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또 누군가에게 그 감상을 말한다면,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상대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듣거나 읽고 다음 읽을 책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나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할 것이다. 어제 북플을 살펴보다가 북플 친구가 책 두 권을 함께 링크해 감상을 써둔 것을 보았다. 그 책 두 권은 내가 영화 《서치》얘기를 하면서 나란히 링크해두었던 책들이었다. 나의 한 페이퍼에 있던 그 두 책을 나란히 읽고 그 감상을 적어둔 북플 친구를 보니, 아 우리는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란히 링크해둔 그 책을 그대로 읽은 북플 친구라니. 그간 그 분과 나는 이 공간에서 따로 어떠한 대화를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서로에게 말을 건네는 사이가 아니어도 이렇게 북플이란 앱에서 알게 되어 책 읽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정말이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를 즐찾한 이천명이 넘는 사람들 중의 거의 대부분은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내 글을 읽으러 들르긴 하지만 조용히 글을 읽고 조용히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찜해두고는 읽거나 또 글을 쓴다. 나 역시 마찬가지. 내가 즐찾한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부러 말을 걸 때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아, 이런 책을 읽고 이런걸 느꼈구나' 하고는 돌아와 그것들이 쌓여 내 독서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아주 작게, 정말 작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더러는 아주 크게.



- 주말에 친구에게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글 좀 쓰라고 엄청 버럭버럭 댔는데, 그렇게 집에 돌아오니 나 역시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고 싶었다. 페미니즘 책장 한 칸은 따로 마련되어 있는 터라, 그 앞에 가 섰다. 자, 무얼 읽을까? 이 책을 집었다 놓고 저 책을 꺼냈다 놓았다가, 결국 내가 선택해 꺼낸 책은 '마리 루티'의 이 책이었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나는 이미 마리 루티의 책 한 권을 읽었던 사람으로써 기쁘고 반가운 마음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읽지도 않고 악플을 다는 것을 보았다. 감히 니가 뭔데 전문가인 과학자와 진화심리학자들에 대한 불만을 말하느냐, 는 것이 악플들의 내용이었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인정하기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잘못됐다는 걸 사실 속으론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악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이 책에 대한 읽지 않고 쓴 평들은 바로 그런것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마리 루티는 직접적인 악플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그 악플은 이곳에 달린 악플과 다르지 않았다. '남자는 이런 종이고 여자는 이런 종인데 그걸 왜 부정하냐!라는 글이었다. 이 글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써놓고는 개인에 대한 모욕적인 글들을 꼭 덧붙인다. 마치 그렇게 함으로써 상대의 기를 죽이겠다는 듯이.


마리 루티에게 달린 악플들은, 어제 읽은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들에 등장한 못난이 남자들과 닮았다. 내 유혹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내 뜻이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 너무 싫고 짜증나서 상대에게 쌍욕을 하는 거. 이건 여우의 신포도보다 더하다. 여우는 자신이 먹지 못할 포도를 분명 '실거야'라고 생각하고 돌아섰지만, 이 악플러들은 굳이 '너는 시어 이 미친 신포도야!!' 라고 하는 꼴이랄까.


나는 내가 왜 그많은 시간동안 남자들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차갑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알고 지낸 삼십 몇 년이 너무 억울해서 미칠 것 같다. 누구보다 흥분을 잘하고 감정적이고 일단 화부터 내고 큰소리치는 존재들인데, 머릿속에 '여자들은 감정적이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편견을 꽉 틀어박고서는, 여자의 논리적인 반박에도 '너는 감정적이야'라고 대응하는 걸 볼 때마다 "응????????????????????" 이렇게 되는 거다. 아마 논리가 무엇이고 감정이 무엇인지 모르는채로 그냥 세팅되어 있는 것 같다. 남자는 논리적 여자는 감정적. 후훗. 감정적인 게 나쁜 게 아니고 논리적게 더 우월한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들 머릿속의 셋팅은 저렇게 되어있고, 저것은 자신들이 가졌다고 생각한 것-그러나 실제 갖지 못한것-을 더 우위에 두게 만든다.



출근길에 이 책의 머리말만 읽는데도 온 몸이 근질거린다. 벌써부터 뒤의 이야기들이 궁금해 몸이 들썩인다. 마리 루티, 힘내요!



나는 익명성 뒤에 숨을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불쾌한 일쯤으로 여기고 그 일을 털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몇 가지 점이 나를 계속 괴롭혔다. 첫째는 많은 악플러들이 드러낸 우쭐한 여성혐오였다. 그들은 과학 탐구라는 이름으로 여성들에 대해 악의적인 말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p.40-41)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불쾌한 생각조차 박해받지 않고 말할 자유가 있다. 그러니 남성의 공격성과 여성의 조신함을 기본축으로 하는 성 문화를 예찬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 단 이러한 예찬이 과학적으로 정당하다는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아라. (p.35)




- 《밥블레스유》에 '정해인'이 나왔다. 나는 정해인에 대해서라면 아무 관심이 없는 노관심의 사람이지만, 그 편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송은이가 정해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정해인이 송은이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거다.


"누나 전화하셨었어요?"


나는 이 순간 정말이지 막 웃음이 났다. 물론 당연히 전화했으니까 부재중전화가 찍혔겠지 이놈아, 그걸 뭐 말이라고 물어봐 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저 말, '누나, 전화하셨었어요?' 이 말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지는 거다. 누나, 누나라니...


누나라는 말을 내가 남동생말고 들어본 적이 있기나 하던가... 내가 연하의 남자들하고 연애하고 돌아다녀도 그들이 내게 누나라고 부르진 않았고, 나 역시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아, 누나라니, 너무 다정한데? 갑자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누나'라고 불려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으악, 어떻게 누나라고 불려지지?


이 얘기를 회사 동료에게 하니, '우리 남자직원들한테 누나라고 부르라고 할까요?' 하는데, 상상해보니 아으- 너무 징그러운 거다. 으악- 싫어, 그러지마! 하면서, 내가 그간 연하남과의 연애에서 왜 나를 누나라고 부르도록 하지 않았을까..지난 시간이 후회되는 것이야.


누나.


나 너무 누나 소리를 들어야겠는데. 칠봉이 너, 다시 돌아오기만 해봐라, 이번엔 누나라고 부르라고 할거야. 으르렁-


누나. 너무 누나 되고 싶네. ㅋㅋㅋㅋㅋ


그러고보니 마리 루티의 책에 연하의 남자에 관련된 부분이 있었다. 다시 책 인용 들어가시겠다.



내가 처음 올린 글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퓨마' 현상에 대한 농담 섞인 짤막한 글이었다. 퓨마 현상이란 연상의 여성이 연하의 남성과 데이트하고 때로는 결혼까지 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그 글에서, 연상의 여성이 연하의 남자와 자는 이유는 생식 가능성이 사라지고 있는 것에 애가 타서 폐경이 닥치기 전에 마지막 시도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진화심리학 논증을 조롱했다. 나는 연상의 여자가 연하의 남자와 연애하고 싶은 이유들은 그 밖에도 많다고 지적햇다. 연하의 남성들은 평등주의적인 성 문화에서 사회화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그 결과 그들은 여성성에 대한 구태의연한 이상들을 들먹이며 여성들을 숨 막히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연상의 남자 가운데 이런 사람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젊은 남성들 -특히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서 찾는 것이 더 쉽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최근들어 남성과 여성이 관계를 맺는 방식이 바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나이가 좀 있는 여성들 가운데 일부는 섹스가 좋다는 단순한 이유로 섹스 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아기를 낳는 것이 연상의 여자가 근육질의 젊은 남자와 자는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p.38)



이 나라에서 연하라고 해서 특별히 더 성평등을 장착했다고 보여지진 않지만, 나는 마리 루티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평등주의적인 성문화에 아무래도 더 사회화 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러나 '꼭' 그런건 아니다. 연하라고 해서 성평등한 시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정말 그렇다. 세상에는 빻은 연하남이 쌔고 쌨으니까.




- 토요일에는 제주에서 있는 강아솔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사실 나는 알지 못하는 가수였는데, '니가 좋아할거야'라는 친구의 말에 무작정 가서 보고 듣게 됐다. 친구의 말대로 콘서트는 좋았다! 강아솔의 목소리며 노래들도 하나같이 너무 좋았는데, 일단 콘서트 시작에 앞서 강아솔이 무대에 자리잡았을 때 콘서트장(까페였다)의 뷰도 어찌나 좋았는지!!



(강아솔 님은 콘서트에 앞서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허락하여 주었습니다.)


창밖으로 바다와 노을이 지는 것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아아..... 제주의 하늘은 얼마나 낮던지, 아름다운 구름들과 구름들의 색이 바뀌는 것을 나는 계속하여 목격하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다...아, 아름다운 제주여...


여담인데, 같이 제주의 하늘을 보며 감탄하다가 그 친구와 '먹고사는 일이 해결된다면 너는 제주에서 살고 싶냐 하노이에서 살고싶냐' 라고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고민할 새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나는 제주지!' 응.. 그렇구나. 나는 하노이... (응?)


아무튼 그렇게 점점 까맣게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좋은 노래들을 가만가만 들었다. 나는 처음 보고 듣는 가수인데 벌써 3집 가수였다.













콘서트장에서 강아솔의 3집 CD 를 팔고 있길래 친구와 하나씩 구매하고 싸인을 받았다. 그리고 노래를 듣던 중에 '온전한 그대를 원해요'라는 가사에 꽂혀서, 얼른 핸드폰을 꺼내 가수가 말하는 노래의 제목을 적어두었다.







-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가 분명하고 확실하게 알게되는 것들이 있다. 내게는 어제 일요일 오전의 대화가 그랬다. 대화를 하다가 내 진심을 들여다보고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진심은 나도 모르는 사이 입밖으로 말이 되어 나왔고, 말해놓고 나자, '아, 이것이 내 진심이구나, 내가 그렇게 행동하고 그렇게 선택한 것은 바로 이 이유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온것이다. 나 혼자서 늘 고민하고 생각하고 되물어도 분명하고 명징한 이 사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화도중에 벼락처럼 찾아온 것이다.


그래, 내가 원하는 건 이것이었어. 이것이었구나. 이것이 나의 깊은 진심이었어.


물론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고, 진심 역시 확신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대화로 인해 더 분명해졌달까. 분명해진 내 진심을 들여다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나조차도 놀라긴 했지만, 당연하구나 생각도 했고. 그러자 더 힘이 났다. 지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이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또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내 경우에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도 분명히 그 한 방법이다. 대화를 함으로써 마음이 좀 후련해지는 것도 있지만, 문제에 대한 답을 찾기도 한다. 어제처럼, 분명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가능해지고. 내가 잘한 것을 일깨워주는 것도 또 내가 잘못한 것을 지적해주는 것도 모두 나를 만나는 타인으로부터 가능해진다. 로스토프 백작에게 다른 많은 친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필요하다. 다른 좋은 사람들.




- 어제 수키 시리즈에 나왔던 문장을 찾고 싶어서, 그런데 그게 어떤 책인지를 몰라서 시리즈에 내가 포스트잇 붙여둔 데마다 읽어보는데, 다 내가 표시해둘 만큼 좋은 문장들이었다. 좋고 당당한 문장들. 아아, 이렇게 붙여놓은 나 칭찬해. 그리고 이런 글귀 나올 때마다 표시해둔 나 잘했다. 역시 책 너무 좋다. 책 너무 좋고 글 쓰는 것도 너무 좋다. 나는 활자중독증 뭐 이런 건 아니지만, 뭐랄까, 끊임없이 무언가를 읽고 보고 듣고 배우고 또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게 책이 있어서 가능해진다. 책 너무 좋다. 내가 하고 싶은 말,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까지 다 나와 있는 책은 정말이지 너무 좋은 것이야.


나는 계속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늙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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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토요일에 비행기에 타서는 전자책으로 '도리스 레싱'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던 친구들이 다들 '네가 꼭 읽어봐' 하기에, 사서 읽으려고 했더니, 내가 이미 산 책인것이야? 역시 나다..언제나 읽을 준비가 완료되어있게끔 미리 다 사두는 나여..준비성 철저한 수학적 뇌를 가진 나여...


아무튼 첫번째 단편 읽다가 와- 너무 딥빡이 와서 ㅋㅋㅋ 물론 그 남자의 찌질함에 대해 이미 다른 친구들로 부터 들어 각오하긴 했지만, 와, 세상 찌질한 남자가 여기있다. 오십 넘게 처멱고 아내도 있으면서 굳이 요즘 잘나가는 삼십대 여자와 꼭 한 번 자야겠다고 마음 먹는 남자. 그런데 그게 그 여자가 자신에게 너무 매력을 어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여자랑 자야겠고,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  으쓱하며 알리고 싶어하는 거다. 그런데 여자는 당연히 이 남자랑 자기가 싫어? 그러나 여자가 혼자 있는 집에서 남자는 강제로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꼭 끌어안고 '너랑 잘거야' 이딴 소리를 해대는 거다. 여자를 흥분시키고 자기를 원하게 만들기 위해 그 남자가 키스와 애무를 다시 시작하려고 하자, 여자는 '그걸 처음부터 겪느니 그냥 자줄게'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남자는 이 여자로부터 분노를 느끼고 그러면서 꼿꼿했던 고추도 풀죽어버리고...


이래놓고서는 '너랑 제대로 잘거야' 이러고 다짐하지만 곯아떨어져 버리는 것이다. 그래놓고 그여자의 회사에 굳이 데려가서 여자의 남자동료들 앞에서 '어제 이 여자 나랑 있었지' 이걸 꼭 보이고 싶어한다. 그리고 여자는 '너 그러고 싶은 거구나 참나원' 이러면서 다 알아채고. 그래서 굳이 여자를 데려다주겠대. 아이고 세상 머저리...세상 꼴통....아우 너무 찌질해서 ...



두번째 단편에서도 찌질한 삼십대 남자가 나온다. 자기가 아무리 추파를 보내도 여자로부터 응답이 없자 그 여자를 창녀라 욕하고 분노하는 남자... 세상에는 내가 유혹한다고 해서 내 유혹에 넘어오는 사람들은 사실 별로 없다. 운좋게 나의 호감에 상대도 호감으로 응답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이 일어나. 그러나 상대가 나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으로 상대에 대해 분노하고 욕을 하고 화를 낼 일인가..  너무 못나지 않았냐.... 


도리스 레싱은 이 단편집에서 아주 '사실적으로' 찌질한 남자들을 그려내고 있다. 세상 찌질한 못난이들...못났다 진짜..... 그런데 이런 남자들 .... 이게 허구의 인물만은 아닌 것이야. 정말이지, 사실적이다. 사실적이야...



돌아오는 비행기 안. 친구와 나란히 앉아서 각자 크레마를 꺼냈다. 너는 뭐 읽어? 나는 이거 읽는데, 이러면서 서로 크레마를 꺼내서 보여주는데, 그러다가 우리 둘다 '기본글꼴'이 아닌 걸 알게 됐다. 어, 너도 설정 바꾸네? 응. 나는 볼드체도 했어. 나도! 난 글씨도 키웠어. 몇 프로야? 110 프로, 근데 니가 더 크네. 나는 115 프로. 노안이 와서 키우고 진하게 만들어야 돼 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깔깔대고는 너무 좋아했다. 


야..같이 여행 다니는 친구가 같이 크레마도 들고 다니고 그러면서 어떤 책을 읽는지 얘기하고, 크레마 포인트 크기나 서체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니... 진짜 너무 대단한 축!복! 아닌가.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다니, 너무 좋으네, 하면서 히죽히죽 웃고 크레마 얘기 실컷 하다가 둘다 각자의 크레마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자고 있었어? 헐..나 언제부터 잤지? 하고 옆의 친구를 보니 친구도 자고 있다.....


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 이북 얘기 실컷 하다가 자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레마 가지고 왔다고 책 읽는다고 하고서 둘다 자버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 뭐지요?

크레마 뭐지?

인생은 뭘까.........



제주도에서 귤을 한 박스 사가지고 무겁게 들고 왔는데, 집에 오니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공사중...이어서 낑낑대고 계단으로 걸어왔어.



인생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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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9-16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 소소한 행복, 사소한 근심, 따뜻한 인연들로 엮어가는 여행이죠 머. 다락방님 친구분이랑 너무 좋아요. ㅎㅎㅎ

다락방 2018-09-17 09:28   좋아요 1 | URL
맞아요, 꼬마요정님. 소소한 행복 사소한 근심 따뜻한 인연들.
제가 인생이 아주 큰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저의 좋은 친구들도 그중 하나입니다.
물론 알라딘과 꼬마요정님 같은 알라디너들도 제 복입니다. 제 소중한 인연들이세요. 헤헷.

단발머리 2018-09-1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정겹고 바람직한 우정이예요. 같이 크레마와 글씨체를 자랑하고는 잠에 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시기 바래요^^
찌질한 남자 얘기보다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이야기예요.

다락방 2018-09-17 09:2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 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이 크레마와 글씨체를 견주다 잠이 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세상 누가 이런 우정을 가지겠습니까. 이것은 그 친구와 저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이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

네네, 세상에는 찌질한 남자 이야기보다 더 가치 있는 이야기가 많지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주고받으며 살도록 해요! 후훗.
 
모스크바의 신사
에이모 토울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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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이 등장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등장해도 결국은 인간애에 대해 말하는 소설을 나는 좋아한다. 내가 궁극적으로 읽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존재에게 고통과 상처를 주는 것도 인간이지만 그것을 회복하고 극복하게 도와주는 것도 인간이라고 말하는 종류의 것이다. 작가가 그런 사람이라면 등장인물도 그러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섬세하고 따뜻한 작가의 시선이 보여서 내내 기쁜 마음으로, 물론 초조해하기도 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이것은 내가 좋아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다' 라고 생각했다. 


'로스토프' 백작은 정부에 반하는 시를 썼다는 이유로 '메트로폴 호텔'에 연금되는 벌을 받는다. 호텔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총살될 거라는 협박과 함께. 그렇게 호텔 안에서의 생활만 해야 하는 그의 나이는 서른셋. 


다행히도 그가 연금된 호텔은 매우 큰 호텔이었다. 세탁실과 재봉실이 따로 있고 레스토랑과 바도 있는 곳이었다. 게다가 그에겐 숨겨둔 돈도 있었고 책도 있었다. 내가 여기에서만 살아야 하다니, 하는 절망 대신 그는 호텔에서의 삶을 잘 살아낸다. 물론 어느순간 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호텔의 옥상에 올라가 떨어지려고도 한다. 그러나 그 때 호텔 직원이 그를 발견하고는 불러내어 따뜻한 시간을 갖는다. 그는 자신의 자살을 조금 뒤로 미루게 된다.


그는 자신이 처한 한정적 상황내에서 그러나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정함을 잃지 않고 친절을 베푼다. 나는 이 사람이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잘하고자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사람이 결국은 잘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의 어린 딸 역시 그가 가진 장점-내가 알아챈 능력-을 알고 있었다.



"건배를 제안하고 싶어요. 제 수호천사이자, 아버지이자, 친구인 알렉산드르 로스토프 백작을 위해. 우리 모두에게서 장점만을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p.578)



다른 사람에게서 장점을 찾아내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도 좋은 것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의 그런 성향은 결국 그에게 좋은 직장과 직장동료(그렇다, 그는 호텔내의 웨이터 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좋은 친구와 좋은 애인을 주었다. 물론 좋은 딸도! 그가 그들에게 다정하고 친절했기에, 그 역시 그런 사람들을 얻게 된다. 그는 호텔 안에서만 생활하고 호텔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면서도, 그러나 그 누구보다 좋은 사람들을 사귀고 벗하게 된다. 그가 친절을 베풀었던 사람들은 그의 위기의 순간에 하나같이 나서서 도와준다. 게다가 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위험한 결정에 있어서도, 저마다 기꺼이 돕기를 청한다. 


물론 그라고 실수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해서 지적을 받을 때면 기꺼이 인정하고 바로 사과를 하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그런 점이 그의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두는데 큰 영향을 줬을테다. 


"그 옛날 너에게 평생 메트로폴을 떠날 수 없다는 연금형이 선고 되었을 때, 네가 러시아 최고의 행운아가 되리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p.460)

 

바깥 상황은 시끄러운데 그가 호텔 내에만 있기 때문에 행운아가 된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면, 어디에 어떤 처지에 놓이더라도 그 상황을 행운으로 바꿔놓았을 것이다. 


로스토프 백작은 몽테뉴를 장농받이로 꽂아두었지만, 로스토프 백작의 딸은 몽테뉴를 읽으려고 안나 카레니나를 대신 장농받이로 꽂아둔다. 책을 살아하고 책 읽는 것을 사랑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것은 내게는 정말이지 짜릿한 기쁨인데, 로스토프 백작은 종종 문학과 작가에 대한 찬양을 하는 통에 아주 즐겁게 읽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두꺼운 책에 나오는 사소한 일화들과 긴 세월에 걸쳐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작가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이 책을 쓰는데 얼마나 오래 생각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나는 이 책의 아주 많은 대화들과 일화들이 좋았지만, 마지막에 이 문장을 읽으면서는 마음이 일렁일렁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하지만 백작의 울음은 자신을 위한 울음이기도 했다. 마리나와 안드레이와 에밀과의 우정에도, 안나에 대한 사랑에도,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찾아든 특별한 축복인 소피야에도, 미하일 표도로비치 민디흐가 죽음으로써 젊었던 시절의 백작을 알던 마지막 사람도 함께 사라진 것이었다. 그렇지만 카테리나가 부탁한 대로, 적어도 그는 살아남아서 기억해주어야 했다. (p.589)




세상에는 수많은 감정이 있다. 그중에는 내가 겪어본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거다. 사람은 좀처럼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감정을 써준 작가라니, 작가라는 것은 얼마나 위대한가. 


로스토프 백작은 서른셋에 호텔에 갇혀 호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고맙게도 그 안에서 새로운 우정들을 만들고 사랑도 만들었지만, 그를 지탱하는 데에는 호텔이 아닌, 호텔 이전의 우정도 있었다. 호텔 이전의 학창생활에 자신과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그가 백작과의 만남을 갖기 위해서는, 로스토프 백작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으니 친구가 호텔로 백작을 방문해야 했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알고, 자신의 학창시절에 대해 아는 친구. 시간이 흐르고 여러가지 사건이 섞이면서 백작은 그 친구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백작은 운다. 친구의 죽음이 슬퍼서도 울지만, 자신이 호텔 이후에 사귄 좋은친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텔 이전의 자신을 아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자신을 위해 운다. 자신에게는 너무나 큰 환경의 변화, 호텔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환경의 변화에 있어서, 그 전의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과 견고하게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에 큰 축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 감정이 너무 손에 잡힐 듯해서 너무 안타까웠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 로스토프 백작처럼, 자신이 사는 환경이 완전히 바뀌어야 했던 사람, 그런 사람을 내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말해주기 전에는 몰랐다. 그가 나를 만나서는, 환경의 바뀌기 전의 자신과 바뀌고난 후의 자신까지를 잘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자신을 울고 싶어지는 기분이라고, 이 만남이 그에게는 필요했다고 그는 내게 말했었다. 그가 그 말을 해주기 전까지는 나는 그런 감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몰랐다. 그 감정에 어떻게 이름을 붙여야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에 '그런 감정'이 있었던 거다. 나는 그런 감정을 그를 만나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들 역시 일상적으로 겪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에이모 토울스'가 바로 그 감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모 토울스가 그 감정을 백작의 입을 빌어 얘기하는 바람에 나는 그만, 이 책을 사랑하기로 했다. 얄짤없다, 이 책은 사랑이다. 누군가는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감정에 대해 얘기하다니, 이것만으로도 나는 작가에게 큰 감사를 보낸다.



이 책이 좋은 책이라고, 나는 정말 좋았다고 쓰려고 햇는데, 쓰다보니 자꾸 개인적으로 흘러버리고 마네.



오늘 친구와 그런 얘기를 했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 아주 많은 것들이 아쉽고 슬프지만, 나는 자랑할 수 없는 게 너무 힘들다고. 나에게 일어난 좋은일, 자랑할만한 일을 얘기하고 싶다고. 그래서 상대로 하여금 나를 자랑스러워 하게 만들고 싶은데, 그걸 할 수 없어서 너무 속상하다고.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싶다. 궁극적으로 그들로 하여금, 그들이 사랑하는 내가 얼마나 뿌듯한 사람인지 느끼게 하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 그들에게 자랑스러움을 선사할 수 있는 좋은 사람. 그런 마음, 그런 바람이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것이고.



"내겐 너를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셀 수 없을 만큼 많단다. 그리고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음악원 경연 대회가 열렸던 밤이었어. 하지만 정작 내가 최고의 자부심을 느낀 순간은 안나와 네가 우승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가 아니야. 그것은 바로 그날 저녁, 경연을 몇 시간 앞두고 네가 경연장으로 가기 위해 호텔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았을 때였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박수 갈채를 받느냐 못 받느냐가 아니야. 중요한 건 우리가 환호를 받게 될 것인지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느냐, 하는 점이란다." (p.609)




아, 정말 너무 좋지 않은가!

나는 백작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이라서 눈물이 날만큼 좋다. 그 자부심이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해서이기 보다는, 그것의 여부가 불확실함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걸 알아채서라는 게 자지러지게 좋다. 네가 우승해서가 아니야, 우승의 여부를 알지 못함에도 도전하는 거, 그 용기가 너무 자랑스러워. 나는 이 말이 진짜 너무 좋은 거다. 


인생에 있어서 나는 그다지 많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아주 많은 사람들과 크게 또 작게 연결되어 살 수 밖에 없지만,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나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나 역시 그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는 것, 이것만 있어도 살아가는데 큰 좌절과 절망쯤은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자부심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특출나게 다른 사람들보다 잘나서 오는 게 아니다. 나는 그저 그 사람이 그런 모습인 사람이라는 것만으로 자부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야."


어디가서 어깨 힘 뽝 주고 얘기할 수 있다는 거, 진짜 너무 좋잖아. 그런데 그 어깨힘 뽝- 이 되는 많은 이유들 중에 하나가 '환호 여부의 불확실함에도 그는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지녔어'일 수 있다는 거, 진짜 짜릿하잖아. 


이런 식의 감정을 적어내다니, 에이모 토울스, 사랑합니다. 



이런 문장들이 고스란히 가슴에 와 살포시 쌓였다. 그럴 기회가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런 문장들을 나직하게 읽어주고 싶다. 밑줄을 그어놔야지. 언젠가 나의 조카가 내 책장에서 이 책을 꺼냈을 때, 이 문장을 보고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또 접게 만들었다. 나는 아무리해도 이렇게 섬세한 작가가 될 순 없을 것 같아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교 범위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슬프지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현실이지." 그가 말했다. "습관에 의존하는 경향이 늘거나 아니면 활력이 주는 탓에 우리는 갑자기 몇몇 익숙한 사람들과만 사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단다. 그래서 나는 인생의 지금 단계에서 너처럼 멋진 새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을 굉장한 행운으로 여겨." ( p.153)

"이 로비에 당신과 함께 있을 때마다 수치심을 느끼게 되는 운명인 것 같네요." 그녀가 말했다.
백작은 놀란 표정이었다.
"수치심이라고요? 내가 아는 한 당신은 수치심을 느낄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당신은 눈이 멀었나 보군요."
그녀는 젊은 감독이 밀고 나간 회전문이 아직도 돌아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쪽을 바라보았다.
"난 그 사람에게 술 한잔 하자고 했어요. 그런데 내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할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백작이 말했다.
그녀는 그날 저녁 처음으로 진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계단을 가리켰다.
"그럼 나와 함께 위로 올라가는 게 좋겠네요."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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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09-16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신다기에 기다렸습니다. ㅎㅎㅎ 아아 그렇군요. 그런거에요. 역시 인간은 줄을 꼬기도 하지만 풀기도 하죠. 읽을게용~~

다락방 2018-09-17 08:13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이 책은 제가 참 좋아라 하는 종류의 책이었어요. 저는 따뜻하고 예의바르고 다정한 인간이 나오는 책을 정말 좋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들어가는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너무 좋고요. 긴 소설이지만, 소소한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천천히 읽어보세요!

지나 2018-09-1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나만의 백작이 너무 인기가 많네요

다락방 2018-09-18 01:56   좋아요 0 | URL
정말이지, 그는 신사인 것입니다!
 
















여자는 마흔살이고 남편과 이혼할 예정이며 현재 별거중이다. 두 딸과 함께 자신의 아버지의 집에서 사는데, 여자의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엄청 유명한 영화감독이어서 아주 으리으리한 집이 그녀 앞으로 남겨져 있다. 집에 정원도 넓고 방도 많고 뭐 이런 좋은 집이 다 있나 싶으면서, 왜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 없이도 이렇게 좋은 집에 사는것인가..그런 운은 어떻게 타고나는 것인가..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생일에 술집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다가 우연히 이십대 청년들 셋과 합석하게 되고 그 중의 한명과 호감을 갖게 된다. 그들은 제작자를 찾고 있는 영화감독,작가,배우였는데, 아직 제작자를 찾지도 못했고 성공한 영화도 갖지 못해 돈이 없어 호텔비도 밀려 쫓겨날 판. 그런 참에 여자의 집에서 모두들 하룻밤을 지내게 되고, 하하하하하하하하, 우연히 그걸 보고 그들과 대화하게된 여자의 어머니가, '그들도 네 돌아가신 아버지처럼 영화관련 일을 한다는데 좀 도와주자꾸나', 이러면서 '니가 사는 집에 방도 많잖니' 하고는 그들과 함께 살기를 권유한다.


나는 정확히 이 때부터 뭔가 혼란스러워졌어. 물론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들은 착한 청년들이었고 성실하고 재미있는 청년들이었다. 딸아이의 등교도 도와주고 취미 활동도 관심 가져주는등 착한 남자들 이지만, 그래도 낯선 사람들이고, 게다가 이 집에는 여자와 사춘기의 딸, 어린 딸등 여자만 살고 있는데..어떻게 '그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해주라'고 어머니가 권할 수가 있지? 나는 너무나 멘붕인 것이야.. 아무리아무리아무리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안될짓. 나는 그들을 하루 재운 것만으로도 너무나 찝찝한데... 여기에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이 영화를 그만볼까 생각했었다. 온 몸에서 신경질이 솟아나는 기분이었어. 왜 이 이십대의 젊은 남자들, 알게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들을 자신의 딸과 또 딸의 딸들만 있는 곳에 함께 머물게 하지? 내가 세상을 너무 삭막하게 보는것인가? 아 짜증나. 신경질이 너무나 샘솟는다...



물론 영화속에서는 나의 우려와는 달리 그 남자들은 이 가족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않는다. 오히려 이 가족은 이 남자들로부터 우정과 사랑을 느끼고 힘을 얻어, 또다른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너무....판타지 아닌가, 이게 가능하기나 한건가... 오, 나는 너무나 싫어. 그들이 잘생겼어도 진짜 너무나 싫다....



그리고 여자는 현재 나이 마흔, 그 청년들중 가장 잘생긴 영화감독과 사랑에 빠진다.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 자꾸만 그녀에게 다가오고 잘해주고 흠뻑 빠진 남자에게 여자는 일단 얘기한다. "나 마흔이에요" 라고. 남자는 그런 것쯤 관계없다고 그녀의 방에 매일 찾아드는데, 결국 여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그들은 헤어지게 된다. 그 상처가 사실 남자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었지만..어찌됐든 그렇게 되었고. 그런데 이 과정에서 나는 '역시 어린 놈은 안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네?)



하하하하하하하하. 일전에 누군가 별자리를 봐주면서 내게 그랬었다. 지금처럼 성실히 살면 스무살 연하의 애인이 생긴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너무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도 계속 잘 버니까 결혼하지 말고 살면서 스무살 애인 만나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참... 연하의 애인을 좋아하긴 하지만 스무살 차이는 좀 너무하지 않냐..... 혼자 생각하다가 혼자 머릿속에서 사귀고 연애하고 이별을 했었다. 왜냐하면 너무 .. 힘들잖아. 그 어떤 젊음... 열정.....나는 나이가 많은데, 야, 힘들어....나는 조금만 무리해도 코피 후두둑 쏟아버려. 이십년이나 밑의 남자와 연애를 할 체력이가 안된다. 막말로 돈이야 내가 쓰면 그 뿐, 내가 먹는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으면 그 뿐이라, 돈 없는 어린 애인이 그런 쪽에서 부담은 안되는데, 놀이공원 가자 그러면 어떢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오 피곤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누나 우리 한라산 등반 한번 할까?' 이러면 나는 좋은 호텔에서 '아이고야, 삭신이 쑤셔 너나 다녀와' 이렇게 될것이고, '누나 서핑이나 하러 갈까' 이러면 나는 모래밭에 누워서 '책 읽을게 다녀와' 이렇게 될텐데, 야..너무 피곤해. 그리고 막 밤늦게까지 놀면..아휴..나는 열시면 자야 돼 이사람아..피곤하다.. 그래서 머릿속에서 연애하고 이별하고 다시는 스무살 연하를 만나지 않겠다, 이렇게 끝냈단 말이야?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리즈 위더스푼이 열세살 연하를 만나는 것이다. 이십대 중반의 남자. 아직 제작자를 찾지 못한 착한 남자, 나에게 호감을 가진 예의바른 남자. 그런데 뭔가... 나는 너무 싫어지는 거다. 너무..뭐랄까..무모하다고 해야할까. 이 남자가 매너도 있고 예의도 바르지만, 젊고 잘생겼지만, 그 무모함과 막 덤벼대는 것이 너무 피곤한거다. 딱히 영화속에서 그들의 나이차이를 부각하는 장면은 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이십대 청년의 삶을 살아가는데, 그것이 마흔의 여자에게 벅차고 또 짜증나게 나는 보이는 것이다. 내가 나이 마흔이나 되어서, 이만큼의 삶을 살아 이제 좀 여유롭고 싶은데, 저렇게 무모한 젊은이를 만나 불사르고 싶지 않다...아아, 역시 안되겠다. 비슷한 나이가 낫겠어. 역시 스무살 연하는 안만나는 걸로.... 라고 나는 아무도 묻지 않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야.



여자는 이 젊은 남자에게도 이별을 말하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남편에게도 이혼을 말한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편은 자기의 일에서 성공을 했고 그래서 바쁜 스케쥴을 소화해내야 한다.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서 물론 가족을 사랑한다해도, 아내가 매니저 역할을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발생하는데, 아내를 매니저로 생각하면서 그러나 아내에게는 아내의 생각과 주장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 아내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몰라'가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까.


잘 헤어졌다.

보낼 놈은 보내버려..






크리스마스라면 환장하는 내가 크리스마스라면 막 너무 좋아서 팔짝 뛰는 내가, 크리스마스 분위기 때문에 보기로 선택한 영화다. 제목이 와... 《메리 키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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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부끄럽다.....유치함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메리 키스마스..



영화속에서 여자는 잘 나가는 약혼자에게 불만이 자꾸 쌓여간다. 쉽게 말해 약혼자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혼자서 거기까지 온 잘난 사람이고,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거다. 그렇기 때문에 여자에게도 그것을 요구한다. 자신이 가장 돋보이게 도와주는 역할. 그녀는 그가 기획하는 공연이 잘 되도록 있는 힘껏 도와야하는 매니저가 된다. 인터뷰 약속이나 기타 다른 스케쥴을 잡는 것도 여자가 하고, 약혼자의 세탁물을 찾아오는 것도 다 여자가 해야 한다. 이 남자는 나를 약혼녀로 대하는 게 아니라 매니저로만 대한다... 우리에게 사랑은 남아 있지 않다...라고 생각하던 차에, 우연히 한 주택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낯선 남자를 만나 무작정 키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실 이 상황은..너무 말이 안돼. 수다스런 상점 주인을 피해서 도망치다가 엘리베이터 안에 타고 있던 남자에게 무작정 키스한다는 건데, 무슨 .. 이런 일이...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과한 설정 아니냐. 그런데 키스를 무작정 얼굴도 모르는 상태로 하고나서 서로 눈을 보고는 다시 제대로 키스를 하는거야? 그랬더니 너무 좋아? 그런데 이 남자가 세상 천사야???



내가 로맨스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세상 모든 로맨스 영화는 내가 다 볼거야!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진짜 우리..이러지는 말자. 무슨 무작정 달려가서 낯선 남자에게 키스를 하고, 그렇게 키스한 남자가 세상 스윗하고 착한 남자고 그러냐... 너무 판타지... 오히려 현실은 나를 매니저 취급하는 약혼자..같은 것인데.....쩝....... 아, 매니저 취급하는 거 너무 싫어. 니 일은 니가 직접 해, 이 개새끼야. 어디다대고 오라가라 명령질이야. 짜증나는 새끼 진짜..



아, 아무튼 여자는 약혼자를 만나기 전에는 자기 글을 써내는 작가였는데, 약혼자를 만나고 나서는 글을 쓸 수가 없다. 약혼자를 빛나게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하므로. 그런데 새로 만난 이 남자는 '네 글을 써' 라고 그녀를 격려한다. '네가 만든 이야기 읽고 싶어' 라고. '어제는 글 썼어요?' 물어보고. 그리고 둘 사이에 약간의 분위기 묘해졌다가 화해하게 됐을 때는 문자메세지로 '네가 싸인한 책 읽고 싶어' 라고 하는 거다. 아. 좋으네............이 영화 너무 유치하고 뻔하구만, 하다가...글 쓰라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남자 때문에 갑자기 나에게 좋은 영화로 탈바꿈 되고 있어.........



게다가 여자가 자신의 한심한 약혼자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다.



"나는 나를 존중하는 상대와 매일 커지고 깊어지는 사랑을 하고싶어."



아. 내가 이래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 판타지다 유치하다 아무리 느끼다가도, 이렇게 한 방에 싹 다 날려버려. 사실 우리가 연애에서 궁극적으로 가져야 할 것이 바로 여자의 저 말이 아닌가. 나를 존중하는 상대와 매일 커지고 깊어지는 사랑.


그 예전에 원준희였나 원미연이었나. 그런 노래가 있었는데. 눈을 감으면~ 맘으로 볼 수 있어~ 그대 알고 있는 것 보다~ 조금은 깊은 사랑 ♪♩♬ 크- 이 노래를 부르다보면 또 애절한 발라드도 한 곡 생각나지. 언제까지 너에게 좋은 기억만을 남기고 싶어 이제는 모든게 변명처럼 느끼겠지 다시 한 번 너에게 얘기하고 싶은 그 말 사랑해.....♪♩♬


파티를 기획하며 출장뷔페가 직업인 남자가 일하는 장면이라고는 쿠키 만드는 게 전부인 영화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 안하나요? 맨날 개랑만 대화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언제 벌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지간에 마지막에 여자의 저 말이 너무 좋았다.



"나는 나를 존중하는 상대와 매일 커지고 깊어지는 사랑을 하고싶어."


세상에, 저것 말고 다른 무엇이 연애에 필요하단 말인가!!


(돈이요..)



영화속에서 되게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여자가 남자를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는 거였는데, 남자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다가 예상하지 못했는데 여자가 온 걸 보고는 환하게 웃는 거다. 웃는 모습이 참 좋더라... 웃음... 서로 문자메세지로 대화를 할 때에도 웃으면서 해. 상대가 보이는 게 아닌데도 상대에게 문자를 보내고 상대로부터 문자를 받으면서도 웃고 있어. 세상 좋은 장면이다. 내가 그걸 잘 알지.... 웃음...


웃음은 뭘까?

웃음은 뭐지?



우리는 누군가의 농담이 재미있어서 깔깔대고 웃을 수도 있지만, 그냥 상대가 좋아서 베시시 웃게 되는 경우도 있다. 딱히 상대가 웃긴 말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막 웃게 되고, 상대가 조금 웃겨도 깔깔대고 웃게돼. 그것은 아마, 나를 웃게하려는 상대의 마음을 내가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웃음..웃음은 연애에 잇어야 되는거야. 웃어야 돼. 서로를 웃게 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다. 서로를 웃게 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야. 서로를 웃게 하는 사이가 좋은 사이다. 왜 자꾸 쓰고 있냐면 그 다음말은 뭐로 써야될지 생각이 안나서 일단 시간을 벌고 있는건데, 생각 안나면 그만 쓰면 되지 뭐.



아무튼, 이 영화속 남자 너무 잘 들어주고 다정하고 잘 웃어주고 개랑도 얘기 잘해서 좋긴한데, 일 좀 하세요... 으하하핳ㅅ. 그리고..


여자에게 글 쓰라고 계속 격려해줘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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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9-14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러브어게인 보고 싶네요.
20살 이하의 연하 이야기라~~~ 저는 줄리안 반스와 친하다는 이언 매큐언의 소설도 생각났고, 또 엄마랑 아들들이 크로스로 눈 맞었던 영화,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 영화도 떠오르구요. 20살 연하면 다락방님 이야기처럼 체력이 가장 큰 문제겠구요. 그리고, 건강 문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리 키스마스, 그 억지 설정에도 불구하고 보고 싶네요.... 아, 인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9-16 20:49   좋아요 1 | URL
사실 사랑이란 게 남들이 보면 다 유치하지 않은가 싶어요. 당사자에게는 낭만이고 로망이지만요. ㅎㅎ
저는 로맨스 영화 보는 거 너무 재미있어요! 특히나 예의바르고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면 너무 좋아요. 물론 그렇지 못했더 인물들이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과 이별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걸 보는 것도 너무 좋고요! 저는 결국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좋은게 아닌가 싶어요. 사랑과 이별은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죠!

또 볼거예요 로맨스 영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것은 크고 무겁다는 점만 빼면 정말이지 좋구나... 그러니까,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는 부분에는 이런 게 나왔다. 살짝 내용을 요약하자면, 백작은 호텔에 찾아온 여배우와 점심을 함께한다. 여배우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체크인을 하는데, 개를 다루는데 서툴러 우연히 백작이 도와주게 된거다. 개를 잘 다루지도 못하면서 왜 데리고 왔담,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 여배우로부터 쪽지를 받게 된거다. 첫인상을 만회하고 싶다는 것.



첫인상을 만회할

기회를 주세요

스위트룸 208호예요. (p.189)



위와 같이 쪽지에 써있었던 거다. 쪽지라니..


쪽지..

쪽지란 무엇인가...


이십대 중반때 술집에서 친구들과 왁자지껄 술을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 앉았던 남자가 나가면서 내게 쪽지를 주고 갔던게 생각났다. "연락주세요"이러면서 친구와 나갔는데, 쪽지를 펼쳐보니 거기엔 그 남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나는 그냥 찢어버렸다. 아하하하하하.


쪽지..

쪽지란 무엇인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보다 첫인상이 상대에게 나빠보일 것 같아, 그러니까 처음 본 사람에게 내 인상이 나쁜 것 같아 그게 걱정되었던 여자.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레스토랑에서 마주쳤더니 뭔가 좀 괜찮은 느낌이 들었던걸까, 웨이터를 통해 쪽지를 전달한거다. '저사람에게 내가 나쁜 인상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내 첫인상이 별로였을 거란 생각에 쪽지를 전해주었다니.. 그러니까 그 마음, 첫인상 꼭 만회하고 싶어, 하는 그 마음이 너무 뭔지 잘 알겠지 않나.

아마 많은 경우, 내 첫인상이 좋기를 바랐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했을 때, 이 책 속 여배우 '안나'처럼 액션을 취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 어떡하지... 어떻게 만회하지..하고 발을 동동 구르지 않을까. 그러나 방구석에 앉아 발만 동동 구른다고 해서 갑자기 하늘에서 뿅- 하고는 '너 발 동동구르는 게 안타까우니 첫인상을 만회할 기회를 줄게' 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런것은 만화에서도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야. 만약 상대에 대한 내 인상을 바꾸고 싶다면, 다른 면을 보이고 싶다면 내가 직접!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그렇게 했어...


쪽지..

쪽지란 무엇인가...


쪽지를 전달해준 안나, 첫인상을 만회할 기회를 달라는 안나 덕에, 잠시잠깐 '아,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보게 됐다. 만약 '그사람'에게 내 첫인상이 별로였다면, 나 역시 그 첫인상을 만회하기 위해, 뭐든 하지 않았을까. 아마, 나는 뭔가 했을거야. 상대가 그 사람이라면...그렇지만....나에게는 그럴 기회가 없었지. 왜냐하면..나는 첫인상부터 좋았으니까.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의 첫인상은 끝내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뭐 만회하고 뭐고 할 게 없었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한테 첫눈에 반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면서 양재역에서 갈아탄 버스 안에서 혼자 낄낄대고 웃었다. 아이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왜 졸라 매력포텐 터져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첫인상을 만회할 기회를 달라는 쪽지도 보낼 일이 없는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설적 경험이 부족해지잖아?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처음부터 매력적인 거... 좀 별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지간에, 그래서 백작은 안나가 있는 스위트룸에 가게 된다. 이야..근데 진짜 안나 넘나 끝내주는 것... 그러니까 안나의 룸에 룸서비스로 오게된 음식은 '검은 올리브와 회향과 레몬을 넣어 통째로 구운 농어 요리' (p.192) 였다. 백작은 안나가 하던 이야기를 자연스레 다시 하게끔 유도하고자, 자신이 나이프와 서빙포크를 가지고 농어를 바르려고 했단 말이야? 그런데!!



그러나 그가 손을 올리기도 전에 그녀가 나이프와 서빙포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오후 시간을 빼앗아 간, 직업적으로 치러야 하는 일들에 관해 얘기하면서 칼끝으로 생선의 등뼈 부분에 금을 그은 다음, 머리와 꼬리 부분을 대각선으로 잘랐다. 그러고 나서 생선의 등뼈와 살 사이에 서빙포크를 살며시 넣어서 능숙하게 살코기만 떼어내 접시에 옮겼다. 몇 번의 간결한 동작으로 회향과 올리브를 분배한 다음 살코기 위에 검게 탄 레몬을 얹었다. 깔끔하게 담아낸 접시를 백작에게 건넨 그녀는 등뼈를 생선에서 뜯어낸 뒤 남은 요리를 자신의 접시에 옮겼다. 이렇게 하는 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어 그녀는 서빙포크와 나이프를 접시에 내려놓고 와인으로 주의를 돌렸다.

아차, 백작이 생각했다. 그녀의 기술을 지켜보는 데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이었다.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와인 병의 목 부분을 잡았다.

"제가 할까요?"

"고마워요."

백작은 와인을 따르면서 드라이한 몽라셰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에밀의 농어 요리에 아주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분명 안드레이가 골랐을 것이다. 백작이 여배우를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

"생선의 뼈를 전문가처럼 발라내는군요." (p.192-193)



저마다 사소하게 반하는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나는 한 손으로 계란을 깨는 것에 반하고, 젓가락질을 잘하는 것에 반한다. 이런 사소한 것들. 생선가시를 잘 발라내는 것도 한몫하는데, 아아, 안나... 너무 휙- 휘리릭- 생선 가시를 발라내버렸어. 짱멋짐... 그러니까 왜 그런거 있잖은가.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지독히 자연스럽게 빵에다 버터와 딸기쨈 촵촵 발라서 상대에게 먹으라고 내민다거나, 새우 껍질 다다다닥 까서 상대 그릇에 얹어 준다던가, 되게 사소한 그런 것들. 백작이 생선 가시 잘 발라내는 안나를 보고 넋을 잃어 와인 따르는 걸 잊어버린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 너무 멋져. 이런 사소한 행동들, 상대를 자연스레 배려하고 챙기는 모습들에도 반하고, 전완근이 불끈불끈 하는 것도 반하고 뭐 그러는 거 아닌가... 생선가시 잘 발라내는 건 넘나 으뜸이다... 안나 매력이 뿜뿜 ♡



안나가 생선 가시를 전문가처럼 잘 발라내게 된 건 그녀의 어린시절에 어촌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백작도 자신이 사과숲에서 자라 온갖 사과를 먹었던 어린 시절에 대해 얘기하게 되는데, 아직 먹어보지 못한 흑사과 얘기도 꺼낸다.



"그 지방 설화에 따르면 숲속 어딘가 깊숙한 곳에 석탄처럼 까만 사과가 열리는 나무 한 그루가 숨겨져 있대요. 그런데 그 나무를 찾아서 열매를 먹으면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백작은 과거의 기억으로부터 이 소소한 민담을 끄집어낸 것에 흡족해하며 몽라셰를 넉넉히 들이마셨다.

"그럼 당신은?" 여배우가 물었다.

"뭐 말입니까?"

"당신은 숲속에 숨겨진 사과를 찾으면 그걸 먹을 거예요?"

백작은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저었다.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생각에는 확실히 매력적인 게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어떻게 집과 여동생과 학창 시절의 기억들을 포기할수 있겠어요." 백작이 탁자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이 기억을 포기할 수 있겠어요?"

안나 우르바노바가 냅킨을 접시에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밀치면서 일어나더니, 탁자를 돌아서 백작에게 다가가 백작의 옷깃을 잡고 그에게 키스했다. (p.196)



나와 있는 지금 이 순간의 기억 때문에 새로 삶을 시작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남자라니... 냅킨을 접시에 내려놓고 의자를 뒤로 밀치면서 일어날만 하다. 그런데..농어는 다 먹은걸까? 다 먹고 일어나도 될텐데... 와인은 침대에 갔다가 중간에 일어나서 다시 와 마셔도 되지만, 농어는 식으면.... 다시 먹기 싫을텐데......찬 생선은 좀 별로잖아요?

탁자를 돌아 백작에게 가기 전에 와인도 한 병쯤 더 시켜뒀어야 되는거 아닐까. 아, 너무 준비 안된거 아닌가.. 와인 부족할 것 같은데. 남녀가 둘이 저녁 먹으면서 와인 한 병이라니..한 병 더 마셔야 하지 않나..성인남녀라면 두당 와인 한 병씩.. 해야 되는거 아니야?

뭐 이런 쓸데 없는 얘기는 뒤로 제쳐두고,



나는 저 까만 사과에 대해 생각했다. 이 부분에서는 아마 누구나 그러지 않을까. 안나가 물었던 것처럼, 만약 그 사과를 발견한다면 나는 먹을 것인가? 삶을 새롭게 시작하려 할것인가?



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죽고나면 모든 게 끝나버린다는 것, 그것 때문에 두렵다. 그래서 죽고 싶지 않고 오래 살고 싶다. 굵고 짧게 이런거 말고 가늘고 길게 오래 살고 싶어. 가능하다면 죽지 않고 살고 싶다. 그만큼 내게는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이고, 그렇기에 삶을 새로 시작한다는 건 더할나위 없이 매력적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하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 그런 게 가능하다니, 그 사과는 나를 위한 사과가 아닌가!


그러나 나는 결국 그 사과를 먹지 않을 것이다.


백작이 말한 것처럼, 내게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기억들이 있기 때문이다.


내 인생에 정말 없었으면 좋았을, 지워버리고 싶은, 잊고 싶은 기억들도 당연히 있다. 어떤 것들은 큰 상처가 되었고 큰 죄책감이 되어서 내 뱃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아있다. 그것들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그것들을 지울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어떤 사건으로 말하여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만남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 '만남'이 없었다면 그 '일'도 내게 없었을 텐데..라는 식으로 내게 존재하고 기억되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잊혀지지가 않아서, 혼자 있을 때면 한없는 우울 속으로 빠져들고 또 빠져들게 된다. 그 때 내가 거기에 없었다면, 그 때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하고.



그렇지만 내게는 정말 소중한 기억들이 있다. 백작은 집, 여동생, 학창시절을 얘기했는데, 내 경우에도 가족들이 그렇고 특히 타미가 그렇다. 타미가 '이모'라고 부르는 순간순간마다 내가 얼마나 자지러지게 좋아하는지. 타미의 손을 잡는 건 얼마나 행복인지. 게다가 둘째조카가 태어나 아직 아가였을 때, 내가 안아주면 내 품에 머리를 포옥 기대고 잠이 들던 때를 기억한다. 아, 이 아이는 내 품에서도 잘자네, 하며 누구보다 뿌듯해했었지. 이런 기억들을 어떻게 포기하지?

여름의 남자도 그랬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너무 강렬해서 '이건 뭐지?!' 하게 만들었던, 만난 이후로 매일을 혼란스럽게 했던, 그 기억을 나는 결코 지우고 싶지가 않다. 내 손을 잡고 가 복숭아를 한 박스 사주던 일, 부엌에서 치즈를 썰던 모습 같은 것들을 포기하며 새로운 삶을 얻고 싶지가 않아. 어쩌면 새로운 삶에서는 더 나은, 더 아름다운, 더 뜨거운 것들이 찾아올지도 모르지만, 그렇다해도 내가 가진 이 소중한 기억들을 포기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니 나는 까만 사과를 먹지 않고, 이 삶에서 지금처럼 이대로 늙어가겠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지금 사랑받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으면서, 그렇게 늙어가겠어. 까만 사과, 잘가요....까만 사과는 분명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는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들에게로 가라, 사과여. 내가 아니라 그게 꼭 필요한 다른 사람들에게로 가. 가서 네 역할을 다 하렴. 어딘가의 누군가는 반드시 네가 필요할거야. 가라, 까만사과여, 가라...




나는 나의 어떤 점들이 싫긴 하지만, 또 어떤 점들은 매우 좋다. 좋아서 미치겠어. 내가 이런 나라서 너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진짜 많은데(응?), 특히 책을 읽을 때가 그렇다. 내가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것, 책을 읽고 계속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말하고 쓴다는 게 너무 좋은 거다. 내가 이런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만약 내가 부득이하게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면, 그때도 변함없이 책 읽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책을 읽고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기를 원한다.

수시로 생각한다. 이렇게 근사한 내가, 이렇게 멋진 내가 좋아하는 당신은 얼마나 뿌듯할까.... (이상한 결론)


책 너무 좋지 않나요?

책 너무 재미있고, 너무 유익하다. 나는 뭔가를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다보면 배우는 것들이 있다. 나는 뭔가를 생각하기 위해 책을 읽은 것이 아닌데, 자꾸 뭔가 생각하게 한다. 책은 아예 새로운 경험으로 나를 이끌기도 하고,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게도 해. 툭하면 나를 과거로 데려가서 어쩌지 못하게 만들고, 툭하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을 이유는, 사실 이것만으로도 너무나 충분하지 않은가..





책 사러 가야겠다.

장바구니를 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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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8-09-12 0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너무 좋아요 호호호
어제는 또 책이 괜히 좋아서 주문을 두번이나 하고 말았어요 호호호

다락방 2018-09-12 09:39   좋아요 1 | URL
아이쿠, 이런! 잘하셨어요!
책이 좋은데 당연히 주문해야지요.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좋으면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쟝쟝 2018-09-12 0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좋아요. 그리구 전 까만 사과 먹을래요. 먹고 새롭게 시작한다면 촘촘히 독서시간을 박아 넣을 거에용. 중학교때도 고등학교 때도 대학교 때도 이십대때도..!! 아쉬워요 책없이 지겹게 흘러가던 하루들 ..

다락방 2018-09-12 10:01   좋아요 2 | URL
공장쟝님, 기꺼이 드십시오! 원한다면 드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더 행복한 길을 찾아 선택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막을 수 없죠. 까만 사과 드세요! ㅎㅎ

오래오래 책 재미있게 읽으면서 지내요, 우리. 후훗.

공쟝쟝 2018-09-12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만 기약할 수 있는 우린 까만 사과를 떠올리면서 과거로 돌아가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 지금 할수 밖에 없다는 것!
그러므로 지금 책을 읽겠습니당!
다락방님두 행복하게 독서하셔유~~!

다락방 2018-09-12 10:45   좋아요 2 | URL
맞아요. 가장 하고 싶은 일, 그걸 지금 해야 하는 게 정답인 것 같아요!
책 읽는 게 큰 즐거움이니만큼, 즐겁게 책 읽으며 지냅시다.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껏 좋아하고 또 표현하면서요. 그게 행복해지는 길인 것 같아요!!

독서괭 2018-09-12 1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를 털자!!ㅋㅋㅋㅋ 멋진 선동문구입니다!
다락방님은 정말 책을 온전히 느끼며 즐기는 분인 것 같아요. 그게 글에서 마구 느껴져서 좋아요. 그리고 참.. 귀여우심다❤️

다락방 2018-09-12 10:46   좋아요 3 | URL
아니, 독서괭님. 아침부터 귀엽다고 하시니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구역의 귀여움을 제가 담당하고 있긴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망친다)

전 책읽는 거 너무 재미있고 좋아요. 재미있고 좋은 거 계속계속 오래오래 하며 살고 싶어요. 독서괭님, 재미있는 책 오래오래 읽으면서 알라딘에서 오래오래 다정하게 지내요!

블랙겟타 2018-09-12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침 오늘 알라딘 택배를 기다리고 있고,
그리고 마!침! 장바구니를 또(응?) 털고 나오는 길입니다! 하하하!!

책! 너무 좋죠. ㅋㅋㅋㅋ
그리고 이곳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더더욱 좋구요.

다락방 2018-09-13 11:45   좋아요 1 | URL
아니, 또 어떤 책들을 사셨습니까! 읽으셨다면 글도 좀 써주고 그러십시오, 블랙겟타님. 왜 읽기만 하시고 쓰시진 않는겁니까! 네? ㅎㅎㅎ

책 너무 좋아요. 책 재미있고 되게 많은 것들을 줘요. 책 읽는 건 너무 신나는 일이에요. 더불어 이렇게 같이 이야기나눌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너무 좋고요. 그래서 제가 알라딘을 오래오래 떠나지 않고 머물게 되는 것 같아요. 훗.

카알벨루치 2018-09-12 14: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나도 털어볼까! 책읽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다락방 2018-09-13 11:45   좋아요 1 | URL
저는 시집도 한 권 사고 싶고, 뭐 그렇습니다. 질러야지 질러야지~ (어제 못지른 1인) ㅎ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8-09-12 1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을 읽어보겠어요... 저도 생선살 잘바르는 사람 좋아요 ㅠㅠㅠㅠ 운동화 끈 묶어주는 사람도 좋고, 젓가락질 잘하는 사람도 좋아요.

저는 삶을 다시 시작하기 싫어요. 질풍노도를 또 헤치나가기 싫어싫어싫어.

다락방 2018-09-13 11:46   좋아요 0 | URL
생선살 잘 바르는 사람 너무 멋있죠! 그걸 잘 발라서 저 주면 더 좋고요 ㅎㅎ
젓가락질 잘하는 거, 되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매력적이에요. 후훗.

저는 지금 생각해보니, 이 시대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질 않네요. 삶을 다시 시작하는 건 제가 바라는 일인것 같지만 또 바라지 않는 일이기도 한것 같아요...

moonnight 2018-09-13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어떤 분이 내일 세상이 멸망하더라도 우린 책이나 읽죠 뭐. 하시길래 격하게 공감했어요 ^^ 1분도 안 되어서 생선살을 멋지게 발라서 서빙까지 하는 안나 멋져요.♡저도 생선을 좋아해서 젓가락으로 아주 깨끗이 뼈만 남기거든요. 함께 밥먹는 사람들이 놀라요.ㅎㅎ 물론 시간은 더 걸립니다만^^

다락방 2018-09-13 15:12   좋아요 0 | URL
아니, 문나잇님이 바로 그 근사한 분이셨습니까!! 언제 한 번 생선 먹기 위해 만나야겠는데요. 그 기술 배우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뼈만 남기고 먹고싶긴 한데, 살은 싹 발라내서 먹지만 껍질을 남겨요. 고등어 구이 먹을 때도 껍질을 남긴다능;; 껍질을 못먹겠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moonnight 2018-09-13 16:10   좋아요 1 | URL
어맛 고등어구이 껍질 너무 맛있는데욧! 임금님 밥 싸 드렸다던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