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몇해전에 본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기억난다. 드라마속에서 김현주와 이유리는 병원에서 부모가 바뀌었다. 스무해 이상을 자라온 집이 나의 친부모가 있는 집이 아니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아주 달라서, 김현주는 출판사 사장의 집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왔으며 그 출판사에 취직해 능력을 인정받고 잘 다니고 있었고, 이유리는 밥집을 하는 엄마와 백수인 아빠 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점에 취직을 해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둘이 병원에서 바뀌게 되었다는 걸 이유리가 알게되었고, 이유리는 '김현주가 누리고 있던 것은 모두 내 것' 이라고 생각하며 김현주와 이제 자신의 자리를 바꾸고자 아니, 원래의 자리를 찾고자 한다. 


김현주는 누구에게든 사랑받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긍정적이고 밝아서 직장내에서 동료들에게도 인기가 좋았고, 나이 어린 외삼촌과도 다정한 사이었으며, 직장의 팀장으로부터도 이성애적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런 한편 이유리는 고집이 세고 이기적인 성격이었으며, 자신의 것을 찾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었는데, 그 성격을 보면서 한동안, 만약 이유리가 부잣집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왔다면 이유리가 지금의 김현주 성격이 되었을까? 를 생각했더랬다.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다. 부잣집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이 부족한 것 없이 누렸다해도 반드시 성격이 다정하고 밝으리란 법은 없으니까. 마찬가지로, 가난한 집에서 자라났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니다. 


나는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이 그 사람의 인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이 그 사람에게 미치는 '유일한' 영향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 사람의 내재된 성향, 성격 이라는 것은 그 사람을 형성하는데 어쩌면 가장 큰 축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같은 환경, 같은 부모 밑에서 자라고 같은 교육을 받아도 전혀 다른 성격의 형제 자매가 있는 거 아닐까. 그 뭐냐, 덱스터였나, 어느 책에서 보면, 부모가 살해당하는 광경을 목격한 형제중에 한 명은 살인자가 되고 한 명은 경찰이 되는, 그런 게 있었는데... 


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환경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 사람 본연의 기질도 중요할 것이다. 나는 요즘, 어쩌면 기질이 더 중요한 것 아닌가, 그 사람에게 내재된 본성이란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한다. 그 본성이야말로 나를 이루는 축이 아닐까. 환경과 본성이 50:50 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쩌면 환경과 본성은 30:70 정도의 비율이 아닐까? 아니면 37:63 ???




나로 말하자면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자라 충분히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있다. 그러나, 내 안에는 분노도 많이 잠재되어 있다. 화딱지가 나면 참지 못하고 말하는 것은 엄마를 닮았다. 술을 좋아하는 것은 아빠를 닮았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보는 눈은 아빠와 엄마가 가진 그것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나는 결국 아빠 엄마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어떤 사람이 되어 있다. 나는 아빠와 많이 싸우고 엄마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내가 아빠,엄마가 바라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으로 자랐다면, 혼전순결을 지키고 새누리당에 투표하며 이미 결혼해 아이가 셋 쯤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빠 엄마가 자식에게 바랐던 것은, 결혼전의 섹스가 왜 남자에게만 허락되어야 하느냐며 으르렁 거리는 내가 아니었고, 광화문에 나가서 촛불을 드는 내가 아니었고, 혼자 여행다니면서 살거야, 라고 부르짖는 내가 결코 아니었으니까. 헬페미가 되어 매일 빡침에 맞서는 내가 될줄은, 아빠 엄마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친구들은 내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너처럼 다정한 아빠를 가진(주변의 어느 아빠들보다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다정한 아빠다) 아이가 어떻게 꼴페미가 되었을까?' 라고 궁금해하며 묻는다. 나도 모른다.



자, 이야기가 길었는데, 참... 나도 참.... 의식의 흐름 어쩔거야. 인용문 하나만 띡- 쓰려고 했다가 또 여기까지 오고 말았어. 인생..글.. 의식의 흐름...그리고 나여....



위의 얘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책,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를 링크해놓고 참 쓸데없는 소리를 많이도 늘어놨다,


지만, 사실 그렇게 또 쓸데없는 얘기는 아니다.




책 속에서 콥자매는 엄하고 까다로운 어머니 밑에서 자란다. 어머니에게 세상은 별로 살아갈 만한 곳이 못되었고, 그래서 자녀들을 집안에서만 키우고자 한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그래서 괜히 말나는 것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때는 아직 여성에게 투표권도 없을만큼 여성의 인권이 낮은 시기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항상 바깥에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안전하지 못하다고. 어릴때부터 이런 가르침 속에 자란 콥자매인데, 콘스턴스는 어느 순간 제 스스로 깨닫는다. 엄마가 틀렸다, 엄마가 보는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지 않다, 고.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고 돕고 싶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콘스턴스에게, 둘째 '노마'는 신경 끄라고 일갈하지만, 콘스턴스는 그럴 수가 없다. 나쁜 짓을 한 놈을 어떻게든 벌을 줘야겠고, 억울한 사람을 어떻게든 돕고 싶다. 그리고 아직 많이 어린 셋째가 이제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되기를,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당시에 여자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는 결혼해서 남편에게 의지해 살며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그래서 콥자매의 오빠는 '내가 너희들을 보살펴줄테니 나와 함께 살아!' 끈질기게 얘기하지만, 콥자매는, 콘스턴스는 '우리 힘으로 살것이다'를 끊임없이 주장한다. 사회가 여자에게 요구하는 바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고자 한다. 엄마가 요구했던 바와 다른 방식으로, 오빠가 요구했던 바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응당 그래야 하는 줄로만 알았던 길과는 완전히 다른 길로 가고자 한다. 이 부분이 너무 좋아서, 길지만 옮겨보겠다. 




오빠는 허리를 숙이고 속삭였다. "모름지기 엄마라면 애들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거 아냐?"

나도 똑같이 맞서 오빠를 노려봤다. "내가 여태 해온 일이 바로 그거라면?"

프랜시스는 문을 향해 걸어갔고, 나는 오빠의 코트 등판에 길게 자리잡은, 베시의 손길로 새로 박은 솔기를 바라봤다. 오빠는 벌써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진 남자의 약간 구부정한 자세가 몸에 뱄다.

"길에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어머니가 어떤 식이었는지 기억나?"

오빠는 걸음을 멈추고 여전히 화난 얼굴로 돌아보았다.

"한번은 오빠랑 내가 어머니하고 같이 외출했을 때," 내가 말을 이었다. "어떤 남자애가 우리 앞을 뛰어갔어. 그애가 발을 헛디뎌 길에 양파 한 자루를 다 쏟았지. 그때 기억나?"

프랜시스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가다 말고 양파를 주워주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내 팔을 잡아당기며 손대지 말랬어. 마치 무슨 함정일지도 모른다는 투로."

"어머니는 그런 식이셨지." 프랜시스는 문에 기대며 말했다. "아무도 믿지 않았어."

"맞아." 나는 말했다. "그리고 십수 년 동안 나는, 물건을 흘리면 사람들이 발을 멈추고 그걸 주워 돌려줄 거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어떤 사람들은-플러렛이 부서진 마차에 깔렸을 때 그걸 치워준 사람들처럼- 재난을 보면 곧장 달려가. 그 사람들이 위험에 부주의해서가 아니라, 뭐라도 도움을 줄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에."

프랜시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니도 나름대로 이유는 있었어. 시대가 달랐으니까."

"바로 그거야." 내가 말했다. "시대가 달랐지. 우린 더이상 숨어 지내지 않아도 되고, 도망치지 않아도 돼."

프랜시스는 항복한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그럼 관둬. 하지만 알아줬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언제라도 오빠네 문간에 나타나도 된다는 거 알아." 내가 말했다. "오빠와 베시한테는 늘 고마워. 하지만 우린 자립해서 지금까지 잘 지내왔고, 그 사실이 나는 기뻐."

오빠는 고개를 끄덕이고 문을 나섰다. 나는 눈을 감고 부엌에 앉아 빅터 축음기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지글거리는 음악과 고르지 않은 거실 바닥에 스치는 플러렛의 구두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프랜시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그날 루시가 패터슨 길거리에서 나를 붙잡았을 때, 어떻게 모르는 사람을 부여잡고 자신의 문제를 쏟아낼 수 있는지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은 원래 늘 그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도움을 요청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의무감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소속감으로 그 부름에 응한다. 그게 바로 히스 보안관과 그의 부하들이 한 일이었다. 우리를 노리는 자들을 잡기 위해 총을 뽑아들고, 얼어죽을 듯 추운 우리집 헛간에 엎드려 대기하는 것.

내가 플러렛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면-존재하는 줄도 모르는 엄마로서 내가 그애한테 무언의 선물을 줄 수 있다면-그 선물은 이런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는 자각. 우리는 우리한테 혹은 다른 누군가한테 말썽이 생겼을 때 종종걸음으로 피하지 않는다. 우리는 달아나서 숨지 않는다.

플러렛은 어머니를 보아왔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머니의 방식을 배웠다. 나는 플러렛이 나 또한 봐주기를, 나를 통해 뭔가 다른 것을 배우기를 소망한다. (p.368-370)





콥자매가 끌고 가던 마차가 앞에서 오던 차량과 부딪쳤다. 그놈들은 사과를 하기는 커녕 꽁무니 빼기에 바쁘고, 마차 수리비를 요구하는 콥자매를 무시한다. '너 말고 니네 아빠랑 얘기할게' 라고 해서 아빠가 안계신다고 하자 그러면 남편이나 오빠 다른 남자 데려와라, 라고 하는 거다. 계속되는 무시와 무례에 우리의 콘스턴스는 그 큰 키와 덩치로 나쁜놈 헨리 코프먼을 들어올려 벽에 밀친다. 이에 챙피해진 나쁜놈 헨리 코프먼은 그 뒤로 콥자매에게 위협을 가한다. 콘스턴스는 이에 당당히 맞서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에 이르는데, 여자 작가가 쓴 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에서, 이 여주인공들의 입을 빌어 명대사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속시원해지는 대사들과 이야기에 씐나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요란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의미있고, 재미와 만족을 동시에 준다. 끊임없이 자립하려고 노력하고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콥자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라는 성경구절처럼, 콥자매가 자립할 수 있는 방법도-내가 원하는 바로 그 방법으로- 결국 콘스턴스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여러분, 이 책 읽자. 이 책이 앞으로 시리즈로 나온다는데, 나는 이 시리즈를 죄다 읽을 작정이다. 후훗. 차곡차곡 모아뒀다가 조카가 크면 읽어보라 권해도 좋을 것 같다.




8월은 내게 몹시 분주하게 느껴진다. 여행을 다녀온 탓인지, 그 후가 무척 바쁘다. 며칠전에는 오랜만에 끙끙 앓아 누웠다. 밤새 열이났고, 아퍼, 아퍼를 입에 달고 있었다. 덕분에 하루 온종일 쉴 기회가 생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는 남은 8월에 대한 계획들이 꽉 차있다. 그 중에 가장 큰 건 구몬....구몬을 밀렸어.....밀렸는데.....어제 또 왔어.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왜 구몬을 시작하였는가, 우리는 왜 만났는가. 우리는 과연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정녕 잘못된 만남은 아닌것인가...구몬이여........................ 오, 구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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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1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몬, 너는 아느냐.....

다락방 2017-08-17 12:09   좋아요 0 | URL
구몬 doesn‘t know.....

단발머리 2017-08-17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환경과 본성에 대한 이야기 읽다보니 갑자기 <알쓸신잡>에서.... 지능의 발현.
선천적 55 후천적 45. 이런 게 생각나네요. 인간은 하나의 조건만으로 설명하기엔 너무 복잡한 생물...

구몬은 당신의 친구이며... ㅎㅎㅎㅎㅎㅎ
다락방님~~~ 아프지 마여~~~~

다락방 2017-08-17 17: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단발머리님. 인간은 이렇다 저렇다 단정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정말 복잡한 것 같아요. 이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고....

구몬은 제 친구 .. 맞습니까?
아 저 비동사 과거형 하다가 지금 과거형 의문문 까지 왔는데 어렵네요 ㅠㅠ 전 역시 영어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ㅠㅠ

네, 방금전에 퇴근 시간 되기도 전에 제가 집에서 싸온 도시락 까먹었어요. 배불러요. 히히히히히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콥 자매 시리즈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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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은 매력적이고 이야기로도 통쾌한데다 대사들도 명문이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니 짜릿해!! 멋져!! >.<
시리즈 나오는대로 족족 읽어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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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신의 역량
    from 마지막 키스 2017-08-17 10:49 
    몇해전에 본 드라마 《반짝반짝 빛나는》이 기억난다. 드라마속에서 김현주와 이유리는 병원에서 부모가 바뀌었다. 스무해 이상을 자라온 집이 나의 친부모가 있는 집이 아니었다. 가정의 경제적 형편은 아주 달라서, 김현주는 출판사 사장의 집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왔으며 그 출판사에 취직해 능력을 인정받고 잘 다니고 있었고, 이유리는 밥집을 하는 엄마와 백수인 아빠 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서점에 취직을 해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이 둘이
 
 
레와 2017-08-17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넣어놨어요!!잼있겠당! 까악!

다락방 2017-08-17 11:51   좋아요 0 | URL
응 이거 재미있고 좋아요. 읽어, 읽어, 읽어버리잣!!
 















스티븐 킹의 소설을 몇 권 읽어보노라니, 그의 소설이라고 해서 언제나 '핵재밌는'건 아니다. 어떤 소설은 걍 그럭저럭 인 것들도 있는데, 이 책 《리바이벌》도 딱히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이 책은 고만고만한 책이군,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스티븐 킹은 진짜 탁월한 이야기꾼, 타고난 이야기꾼 이구나,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런 문장 때문에.



다음 날 열린 실제 파티의 등장인물은 기본적으로 같았고 조연만 추가됐다. 일부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나머지는 어디서 본듯한 얼굴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중 몇 명은 오래전에 아버지 밑에서 일을 했던 직원들의 자녀이자 이제는 한층 넓어진 테리 형의 제국에서 근무하는 직원이었다. 형은 연료 회사뿐 아니라 뉴잉글랜드 전역에서 체인으로 운영되는 모턴스 패스트숍이라는 편의점 사업도 하고 있었다. 악필이 성공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p.393)



주인공의 형이 '테리'인데 테리 형 집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했다가 참석한 사람들을 보고 쓴 부분이다. 그전에 초청장을 보내면서 형의 글을 읽고는 형이 악필이라는 걸 잠깐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형의 성공을 얘기하면서 형이 악필이란 얘길 또 가져오는 거다. 형이 악필이라는 건 이 책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어떠한 이야깃거리도 안된다. 그러니 악필이란 설정을 하지 않았어도 이야기는 전혀, 아무런 지장이 없다. 마찬가지로 저렇게 또다시 형의 성공을 얘기하는 데에 '악필이 성공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를 언급할 필요 역시 전혀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얘기함으로써 이야기는 '더' 재미있어졌다. 형이 성공했다는 사실은 저 문장 없이 충분히 완성되지만, 저 문장이 끼어들어갔기 때문에 이야기에 유머가 곁들여져 버리는 거다. 편의점 사업도 하고 있었다, 로 끝나면 그냥 성공한 형이지만, 악필이 성공에는 아무 지장도 없었다, 라고 하면 확 생동감이 생기지 않나. 아아, 이야기꾼이란 이런 것이구나, 나는 스티븐 킹에게 감탄했다. 그가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이 책의 큰 줄거리처럼, 자신이 믿고 있는 단 하나의 신념에 광적으로 미치면 어떤 영향을 불러오는 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사소하게 곁들이는 문장들 덕이겠다 싶은 거다. 그가 전해주는 메세지도 분명 의미있지만, 그걸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건 이런 문장들이 아닌가! 아아, 소설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해. 편의점 사업을 하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라, 악필이 성공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같은 걸 덧붙여 줘야하는 거야. 스티븐 킹 선생님, 짱이세요!!


물론 형이 성공한 것 역시 책의 내용에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될 부분이었다. 그러나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디테일을 살려주기 때문에 이야기는 풍성해지고 촘촘해지고 단단해진다.




스티븐 킹을 읽지 않았을 때에는, 그냥 '베스트셀러 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읽고나니, 오오 과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밖에 없겠군,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작가야!! 하게 됐더랬다. 그리고는 천천히 그의 작품을 전부 다 읽어보자, 하게 됐고. 물론 무서운 건 좀 뒤로 제쳐놓고 싶다. 단편집 읽다가 잠을 못잔 적이 있어가지고 ㅠㅠ 단편이 하나하나 다 무서워서 ㅠㅠ 읽으면서도 심장이 벌렁거리고 막 그랬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어... 타고난 이야기꾼이란 이런 사람을 일컫는 말이구나 싶다. 나도 타고난 이야기꾼이 되고 싶지만, 어느덧 내나이가 여기까지 와버렸고..그래서 '타고난' 같은 수식어를 받기는 힘들겠고...이를 어쩐담? 그렇다면 나는..음...대기만성형 이야기꾼? 이런거 해야하나? 아니면...어....늦바람난 이야기꾼? 흐음...




그렇지만 책 속에서 이제 막 대학에 가려는 젊은 여자와 51살의 남자가 섹스를 하는 건 마음에 안들었다. 여자가 먼저 그렇게 하고 싶었다고는 하지만, 그러니까 여자의 엄마는 그걸 좋은 차를 몰기 전에 중고차를 몰아보는 것과 같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래도 좀 싫더라. 슈퍼파워를 가진 51세의 남자가 아닌지라, 연속되는 정사에 '고맙지만 못하겠어' 라고 솔직히 말하기는 하지만, 그러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걸, 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니 생각나는 게,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사선에서》이다. 아주 올드한 경호원이 주인공인데, 머리도 백발이도 경호하면서 뛰는 것도 되게 숨차하는 캐릭터인데, 같은 경호를 하는 아주 젊은 여자랑 섹스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거다. 읭?? 뛰는 것도 못하는 백발의 할아버지인데 저렇게 젊은 여자와???? 왜 저런 장면을 넣지??? 10대때 혹은 이십대 초반에 봤던 영화인데, 도무지 그 장면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물론 나이든 남자도 또 나이든 여자도 섹스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왜저렇게 늙은 남자는 젊은 여자랑 섹스하는 게 자연스럽게 그려질까. 일전에 국내영화 《부의맛》인가, 거기에선 김강우가 윤여정하고 섹스하는 걸 '싫지만 마지못해' 하는 걸로 나왔는데, 왜 영화속에서 젊은 여자들은 그런 백발의 할아버지한테도 매력을 느끼고 기꺼이 섹스할까? 왜죠?


















이 영화속에서도 아만다 피트는 아빠뻘인 잭 니콜슨과 애인이다. 그리고 애인을 자기의 엄마에게 인사 시키는데, 그 여자가 다이안 키튼이고. 다이안 키튼은 싱글이고 결과적으로는 나중에 잭 니콜슨과 사귀게 되진 하지만, 그전에 다이안 키튼에게도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가 있다. 그 남자가 젊은 키에누 리브스. 키에누 리브스는 자신보다 나이가 훌쩍 많은 다이안 키튼에게 반해서 사랑을 고백하고 정중하게 대하는데, 다이안 키튼은 그렇게 젊고 멋진 남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에 몹시 좋아하지만 좀 부담스러워한다. 그게 뭔지 알 것 같아... 나도 연하의 남자들과 연애를 한적이 있고, 뭐 앞으로도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어휴, 이건 좀 부담스러워서...'하고 뒤로 물러나게 되지 않을까. 물론 그 나이차이가 얼마가 될진 모르겠지만.... 열 살? 스무살? 모르겠다. 생각만해도 오글거리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글거린다, 하니까 생각나는 게,

여덟살 나의 조카는 외할머니(우리 엄마)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한다. 조카는 항상 '할머니 사랑해' 하고 끊는데, 할머니는 자꾸 툭- 그냥 끊어버려. 이게 서운했는지 조카는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 이제 전화 끊기 전에 꼭 사랑한다고 말하고 끊어" 라고. 아 진짜 너무 예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제 우리엄마는 알았다고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데, 이게 너무 예뻐가지고, 어제 나는 나의 친구와 통화를 하고 이 얘기를 들려주면서,



-우리도 이제 전화 끊기전에 사랑해 뽀뽀쪽 하고 끊을까?



물었다. 그러자 상대는 내게,


-니가 먼저 해봐. 그럼 내가 할게.


이러는 거다. 음.. 그래서 머릿속에 그려봤다. 사랑해 뽀뽀쪽 하고 전화를 끊는 장면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못하겠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사지에 소오름이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야 너무 오글거려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말자 하지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는 나랑 통화할 때에도 끊기 전에 사랑해 뽀뽀쪽 하고 끊는다. 그래서 나도 어김없이 사랑해, 하고 돌려준다. 지난번에는 내가 술마시고 있는데  '너무 많이 마시지마' 이러고는 사랑해 하고 자러 들어갔었다. 며칠 전에는 지하철에 있을 때 전화왔는데, 이모 몸이 좀 안좋아, 했더니 끊으면서 '조심해, 사랑해' 했더랬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너를 내가 폭풍사랑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음..스티븐 킹 소설 이야기를 하다가 왜 여기까지 왔지? 두줄짜리 쓸라 그랬는데 또 이렇게 되어버렸네...인생...글이란 무엇인가.....의식의 흐름..............



그럼 이만...







"형은 오늘 같이 오지 않겠다고 햇어요. 그거, 거짓말이었어요."
"그래?"
제이컵스는 별로 놀란 눈치가 아니었다.
"네. 같이 가자고 했는데 무서워했어요."
"그랬다고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 겁에 질린 사람들은 자기만의 감옥에서 살거든. 콘이 벙어리 증상을 만들어 낸 것처럼 자기들이 만드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가 없는 거야. 성격이 그래서. 그러니까 딱하고 가엾게 여겨줘야 해." (p.121)

콘 형은 자기보다 스무 살쯤 어려 보이는 미남 청년을 소개했다. "하와이 대학교 식물학과에 재학 중인 친한 친구"라고 했다. 나는 그와 악수하며 두 사람이 캐슬록 인에 방을 따로 잡았을지 궁금해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나는 콘 형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언제 맨 처음 알아차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 형은 대학원에 다니고 나는 메인 대학교에서 컴벌래늦와 함께 「천 가지 춤의 고장Land of a Thousand Dances」를 연주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훨씬 전에 알아차렸을 텐데 두 분이 아무렇지 않게 여겼기에 우리도 그랬다. 아이들은 말로 표현된 규칙보다 무언의 본보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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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7-08-16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절반쯤은 똥이라고 생각해서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나이 든 남자에게 끌리는 젊은 여자의 심리에 대해 진화심리학이 말하는 바가 있습니다.
반면 젊고 건강한 남자에게 끌리는 여자의 심리에 대해서도 진화심리학이 말하는 바가 있습니다.

진화심리학은 아주 못 하는 말이 없습니다.

다락방 2017-08-16 10:5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진화심리학은 아주 그냥 못하는 말이 없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그것이 무엇이든 개인의 차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나이든 ‘어떤‘ 남자에게 끌리는 ‘어떤‘ 여자가 있을 수 있고, ‘어떤‘ 나이든 여자에게 끌리는 ‘어떤‘ 남자가 있을 수 있는거죠. 그런데 그것을 진화심리학적으로 표현한다? 글쎄요... 흐음..

스티븐 킹 재밌어요, 쇼님!! 스티븐 킹 읽고 우리 모두 이야기꾼으로 거듭납시다!!!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6 14: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캐공감 1000개 누르고 갑니다. 킹 소설에서 악필 지적 부분, 정말 맞는 말씀입니다.

다락방 2017-08-16 14:53   좋아요 0 | URL
그치요? 스티븐 킹이 달리 이야기꾼이 아닌 것 같아요. 바로 저런 부분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뭔가 불끈!! 하면서 소설을 쓰고 싶다, 재미있게 쓰고 싶다, 그렇다면 스티븐 킹을 완독하자!! 하는 마음이 되어버립니다. (불끈)

곰곰생각하는발 2017-08-16 15: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양반 항상 챕터 끝낼 때 이런 뉘앙스입니다. ˝ 그는 행복했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 이러면서 챕터를 끝내면 궁금해서 다음 챕터를 안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아무거도 아닌 얘기예요..

다락방 2017-08-16 15:38   좋아요 2 | URL
소설을 쓰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스티븐 킹을 죄다 읽어야겠어요. 스티븐 킹이 소설마다 전해주는 메세지가 정말 마음에 드는데(돌로레스 클레이본, 별도 없는 한밤에), 문장도 아주 찰지고 재미있게 쓴단 말이죠. 그런데 그런 소설을 한 두권도 아니라 엄청나게 썼으니!!!
 



여자는 남편과 여행을 왔지만 남편은 일 때문에 바쁘다. 하루 온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산다. 여유롭게 걷고 먹고 마시는 일이 여자에겐 현재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런참에 또 일이 끼어들어, 칸에 있던 그들 부부는 파리에 가기 전에 잠깐 다른 곳에 들러야 했고(지금 거기가 생각이 안나네), 비행 때문에 귀가 아팠던 여자는 남편에게 '너 일보고 파리로 오면 나랑 파리에서 만나자, 나는 지금 비행기 못탄다' 하였다. 이에 남편의 사업파트너인 남자가 '어차피 나도 파리에 가야하니까, 너의 와이프를 내가 내 차로 파리로 데려다줄게' 제안하고, 그래서 갑자기 남자와 여자는 함께 파리로 가게 된다.



남자는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다. 멈춰서 맛있는 빵을 사고, 여자의 귀에 넣을 약을 사고,  또 멈춰서 비타민이 가득하다는 딸기를 산다. 여행 중에도 보이는 근사한 성과, 다리와, 꽃에 대해 설명하고, 수시로 멈춰서는 여기에선 이걸 먹어야 해, 하고 실컷 먹고 마시는 데 열중한다. 여자는 '우리 파리 안가?' 묻지만, 남자는 파리는 언제나 거기에 있다면서 심지어 호텔까지 예약한다. 

그 사이에 남편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 파리에 도착 안한거냐 묻고, 동행한 남자가 프랑스 남자임을 강조한다. 얼른 아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서 '근데 내 양말 어디있지?' 이런거 묻고...  어쨌든 동행한 남자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줌과 동시에, 좋은 먹방 동행자인데, 이야, 진짜 세상 좋은 레스토랑과 세상 맛있는 음식 그리고 세상 맛있는 와인까지 여자에게 다 맛보여준다. 게다가 여자가 초콜렛을 좋아하고 그것을 먹는다는 데 약간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된 그는, 그여자에게 초콜렛 디저트를 한껏 안겨준다. 브라보!











수시로 운전을 멈추고 주유소에 들르면, 여자는 그때마다 초콜렛을 골라든다. 영화 내내 맛있는 음식과 와인과 디저트가 나와서 아아 나도 프랑스에 가야겠다 생각했지만, 실상 그는 내게 딱히 좋은 여행동반자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좋아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여행에 임한다는 것은 내 취향이긴 했지만, 나는 빨리 파리로 가고 싶은 데 자꾸 어딘가 들르는 것은 내게 꽤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나에겐 나의 계획이란 것도 중요해서, 내 계획이 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오는 스트레스가 크단 말이다. 여행지에서의 예측못한 일들에 대해서라면 나도 포용가능성이 한없이 넓어지는 사람이긴 하지만, 영화속의 상황에 좀 스트레스 받았어... 게다가 남자가 자신의 이러저러한 사정에 의해서 '일단 네 신용카드를 쓰고 파리에 도착하면 현금으로 갚을게' 하는 데에는, '아니 돈도 없으면서 뭘 이렇게 원하는 대로 다 먹고 다 보고 다 마시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갚을 때까지 신경쓰일 것 같아... (안갚으면 어떡하지? 그래, 나도 먹고 마신 거니까, 걍 돈지랄하고 잘 먹고 잘마셨다 생각하자, 아니 그렇지만 내가 혼자였으면 안먹고 안잤을 거라고 이쉐키야.. ㅠㅠ, 아아, 그래도 먹는 동안 즐거웠으니까.... 하는 내적갈등의 반복...)



남자에게는 여자를 한껏 대우하고 예의바르게 대하고 맛있는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강함과 동시에, 여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까지도 있다. 공감능력도 뛰어난 남자인데, 아흑, 내게는 그의 느긋함이 딱히 마음에 들질 않았어. 프로방스 가서 라벤더 밭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길들을 내내 자동차로 달리는 것도 너무 해보고 싶지만, 그 좋은 레스토랑 가서 치즈를 저렇게 큰 바구니에 놓인채로 골라 먹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그 여행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저게 다 얼마야.... 나는 비행기도 호텔도 할부로 긁어야하고, 지금도 계속해서 할부가 나가고 있어....셰프의 추천을 주는대로 다 받아먹을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요즘엔 치앙마이에 꽂혀서 치앙마이 언제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동시에 동남아시아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동남아시아에 터를 잡고 살면 어떨까. 만약 다른 일거리를 찾는다면, 그 일이 나를 너무 많이 지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도,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쿠알라룸푸르에 집을 구해 혼자 살게 된다면, 혹은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떤 형태가 됐든지간에, 다음날에 대한 걱정없이, 돈에 대한 걱정없이, 낮술 마시면서 살고 싶다. 와인이나 한 잔 마시고 뻗을까, 하면서... 도대체 얼마만큼 더 일해야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될까. 이번 생은 안되는걸까. 이제 그만 일하고 여유롭고 싶어 ㅠㅠ 돈걱정, 일 밀릴 걱정없이, 나도 프로방스 가서 라벤더 보면서 이야~ 좋아하고, 아름다운 강가에 돗자리 깔아놓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고 마시고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싶어. 흙흙 그렇지만 현실의 삶은 너무 빡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진짜 말레이시아 며칠 갔다왔더니, 일 밀렸지, 구몬 밀렸지, 시사인 밀렸지.... 일상이 여행전의 패턴을 찾기까지 오래걸리는구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구몬은 언제 다하고 시사인은 어떡하지 ㅠㅠ 포장도 안뜯고 있고 막 그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생...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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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Orz... 전 내일부터 3일간 경주에 가는데... 3일내내 비가 100%...
다시한번 인생 Orz.

다락방 2017-08-14 11:45   좋아요 0 | URL
비연님. 비가 온다면, 숙소에서 그냥 술이나 마시고 딩굴딩굴.........
비 오는 경주 좋을것 같아요!! 즐깁시다!!

moonnight 2017-08-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도 저런 식의 자꾸만 옆길로 새는 여행은 못 할 것 같아요. 버럭 화를 낼 것 같은데-_- 다이안 레인은 여전히 참 예뻐요^^

다락방 2017-08-16 08:17   좋아요 0 | URL
여행이 물론 제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는거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불쑥 함께 하게 되면서 내 일정을 다 자기 마음대로 해버리니 제 경우엔 빡치더라고요. 근데 영화속 여자에겐 점점 더 신나는 여행이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말이지요. 저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다이안 레인 참 예쁘죠. 멋있어요!!
 

말레이시아 까지는 여섯시간이 넘는 비행을 해야만 했다.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일어나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만날 친구에게 내가 얼마나 반가워하는지를 표현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꽃다발을 들고 갔다. 내가 머무를 쿠알라룸푸르에도 꽃가게는 당연히 있겠지만, 검색해보니 꽃다발이 예쁘질 않더라. 나는 예쁜, 생화 꽃다발을 들고 가서, 내가 오랜만에 만날 친구에게 다정하게 내밀고 싶었다. 꽃다발을 여기서부터 가져가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맞춤한 쇼핑백에 넣었지만 시들지 않도록 물도 갈아줘야 했고, 기내에 들어갈 때는 또 물을 버리고 가야했다. 꽃아 힘을내, 내가 친구를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버텨줘.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항으로 가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꽃을 자꾸 들여다 보았다. 너, 괜찮지?



나보다 먼저 도착한 친구는 공항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몇 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우리는 공항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저녁 무렵이고 비행에 지쳤던 터라 도착한 첫날의 저녁은 룸서비스로 시켜먹기로 쇼부를 쳤다. 그렇게 음식을 잔뜩 시켰는데, 도착하자 마자 물을 채워 꽂아주었던 꽃을, 그가 우리의 식탁 사이로 가져왔다. 꽃 가져와야지, 하고. 나는 그의 이런 세심함을 사랑한다. 그렇게 룸서비스의 완벽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꽃 덕분이었다. 꽃이었다.






나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와인을 여기서부터 가져갔고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들과 꽃을 앞에 두고 그 와인을 개봉했다. 만남이 만남 자체로 완벽해지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이 도움을 줬다. 물론, 다 친구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날엔 혼자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걸었다. 평일이었고 오전이어서 밖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익숙한 동남아시아의 냄새가 코로 훅- 들어오는데, 아, 너무 흥분이 되는거다. 나는 항상 뉴욕에 살고 싶어했고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동남아를 좋아할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아아, 이 익숙한 동남아시아의 냄새와 더운 기운에 막 흥분이 되면서 너무 씐나는 거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이 낯선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그런데 씐나!! 나는 동남아를 사랑하는가????????????????? 그렇게 또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갔다.








길을 건너는 것은 몹시 쫄리는 일이었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많지 않아서, 사람들을 보니 그냥 아무데서나 막 건너더라. 이런거라면 내가 베트남에서 이미 경험한 터, 자신있게 건너주겠다! 라고 했지만 역시 쪼그라들어서, 서있다가 누군가 와서 내 옆에 서고 그 사람이 건널 때 따라서 건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머물렀던 곳은 쿠알라룸푸르 최대 번화가 부킷빈탕이었는데, 거기는 진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위의 사진들처럼 한적하질 않아. 진짜 지상 최대의 쇼핑센터 같더라. 


나는 친구와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외출 중에 레스토랑을 봐두었고, 그렇게 저녁엔 예쁘게 차려입고 굽 높은 샌들을 신고 레스토랑에 갔다. 그러나 레스토랑은 내가 생각한 분위기와 내가 생각한 스테이크를 내게 제공하지 않았어.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여행이란 무릇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후훗.





그리고 다음날 점심에는 호텔 근처의 로칼 식당에 가서, 더위를 선풍기 바람으로 달래며 바쿠테, 마파두부, 커리누들을 먹었다. 아..너무 맛있었어...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 우리는 당연히 맥주도 시켰는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때에 언제라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거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중이라면 점심 때 술 마시는 게 불가능하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모닝술도 가능해! 씐나! 나는 아무때나 수시로 술을 마시려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바쿠테의 고기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국물 넘나 맛있어서, 밥 하나 시켜가지고 국물에 말아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좋은 시간이었어. 훗.



혼자 가서 현지식을 먹었던 어느 점심. 나는 야채볶음이라는 캉콩과 말레이시아 대표 음식이라는 락사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이 두 가지를 먹고 싶은데 나는 혼자야..어쩌지? 하다가, 후훗, 그냥 둘 다 시켰다. 둘 다 먹고 싶은데 왜 내가 하나만 골라야 해? 둘다 시켜!!





락사와 캉콩은 바쿠테보다 맛있었어... 나는 먹으면서 진짜 너무 맛있어서 울뻔했다. 아아, 나는 그냥 베트남 쌀국수가 좋은건줄 알았는데, 동남아 음식이 입에 다 맞는거였나봐. 어떡해 ㅠㅠ 나 말레이시아 와서 살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넘나 맛있는 락사와 캉콩을 앞에 두고, 아아, 맥주를 안마실 수가 없겠다!! 해서 맥주도 시켰다. 이렇게 한국에서 온 여자 한 명이 두 가지 메뉴와 술을 앞에 두고 점심식사를 했다. 아, 세상 맛있었어. 여행 넘나 좋은 것. 맛있는 거 잔뜩 먹으러 다니자. 얼쑤~




말레이시아에는 1공항과 2공항이 있다. 2공항은 주로 저가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기 위해 가는데, 와, 여기에는 진짜, 여러분 내가 꿀팁 드리겠다. 슈퍼마켓이 있고 슈퍼마켓 내에 정육식당이라 해야하나, 고기를 고르는 곳이 있다. 스테이크용 고기가 하나씩 포장되어 있는데, 그걸 선택해서 값을 치르고 쿡 비용을 초큼 내면, 내가 원하는 굽기로 스테이크를 구워준다. 내가 고른 고기로 내가 원하는 굽기로 스테이크가 똭-

비용은 당연히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며, 게다가 맛있어! 나는 친구와 둘이 갔는데, 친구가 나는 좋은 고기 사주고(물론 비싸고 좋은 고기도 있다!!), 친구는 저려미 고기로 시켰는데,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들어갔던 레스토랑의 고기보다 훨씬, 훨씬 맛있어서, 아아, 진짜 너무 좋았다!!





알리오올리오와 포테이토, 샐러드 모두 사이드며 선택 가능하다. 내가 저만큼 골라서 저만큼 먹을 수 있는건데, 여기서 먹었던 고기가 세상 맛있고 행복하고 가성비가 뛰어나서, 나는 이걸 한 번 더 먹기로 마음 먹는다. 사실 포기할까 했지만, 최근에 스테이크 선택에 실패가 많았어서....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겠어!! 하는 마음이 되었지...



그러나 내가 돌아올 때는 대한항공이었고, 여기는 1공항이고, 저 마켓은 2공항에만 있어. 나는 아주 일찍 1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는 트레인을 타고 2공항으로 이동했다. 우하하하핫. 고기를 고르고 계산을 치르면서 사이드를 선택하고 자리에 앉아서는 빈 생수병에 넣어 가져왔던 잭다니엘을 꺼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콜라 한 캔을 사서 섞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잭콕을 만들었어!!!!!!!!!!!!!!!!!!!!!! 스테이크가 나왔고, 나는 잭콕과 더불어 만찬을 즐겼다. 맛있고 헤롱헤롱했어. 헤헤헤헤헤. 그러니까 말레이시아까지 가서 내가 제일 많이 먹은 건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좋고, 아름답고,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훗.





그런데, 내가 오늘 생일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또 입이 찢어질 것 같은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당분간 커피값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다. 히힛. 스벅카드 받았어 ^^ 이 와중에 내싸랑 조카들은 전화해서 사랑한다, 축하한다 말해주는데, 아, 진짜 세상 소중한 존재들이야. 그리고 어제는 미국에서 오빠가 보내준 큰 박스가 도착했는데, 와, 여러분, 세상 다정한 오빠의 선물을 봐줘. 오빠가 보낸 알라딘 책 한 박스가 내게로 오고 있는데, 이건 그것과 별도로 또 막 잔뜩잔뜩. 저거, G 자가 잘렸지만, 고디바 초콜렛이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인생을 정말 잘 살고 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매일이 생일이었으면 좋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벌써 와인도 세 병이나 받았다! 씐나 >.<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말하고 다니는 거 이렇게 중요하다. 초콜렛도 와인도 모두 나의 패이버릿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받으면 얼쑤~ 하고 어깨춤 절로 추게 되는 것들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집에 어떻게 들고가지? 특히 와인 겁나 무거운데. 히히히히히. 사무실에 뒀다가 친구들하고 콜키지 해서 먹어야겠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남. 팡팡!!




아, 1층 까페의 훈남직원이 자기가 일주일간 이 시간대에 있을거라며, 오면 잘해주겠다고 한 게 지금 퍼뜩 기억나네. 내려가서 커피 사마시고 와야징. 눈누난낭~




어제 더워서 잠을 잘 못잤는데, 오늘 일어나서 잠옷차림으로 엄마에게 '아, 그냥 이렇게 입고 회사가고 싶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방에 들어가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기 위해 나왔는데, 엄마가 그런 나를 보고


"예뻐져서 나왔네?"


하셔가지고 빵터져서 웃었다. 어제의 음주로 몹시 피곤하고 힘들었던 나는 출근하기 너무 싫었고, 그래서 현관문을 열면서 꽤애애액 소리를 질렀다.



"출근하기 싫어! 엄마가 나 좀 먹여살려!!"



그러자 옆에 계시던 외할머니가 빵터져 웃으셨다. 




그렇게 출근했다.





라고 끝낼라고 했는데 책 얘기 하나도 안하면 써운하지.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 나온단다. 꺅 >.<

사랑해요 리베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고 썼는데 다정한 알라디너가 선물해준다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이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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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8-09 09:58   좋아요 1 | URL
문자메세지 확인했어요. 헤헷. 고맙습니다!! 잘 받고 잘 읽을게요. 늘 감사드려요. 하트뿅 ♡

책한엄마 2017-08-0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생일 축하해요.
리베카 솔닛 신간이 나왔군요!!@0@b

다락방 2017-08-09 10:1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더불어 씐나는 신간 소식입니다. 후훗.

레와 2017-08-09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심을 가득담아 생일 축하해요 다락방!! 럽럽 ♥

다락방 2017-08-09 10:28   좋아요 0 | URL
히히. 진심을 가득담아 고마워요!! ♡

2017-08-09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7-08-0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잘 살고 있네요 게다가 더 예뻐지기까지 하다니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8-09 11:11   좋아요 0 | URL
저 쿠알라룸푸르에서 좀 예뻤어요. 인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7-08-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말레이시아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생일 축하해요

다락방 2017-08-09 13:49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축하 고맙습니다! 훗.

순오기 2017-08-0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멋지게 잘살고 있는 다락방님~ 생일 축하해요!♥♥^★^

다락방 2017-08-09 13:49   좋아요 0 | URL
헤헷, 축하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

건조기후 2017-08-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 선물에 흥분해서 트위터 말투가 막 튀어나오고요 ㅎㅎㅎ
생일 축하해요! 세상 멋진 다락방님 :)

다락방 2017-08-09 14:33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말투가 제멋대로 막 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

2017-08-09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7-08-0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우와우와우와 늦을 뻔 했네요♥지금 이 순간..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시길요♥♥그리고 한 발 늦은 것 같은데..책 더 보고싶은거 얘기해주세요!저도 생선디리고파욧♡♡♡

다락방 2017-08-10 08:04   좋아요 1 | URL
우어어어어어어어엇.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는 또 뒤로 빼지 않고 넙죽 받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최근 신간 ‘에이미 스튜어트‘의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선택하겠습니다. 우후훗- 씐나네요~ 얼쑤~


clavis 2017-08-10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락방님 덕분에 2권사서 한 권 보내고 한 권 읽어볼래용♡♡ 어데로 보내면 될지 말씀해주세요~♥♥

2017-08-10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0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0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