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신중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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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는 여전히, 조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봐준다. 이만큼이나 그들의 내면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특유의 반복적인 문장이 잠깐 힘들게 읽힌 적이 있었고 또한 《일식에 대하여》에서처럼 <고산지대>같은 '어마어마한' 단편이 포함되어 있진 않아 살짝 아쉽지만, 아쉽다고 해서 이 책이 어딘가 부족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고산지대 같은거 하나만 있어주지..하는 마음이랄까.


간혹 이승우는 '공포소설'을 써내는데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전에 읽은 그의 단편집 《오래된 일기》에서 <타인의 집> 이었나, <방> 이었나, 이 둘 중에 한 단편을 읽고 와 엄청 무서웠던 적이 있었던거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이 빈 집이 '빈' 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그러니까 내가 쓰지 않고 있는 저 닫힌 방 문을 열면, 거기엔 내가 차마 생각하지 못했던 그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그리고 그것이 점점 확실해지는 데서 오는, 그러나 그 문을 열어보지는 않고 끝내는 데서 오는 무서움. 이번 책에서는 <하지 않은 일>에서 무서움을 느꼈다.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 에서 오는 무서움을 뛰어넘어 사람은 자신의 양심까지 무시하고 살 수는 없다는 데서 오는 무서움, 어쩌면 억울함은, 원통하고 원통해서 돌아버릴 것 같은 마음은, 내 영혼을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시킬지도 모른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



며칠전에 아빠와 같이 뉴스를 보다가 '법은 가난한 사람들을 가둬두기 위해 존재한다'는 대화를 한 적이 있다. 돈이 있으면 법 위에 군림할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꼼짝없이 법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이런 법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으려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건 아닌것 같다, 부자들 살기 편하고 가난한 자들 벌주려고 존재한다, 는 대화를. <신중한 사람>에서의 남자는,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삶을 살아내질 못한다. 노력했지만 안된다. 가족들에게도 '싫어', '아니'란 말을 하지 못한다. '성가신' 상황이 발생하는 걸 견디기 힘들것 같아서. 묵묵히 원하지 않는 고생을 하고 자신이 원하던 그곳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그때, 물론 그마저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가 맞닥뜨리는 건 '내 집이 더이상 내 집이 아니'라는 현실이었다. 그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그 집에 기생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는데, 그런 그를 도와주는 건 아무도 없다. 자신의 집에서 빌 붙어 살게 되어버렸는데, 아무것도, 아무것도 못해. 혼자인 사람, 혼자라서 힘이 없는 사람은, 그것이 어떤 상황이든 부조리앞에 너무나 무력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도 없다. 분명히 이 상황은 '옳지' 않은데 그 옳지 않은 상황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아, 이토록 신중한 사람이라니. 



의도가 있지 않았음에도,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궁지로 몰 수 있다. <어디에도 없는>에서 여관 청소부가 '우편물을 책상에 놓아두었다'고 주인에게 말만 했어도, 주인이 우편물을 제 때 챙겨주기만 했어도, 남자는 자신이 꿈꾸던 나라로 갈 수 있었을텐데. 여관방에 누워있다 집행관을 만나는 일을 피할 수도 있었을텐데. 삶은 이토록 치열하고 피곤한 일이라는 걸 사소한 사건들의 어긋남으로 우리는 알 수 있게된다.

물론, 의도가 있어서 상대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 역시 당연하게도 가능하다.

일전에 나는 '가해자'가 되어 한동안 고통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이승우가 그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그 사람이 약자와 피해자를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에 곤혹스러움이 더했다. 약자와 피해자를 자처하는 것은 싸움의 상대방을 추악한 가해자로 몰아세우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다. 힘이 없거나 덜가진 자들이 힘이 있거나 더 가진 자들보다 항상 의로운 것은 아니고, 가난한 자들이 부자들보다 무조건 선한 것도 아니다. 사악한 약자도 있고 의로운 강자도 있다는 것을 안다. 힘이 있거나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악을 행할 때 힘이 없거나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 악을 행할 때보다 그 영향이 파괴적일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약자와 가난한 자가 곧 의인이고 선인 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자처하는 사람이 자신의 약함을 내세우면, 가해를 한 것으로 추정된(고발된) 사람의 악덕이 두드러지게 되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갈등과 분쟁에서는 감정이 자주 재판관 역할을 떠맡기 때문이다. (「하지 않은 일」, p.271)



나는 무엇보다 이승우가 '적극적이고 열정적이며 정의로운' 사람에 대한 불편함을 내가 느끼는 그대로 느껴주고 표현해줘서 퍽 다행이라 느낀다. 좋은 일을 한다고 크게 떠벌리는 사람들로부터 느껴지는 그 불편함. 나는 이런 좋은 일에 이토록 힘을 쓰는데 너는 그걸 하지 않는구나, 하며 상대를 자연적으로 의롭거나 착하지 않은 사람으로 만드는 그 아둔함. 아 재수없어. <리모콘이 필요해> 에서, 남자는 자신에게 지나치게 잘해주려는 선배로부터 불편함을 느낀다. '쟤랑 함께 놀아주고 쟤를 즐겁게 해주는 게 내가 할 일이다' 에서 오는 오버센스.



그 순간 불현듯 대단치도 않은 생각이 대단한 깨달음인 양 찾아왔다. 왜인지 모르지만, 무엇인가를 향해, 그것이 무엇이든, 온몸을 내던지듯 달려드는 사람들에게 나는 불편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와 과감하고 거침없는 움직임을 거북해하는 것 같다. 그들이 곧 과감하고 거침없이 나에게 무언가를 들이밀고 대들 것 같아 무섭다고 해야 할까. 나에게 친절을 베풀려고 애쓰는 선배가 왜 거북한지, 왜 그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지 알 것 같아졌다. (「리모컨이 필요해」, p.33-34)




<칼>인 일전에 문학상수상작품집에서 읽은 적이 있었던 단편이었는데, '일몰시간에 출근해 일출시간에 퇴근한다'는 것만 기억이 났던 나로서는, 남자 주인공이 등대지기였지, 하는 미친 기억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읽다가 등대지기가 아니라 깜짝 놀랐다. 아이쿠야, 등대지기라니!

<칼>은, 이승우의 '반복된 문장'에서 오는 장점을 가장 잘 드러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반복된 문장은 '힘이 없고 약한 자들'의 마음을 지독하게 잘 대변한다. 그로인해 나는 '칼을 소지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책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눈을 돌리면, 칼을 가지고 다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생각하게 되고 안돼 안돼 그러면 안돼, 칼을 소지한 자들과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되어버리는데, 다시 책 속으로 돌아오면 '당신은 칼을 가지고 다닐 수밖에 없겠어' 하고 말아버리는 것. 내가 이승우의 반복된 문장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계기가 바로 몇년전에 읽었던 이 단편, <칼>이었다.



내 고객들은 모두 심약한 사람들이야. 누구보다 약하고 억눌린 게 많고 세상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이지. 자신의 강함을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약함을 감추기 위해 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야. 칼을 모을 만큼 강한 것이 아니라 칼을 수집해야 할 정도로 약한 거지. 칼을 가지고 무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칼을 소지하는 거야 ‥‥‥다마스커스의 사장이 한 말이다. 칼이 없어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칼을 가지지 않고도 잘 살지만, 칼이 없으면 불안한 사람들은 칼이라도 지녀야 겨우 살 수 있다고, 실제로 그 사람들은 칼을 가지고도 애초에 칼을 필요로 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잘 살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칼을 수집하는 사람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 한 말이었다. 그의 말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이해하는 척했지만 정말로 이해한 것은 아니었다. (「칼」, p.218-219)



나는 항상 칼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 일을 할 대도 칼을 지니고 일을 하지 않을 때도 칼을 지닌다. 칼을 가지고 무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칼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뭐라고 불리든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게 하는 것이 칼이다. 그것을 뭐라고 부르든 누구나 칼 한 자루씩 품고 산다고 나는 생각한다. 칼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 칼은 우표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우표, 동전을 수집하는 사람들의 동전, 열쇠고리를 수집하는 사람들의 열쇠고리와 같지 않다. 칼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우표나 동전이나 열쇠고리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우표나 동전이나 열쇠고리를 수집하듯 칼을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 우표나 동전이나 열쇠고리를 수집하는 것은 그저 취미에 지나지 않지만 칼을 수집하는 것은 그저 취미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가끔 나를 염려한다. 나는 나를 염려하지 않는다. (「칼」p.224)



'나는 나를 염려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외워두고 써먹고 싶다. 여전히 나는, 그가 쓴 문장 그대로를 어떤 번역과정 없이 읽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아무런 힘이 없고, 뜻하지 않게 원통함을 맞닥뜨리게 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곁에 이승우가 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한 문장들을 가지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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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14-07-1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만 읽어도 급관심이.... ㅎㅎ 무더운 노출의 계절 여름에 어찌 지내시나요? ^^

다락방 2014-07-16 14:10   좋아요 0 | URL
아 더워더워 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고 있습니다. ㅎㅎㅎㅎㅎ 추운 겨울에 그랬듯이요. ㅋㅋㅋㅋㅋ

반가워요, 야클님! >.<

레와 2014-07-1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껴 읽어야지! 후흣~

다락방 2014-07-17 08:54   좋아요 0 | URL
우후훗- 지금은 뭐 읽고 있어요?

레와 2014-07-18 11:14   좋아요 0 | URL
여러가지 짬뽕으로 뒤적이고 있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4-07-17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과 카뮈보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다락방님 리뷰를 읽을 수 없음을 알려 드립........니다.

다락방 2014-07-17 09:43   좋아요 0 | URL
우리가 같은 책을 읽겠군요! >.<
카뮈 보틀 화이팅!! ㅎㅎ

단발머리 2014-07-17 13:35   좋아요 0 | URL
근데 제가 왜 애들한테 카뮈보틀을 자랑했을까요?
아직 배송 전인데 서로 자기들이 갖겠다고 학교 가기 전부터 싸우고 난리예요.

참나.... 카뮈보틀 오면 이럴려구요.
카뮈를 읽은 사람만 카뮈보틀을 가질 수 있다... ㅋㅎㅎ 괜찮아요?

다락방 2014-07-17 14:1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카뮈 읽었어요. 저 주세요, 단발머리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4-07-18 08: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4-07-1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이승우를 알게 된 일인 ^^ 보관함에 넣습니다. (앗 이 책 사면 카뮈보틀 주나봐요! +_+;)

다락방 2014-07-17 17:32   좋아요 0 | URL
5만원 이상 사야합니다 문나잇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노란곰 2014-07-18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이동진씨가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작가를 이승우로 뽑아서 한번쯤 읽어봐야지 했는데..
알라딘 사은품 노예로써 이미 헤밍웨이 보틀을 가지고 있는데 다락방님이 자꾸 카뮈보틀을 말씀하시니..
집에 쌓여있는 신간들을 모른 척하고 다시.. 결재를 해야할까 봐요. (아, 이 신중치 못한 인간ㅋ)

다락방 2014-07-18 11:23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헤밍웨이 보틀을 가지고 있는데요, 헤밍웨이는 글자수가 많아서 옆으로 튀어나가잖아요. 아, 씨, 카뮈가 예쁘겠네 싶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제가 카뮈 보틀을 받기 위해 또한번 지르겠다는 건 결코, 결코, 결코 아닙니다. 정말이에요!!!!!!!!!! ㅎㅎㅎㅎㅎ

봄밤 2014-07-31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상의 노래>를 무척 인상깊게 읽었어요. 알고 있던 어떤 소설과도 다른 체험이었고, 한 권이 무척 두껍고 진중했고요. 이 책 제목을 보고 참 이승우 답다 라는 생각 들어요. 표지마저 굳굳! 마지막에서 윗줄은 정말이지, 동감이에요. 한국 소설을 읽는 기쁨이에요, 번역서를 읽으면서 느끼는 약간의 슬픔이기도 하고요.

다락방 2014-08-01 08:34   좋아요 0 | URL
봄밤님, '봄밤'이란 닉네임이 참 이쁜거 알아요? 봄밤님 때문에 저도 '여름밤'으로 바꾸고 싶어졌어요. 후훗.

한국 소설을 읽는 기쁨을 가장 크게 주는 소설가가 바로 이승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가 한국어로 글을 써주는 것이 전 정말 고맙습니다. ㅠㅠ
 

그는 걸을 때나 책을 읽을 때나 거의 항상 손톱을 물어뜯었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사람의 손톱은 자랄 수가 없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물어뜯을 손톱이 있는 한 언제나 물어뜯기 때문이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손톱을 물어뜯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손톱을 물어뜯는다.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사람은 물어뜯을 손톱이 남아 있으면 불안하기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는데, 물어뜯을 손톱이 없으면 더 불안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물어뜯을 손톱을 찾는다. 그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물어뜯을 손톱이 없어져야 하고 또 있어야 한다. 그는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 손톱을 물어뜯고 손톱을 물어뜯어 물어뜯을 손톱을 제거함으로써 다시 불안을 만들어낸다. (「이미, 어디」pp.120-121)


















그간 이승우의 책을 읽었던 시간을 돌이켜보면 분명 나는 행복했지만, 그것은 잘 쓰여진 그의 글에 대하여 느끼는 감정이었지 그의 글 자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 쉽게 말해 그의 글 자체가 아름답고 행복한 기분을 선사하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뜻이다. 나는 그의 소설을 읽으면서 언제나 불안했고 초조했고 불편했다. 지금 읽고 있는 이 단편집, 《신중한 사람》도 마찬가지. 이 책을 집어들고 가장 먼저 표제와 같은 단편 <신중한 사람>을 읽었는데, 어휴, 답답하고 한숨이 나와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옆에서 남자에게 소리지르고 싶었다. 더 당당해져도 된다고, 그렇게까지 신중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소리를 질러도 된다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그와 그렇게 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그의 마음 상태가 이해가 돼, 그게 또 답답했다. 어떤 이해는 하지 않는 쪽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어제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위에 인용한 단편, <이미, 여기>를 읽었다. 어휴..손톱 물어뜯는 남자 때문에 신경질이 머리꼭대기까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내가 그의 앞에 있었다면 손톱 좀 물어뜯지 말라고! 소리 지르며 그의 입에서 강제로 손을 빼냈을 것만 같은거다. 아..신경질나.. 빨리 읽고 싶다. 손톱 물어뜯는 남자 그만 만나고 싶어!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인가. 지하철 안에서 내 옆에 앉았던 40대 가량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너무 놀라서 곁눈으로 다시 보았다. 그는 손톱을 물어뜯고 있는 게 맞았다. 내가 다시 슬쩍 흘깃 할때는 마침 엄지손톱을 물고 있었다. 엄지 손톱을 물고, 나머지 손가락을 쫙- 피고 있었다. 아, 아저씨. 손톱 물어뜯지 말아요! 왜 이런 일어 일어나는겁니까. 왜 책 속에서도 아저씨가 손톱을 물어뜯고 현실에서도 아저씨가 손톱을 물어뜯는 겁니까. 나는 괴로웠다. 



그리고 양재역에서 내려 사무실로 가기 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까페로 갔다. 읽던 단편을 마저 다 읽고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에.





그리고 오늘 출근길에 읽은 단편은 <딥 오리진>이었다. 책 세 권을 세상으로 내놓은 작가가 '딥 오리진' 이라는 까페에서 자칭 대필작가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망상에 사로잡힌 여자 같았는데, 출판사 편집인으로 일하던 시절, 베스트셀러 작가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하고 잘 나가는 소설의 2/3를 자신이 썼다고 주장했다. 이유인즉슨, 그 베스트셀러 작가가 유부남이면서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 도무지 글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책 세 권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는 그러나, 그 당시에는 그녀가 망상에 빠졌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코웃음 쳤으면서도, 실제로는 거기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마침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이 사실을 폭로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밑에 댓글을 단다. 



'진실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배신감이 느껴지더라도 인격 모독적 발언은 삼갑시다. ' (「딥 오리진」p.175)



그리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 글을 동료 작가들에게 링크해주는데, 그 글은 삽시간에 트위터에 퍼지고 결국 출판사는 이런 근거없는 글을 남긴 자가 누구인지 추적하기에 이르른다. 그리고 그 출판사의 전화는, 책 세 권을 세상으로 내놓은 작가에게 온다.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은 여전히 단호하긴 했지만 더 이상 정중하지는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그런 것이 전해졌다. 출판사 직원은 오래 지체하지 않았다. 돌려 말하지도 않았다. 가공한이라는 이름으로 올린 글과 T 의 소설이 대필이라는 주장을 한 최초의 게시 글이 같은 아이피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라는 말이 바로 귓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크게 들려왔다. "무슨 말이에요, 그게? 그 폭로 글을 내가 썼다는 겁니까?" (「딥 오리진」p.176)



새벽 한 시가 되기 좀 전에, 귓가에 모기 우는 소리가 들려 나는 잠에서 깼다. 무슨 꿈인가를 꾸고 있었는데 모기 소리에 확 깬거다. 얼른 일어나 방에 불을 켰지만, 모기는 눈에 띄지 않았다. 아 잡고 싶은데..분명 불 끌고 누우면 다시 귓가에서 이잉- 할텐데. 화장실을 한 번 다녀오고 불을 껐다가 다시 켰는데 이런 과정에서 일으킨 부스럭 대는 소리들이 남동생을 깨웠는가보다. 뭐야, 누나 왜 못자. 남동생이 묻길래 모기 소리에 깼다고 답했다. 잡았어? 묻는데 아니, 라고 답하자 남동생이 내 방으로 와서는 두리번거렸다. 그리고는 가만있어, 찾았다. 하더니 거실로 나가 파리채를 들고 왔다. 나는 발견하지 못한 모기를 남동생이 발견해서는 파리채로 쎄게 때려 죽였다. 남동생은 다시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감동에 젖어서는 불을 끄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누었다가 스맛폰을 보고 시간을 확인한 뒤, 이메일을 체크했다. 알라딘 서재에 댓글이 달렸다는 메일이 들어와 있었다. 으응, 댓글이 달렸네, 하고 메일을 읽었는데, 그 댓글은 단 사람은 비로그인이었다. 휴먼스 오브 뉴욕의 리뷰에 달린 댓글이었는데,



번역본 보고 끼적거려놓고 영어 잘하는 척 하지마라, 올해가 가기전에 시집이나 가라 는 말이 존대말로 적혀있었고 그 뒤에 무수히 많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 붙어있었다. 앞의 문장과 뒤의 문장, 도대체 어디에 저 웃음의 포인트가 있을까? 뭐가 웃겨서 그(녀)는 저렇게나 많이 웃은걸까? 나는 저 댓글을 보고 하나도 웃지 않았는데? 상대는 웃지 않고 본인만 웃는건 결코 농담이 될 수 없지 않나. 그건 유머도 뭣도 아니다. 말한 이는 웃고 듣는 이는 불쾌했다면, 그건 농담이 아니라 폭력이다.



별거 아닌 댓글이었다. 저기에 뭐 엄청난 악의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저 '너 꼴불견이야' 하는 느낌의 댓글이라고 보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무시하고 바로 다시 잠속으로 파고 들었어도 됐을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불쾌했다. 기분이 상했다. 몇 번이나 메일을 읽고 '별 거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그 생각과 동시에 기분이 더러웠다. 그러나 나의 서재로 들어와 그 리뷰의 페이지로 들어가니 그 댓글은 달려있지 않았다. 달았다가 본인이 바로 삭제를 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아침엔 그 생각을 했다. 그 사람이 '최종적으로' 달지 않은 댓글이라면, 내가 보지 않는 쪽이 맞는게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댓글이 달릴 때마다 이메일로 받아보는 서비스를 해지해야 하는걸까. 왜 결국엔 달리지 않은 댓글에 대해서, 나는 기분 나빠야 하는가.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댓글이 달릴때마다 이메일로 받아보는 걸, 이제 하지 말아야 할까. 




어제 아침에 출근길에 신고 오던 샌들의 끈이 끊어졌다. 그러나 남아 있는 끈이 있어 샌들이 벗겨지지는 않았고, 사무실에 도착해서는 '싸구려 샌들인데 참 오래도 신었다' 하고는 샌들을 버렸다. 그리고 마침 사무실에 준비되어 있던 봄과 가을에 신는 구두를 신고 집에 갔다. e 양과 같이 걷던 중에 나는 구두 뒤꿈치가 아파오기 시작한다는 걸 느꼈고, 그 말을 e 양에게 하자 지하철역에 있는 마트에 가서 대일밴드를 사서 붙이라며 e 양은 마트로 나를 데려갔다. e양이 권해준 밴드는 새신발 등을 신어 나처럼 발이 까졌을 경우에 붙이는 거였는데 무려 3,500원이나 하는거다. 어우 야, 밴드를 어떻게 3,500원이나 주고 사! 하고 나는 가장 싼 밴드를 고르다가 1천원짜리 뽀로로 밴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산을 하려는데 붙이는 네일아트가 있는 걸 보게된거다. 오, 이거 바르는 게 아니라 붙이는 거니 간단하군. 게다가 예뻐! 무려 9,900원이나 되는 스티커지만 기꺼이 지불하리라, 하고 예상에도 없던 돈을 쓰고 나왔다. 그리고 어젯밤에 잠들기전에 붙이는데 내 생각대로 붙여지지 않았고, 붙여진 것들은 너무 미운거다. 아 짜증나.. 결국 오늘 아침엔 왼손은 남겨두고 오른 손 손톱에 붙여진 스티커들을 죄다 떼버렸다. 돈지랄 한 느낌이 확 불쾌하게 다가왔다. 사지말걸.. 


돈 들여 산 스티커는 엉망이고, 밤에는 모기 때문에 잠을 깨고, 새벽에는 악플을 확인하고. 아침에 이승우 소설을 읽으며 출근한다는 사실은 기분이 좋지만, 하필 저런 단편이라 저 악플이 또 떠올라 버렸다. 이래저래 영 기분 나쁜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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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반복되는 문장들의 매혹
    from 마지막 키스 2014-07-16 11:06 
    이승우는 여전히, 조용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봐준다. 이만큼이나 그들의 내면을 낱낱이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특유의 반복적인 문장이 잠깐 힘들게 읽힌 적이 있었고 또한 《일식에 대하여》에서처럼 <고산지대>같은 '어마어마한' 단편이 포함되어 있진 않아 살짝 아쉽지만, 아쉽다고 해서 이 책이 어딘가 부족하다거나 한 건 아니다. 다만, 고산지대 같은거 하나만 있어주지..하는 마음이랄까.간혹 이승우는 '공포소설'을 써내는
 
 
아무개 2014-07-15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방금전 이승우 신간을 구매하였기에 책 내용이 나오는 윗부분은 안읽었다고 먼저 고백하고....

2.이런 말도 안되는 댓글을 설마 처음 본겁니까? 진짜? 정말?
알라딘 십여년 동안 처음?
그래서 강력한 다락방님의 멘탈에 상처가 된건가요?
기분이 상할수 밖에는 없겠지만,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댓글이잖아요.
다락방님 마음에서 쓸어서 버려버려욧!

다락방 2014-07-15 11:49   좋아요 0 | URL
1. 뭐, 읽어도 크게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딥 오리진'은 좀 스포일러가 됐나.. ㅎㅎ

2. 설마요. 처음 보았겠습니까. 그럴리가요. 근데 참 그러네요. 이런건 무시하자, 라고 생각하지만 무시가 되기 보다는 기분이 나빠요. 이런 댓글 한 줄로 기분이 나쁘다는 게 짜증이 나고요. 온라인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벌어지는 일이니 이정도는 감당해야지, 감수해야지, 하기는 합니다만. 그럼에도불구하고 기분은 나빠요. 뭐, 이러다 잊혀지겠지요. 점심 먹고 나면 기분 나아지겠죠? 맛있는 것 많이 먹어야지!!


점심 맛있게 먹어요, 아무개님! 아무개님은 무플방지위원회 에서 나오셨습니까? (뜬금) ㅋㅋㅋㅋㅋ

2014-07-15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5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eima 2014-07-15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신간은 설령 평이 나쁘다 해도 사서 읽게 되겠지만.. 다락방님이 먼저 읽고 계셔서 다행이에요. 어떻게 읽으실 지 무지 궁금하고요.
눈길 줄 가치도 없는 코멘트들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때 정말 짜증대폭발이지요. 어휴. 토닥토닥. 점심도 간식도 저녁도 맛있는 것만 골라드세요. 다락방님!!

다락방 2014-07-15 17:11   좋아요 0 | URL
이승우의 이번 책은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일식에 대하여]만큼 완전 좋지는 않은 것 같아요. 다 읽고나서 어떤 생각이 들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아직까지는 일식에 대하여만큼은 아니구나..하는 느낌.

점심은 맛있게 먹었는데 저녁은 무얼 먹을까요, 헤이마님? 맛있는 것 먹고 싶어요, 저도. ㅎㅎ
헤이마님, 남은 하루 잘 보내셔요!

LAYLA 2014-07-1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보러 갔더니 없네요? 벌써 자진삭제 했나요? 다락방님 서재 염탐하면서 그런 댓글이나 다는거? ㄷㄷㄷㄷ go to hell such a creeper ㄷㄷㄷㄷㄷ

다락방 2014-07-15 17:12   좋아요 0 | URL
저도 메일로만 확인했지 댓글 달린건 확인 못했어요. 달고나서 바로 삭제한 것 같아요. 스스로도 부끄러웠던 게 어닐까요. 익명이라고 해도, 누가 알아볼 수 없다고 해도, 자신이 하는 말을 자신은 알잖아요. 아이..싫어요.

그나저나 여기서 뵈니 반갑네요,라일라님? ㅋㅋㅋㅋㅋ

자작나무 2014-07-15 1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댓글 제가 단 거 아니예요.
근데 락방님은 감수성이 예민하시군요. 속살이 아주 여려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다락방 2014-07-16 11:48   좋아요 0 | URL
정말 자작나무님이 단 거 아닙니까? 네? ㅎㅎㅎ

저 겉으로도 여려 보이는데요? ( ")
=3=3=3=3=3=3=3=3=3=3=3=3=3=3=3=3=3=3=3=3=3

마노아 2014-07-15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제 네일 스티커 붙였어요. 당초문양인데 열손가락 다 붙였더니 좀 촌스러운 느낌이에요. 어느 손가락 스티커를 떼어야 하나 살짝 고민하고 있어요. 이럴 때 옆에 있으면 서로 손을 보고 웃었을 텐데요.
저도 가끔 그런 댓글이 메일로 오면 화들짝 놀라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이메일로 먼저 댓글 받고 기분 좋을 때가 더 많거든요.
그러니 우리 설정 바꾸지 마요~

다락방 2014-07-16 11:50   좋아요 0 | URL
저 왼손도 다 뜯어 버렸어요. 아 기분 너무 나빠. 이게 한 셋트 더 남았는데 어제 e 양에게 다 말하고 '이거 남은 한셋트 4,500원에 사갈래?' 했더니 e 양이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맞아요, 마노아님. 기분 좋은 댓글 받고 기분 좋을 때가 몇 배는 더 많아요. 훨씬 더 많죠. 그러니 기분 나쁜 댓글로 인해 설정을 바꾼다거나 하지 말아야겠어요. 그나저나 마노아님에게도 기분 나쁜 댓글이 달리기도 하는군요. ㅠㅠ 개그프로그램 무슨 코너중에 남자가 마지막에 늘 이런말을 해요. '착한 사람은 늘 이렇게 오해를 받고 살아요' 라고. 마노아님 처럼 착한 사람에게도 나쁜 댓글이 달릴 수 있다니....허허 그것참..

건조기후 2014-07-1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참 한심한 인간들 많아요. 보아하니 오며가며 그냥 단 댓글도 아니고 다락방님 서재 어지간히 들락날락한 사람같은데... 우리도 똑같이 웃어줍시다. 너 인생 참 멋지게도 산다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기분 푸는 데는 역시 먹는 게 최고죠 ㅎㅎㅎ 그것도 고칼로리로 아주 양껏.
오늘 점심도 맛있는 거 많이 먹어요!

다락방 2014-07-16 11:51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건조기후님. 우연히 와서 제 글을 보고 빡친게 아니라 계속 제 글을 보던 사람인 것 같아요. 그런데 아마도 짜증내면서 왔었나봐요. 어휴, 이 재수없는 인간이 또 어떤 거지같은 글을 썼나 볼까? 하고 말이지요. -0-

어제는 저녁에 오징어제육볶음에 소주를 마시고 2차로 닭에다 후렌치 후라이에다 맥주를 마셨어요. 마시고 곧바로 쓰러져 잤지 뭡니까! 날로날로 돼지가 되고 있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용? 므흐흐흐흐

김토끼 2014-07-17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안녕하세요..이 페이지 너무 웃픈... 읽으면서 너무 재밌었네요. 오랜만에 누가 쓴 글 보고 이렇게 즐거워 본 게 오랜만이에요 ㅠ

다락방 2014-07-17 14:15   좋아요 0 | URL
하하 김토끼님, 오랜만입니다.
예전에 팝트래쉬님이 활동을 지금에 비하자면 아주 활발하게 하실 때, 그 분의 서재에서 종종 김토끼님을 뵙고 김토끼님의 서재도 그렇게 들락날락거렸던 기억이 나네요. 후훗

잘 지내고 계시지요?
우리 종종 보도록 합시다.
 
패밀리 집시 - 미지의 세상으로 뛰어든 한 가족의 짜릿한 세계일주 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지음, 최윤영 옮김 / 에이지21 / 2014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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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 특유의 오글거리는 감성이 싫어서 여행기 읽기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다. 여행기의 대부분이 사진에 곁들인 짧은 글들이라 영 내 취향이 아니다. 아마도 여행지에서는 발끝에 숨겨져있던 감정까지 다 불러내게 되니 그런 글들이 나오는가본데, 나는 다른 사람이 여행지에 가서 느낀 발끝의 감정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간혹 내가 여행기를 읽게되는 건, 사실 여행기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낯선 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보기 위해서이다. 그 사진들이 때로 보고싶은 마음이 들어 여행기를 덥썩 손에 들게되고, 그러다 글을 읽으며 아 역시 난 여행기 취향이 아니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내가 마음에 드는 여행기를 찾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패밀리 집시》의 저자 '다카하시 아유무'는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LOVE & FREE》의 저자이다. 몇년전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란 사실을 알고는 오오, 나도 한 번 볼까, 하고 펼쳐 들었다가 멘붕이 왔었다. 읭? 이게 뭐지? 이게 왜 베스트셀러야? 그때 나의 혼돈을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이 혹여라도 또 나온다면 보게 되진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가 자신의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표지의 저 아이는 베리베리 사랑스럽지 않은가. 어디,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돌아온 그의 글을 읽어볼까, 했다가 또 당황했다.


대체 이 사람의 책은 왜 베스트셀러일까? 아아- 난 역시 이사람 취향이 아니야...사진이 여행기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면, 이 책은 기본에 있어서는 충실했으며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글은.....난 사진 옆에 간략히 몇 줄 쓰는 그런 글들이....진짜 싫다. 대체 다른 사람들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이 책의 어디가 좋은걸까? 어디가????????????????????? 


여튼 그 많은 사람들을 움직인 그 무엇이 나를 움직이지 못했음에 틀림없다. 나를 건드리지조차 못해. 이런 비교가 적절치 않다는 건 알지만, 꼭 말하고 싶다. 이 사람의 이 책보다 나를 움직이는 글들은 알라딘에 더 많다. 알라딘 서재 글들이 더 훌륭하다.


알라딘은 제발 별점에 반 개도 만들어라. 2.5개 주고 싶은데 이를 악물고 셋에 칠했다. '캠핑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오오, 캠핑카? 이거 나도 한 번 생각해봐? 하는 긍정적 마인드가 2.5에서 2로 내리느냐 3으로 올리느냐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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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4-07-1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다락방 2014-07-15 08:12   좋아요 0 | URL
드림아웃님은 혹시 이 사람의 책을 좋아하시나요? 재미있게 읽지 못해 민망합니다. ㅠㅠ

2014-07-17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8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꼬마요정 2014-07-1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갑자기.. 예전에 다락방님이 드시고 싶다던 포르투갈 음식이 생각나는데요.. 프란세시냐? 프란체시카?
아..
이름도 외우기 힘든 그 음식이 떠오릅니다.

잘 지내시죠?^^

다락방 2014-07-15 08:13   좋아요 0 | URL
프란세시냐! 맞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홍대에 포르투갈 레스토랑이 생겼어요. 이제는 마카오나 포르투갈까지 가지 않아도 홍대 근처에서 프란세시냐를 먹을 수 있습니다. 이긍. 조금만 더 일찍 생겼다면 제가 마카오까지 가지 않아도 됐잖아요..그쵸? ㅜㅜ

꼬마요정님이야말로 잘 지내십니까.
 



비행기 추락사고로 무인도에 아이들이 정착하게 된다. 여섯살 아이부터 십대의 소년까지. 한 명의 아이가 다른 한 명의 아이를 발견하고, 그들은 소라를 주워 크게 불어서 혹시 다른 아이들이 있는지 확인한다. 소라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아이들은 소라를 분 아이에게로 모여들고 한 명씩 혹은 몇 명씩 모인 그 아이들은 자신들이 무인도에 떨어졌음을, 조종사를 포함한 어른들은 하나도 없음을, 단지 자신들 뿐임을 알게 된다. 구조될 때까지 어쨌든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그들 중의 대장을 뽑기로 하고 소라를 불었던 아이는 자신이 대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며 성가대를 이끌고 찾아온 아이는 자신이 대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투표로 인해 소라를 분 아이가 대장으로 선출되고, 이에 성가대를 이끌고 찾아온 아이는 분해한다.








어린 아이들이 모여서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자신들이 이 곳에서 살아남기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하고,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이 무리를 이끌 대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해내는 게 놀라웠다.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가진 본능인지도 모르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했다. 게다가 누군가는 대장이 되려하고, 누군가는 자신이 2인자임에 분해하는 것도 어른들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게 놀랍고 동시에 씁쓸했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그러니 누군가는 대장이 되고 싶어하기도 하며 누군가는 구석에 얌전히 앉아 누군가의 리드를 바라기도 한다. 문제는 대장이 되고 싶은 사람이 많아질 때 발생한다. 서로 자기가 대장이 되겠다고 싸우거나 상대를 비난해야 하니까. 이 과정에서 싸움은 거칠어질 수도 있고 피를 부르기도 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인원의 세계도 마찬가지. 




아주 오래전에 읽었던 책, '윌리암 골딩'의 《파리대왕》이 생각난건 이 영화, 《혹성탈출:반격의 서막》을 보고난 뒤였다. 2인자였던 '코바'는 인간을 좋아하고 인간과 평화관계를 유지하려는 무리의 대장 '시저'가 못마땅했다. 코바는 인간이 싫었으니까. 그들을 결코 믿어서는 안된다고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말을 들어서 자신들의 대장 '시저'가 인간들과 전쟁을 일으키기를 바랐다. 그러나 시저는 전쟁이 일어나면 그들만 죽는 게 아니라 우리도 죽는다, 는 것을 반복해서 얘기한다. 우리가 여태 이루어온 모든 것들을 우리도 잃을 수 있다고.


시저에겐 유인원의 생명이, 자신의 가족이, 자신의 가정이 소중했고 이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는, 평화로만 가능했다. 전쟁은 이것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이 결코 아니었다. 처음엔 시저의 말을 들으려던 코바는 점점 시저에게 불만을 갖게 되고, 결국 코바는 반란을 일으킨다. 가장 충성스러웠던 시저의 부하는 가장 먼저 시저에게 반발하며 가장 폭력적인 유인원이 된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걸어가면서 아빠는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조직에나 배신자는 있다' 고. 나는 아빠에게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이지만, 그렇지만 코바가 왜 그러했겠느냐고 되물었다. 코바는 인간으로부터 실험의 대상이 되어 철창에 갇혀 살았었다. 그로 인해 얼굴과 목에 상처가 있다. 그런 코바가 인간을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게 쉬웠겠냐, 코바는 인간을 증오했을 것이고, 그 증오가 전쟁을 불렀다. 만약 코바에게 인간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코바도 지금의 상황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인간이 오만하기 때문이라고.



나는 동물원에 가는 걸 몹시 좋아한다. 동물원에 가서 사자며 호랑이며 코끼리를 보는 것을 즐긴다. 때로는 아, 호랑이 보러 가고 싶다, 아 늑대 보러 가고 싶다,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는 봄이 되면 으레 동물원에 가기를 즐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우리 속에 갇힌 사자며 호랑이며 코끼리를 보는 이것이 '옳다'거나 '정당하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동물들을 동물원에 가둬두었기 때문에 우리가 동물의 모습을 책이나 영화에서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볼 수 있게 하는 것 자체가 '인간 중심적인' 사고라고는 생각한다. 


영화속에서 코바는 인간들에게 '너희들도 철창에 갇혀봐' 라고 울부짖는다. 이 장면은 섬뜩한데, 그것이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생각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재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똑똑한 종이므로 다른 동물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 인간이 아닌 종을 가두고 훈련하는 것들을 할 수 있는건 현재 우리가 가장 '똑똑하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똑똑한 종의 출현을 생각한다면 아찔한 사실로 변한다. 영화처럼 유인원이 말을 할 수 있게 되고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들이 우리보다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유인원이 아니라 더 강한 종이 출현해서 우리를 마치 애완동물 다루듯 한다면, '관람'하고 싶어 우리에 가둔다면, 그 때 우리의 기분은 어떨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그것을 왜 다른 종들에게 '이미' 하고 있는가.



이에 아빠는 '네가 왜 그런것까지 생각하냐' 라고 기막혀 하셨다. 넌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한다며, 지금 니가 말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고, 그러니 너는 이 영화를 보고 돌아서 잊으면 된다고, 영화를 보는 동안만 재미있게 보면 된다고 하셨다. 나는 아빠랑 영화를 보고나면 언제나 이렇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맞서게 된다. 나는 언제나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를 말하고 아빠는 언제나 '영화야 영화 영화라고' 라 맞선다. 우린 같은 영화를 한 자리에 앉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걸 느낀다.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아빠가 그러는 게 좀 답답하다. 아빠가 보기에 나는 좀 지나칠 것이고.



그렇다고 내가 앞으로 동물원에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지는 않는다. 나는 가끔은 또 맹수가 보고 싶을 것이다. 계속 영화를 볼 것이고 그러다 어느날에는 인간이 지나치게 오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이 오만함을 즐기는 나야말로 가장 모순된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것을 영화라고 생각하고 인간이 오만하다는 전제를 딱히 받아들이지 않는 나의 아빠가 일관된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끝, 나는 시저 때문에 평화는 다시 찾아올 수 있을거라 믿었다. 그러나 시저는 말한다. '유인원이 전쟁을 일으켰고 인간들은 결코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이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남한과 북한도, 일본과 한국도. 그리고 더 뻗어나가 아직도 전쟁중이거나 전쟁을 노리고 있는 모든 나라, 모든 장소들도. 우리가 평화를 원한다면, 그전에 먼저 '용서'를 하는 것이 우선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가 없는한, 평화도 없을 거라고. 그러나 이것은 이상적인 바람일 뿐이고, 사실 이곳의 나는 나에게 잘못한 사람조차 잘 용서하지 못한다. 아니 어떤 잘못에 대해서는 죽을때까지 잊을 수 없을거라는 생각도 한다. 인간들에게 평화는 요원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제 까페에 가서 나랑 함께 책을 읽던 남동생도 전날 이 영화를 보았는데, 뜬금없이 내게 '나 시저 같지 않냐?' 라고 물었다. 나는 '뭔 소리야. 시저는 나지. 너는 코바야.' 라고 했다. 그러자 남동생은 나에게 '누나는 모리스 같아' 라고 했다. 모리스? 모리스가 누구였지?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있잖아 책 읽는 원숭이. 그 크고 혼자 이상하게 생긴...' 아...생각났다. ㅠㅠ 모리스는 그러니까 얘다. 




내가 모리스............라고?








덧붙임: Humans of New York 의 번역본의 제목을 물으시는 분이 계셔서 링크합니다. 왼쪽이 번역본, 오른쪽이 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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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4-07-1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헤헷! 다락방님 모리스이신가요? 이 얘는 일단 종이 오랑우탄으로 보이구요. 오랑우탄은 유인원 중 유일하게 책을 읽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과 가장 유사하다는.... 아무튼, 태그대로!!! 다락방님은 모리스가 아니며, 아닙니다. 아무렴요!

저도, 다락방님 쪽이거든요. 영화보고나면 '어쩌지? 어쩌지?'하는 편이예요.
우리보다 지적으로 우월하고, 육체적으로 강력한 종이 나타나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해 봤는데, 일단은,
한참 뒤의 일일것 같구요. 우리에 우리 인간을 가둔다 해도, 일단 저를 가두는 일은 없을거라 생각됩니다.
예쁘지 않고, 특이하지도 않고, 그냥 평범해서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런 일이 왜 일어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우리 인간은 정말 지구상에서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하고 있으니까요. 쓰레기 많이 양산하는 저를 비롯해서요. 처음에는 모리스로 시작해서 재미있었는데, 마지막에는 반성하게 되네요.

다락방님의 페이퍼는 저를 즐겁게 하면서, 동시에 반성하게 합니다.....

댓글 : 요 밑에 책 <내가 슬플 때> 집에 있는데 읽지 않은 책이거든요. 지금 읽어야겠어요~~~

다락방 2014-07-15 08:16   좋아요 0 | URL
극중 모리스는 생긴게 저렇게 요란하긴 해도(응?)지혜롭고 평화를 사랑하는 유인원입니다. ㅎㅎㅎㅎㅎ

그런데 영화보고나서 어쩌지 어쩌지 걱정이 태산인 게 부질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 후로 내가 뭔가 달라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말이지요. 그렇다면 영화를 보며 생각에 잠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싶기도 하고요. 삶은 분명 의미로 가득차 있을텐데 그 의미는 어디로부터 찾아야할까요, 단발머리님??

어제 술을 마셨더니 오늘 겁나게 피곤하네요. 아니 술을 마셔서가 아니라 모기 때문에 밤에 잠을 깨서.. ㅠㅠ

단발머리님, 모기 물리지 마세요!

아무개 2014-07-14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읭? 다락님의 그 오똑한 콧대로는 우랑우탄분장은 무리!
아.... 뭐... 꼭 콧대만 그렇다는 건 아니고,
전반적으로다가 그럼요 오랑우탄은 무슨!! 아닙니다!!

2.바이러스든(정유정의 <28>을 읽는 중이라), 어마무시하게 뛰어난 생명체든
뭐든 상관없이니.
꼭 인간을 멸종시켰음 좋겠다.......는 생각을 점점 더 자주 하고 있는 요즙입니다.
절대로 단하나의 개체도 아니 어떠한 유전자도 남기지 말고 절멸!

3.뭐 그랬다가도 이승우 신작에 카뮈보틀 받을 생각하면
또 아무생각없이 히죽히죽~ 미친건지....ㅜ..ㅜ

단발머리 2014-07-14 12:52   좋아요 0 | URL
이승우 신작에 카뮈보틀 조합이 가능한 건가요?
저도.... 지금 가봐야겠어요. 그럼, 바빠서.... 휘릭~~

다락방 2014-07-15 08:21   좋아요 0 | URL
1. 오똑한 코....라뇨. 진짜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분은 아무개님 밖에 없다니깐요. 아무도 몰라요, 제 오똑한 코에 대해서는... 흑흑 ㅠㅠ
그렇지만 뒤늦은 아무개님의 변명은, 코를 제외하고는 오랑우탄과 대부분 흡사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저는 아무개님의 인간 멸종 생각이 무섭고 불편해요. 일단 지구상에 태어난 어떤 종이든 멸종은 무서운 거잖아요. 내 종 자체가 사라지다니. 전 아무개님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설사 아무개님의 바람대로 인간이 멸종한다고 해도 저는 혼자라도 반드시 오래 살아남고 싶어요. 전 멸종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도요. 아울러 인간에게 기대를 가진 저같은 사람들도 모두요.
멸종된다고 해서 세상이 깨끗해질거란 생각은 전 들질 않아요. 예전에 읽은 소설 [소녀, 발칙하다]에서 썩은 사과가 포함되야 술이 맛있게 담가진다는 대사가 나왔는데요, 저는 인간이 싸그리 멸종되고 난 후의 세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는 모두가 좀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대화하고 행동하고 조금씩 바꿔나가는 게 의미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더 나은 방향으로 가자고 행동하는 인간들이 존재하니까요.


3. 보틀은 카뮈가 이쁩니다. 헤밍웨이는 글자수가 많아 옆으로 튀어나와서 미워요...

세실 2014-07-14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모리스 절대 아님~~~~

근데 저 원숭이 볼수록 귀엽긴 해요^^ ㅎㅎ

다락방 2014-07-15 08:21   좋아요 0 | URL
귀엽단 말입니까, 세실님? ㅎㅎㅎㅎㅎ 그럼 저 모리스 할래요!! ㅋㅋㅋㅋㅋ

2014-07-14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5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umans of New York (Hardcover)
Brandon Stanton / St Martins Pr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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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의 첫사랑이었어요. 우리가 매우 젊었을 때, 우리는 열흘간 데이트를 했죠. 그러나 나의 엄마는 우리의 관계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녀는 내게 말했죠. "그는 미국인이고 배우야. 그는 자신의 것을 아무것도 해내지 못할거야."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죠. "이 세상에 남자는 많지만 너의 엄마는 오직 나뿐이야." 그녀는 내게 그를 다시는 만나지 말라고 말했고, 나는 그녀의 말대로 했어요. 그녀는 나를 몇년간 한국에 데려갔고, 돌아왔을 때에도 나는 그에게 연락하려는 시도조차 하질 않았죠. 나는 그에게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어요. 그게 이십년도 더 전의 일이죠.


최근에, 나는 구글을 통해 그가 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나는 그에게 그간의 모든 것들을 담은 아주 긴 편지를 보냈어요. 우리는 결혼을 했었고 아이도 있었죠. 그러나 지금 우리는 여기에 있어요. 결국 이렇게 함께 하게 됐죠.




어떤 책은 신간이라 너무 읽고 싶어서, 어떤 책은 다시 한 번 훑어보고 싶어서, 어떤 책은 가만히 책장을 넘겨 보고 싶어서. 세 권의 책을 챙겨들고 집 근처의 까페로 갔다. 자, 이 세 권중 무엇을 먼저 펼쳐볼까, 하고 선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는데, 이 책 속의 사진과 글들에 빨려들어 몇 장만 보고 덮으리라는 나의 결심과는 달리 끝까지 다 보고 말았다. 이 책이 일요일에 읽기에 적당한 이유는, 지난 한 주를 마무리 하는 좋은 휴식이 될 것 같아서이고, 다음 한 주를 시작하려는 상황에서 여유를 선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아내는 몇 년전에 죽었어요. 그녀이 이름은 바바라였고, 나는 그녀를 '바' 라고 부르곤 했어요. 나의 이름은 로렌스인데, 그녀는 나를 '라' 라고 부르곤 했죠. 그녀가 죽고나서 나는 나의 이름을 '바라' 라고 바꾸었어요.







-나는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공부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공중그네 예술을 배우고 있어요.

-당신의 부모는 그런 당신의 결정에 실망하지 않던가요?

-아뇨, 그들은 행복해하고 있어요. 내가 이제는 더이상 매일밤 울며 전화하지 않으니까요.







내가 이 소녀를 만났을 때는 할로윈이 되기 며칠 전이었다. 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물었다. 허리케인이 휩쓸고 간 후라 그녀에게 사탕을 줄 이웃이 아무도 없는데 왜 그녀는 양동이를 들고 다니는 거냐고. 그러자 그가 말했다.


"그녀는 낙천주의자 거든요."





-엄마의 유골은 그녀의 시에 있어요.

-당신 엄마에 대해 좀 더 말해줘요.

-그녀는 대단한 시인이었어요. 그녀는 아무에게도 그녀가 쓴 시를 보여주지 않았어요. 우리는 그녀가 시를 썼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그것들을 읽게 하지 않았죠. 그런데 그녀가 죽은 후에 나는 그녀의 컴퓨터에서 그녀가 쓴 시들을 찾아냈어요. 그것들은 무척 아름다웠고, 나는 그녀가 그 시들을 썼다는 걸 믿을 수 없었어요!






그녀는 손글씨로 빼곡하게 채워진 편지를 읽고 있어 내 주의를 끌었다. 나는 그녀에게 그 편지가 행복한 편지인지 혹은 슬픈 편지인지 물었다. 그녀는 매우 행복한 편지라고 대답했다.


감옥에 있는 내 남자친구로부터 온 편지거든요.





나는 정말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없어요. 이 음영들은 매초마다 변하고 있거든요.








나는 자라면서 한 번도 가족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만 여전히 매일 학교에 갔죠. 하루는, 내가 11학년이었을 때, 나의 영어선생님이 내게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졸업을 한다면, 나는 너를 양자로 삼을거야. 나는 너에게 삶을 보여줄거야. 너는 니가 꿈꾸지 못했던 것들을 하게 될거야." 그리고 그는 약속을 지켰어요. 그는 법적인 것과 모든것을 처리했고, 내가 졸업하고나자 그가 나의 유일한 가족이 되었어요. 그 후로 그는 어디든 나를 데리고 다녔고, 나는 가족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있었어요.










덧붙임: 1. 위 글의 모든 직역, 의역, 오역, 억지로 만든 문장은 모두 다락방의 것입니다.

           2. 이 책은 번역본으로도 나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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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00: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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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4: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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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08: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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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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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9: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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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09: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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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4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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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7-1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본 제목은 뭐예요? 저자 이름으로는 국내 도서가 같이 안 뜨네요.

다락방 2014-07-14 13:45   좋아요 0 | URL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756946

이건 이상하게 번역본이 더 저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