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패트릭 브링리의 [나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패트릭 브링리는 2008년에 메트에서 경비 일을 시작하고 10년간 일을 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2018년까지 일했을 터. 내가 메트를 언제 방문했나 인스타그램을 뒤져보니 2016년에 다녀왔더라. 그렇다면 내가 메트에 갔을 때 그가 거기에서 일하고 있었구나. 어쩌면 우리는 마주쳤을수도 있겠구나. 나는 그가 지켜보는 어느 전시실을 둘러보았을거야.
메트는 넓은만큼 몇백명의 경비원이 근무한다고 한다. 각자 출신국도 다양하고 거쳐온 직업도 다양하고 나이도 다양한데, 그중에 한 명, 굉장히 인상적인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로버트 리먼 소장품 전시실에서 트로이라는 이름의 경비원 동료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투자 은행가 로버트 리먼은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예술품들을 미술관에 유산으로 남겼고 그 작품들의 가치가 너무도 높아 전용 전시관을 새로 짓기까지 했다. 트로이가 미술관에 준 선물은 자기 자신인데 그건 상당히 큰 선물이었다. 정말이지 인물이다.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나 맨해튼 어퍼 웨스트 사이드의 한 호텔에서 살면서 재즈 LP를 즐겨 듣고 취미로 고가구를 수리한다. 아침이면 그가 라커 앞에서 런던판 타임스》 문학 특집 페이지를 조심스럽게 찢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대신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읽기 위해서다. -p.185
그러니까 경비원으로 일하는 '트로이'는 호텔에서 살면서 재즈 엘피를 듣고 취미로 고가구를 수리하는 것도 특별한데 런던판 타임스 문학 특집 페이지를 찢어 주머니에 넣고서는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그 글을 본다는게 아닌가!!
아니, 뭐 이런 사람이 있지? 너무 좋잖아? 아 너무 좋은데? 스마트폰 대신 문학을 읽는 사람이라니. 그걸 읽기 위해 찢어서 주머니에 넣어 다닌다고? 너무 좋은데? 나도 그래볼까?
음..나는 문학 잡지는 보는게 없으니 내 수많은 문학 책들을 찢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스마트폰 대신 보면 되겠네~ 했다가, 벼락같은 깨달음.
읭? 뭐하러 그러지? 이미 책을 가지고 다니는데..통째로 들고 다니는데..뭐하러 찢어서 가지고 다녀? 난 이미 출근 시간에 스마트폰 대신 한 권의 책을 통째로 꺼내서 읽는데?? 게다가 스마트폰엔 전자책도 있는데?? 굳이 문학잡지 찢지 않아도 이미 문학 읽는 삶을 살고 있었잖아??
그러고보면 사람은, 아니 나는, 나같은 사람을 멋지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요즘 달리기에 몰입해있는 e 에게 <에밀리 파리에 가다> 에서 첫장면이 에밀리가 뛰는 장면이래, 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을 기억하고 있던 e 는 첫장면을 봤다고 했다. 그래? 그럼 나도 첫 장면을 봐볼까? 하고 어제 재생해서 에밀리가 뛰는 장면을 보는데, 뛰는 장면은 고작 2초 정도 나오고 8키로 이상 달렸다고 숨을 헐떡이는게 나온거다. 8키로 너무 대단하지만, 아니 뛰는거 고작 2초 보여주다니.. 그래놓고 8키로라니.. 시청자 우롱하냐?
달리기 영상 보는거에 목마른 나는, 얼마전에 나의 서재에 달린 댓글중에 '유해진과 임영웅이 논두렁 달리는 장면' 을 기억해내고 급하게 유튜브로 유해진임영웅을 넣어봤다. 그들의 달리기에 앞서 그들이 이야기 나누는 부분이 나오는데 와 임영웅도 운동 엄청 열심히 하는 사람이더라.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자기가 같이 축구하는 사람들 중에는 선수 출신들도 있어서 그들을 따라가려면 훈련을 많이 해야한다고, 선수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거다. 와.. 그렇게 매일 두시간정도 연습을 하고 러닝까지 하면 세시간 정도 운동한다고... 선수 트레이닝 받다니..좋군. 돈이.. 짱이다. 여하튼 그러고나서 그들이 다음날 아침 뛰는 장면이 나왔다. 시골의 푸릇푸릇한 비포장도로를 뛰는 장면이 나오는데 에밀리 파리에 가다보다 훨씬 좋았다. 아마도 에밀리는 연기로 뛰고 유해진과 임영웅은 진짜로 뛰었기 때문이겠지.
어느 하루는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무쇠소녀단> 4회를 보았다. 이번엔 멤버들이 야외사이클을 타는게 나왔는데 유이는 잔뜩 겁을 먹어 좀 좁거나 커브길에서는 긴장하는게 나오더라. 그러다 결국 넘어져서 다쳤는데, 무릎보호대를 했음에도 무릎에 상처가 났더라. 나중에 의료진이 와서 다친 다리를 치료해주는데, 그거 보다가 나도 모르게 육성으로 말했다.
"뭐여. 내가 올림픽공원에서 달리다 넘어진 상처가 저것보다 큰데!! 난 아무 의료진도 없었는데!!"
아아.. 이것은 의료진 없는 나의 열등감인가... 나도 내 달리기 코치 필요하다! 내 몸에 의료진 필요하다!!
아닙니다. 그냥 지금처럼 막 달리고 넘어져도 또 달리고 그러겠습니다.....
화요일에는 너무 똠양꿍 먹고 싶었다.
일요일에 친구 만나 저녁에 똠양꿍 맛있게 먹었는데 월요일에 야근하면서 똠양꿍 또 먹고 그런데도 또 먹고 싶어서 화요일에 똠양꿍 먹으러 갔다. 가서 2메뉴 시키지 말고 똠양꿍만 딱 시키자! 마음먹었는데, 메뉴판 보다보니, 네?? 와인..을 팔아요? 그러면 제가 한 잔 하겠습니다.. 하고 와인을 시켜버렸.. 그렇게 똠양꿍을 기다립니다..
똠양꿍이 나왔습니다.
ㅋ ㅑ ~ 너무 좋다.
내가 딱 한잔만 주문해서 마시고 집에 간 까닭은, 다음날인 목요일이 쉬는날이니 그 날 술을 마시기 위함이었다. 목요일날 마실건데 수요일도 마시면 좀 거시기하잖아? 수요일에 안마시고 목요일 아침에 뛰고 목요일 저녁에 먹자, 생각하고 안주까지 다 마련해두었단 말이야? (이건 투비에 쓰겠습니다) 그래서 수요일 딱 한 잔만 마시고 집에 갔는데,
여동생 집에 손주들 보러 다녀오신 엄마가 여동생이 초콜렛을 줬다는게 아닌가. 테라로사 초콜렛 줬다고 해서 하나 맛보라고 하시는데, 아니, 이게 말이죠, 초콜렛을 또 와인하고 먹으면 페어링이 좋잖습니까? 아이참, 내가 오늘은 술 안마실라고 했는데, 하였지만, 초콜렛 먹을라고 와인 따버림.
딱 저렇게만 먹으면 되는데, 먹다 보니 와인 한 잔 더 따랐고 그러다보니 초콜렛을 다 먹어서 치즈 꺼내오고.. 이게 뭔일이래염... 아무튼 그런 날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투비에 어제 술 얘기 쓰러 가야지.
슝 =3=3=3=3=3=3=3=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