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여행'에의 욕구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대한민국 곳곳을 더 많이 가봤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지 여행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KTX 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내게는 누군가를 만나기 위함이었지 여행이 목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산티아고'가 궁금했다. 직장생활이 지리멸렬하게 여겨져서 그랬을까. 한달쯤, 모든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산티아고를 가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막연히 생각해보지 말고 어떤지 좀 알아볼까, 싶어 산티아고를 넣고 검색하다가 가수 '박기영'이 산티아고에 다녀와 책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호라, 읽어보자 싶어져서 냉큼 주문했다. 일단 자신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산티아고를 갔으니 어쩌면 나랑 비슷한 처지에서 출발한 게 아닐까 싶었던거다. 읽기전에 설레이면서 동시에 두려웠다. 읽자마자 당장 산티아고를 향해 달려가고 싶으면 어떡하지?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져 사직서를 던지게 되는건 아닐까? 내가 무모해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난 후에는 오히려 산티아고에 대한 욕망이 약해졌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아뿔싸, 엄청나게 무거운 배낭을 순례길 내내 등에 짊어지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옷이며 세면도구며..그 짐들, 내 것인데 내가 들고 걸어야지. 짐을 들고 걷는다는 걸 생각하지 못했네. 나는 '걷기'가 좋았고, 그래서 걷고 싶었다. 아침이고 밤이고 걷고 싶었을 따름인데, 거기에 무거운 짐이 더해진다면, 이건 얘기가 달라지는 거다.


게다가 그 긴 시간동안의 숙박은? 각 코스마다 정해진 순례자의 숙박장소는 시설이 열악했고, 휴..경제적 형편을 생각한다면 그곳에 묵어야함이 당연하지만, 그 오랜시간, 걸어서 피곤한 몸을 매일 열악한 숙박업소에 뉘이고 싶어지질 않았던거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아, 나는 편안한 생활에 너무나 길들여져 있는걸까.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순례길을 걷는데, 나라고 못할 게 뭐람. 그래, 일단 지금 결정하지는 말고 보류하자. 혹시 알아, 정말 회사 때려치고 나면 그 모든걸 감수하고라도 순례길을 걷고 싶어질지. 갔다오면 살빠질지도 모르고................( ")



그렇게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으려고 했을때, 책의 뒷날개에는 출판사의 다른 책들이 소개되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 한 권이 바로,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였다. 오! 이게 뭐야!! 포르투갈이라니, 리스본이라니!!!! >.<


나는 언제고 기필코 포르투갈에 가리라고 늘 마음먹고 있는데, 그런 리스본의 얘기라니. 겁나게 땡긴다. 그래, 회사를 때려치면 순례길 대신 포르투갈에 가자. 순례길 한 달 걷는 대신 포르투갈에 한 달 머물자. 일전에 홍대근처에 오픈한 포르투갈 레스토랑에 다녀왔을 때, 아 나는 또 얼마나 포르투갈에 가고 싶었던가. 포르투갈 음식은 다 내취향이로구나, 하며 얼마나 감탄했던가. 나는 순례길을 걷는 대신 포르투갈에 가서 내 취향의 음식들을 모조리 맛보겠어. 아...나는 지금보다 더 돼지가 되겠구나...Orz


《리스본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는, 그렇게 내 장바구니에 들어가있다. 나는 하루에도 열두번씩 장바구니를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윽 질러, 안돼 지르지마, 윽 질러, 안돼 지르지마....

















나는 '독립'에의 욕구도 그다지 없다(고 생각한다). 올해의 어느때쯤, 혼자 살고 싶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대전으로 갈까 아니면 이 직장에 다니면서 성남에 집을 얻을까 등을 내내 고민하다가 그 생각이 쑤욱- 수그러들었다. 그러다 킨포크를 하나씩 미리보기로 구경하면서, 2번째 킨포크에서 이 사진을 보게 된다.




빵과 쨈의 사진이 아니라, 밑에 여럿이 둘러 앉아 식사하는 사진. 아........미치겠다. 이 사진을 보자마자 갑자기 또 독립하고 싶어져....혼자 살면서 빵에 쨈도 발라먹고, 그리고 이렇게, 친근한 벗들을 불러 모아 맛있는 식사를 함께 하고 싶다. 파티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을 나는 하고 싶다. 올 때 와인을 한 병씩 가져오라고 말하면서, 그 와인들을 차례대로 맛보며 친근한 벗들과 한껏 수다도 떨고 취하고 싶다. 으윽-


회사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이렇게 얘기하니 설거지 어쩔 거냐고 한다, 그리고 독립하면 빨래는 어쩔 거냐고..아..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진다. 저렇게 먹고 나면 설거지...손님들 다 간 다음에 내가 해야되잖아? 그릇 조낸 많이 나올텐데...아..왜 이 세상엔 이토록 해야할 걱정이 많단 말인가. 딜레마에 허우적대는 삶이랄까... 걍 독립이고 뭐고 때려치고 킨포크나 죄다 사모을까, 갖고 싶은데. 그러다 동료 e양과 얘기했다.



- 누군가 나를 너무 좋아해서 킨포크 1부터 13까지 죄다 박스에 곱게 담아 선물해줬으면 좋겠어. 그럼 친한 친구가 될텐데.

- 생각만해도 근사하네요. 얼른 가서 결제하세요.

- 내가?

- 네.

- 나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니까?

- 네.



이러고 둘다 빵터져서 웃었다. 그래, 나야말로 나의 가장 좋은 친구지. ㅎㅎ 차곡차곡 사야겠다. 일단은 저 사진이 실린 2권을 사야지. 사진들이 너무 좋아 ㅠㅠ



- 킨포크를 죄다 사주는 게 남자라면 사귈수도 있을것 같아.

- 시사인 정기 구독해주면 영혼을 준다고 했죠?

- 응 근데 아무도 정기구독 안해줬어.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도 이제 시사인 안사봐..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월 31일까지 민음사 모던클래식 9종이 50% 할인(주저하는 근본주의자가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라니 ㅠㅠ 안돼 ㅠㅠ) 이라고 해서 나는 또 내적갈등에 휩싸인다. 그중에 내가 갖고 싶은 책은 《헛된 기다림》과 《세상의 마지막 밤》 이렇게 두 권인데, 이 두 권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하루에도 스물네번씩 고민한다. 살까말까..사봤자 지금 읽을것도 아니잖아,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오십프로 할인 가격으로 살 수도 없어, 그렇지만 할인한다고 계속 사서 쌓아두기만 하는 것도 미련스럽잖아? 그렇지만 읽고 싶은 책이니까 이럴때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그렇지만 그게 좋지도 않잖아? 그렇지만 냄비 받침 아직 못받았잖아? 내 안의 천사와 악마는 여전히 싸움질 중이다. 


《주저하는 근본주의자》가 영화로 만들어질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최근에 트윗을 통해 알게됐다. 





예고편을 보면서, 그리고 책 내용을 떠올리면서, 나는 내가 이 책을 읽고 적었던 리뷰의 마지막 문장을 떠올렸다.

'잠시동안 눈을 감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김없이 눈을 뜨는 시간은 찾아온다. 눈을 뜨면, 거기엔 되고 싶은 내가 있는게 아니라 본연의 내가 있다.'


크- 바로 이거야. 이 책에 대해 이보다 더 잘 말할 수는 없어.(응?) 나는 나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크- 




회사 근처에 까페가 새로 생겼다.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독자적 브랜드를 가진 까페로 보였고, 아주 작았다. 아침에 들르면 크루아상을 무료로 준다고 한다. 스타벅스는 회사가는 길, 버스에서 내려 들를 수 있지만, 새로 생긴 까페는 버스에서 내려 뒤로 돌아 조금 걸어야 한다. 한마디로 출근시간에 가기에 스벅보다 조금 더 멀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나는 어제, 스벅 대신 그 까페로 갔다. 월요일 밤에는 책 읽다가 열두시 넘겨 자고, 화요일 밤엔 술마시고 들어가 자려니 열두시였던 터라, 어제 아침 출근길에 몹시 피곤하고 졸렸던거다. 으윽 달달한 커피를 한 잔 해야겠어. 그렇게 새로 생긴 작은 까페에 들어가 커피를 시켜두고 책을 조금 읽었다. 그리고 당신을 생각했다. 내가 '여기'에 와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스벅이 아니라.




9월과 10월, 로쟈님이 남미문학 강의를 하신다는데,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를 재미있게 읽은터라 몹시 궁금하다...나도 강의 신청해서 들을까...우짜지.. 




그리고 밑에 두 책에 대해서는, 읽고 싶으신 분께 드리겠습니다(읽고 싶어서 샀는데 못읽겠어요 -_-). 한 분이 두 권 다 신청하셔도 되고 한 분이 한 권만 가져가셔도 됩니다. 택배비는 제가 부담합니다. 읽고 싶으신 분은 '공개댓글'로 달아주세요. -끝!! 아무개님께 드리겠습니다.

















9월달에 에피톤 프로젝트 새앨범 나온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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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08-28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권다 손번쩍!

아무개 2014-08-28 16:33   좋아요 0 | URL
누가 댓글달까봐 급하게 다느라....
근데 다락님이 이런 책을 샀네요 오호...

아참 로쟈님의 러시아 문학 강의는
아트앤스더티에서 인강으로도 들으실수 있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강의보담 책이 나은거 같긴했어요.

다락방 2014-08-28 16:46   좋아요 0 | URL
오 아무개님께 드리겠습니다. 당첨!!

남미문학도 나중에 책으로 나오겠죠? 책으로 읽을까.. 흐음..

2014-08-28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8-31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4-09-01 09:54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 감사해요~~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단발머리 2014-08-28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방출 광고 이제서야 보여요. ㅋㅎㅎ
아무개님, 축하드립니다. ^^

다락방 2014-08-31 14:17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벌써 책을 받으셨습니다. 으흐흐흐

유부만두 2014-08-29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로쟈님 강의 들어봤어요. 강의 잘하세요. 재밌고요. 저녁시간 맞추기 어렵지 않으시면 추천해요. 그런데 양재~사직공원 옆 푸른역사 ... 머네요....

다락방 2014-08-31 14:17   좋아요 0 | URL
저도 로쟈님 강의 한 번 들어본 적 있어요. 저희 동네 도서관에서 지젝 강의 하셔서 의욕 충만하여 들으러 갔었지요. ㅋㅋㅋㅋㅋ 한 번 듣고 그 후론 안갔지만 강의는 재미있었어요. 남미문학 강의도 책으로 나오면 책으로 살까... 생각 중이에요. 강의를 한 번 들어보고 싶긴 한데.. 흐음...

레와 2014-08-29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영화는 대체 언제 개봉한거에요?!!!!

크루아상의 공짜로 주는 카페라니.. 무조건 가야죠.
출근전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주변환경이 부러워요. 락방!! ㅎ


나는 다락방이랑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다요.

다락방 2014-08-31 14:19   좋아요 0 | URL
저 영화는 아직 개봉하지 않은 것 같고요 앞으로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어요. 개봉하면 보러가야겠어요.

크루아상을 공짜로 주는 카페는 오픈 시간이 좀 늦어요. 삼십분만 더 빨리 해줬으면 좋겠는데...이게 잘못가면 아직 크루아상 굽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못먹어.. ㅠㅠ

ㅎㅎ 어쩜좋아. 전 제주 올레길을 걷고 싶지 않은데요. ㅎㅎㅎㅎㅎ 난 제주도가 별로...( ")

별수진 2014-08-2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보고 갑니다..산티아고..전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다락방 2014-08-31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회사를 혹여 때려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좀 생각해보려고요. 가고 싶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반반이에요. 도전하고나면 좋을 것 같긴한데...역시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어요. 사실 생각이 아니라 생각하기 전에 가고 싶은 욕망이 더 컸을 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쵸?

자하(紫霞) 2014-08-3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요즘 킨포크에 빠져들고 있어요.ㅎㅎ

다락방 2014-08-31 14:21   좋아요 0 | URL
글 읽는 건 별로 재미없는데 사진들이 참 좋아요. 다들 너무 '있는 집' 인것 같아서 위화감이 조성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진이 예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