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로보텀'은 최근의 관심작가였다. 그의 전작인 《내 것이었던 소녀》와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소설들 속에서 나는 충분히 등장인물이 되었으므로 그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게 이 책, 《라이프 오어 데스》였는데, 읽으면서 나는 몇 번이나 '으응?????' 했다. 이 책은 너무나 진부한데, 캐릭터도 너무나 전형적이고 매력이 없으며 이야기 자체도 뻔하기만 한데, 이게 마이클 로보텀의 책이라고? 이건 내가 읽었던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너무 촌스러운데, 그렇다면 이것은 초기작인가? 초기작은 이렇게 썼지만 그 후엔 훨씬 나은 작품을 쓰게 된걸까? 나름 그런 추측들을 하고서는 좀전에 작품년도를 검색해봤다. 나의 추측이 틀림없으리라 생각하면서. 그런데 웬걸, 이 책은 그의 가장 최신작이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가 2008년 작이고 《내 것이었던 소녀》가 2010년 작인거다. 그런데 《라이프 오어 데스》는 무려 2014년!! 읭??? 아니, 이렇게 근사한 책들을 썼던 작가가 이렇게 진부하기만 한 작품을 썼다고? 당황스럽군.
그러니까 이 책에서 남자주인공 '오디'는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10년형을 받게 되는데, 출소를 하루 앞두고 탈출을 한다. 우와 여기까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마이클 로보텀이 쓰는 이런 이야기라니, 우후훗-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오디가 누명을 쓰고 들어갔을 것까지는 추측이 되는데, 그 전에 오디의 삶이 나오는 거다. 문제아인 형을 비롯해서 대학을 중퇴하고 깡패의 운전기사가 되는 과정, 그리고 두둥-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운명적 장난..... 게다가 보스의 여자는 라틴계 여자인데, 물에 젖어 옷이 온 몸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남자주인공 오디와 처음 마주치게 된다. 거기에서 오디의 뒤로 효과음이 들리는 거다. 두두둥~ 그렇게 첫눈에 반해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데, 보스의 여자인 '벨리체'는 또 나름 사연이 있는 여자인데, 당연히 보스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보스가 자신의 기구한 삶으로부터 자신을 건져내주었기에 보스의 옆자리에 있게 된 거다. 밤에는 같이 침대에 누워야 하는 가사도우미의 역할로써. 나중엔 보스와 결혼하게 되지만, 어쨌든 오디와 벨리체는(그런데 이름이 벨리체가 맞던가...기억이 가물가물) 그렇게 보스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게 되는데, 아, 이러다가 내가 진짜 또 완전 빡친게, 시간이 지나서 어느 파티를 끝낸 밤에 벨리체가 그러는 거다. 야, 오늘은 우리 만날 수 없어, 찾아오지마, 오늘은 내가 보스랑 좀 있어야 해, 라고. 이에 오디는 '밖에서 기다릴게, 나와' 라고 하는데,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거다. 그러면 아 나올 수 없는가보구나, 하고 돌아갔으면 됏을텐데, 이 놈이 ㅠㅠ 벨리체의 침실로 찾아가서는 옷 벗고 드러누워 버리는 거다. 아침이 되어서 벨리체가 빨리 일어나 가라며, 저 창문 니가 열었냐 물어보고 오디가 '아니' 라고 하니, 아 보스가 우리 둘이 누워있는 거 본 것 같다, 이러는 거다. 아니나다를까 보스는 봤고, 그 둘은 그렇게 함께 누워있는 장면을 들켰고, 그래서 두드려맞고...
하아- 아니 지만 두드려맞으면 몰라, 여자까지 얼굴에 멍이 들었는데, 왜이렇게 진짜 말을 안듣지? 오지 말라고 하면 오지좀 말란 말이야. 못만나겠다고 하면 못만난다고 알아 쳐먹으라고 쫌!!
오디는 똑똑한 남자고 사려 깊은 남자다. 그렇지만 연관되고 싶지 않은 남자다. 오디랑 조금이라도 어떤 관계가 생길라 치면 얻어맞고 죽게 된다. 오디는 당연히 전혀 그럴 생각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도우려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럴 때마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죽임을 당하게 되는 거다. 오디도 이에 너무나 마음 아파하지만(내가 아니었다면 그 사람들은 살았을텐데!), 오디 마음 아픈 거야 마음 아픈 거고, 와, 저런 사람하고 내가 어떻게 같이 다닐 수 있겠나. 캐릭터 너무 별로야... 폭탄을 끌어 안고 다니는 사람이랄까. 그는 그 폭탄을 내게 건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 끌어 안으려고 해도, 자꾸 옆에 있으면 그 폭탄이 터져버리는 거다. 히융- 조근조근 매너있게 그리고 세심하게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뭘해, 다 죽어버리는데... 아, 싫어.
보쓰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도망치고 누명 쓰고 감옥 갔다가 탈출하고.. 아 이야기가 너무 뻔해..
《산산이 부서진 남자》, 《내 것이었던 소녀》에서의 남자 주인공 '조 올로클린'은 나름의 사연과 내적 갈등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가 이혼한 아내를 여전히 사랑하고 그 아내와 재결합 하기를 바라지만, 그러나 아내가 바라는 대로 해줄 수가 없는 그 상황에 대한 갈등이 생생해서 나는 같이 아파할 수 있었는데, '오디'는 답답하고 짜증만 나는 거다. 휴..
'조 올로클린' 얘기를 더 읽고 싶다...
토요일엔 엄마와 둘이 술을 마셨다. 내가 안주를 만들었다. 참치와 김치를 볶고 그 위에 피자치즈를 잔뜩 뿌린 안주였는데, 좀 짜긴 했지만 호박전도 같이 만든 터라 함께 먹으니 먹을만 했다. 와인을 따라 마시고 나는 티비 다시보기로 나의 패이버릿, <걸어서 세계속으로>를 틀어두었다. 어느 나라를 볼까, 하다가 뉴질랜드 편을 보는데, 와, 너무 좋은 거다. 거긴 진짜 자연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해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나는 그런 자연의 모습에 우와- 하고 감탄하면서는, 그렇지만 오클랜드 도심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클랜드의 시내 모습이 나오는데 너무 가보고 싶고 걸어보고 싶은 거다. 비행기표를 검색해보니 오오, 직항이 .. 있어?? 뭔가 두근두근 하면서...
나는 지구본을 가져와서는 엄마한테 엄마, 뉴질랜드는 섬나라야, 그 나라 하나만 바다에 둥 떠있어- 하고는 지구본을 돌려 콕 짚어주었다. 여기, 여기가 뉴질랜드고, 이런 나라가 바로 위에 또 하나 있는데, 그게 호주야, 하고는 콕 짚어주었다. 여긴 주변이 죄다 바다인거야, 하고는 우리 나라를 콕 짚어서는, 이거봐, 우리는 이렇게 삼 면이 바다잖아, 이 위로는 그냥 대륙이잖아, 그런데 뉴질랜드랑 호주는 안그런거야. 그리고 여기 봐, 엄청 멀지, 이렇게 여기서 슝- 비행기 타고 가야해, 열 시간 넘게 걸려. 그런데 저 화면 봐봐, 너무 아름답지, 하고는 신나서 얘기했다. 나는 이런 시간이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좋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다가 지구본을 가져와서는 어디쯤 있나 다시 확인하고 콕 짚어보는 일. 그리고 여기를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비행기표를 검색해보는 일. 아 진짜 막 마음이 벌렁벌렁 거리면서 흥분되는 거다.
엄마랑 둘이 외국여행을 해보고 싶은데 엄마가 비행기 오래 타는 걸 싫어하셔서 가까운 데로 가봐야겠다 라고만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아아, 그치만 뉴질랜드를 가면 더 좋지 않을까...하는 욕심이 생기는 거다. 비행기 표가 비수기에도 백만원이 넘는 곳이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들텐데, 그래도 이왕 갈거라면 좀 길게, 여유롭게,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을 가진 곳에 가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뉴질랜드 돌아다니려면 차 있어야 할 것 같은데..나는...면허증'만' 있는 사람인데...
나는 뉴질랜드에 대한 흥분으로 가득 차서는 알라딘 검색창에 뉴질랜드를 넣고 읽을만한 책은 없을까 찾아보았다.
아아...어쩌면 이렇게 읽어보고 싶은 책이 단 한 권도 없는걸까... 뭔가 근사한 뉴질랜드 여행기를 읽어보고 싶은데, 그래서 읽고는 그대로 뉴질랜드로 떠나고 싶은데, 이 책들 표지나 제목 만으로는 읽고 싶은 마음이 1도 안드는 거다... 하아- 베트남에 가는 게 국수여행 책 읽고 시작됐던 것처럼, 그렇게 뭔가 확- 끌어당기는 게 있다면 좋을텐데, 어쩌면..이래??
뉴질랜드에 갔다가 뉴질랜드에 살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 살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뉴질랜드의 여름을 보고 느끼고 싶은데 그러려면 이 나라는 겨울이어야 한다. 나는 겨울에는 시간을 낼 수가 없는데...역시 회사를 그만두는 게 답인가. 회사 그만두고 엄마 손잡고 뉴질랜드 갔다오고 싶다. 그러면....갔다올 돈은????? 비행기값, 호텔값, 밥값은???? 회사를 다녀야 되는데.... 아아,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진짜 쉽지가 않구나. 그런채로 또 월요일이 되었어.......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