홀짝홀짝 거리면서 책 읽는거 말예요. 크- 너무 완벽하네요. 하하하하하하.

우리 건강을 유지합시다, 프시케님. 그래야 술도 계속 마시고 책도 계속 읽지요!

보슬비 2020-05-06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맛밤 좋아해서, 스벅에서 맛밤 사먹어봤어요. 양이 적어서 몰래 몰래 저 혼자 먹었네요. ㅋㅋㅋㅋㅋ
사실 맛밤 좋아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어서 다행인지도.

다락방 2020-05-07 08:35   좋아요 0 | URL
오, 스벅에서도 맛밤을 팔아요? 저는 편의점에 사러갔는데 마침 2+1 행사더라고요. 그래서 세 개 사서 아버지 하나 드시라고 드리고 나머지 제가 먹었어요. 맛있었어요! >.<
 















엄마는 각종 반찬들과 또 정육점의 고기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놀다 오시겠다고 시장에 나가셨다. (응?) 

나는 좀전에 나가서 내일 먹을 김밥 재료를 사왔다. 김밥 싸야지. 엄마는 '너 또 스트레스 받으려고 그래, 그냥 사먹어' 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런 엄마에게 '여자가 한 번 말했으면 지켜야지!, 한다면 하는거야!' 하고는 기어코 나가서 김밥 재료를 사온 것이다. 김밥 재료를 사고, 무슨 기획전이라는 저렴한 와인도 사고, 연휴중에 하루는 이모가 놀러올 거라 이모가 좋아하는 맥주도 좀 샀고, 그리고 빵도 좀 사왔다. 

집에 돌아와서는 손을 씻고 커피를 내리고 빵을 썰어두고서는 여성성의 신화 리뷰를 썼다. 정말이지, 좋은 시간이다. 한적한 오후, 빵과 커피, 그리고 책과 글쓰기... 정말이지 아름다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삶은 순간순간 반짝이는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것을 온전히 즐기는 삶. 그렇다면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속에서도 반드시 반짝이는 순간을 캐치할 수 있게 될테니까. 거창한 게 아니어도, 또 사람이 주는 게 아니라도, 내가 나 스스로에게 가슴 가득 충만한 그런 행복한 순간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좋은가. 오후, 빵, 커피, 책.... 진짜 샤랄라 해피니스 아닌가.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를 시작하고 1년을 넘기면서 나는 매달 완독했다. 멤버중 유일하게 나만, 매달 해당도서를 완독하는 열정(!)과 성실성을 보였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이 모임 자체를 주선한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서 오는 책임감은 내가 게으르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지가 하자고 해놓고 지가 못읽어'라는 말 같은 거 내가 너무 듣기 싫어하는 말이고, 또한 '내가 하자고 했는데 내가 못읽네' 하고 나 스스로에게 쪽팔리는 걸 내 스스로 견딜 수 없어하기 때문에 나는 아마도 이렇게 성실하게 매달 책읽기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번 4월도서를 말일을 하루 앞두고도 다 읽지 못해 초조해서 퇴근후에 까페에 들러 읽기 시작했다. 배고플까봐 샌드위치까지 먹고 온거였는데, 그렇게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데, 아아, 멤버중 한 명이 이 책을 읽고 있다가 배고프다고 육개장을 먹으러 간다는 게 아닌가. 그 순간 멤버들중에 나를 포함 세 명이 이 책을 동시에 읽는 중이었다. 한 명은 오므라이스를 먹은 뒤였고 한 명은 배가 고픈채였고 한 명은 샌드위치를 먹은 뒤였는데, 배고픈 멤버가 육개장을 먹으러 가서는 아니, 육개장의 사진을 보내는 게 아닌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나는 육개장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고파졌다. 샌드위치, 그거 양도 얼마 안됐어. 그렇지만 나는 샌드위치로 오늘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건데 갑자기 밥을 먹으면 어떡해. 게다가 먹을 거면 일찍 먹었어야지,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밥을 먹겠다는 거야? 안돼 참아, 계속 책을 읽어라, 나여!! 하다가 가방 싸들고 육개장 집으로 향했고, 주문하고 음식을 받은 시간은 20:42 ...



내가 주문한 건 매운 육개장이었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평소에 육개장을 좋아하지 않고 엄마가 만들어도 나는 육개장을 잘 먹지 않는데, 아니, 어젯밤의 그 육개장 왜이렇게 맛있어. 게다가 다 먹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도착했는데 뱃속이 편안하고 따뜻하다. 너무 늦게 먹었지만 뭐랄까, '아, 되게 잘먹었다, 먹기를 잘했다'는 느낌이 드는거다. 내 속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준 느낌적 느낌... 그래서 나는 힘을 내어 책을 계속 읽기로 한다. 4월 말일이 되기 전에 이 책을 반드시 다 읽겠다! 그렇게 나는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책을 들고 침대로 향했다. 침대...는 무엇인가요? 침대에만 들어가면 왜 졸려요? 나는 졸음이 쏟아지는 걸 참아가며 읽고 또 읽고 넘기고 또 넘기고, 그렇게 새벽 한시를 넘기면서 이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4월 30일 01:00... 되시겠다. 내친 김에 리뷰를 쓰려고 했지만 진짜 너무 졸렸다. 평소에 내가 잘 시간을 넘겼으므로 더이상 버틸 수가 없어. 나는 이 책을 완독하고 잠이 든다. 딥슬립...은 아니었지만 어쨋든 잤다.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는 다른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들과 마찬가지로 읽기를 잘한 책이었다. 해답이 교육이라고 하는 부분에서 너무 짜릿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래, 공부해야해, 여자들아, 공부하자! 배워! 공부해! 교육이다! 막 이런 마음이 되었고, 해답이 교육이라고 말해준 베티 프리단에게 너무 고마운거다. 그런데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부분은 사실 내 개인적으로 이 결론에 앞선, <13 박탈당한 자아> 꼭지였다. 제목은 박탈당한 자아이긴 하지만, 우월감을 가진 사람에 대해 계속 기술한다. 이 꼭지에서 가장 많이 가져온 연구 결과는 1930년대 후반의 '매슬로 교수'의 것이었다. 섹슈얼리티와 '우월감', '자아 존중', '자아 단계'의 관계를 연구한 결과인데, 이 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나는 일전에 남자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회사 동료에게 '니 삶의 우선순위와 유일한 가치가 남자친구이기 때문에 그렇게나 괴로운거다, 니 삶의 목표를 여러갈래로 찢어라' 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바라보고 사는게 단 하나라면, 그 하나가 무너졌을 때 나 역시 무너지지 않겠는가. 나는 동료에게 남자친구 말고도 널 살게할, 너를 기쁘게 해줄 다른 것들을 더 찾아보라고 말했었다. 그렇게 남자친구만 보며 살지 말라고. 이건 무슨 가치이든 마찬가지다. 단 하나라면, 그 하나 때문에 내 삶이 무너지기가 너무 쉬운 거다.  이 책에는 섹스에 집착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도 나오는데, 자신의 가치 혹은 삶의 기쁨이 섹스인 사람이라면, 그 섹스에 더 열중하게 되고 최선을 다하게 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섹스에 만족할 확률은 적다는 거다. 그리고 섹스에 만족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또 괴로워지기 시작하는거다.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매슬로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서 자신에 대한 '우월감'이 높은 여성이 성적 만족감을 더 크게 느낀다는 걸 밝혀냈다. 뭐 이건 그냥 아는거라서 굳이 연구까지 해야했었나 싶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당연한 거다. 이를테면 다시 섹스얘기로 돌아가서, 남자들 중에는 특히 유독 더 섹스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섹스 영상을 뒤져보려고 하고 더 섹스를 잘하고 싶고 더 섹스를 많이 하고 싶고, 그래서 많은 여성과 섹스한 게 자랑이고.... 그러니까 섹스섹스 하다가 섹스로 망하게 되는거다. 하지 말아야 할 짓까지 하게 되고, 그렇게 이섹스 저섹스 섹스천국 섹스만세 하노라면, 내 여자친구와의 섹스에서 만족감을 느낄 확률은 매우 적어지는 거다.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여자친구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자꾸 요구하게 되기나 하고. 게다가 분명 여자친구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데 섹스하고 나면 왜이렇게 공허할까...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이다. 


반대로 섹스에 미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하는 게 좋고, 하고 싶고, 하면 즐겁지만, 하지 않는 매순간에 섹스섹스 머릿속이 온통 섹스로 가득해~ 이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사는 것. 돈도 벌어야 하고 운동도 해야 하고 타인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하고. 세상엔 내가 에너지를 쏟을 게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자아실현을 위해 자기계발을 위해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삶을 이런 형태로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 같은 다른 많은 생각들이 있는 사람이라면, 내 귀에 섹스.. 이렇게는 안되는거다. 섹스는 삶에 있어서 부차적인 것이 되는거지. 매슬로 교수의 연구에서는, 그렇게 섹스를 부차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섹스에 만족감을 얻고 오르가슴을 느낄 확률이 매우 크다고 말하는 거다. 아니,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내 경험을 놓고 봐도 섹스에 안미친 남자가 섹스를 가장 잘했다.



무엇보다 '우월감이 강한 여성' 에 대한 매슬로 교수의 모든 연구결과들이 하나를 가리켰다. 뭐냐, 나다. 나는 읽다가 '뭐야, 내 얘기하는건가' 했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까페에서 읽다가 다이어리에 메모했다. '내 얘기 하는 줄?' 이렇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몇 구절 가져와보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매슬로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자아실현에 성공한 사람들이 항상 삶에 사명감을 느끼고 헌신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이 사명감은 거대한 세계 속에서 그들을 살아가게 하며, 매일매일 살아가는 매우 소소한 것들에 대한 개인적 느낌과 선입견을 넘어선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삶에서 어떤 임무를 가지고 있고, 성취해야 할 과업이 있으며, 외부에는 자신들의 에너지를 대부분 쏟는 어떤 문제들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과업들은 개인적이거나 이기적이지 않으며 일반적인 인류의 이익이나 일반적인 국가의 이익에 관심을 가진다. 보통 기본적인 문제와 영속적인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가능한 한 광범위한 참도의 틀에서 살아간다... 

그들은 넒고 작지 않으며, 일반적이고 지엽적이지 않으며, 순강적이기보다는 지속적인 가치관의 틀 안에서 일한다. (p.555)



매슬로는 더 큰 세상에 살며 자아실현을 달성하는 사람들은 어찌된 일인지 그날그날의 삶을 즐기는 것과, 그들만이 유일한 세계인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날 수 있는 사소한 일에 결코 지루해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런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진부한 경험이 된다 해도 경외, 즐거움, 경이, 심지어 황홀감을 가지고 새롭고 소박하게 삶의 기본적인 것들을 계속해서 감상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또한 ˝성적 쾌락은 자아를 실현하려는 사람의 가장 격렬하고 황홀한 완벽함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는 강한 인상을 준다.˝고 보고했다. 더욱 넓은 세계에서 개인의 능력을 성취하는 것이 성적 환희의 새로운 전망마저 열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섹스나 사랑도 인생을 추동시키는 힘은 아니다.(p.556)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에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p.557)




자아실현에 힘쓰는 사람들, 우월감을 가진 사람들은 고차원적인 욕구를 가지고 살아간다. 매슬로 교수는 이런 사람들은 섹슈얼리티의 부재를 쉽게 인정한다고 한다. 그래, 없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는 거다. '고차원적인 욕구 수준에서 산다는 것은 기본적인 욕구의 좌절과 만족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받아들이며,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쉽게 소홀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또한 그들이 기쁠 때 진심으로 즐기도록 한다. (p.556)



우월감을 가진 사람들이 무엇보다 삶에 있어서 습관적으로 어떤 임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함께 하는 사람들, 그들 모두가 삶에 있어서 습관적으로 어떤 임무를 가지고 살아가는 게 아닌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들. 4월이 하루 남았다고 다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책을 읽고 끝마치려는 사람들. 아, 정말 내가 성공했지만, 내가 멋지다. 뭐랄까, 뭐가 돼도 될 사람이야, 정말. 이런 습관적임 임무를 가지고 있다는 게 사실 내게도 좋다. 매일 책을 읽는 것도 그렇고 글을 쓰는 것도 그렇다. 어제 퇴근 후에 까페에 들러 책을 읽고 있다고 했더니 여동생은 '언니 피곤하지 않아? 여태 회사에서 일했잖아' 라고 물었다. 나는 여동생에게 '이렇게 책 읽는 시간을 잠깐이라도 부러 내지 않으면 내 스스로가 견딜 수 없는 기분이 돼' 라고 말했다. 특히나 일이 고되고 지칠수록 책읽기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는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도 많았고, 그래서 평소보다 늦게 끝났다. 이럴 때 나는 꼭 부러 책을 읽는 시간을 내고 싶어진다. 그렇게 읽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들을 메모하고 이렇게 글로 써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우월감을 가진 사람들은 관계 유지도 잘하고 또 사랑도 더 단단해진다고 하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내가 그랬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 있어서는 오래 사랑했다고 애정이 식는게 아니라, '매일매일 어제보다 더 사랑해' 라는 마음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렇게 상대를 사랑하는 나 자신에 대한 만족도도 함께 커져간다. 사랑은, 그러니까 내가 하는 사랑은, 상대와 나에게 동시에 기쁨을 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매슬로 교수가 연구한 결과에 나오는 그 '우월감을 지닌 여성'에 다름아닌 것이다.



아... 멋져. 매일매일 나는 스스로 내가 너무 멋져서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매슬로 교수는 사람들 모아놓고 연구를 한건데, 그냥 나만 관찰해서 써도 충분히 연구결과가 나온다. 우월감을 지닌 여성이 어떻게 사는지, 어떤 태도로 사는지 다 알 수 있어. 




어제 엄마는 아빠와 동네 지인분과 함께 쑥과 미나리를 캐러 다녀오셨다. 집에 미나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나는 엄마에게 '그렇다면 미나리 삼겹살을 먹자!' 했고, 그래서 엄마는 돼지고기를 사러 가신 거다. 으하하하하하하핫. 그렇다. 우월감을 가진 여성은 매순간 삶의 목표를 하나씩 정해두고 그걸 클리어하면서 살아간다. 오늘 나의 목표는 미나리삼겹살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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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4-3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처님 오신 날 이게 뭐예요! 섹스로 가득한 포스팅이라니! ㅋㅋㅋㅋㅋ 섹즉시공입니까? ㅋㅋㅋㅋ ‘석적 만족감’은 또 뭐예요. ㅋㅋㅋㅋㅋ 김밥 부엌초토화 없이 성공하시길!

다락방 2020-04-30 17:31   좋아요 1 | URL
저 석적 만족감 발견하고 고쳤는데, 아니 고치기 전에 댓글 다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너무 제뽕에 차서 글을 다다다닥 써가지고 오타가 아주 난리가 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섹스로 가득한 페이퍼로 보이시다니... 잠자냥 님 ... 사람은 보고 싶은 걸 보게 되는겁니다. 네? 아시겠어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내일 김밥 안에 들어갈 계란 부칠 생각에 벌써 스트레스 오네요. 크게 부칠까 잘게 부쳐서 썰어서 여러개 넣을까... 세상은 진짜 온통 고민투성이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유부만두 2020-04-30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 덩달아 짝짝짝 치고 싶어요!

다락방 2020-04-30 17:32   좋아요 0 | URL
어느 부분에서 박수일까요. 설마...미나리 삼겹살? ㅋㅋㅋㅋㅋ

2020-04-30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30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20-04-30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다락방님의 이런 면이 좋아요. ㅋㅋ 저도 사실 며칠 전 제 자신이 너무 좋았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나리 삼겹살이 뭐예요? 어떻게 해먹는 거죠?

다락방 2020-04-30 18:03   좋아요 0 | URL
그냥 삼겹살이랑 미나리 같이 먹는거에요. 미나리를 삼겹살과 같이 구워서 먹어도 되고요 상추에 미나리 넣고 구운 삼겹살 넣어 싸먹어도 돼요. 맛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우리 자신을 계속 열심히 좋아하며 삽시다, 블랑카님. 우리가 우리를 좋아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그게 맞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단발머리 2020-04-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나리 삼겹살 사진 찾는 사람,
저 하나 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다락방님.
한다면 하는 사람, 역시 멋져요!!!

다락방 2020-04-30 18:04   좋아요 0 | URL
미나리 삼겹살은... 미나리랑 삼겹살을 같이 먹는 걸 말합니다. 아주 단순해요. 미나리랑 삼겹살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미나리에 쌈싸먹어도 되고 미나리 같이 구워먹어도 되고요. 아 설레어. ㅋㅋㅋㅋㅋ

그치요? 한다면 하는 저는 진짜 멋진 사람이에요. 저는 오늘 제 멋짐에 실컷 취하고 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블랙겟타 2020-04-30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다면 하는 사람, 역시 멋져요!!!
동의하는 사람 여기 또 있습니다.
이 달 안으로 다 읽으신거 수고하셨어요!
...
(그러고 보니 어찌 내가 읽자고 한거같은데....ㅠㅠ)

다락방 2020-05-04 08:09   좋아요 1 | URL
겟타님의 진도는 어디까지 나가있나요?
4월도서 간신히 읽기는 했는데, 저는 5월 도서 시작이 너무 두려워요. 흑인 페미니즘 사상..어쩐지 책장이 잘 안넘어갈 것 같지 않나요? ㅠㅠ 우리가 만날 때에는 모두가 다 이 책을 완독한 후였으면 좋겠어요. 엉엉 ㅠㅠ

아무튼 남은 독서 화이팅입니다, 겟타님!

블랙겟타 2020-05-11 09:21   좋아요 0 | URL
드디어(?) 읽어냈습니다. 4월도서는요. 이제 바로 5월도서 넘어갑니다..
네. 5월엔 반드시 다 읽으려구요.
다락방님도 파이팅!

다락방 2020-05-11 09:58   좋아요 1 | URL
겟타님과 저는 흑인 페미니즘 사상 가장 늦게 시작하는 사람들이겠네요. 언제 시작할거에요? 저는 일단 당장은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ㅋㅋ 겟타님 시작하는거 보고 시작해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20-05-11 15:3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당장은 아니래서... 저는 당장 시작합니다~ ٩(ˊᗜˋ*)و
조금이라도 먼저시작해야지 다락방님이 놀라실 것 같아서요.
곧 무서운 속도로 쫒아오실거라고 보지만요 ㅋㅋ

syo 2020-04-30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 해도 되는 사람 여기 하나 또 있네!
끝까지 자기와의 약속을 지켜내는 사람 ㅎㅎ

다락방 2020-05-04 08:10   좋아요 0 | URL
너무 신기해요. 저는 추진력도 대단하고 머릿속에 다 계획있고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왜 다이어트는 1도 못할까요? 아...이해할 수 없어요.. ㅠㅠ 뭘해도 다 되는 사람인데 다이어트는 안되는 1인.. 휴..

비연 2020-05-01 0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내용보다 미나리삼겹살에 꽂힌 1인.. 여기... (휘릭)

다락방 2020-05-04 08:10   좋아요 0 | URL
미나리 삼겹살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ㅎㅎ 미나리 너무 좋고 삼겹살 좋고 소주도 좋고. 울라울라~ ㅋㅋㅋㅋㅋ

수이 2020-05-0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이미 대강 알기에 미나리 삼겹살 참 신선하구나! 에 꽂힌 1인 여기두......

다락방 2020-05-04 08:11   좋아요 0 | URL
미나리 삼겹살은 엄청 많이들 먹던데 제 서재에 오신 분들은 미나리 삼겹살을 안드셔본 분이 많네요! 어찌된 영문인지... ㅋㅋㅋㅋㅋ 맛있게 먹었습니다!

보슬비 2020-05-0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나리 삼겹살에 낚여, 즐겁게 입질했습니다. ㅎㅎ 은근 삼겹살과 미나리 조합도 꿀조힙죠~^^

다락방 2020-05-04 08:11   좋아요 0 | URL
삼겹살과 미나리 너무 좋죠! 고기랑 야채는 진짜 진리입니다. ㅋㅋㅋㅋㅋ 좋은 술안주 였어요. (응?) ㅋㅋㅋㅋㅋ
 
여성성의 신화 - 새로운 길 위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용기를
베티 프리단 지음, 김현우 옮김, 정희진 / 갈라파고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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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1년에 태어난 '베티 프리단'은 이 책을 1963년에 출간했다. 세상은 여자들에게 집에 있으면서 청소와 요리를 하고 남편과 아이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여자의 역할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대중매체에서도 그랬다. 여자들은 대학을 가지 않거나 대학에 다니다가도 중퇴하고 결혼을 했다. 그러는 것이 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 여겼다. 그렇게 결혼을 해 집안일을 하고 남편 뒷바라지에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분명 이것이 여성이 해야할 일이며 이것이 여성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라고 하는데도 어딘가 공허했다. 분명 누가 봐도 부족할 게 없어 보이는데, 하라는대로 하고 있는데, 살라는대로 살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공허할까. 왜 이렇게 다 아플까. 그런데 어디가 아픈지 병원에서는 왜 진단내릴 수 없어하는걸까. 그리고 왜 그렇게 아픈 가정주부가 나 뿐만이 아닌건가. 


베티 프리단이 대단한 건 이런 시기를 살면서 '나도 아프다' 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게 왜그럴까' 그리고 이걸 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를 깊이 생각했다는 거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현상에 대해 이상하다는 의문을 갖고 원인을 파악하려고 하고 또 문제해결방법까지 제시한 게 베티 프리단이 이 책으로 한 일이다. 누구보다 앞서 나아갔고 누구보다 생각이 깊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부인할 수가 없다. 모두가 살라는대로 살면서 지치고 공허해할 때 거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노력하다니, 그 하나 만으로도 베티 프리단의 업적은 기릴만하다.



그런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써낸 베티 프리단의 이 책은 그래서 매우 '세다'. 만약 페미니즘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고 관심도 없던 '기혼 유자녀 고학력자 전업주부 여성'이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도 한동안 헤어나올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한 일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후려쳐지는 걸 활자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삶이 뭔가 비어있다는 걸 노골적으로 짚어내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베티 프리단은 가사 노동 자체는 그렇게 머리써서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거, 누구든 시켜도 할 수 있어, 남자들도 잘 할 수 있지. 그런데 머리 좋고 지적인 여자들이 매일매일 반복적으로 아무 발전 없는 일을 쳇바퀴 돌리듯 하고 있으니 안아프고 베기겠니? 오늘 하는 일 내일 또 하고, 그러면서 하루를 보내고 일년을 보내야 하니 새로운 청소도구를 쓰고 새로운 청소방법을 써보고..그런다고 그 일이 해결되니? 그렇다면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아이를 낳아 육아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가겠지. 그런데, 아이는 언제까지 낳을 수 있나. 그것 역시 언젠가는 그만 낳아야 해. 매해 아이를 낳을 수도 없잖아.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다 자라면, 스무살전후로 결혼한 여성들이 30,40대가 되었을 때, 그 때 그 시간은 어떻게 보낼 것이야?



베티 프리단은 지적인 성인 여성들을 이렇게 집에 가둬두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그건 그들 자신을 위해서도 좋지 않지만, 그들의 아이들에게도 결코 좋은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 아이들에게만 온 열과 성의를 다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어하고 아이들에게 역할 대행을 시키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고 각종 질환들을 끌어안게 된다고. 그러면서 동성애 까지도 이런 식으로 발현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다. 이게 단순히 여성들을 위한 문제가 아니라니까, 라는 의도로 강하게 말하려고 했던 까닭이겠지만, 이런 주장들은 반발을 살 위험이 너무 높아 보인다. 어떤 의도로 쓴 글인지 알겠지만, 그렇다해도 '아이들이 잘못되는 건 다 엄마 탓이라니까!' 라고 읽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 잘못되는 건 다 엄마탓이야, 그건 그런데 엄마를 그렇게 만든 세상탓이지. 이렇게 주장하려는 바이긴 하지만, 그래도 왜그렇게 죄다 엄마탓을 하는거지? 라고, 어떤 의도인줄 알면서도 거부반응이 들었다. 물론 알고있다. 조곤조곤 살살 말했다면 아마 귀기울여 듣는 사람도 현저히 적었을 것일 뿐더러, 들었어도 새기질 않았겠지. 거칠게, 세게 말해야만 들어주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나 세게 얘기한 것일테다.



결론은 놀랍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교육'이었다. 여성들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문제들은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받음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거다. 너무 당연한 말인데도 교육이 답이라고 말하는 베티 프리단의 주장을 읽노라니 너무 짜릿했다.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것 같았다. 베티 프리단은 여성 자신을 위해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혼한다고 교육을 멈추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교육은 어떻게든 답이 된다고. 배우기를 멈추지 말라는거다. 그건 동네에서 문화센터에 가 교양을 쌓는 그런 교육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남자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바로 그 교육, 똑같은 교육이었다. 언어, 화학, 수학, 물리 등에 대한 교육들. 그런 교육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마치라고 한다. 어떻게든 마치라고. 그러면 설사 결혼하고 일에서 멀어졌어도, 나중에 아이들이 다 자란 뒤에도 세상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할지 감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거다. 자, 어디가서 무얼 해볼까,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하는 것들을 알 수 있다는 것. 실제로 그녀가 인터뷰한 전업주부들 중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병'으로부터 스스로 빠져나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해 투자하기를 아끼지 않았다.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림 그리기를 배운다던가 학교를 다시 다닌다던가. 뭔가를 배웠던 사람들은 그 다음을 향해 나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데, 교육 자체로부터 멀어졌던 사람들은 아이들이 자라고 이제 자신에게 쏟을 시간이 왔을 때 조차, 어디에서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거다. 



또한, 교육을 받고 거기에 머리를 쓰고 그걸 이용해 직장을 다니면서 돈을 버는 것. 이 모든 것이 여성 개인을 위해서도 그리고 그 여성이 속한 가족 구성원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방법이라고 거침없이 주장한다.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 높은 여성이 아내인 것이 또 엄마인 것이 더 낫다는 것. 그 가족들은 가족 내에서 더 잘 지낼 수 있었고 가사 노동에 들어가는 수고도 덜 수 있었다. 게다가 아주 흥미롭게 읽은 부분인데, 이렇게 자기 만족이 높은 여성이 섹스에서도 더 즐길 수 있었다. 다른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섹스로 즐거움을 찾으려 하거나 아이에 몰두하거나 하게 되는데, 내가 일을 하고 나의 발전을 위해 힘을 쏟는 사람들에게는 섹스가 부수적인 것이 되고, 하면 즐겁게 하지만 굳이 안한다고 스스로가 사랑받지 못한다는 자괴감에 휩싸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뭐, 너무 당연한 말이다.



미국의 전업주부 여성들이 모두들 아프다고 할 때 그 현상을 직시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베티 프리단은, 이 책이 날개 돋힌 듯 팔린 이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단체를 조직하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거다. 그러나, 아, 베티 프리단은, 래디컬들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남성을 끌어안지 않으려는 래디컬들을 향해 비난한다. 베티 프리단은 반드시 남성과 함께 가야 한다고 하는데, 읽으면서 '베티 프리단, 남자 디게 좋아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



이 책은 지금 읽기에는, 그리고 지금의 젊은 페미니스트나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읽기에는 그렇게 획기적은 책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 이 책이 얼마나 놀라웠을지는, 이 책 속에 숱한 인터뷰이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베티 프리단이 말하는 여성의 교육, 그리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에 있어서는 나 역시 마음 깊이 동의하는 바다. 전업주부로 살며 아프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여자가 어떤 식의 삶의 형태를 선택하든, 단단하게 설 수 있기 위해서 교육을 받고 경제적 자립을 해야 하는 거다. 내가 결혼해 남편과 함께 살더라도, 그리고 그 남편이 운좋게 돈을 마구 벌어온다고 해도(그레이의 오십가지 그림자 속 그레이처럼), 거기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교육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그 축이 무너졌을 때 나 역시 쏟아져버리기 마련이니까. 그러나 기대야 하는 게 나 자신이라면, 내 축을 내가 잘 세우는 한 내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다. 



교육에 대한 부분이 너무 짜릿했다. 여성들이 더 많이, 더 열심히 배움에 몰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베티 프리단의 주장은 그런 지점에서 여전히 유의미하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역시나 좋은 독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인의 아들들이 성취감이 없고, 개인에 대한 가치관을 상실하고, 독자적인 행동이 결핍된 것을 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딸들이나 이전 세대에 그 딸들의 어머니들에게 그런 일이 생기는 건 비극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어떤 문화가 여자가 인간적으로 성숙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여자가 미숙하다고 해서 손실로 생각하거나 그것이 노이로제와 갈등의 원인이 될지도 모른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모욕적인 것은 우리가 국가적으로 여성들이 그들의 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고 나서야, 여성들에게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성의 역할에 대한 우리 문화의 정의가 진정으로 반영되어 있다. - P366

원시사회에서 부족들이 처녀를 신에게 바치는 것처럼, 우리는 소녀들을 여성성의 신화에 희생시키고, 우리나라의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소비자가 되도록 성적 상술을 통해 그들을 더욱 효율적으로 손질한다. - P412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쾌락이나 생물학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아니라 성장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는 것이라면, 편안하면서 공허하고 목적 없는 나날들은 정말로 이름 없는 테러의 원인이 된다. - P542

인류를 발전시키는 욕구, 즉 지식에 대한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는 다른 동물들의 식욕과 성욕 그리고 생존 욕구만큼이나 인간의 본능적인 감각이다. - P543

매슬로는 더 큰 세상에 살며 자아실현을 달성하는 사람들은 어찌된 일인지 그날그날의 삶을 즐기는 것과, 그들만이 유일한 세계인 사람들에게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짜증이 날 수 있는 사소한 일에 결코 지루해하지 않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이런 경험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리 진부한 경험이 된다 해도 경외, 즐거움, 경이, 심지어 황홀감을 가지고 새롭고 소박하게 삶의 기본적인 것들을 계속해서 감상할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는 또한 "성적 쾌락은 자아를 실현하려는 사람의 가장 격렬하고 황홀한 완벽함에서 찾을 수 있으며 이는 강한 인상을 준다."고 보고했다. 더욱 넓은 세계에서 개인의 능력을 성취하는 것이 성적 환희의 새로운 전망마저 열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섹스나 사랑도 인생을 추동시키는 힘은 아니다. - P556

(매슬로는) 자아를 실현한 사람들은 관계를 맺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사랑하게 되고 성적 만족도도 증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성관계는 에전보다 더 나아졌으며 항상 더 나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밝혀지는 매우 평범한 보고다.") 이런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 자신이 되고 스스로에게 진실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더 깊고 심오한 관계를 맺고, 더 포용하고 더 큰 사랑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더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고, 자신의 경계를 더 많이 초월하며,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지 않는다. - P557

오르가슴을 온전히 즐기는 여성들은 특히 자아실현을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는 여성이며, 집 밖의 세상일에 적극 참여하도록 교육 받은 여성이었다. - P563

미국에서 여성의 정체성의 위기가 시작된 때는 개척이 끝나고 남성이 집 밖에서 산업사회와 전문 사회라는 새로운 사회를 이룩하기 시작할 때였다. - P574

잠재력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도 존재한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도 자신들의 충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노동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정체성은 남편이나 자녀와 같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는 발견할 수 없다. 여성의 정체성을 가사노동이라는 단조로운 틀에 박힌 일에서 찾을 수 없다. 모든 시대의 사상가들이 말했듯이 인간은 자신의 삶을 몰수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직시할 때, 진정으로 자기 자신을 알게 되고 자신의 존재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때때로 이러한 자각은 죽음의 순간에만 온다. 수동적 순응과 무의미한 일에 의한 자아의 죽음. 여성성의 신화는 사실 여성들에게 그런 살아있는 죽음을 요구한다. - P575

그 함정의 열쇠는 물론 교육이다. 여성성의 신화는 여성에게 고등교육을 허락하는 것이 회의적이고 불필요하며 위험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교육이야말로 미국 여성들을 여성성의 신화라는 끔찍한 위험에서 구했으며, 앞으로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P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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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읽어야 할 200여 페이지가 남아있고 그러나 4월은 단 하루 남았기에 퇴근 후 까페에 들러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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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4-29 2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저 제대로 다 못 읽었어요. 그런데 다 읽었어요. 크크크크.

다락방 2020-04-30 15:31   좋아요 0 | URL
멋져요. 게다가 리뷰까지 쓰셨으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5월에도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