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여자' 라니, 이 얼마나 성장을 다루기에 좋은 소재인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인공이 다른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또한 누군가 책을 읽어주는 걸 들으면서, 그들이 서로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며 사고의 확장과 시야가 넓어지는 걸 경험하는, 그런 성장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어주며 성장하는 사람들이라니, 진짜 끝내주잖아! 역시 소설가란 대단하다, 이런 소설을 써내다니!! 이것이 읽기 전에 내가 이 책을 마주한 심정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주문한 이유는 내가 그런 이야기를 기대했기 때문이었어. 그러나 이 기대는 어긋나버려.... 성장 소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어쩌면 음.. 성장했을 수 있겠다. 몰랐던 더러운 세상을 잔인하게 알게 됐으니까.



주인공 '마리-콩스탕스'는 34살의 기혼 여성이다. 아직 아이는 없고 직없도 없다. 그런 그녀에게 그녀의 단짝 친구 '프랑수아즈'는 책을 읽어주는 일을 직업으로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한다. 왜냐하면, 마리 콩스탕스의 목소리는 끝내줬으니까!



넌 목소리가 기차게 멋있어. 그런 걸 전혀 써멋지 않고 놀린다는 것은 바보짓이야. (p.19)



아아, 너무 좋다. 정말 좋지 아니한가. 목소리가 멋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나 역시 이 일을 언제까지 해야할지 몰라, 아마도 오 년 내에는 어떻게든 관두게 되지 않을까 나름 생각하고 있어서, 언제나 다른 일, 그 후의 일, 그 후의 돈벌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아마 이 회사를 그만두고나면, 이 회사에서 받았던 만큼의 월급을 받는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돈벌이를 한다해도 무척 금액은 적어질 것인데, 그나마 무언가를 하고자 한다면,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능력..능력이 있어야 돼... 그런데 능력이가 없다...그런 참에 목소리가 기차게 멋있는 여자가 책을 읽어주는 걸 일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으음, 나도 도전해볼 만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것이다. 이거 할만한데? 이거 괜찮겠어. 사실, 목소리라면 나도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데.... 나는 이렇게 상상에 빠지기 시작한다.


책을.. 내가 골라서 읽어주는 게 나을까, 아니면 읽어달라는 걸 읽어주는 게 나을까? 아, 내가 읽어주자, 만약 희곡 같은 거 읽어달라고 하면 내가 연기..를 해야되잖아. 곤란하다. 시집을 읽어달라고 하면, 연과 연 사이에 텀을 주어야 하는데, 그걸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 음 인문학 서적이나 소설..을 읽어주는... 아니, 가만, 소설은...대화 나오면 내가 또 연기해야 되나..혼란스럽다....하는데,



마리 콩스탕스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여 신문에 광고를 내러 간다. 젊은 여성이 책 읽어준다는 광고... 이에 광고를 실어주는 사람은, 젊은 '여성'이 아니라 '사람'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그런데 그녀는 끝까지 젊은 여성을 고집해. 광고 실어주는 사람은 그것은 뒷일을 책임질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고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녀랑 친한 남자교수도 그녀에게 그런 식의 광고를 말리고 또 성인 남자가 책을 읽어달라 부르는 데에는 가지 않는 게 좋다고 말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그녀가 광고에 '젊은 여자'라고 싣는 걸 보면서 나의 생각은 현실적으로 바뀌고 만다. 이 일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다. 내가 책을 읽어주러 '간다'고 했을 때, 상대가 누군지 알고 막 가는가. 나는 신원보장을 상대로부터 어떻게 받는가. 혼자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줄 알고.. 게다가 그가 읽어달라고 하는 책이 해괴망측한 책이라면. 이를테면 핑거스미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영화 《아가씨》에서 그랬던 것처럼, 성적묘사만 가득한 글을 읽어달라고 한다면, 나는 어떻게 그 상황들을 모면할 것인가. 과연 내가 기대한대로, 지극히 정상적으로 건전하게 책을 읽어주기만을 원하는 독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라고 한다면, 내가 '젊은 여자'임을 밝힌 이상 가능성이 너무 낮은 거다. 의도는 눈이 침침한 사람들이라거나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읽어주고자 하는 것이었지만, 가서는 성적 대상이 되어버릴 확률이 너무 높은 거 아닌가! 나는 이런 복잡한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는데, 그녀에게 첫 고객이자 독자가 생긴다. 그는 열 네살의 하반신 마비된 소년이었는데, 책을 너무 좋아해서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는 것.


그녀는 그렇게 책을 읽어주는데, 어라? 무릎 위로 스커트 올라간 것만 바라보며 소년은 책 낭독을 듣는데 집중한다. 뭔가 쎄-한 느낌이 드는데, 그 다음부터 책읽기에 바지를 입고 가니 나중에 소년이 지난번에 입었던 스커트를 입어달라 말하고(뭐여 시방..) 그녀는 스커트를 입고 와서는 점점 더 허벅지 위쪽으로 걷어 올리며 책을 읽는다...


네???


그런 제안을 받자마자 기분 나빠한 게 아니라, 오히려 스커트를 허벅지 끝까지 걷어 올리다 소년의 엄마가 들어오면 확 내리는 거다.


뭐하는거죠??


소년은 나중에 '다음엔 팬티를 입고 오지 말아주세요' 라고 한다.


네??


아 나는 진짜 졸라,졸라,졸라, 졸라 짜증나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주변에서 말리는데도 그녀는 성인 남성이 혼자 사는 집에 가서 책을 읽어주고, 그 남자는 자신의 교양을 쌓기 위해 낭독을 바란다고 했지만 책 내용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갑자기 그녀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면서 너를 본 순간부터 반했다고 막.. 다음에는 이 남자랑 자게 되겠구나, 이런 고민을 남편에게 하고 남편은 니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하고...


네???


교수님도 니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니가 처음에 읽어주고자 한 의도는 그게 아니지 않았냐, 하지만.... 그녀는 그와 섹스를 하고, 원래 목적은 책읽기였으니까 나랑 하기 전에 궁둥이에 책 올려놓을테니 읽어..이런 개같은 ....한 번만 자려고 했지만 그 다음에도 자고 남자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한다. 처음부터 남편이 있다고 했는데... 아오 너무 쓰다보니 속이 거북해져. 너무 화가 난다..



사이 사이 어린 소녀 독자도 있었고 괴팍한 할머니 독자도 있었는데 또 이번엔 나이 지긋한 은퇴한 할아버지를 만나서... 이 사람은 뭔가 진지하고 우아하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달라고 한 책이 사드의 글이었다. 그녀는 사드의 글이라면 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생각해보고 다음에 올게요' 라고 하지만, 남자는 테스트겸 지금 읽어달라는 거야. 그녀는 남자가 읽어달라는 부분을 마주하고, 아아, 이걸 어쩌지, 고민하다가, 그래 아무렇지도 않은듯 프로처럼 읽는데 막 똥구멍을 핥고... 하아-



그녀는 다음에 또 그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는 초대한 손님이 있다는 거다. 그렇게 중년의 남자 의사와 형사를 초대해서는, 그녀에게 다시 사드의 글을 읽으라는 거다.




너무 짜증나...

그녀는..성장했을까?

스커트 속에 팬티를 입지 말아달라는 소년의 부탁에, 자기랑 같이 여행가자고 사랑하자고 하는 남자의 고백에, 우리 앞에서 사드의 글을 읽어달라는 늙은 남자의 말에.. 그녀는 '아 세상은 좆같구나' 생각했을까? 그래서 이 일은 이렇게 해서는 안되는 거였다..라고 생각하고 다른 식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까? 그녀는 너무 순진했던 걸까? 34살이 되도록 남자들이 어떤 존재인지 몰랐단 말야?


남자들은 왜 책을 읽어준다는 여자한테 팬티를 입지 말라고 하지? 왜 섹스를 하자고 덤비지? 애초에 광고에 '책을 읽어준다'고 냈잖아. 그런데 왜 그렇게 성적 대상으로 보지? 그것은 성적 대상으로만 흐를 거라고, 남자 작가는 생각한 것 같다. 성장을 기대했다가 성적 대상화만 오지게 되는 여자를 보니 정말 남자들의 글을 읽는 것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긋지긋해, 정말. 뭘 해도 그냥 성적 대상이야. 책을 읽어주는데도 팬티를 입지 말라고, 고작 열네살 소년이 말하다니. 야, 진짜 너무 지긋지긋하지 않냐.


머릿속에 그냥 여성의 육체, 섹스 밖에 없어. 세상 질려..

여성이 책을 읽어준다고 했을 때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은 현실 남자들의 반영이겠지만, 거기에 응해 스커트를 걷어 올리고 섹스를 하는 것은 남성 작가가 만들어낸 것이다. 아마 보통의 여자들은 스커트를 걷어 올리지도 않았을 뿐더러, 섹스하자고 덤비는 남자의 집에서 미친듯이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것들에 수긍하고 응하는 여자를 그려내는 것, 그러니까 처음부터 그걸 불쾌해하고 불편해 하는 게 아니라, 시키는대로 하는 것은, 남자 작가가 만들어낸 여자다.

지긋지긋해.



그래서 좀 복잡해졌다. 나는 책 읽어주는 여자라는 것 자체는 아이디어가 좋은데, 마리 콩스탕스처럼 누군가의 공간으로 내가 '가서' 읽어주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은 거다. 나를 가둘지, 음료에 약을 탈지 내가 어떻게 알아. 갔는데 갑자기 자기 친구들을 불러모으면? 세상 힘들고 더럽다 진짜. 그러니 이 일을 내가 가서 하는 걸로는 안돼. 그렇지만 책을 읽어주는 여자라는 것 자체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거다. 책을 잘 읽고, 목소리도 좋다면 이것을 일로 삼지 못할 게 뭐란 말인가. 그러나 나의 안전성은 어떻게 보장하지?


책을 덮고 어째야 하나, 여자 손님만 받는다고 해야 하나, 해도 궁극적 답은 아닌 것 같다. 여자가 불렀지만 가보면 남자랑 같있거나 남자가 튀어나올 수도 있고.. 그래, 부른다고 내가 가는 걸로는 답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을 하고 싶다, 안전하게 하고 싶다면 어쩌나... 생각해보다가, 앗!



내가 공간을 만드는 거다, 내가.

학원처럼 꾸며놓는 거지. 꾸며놓고 시간표를 만드는 거다. 이를테면 월요일 오전 11시에는 《웃는 남자》를, 화요일 오후 두 시에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금요일 저녁 다섯시에는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를 (이건 어려울 것 같다... 레오가 되었다가 에미가 되었다가 해야되는데...) 수요일 오후 세 시에는《저지대》를... 이렇게 시간표를 짜놓고, 원하는 사람이 와서 듣는 거다. 그러면 나이가 어린 사람이나 많은 사람, 그리고 어떠한 성별이든 자기가 찾아와 다른 사람들과 같이 들을 수 있지 않나. 애초에 내가 '간다'고 생각했을 때 요금을 얼마나 책정해야 하는가 아리송한거다. 한 시간에 오만원은 너무 많지? 두 시간에 오만원으로 할까... 하다가, 만약 지방에 가야 한다면, 그 차비도 상대에게 달라고 해야 할텐데, 부산 이런데 케이티엑스 타면 차비가 십만원이 넘어... 아아, 이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했는데, 어? 지방 출장은 안가면 되잖아? 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내가 애초에 왜 자꾸 지방출장을 생각했지... 하게된 거다. 그냥 딱- 터를 잡고 이런 시간표대로 할테니 원하는 사람 와서 들으세요, 하면... 그리고 학원처럼 한 달로 돈을 받는거지. 일주일에 몇 회 참여하면 한 달에 얼마, 이런 식으로 받으면...너무 굿 아이디어 아닌가.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은 고객의 신청도서를 읽어주는 거다. 이벤트를 하는거지.' 8/9에는 고객 다락방님의 신청도서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어드립니다' 이런 거지. 우하하하핫. 그런데...



아무도 안오면 어떡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면 뭐 바깥을 쳐다보면서 혼자 커피 마시면서 쿠키 먹거나, 라면 끓여 먹거나 그러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누군가 책을 읽어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스스로 읽지 못할 확률이 크기 때문일텐데, 그런 사람들은 애초에 바깥으로 나와 내가 운영하는 센터로 오기가... 어려운 상황이 아닐까. 어쩌면 나는 병원이나 실버타운 같은 곳에 명함을 돌리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어드립니다' 하고. 그래서 상대의 사적인 공간인 집으로 가는 것 보다는, 공적인 공간.. 으로 가는 거지. 그러면 안전하지 않을까. 그런데 어쩐지 돈은.. 크게 벌지 못할 것 같군... 나는 언제나 다른 식의 돈벌이를 생각하는데, 왜 언제나 돈을 적게 버는 것만 이렇게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을까... 그냥 내 팔자에 큰 돈은 없는건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이것이 나의 운명이란 말인가.....


운명이란 무엇인가..

데스티니....





하아-




어제 백래시 페이퍼 쓰면서 정신 차려보니 내 책상이.. 나의 책상은 왜 언제나 이모양인가. 마음 먹고 깔끔하게 정리해 두어도 곧 이렇게 되고야 만다..





 

어째서..왜 때문에..책상이 이런것인가...... 왜죠.................orz

내가 아는 내 주변의 공부를 잘했던 혹은 잘하는 사람들은 모두 책상이 아주 깔끔하던데, 나는 이런 나의 책상을 보면서, 아아, 나는 공부를 못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왜이렇게 된거야 대체...ㅜㅜ



예전에 첫직장에서 입사동기 남자직원과 종종 은행에 같이 가곤 했는데, 한 번은 은행에 대기인이 많았을 때 둘이 나란히 앉아 순서를 기다리다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자 직원이 내 가방에서 내가 뭔가 찾는 걸 보고, '어휴, 가방이 진짜... 줘봐요' 이러더니 다 꺼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차곡차곡 정리해주었던 적도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타미가 영상 걸었을 때 타미가 '이모 회사 책상 보여줘' 이러길래 보여줬더니 으악 이모 너무 지저분해! 정리좀 해! 했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아 모르겠다. 지금 내 방 침대 헤드 위도 난리났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책들이 막 쌓여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인생 뭘까....

책상..뭘까?.................



아무튼 오늘 부터 '박경리'의 《김약국의 딸들》읽는데... 하아- 21쪽까지 읽으면서 숨을 골라야 했다. 이건 다 읽고나서 분노의 페이퍼를 쓰는 걸로 ..... 분노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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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8-10-29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주는 팟캐스트나 유튜브도 좋을 거 같아요. 라이브로 ㅎㅎㅎ 만약 원하는 책을 신청해도 된다면 전 추리소설을 신청할테에요. 흥미진진하게 읽어주세요 ㅎㅎ

남자들이 원하는 건 예쁘고 착한 창녀죠. 아니 진짜 안 이쁜 여자는 안 나온다니까요. 헐. 게다가 거절이란 건 상상도 못한다니까요. 태초에 거절할 줄 몰랐다도 아니고. 처음엔 강제였어도 나중엔 나도 원했어가 되고... 정말 이기적이고 변태같아요.

김약국의 딸들 분노의 페이퍼도 기대하겠습니다. 저도 읽다가 책이 끝날 때 ‘뭐야 끝이야? 더 없어? 이게 머야?’ 했던 기억이 가득합니다. 벌레를 눌러죽인 자국이 가득한 방과 함께ㅠㅠ

다락방 2018-10-29 10:29   좋아요 0 | URL
저는 책 읽어주는 걸로 돈벌이를 하고 싶은데, 역시 가능성이 희박한 일일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제가 팟캐스트 하고 싶어서 마이크까지 샀던 사람이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크에 먼지만 쌓여 저기 옷장 위에 올려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란 인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제가 여자로 살면서 만약 저런 상황에서 ‘다음에 치마 입고 와라‘ 라는 말만 들어도 소름 돋고 토나왔을 것 같아요. 그런데 스커트를 걷어 올리다니..이거야말로 남자 작가들의 판타지 아닌가요. 세상 모든 것들이 다 이럴 때 치마 걷어올리는 여자들을 그려놓으니, 현실속 남자들이 그게 당연한 줄 알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화를 내는 것 같아요. 다들 미쳐돌아가는 것 같아요. 세상이 하나되어 여자를 성적대상화 하고 거기에 수긍하는 여자를 그려내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 계속해서 까주겟어요.


김약국의 딸들은 21쪽까지 읽었는데 너무 빡이쳐서 ㅋㅋㅋㅋㅋㅋㅋㅋ 분노의 독서가 멈춰버리고 말았어요. 다 읽고 진짜 이 사내새끼들 또 가열차게 까줄거예요!

syo 2018-10-29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면 <책 읽어주는 남자>에서도 결국 그들은 섹스를 했드랬죠. 이건 뭐 무서워서 어디 책 함부로 읽어 주겠어요?

다락방 2018-10-29 11:37   좋아요 0 | URL
저는 그걸 받아들이는 여자로 그려냈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났어요. 어린 놈이 치마 입고 오라는 것도 받아들이고 섹스하자고 덤비는 놈하고 섹스도 하고... 이건 진짜 판타지죠, 판타지. 아 짜증나요.

단발머리 2018-10-29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읽어주러 가는 거랑 학원에 와서 신청한 사람이 듣는 거랑은 페이가 다르죠. 다른 레슨이랑 비교해서도 그렇구요.
선생님이 직접 가는 경우에 레슨비가 더 비싸구요. 2시간에 5만원 정도면 좋을 것 같아요. (진지하게 매출 계산^^)
하지만 전 다락방님이 학원을 직접 운영하시는 것에 한 표를 드리고 싶네요.
<다락방이 읽어주는 소설 이야기>. 이런 식으로요.

그나저나 진정 작가의 책상입니다.
전 보기 좋은데요. 창조적 사고는 원래 좀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뿜뿜하는거 아닌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10-29 15:07   좋아요 0 | URL
학원을 운영하는 쪽이 저도 더 안전하고 좋을 것 같아요. 지방 출장 없는 운영... 음.. 학원을 운영하면 지방 출장을 갈 수도 있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왜 지방 출장을 놓지를 못하는가..)
돈 벌어야 먹고 살 수 있으니 계속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생각해야 해요. 지금 다니는 사무실에서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서요...


제 책상이 자유분방하기는 하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말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네요. 자유분방한 책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시작합니다.

현재 [백래시] 같이 읽기에는 (위의 먼댓글 링크 참조) 공장쟝님, 단발머리님, 하이드님, 그리고 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잠깐 외국에 계신 관계로 참여 댓글을 달지 못하고 계시지만  jsshin 님도 참여 의사를 밝혀주시어, 저까지 총 5인입니다. 자, 모두들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글도 올립시다. 참여하시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서 마리 루티는, 그간 '여성은 이렇다' 혹은 '남성은 이렇다'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얼마나 잘못된 해석이었으며 일방적이었는지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수치상으로 남녀가 모두 별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남성의 특성이 이렇게나 다르다고 말하는 데 쓰였다는 것. 


백래시는 그런 식으로 온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작은 것들을 확대 해석하거나 과장하면서.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읽다보면 여자들에게 생각이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해 지구가 하나 되어 빈약한 근거를 크게 확대해석하고 과장해 목소리 높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스리프리젠테이션] 은 미디어에서 여성에게 어떤 압박이 가해지는지를 보여주는데, 나는 이 다큐를 보자마자 '각성'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이디스 워튼'의 소설 원제 중에 각성이 있었다. awakening. 

세상이 여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니 여자를 어떻게 '만들고자' 하는가, '통제하고자' 하는가. 나는 대체 어떤 세상속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온 것인가. 그리고 미디어는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참에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읽는 일은 작지만 '니들이 하고자 하는대로 움직이지 않겠어'라는 반항의 의미가 될 것 같다. 이 두꺼운 책을 사두고도 오래 읽지 못했던 것은, 혹여나 그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온 여성들에게 이 책이 어려울 수 없다는 것을.


'각성'은 페미니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백래시 23 페이지에서도 이 단어는 등장한다.




하지만 여성들의 정치적 각성은 즉각적인 정치 보복을 불러왔다. 1992년 여름 공화당 전당대회 연사들은 이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지 못했고 과장된 어법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군대가 우리 문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1차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인물은 연단에 올라 어떤 허구적인 여성이 "아버지의 의미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과 정치 시스템(팻 뷰캐넌Pat Buchanan은 최근의 민주당 전당대회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크로스 드레싱 대회"라고 맹비난했다)과 여성들의 정신과 영혼 (부통령 후보자의 아내는 청중들에게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필수 불가결한 본성"을 말살시키려고 작정했다고 말했다)을 침략했다고 울부짖었다. (p,23)



페미니스트 군대...뭘까? 지금 페미나치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페미니스트는 군대였다가 나치였다가 하는구나.

여성의 필수 불가결한 본성... 뭘까? 

자, 이어서 읽어보자.



연사들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선거일이 되자 '크로스 드레서'들이 승리했다. 바버라 복서Bsrbara Boxer, 다이앤 파인스타인 Dianne Feinstein, 패티 머레이Patty Murray, 캐럴 모슬리 브라운Carol Moseley-Braun처럼 민주당 후보였을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내걸고 출마했던 후보들이 상원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하원에서는 스물여덟 명이던 여성 의원 수가 마흔일곱 명으로 훌쩍 늘어났다. 민주당이 여성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며 목청을 높이자 (그리고 공화당이 여성의 자유를 공격하자) 공화당 여성 당원 28퍼센트가 다른 당에 투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 페미니스트에게 적대적이던 미디어 마저 1992년은 '여성의 해'가 될 것 같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성의 해는 길지 않았다. 몇 달 만에 우익들은 현대판 테르미도르 반동의 여성 혐오 버전에 착수했다. 온건함이라는 가면 뒤에 권력욕을 숨겼던 프랑스 쿠데타 세력들처럼 반페미니즘 반혁명 세력들은 '더 친절하고, 신사적인' 장막 속에 자신들의 궁극적인 의도를 숨겼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의 관심사를 정치 무대의 전면으로 끌어냄으로써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데 힘을 보탰고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거의 막아 냈다. 이제 보수 인사들은 여성운동을 이들의 안방에서 무너뜨릴 쿠데타를 계획했다. 이번에 의상을 바꿔 입을 쪽은 그들이었다. (p.23-24)



얼마전에 회사 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차장님, 남자들이 여자들을 너무 죽여서 여자들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아요.."


나는 온 세상이 하나가 되어 여자들을 미워하는 것 같다. 그냥 여자들이 미운 게 아니라, '통제 안되는' 여자가 너무 미운 거다. 니네 예쁘게 꾸며야 되는데,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야 되는데, 남자 말 잘듣고 따라야 되는데, 순결해야 하는데, 나에게 잘보이려고 곱게 차려 입어야 하는데, 나에게 잘보이려고 날씬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런데 너 왜 안그래? 바로 이 지점이, 자신의 통제가 상대 여자에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여자를 미워하다가 폭력을 쓰고 살인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통제권안에 기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몰라서. 그 중 숱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을'로 살면서 얼마나 그것이 부조리한지 잘 알고 소리내어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면 안된다'라고 부르짖기도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여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나는 그것이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인간이 아니고, 내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소유물인데, 그런데 내 뜻대로 안돼? 어, 이것봐라?

너무 무식해... 알아야 할 걸 모르는 거야. 무식해. 진짜 무식해...



수전 팔루디는 자신의 책 26쪽에서 '반격보다 더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책을 170쪽 가량 읽었고, 11월 안에 다 읽으려고 하지만, 죽죽 밑줄 긋고 포스트잇 붙이고 그러면서 아마 나중에 또 다른 책을 읽으며 참고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이 페이퍼를 쓰려다가 마리 루티를 가져온 것처럼.


책을 읽다보면 26쪽에, 그리스 로마신화의 '아탈란테'가 나온다. 책에도 간략히 아탈렌테에 대해 설명되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 있는 사람이니까 가져와본다.



















저 때도 저랬네. 아들을 원했는데 딸이 태어나서 갖다 버리고... 결혼을 원하지 않는데 그런 그녀와 결혼하려고 사과를 갖다 굴리고.... 



자, 나는 또 읽으러 간다.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더 미천한 삶'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은 여성들에게 더 넓은 경험의 폭을 선사한다는 페미니즘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페미니즘에 분칠을 해서 페미니스트들을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고 이는 엄청나게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페미니즘은 상당히 간단한 개념이다. 1913년에 리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표현했듯 "나는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을 표현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p.49)





1970년대 초에 페미니즘이 부활하고 난 뒤 몇 년간 미국 여성들은 워낙 빠르게 승승장구해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워낙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워낙 많은 장벽들을 무너뜨리다 보니, 페미니즘을 가장 열심히 반대했던 사람들마저도 여성운동이 일구어 낸 변화들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결승선에 다 와서 정신이 딴 데 팔려 버렸다. 우리는 명백한 흠모자에게서 반짝이는 싸구려 장신구를 받아 내려고 멈춰 서 버렸다. 그 흠모자는 시장이고, 싸구려 장신구는 해방의 언어를 새롭고 강력한 예속의 도구로 사용해 온 상업 문화의 풍료오움이다. 상업 문화에 예속된 미국 여성들은 이제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너 자신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이행할 위험에 처해 있다. (p.26-27)

소비 시장이 페미니즘으로 구사한 유인 상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929년 광고계의 한 저명한 남성은 5번가에서 여성 참정권을 예찬하는 의미에서 여성들에게 마음껏 담배를 피우라고 촉구하는 ‘자유 행진Freedom March‘을 조직했다. 아메리칸타바코사American Tabacco Company의 홍보 담당자였던 그는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에게 ‘자유의 횃불‘을 빽빽 피워 대는 여성 대오의 선두에 서 달라고 설득했다. 좀 더 최근인 페미니즘 두 번째 물결 이후, 광고업체들은 샴푸에서부터 나일론 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팔기 위해 여성의 ‘혁명‘정신을 갖다 붙였다. 하네스에서는 전미여성연맹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NOW의 한 임원에게 ‘해방적인‘ 팬티스타킹을 홍보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p.27)

이런 전략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엔 일반적인 관습이 되어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나 역시 청바지나 하이힐, 심지어는 가슴 확대 수술 브랜드에 내 페미니스트 인장을 박아 달라는 상인들의 숱한 권유를 처리(하고 거절)하게 되었다. (p.27)

자기 결정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황금 사과로 변신했다. 이 자기 계발은 주로 외모와 자부심, 그리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헛수고에 바쳐진다. 그리고 공적 주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언론의 관심이라는 황금 사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보다 이 세상의 틀에 얼마나 멋지게 맞춰 사는지에 좌우되는 인기를 좇고 있다. (p.27-28)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더 미천한 삶‘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은 여성들에게 더 넓은 경험의 폭을 선사한다는 페미니즘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페미니즘에 분칠을 해서 페미니스트들을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고 이는 엄청나게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페미니즘은 상당히 간단한 개념이다. 1913년에 리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표현했듯 "나는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을 표현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p.49)

여성의 소득이 늘수록 결혼에 대한 열망은 잦아든다. (p.69)

미시건 대학교 사회연구소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에서 남성의 정신 건강 변화를 추적하는 로널드 케슬러 Ronald Kessler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싱글 여성으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떠들어 대는 모든 활동들은 대단히 황당무계해 보입니다. 여기서 가장 악전고투하는 건 싱글 남성들이에요. 남성이 결혼을 하면 정신 건강이 크게 향상되죠. (p.71)

실제 싱글 남성들은 기혼 남성들보다 시무룩하고 소극적이며 혐오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p,71)

싱글 남성들은 싱글 여성에 비해 숱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어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 더 우울해하고, 소극적이며, 신경쇠약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기절에서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리적 고난의 증상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한 연구에서는 싱글 남성의 3분의 1이 중증 신경증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싱글 여성의 경우는 겨우 4퍼센트 뿐이었다. (p.72)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모든 문헌을 검토하고 유전학에서부터 월경 전 증후군, 피임약 등 다양한 요인들을 테스트해 본 저명한 정신 건강 연구자 제럴드 클러먼 Gerald Kleman과 미르나 와이즈먼Myrna Weissman은 여성 우울증에는 두 가지 큰 원인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결혼이었다. (p.97)

문학 비평가 샌드라 길버트Sandra M. Gilbert와 수전 구바Susan Gubar가 전후 시대에 대해 논평한 것처럼 "뇌를 써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늘어갈수록 소설, 연극, 시에서 여성을 육체밖에 없는 존재로 재현하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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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래시]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
    from 마지막 키스 2018-10-30 08:57 
    이틀전 일요일에 백래시 페이퍼를 썼으니, 앞으로 일요일에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쓰겠다.그러니까 내가 어제 자기 전에 '백래시를 조금만 읽다 자자' 했는데, 읽다보니 또 딥빡이 온 것이다.'킴 베신저'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었다. 내가 아마 내 페이퍼를 통해서 여러번 킴 베신저 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녀가 찍었던 영화 중에는 나도 대학시절 보
 
 
공쟝쟝 2018-10-3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ㅋ 저 자진신고 합니다. 오늘 동생한테 빌려왔어요 ㅋㅋ 11월 1일부터 시작하게써요!!:)

다락방 2018-10-30 07:54   좋아요 1 | URL
후훗. 자, 오십시오, 백래시의 세계!
저는 어제 자기전에도 좀 읽다 잤고요, 그래서 오늘 또! 페이퍼 쓸 게 생겼습니다. 분노가 타오릅니다!!
 
열쇠
밀란 쿤데라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분명 이 시집을 사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책장에는 없다. 어디로 어떻게 보낸건지 기억이 전혀 나지 않고... 원더북 님이 올려주신 쉼보르스카 시를 읽고 나니 나 역시 생각나는 시가 있어 올려둔다. 그 시를 왜 좋아했더라, 하고 다시 읽어봤는데, 내가 다시 읽어보기 전까지 기억나는 거라곤, '열쇠' 였다. 열쇠가 나오는 시다, 그 시를 나는 좋아했다, 하는 것.


오늘 이 시를 다시 읽고 올려두면서, 시집이야말로 두고두고 오래오래 보야아 하는 책이 아닌가 싶어졌다.



열쇠

 

 

열쇠가 갑자기 없어졌다.

어떻게 집으로 들어갈까?

누군가 내 잃어버린 열쇠를 주워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리라 - 아무짝에도 소용없을 텐데.

걸어가다 그 쓸모없는 쇠붙이를

휙 던져버리는 게 고작이겠지.

 

 

너를 향한 내 애타는 감정에도

똑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그건 이미 너와 나, 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의 '사랑'이 줄어드는 것이니.

누군가의 낯선 손에 들어 올려져서는

아무런 대문도 열지 못한 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열쇠'의 형태를 지닌 유형물로 존재하게 될

내 잃어버린 열쇠처럼.

고철 덩어리에 덕지덕지 눌어붙은 녹(綠)들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카드나 별자리, 공작새의 깃털 따위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이런 점괘는 종종 나온다.




나에게는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쇠붙이..




가장 이상한 세 단어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재미있다. 누군가가 책을 읽고 글을 썼더니, 그 글을 보고 생각나는 게 있어 시를 가져오고, 또 그 글을 읽어보니 그 시인의 시 나도 좋아하는 게 있어, 하고 이렇게 글을 쓰고. 아, 진짜 책 읽고 글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 같다. '박총'이 [읽기의 말들]에서, 책을 통해 알게된 사람들과 각별한 사이가 된다는 말을 했는데, 나 역시 진짜 그렇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책 읽고 글쓰다가 연을 맺게 된 사람들. 역시 책 읽고 글 쓰는 게 제일 좋다. 내가 이걸 좋아한다는 거 너무 좋아.



저는 잠시후, 백래시 페이퍼로 돌아오겠습니다.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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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북 2018-10-28 1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다락방님 덕분에 저는 또 읽었던 시집에서 새로운 시를 발견하고 좋아합니다. 시집을 통째로 외우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걸까요^^ 제가 시집 선물은 안 하는데(시집은 받는 사람이 부담스러워할 때가 많아서;) 이 책은 친구에게 덥석 안겨줬답니다. 시집이라기에는 시집 같지 않게 너무 좋은 시집이라 제가 좋아하는 친구도 꼭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었지요~ 좋아하는 시집에 대해 함께 좋아하고 얘기나눌 수 있는 다락방님을 만나서 그 또한 너무 좋습니다. 좋은것투성이라 행복하네요. 한 권의 책이 주는 행복이 이렇게 크네요^^

다락방 2018-10-28 16:47   좋아요 0 | URL
왜 그 유명한 말이 있잖습니까.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끈이라고요. 이렇게 우리는 쿤데라 와 쉼보르스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워요! 후훗.

붕붕툐툐 2018-10-2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시 모임에서 함께 읽을 시를 찾고 있었는데-각자 좋아하는 시를 가져오거든요-좋은 시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다락방 2018-10-28 21:13   좋아요 0 | URL
오오 이렇게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제가 기뻐요!!

뒷북소녀 2018-11-0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들이 있더라구요. 분명 샀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는 책이요.^^

다락방 2018-11-05 08:33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아마도 제가 팔아버린 것 같아요 ;;
 



















'박총'은 자신의 책, 《읽기의 말들》에서 속독으로 많은 책들을 읽는 것보다 여러번 읽을 수 있는 한 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때 가져온 인용문은 이것이었다.




나 역시 여러번 읽는 책들이 있다. 심지어 여러권이다. 그러니 나는 행복의 최대치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나 할까. 몇 번이나 인용하고 언급했던 줌파 라히리와 다니엘 글라타우어의 책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책들이 내 소중한 책장에 꽂혀 있다. 다니엘 글라타우어는 일 년에 한 번 이상씩은 꼭 다시 훑는 것 같다. 줌파 라히리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는, 나의 마음이 이리저리 널을 뛰고 내가 우울할 때 아무 곳이나 펼쳐보곤 한다. 그러니까 이 책들은 내가 여러번 읽는 책들이라는 것을 내가 알고 있는 책들인데,


오!


내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이번에 벌써 세 번째 읽고 있다! 그러고보니 내가 이 책도 한 번 읽고 그만둔 게 아니네? 새삼 놀랐달까. 아니, 내가 이 책을, 이렇게나, 여러번??????



처음은 아주 오래전이었다. 아주 오래전에 읽으면서 딱히 재미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해서 잊고 살았는데, 2015년에, 당시의 애인과 이 책 얘기를 하면서 우리가 서로 다른 부분을 기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거다. 그 때의 나를 기억한다. 그 때나는 애인에게 크게 서운하고 실망했다. 나를 서운하고 실망하게 한, 동굴속에 들어가게 한 일은 내게는 몹시 큰 일이었고, 그래서 잠시잠깐 연락도 하기 싫을 만큼 내게 상처였지만, 그러나 그에게는 '아주 작은 실수', 만약 내가 그렇게 했다면 쉽게 용서할 실수였다. 그러나 내게는 너무 치명적인 아픔이었다. 나는 몹시 우울한 채로 혼자 집 밖으로 나가 극장에 가 영화를 보았고, 서점에 가 책을 샀다. 그 때 산 책이 바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그리고 까페에 들어가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떤 책에는 그 책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연이 숨어있는데, 이 책이 내게는 그런 책이다. 당신과 내가 만나는 것이 운명의 흐름이었다면, 책과 내가 만나는 것도 수많은 우연이 이어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당시에 연애중이 아니었다면, 이 책에 대해 우리가 얘기하지 않았다면, 그 때 그에게 서운해 내가 혼자 외출하지 않았다면, 아마 내게 이 책은 오래전에 한 번 읽었으나 별 영향은 없었던 책으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두 번째 이 책을 읽게 됐고, 와....너무 재미있어서 깜짝 놀란 것이다. 얼마나 많은 곳에 나는 밑줄을 그었던가! 게다가 등장인물 '토마시'를 대하는 '테레자'의 마음이 너무나 나같은 거다! 2015년에도 페이퍼에 언급했던데, 테레자는 오로지 토마시만 사랑하고 산다. 그러나 토마시는 평생을 바람피면서 산다. 자신과 결혼한 것이 테레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많은 애인들과 육체관계 갖는 것을 도무지 포기할 수 없는 남자인 것이다. 이에 대해 테레자도 알고 있어서 테레자는 몹시 괴롭다. 매일밤 잠드는 게 무서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꿈을 꾼다. 테레자의 꿈은 테레자의 불안과 불만을 반영한다. 토마시도 테레자가 왜 그런 꿈을 꾸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바람기를 멈추지를 못한다. 계속해, 계속.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새드 스토리...



테레자는 토마시를 떠날 생각도 해서 그에게 난 떠날게, 하고 쪽지를 남겨두고 그의 곁을 떠나지만, 그가 자유롭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닷새 후에 테레자에게로 돌아간다. 돌아가서 테레자의 옆에 누워 잠들거면서, 그럴 거면서 다른 여자들하고 바람을 피워... 에라이 써글놈아!



그리고 세번째 읽는 지금. 두번째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다. 아 맞아, 이런 내용이 있었지. 어? 이런 내용이 있었나? 세번째 읽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아아, 익숙하면서 새롭고 새로우면서 익숙하다. 2015년에 내가 쓴 페이퍼를 보니, 지금 생각하는 것들을 그때도 생각하고 있었더라. 그리고 그 때는 미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사랑의 숙명 같은 것이랄까.

테레자는 토마시를 한결같이 사랑하고

토마시는 다른 여자들과 늘상 바람을 피우고

프란츠는 사비나를 언제나 생각하고

사비나는 프란츠와 공개적으로 사귀는 것 까진 싫고...


왜 나에게는 선명히 각인될 사람이 그러나 나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가. 감정이란 게 왜 같은 크기로 서로 주고받을 수가 없나. 왜 그래서 사람들은 이토록이나 사랑을 하면서도 아파야 하나, 왜, 왜, 왜.....(무릎 꿇고 절규한다)



그리고 토마시가 바람 피는 놈인줄 알았지만 이 책을 세 번째 읽으면서 아아, 너무했다 이놈...하고 다시 분노한다.




늘상 바람을 피우던 그는 급기야 자신의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를 배어가지고 들어온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차례, 계속. 아아, 이 일은 테레자를 얼마나 괴롭게 하는지!



새벽 1시 30분쯤에 돌아온 테레자는 욕실로 가서 잠옷을 입고 토마시 곁에 누웠다.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키스하려는 순간, 그의 머리카락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오랫동안 거기에 코를 박았다. 강아지처럼 킁킁 냄새를 맡다가 마침내 알아챘다. 여자 냄새, 여자 성기 냄새였다. (p.213)



토마시가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테레자 옆에 돌아와 누울 거였다면, 그는 말끔히 그 흔적을 지워냈어야 한다. 그게 같이 자는 사람에 대한 예의다. 심지어 자신을 너무나 사랑하는 여자가 아닌가. 그런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못했다.


나는 토마시가 '일부러' 씻지 않고 냄새를 배어가지고 온 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 여자 성기 냄새 머리에 배었을텐데, 가서 그냥 자야지, 테레자 빡치게 해야지' 라는 생각을 단 한 순간도, 단 1분도 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속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그에게 없었다 한들, 테레자는 그 냄새를 맡았고 아팠다. 상처를 받았다. 남자의 머리에서 나는 여자의 성기냄새라니, 우리는 그것이 어떠한 행위로부터 발생했을지 잘 알지 않는가. 토마시가 설사 '악의'를 가진 게 아니었다 해도 분명 상대는 그로 인해 아팠다.


나는 토마시가 차마 알지 못했을 거라고, 인식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티 나지 않게 하려고 속옷을 뒤집어 입었는지 신경쓴다든가, 양말을 잊지 않게 챙긴다든가 하는 것들은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었겠지만, '나의 머리에서 여자의 성기 냄새가 날것이다' 까지는 토마시가 미처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몰랐기 때문에' 그를 용서해야 할까? 이해해야 할까?


어머 토마시야, 너 몰랐구나, 너 머리에서 여자 성기 냄새나, 그런데 니가 차마 그걸 몰랐을테니 용서해줄게~~


가 될까? 아니.


많은 경우 무지는 죄악이다. 토마시는 나쁜 짓을 저질렀다. 불륜 자체도 나쁘지만, 아내가 있는 상태로 애인과 섹스하고 온 행위 자체도 나쁘지만, 그것은 어떻게 흔적을 남길 것인지 차마 알지 못한 것, 그것은 죄다. 토마시는 차마 인식하지 못하는 죄를 저질렀다. 그래서 상대에게 상처를 입혔다. 테레자로 하여금 다른 여자의 성기 냄새를 맡게 했다.



무지는 죄다.


그리고 쿤데라 역시 다른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러나 나와 같은 말을 한다.



그리고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그들이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문제는 몰랐다고 해서 그들이 과연 결백한가에 있다. 권좌에 앉은 바보가, 단지 그가 바보라는 사실 하나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p.288)



많은 경우, 무지는 죄다.

무지로 인해, 나 역시도 숱하게 죄를 짓고 살았을 것이다.



무지는 죄다.



그렇게 자꾸만 다른 여자들하고 자고 들어오는 토마시를, 테레자는 왜 떠나지 못할까. 테레자 역시 토마시처럼 해보겠다고 처음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그녀가 깨달은 건 자신이 그 일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 뿐이었다. 그녀가 선택한 것, 그녀가 잘할 수 있는 건 정절이었어. 테레자여.....



이 책의 절반쯤을 읽었는데, 첫번째 읽었을 때보다는 두번째 읽었을 때가, 두번째 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많은 포스트잇을 붙이게 한다. 아아, 아니 이렇게 한 장 넘길 때마다 명문이 나오면 날더러 어쩌란 말인지... 나는 그렇게 밀란 쿤데라의 《농담》도 다시 읽고 싶다. 그리고 토마시와 테레자가 함께 죽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책 중간에 나온다) 끝까지 읽어내고 싶다. 아마 다 읽고나면 또 할 말이 있지 않을까...



반복해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는 건, 정말이지 기쁨이다. 되풀이해 읽을 책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거라는 몽테를랑의 말에 나는 이견이 없다.



도무지 비교할 길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 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에는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p.17)

토마시는 생각했다. 한 여자와 정사를 나누는 것과 함께 잔다는 것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거의 상충되는 두 가지 열정이라고, 사랑은 정사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라 (이 욕망은 수많은 여자에게 적용된다) 동반 수면의 욕망으로 발현되는 것이다.(p.28)

테레자는 토마시가 하는 말을 낮에는 곧이곧대로 믿고(실제 그렇게 하진 못했다.) 그때까지 그래 왔듯 명랑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낮 동안 고분고분하게 길들었던 질투심이 꿈속에서는 격렬하게 기승을 부렸다. 그녀의 꿈은 항상 토마시가 곁에서 흔들어 깨워 줘야만 멈추는 신음 소리로 마무리되었다. (p.33)

그는 출구가 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애인들 눈에 그는 테레자에 대한 사랑의 도장이 찍힌 사람으로 보였고, 반면 테레자의 눈에는 여러 애인들과 나눈 사랑 편력의 도장이 찍힌 사람으로 보였던 것이다. (p.42)

물리 실험 시간에 중학생은 과학적 과정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 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 (p.61)

어머니는 테레자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은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라며 지칠 줄 모르고 설명했다. 아이 하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잃은 한 여인의 체험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그녀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테레자는 삶의 최고 가치는 모성애이고 모성애란 큰 희생이라고 믿었다. 모성애가 희생 그 자체라면, 태어난 것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죄인 셈이다. (p.79)

아무튼 방금 그녀를 불렀던 남자는 낯선 동시에 은밀한 동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정중한 말투로 말했고, 테레자는 자신의 영혼이 그 남자에게 모습을 드러내려고 그녀의 모든 정맥, 모세혈관, 모공을 통해 표면으로 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p.86)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 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p.87)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p.88)

따라서 소설이 신비로운 우연의 만남에(예컨대 브론스키, 안나, 플랫폼, 죽음의 만남이나 혹은 베토벤, 토마시, 테레자, 코냑 잔의 만남 같은 것)매료된다고 해서 비난할 수 없는 반면, 인간이 이러한 우연을 보지 못하고 그의 삶에서 미적 차원을 배제한다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p.93)

그녀는 모든 육체가 평등했던 어머니의 세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와 함께 살러 온 것이다. 자신의 육체를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그와 함께 산 것이다. 그런데 이제 토마시 역시 그녀와 다른 여자들 사이에 평등의 선을 그었다. 그는 같은 방식으로 모든 여자에게 키스했고 같은 식으로 애무했으며 테레자의 육체와 어떤 구별도, 정말 추호의 구별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벗어났다고 믿었던 세계로 그녀를 되돌려 보낸 셈이다. 그는 다른 벌거벗은 여자들과 함께 행진하라고 그녀를 내몰았던 것이다. (p.103)

외국에 사는 사람은 구명줄 없이 허공을 걷는 사람이다. 그에게는 가족과 직장 동료와 친구, 어릴 적부터 알아서 어렵지 않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지닌 나라, 즉 조국이 모든 인간에게 제공하는 구명줄이 없다. (p.132)

아니다, 그것은 미신이 아니었다. 고민으로부터 그녀를 불쑥 구원하고 새로운 삶의 욕구를 그녀 가슴에 채워 준 것은 다름 아닌 아름다움의 의미였다. 다시 한 번 우연의 새가 그녀 어깨에 내려앉았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곁에서 자고 있는 토마시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무한한 행복감을 느꼈다. (p.138)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을 때 그 젊은 여학생은 그의 첫번째 독자였고, 그녀는 그와 토론을 하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그는 사비나가 이 논문에 대해 무슨 말을 할지만 생각했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사비나를 위해,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식이었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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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10-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죄를 수없이 짓고 살아가고 있네요......예전에 이 책을 읽고서 아!! 좋다!!! 감탄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다락방님의 글을 읽고 나니, 처음 듣는 듯한 주인공들의 이름과, 옮겨온 페이지의 문장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 새로운 문장들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무지가 죄가 된다는 제목에 뜨끔뜨끔!!!
한 번씩 책을 왜 읽나?싶네요ㅜㅜ
이 책,
저도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어요ㅋㅋ

다락방 2018-10-26 15:33   좋아요 1 | URL
저도 이 책 두번째 읽을 때 진짜 많이 놀랐어요. 이게 이런 내용이었어? 하면서 진짜 완전 처음읽는 것 같더라고요. 세번째 읽을 때도 역시나 ‘오 이랬었나‘ 하는 부분들이 많이 보이고요. 아마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내용이 기억이 전혀 안나서 두 번 읽게 된다면 ‘앗 이게 이런 내용이었나‘ 하게 되는 경우가 진짜 많을 것 같아요.

되풀이해 읽기가 그래서 의미있지 않나 싶어요. 두 번 읽고 세 번 읽으면 비로소 어떤 내용들이 좀 제게 스며드는 것 같거든요. 아무래도 세번쯤 읽으면 기억나는 내용들이 더 많지 않을까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다 까먹겠지만...


모른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이 도망쳤던가 .. 하는 생각을 요즘 굉장히 많이 하거든요. 저도 쿤데라 책 읽으면서 많이 뜨끔뜨끔 합니다. 그런 면에서 독서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책나무님!!

무해한모리군 2018-10-26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란 쿤데라가 제게 놀라운 점은 이렇게 가독성있는데 낡지않은 느낌이든다는거예요. 저도 줌파 라히리의 책은 여러번 읽고 그보다 더 많이 샀네요. 아리랑이랑 루쉰은 읽고 싶은 부분을 자주 보고. 더더 많이 좋은 책을 만나고 싶어요, 조금더 살고싶게.

다락방 2018-10-26 17: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모리님. 낡지 않았죠. 지금 읽어도 이렇게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라니요! 즐거운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읽고 싶어요. 오늘 다른 분의 페이퍼를 보다보니 마르케스 책도 다시 읽고 싶더라고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랑 백년 동안의 고독이랑 말이지요. 고전이란 건 역시 계속해서 읽고 싶어지는 책인 것 같아요. 소설의 힘이 느껴지는 게 바로 고전인 것 같아요! 저도 더 많이 좋은 책을 만나고 싶어요!

원더북 2018-10-26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 읽고 저도 페이퍼 간단하게 썼어요~ 저는 두 번 읽은 책인데 분발해서 세 번 읽고 말겠어요 ㅎㅎ

다락방 2018-10-28 11:40   좋아요 0 | URL
오오, 우리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이렇게 단결하는 겁니까! 이 책을 한 번 이상 읽은 사람들이 많군요! 너무 반갑습니다. 으하하하핫.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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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뭘까?
테레자에게 토마시는 일생일대의 사랑인데 토마시는 그녀와 결혼하고서도 죽을때까지 바람을 핀다.
사비나에게 프란츠는 공개적으로 연애하긴 싫은 남자인데, 프란츠는 더 젊고 예쁜 애인을 만들고서도 계속 사비나 생각만 해.
나는 사비나로 살아오다 테레자로 남은 삶을 살아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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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마시야, 바람을 피우면 모르게라도 피든가..왜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는 잔뜩 배어 가지고 오는거야.. 재수없어..... 그런 냄새를 가지고 테레자 옆에 눕다니.. 써글놈아. 머리라도 감고 와야지....너는 내가 조만간 페이퍼에서 혼쭐을 내줄것이야.

syo 2018-10-25 17:31   좋아요 0 | URL
머리에 여자 성기 냄새라니, 그런 강렬한 대목을 왜 기억을 못하고 있는가, 나란 놈아...... 근데 토마시는 대체 무슨 짓을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했길래 그럴(?) 수 있었던 것일까요?-_-?

다락방 2018-10-25 17:37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에 이 책 세번째로 읽는 거거든요. 두번째 읽을 때는 ‘뭐라고?!‘ 하고 완전 생소했고요, 이번에 읽으면서는 ‘아아, 맞아, 이 새끼 이랬었지..‘ 하게됐어요. 의외로(?) 강렬한 대목은 아닌건가...싶어요?

무슨 짓을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는 알겠는데, 뭐, 음, 네, 그렇습니다. 아니, 그렇게 했으면 응? 샤워하고 응? 좀 그래야지 응? 바람피는 게 아니라 그냥 연애여도 응? 그건 좀 거시기하잖아요? 씻고다니자, 토마시야!!

syo 2018-10-25 17:41   좋아요 0 | URL
저도 두 번 읽었는데..... 기억이가.....
이 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쿤데라 책 가운데 그런 장면은 기억나요. 세면대에 오줌싸놓고 그걸 ‘덴마크 식‘이었나 ‘헝가리 식‘이었나 하여간 어느 나라의 문화양식인 것처럼 능청떨어놨더라구요..... 아이구 쿤 영감님....

다락방 2018-10-25 17:42   좋아요 0 | URL
제가 쿤데라 책은 이것도 읽고 농담도 읽고 정체성도 읽고 또 뭐더라 암튼 또 읽었는데..세면대에 오줌...이건 또 생각이가 안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아 독서란 무엇인가, 나는 왜 독서하는가.......

단발머리 2018-10-2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딱 한 번 읽은 어떤 지나가는 이는
책을 찾으러 서둘러 일어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10-25 18:25   좋아요 0 | URL
어서 다녀오세요!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