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편과 여행을 왔지만 남편은 일 때문에 바쁘다. 하루 온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산다. 여유롭게 걷고 먹고 마시는 일이 여자에겐 현재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런참에 또 일이 끼어들어, 칸에 있던 그들 부부는 파리에 가기 전에 잠깐 다른 곳에 들러야 했고(지금 거기가 생각이 안나네), 비행 때문에 귀가 아팠던 여자는 남편에게 '너 일보고 파리로 오면 나랑 파리에서 만나자, 나는 지금 비행기 못탄다' 하였다. 이에 남편의 사업파트너인 남자가 '어차피 나도 파리에 가야하니까, 너의 와이프를 내가 내 차로 파리로 데려다줄게' 제안하고, 그래서 갑자기 남자와 여자는 함께 파리로 가게 된다.



남자는 곧바로 목적지로 가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다. 멈춰서 맛있는 빵을 사고, 여자의 귀에 넣을 약을 사고,  또 멈춰서 비타민이 가득하다는 딸기를 산다. 여행 중에도 보이는 근사한 성과, 다리와, 꽃에 대해 설명하고, 수시로 멈춰서는 여기에선 이걸 먹어야 해, 하고 실컷 먹고 마시는 데 열중한다. 여자는 '우리 파리 안가?' 묻지만, 남자는 파리는 언제나 거기에 있다면서 심지어 호텔까지 예약한다. 

그 사이에 남편은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 파리에 도착 안한거냐 묻고, 동행한 남자가 프랑스 남자임을 강조한다. 얼른 아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서 '근데 내 양말 어디있지?' 이런거 묻고...  어쨌든 동행한 남자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줌과 동시에, 좋은 먹방 동행자인데, 이야, 진짜 세상 좋은 레스토랑과 세상 맛있는 음식 그리고 세상 맛있는 와인까지 여자에게 다 맛보여준다. 게다가 여자가 초콜렛을 좋아하고 그것을 먹는다는 데 약간의 죄책감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된 그는, 그여자에게 초콜렛 디저트를 한껏 안겨준다. 브라보!











수시로 운전을 멈추고 주유소에 들르면, 여자는 그때마다 초콜렛을 골라든다. 영화 내내 맛있는 음식과 와인과 디저트가 나와서 아아 나도 프랑스에 가야겠다 생각했지만, 실상 그는 내게 딱히 좋은 여행동반자는 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좋아하고, 여유로운 자세로 여행에 임한다는 것은 내 취향이긴 했지만, 나는 빨리 파리로 가고 싶은 데 자꾸 어딘가 들르는 것은 내게 꽤 스트레스 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나에겐 나의 계획이란 것도 중요해서, 내 계획이 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오는 스트레스가 크단 말이다. 여행지에서의 예측못한 일들에 대해서라면 나도 포용가능성이 한없이 넓어지는 사람이긴 하지만, 영화속의 상황에 좀 스트레스 받았어... 게다가 남자가 자신의 이러저러한 사정에 의해서 '일단 네 신용카드를 쓰고 파리에 도착하면 현금으로 갚을게' 하는 데에는, '아니 돈도 없으면서 뭘 이렇게 원하는 대로 다 먹고 다 보고 다 마시는건가' 싶어지는 거다. 갚을 때까지 신경쓰일 것 같아... (안갚으면 어떡하지? 그래, 나도 먹고 마신 거니까, 걍 돈지랄하고 잘 먹고 잘마셨다 생각하자, 아니 그렇지만 내가 혼자였으면 안먹고 안잤을 거라고 이쉐키야.. ㅠㅠ, 아아, 그래도 먹는 동안 즐거웠으니까.... 하는 내적갈등의 반복...)



남자에게는 여자를 한껏 대우하고 예의바르게 대하고 맛있는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이 강함과 동시에, 여자의 슬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까지도 있다. 공감능력도 뛰어난 남자인데, 아흑, 내게는 그의 느긋함이 딱히 마음에 들질 않았어. 프로방스 가서 라벤더 밭을 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 길들을 내내 자동차로 달리는 것도 너무 해보고 싶지만, 그 좋은 레스토랑 가서 치즈를 저렇게 큰 바구니에 놓인채로 골라 먹고 싶은 마음 가득하지만, 그 여행을 내가 온전히 즐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저게 다 얼마야.... 나는 비행기도 호텔도 할부로 긁어야하고, 지금도 계속해서 할부가 나가고 있어....셰프의 추천을 주는대로 다 받아먹을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요즘엔 치앙마이에 꽂혀서 치앙마이 언제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동시에 동남아시아에서 거주하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다른 일거리를 찾아서 동남아시아에 터를 잡고 살면 어떨까. 만약 다른 일거리를 찾는다면, 그 일이 나를 너무 많이 지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도, 일주일에 일하는 시간도 길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쿠알라룸푸르에 집을 구해 혼자 살게 된다면, 혹은 누군가와 함께 살게 된다면, 어떤 형태가 됐든지간에, 다음날에 대한 걱정없이, 돈에 대한 걱정없이, 낮술 마시면서 살고 싶다. 와인이나 한 잔 마시고 뻗을까, 하면서... 도대체 얼마만큼 더 일해야 여유로운 삶을 살게 될까. 이번 생은 안되는걸까. 이제 그만 일하고 여유롭고 싶어 ㅠㅠ 돈걱정, 일 밀릴 걱정없이, 나도 프로방스 가서 라벤더 보면서 이야~ 좋아하고, 아름다운 강가에 돗자리 깔아놓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먹고 마시고 태양을 온 몸으로 받아내고 싶어. 흙흙 그렇지만 현실의 삶은 너무 빡빡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진짜 말레이시아 며칠 갔다왔더니, 일 밀렸지, 구몬 밀렸지, 시사인 밀렸지.... 일상이 여행전의 패턴을 찾기까지 오래걸리는구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구몬은 언제 다하고 시사인은 어떡하지 ㅠㅠ 포장도 안뜯고 있고 막 그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생...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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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14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Orz... 전 내일부터 3일간 경주에 가는데... 3일내내 비가 100%...
다시한번 인생 Orz.

다락방 2017-08-14 11:45   좋아요 0 | URL
비연님. 비가 온다면, 숙소에서 그냥 술이나 마시고 딩굴딩굴.........
비 오는 경주 좋을것 같아요!! 즐깁시다!!

moonnight 2017-08-1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저도 저런 식의 자꾸만 옆길로 새는 여행은 못 할 것 같아요. 버럭 화를 낼 것 같은데-_- 다이안 레인은 여전히 참 예뻐요^^

다락방 2017-08-16 08:17   좋아요 0 | URL
여행이 물론 제 계획대로 되는 게 거의 없는거긴 하지만, 그래도 저렇게 불쑥 함께 하게 되면서 내 일정을 다 자기 마음대로 해버리니 제 경우엔 빡치더라고요. 근데 영화속 여자에겐 점점 더 신나는 여행이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완전히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말이지요. 저도 막상 닥치면 어떻게 생각하게 될지 모르겠어요.

다이안 레인 참 예쁘죠. 멋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