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까지는 여섯시간이 넘는 비행을 해야만 했다. 아침 비행기라 새벽에 일어나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만날 친구에게 내가 얼마나 반가워하는지를 표현하기 위해, 한국에서부터 꽃다발을 들고 갔다. 내가 머무를 쿠알라룸푸르에도 꽃가게는 당연히 있겠지만, 검색해보니 꽃다발이 예쁘질 않더라. 나는 예쁜, 생화 꽃다발을 들고 가서, 내가 오랜만에 만날 친구에게 다정하게 내밀고 싶었다. 꽃다발을 여기서부터 가져가는 것은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맞춤한 쇼핑백에 넣었지만 시들지 않도록 물도 갈아줘야 했고, 기내에 들어갈 때는 또 물을 버리고 가야했다. 꽃아 힘을내, 내가 친구를 만날 때까지 건강하게 버텨줘.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공항으로 가는 내내, 비행기 안에서도 내내, 꽃을 자꾸 들여다 보았다. 너, 괜찮지?



나보다 먼저 도착한 친구는 공항에서 나를 기다려주었다. 몇 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맞아주었다. 나는 그에게 꽃다발을 건넸고, 우리는 공항의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저녁 무렵이고 비행에 지쳤던 터라 도착한 첫날의 저녁은 룸서비스로 시켜먹기로 쇼부를 쳤다. 그렇게 음식을 잔뜩 시켰는데, 도착하자 마자 물을 채워 꽂아주었던 꽃을, 그가 우리의 식탁 사이로 가져왔다. 꽃 가져와야지, 하고. 나는 그의 이런 세심함을 사랑한다. 그렇게 룸서비스의 완벽한 상차림이 완성되었다. 꽃 덕분이었다. 꽃이었다.






나는 내가 소중히 여기는 와인을 여기서부터 가져갔고 룸서비스로 주문한 음식들과 꽃을 앞에 두고 그 와인을 개봉했다. 만남이 만남 자체로 완벽해지는 순간, 이 모든 것들이 도움을 줬다. 물론, 다 친구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날엔 혼자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걸었다. 평일이었고 오전이어서 밖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익숙한 동남아시아의 냄새가 코로 훅- 들어오는데, 아, 너무 흥분이 되는거다. 나는 항상 뉴욕에 살고 싶어했고 포르투갈에 거주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내가 동남아를 좋아할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아아, 이 익숙한 동남아시아의 냄새와 더운 기운에 막 흥분이 되면서 너무 씐나는 거다.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이 낯선 거리를 걸었을 뿐인데, 그런데 씐나!! 나는 동남아를 사랑하는가????????????????? 그렇게 또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갔다.








길을 건너는 것은 몹시 쫄리는 일이었다. 횡단보도와 신호등이 많지 않아서, 사람들을 보니 그냥 아무데서나 막 건너더라. 이런거라면 내가 베트남에서 이미 경험한 터, 자신있게 건너주겠다! 라고 했지만 역시 쪼그라들어서, 서있다가 누군가 와서 내 옆에 서고 그 사람이 건널 때 따라서 건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머물렀던 곳은 쿠알라룸푸르 최대 번화가 부킷빈탕이었는데, 거기는 진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위의 사진들처럼 한적하질 않아. 진짜 지상 최대의 쇼핑센터 같더라. 


나는 친구와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외출 중에 레스토랑을 봐두었고, 그렇게 저녁엔 예쁘게 차려입고 굽 높은 샌들을 신고 레스토랑에 갔다. 그러나 레스토랑은 내가 생각한 분위기와 내가 생각한 스테이크를 내게 제공하지 않았어. 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여행이란 무릇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후훗.





그리고 다음날 점심에는 호텔 근처의 로칼 식당에 가서, 더위를 선풍기 바람으로 달래며 바쿠테, 마파두부, 커리누들을 먹었다. 아..너무 맛있었어...






이런 음식들을 먹으면서 우리는 당연히 맥주도 시켰는데,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원하는 때에 언제라도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거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중이라면 점심 때 술 마시는 게 불가능하지만, 여행지에서만큼은 모닝술도 가능해! 씐나! 나는 아무때나 수시로 술을 마시려고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던 것이었다!


바쿠테의 고기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국물 넘나 맛있어서, 밥 하나 시켜가지고 국물에 말아 후루룩 후루룩 먹었다. 좋은 시간이었어. 훗.



혼자 가서 현지식을 먹었던 어느 점심. 나는 야채볶음이라는 캉콩과 말레이시아 대표 음식이라는 락사를 꼭 먹어보고 싶었다. 이 두 가지를 먹고 싶은데 나는 혼자야..어쩌지? 하다가, 후훗, 그냥 둘 다 시켰다. 둘 다 먹고 싶은데 왜 내가 하나만 골라야 해? 둘다 시켜!!





락사와 캉콩은 바쿠테보다 맛있었어... 나는 먹으면서 진짜 너무 맛있어서 울뻔했다. 아아, 나는 그냥 베트남 쌀국수가 좋은건줄 알았는데, 동남아 음식이 입에 다 맞는거였나봐. 어떡해 ㅠㅠ 나 말레이시아 와서 살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넘나 맛있는 락사와 캉콩을 앞에 두고, 아아, 맥주를 안마실 수가 없겠다!! 해서 맥주도 시켰다. 이렇게 한국에서 온 여자 한 명이 두 가지 메뉴와 술을 앞에 두고 점심식사를 했다. 아, 세상 맛있었어. 여행 넘나 좋은 것. 맛있는 거 잔뜩 먹으러 다니자. 얼쑤~




말레이시아에는 1공항과 2공항이 있다. 2공항은 주로 저가항공사의 비행기를 이용하기 위해 가는데, 와, 여기에는 진짜, 여러분 내가 꿀팁 드리겠다. 슈퍼마켓이 있고 슈퍼마켓 내에 정육식당이라 해야하나, 고기를 고르는 곳이 있다. 스테이크용 고기가 하나씩 포장되어 있는데, 그걸 선택해서 값을 치르고 쿡 비용을 초큼 내면, 내가 원하는 굽기로 스테이크를 구워준다. 내가 고른 고기로 내가 원하는 굽기로 스테이크가 똭-

비용은 당연히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며, 게다가 맛있어! 나는 친구와 둘이 갔는데, 친구가 나는 좋은 고기 사주고(물론 비싸고 좋은 고기도 있다!!), 친구는 저려미 고기로 시켰는데,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들어갔던 레스토랑의 고기보다 훨씬, 훨씬 맛있어서, 아아, 진짜 너무 좋았다!!





알리오올리오와 포테이토, 샐러드 모두 사이드며 선택 가능하다. 내가 저만큼 골라서 저만큼 먹을 수 있는건데, 여기서 먹었던 고기가 세상 맛있고 행복하고 가성비가 뛰어나서, 나는 이걸 한 번 더 먹기로 마음 먹는다. 사실 포기할까 했지만, 최근에 스테이크 선택에 실패가 많았어서.... 먹을 수 있을 때 잔뜩 먹겠어!! 하는 마음이 되었지...



그러나 내가 돌아올 때는 대한항공이었고, 여기는 1공항이고, 저 마켓은 2공항에만 있어. 나는 아주 일찍 1공항에 도착해 짐을 부치고는 트레인을 타고 2공항으로 이동했다. 우하하하핫. 고기를 고르고 계산을 치르면서 사이드를 선택하고 자리에 앉아서는 빈 생수병에 넣어 가져왔던 잭다니엘을 꺼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콜라 한 캔을 사서 섞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잭콕을 만들었어!!!!!!!!!!!!!!!!!!!!!! 스테이크가 나왔고, 나는 잭콕과 더불어 만찬을 즐겼다. 맛있고 헤롱헤롱했어. 헤헤헤헤헤. 그러니까 말레이시아까지 가서 내가 제일 많이 먹은 건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스테이크!!!!!!!!!!!!!!!!!!!!!!!!!!!!!!!!!!!!!!!!!!!


좋고, 아름답고,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훗.





그런데, 내가 오늘 생일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또 입이 찢어질 것 같은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물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당분간 커피값 걱정은 안해도 될것 같다. 히힛. 스벅카드 받았어 ^^ 이 와중에 내싸랑 조카들은 전화해서 사랑한다, 축하한다 말해주는데, 아, 진짜 세상 소중한 존재들이야. 그리고 어제는 미국에서 오빠가 보내준 큰 박스가 도착했는데, 와, 여러분, 세상 다정한 오빠의 선물을 봐줘. 오빠가 보낸 알라딘 책 한 박스가 내게로 오고 있는데, 이건 그것과 별도로 또 막 잔뜩잔뜩. 저거, G 자가 잘렸지만, 고디바 초콜렛이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






내가 인생을 정말 잘 살고 있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일매일이 생일이었으면 좋겠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벌써 와인도 세 병이나 받았다! 씐나 >.<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말하고 다니는 거 이렇게 중요하다. 초콜렛도 와인도 모두 나의 패이버릿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받으면 얼쑤~ 하고 어깨춤 절로 추게 되는 것들이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 집에 어떻게 들고가지? 특히 와인 겁나 무거운데. 히히히히히. 사무실에 뒀다가 친구들하고 콜키지 해서 먹어야겠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남. 팡팡!!




아, 1층 까페의 훈남직원이 자기가 일주일간 이 시간대에 있을거라며, 오면 잘해주겠다고 한 게 지금 퍼뜩 기억나네. 내려가서 커피 사마시고 와야징. 눈누난낭~




어제 더워서 잠을 잘 못잤는데, 오늘 일어나서 잠옷차림으로 엄마에게 '아, 그냥 이렇게 입고 회사가고 싶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 방에 들어가 화장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출근하기 위해 나왔는데, 엄마가 그런 나를 보고


"예뻐져서 나왔네?"


하셔가지고 빵터져서 웃었다. 어제의 음주로 몹시 피곤하고 힘들었던 나는 출근하기 너무 싫었고, 그래서 현관문을 열면서 꽤애애액 소리를 질렀다.



"출근하기 싫어! 엄마가 나 좀 먹여살려!!"



그러자 옆에 계시던 외할머니가 빵터져 웃으셨다. 




그렇게 출근했다.





라고 끝낼라고 했는데 책 얘기 하나도 안하면 써운하지. 리베카 솔닛의 신간이 나온단다. 꺅 >.<

사랑해요 리베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라고 썼는데 다정한 알라디너가 선물해준다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굿이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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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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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9: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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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0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7-08-09 09:58   좋아요 1 | URL
문자메세지 확인했어요. 헤헷. 고맙습니다!! 잘 받고 잘 읽을게요. 늘 감사드려요. 하트뿅 ♡

책한엄마 2017-08-0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생일 축하해요.
리베카 솔닛 신간이 나왔군요!!@0@b

다락방 2017-08-09 10:10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더불어 씐나는 신간 소식입니다. 후훗.

레와 2017-08-09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심을 가득담아 생일 축하해요 다락방!! 럽럽 ♥

다락방 2017-08-09 10:28   좋아요 0 | URL
히히. 진심을 가득담아 고마워요!! ♡

2017-08-09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2: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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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7-08-0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잘 살고 있네요 게다가 더 예뻐지기까지 하다니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7-08-09 11:11   좋아요 0 | URL
저 쿠알라룸푸르에서 좀 예뻤어요. 인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나 2017-08-0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말레이시아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생일 축하해요

다락방 2017-08-09 13:49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축하 고맙습니다! 훗.

순오기 2017-08-0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멋지게 잘살고 있는 다락방님~ 생일 축하해요!♥♥^★^

다락방 2017-08-09 13:49   좋아요 0 | URL
헤헷, 축하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

건조기후 2017-08-09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 선물에 흥분해서 트위터 말투가 막 튀어나오고요 ㅎㅎㅎ
생일 축하해요! 세상 멋진 다락방님 :)

다락방 2017-08-09 14:33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말투가 제멋대로 막 ㅋㅋㅋㅋㅋㅋㅋㅋ
축하 고마워요 건조기후님.
:)

2017-08-09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9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7-08-09 2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우와우와우와우와 늦을 뻔 했네요♥지금 이 순간..세상에서 가장 행복하시길요♥♥그리고 한 발 늦은 것 같은데..책 더 보고싶은거 얘기해주세요!저도 생선디리고파욧♡♡♡

다락방 2017-08-10 08:04   좋아요 1 | URL
우어어어어어어어엇. 그렇습니까? 그러면 저는 또 뒤로 빼지 않고 넙죽 받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최근 신간 ‘에이미 스튜어트‘의 [여자는 총을 들고 기다린다] 선택하겠습니다. 우후훗- 씐나네요~ 얼쑤~


clavis 2017-08-10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락방님 덕분에 2권사서 한 권 보내고 한 권 읽어볼래용♡♡ 어데로 보내면 될지 말씀해주세요~♥♥

2017-08-10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0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10 09: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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