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22페이지 본문 하단에 실린 각주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무한히 긴 삶에 대한 욕구는 무한한 인식에 대한 욕구이기도 하다. 시몬 드 보부아르의 소설 『모든 인간은 죽는다』의 주인공은 불사不死의 삶이라는 가능성 앞에서 주저하는데, 그때 그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그와 같은 삶이 무한한 배움을 가능하게 하리라는 사실이다. 실로, 무한히 오래 사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언어와, 그 언어들로 전승되고 기록된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 전체를 배울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종합하여 단 한 권의 최종적인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그 책은 전 세계의 도서관을 합친 것과 맞먹을 것이며, 우주와 자기 자신을 향한 인류의 기나긴 탐구의 여정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다. 이는 절대정신이 자신의 기원이자 목표로 귀환함을, 그리하여 거대한 자연사적·세계사적 원운동을 완성함을 의미한다. (p.22)


















찾아보니 국내에도 번역된 책이다. 보부아르는 '제2의 성'으로만 알고 있다가 이렇게 소설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불사의 삶이라는 것에 대해 나도 자주 생각해왔다. 내가 불사의 삶을 생각한건 단순하게도 죽음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종종 사람들에게 죽음이 두렵고 그래서 불사의 삶을 원하노라, 고 말하면 이내 '아프고 병들면서 살아있는 건 고통이지 않냐'고 반문한다. 그럴때면 나 역시 고민하게 된다. 내가 원하는 불사의 삶이란 것은 구체적으로 떠올려본 적은 없지만, 아마도 늙고 병들지 않은 채로 영원히 사는 삶을 의미했던 것 같다. 가능성 없는 일이다. 그러나 죽음이 두려운 건 언제나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죽지 않을 수 있다면 뭐든 할 것 같은 마음이 된다.


보부아르와 이 하찮은 나 따위...의 생각은 바로 여기서 갈린다. 내가 영원히 살기를 바란 것은 죽음이 두려워서라는 이유 말고는 딱히 없다. 그러니까 계속 살아서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쌓고..하는 것에 대한건 없다는 거다. 단순히 죽기 두렵다 →영원히 살고싶다로 이어졌을 뿐. 그러나 보부아르는 불사의 삶이 무한한 배움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하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 오래 살아서 오래 공부하다보면 결국은 최종적으로 모든게 담긴 책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라니.. 너무나 대단하지 않은가. 내가 얼마나 하찮은 쪼꼬미 인간인지를 보부아르를 보며 깨닫는다.



이런 보부아르로부터 영감을 받은걸까. 나는 불사의 삶으로부터 무한한 배움의 가능성을 보게됐다는 보부아르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자 마자, 크- '블레이크 라이블리' 주연의 《아델라인:멈춰진 시간》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속에서 주인공 아델라인은 큰 사고를 당했는데, 그 사고 후에 늙지 않은 채로 그 모습 그대로 계속 살게 된다. 그녀에게는 어린 딸이 있는데 시간이 흘러 그녀의 딸이 할머니가 되도록 그녀는 여전히 젊은 모습을 유지하게 되는 것. 그렇게 오래 살아오면서 현재, 그녀는 한 남자를 만나 데이트중이다. 영화는 그런 현재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면서 진행되는데, 아아, 그녀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뭘했을까? 외국어를 익혔다!! 그래서 포르투갈어도 막 해! 와, 저게 가능하겠구나, 저게 가능하겠어. 오래 살면서 그녀가 계속 젊으니 그녀는 외국어를 공부한거다. 너무 멋지지 않은가. 오래산다고 다 그렇게 살 순 없을텐데, 이거야말로 아델라인이 선택한 아주 멋진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델라인이 해를 거듭해 살아오면서 외국어를 익혔다면, 보부아르가 말한 것처럼 무한한 배움에 대한 것도 가능성 있지 않을까. 그러나 젊음을 유지하는게 더 유리할 것 같다. 나이 들어 책읽고 공부하니 예전같지 않아서, 젊을 때 막 듣고 보고 배우는 게 너무 중요할 것 같은 거다. 외국어를 이것저것 하게 된다면 내 능력치가 커지는 것일테고, 그렇다면... 더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가능해지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가 만약 지금 한 500년쯤 살고 있으면서 외국어 여러개를 마스터했다면 지금쯤은 미국에 가서 마리 루티 강의도 들어보고 뭐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가 500년을 살면서 열심히 외국어를 공부하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것이지만...


아무튼 무한한 삶에서 무한한 배움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보부아르님이 진짜 대단하다... 나는 그런 생각 안해봤어.. 나는 역시 쪼꼬미 인간이야..쭈구리다.....


영화 아델라인을 보고 썼던 페이퍼는 여기 ☞ https://blog.aladin.co.kr/fallen77/9661834



이 책, 《사람, 장소, 환대》는 얼마 읽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나를 건드리는 부분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사실 가장 먼저 나를 건드리는 문장은 ''공공장소에("대낮의 햇빛 아래")'라는 문장이었다.



그림자는 물론 몸과 다르다. 하지만 몸이 아니면서도 몸의 일부인 것처럼 몸을 따라다니며 몸의 연기를 돕는 물건들이 많이 있다. 가발이나 지팡이나 틀니처럼 말이다. 이런 소품들은 개인에게 신체적인 완전성을 부여하며 그가 공공장소에("대낮의 햇빛 아래") 오점 없는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게 해준다. 사실 일상의 연극은 언제나 분장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연적인 몸과 인공적 부속물(또는 훼손되지 않은 순수한 몸과 인공적 부속물들을 필요로 하는 불완전한 몸)을 구별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나체의 전시가 금지되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이 말해주듯, 순수한 몸 그 자체는 언제나 불완전하다. (p.17-18)



위의 구절에서 공공장소에, 대낮의 햇빛 아래 라는 문장만이 나에게 확 볼드체로 형광펜 쳐져서 들어온 것이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숨겨진 존재가 되어야 했던 때가 있을 것이다. 때로는 그보다 많이.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를 숨겨야 했던 때도 있을 것이고. 나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렇게 숨겨진 것, 숨겨야 하는 것, '들키면 안되는 것'에 대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편이다. 그건 나 자신에 대해 쪽팔린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만나면서 내 존재를 바깥으로 드러내지 않는 사람을, 내가 좋다는 이유로 계속 그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수시로 생각해야 했고, 은유적으로 그리고 상징적으로 얘기하자면 '대낮에' , '공공장소에서' 나를 만나기를 꺼려하는 사람이라면 나의 존재는 그에게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 역시 상대를 그런식으로 대한 적이 있다. '대낮에' , '공공장소에' 그를 드러내는 걸 피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내게도 있었다. 대낮에, 햇빛 아래서 만날 수 있지만 어둠을 선택하는 것과, 어둠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당연히 다르다. 나는 누군가 나를 햇빛 아래서 만나기보다는 어둠에서만 만나려고 해서 상심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 때의 나를 내 인생에서 도려내고 싶다고 지금도 생각하고, 그 당시에도 그걸 못견뎌했다. 심심풀이 땅콩이 된 것 같은, 그러니까 김현경의 이 책에서 말한것처럼 '사람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 그 느낌이 나의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했다. 그건 아프다기 보다는 상하고 다치는 거였다. 다시는 그런 상황 속으로 나를 몰아넣지 않겠다고 수십번 다짐을 했던 시간이 내게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 나는 거기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내가 살면서 굳게 결심하고 끝까지 가져가자고 다짐한 게 있다면, 그건 '내가 나 자신한테 쪽팔리게 살지말자'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햇빛 아래가 아닌 어둠에서만 불러내려 한다면, 나는 그 사람의 손을 놓을 것이다. 내가 나에게 그것을 허락할 수 없다. 그것은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또한, 나 역시 누군가를 그렇게 대하려고 했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내가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떠올린다. 누가 나를 어둠속에서만 불러내려 했을 때 절망했던 것처럼, 내가 누군가를 어둠속에만 불러내려 했을 때, 나 역시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건 우리가 숨지 않는 것, 대낮의 햇빛 아래에, 공공장소에서도 웃으면서 활짝 만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면 오늘은 어둠에서, 라고 조건을 붙여 만나도 행복할 터였다. 저 볼드체의 문장은 순식간에 나를 과거의 여러시간으로 데려다놓았고 그래서 나로 하여금 아아, 불후의 명곡, <Color Of The Night>를 찾아 듣게 했다. 다시 들어도 로렌 크리스티의 목소리는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사람 가슴을 후벼판다.






로렌 크리스티도 대낮에 그를 만나지 못하고 숨어서 만나야 했나부다... 크-



You and I moving in the dark

Bodies close but souls apart

Shadowed smiles(그림자!!)

And secrets are unrevealed

I need to know the way you feel


I'll bive you everything I am

And everything I want to be

I'll put it in your hands

If you could open up to me

Oh cna't we ever get beyond this wall


Cause all I want is just once

te see you in the light

But you hide behind

the color of the night


I can't go on running from the past

Love has turned away this mask

And now like clouds, like rain

I'm drowning and I blame it all on you

I'm lost, God save me



가사가 더 있지만 이쯤하겠다. 나는 이 노래를 들을 때 갓 세이브미~ 에서 울고, 내가 원하는 건 한번이라도 너를 밝은 곳에서 보는 것이라는 말에 운다. 울자. 이 아침 울자..가을은 원래 울라고 있는 거다.... 울자. 크라이, 크라이... 나한테 밤에만 전화하지마... 내가 밤에만 픽업더폰 하게 하지마..... 그런건 이제 다 끝났어...........








You call me at night and I pick up the phone.....

over it


밤에만 전화하는 남자 닥치라고 하자.....수화기를 들지마!!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서 태아,군인,사형수에 대해 언급할 때도 번번이 복잡한 마음이 되었지만, 2장에서 외국인에 대해 언급할 때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사람이라는 말은 사회 안에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과 같다. (p.64)



여행객으로, 관광객으로 찾아가는 외국과 자리를 잡고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외국에 대해서, 그 낯선 사회 안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 분투해야 할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어딘가의 누군가에게는 자기 자리를 찾는 일이 힘겨워야 할까.



조건부의 환대 역시 환대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주어진 환대가 언제라도 철회될 수 있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대되지 않은 게 아닐까? (p.25-26)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에게 나만큼은 철회되지 않을, 무조건적인 환대를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나에게 당신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라고, 조건 따위 없다고, 대낮에 햇빛 아래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애쓰는 모든 사람들도.



좋은 책이다. 자꾸자꾸 페이지에 눈길을 멈추게 되는 책이다. 아직 75쪽까지밖에 못읽었지만 그렇다.

오래전에 누군가가 내게 어떤 책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 책 나는 지루했지만 네가 읽어준다면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사는동안 달콤한 말 참 많이도 들었지..다 끝나버렸지만. 어쨌든 이 책은 내가 환대하는 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매일매일 읽어주고 결국 한 권 다 읽어내고 싶은 그런 책. 읽어주다가 어떤 문장들에서는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을 것 같다. 사람이라는 말은 사회 안에 자기 자리가 있다는 말과 같대, 정말 그렇지? 사회 안에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너무 외로웠잖아? 같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지.



그럼 이만..



이 책 읽는 동안 '너멀 퓨워'의 《공간 침입자》를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드워킨은 낙태에 대한 처벌이 곧 태아가 사람임을 함축하지 않는다면서, 완고한 낙태반대론자라도 강간에 의한 임신의 경우 낙태에 찬성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만일 태아가 사람이라면, 이는 강간에 의해 잉태된 사람은 살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셈이다(로널드 드워킨, 『생명의 지배영역』, 박경신·김지미 옮김, 이화여자대학교 생명의료법연구소, 2008., p.104). - P32

유교적 가부장 사회에서 기혼 여성은 친족이 없는kinless존재라는 점에서 노예와 비슷하다. 조선 시대에 기혼 여성에게 적용되었던 출가외인出嫁外人이라는 말은 여자들이 혼인과 동시에 부계 친족 집단에서 영구히 성원권을 상실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출가한 여자는 부모의 제사에 참여할 수 없고, 재산을 물려받을 수도 없다. 그리고 친정 일에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출가외인이라는 표현은 여자가 친정 일에 개입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시집에서 쫓겨나도 친정으로 돌아올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친정에 대해서 ‘외인外人,‘ 즉 아웃사이더가 되었다고 해서, 그녀가 남편의 친족 집단에서 그에 상응하는 자리를 얻은 것은 아니다. (아래 계속) - P37

그녀는 시집의 족보에 이름이 오르지도 않고, 제사에 참여하지도 않는다. 그녀는 두 집단 중 어느 쪽에서도 성원권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시집살이가 종살이와 비슷하게 체험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족이 없다는 것은 자기를 위해 나서줄 제삼자가 없다는 것이다. 출가한 여자는 원래 자기가 속해 있던 친족 집단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그녀의 운명은 이제 전적으로 시집 식구의 손에 달려있다. 하지만 그녀와 노예의 공통점은 여기까지이다. 노예는 아무 명예도 갖지 않지만, 그녀에게는 명예가 중요하다. 또 그녀는 아들을 낳음으로써 시집과 혈연으로 이어지게 되며, 권력을 행사할 기회를 갖는다. - P37

『순수와 위험』에서 더글러스는 더러움을 자리place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켰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은 그 자체로는 더럽지 않지만 식탁 위에 두기에는 더럽다. 음식이 그 자체로 더러운 건 아니지만, 밥그릇을 침실에 두거나 음식을 옷에 흘리면 더럽다. 마찬가지로 목욕 도구를 옷장에 두거나 옷을 의자에 걸어두는 것, 집 밖에서 쓰는 물건을 실내에 두는 것, 위층의 물건을 아래층에 두는 것, 겉옸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속옷이 나와 있는 것 등은 더럽다." Mary Douglas, Purity and Danger, New York:Routledge, 2002. pp.44~45 - P73

실제로는 여성의 사회적 성원권을 부정하면서도, 으먕론에 의거하여 여성과 남성에게 대칭적이고 상호보완적인 위치를 부여하는 성리학적 세계관이 좋은 예이다. 공간적인 차원에서 이 세계관은 여성에게 안을, 남성에게 밖을 할당한다. 그러면서 여성이 집 밖을 마음대로 나다니는 것을 금기시한다. 하지만 여성의 자리가 집 안이라는 말이 곧 집이 여성에게 속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성은 공적으로 성원권이 없기 때문에 사적인 공간을 가질 수도 없다. 다만 남성의 사적 공간인 집에 그의 소유물의 일부로서 속해 있을 뿐이다.
(···)
이 이데올로기적 구별의 핵심적 기능은 여자가 자기 집을 갖는 것-자기 이름으로 된 재산과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을 막는 데 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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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2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깊이 읽고 많이 느끼시는 다락방님!! 전 조금 뒤의 우정 파트를 읽고 있어요. 이 책은 갈 수록 더 좋아요. 무조건 적인 환대를 갈구하는 마음으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렵니다 클킁

다락방 2020-10-22 08:47   좋아요 1 | URL
아아, 우정 파트라니, 너무 기대돼요! 우정 파트 읽고 싶어요! 열심히 읽어야겠어요.
북플 보니까 공쟝쟝님 이 책 완독했던데, 고생했습니다. 꺅 >.<

- 2020-10-22 12:15   좋아요 0 | URL
뒤로갈 수록 그나마 잘 넘어가서 ㅋㅋㅋ 으히히 팔로팔로미
 
하리오 드립필터 - 3~4인용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1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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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마시는 똑같은 커피를 집에서 내려마시면 묘하게 불쾌한 향이 났다. 강한 향은 아니었고 커피향도 여전했지만, 뭔지 모르게 계속 거슬리는 향이었다. 회사에서 마시는 것과 같은 종류지만 로스팅 날짜가 달라서 그런걸까 싶어 며칠전에는 회사의 커피를 그대로 들고 가 내려마셨는데도 그 거슬리는 향은 여전했다. 이상하다, 커피는 똑같은데...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 하다가 여과지를 의심하게 됐다. 그렇게 여과지만 꺼내어 냄새를 맡아보니 여과지에서는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흐음, 아닌데, 하고 다시 내렸는데도 역시나 불쾌한 향이 났다.


나는 고민끝에 알라딘에서 이 여과지를 주문했다. 1-2인용을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데 3-4인용을 집에서 쓰기 위해 새로 주문한 것. 토요일 오전, 여과지를 배송받기 전에 집에서 내려마시면서 아, 역시나 거슬리는 향이 난다.. 했는데, 오후에 이 여과지를 받고 다시 커피를 내려 마시는데, 그 거슬리는 향이 전혀, 전혀 나지 않았다. 아, 역시나 여과지 문제였구나. 아니, 그런데 여과지 자체만 맡으면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왜 내려서 마실 때는 뭔가 거슬리는게 섞인 것 같은걸까? 알 수 없지만, 몇 장 남지 않은 그 여과지는 버렸다. 그 향을 또 견디기가 싫었다. 새로운 여과지로 상큼하게 커피를 내려마시면 되는데, 왜 그것을 견디는가.


알라딘의 이 하리오 드립필터는 커피를, 커피맛을 그리고 커피향을 제대로 즐기도록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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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새로운 책을 늘 사는데도 책장 앞에 서면 읽고 싶은 책이 없을까? 어제도 책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이 책을 꺼내왔다. 그래, 뜨거운 로맨스를 읽자! 주군의 여인 이라니 제목이 너무나 그 뭣이냐.. 너무...... 아무튼 뭔지 알죠? 여튼 제목이 흐음... 좀 그렇지만..주군의 여인이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것이 창비 세계문학 시리즈인만큼 작가가 다 뜻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겠지. 어디 한 번 읽어보자.


그렇게 작가 소개를 먼저 읽기 시작하는데, 작가 '알베르 꼬엔'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주군의 여인은 작가의 쏠랄 시리즈 중 제일 인기 있었던 작품이라고. 그래. 잘 알겠다. 시작.


하고 읽는데 처음부터 좀 읭? 스럽다. 그러니까 쏠랄이란 이 남자가, 늠름하고 잘생기고 프랑스에서 주는 훈장도 받은 이 남자가 한 여인의 사랑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고자 한다. 무릇 사랑을 얻기 위해서 용기를 내는 것은 얼마나 당연한가. 아직 용기를 내기 전이고 이제 용기를 낼건데, 그 여인에게 아직 고백하기도 전이면서 '오늘, 이 5월의 첫날에 그는 용기를 낼 것이고,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p.11) 라고 포부도 당당하다. 자뻑이 대단하군. 그는 하인을 시켜 말 두마리를 지키게 하고 여인의 집에 도착한다. 그렇다면 독자로서,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서 짐작하는 것은, 이 남자가 여인의 집에 도착했다면 벨을 누르고 여인을 만나고 내가 너를 보고나서 반했는데 너랑 교제할 수 있겠니, 만나볼 수 있겠니? 묻는게 아닌가. 그러면 여자가 응 그래, 하던가 아니 싫은데 하든가.. 뭐 여러가지 반응이 있겠지. 여튼 그런 걸 생각하고 읽는데 이 미친 유럽 또라이가 글쎄 여자의 방이 있는 2층으로 가 발코니를 타고 3층 창문을 넘어서 여자의 방에 몰래 숨어드는거다. 이런 개 좆같은... 이게 뭐하는 짓이여? 이 책이 두꺼우면서 두 권에 이르니 아마도 남자와 여자는 사랑을 하겠지마는, 아니 .. 여자도 어느 순간 남자에게 반했을지도 모르고 앞으로 그렇게 되겠지마는.... 방안에 숨어드는 남자라니. 대단히 돌아버린게 아닌가.


여자의 방으로 몰래 숨어들어 그는 심지어 분장을 한다. 흰 턱수염을 붙이고 너덜너덜한 외투를 입고 이빨에 검은색 스티커 붙여서 이빨도 없는 늙인이인것처럼 분장하는 거다. 그리고 여자의 시어머니(그렇다, 유부녀인 것이다!)의 통화를 듣고는 이 집에 잠시후에 여자 혼자 남게 될것임을 짐작하고, 여자의 방안에서 여자가 써둔 일기를 훔쳐 읽는다. 진짜 가지가지한다, 가지가지해...



'아리안'은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고 시어머니가 아들과 통화하면서 전화를 바꿔주겠다고 하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피아노 연습중이라 안된다고 하며 전화를 안받는다. 이 장면에서 아, 남편을 싫어하는구먼...하고 알 수 있었는데, 어쨌든 시어머니도 외출하고 남편도 직장에 가서 혼자 남았다고 씐나가지고 자기 방에 들어가서 욕조에 몸 담그고 샤워도 하고 거울 보면서 혼잣말로 난 정말 예뻐 너무 예쁘지~ 막 이러는데-나중에 남편도 거울보고 자기가 자기 잘생겼다고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나보다 자뻑이 심하다-, 그 장면을 다 커튼 뒤에 숨어서 쏠랄이 보고 있는거다.



그는 다시 커튼 뒤에 숨었고, 여인이 나타나자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 우아한 나이트가운 속의 황홀하도록 멋진 몸매를 경탄하며 바라보았다. (p.47)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그리고 목욕하고 나온 아리안은 그 늙고 추한 남자를 자기 방 안에서 발견하는거다. 이 얼마나 깜짝 놀랄 일이고 무서운 일이란 말인가. 누군가 나 몰래 내 방에 들어왔다는 것만으로도 끔직한데, 그런데 이 늙고 추한 남자가 자신에게 반했다고 사랑을 고백하는거다. 며칠전 연회에서 너를 보았지, 나는 그때 너에게 반했어, 이러면서 사랑 고백을 하는데, 어느 미친 여자가 오오, 당신의 나이와 겉모습이 뭐가 중요하겠어요, 내 방에 몰래 들어온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당신의 사랑이 그렇다니 나는 당신의 여자에요, 이러겠는가. 그걸 상상한 것 부터가 또라이 끼가 너무 심하게 들어있는거 아닌가 말이다.


당연히 아리안은 끔찍해한다. 방문을 잠갔는데 들어와있다니 바들바들 떤다. 당연히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괜히 소리질렀다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 침착하게 상대의 말을 그저 들어주자고 생각한다. 남자는 그 연회 이후로도 너를 보았고, 너는 나를 위해 수태된 연인이고, 사랑은 원래 오래 걸리는 일이겠지만 나는 너를 사랑하고 그러므로 너로부터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내 사랑을 받아주겠냐, 묻는다.



내가 왔습니다, 늙었지만, 그대로부터 기적을 기대합니다. 내가 왔습니다, 허약하고 가난하고 수염이 허옇게 셌고 이는 두개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를 잘 아는 내가, 더없는 사랑으로 그대를 찬미하겠습니다. 이는 두개밖에 없지만, 그 두 이를 내 사랑과 함께 그대에게 바치겠습니다, 내 사랑을 받아주겠습니까? (p.57)



이러고 무서워서 알겠다고 하는 여자에게 키스를 하기 위해 다가가는거다. 아리안은 너무 무서워서 뒷걸음질 하다 침대 협탁에 부딪치고 마침 거기 있던 잔을 들어 그 노인에게로 던진다. 노인은 유리잔은 얼굴에 맞고 피가 나고 이 일로 빡이쳐서 여자에게 돌아서라 한다. 여자는 시키는대로 돌아섰고, 아아 나는 총맞는가, 나는 이대로 죽는가 두려워하는데, 잠시후 남자는 다시 돌아서 앞을 보라는거다. 그렇게 아리안이 앞을 보니, 거기엔 외투와 분장을 지운 잘생긴 남자가 서있었다...는 이야기다. 하아- 어쩌라고 진짜.


그리고 남자는 여자의 방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때, 머지않아 찾아올 그 때, 나는 두시간 안에 그대의 마음을 빼앗겠다, 모든 여자, 더러운 여자들이 좋아하는 방식, 더러운 방식으로 유혹하겠다. 그대는 어처구니없이 어리석은 사랑에 빠지게 될 테고, 그렇게 나는 늙고 추한 남자들, 그대들의 마음을 빼앗을 줄 모르는 순진한 남자들의 복수를 할 것이다. 그대는 황홀경에 젖어 넋 나간 눈길로 나와 함께 떠나게 되리라! (p.59)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이것은.... 유럽 또라이? 프랑스 훈장 받았는데 여기는 스위스인데 그렇다면 스위스 또라이? 미친거아냐 진짜? 그러니까 그녀가 얼마나 '개.념.있.는' 여자인지 테스트 해보려고 늙고 추하게 분장했고, 그러나 너는 나의 겉모습 때문에 내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늙고 추한 남자들의 복수를 너에게 하겠다! 이러는 거 아녀 지금... 그런데 이 상빠가야, 너도 아리안의 겉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해서 방에 몰래 숨어들었잖아. 와 이거 진짜 순수결정체 100프로의 또라이네. 니가 그여자랑 말을 해봤냐? 대화를 해봤어? 지도 연회에서 처음 보고 쑝 갔으면서, 그러면 뭘 보고 쑝갔냐, 얼굴이랑 몸매보고 쑝갔잖아..그래놓고 무슨 자기는 늙고 추하게 분장해서 여자가 자기 사랑을 받아주길 바라는거야. 내 순수한 마음만은 알아줘, 라는건가. 그러면 나는 당신의 겉모습은 필요없어요, 당신의 내면이 중요하죠, 이러면서 덥썩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한거야? 외모가 소용이 없어지는 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서이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나 좋아한다고 네, 해야 되냐. 그리고 거기서 뭐야 난 너 싫어, 이러면 무조건 늙고 추한 남자를 혐오하는 게 되는거야? 개념없고 싸가지 없는 여자 되는거야? 진짜 미친 또라이네. 게다가 너는 심지어 여자의 방에 몰래 들어갔다고, 여자도 모르게! 그래서 여자를 놀라게 했다고! 야, 경찰에 신고해서 유치장 들어갈 새끼가 잘도 복수 운운하네. 남자들은 진짜 복수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여자친구와의 섹스 동영상도 '리벤지' 포르노라고 유출하고 공유하질 않나. 니네는 복수가 뭐니? 어휴..  어릴 적에 내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복수하겠다, 이런 게 복수 아니여? 무슨 흉측하게 꾸며서 방에 몰래 침입한 다음에 내 사랑을 안받아줬어? 복수닷! 이러고 그래. 마침 어제 기사에는 짝사랑하던 여성이 자기 사랑 안받아줬다고 사제폭탄 만들어 찾아갔다가, 여자의 아버지를 보고 놀라 달아나다가 폭탄 터져 손목 나간 27세 남성에 대한게 있던데... 남자들에게 복수라는 것은 매우 이상하게 정의되어 있는 것 같다. 정신 똑바로 차려 새끼들아...




하, 진짜 어이없네. 그렇게 몰래 들어가서 흉측하게 꾸미고 일방적으로 사랑 고백을 해놓고 두려워하는 여자에게 추한 남자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더럽게 유혹하겠다!! 이러고 있네. 진짜 새로운 형태의 또라이..인가 했더니 뭐 사실 새롭진 않고 걍 유럽 또라이인걸로...



그런데 이게 60쪽 남짓의 이야기이고, 이 책은 640페이지이며 심지어 이런 게 2권으로 한 권 더있다.. 아마도 남은 부분들에서는 정말로 더럽게 유혹하고 더럽게 사랑에 빠지는 게 나오는것이겠지.. 이 유럽 또라이의 이야기를 내가 읽어야 하는가.. 아.. 진짜 어처구니가 없네.



어쨌든 이것은 사랑 이야기이겠지만, 이 시작이 너무나 싫다.. 그래서 이 사랑을 내가 좋은 눈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처음 읽는 순간부터 범죄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는 상태로 나는 아리안의 사랑에 쏠랄의 사랑에 나를 던질 수 있을 것인가... 범죄도 뛰어넘는 세기의 로맨스...이런거 될 것인가......

역시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가 짱이야.. 히융-




토요일에는 엄마랑 둘이 오랜만에 일자산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일자산에 안가게된지 오래인데 이 좋은 가을날을 그냥 보낼 수가 없더라. 그렇게 마스크를 쓰고 산을 걷는데, 와, 가을 산은 역시 너무 좋았다. 아직 단풍이 지기전이어서 초록이 절정을 이뤘다. 초록초록한 산을 보는게 왜이렇게 좋은건지!









마지막 사진 빨간 자켓은 우리 엄마 *^^*



산에서 돌아와 엄마와 함께 열라면에 순두부 넣어 끓여 먹었고, 책을 좀 읽었고, 낮잠을 잤고, 일어나서는 갈비를 먹으러 갔다. 엄마가 갈비 사준다고 해서 그래 그러면 나는 양꼬치 사줄게, 약속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2차로 와인을 꺼내서 홀짝 홀짝 먹었는데 너무 많이 마셔가지고 다음날 일어나서 겁나게 후회했다. 다시는 이러지말자, 다시는, 다시는.......




그렇게 주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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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10-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 <주군의 여인> 시작 부분 정말 빡치네요.... 휴 내내 저런 내용이면 진짜 빡치는데... 흠. 근데 *한강* 열라면 순두부 사진 여기에는 올라올까 했더니 아니군요. ㅋㅋㅋㅋ

다락방 2020-10-19 09:51   좋아요 1 | URL
저 뒤에 어떤 사랑을 하게될지 너무 빡이쳐가지고 책장을 넘기지를 못하겠어요. 하아-

제가 웬만하면 사진 찍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강 열라면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부끄러워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두부는 수천개로 조각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진을 못찍겠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0-10-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라면 이쯤에서 그냥 던지겠습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설정도 왠만해야죠. ㅎㅎ 그보다 어머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

다락방 2020-10-19 17:01   좋아요 0 | URL
저는 끝까지 읽는 걸 시도해보겠습니다. 시도는 하겠으나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하하하하하.

저희 엄마는 저랑 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셔요 .. 복합적인 감정이 듭니다. 흑흑 ㅠㅠ

syo 2020-10-2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쏠랄.... 이름부터 겁나 놀리고 싶게 생겨가지고 참기 힘든데 하는 짓도!

다락방 2020-10-20 09:53   좋아요 0 | URL
아 미치겠다요 쇼님..
쏠랄의 저부분 다음 장에서 남편 얘기 나오는데 남편이 세상 한심한 공무원이야..공무원임을 너무 뿌듯해하는 공무원... 자기 독백 엄청 이어지는데 너무 재밌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 환장하겠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재밌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알 수 없듯이 책 역시 그렇다. 이 책을 선택할 때는 '우물에 던져진 아기를 목격한 소녀'에 대한 문구가 눈에 띄었는데, 그렇다고 그것 때문에 이 책을 고른건 아니었다. 다만, 그런 이야기겠구나, 라고 추측한 것.

아마도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면서, 어떤 이유인지, 여성작가 특별 기획물을 보내주었더랬다. 그중에 진 필립스가 소개되어져 있었고 이 책 역시 흥미롭게 소개된 바, 오오, 내가 읽은 이름인데... 하며 검색해보니 《밤의 동물원》그 작가였다. 오, 그렇다면 어디 한 번 읽어볼까, 그런데 좀 싫어, 우물에 빠진 아기라니, 우물에 던진 아기라니... 하지만 읽자, 펼쳤고, 당연히 소개된대로 한 여자가 우물에 아기를 던지는 것을 목격하는 소녀가 나오지만, 아직까지는 그것 때문에 우울한 분위기로 진행되진 않는다. 그보다는 사이좋은 한 가족이 나온다. 딸 둘과 아들 하나, 그리고 엄마 아빠. 이 다섯 가족이 사이좋게 사는 모습.


소설이든 책이든 영화든 우리는 화목한 가족보다는 그렇지 않은 가족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된다. 나름나름으로 불행함이야 왜 없겠느냐마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고, 부모끼리 부모와 자식끼리 형제들끼리 다정한 가족을 보는 것은, 그러고보면 참 오랜만이란 생각이 든다. 누구도 누구를 미워하지 않고 누구도 누구에게 상처 주지 않으며 누구도 누구에게 폭력을 쓰지 않는다. 아직 96쪽이니 더 읽어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출생의 비밀도 불륜도 가정폭력도 없다. 그걸 인지한 순간 세상의 아주 많은 이야기들이 상처를 주고 받는 가족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가족 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진 필립스는, 앞으로 남은 부분에서도 그러길 바라지만, 아직까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가족에게 고통을 주지 않았다.



《우물과 탄광》은 진 필립스의 데뷔작, 첫 장편이다. 나는 작가의 첫작품이니만큼, 어떤 서투름을 내가 당연히 안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서투르다면, 그걸 내가 안고가야지. 첫장편이라잖아, 하고 넓은 마음으로 수용할 자세를 똭- 갖추고 읽기 시작했는데,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아아, 내가 편견을 가졌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준비된 작가였구나, 첫 장편이라고 서투를거란 생각을 나는 왜 쓸데없이 했을까. 바부팅...




리타는 가족들 중 가장 먼저 일어나 가족들이 먹을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 남편이 먼저 일어나는데, 아이들이 깨기전까지의 그 잠깐의 시간동안 남편과 단둘이 식탁에 마주앉는 시간을 좋아한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하러 오는 남편을 위해 빵을 만든다. 빵반죽 만드는 건 오랜시간 반복해온 일이라 5분만에 끝난단다. 대박...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다 먹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저기에 숨겨둔 꿀을 꺼내 남편에게 준다. 남편은 아내가 만든 빵에 꿀을 발라 먹는데, 아 글쎄!



나는 오븐에서 다 구워진 빵을 꺼내 그중 두 조각을 포크로 찍어 그의 접시 위에 올려주었다. 그는 접시에 꿀을 듬뿍 떨어트리고 그 위에 버터를 으깼다. 그리고 황금빛으로 섞인 꿀과 버터를 포크로 떠 반으로 가른 빵 한쪽에 골고루 발랐다. 그동안 나는 아이들의 접시를 꺼내 식탁에 올려놓고, 다른 접시 하나에 나머지 빵을 담아 식탁 한가운데에 놓은 뒤 식지 않도록 그 위에 수건을 덮었다.

"나랑 같이 먹으려던 거 아니었어?"

"아이들하고 먹을게요."

드디어 수탉이 울기 시작했고, 앨버트는 두번째 빵 위에 꿀이 아닌 사탕수수 시럽을 발라 게걸스레 먹어치웠다. 꿀은 몇 주간 더 두고 먹으려고 남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p.41)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너무 대환장하게 아름다운 아침식사 시간이다........................................갓 구워진 빵은 얼마나 따뜻할까. 사실 거기에 딱히 꿀을 발라 먹고 싶진 않은데, 그 따뜻한 빵에 꿀을 듬to the뿍 떨어뜨리고 버터를 으깼다니......................아 너무 궁금하잖아. 그건 얼마나 맛있을까? 게다가 그걸 커피랑 먹는다고? 대박.............................나는 아침은 밥rice 으로 먹는 사람이지만, 아아, 저런 아침도 한번쯤이라면 또 이벤트 삼아 먹어볼 수 있지. 빵을 구워서 뜨거울 때 버터 쳐발쳐발하고 그 위에 딸기쨈 쳐발쳐발해서 한 입 가득 베어물고 입 안에서 섞이는 빵과 버터와 딸기쨈의 맛을 느끼다가 뜨거운 아메리카노 후후 불어 마시면 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지상 낙원이다.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먹고 있을 때 공기 중에는 갓 구워진 빵냄새와, 오븐의 열기와, 딸기쨈의 달콤한 향기와 커피향이 떠돌겠지.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울고 싶을 정도로 너무 좋은 풍경이다. 그래, 결심했어! 독립하면 내가 내 손으로 빵을 구워 아침을 해먹겠어. 뽜샤-!



라고 쓰는 순간 다 귀찮아진다...언제 밀가루랑 우유랑 버터랑 섞어서 반죽하고 오븐에 넣고..그럼 나더러 몇시에 일어나라는거야... 흐음.. 하루에 세끼를 다 먹을 생각을 하니까 벅차지. 두 끼로 줄이면 또 가능할지 몰라. 늦잠 자고 일어나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고 눈누난나 구워진 빵에 버터 쳐발쳐발 하고 딸기쨈 푹 떠서 쳐발쳐발 하면 또 .. 괜찮네. 그런데 매일 이렇게 살 순 없어. 나는 밥과 김치 또 너무 좋아해. 그러니까 일어나서 빵 구워서 버터쳐발쳐발 모닝은 일주일에 한두번으로 하면 나름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 수 있겠다. 그래, 그렇게 사는거야. 뽜이팅!!





어제는 .. 사실... 갈비를 먹고 싶었는데... 아니야 제발 이러지마....하고 엄마에게 나의 고민-갈비를 먹을까말까-을 얘기하니, 엄마가 동태찌개 끓여줄까? 하셔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웅웅!! 해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에 가자마자 가방 던지고 샤워 한 다음에 소주 꺼내가지고-누구나 냉장고에 소주는 늘 준비되어 있는 거잖아요- 엄마랑 수다수다 하면서 먹었다. 그런데 먹다보니 소주가 부족한거라..뭔가 간단하게 좀 더 마시고 싶어서, 와인 냉장고 가서 와인도 꺼내와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또 한잔씩 따라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치즈도 잘라가지고 또 먹었는데..............이 얘길 왜했지? 아 맞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무척 육체가 피곤한 상태였다. 음주후의 피곤과 금요일의 피곤이 겹쳐서 피곤한 상태였는데, 그래도 정신과 마음만은 기뻤어 왜냐하면 금요일이잖아? 그렇게 발걸음도 가벼웁게 눈누난나 출근하는데, 며칠전 친구의 추천으로 들었던 노래 가사가 뜬금없이 퍼뜩 떠오르면서 나의 감성은 아아, 이 아침을 촉촉히 적셔버리는데... 그 노래 가사중에 이런 게 있는 거다.



취한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빗장 왜열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빗장 니가 마음대로 열고 그러면 안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빗장 열어 자리해서 어떻게. 내쫓고 싶은데 안나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콕 처박혀있잖아.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쳐울어. 듣자 듣자 들어보자 그노래.







약속해요 이순간이 다 지나고
다시 보게 되는 그날
모든걸 버리고 그대 곁에 서서
남은 길을 가리란 걸

인연이라고 하죠 거부할 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고달픈 삶의 길에 당신은 선물인 걸
이 사랑이 녹슬지 않도록 늘 닦아 비출게요

취한듯 만남은 짧았지만 빗장 열어
자리했죠 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건 없으니까

운명이라고 하죠 거부할수가 없죠
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하고픈 말 많지만 당신은 아실테죠
먼길 돌아 만나게 되는 날 다신 놓지 말아요

이생에 못다한 사랑 이생에 못한 인연
먼길 돌아 다시 만나는 날 나를 놓지말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노래네 내 노래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맺지 못한대도 후회하진 않죠 영원한 건 없으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생에 이처럼 아름다운 날 또 다시 올 수 있을까요 ㅠㅠㅠㅠㅠㅠㅠㅠ



없어 없어 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이처럼 아름다운 날이 있었음에 감사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먼길 돌아 다시 만나면 나 놓지마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아들었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러분 우리 어깨동무하고 다같이 울자 엉엉울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쩜 가사가 이래.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의 자세가 있다.

첫번째는 노래의 가사를 찾아 보면서 듣는 사람, 두번째는 일단 들으면서 귀에 들어오는 가사에 꽂히는 사람. 나는 당연히 후자인데, 가사를 찾아서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듣노라면 활자 읽는데 집중하기 때문에 노래를 백프로 음미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노래를 그저 노래로 듣는데, 그러다보면 저렇게 훅- 와서 나를 후려갈기는 가사들이 있다. 빗장 열어 자리하다니, 누구 마음대로 빗장을 열어... 막 이런 마음이 되고, 그렇지만 이미 열린 빗장에 너 들어와 앉았는데 이제와 다시 잠근들 무슨 소용이 있겠니, 쌀이나 축내렴...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감성에 빠져 허우적대고 잇노라니, 갑자기 임태경의 옷깃도 생각난다. 아..옷깃이여...






잠시 스쳐간 옷깃의 인연으로 나는 오랫동안 비틀거립니다 저 바람은 한숨 되고 햇살엔 눈 시리죠 이 세상 모든 움직임이 그댄 떠났다고 하네요 그대안의 내 모습 재가 되어 날려도 고운 손등위에 눈물 묻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란 건 우리가 했지만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 봐요 내 신앙 같고 내겐 형벌 같았던 그대의 옷깃 끝내 나 놓칩니다 이 생 다 지나고 다음 생에 또 만나기를... 사랑 그것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편히 돌아서길 마음도 남길 것 없죠 눈물은 거둬요 그댈 위해서 나를 버리길... 함께 있어도 멀어져 지내도 눈물로 살 텐데 같이 울면 안되나요 내 신앙 같고 내겐 형벌 같았던 그대의 옷깃 이제 나 보냅니다 이 생 다 지나고 다음 생에 또 만나기를... 사랑 그것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편히 돌아서길 마음도 남길 것 없죠 그대 눈에 눈물 다 일 테니 그댈 위해서 나를 버리길...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시 스쳐간 옷깃의 인연으로 나는 오랫동안 비틀거린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나 왜 비틀거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좀 잡아줘 누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비틀거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신앙 같고 내겐 형벌 같았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뭐 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 신앙이고 형벌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함께 있어도 멀어져 지내도 눈물로 살텐데 같이 울면 안되나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같이울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네 눈물 내가 닦아주고 내 눈물 네가 닦아주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떨어져서 각자 힘들거면 함께 어깨동무 하고 이겨나가자 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 이제 이 노래 두 곡은 처절한 눈물바다를 만들다가 네, 그래요, 아라리를 소환합니다.....가지마오.....






아라리야 말로 무심히 듣다가 가사에 확 꽂혀가지고 차돌된장찌개 먹다가 흐느껴 울게 만든 바로 그 노래가 아닌가! 그러니까 처음엔 가는 사람한테 막 잘가라고 한단 말이야. 그래서 나는 들으면서 아니 어떻게 잘가라 그래, 내 가슴 찢어지는 건 어떡하고 잘가라고 하냐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막 이러고 있었는데 아니, 노래가 끝날 즈음엔 ... 가지말라고 울부짖는거야. 잘가라는 거 다 개구라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렇게 나중에 본심 튀어나와서 가지 말라고 처절하게 울부짖는데 내가 차돌 된장찌개를 어떻게 먹어...다 먹었다. 노래는 노래, 슬픔은 슬픔.. 사람은 슬픔에 허우적대느라 밥을 굶으면 안돼.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울고 흐느적거려도 밥은 먹읍시다 여러분. 차돌된장찌개 맛있잖아요. 뚝배기에서 보글보글 끓는 차돌 된장찌개 숟가락으로 요케요케 몇번 떠서 밥 위에 얹어가지고 슥슥 비벼서 밥공기 들고 한숟가락 크게 떠가지고 입 안에 한 가득 넣으면 또 얼마나 맛있게요? 젓가락으로 깍두기 집어먹는 거 추천합니다. 오징어젓갈도 괜찮죠. 나쁘지 않아요. 좋은 궁합입니다. 그건 그렇고, 자, 아라리 가사 들어가실게요.



그리도 찬, 서리 같은 마음 어찌 품었나 너는 하오에 부는 바람만큼 온화했는데 우는 날 떼놓고 걸음 어찌 걸었나 하염없이 비 내릴 때 너도 억수처럼 울었나 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 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만리 더 멀리 가소 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행복…. 하소 연무처럼 흩어지는 맘 어찌 붙잡나 너는 그믐에 피는 손톱달처럼 저무는데 기어이 돌아서는 널 어찌 탓할까 너는 아무도 몰래 받을 벌을 다 받았는데 떠나가소 아주 가소 지금보다 더 멀리 가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 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만리 더 멀리 가소 발병일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언약과 증표 가련한 맹세여 다시없을 사람 마침표 없는 문장을 가득히 눌러 안고 안으로 외치는 말 가지 마소 가지 마소 나를 버리고 가지 마소 이내 이런 기다림은 멀리 멀리 저 고개로 넘어 간다 나를 두고 가신 임 십 리도 못 가 발병 나소 아라리요, 아라리야 끝내 떨치고 가신 임아 돌아보소… 간 밤에 꾼 꿈결인 듯 전부 다 잊고 행복 하소 나를 두고 가신 임아 누구보다 더 행복 하소 행복…. 하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는 날 떼어놓고 어찌 걸음 옮겼냐 진짜 잔인한 새끼..걸음만 옮겼겠어? 다른 여자 옆에 안착했겠지. 인생은 그런거니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발병이나 나라 새끼야...그리고 졸라 섹스 재미없어라....... 머릿속에서 재밌는 섹스를 하자 재밌는 섹스를 하자 오백번 생각하다가 그 강박에 섹스 실패해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슬프죠 여러분?




아무튼 쳐우는 금요일인 것이다. 오늘 이 페이퍼 읽는 사람 머릿속에서 이별 천번하고 다들 울기를...

그렇다면 이 페이퍼엔 버터 쳐발쳐발 빵이 나오니까...이것이야말로 눈물젖은 빵을 먹는 페이퍼가 되겠군. 멋지다...




그럼 뜻밖에 프로이트 재능 가진 나는 이만....

남은 시간은 내가 나에게 묻겠습니다.

점심 뭐 먹을거니?

내면의 나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가질게요.

여러분 안녕-




덧) 리베카 솔닛, 언제 신간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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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빵을 구웠다
    from 마지막 키스 2020-10-22 08:38 
    어제 구매한 전기 오븐이 도착했다.직원이 설치해준다고 했는데 기존 전자렌지 놓여있던 자리에 놓아달라하니 안된다고 했단다. 좁다고.. 그래서 베란다 선반에 놓아달라 했더니 그 선반은 약하다고 했단다. 일단 베란다에 있는 선반용 식탁 위에 놓아두었고, 잠시후 직원은 돌아가고 남동생이 왔을 때 아무래도 저기 될 것 같은데, 하고 엄마는 전자렌지 있던 자리에 전자렌지를 빼고 넣어달라 했단다. 남동생이 넣어보니 완전 안성맞춤 이었다고 엄마가 기뻐하며 전화하셨다.
 
 
단발머리 2020-10-16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쯤이면 저는.... 흠... 글만으로는 도대체 만족할수가 없네요. 사진만으로도 안 되구요. 다락방 TV 진행합시다!!! 차돌된장찌개도 보여주고 노래도 라이브로 같이 불러요. 어깨동무 해야되니까 줌으로 하는게 나을까요? 갑시다, 가요!!
같이 갑시다!!!

다락방 2020-10-16 10:0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깨동무의 느낌도 살리려면 4D 로 가야할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여러분 저는 이제 차돌된장찌개 먹으면서 아라리를 들을게요~ 흑흑 츄릅츄릅 흑흑 츄릅츄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은 꿀에 버터 쳐발한 저 책 등장인물 따라서 빵을 구워 먹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저의 계획..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생이란 무엇인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0-10-1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미쳐........ 진지하게 책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빵에서 동태찌개 소주 그러다가 빗장...... ㅋㅋㅋㅋ 그러다가 그놈 이야기ㅋㅋㅋㅋㅋ

다락방 님 독립하시면 빵 구워서 아침 드실 거 같은데.... (독립하자마자는 아니고... 음... 한 독립 4년차쯤에?? ㅋㅋㅋㅋㅋ)

암튼 저 책은 저도 읽어보겠습니다!

다락방 2020-10-16 11:07   좋아요 0 | URL
저는 슬픔과 식탐에 허우적거리다가 책을 주문했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은 정말이지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어요. 이 페이퍼는 바로 그런 인생을 빗댄 것입니다...(아님)

잠자냥 2020-10-16 11:46   좋아요 0 | URL
또요? 옴메나 이 사람,,,,, 저도 한 책 사는 사람입니다만, 당신은 따를 수가 없구려...

다락방 2020-10-16 11:50   좋아요 0 | URL
헤헤... 누구도 날 막을 순 없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발 누가 말려줬으면... ㅠㅠ)

- 2020-10-16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밥먹으면서 읽다가 울지 않고 엄청 웃었자나요....ㅋㅋㅋㅋ 묘죠신이 붙으신 겁니까. 웃음지뢰님ㅋㅋㅋㅋ 아라리의 본심구간이 슬퍼야 하는 데, 저는 웃기만 웃었다리요. 의미심장! 본심구간 ㅋㅋㅋ

다락방 2020-10-19 07:42   좋아요 1 | URL
오늘 아침엔 color of the night 들으면서 울면서 왔어요. 세상엔 울 노래들이 많아. 흐느끼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뭐하다 월요일이 된겁니까 ㅠㅠ 슬퍼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초콜릿
















프로이트에 따르면, 일반적인 경우에 나르시시즘은 발달의 한 단계로 간주될 수 있는데, 결국 자신에 대한 사랑은 다른 대상에게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이러한 사랑은 보통 부모 중 한명에게로 향한다.) 그러나 자기애를 다른 사람에게로 전이시키지 못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원래의 건강한 나르시시즘이 심각한 정신 질환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정신병의 발달 과정을 따라 진행된다. 나르시시즘에서 비롯된 정신병의 징후들에는 자기 자신만이 중요하다는 망상, 정신분열증, 환각, 늘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편집증적 감정이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에 환자는 다른 사람들과 어떤 관계도 맺을 수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자신의 정신 바깥에 누군가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인식 자체가 그에게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p.164-165)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나는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커." 라고 말하면서 상대에게 집착하고, 헤어짐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스토커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이야말로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이 비대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상대가 없는 자신의 삶을 받아들일 수 없고, 상대가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이해가 안되고, 상대가 내게 헤어짐을 말한 것이 인정되지 않는 것은, 상대의 존재를 무시하고 자기 자신만을, 자기 자신의 기분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태도다. 자기 자신이 너무 소중하고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해서 자기 자신이 아픈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헤어진 연인에게 들러붙고, 집착하고, 그러다 상대의 주변인들에게까지 접근하고, 어떻게든 연결되려고 별별 수작을 다하면서, 그러나 자기는 그것이 상대에 대한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거다. 그건 자기 자신을 사랑해서 돌아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상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거다. 그사람이 집중하는 건 '내가 사랑하는 상대' 가 아니라 '너를 이토록 사랑하는 나'인 것이다. 이런 나를 감히 떠나? 이런 나를 배신해? 이런 내가 싫어? 이런 나를 거절해? 는 결국 연인에 대한 폭력의 형태로 드러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이 타인과 관계맺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타인을 위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기분이고 자신의 마음인데, 타인에 대한 사랑이나 배려가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괴롭다고, 싫다고, 아니라고 말해도 돌아서지 않는건,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해서 타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리안 모리아티'가 자신의 소설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
















"당신이 계속 전화를 걸었을 때, 패트릭은 어떤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당신이 갑자기 나타나면 패트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패트릭은 그날 밤 두려웠을까요?"

이상한 건, 지난 3년 동안 나는 패트릭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정작 패트릭이 어땠을지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거야.

"폭력을 휘두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육체적인 폭력만 폭력인 건 아니에요. 당신은 패트릭을 무기력하게 만든 거예요."

"무기력하게 만들다뇨? 나는 패트릭을 사랑했어요. 그저 다시 함께하기를 바란 것뿐이에요."

"다시 생각해봐요, 사스키아."

내 정신과 의사는 나를 어디로든 달아나지 못하게 했어. 마치 나를 거울 앞에 세워놓고는, 내가 자꾸 외면하고 다른 곳을 보려고 할 때마다 내 어깨를 붙잡고 다시 거울 앞으로 돌려놓는 것처럼 느껴졌어. 내가 손으로 눈을 가릴 때마다 그녀는 내 손을 부드럽게 잡고 내 옆에 가지런히 내려놓는 거야. 마침내 나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 볼 수밖에 없게 말이야. (p.621)



'나'를 너무 사랑해서 '너만 생각했다'는 것이 '너에 대한 사랑'인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그러니까 타인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배려할 줄 모르는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스토커가 되고 헤어지자는 연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이 된다.




이 책, 《프로이트 콤플렉스》를 읽다 보면 정신분석학에서 사용하는 기본적 어휘에 대해 알게된다. 물론 우리가 그런 기본 어휘를 반드시 이 책으로만 습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책에서, 뉴스에서, 영화에서, 일상에서 들어 알고 있는 단어들일거다. '전이'나 '역전이'란 단어 역시 마찬가지. 이 책에서 처음 본 건 아니고 또 어떤 것인지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이 책에서는 본문에 언급되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짚어 설명을 해준다.



전이transference 강력한 감정, 특별히 성적인 감정, 그러니까 원래 다른 사람을 향해 있던 강렬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이 분석 과정 중에 의사에게로 이동하는 상황을 말한다. 처음에 이는 분석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문제 같았다. 의사에 대한 증오나 사랑은 환자와 의사의 공동치료 작업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곧 전이가 정신분석의 중심적인 도구가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환자들은 그들이 어린 시절 느꼈던 감정들을 분석자와의 관계 속에서 실연하게 되는데, 처음에 그들은 자신이 이전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지만 얼마간 시간이 흐른 뒤 분석자를 향한 이러한 반응을 분석하고 재구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분석이 이상적으로 수행되면 환자들은 분석자를 향한 반응들을,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원래 대상(종종 이 대상들은 환자들의 부모가 된다.)에게로 다시 이동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정신분석 과정에서 "환자들의 병의 원인이나 동기들(물론 사악한 동기들까지 포함해서)이 환기되고 환자들로 하여금 이를 의식하게 만듦으로써분석의 목적들이 설명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전이 관계는 끊임없이 해체된다. 정신분석학의 가장 큰 장애물처럼 보였던 전이는, 만야 ㄱ그것의 존재가 매번 확인되고 환자에게 설명될 수 있다면, 분석을 수행하는 데 가장 강력한 협력자로 고려될 수 있다."(Freud 1905a :159) 실제로 전이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분석은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p.83)



이론을 달달 외우고 암기하는 것은 때로 무섭다. 그 이론으로만 적용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다보면 젊은 여성환자가 프로이트에게 짜증을 내고 이제 상담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에피소드가 나오는데, 그 때 프로이트는 그것이 환자의 전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환자가 성인남자로부터 받은 학대를 프로이트에게 푼다고 생각하는 거다. 2020년에 이 책을 읽는 나로서는, 하아, 그냥 프로이트가 하도 내 말을 들어쳐먹질 않아서 빡친것 같은데...라는 생각밖에 할 수가 없어. 내가 상담하러 갔는데 자꾸 '너는 이래서 이래', '너는 그런거라니까' 라고 뭔가 자꾸 어긋나는 말 하는 것 같으면 빡이 오잖아요, 누구나... 아무튼 그렇다.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상담을 받다가 상담해주는 의사에게 감정이 생기는 것은, 환자에게는 자주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여기까지 오게 됐을 때는 내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할지 또 누구에게 말해야할지 몰라서 이르게 된것일텐데, 의사는 내 말을 잘 들어주고 거기에 대해 대꾸를 해주려고 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성적인 혹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찾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이가 환자가 분석자에게 생기는 감정이라면, 분석자 역시 환자에게 감정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것을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라고 한다. 나는 이 '역전이'에 대해서라면 '섀넌 도허티'가 주연한 영화 《블라인드 폴드》가 퍼뜩 떠오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성인이라고 뻥치고 친구들과 비디오가게에서 빌려다 본 야한 영화인데, 섀넌 도허티가 야한 거 찍었다고 해서... <베벌리힐스 90210> 의 주연이 야한 영화를... 해서 보았던 영화였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줄거리는, 섀넌 도허티가 남편과의 성관계에서 만족을 통 느끼질 못해 정신과를 찾아가 상담을 한다는 거다. 상담을 받고 남편하고 다시 섹스를 해도 통 좋아지질 않았는데, 당시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이 벌어지고 있었고, 섀넌 도허티는 큰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연쇄살인법 역할놀이를 하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남편은 연쇄살인범 역할을 맡고 섀년 도허티의 눈을 가리고 침대에 묶어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섹스를 시도하는데, 이에 아내인 섀넌 도허티는 모처럼 흥분하게 되는거다. 아무도 이 영화 찾아서 볼 것 같지 않아 결말까지 얘기하자면, 그러나 남편은 아내가 멈추라고 할 때에도 멈추지 않았고... 실제로 바깥의 연쇄살인범은 남편이었다는 충격적인(!) 스토리... 정말 연쇄살인범에게 연쇄살인범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던 것. 정신과 의사는 자기 병실에 있다가 앗, 이런 저런 내용을 종합해보니 그녀의 남편이 연쇄살인범 같은데? 이런거 알게 되어서 어쨌든 구출해내는 내용인데, 그 남편과의 일 전인지 후인지 이 정신과 닥터는 환자에 대한 욕망을 참지 못하고 그녀를 병원 책상에 .....

그리고 영화에서는 이렇게 역전이로 환자와 섹스를 하게된 의사를 결국 그녀의 삶 전체를 구하는 구원자로 만들었던 것 같다.

이게 내가 고3때 본 영화니까 벌써 얼마전이야.... 이런 내용을 나는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이거 적다보니 다시 보고 싶은데 구할 방법은 없겠지. 넷플 같은데에 이런게 올라와 있을 리 없겠지....





오, 그리고 아버지. 프로이트는 아버지에 대해 얘기한다. 심지어 종교와 아버지...


프로이트는 종교적 신념이 인류에게 보호를 약속하는 동시에 처벌 가능성으로 인류를 위협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이론화시킨다. 그에 따르면, 종교는 사실 소망을 충족시켜 주는 환상이다. 이성에 기초한 합리적 사회에서 종교는 미신으로 간주되어 버려져야 마땅하지만, 프로이트가 보기에 종교가 미신으로 간주되어 조만간 포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인류는 미신들, 그러니까 종교가 약속하는 절대적 가치들을 뜻하는 미신들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 느꼈던 무력함 때문에 인간은 종교에 의존하게 된다고 주장하는데, 아이에게 최초로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되는 부모는 종교의 차원에서 안식처를 제공하는 동시에 처벌을 내리는 신으로 재창조된다. 늘 그랬던 것처럼 프로이트는 어머니보다는 아버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p.199-200)



이 '종교'와 '아버지', 그 강력한 존재에 대해서라면, 얼마전에 읽은 '안정혜'의 《비혼주의자 마리아》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책 속에서 기독교 신자인 여자들은 '왜 우리에겐 아버지가 그렇게 많으며, 아버지의 말을 거역하기를 힘들어 하는가'에 대해 얘기한다. 하나님 아버지, 친아버지, 영적인 아버지의 트라이앵글.






















나는 잘 모르겠다. 주양육자도 대부분 엄마고, 자식이 무언가 잘못되면 무조건 엄마 탓을 하면서, 그러나 중요한 건 왜 아버지라고 하는걸까...



마지막으로 프로이트가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던 '남근' 그리고 남근에 대한 해석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일전에 한 유명 감독이 자신의 영화에서 기차와 터널을 남근과 질의 은유라고 성적 흥분을 느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터널 질, 기차 남근" 관련 기사




2000년에 출간되고 2010년에 국내에 번역된 이 책에서, 파멜라 투르슈웰은 정확히 바로 저 은유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정신분석학이 모든 것을 궁극적으로 성적 욕망과 연관 짓는다는 생각은, 정신분석학과 관련된 일반적인 (그리고 잘못된) 가정 중 하나이다. 이런 가정에 따른다면 프로이트주의자는 사람들이 성과 관련 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에도, 실제로는 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어떤 환자가 소파에 누워 지난밤 꿈에 터널을 지나가는 기차가 등장했다고 말하면, 정신분석자는 흰색의 긴 수염을 어루만지며 "흠, 기차는 남근을 상징하고 터널은 여성의 질을 상징하므로 당신은 당신 어머니와 성관계를 갖는 판타지가 있는 것입니다."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정신분석학을 비웃는 영화에나 등장할 법한 장면이다. 그러나 프로이트가 '엉터리 분석'이라 불렀을 이런 패러디 같은 예 또한 분석 장면과 관련하여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 준다. (p.23)



헤헤..프로이트가 길쭉한건 남근이라고 그러니까 기차 남근 헤헤... 나는 프로이트적 정신분석학을 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 헤헤헤...이러고 있을 거 생각하니까 너모 기가차.. 으휴....

그 해석을 프로이트 님이 싫어하십니다...




내가 이 페이퍼를 쓰면서 지금 또(!) 깨달았는데, 정말 소설 읽기는 매우 중요하다. 소설을 읽는 것은 매우 재미있으면서 동시에 유익한 일이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에서 언급한 나르시시즘에 관한 것, 그러니까 스토커에 관한 것도, 리안 모리아티가 자신의 소설에서 언급하지 않나. 프로이트를 비롯한 다른 정신분석학자나 심리상담사 선생님들이 이론적으로 얘기하고 해석해주는 것들을, 소설가들은 소설을 통해서 한 편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여러분, 소설을 읽으세요!! 소설이 짱입니다!! 소설은 참말로 대단하단 말이야? 그 안에 다 있다, 한 편의 이야기와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모두... 샤라라랑-




코로나 시대가 되고부터는 아마도 나의 저 내면 깊숙한 곳의 욕망과 일치하여 벌어진 일이겠지만, 주말에 새로운 요리를 시도하는 것이 작은 기쁨이 되었다. 딱히 어떤 요리를 하겠다는 큰 포부는 없지마는... 텔레비젼 보다가 쉬운 요리가 나오면, 오오, 저거 주말에 해볼까? 나도 자신있는 요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하게 되는 것.

엊그제는 퇴근해 밥을 먹고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다가 <삼시 세끼>에서 차승원이 '김치 수제비'만드는 것을 보았는데, 와, 엄청 맛있겠다. 게다가 별로 어려운 것도 없어보여. 사실 수제비는 내가 되게 싫어하는 메뉴인데(그 덩어리 밀가루. 윽!!), 얇게 만들어서 저 김치 육수랑 먹으면 끝내줄 것 같단 생각이 드는거다. 김치가 맛있으면 김치 수제비야 뭐 그냥 맛있겠지만, 차승원은 거기에 고춧가루도 좀 넣고 오뎅도 넣고 해가지고 뭔가 진한 국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기대 잔뜩 되어가지고, 언제나 그렇듯이 아빠와 엄마에게 예고했다.


"이번 일요일 점심엔 내가 김치수제비 해줄테니까 딱 기다려!"


어제 퇴근하고 가니 아빠는 내게 '나는 기다림이 있어서 행복해' 라고 말씀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면서 덧붙이시기를 일요일 너의 수제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개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배터지게 먹게 해줄게. 잔뜩 해가지고!!" 했더니,


"조금만 해..맛없게 할텐데.."


네???????

그럴거면, 왜 기대한다 하셨나요, 아버지...



아무튼 일요일에 시도해서 성공하면, 추석 때 불렀던 친구1, 친구2 불러서 조만간 다시 대접할거다. 내가 영혼의 소울푸드로 만들어주겠어. 움화화화화화화화핫. 벌써부터 김치수제비 먹을 생각에 땀이 난다... 소주랑 먹으면 진짜 개꿀이겠지.....




라고 프로이트 페이퍼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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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1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의 전이, 역전이의 실례가 다락방님이 예전에 읽었던 소설, 예전에 보았던 영화에 진짜 딱! 똑같이 존재하고 있네요!
신기해요!!! 이런 글을 공짜로 읽어도 되나요? ㅠㅠ (공짜로 읽는 나.... ㅠㅠ)

프로이트 아직도 진도가 많이 나가지 않아서 예습의 의미로 읽는데, 참 재미있네요. 마무리의 김치수제비가 화룡점정이고, 그리고 사진이.......... 이야~~엄지척입니다!

다락방 2020-10-15 11:54   좋아요 0 | URL
저는 막연히 프로이트 어려울 거라 짐작해서 좀 두려웠는데요, 제가 그간 소설책을 많이 읽어뒀기 때문에 프로이트 읽기가 좀 수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재미있게 잘 읽히더라고요. 특히나 프로이트가 젊은 여성환자들과 불화할 때는 더 재미있어요. 저는 프로이트에게 빡치는 그 환자가 됩니다... 그건 아마도 제가 2020년을 살고 있기 때문이겠죠.
저는 아무튼 소설을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지금 소설을 예전보다 덜 읽어서 초조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언젠가 단발머리님 초대해 김치수제비 끝내주게 끓여서 대접하고 싶습니다. 독립해야지...(뒤돌아 터벅터벅 걸어간다..)

syo 2020-10-1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영감님은 세워놓고 대각선으로 보니까 더 녹록지 않게 생겼다는 느낌이다.... 별로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15 18:12   좋아요 0 | URL
흐음.. 눕힐걸 그랬나요? 🙄

- 2020-10-15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페이퍼다🤯 이렇게 엮어서 쓰고도 마지막은 김치수제비야!!!!
이렇게 지적이고 감성적이며 맛있는 음식까지 들어있는 페이퍼를 쓰려면 소설을 읽어야 합니다,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0-10-16 07:44   좋아요 1 | URL
소설을 읽으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그렇다고 제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건 아니고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근데 나 프로이트 페이퍼에 재능 있나봐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 2020-10-16 07:51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알고보니 그토록 싫어하던 프로이트는, 글쓰기 영감의 보고!!! 자, 전이 역전이 다음번엔 투사! 방어기제! 가죠! 맞춤 소설 추천츄천😣

다락방 2020-10-16 08:54   좋아요 1 | URL
좋아한다고 다 잘맞는 것도 아니고 싫어한다고 다 안맞는 것도 아니듯이 프로이트... 저랑 나름 잘 맞는 사람이었나봐요.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엄청 틱틱대면서 베프 먹었을지도 몰라. 또 모르지, 내가 집으로 불러서 김치수제비 해줬을지도..그러면서 ‘야 판타지 같은 개소리하지마‘ 라고 하는거야..소주 따라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