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의 경숙 - 2013년 제58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숨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나면 세상살이 참 더러워서, 밝고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를 읽고 싶어지지만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2-12-3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렇단 말이죠 그럼 또 장바구니로 폭~

다락방 2013-01-02 18:11   좋아요 0 | URL
히융. 저도 오늘 장바구니가 또 꽉차서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하고 있어요. 하아-

moonnight 2012-12-31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그런가요. 40자평만 봐도 의기소침. ㅠ_ㅠ;

다락방 2013-01-02 18:11   좋아요 0 | URL
백가흠의 단편이 제일 힘들었어요. ㅠㅠ

치니 2013-04-17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락방 님, 이 책도 읽으셨구나. 저 지금 막 백가흠의 단편을 읽었어요. 힘든 이야기긴 하지만, 저는 소재가 좀 진부한 게 아닌가 그랬는데...힘들기는 김숨 소설이 더 힘들더라고요. 아니, 더 무섭다고 해야 하나.
김연수의 단편은 참 좋았어요. 김연수의 단편은 좋은데 장편은 왜 ㅠ
 

크리스마스 이브 아침이었나. 나는 신문에서 시 한 편을 읽었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 주문을 하진 않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저녁 약속이 일찍 끝나서 나는 생각난 김에 잠실역에서 교보에 들렀다. 시집 코너에서 아무리 찾아보아도 그 시집은 보이질 않았다. 나는 직원에게 그 시집을 찾아달라 요청했다. 직원은 검색대의 키보드를 누르다가 시집 코너에서 서성이더니 다시 돌아와 없다고 했다. 재고에 있다고 나오는데 아마도 다른 손님이 들고 계신 모양이라고 했다. 그 날 내 가방은 무거웠고 컨디션도 안 좋았다. 찾지 못한 시집이 너무 아쉬웠다. 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데이트중인 남동생에게 혹시 지금 네가 있는 근처에 서점이 있다면 이 시집을 한 권 사다 주지 않겠냐고 문자를 넣었다. 남동생은 코엑스이고 서점에 갔지만 재고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며 답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알겠다고 했고 그 시집을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읽고자 했던 내 계획이 틀어져 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리고 자정을 넘겨 크리스마스로 가던 그 순간, 나는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 속에 있던것을 다 게워냈다. 약을 먹었는데도 얹힌 속이 개운하지 않았는데 다 게워내고 손을 따고 나니 그제서야 살 것 같았다.

 

 

그 때 내가 읽고자 했던 시집은 이 시집이었다.

 

 

 

 

 

 

 

 

 

 

 

 

 

 

 

그리고 내가 신문에서 보고 뒤통수를 한 대 맞은듯한 느낌을 받았던 시의 전문은 이렇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학생이 아니다

졸업한 지 오래됐다

당신은 노동자다 주민이다

시민이다 국민이다 아버지다

가정에서 존경받는 남편이고

학부모며 집주인이다

환자가 아니고 죄인은 더더욱 아니다

 

 

그런데 당신은 이 모두다

아침이면 건강쎈터로 달려가 호흡을 측정하고

저녁이면 영어강습을 받으러 나간다

노동자가 아니기에 구조조정엔 찬성하지만

임금인상투쟁엔 머리띠 묶고 참석한다

집주인이기에 쓰레기매각장 건립에 반대하지만

국가 경제를 위한 원전가 운하 건설은 찬성이다

한 사람의 시민이기에 광우병 소는 안되지만

농수산물 시장개방과 한미 FTA 는 찬성이다 학부모로서

학교폭력은 안되지만, 한 남성으로서

원조교제는 싫지 않다 사람이기에

소말리아 아이들을 보면 눈물 나고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는 반대하지만

북한에 보내느 쌀은 상호주의에 어긋나고

미군은 절대 철수하면 안된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인가?

 

 

 

 

크리스마스 다음날, 교보문고에서 바로 드림으로 찾아 그날 밤 꼭 읽어야지 했다가, 잠실 교보에서는 일주일 후에 찾을 수 있다길래 다시 포기하고 결국은 장바구니에 있던 책으로 결제했다. 다른 책과 함께 오느라 토요일날 배송된다 했고, 나는 토요일에 이 시집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설레었다. 집으로 도착한 책 박스를 뜯어 책을 꺼내고 이 시집을 제일 먼저 꺼내들었다. 이 시는 맨 마지막에 실려 있어서 맨 마지막을 펼치고 이 시를 읽었다. 그리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거꾸로 시들을 읽기 시작했다.

 

 

 

수조 앞에서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청계천 시장에서 데려온 스무 마리 열대어가

이틀 만에 열두 마리로 줄어 있다

저들끼리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죽임을 당하거나 먹힌 것이라 한다

 

 

관계라니,

살아남은 것들만 남은 수조 안이 평화롭다

난 이 투명한 세상을 견딜 수 없다

 

 

 

참, 좆같은 풍경

 

 

새벽 대포항

밤샘 물질 마친 저인망 어선들이

줄지어 포구로 들어선다

 

 

대여섯 명이 타고 오는 배에

선장은 하나같이 사십대고

사람들을 부리는 이는

삼십대 새파란 치들이다

그들 아래에서 바삐 닻줄을 내리고

고기상자를 나르는 이들은, 한결같이

머리가 석회처럼 센 노인네들뿐

 

 

그 짭짤한 풍경에 어디 사진기자들인지

부지런히 찰칵거리는 소리들

그런데 말이에요

이거 참, 좆같은 풍경 아닙니까

부자나 정치인이나 학자나 시인들은

나이 먹을수록 대접받는데

우리 노동자들은

왜 늙을수록 더 천대받는 것입니까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수상작도 내 생각보다 별로고 수상후보작들도 딱히 좋진 않다. 올해 여름에 읽었던 『2009 황순원문학상 작품집』과 작년에 읽었던 『2010 황순원문학상 작품집』은 좋았는데, 그래서 현대문학상 소설집도 기대했는데, 좋질 않네. 여하튼 실린 작품들중 '조해진' 의 「홍의 부고」에 이런 문장이 있다.

 

 

근데요,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어디가 좀 불편하세요? 아니,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서요. 뭔가에 쫓기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 혹시 이 약요, 한 알 드셔보시지 않을래요? 저도 가끔 먹는 항불안젠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을 때 확실히 도움이 되거든요. 약사는 이런 게 좋은 것 같아요. 처방전이 필요한 약도 그냥 먹을 수 있다는 거. 물론 들키지 않게 조심조심 빼돌려야 하는 어려움은 있지만요. 정말, 필요 없으세요? 이거 구하기 힘든 약인데 ‥‥‥ 약을 잘 모르시는구나. 어떤 약은요, 사람 같아요.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고 게다가 말도 없는 사람, 그래서 위로를 주면서도 생색내는 법이 없죠. (p.192)

 

 

물론 나는 이런 약을 내가 사 먹을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약의 효과를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는 약이란 거 자체를 먹는걸 싫어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내 힘으로 이겨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부류의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이 문장을 읽는데 저 약에 대해 한순간 유혹이 느껴지는거다. 나도 불안할 때가 있으니까, 가끔은 너무너무 불안하고 두려우니까. 그럴때 정교하고 섬세하고 말도 없이 위로를 주는 그런 약이라면, 한 알쯤 먹고 싶어질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 약을 먹고서는 더 두려워할 거란 사실을. 이 약이 대체 뭐길래 내 마음과 정신에 영향을 미치지? 하고. 그러니 어쩌면 나는 그 약을 사두고 보관한채로 그저 '언제든 먹을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위로를 삼을 그런 사람일것이다. 

 

 

 

음악이 그렇고 그림이 그렇고 영화가 그렇듯이 책도 개인적 체험으로 읽을 수 밖에 없다. 어떤 일 때문에, 나에게 일어난 아주 작고 사소한 일 때문에 어떤 책이 좋아질수도 또 싫어질 수도 있다. 나는 이 수상집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김연수'의 「푸른색으로 우리가 쓸 수 있는것」의 이 문장을 읽고 잠시간 멍해졌었고, 정신을 차린 후에는 책 모서리를 접어두었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은 그 치과에서 일하던 간호사였습니다. 24번 어금니를 뽑은 뒤, 그 여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지요. 사진에 찍힌 내 눈망울을 크게 확대하면 그 간호사의 모습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 여자의 흔적은 거기에만 남아 있으니까요." (p.80)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특별하게 읽지히 않을 이 문장이, 그러나 내게는 달랐다. 나는 어느 해의 11월을 떠올렸다. 나는 사진을 보고 있었다. 사진속 남자의 눈동자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계속 계속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그 눈동자속에 그 자신의 모습이 들어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게 좋아서 웃었었다. 나는 그의 눈동자를 보면서 동시에 그의 모습도 보았다. 아마 이 사진을 이렇게 오래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그 모습을 찾기도 한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존재하지 않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뿌듯했다. 여기까지 써놓고 피식 웃었다. 그 사진은 나 때문에 찍은거였다는 사실이 기억나서.

 

 

 

결코 잡히지 않는게 있다. 사실은 죽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가진채로 잡는 모기가 그렇고, 또………관두자.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휴무였던 남동생은 31일은 내일도 휴무란다. 진짜 헐, 소리가 절로 나와. 그런 남동생이 지금은 동네 선배와 순대국을 먹으러 나갔다. 소주 마시냐고 묻는 나의 문자에 맥주를 마신다는 답이 돌아왔다. 아, 졸 부럽다. 속을 게워냈던 크리스마스 이브 새벽, 남동생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남들이 하나씩 먹을 땐 누나도 하나씩 먹어. 혼자 두개씩 집어먹지 말고.

 

 

앞으론 그래야겠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2-12-30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내가 일등이닷!

크리스마스에 이브에 이 멋진 시집을 찾는 다락방님, 너무 멋져요. 난 정말 이 책도 읽고 싶어요.

그러니까, 난 지금 <레 미제라블> 1권에 163페이지까지 읽었구요, 당근 장발장이 나왔어요. 2, 3권이 기다리고 있는데, 난 어쩌죠. 저번엔 <지상의 노래>에 완전 끌렸는데, 아직 주문하진 않았어요. 근데 이승우님의 <오래된 일기>를 먼저 읽어야 하나 어쩌나 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시집도 읽어야 하구요. 아, 바쁘다, 바뻐!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책 읽는 속도가 느린가 봐요. 정말 그런가봐요 T.T

다락방 2013-01-02 18:13   좋아요 0 | URL
오늘은 오전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단발머리님. 이제 퇴근을 앞두고 영혼이 너덜너덜해져서는 가다가 서점에 들를까, 하고 잠시 생각하고 있답니다. 아니면 술을 마실까..

단발머리님, 저는 오래된 일기도 좋았지만 지상의 노래가 너무 좋았어서 완전 강추에요. 단발머리님도 좋아하셔야 할텐데...초조하네요. 희희. 저도 지금 책 세 권 붙들고 있어요. 원래 한 권씩 읽는 타입인데 어쩌자고 이렇게 벌려놔서는...얼른 하나씩 끝내야겠어요. 저도 책을 좀 빨리 읽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쌓인 책들을 좀 더 많이 읽을 수 있을텐데요. ㅠㅠ

달사르 2012-12-3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체험으로 읽은 소감이 또다른 누군가와 공명되는 느낌을 왠지 알 것 같아요. 제가 다락방님과 같은 그런 체험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죠.

다락방 2013-01-02 18:14   좋아요 0 | URL
네, 달사르님. 소설을 읽으면서 가끔 그런 문장들을 만나는게 반가워요. 꼭 주옥같은 문장이 아니어도 말이지요. 아, 나도 이거 알아, 이런적 있어, 하는 그런 기분. 후훗.

달사르님, 이제 자주 오실거죠? :)

프레이야 2012-12-30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너무나 멋진 페이퍼로 한해 마무리 아니 내일 하루가 더 남았네요^^ 인용문장이 제 명치를 찌르네요. 전 다른건 몰라도 회는 꼭 두점씩 먹어요. 다른사람 한점씩 집어 쌈싸도 전 꼭 두점씩요.ㅎㅎ

다락방 2013-01-02 18:15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은 회 킬러시군요! ㅎㅎ

언제부턴가 시간이 엄청 빨리가요. 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요, 그럴수만 있다면. 그런데 제가 싫다고 싫다고 해도 시간은 흐르고 저는 또 이렇게 한 살 더 먹었네요. 나이 먹는것에 대해서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꼭 초조해지고 말아요.

프레이야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2-12-31 0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2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2-12-3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은 누구인가' 아. 이 시는 읽는 이를 부끄럽게 하는 시네요. '우리 노동자들을 왜 늙을수록 천대받느냐'는 대목도요. 현대문학상 소설집 저도 읽었어요. 그래서 다락방님이 인용해 주신 대목이 정말 와닿네요. 2012년 12월 31일이에요, 다락방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락방 2013-01-02 18:17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도 무척이나 부끄러웠어요.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죠.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새삼 시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지요.

블랑카님, 좋은 책 많이 읽고 좋은 감상 많이 써주세요. 좋은 책 많이 만나는 해가 되시기를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BRINY 2012-12-3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에 난 시를 보시고 시집을 구매하시는 다락방님~ 지금은 속 편하세요?
요즘 샌드위치데이는 휴무인 회사들이 있더라구요.

다락방 2013-01-02 18:18   좋아요 0 | URL
다른 사람들은 샌드위치에 휴무인 회사를 잘만 다니는데 저는 어쩌자고 이런 회사를...orz

지금은 당연히 속 괜찮구요, 점심은 과식했어요. 하핫

2012-12-31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1-02 1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12-3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근무예요. 동료는 앞뒤로 며칠 휴가내서 홍콩 갔어요. 부러워. ㅠ_ㅠ;
지금은 컨디션 괜찮으세요? 속이 안 좋을 때는 시원한 맥주 한 잔 하면 쑥 내려간;;;;;;

동생분의 유머감각은 여전하시네요. ^^;
오늘이 2012년의 마지막 날이라니 믿기지가 않아요. 시간이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근무 마무리 잘 하시구요. 해피 뉴 이어 ^^

다락방 2013-01-02 18:19   좋아요 0 | URL
오늘은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컨디션이 안좋았구요, 지금은 퇴근무렵이라 괜찮아졌어요. 좀 지치긴 했지만..저는 회사 그만두면 포르투갈에 가야겠다고 계속계속 생각해요. 가서 한 2개월은 있어야겠어요. 그런날이 언제쯤 올까요?


문나잇님, 해피 뉴 이어!

기억의집 2012-12-31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친밀하면서 유머스러운 페이퍼~

다락방 2013-01-02 18:19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dreamout 2013-01-01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다락방 2013-01-02 18:20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 우리 사이좋게 잘 지내봐요! ㅎㅎ

이진 2013-01-01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시들이 세네요. 직설적으로 콕콕 박힙니다.
저런 시들이 시집에 있으면 정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겠어요.
하긴 시집이 문학적이고 서정적이고 ... 뭐 시적인 시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 그러니까 이걸 깜빡했다!
2013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고 유쾌하고 신나고 재밌는 글 앞으로도 팍팍!!

다락방 2013-01-02 18:21   좋아요 0 | URL
시집에 실린 시 전체가 다 세더라구요. 시를 이렇게 쓸수도 있구나, 시로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뱉어낼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소이진님, 새해에는(벌써 다가온!!) 지금보다 더 밝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바랄게요. 새해 복 많이 받아요! :)
 
브레멘 음악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42
한스 피셔 그림, 그림 형제 글, 문성원 옮김 / 시공주니어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 브레멘 음악대가 그러니까 다들 모여 악기를 연주하는 건 아니었군요! 그런데 어른 사람들은 다들 이렇게 못됐나요? 너무해..(글썽)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12-28 1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12-28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쿠폰 안쓰시는 분 저 좀 주세요!

2012-12-28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2-12-28 16:11   좋아요 0 | URL
네네 감사합니다! 꺅 >.<

이진 2012-12-2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리의 사진에 반가워서 댓글 하나...
보면 볼수록 예쁘군요!

다락방 2012-12-30 20:28   좋아요 0 | URL
전 금발의 졸리는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그래도 예쁘고 멋져요. 희희.

단발머리 2012-12-29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리가 모자써서 들어왔어요. 작은 사진 보구선 남자인줄 알고, 엥? 다락방님~ 안녕히~~

다락방 2012-12-30 20:29   좋아요 0 | URL
날이 추워서 따뜻한 모자를 씌워줘야 했어요. ㅋㅋㅋㅋ 단발머리님, 안녕? 주말이 사라지고 있어요. 흑흑.

moonnight 2012-12-31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눈치챘어요. 금발의 졸리여사 ^^; 솔트 때 모습인가요? 드레스 입어도 예쁘고 저렇게 매니쉬한 모습도 참 멋져요. 헤블레 +_+;

다락방 2013-01-02 18:2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솔트때 모습인듯요. 저도 저렇게 입고 예뻤으면 좋겠어요. 전 뭘 입어도 뽀대가 안나.......orz
 
우체부 아저씨와 크리스마스 미래그림책 42
자넷 앨버그 그림, 앨런 앨버그 글, 김상욱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소한 그림 하나라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섬세한 이야기와 따뜻한 배려가 가득한 책.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노아 2012-12-28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물이 가득 든 보물상자 같은 책이에요.^^

다락방 2012-12-30 20:30   좋아요 0 | URL
네. 미처 보지 못했던 그림들이 글을 읽으면 보이더라구요. 저기 저 구석에 조그맣게 그려져있는 난쟁이들과 손잡고 가는 숟가락과..뭐였지? 암튼 그런 모든 것들요. ㅎㅎ

moonnight 2012-12-31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사야겠어요. +_+;

다락방 2013-01-02 18:22   좋아요 0 | URL
조카도 좋아하고 조카의 엄마도 좋아하고 ㅎㅎ
 















며칠전에 appletreeje 님이 올려주신 서문의 일부만 보고도 무척 읽고 싶어졌다. 책을 펼쳐들고 기대에 가득찬 서문을 읽어내려갔다. 서문은 생각보다 길었으나 내가 기대한 그대로였다. 그리고 나는 이런 부분을 서문에서 보게 된다.


서른 중반 즈음부터다. 결혼과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삶이 복잡계 수준으로 얽혔고, 이성복 시인의 시구대로 "몇 개의 돌부리 같은 사건"을 지나오면서 나는 더 이상 한갓 취향으로 시를 읽을 수 없었다. 생이 기울수록 시가 절실했다. 일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면 식구들은 잠들고 집이 난장판이 되어 있곤 했다. 식탁 위에는 라면 국물이 반쯤 남은 냄비와 뚜껑도 닫지 않은 김치 보시기, 고춧가루 묻은 젓가락이 엑스자로 놓여 있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벗은 양말은 발 아래 낙엽처럼 채였다. 텔레비전은 저 혼자 무심하게 떠들고 있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손댈 수가 없을 때면, 나는 책꽂이 앞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손에 잡히는 시집을 빼서 시를 읽었다. 정신의 우물가에 앉아 한 삼십 분씩 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노예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임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서문中)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손댈 수가 없는 그 상황에서 책장 앞으로 가는 일, 그 앞에 주저 앉아 시집을 꺼내는 일, 그렇게 꺼낸 시집을 펼쳐 그 안에 있는 시를 읽는 일. 위로라는 말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건만, 나는 그 순간에 이 책속의 저자가 얼마나 위로를 받았을까, 생각했다. 그순간 그녀에게 시집이 있었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시집에 놓여있다는 게 말이다.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우린 저마다 찾아낸 각자를 위로하는 방식이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혹은 영혼이 너덜너덜해졌다고 느꼈을 때, 나도 책장 앞으로 간 적이 여러번 있다. 물론 맛있는 걸 먹고 풀릴 때도 있고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누워있으면서 풀릴 때도 있다. 그러나 어떤 날엔 반드시 잘 읽혀지는 글로 쓰여진 아주 잘 쓴 글이 읽고 싶어졌다. 그 글은 반드시 기쁜 내용일 필요는 없었다. 행복과 위로를 말할 필요도 역시 없었다. 그것은 그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면 됐다. 어떤 날에는 정미경의 글을 읽고 아 이제 됐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사실 대부분의 시간엔 피츠제럴드를 꺼내 읽었다. 어떤 새벽엔 다니엘 글라타우어를 읽고 어떤 밤에는 줌파 라히리를 읽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말해 무엇할까. 나는 지친 하루를 마감하며 시집을 꺼내 읽지는 않지만(내 책장에 시집은 꽤 빈약하다), 시집을 꺼내 읽는 그녀의 마음이 생생하게 읽혔다. 그녀에게 시집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다행이라고.



게다가 시를 잘 읽어내지 못하는 내가 그녀의 산문속에 섞인 시를 읽노라니 그 시들이 다 좋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아, 나는 시를 시 자체로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누군가의 일상이나 설명과 곁들여진다면 좀 더 잘 읽어낼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사이사이의 시를 읽다가 내가 아는 시가 나오면 반가웠다. 당연한 소리. 그 중 어떤 시들은 유독 가슴에 와 닿았다.




삶이라는 극지


그대라는 대륙


목표도 없이, 계획도 없이 그대를 여행하는 것이 이번 생을 횡단하는 나의 본질적 계획이었네


- 박정대의 시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부분



아니, 박정대라고? 박정대라면 내가 시집을 호기롭게 샀다가 한 번 읽어보고는 으응, 뭔 말이지, 싶어서는 다시 팔아버린 시집의 그 시인이 아닌가. 그런데 이런..시가 있었던가. 이 시 부분을 사진 찍어 여동생에게 보냈더니 무척 좋다며 이 시인의 다른 시들이 궁금하다고 한다. 난 내가 가진 시집을 팔아버렸다고 대답했다. orz  다시...사서 책장에 꽂아두어야 할까.















대체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거의 예외없이, 유재하와 김광석 그리고 김수영을 좋아한다. 나는 그들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그다지 관심도 없다. 노래를 듣거나 시를 읽고 좋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그건 그저 노래였고 시였다. 나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않는. 그런데 어제 읽은 이 책 속의 김수영의 시는 무언가 달랐다.



혁명은 안 되고 나는 방만 바꾸었지만

나의 입속에는 달콤한 의지의 잔재 대신에

다시 쓰디쓴 담뱃진 냄새만 되살아났지만


방을 잃고 낙서를 잃고 기대를 잃고

노래를 잃고 가벼움마저 잃어도


이제 나는 무엇인지 모르게 기쁘고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김수영의 시 「그 방을 생각하며」 부분



어젯밤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나도 이제 시를 한 편씩 필사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시를 잘 알지도 못하고 이해도 못하는 나이지만, 한 편씩 필사하다 보면 이해력도 좀 자라지 않을까, 싶었던 것. 또한 나 역시도 시집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게다가 시를 읽고 이해하고 외운다는 것은 너무나 근사하지 않은가! 책 속에서 저자가 후배랑 카페에서 이야기하다가 '저기 이장욱 시인이요' 라고 하는 후배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이장욱 시인도 같은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고 하는 부분이 있다. 그것도 아는 사람끼리의 얘기지, 만약 누군가 내 앞에서 우리 테이블 옆에 이장욱 시인 앉아있다, 라고 한다면 나는 그야말로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며 말줄임표만 계속 떠오르지 않을까. 어쨌든 시를 필사할것인가 말것인가, 하고 생각을 해보는데 나는 도무지 내가 필사할 사람으로 생각되질 않는거다. 수첩을 사도, 그리고 알라딘에서 주는 노트를 받아도 그게 그저 빈 노트로 남아있는거지. 그런참에 오늘 라주미힌님이 올리신 페이퍼를 봤다.



바로 요기



오, 그래. 시를 필사하지 말고 빈 노트를 수단에 보내자, 라고 생각했다. 일단 회사에 있던 빈 노트들을 챙겨두었다. 집에도 펭귄에서 받은 노트가 두 권쯤 있을것이고 그 외에 다른 노트들도 있을것이다. 내가 노트를 가장 유용하게 쓰는 법은 시를 필사하는게 아니라 수단에 보내는 것 같다.




얼마전에 읽은 『서른 살의 집』은 언젠가 서울이 아닌 곳에서 집을 짓고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고양이를 키우는 직장 동료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내밀었다. 나도 좋게 읽었지만 나보다 그녀가 좋아할 것 같아서. 아니나다를까, 읽다말고 그 책의 저자 홈페이지에 접속도 해보고 그랬단다. 이 책, 『올드걸의 시집』은 여동생에게 주어야겠다. 천천히 읽노라면 여동생은 아마도 위로를 받다가 웃기도 하다가 할 것 같다.




나는 이제 다시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책장에서 꺼냈는데, 너무 두꺼워서 다시 넣어놓을까 싶다. 들고 다니려니까 너무 무거워...아, 요즘 잠들기 전에는 이 책을 보고 있다.















엊그제는 귄터 그라스를, 어제는 쉼보르스카를 읽었다. 사진도 인터뷰도 매우 흡족했는데, 오타가 자꾸..-_-

매일 한 명씩 골라 읽어야지, 하고 있는데 오늘은 회사 송년회다. 술에 쩔어 잠들겠지..





세상에 시가 있어서 참 좋다. 그리고 시를 읽고 위로 받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다. 그게 그냥 막 좋고 기쁘고 그렇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onnight 2012-12-2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에 대한, 문학에 대한 다락방님의 애정이 팍팍 묻어나는 글입니다. 저도 마음이 안 좋을 땐 책장 앞에 앉아서 오랜 시간을 보내요. 이 책 꺼내서 들춰보고 저 책 꺼내서 들춰보고. 이렇게 나를 위로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참.. 좋아요. ^^

다락방 2012-12-28 15:01   좋아요 0 | URL
저는 시를 잘 못읽으면서 말이죠, 문나잇님, 시 쓰는 사람과 시 읽는 사람들은 참 좋더라구요. 좋아보여요. 흐흣.

마산과 창원 부산 모두 눈이 많이 왔다는데, 문나잇님 계신곳은 어때요? 괜찮은가요? 따뜻하게 지내세요, 문나잇님!

2012-12-27 16: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7 18: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28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dreamout 2012-12-27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인사이동 발표나서, 떠나는 사람 송별회했어요.
낮에 힘들었는데도.. 목요일 저녁에 약속 없으니까 이것도 좀 심심. ㅋ

다락방 2012-12-28 15:04   좋아요 0 | URL
저는 어제 송년회였어요. 소고기 먹었어요. 우희희희. 근데 소고기는 돼지고기처럼 많이 먹지를 못하겠어요. 느끼해져버려요. 오늘은 집에 조카가 와있어서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갈거에요. 조카가 좋아하는 호떡과 제가 좋아하는 맥주를 사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희희.
주말엔 뭐하세요,드림아웃님? 조용한 카페에 가서 좋은 책 읽을 계획이신가요? :)

이진 2012-12-27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몸조심하시구.
<16인의 반란자들>은 신간평가단때 받아놓곤 아직 못 읽었답니다... 그러나 덕분에 도리스 레싱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책을 사두었고... 방학에 읽어야지요...킭

다락방 2012-12-28 15:05   좋아요 0 | URL
[16인의 반란자들]은 저도 사둔지 한참 지났어요. ㅎㅎ 근데 이제서야 읽기 시작했답니다. 한 명씩 골라 읽고 있는데 좋으네요, 소이진님. 이런책이 평가단 책으로 왔다니 부러울따름입니다. 흑흑.

도리스 레싱 이라면, 가만있자, 음, 다섯번째 아이를 읽었네요.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나저나 오후 세시, 졸려요. ㅠㅠ

유부만두 2012-12-28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6인의~ 초판 샀는데 오탈자가 너무 많아서 속상했어요. 사진은 이뻤는데.

다락방 2012-12-30 20:30   좋아요 0 | URL
저도 초판인데(사기는 일찍 샀다능) 인물마다 오타가 꼭 박혀있네요. 어처구니가 없는..근사한 사진에 근사한 말들로 가득한데 오타가 툭툭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