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시작합니다.

현재 [백래시] 같이 읽기에는 (위의 먼댓글 링크 참조) 공장쟝님, 단발머리님, 하이드님, 그리고 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잠깐 외국에 계신 관계로 참여 댓글을 달지 못하고 계시지만  jsshin 님도 참여 의사를 밝혀주시어, 저까지 총 5인입니다. 자, 모두들 열심히 읽고 부지런히 글도 올립시다. 참여하시고 싶으신 분은 언제든 가능합니다!!


















'마리 루티'의 책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서 마리 루티는, 그간 '여성은 이렇다' 혹은 '남성은 이렇다'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들이 얼마나 잘못된 해석이었으며 일방적이었는지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수치상으로 남녀가 모두 별 다를 바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남성의 특성이 이렇게나 다르다고 말하는 데 쓰였다는 것. 


백래시는 그런 식으로 온다.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작은 것들을 확대 해석하거나 과장하면서.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읽다보면 여자들에게 생각이나 행동을 제한하기 위해 지구가 하나 되어 빈약한 근거를 크게 확대해석하고 과장해 목소리 높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스리프리젠테이션] 은 미디어에서 여성에게 어떤 압박이 가해지는지를 보여주는데, 나는 이 다큐를 보자마자 '각성'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이디스 워튼'의 소설 원제 중에 각성이 있었다. awakening. 

세상이 여자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아니 여자를 어떻게 '만들고자' 하는가, '통제하고자' 하는가. 나는 대체 어떤 세상속에서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온 것인가. 그리고 미디어는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다.



그런 참에 수전 팔루디의 [백래시]를 읽는 일은 작지만 '니들이 하고자 하는대로 움직이지 않겠어'라는 반항의 의미가 될 것 같다. 이 두꺼운 책을 사두고도 오래 읽지 못했던 것은, 혹여나 그 내용이 어렵지 않을까 해서였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온 여성들에게 이 책이 어려울 수 없다는 것을.


'각성'은 페미니즘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백래시 23 페이지에서도 이 단어는 등장한다.




하지만 여성들의 정치적 각성은 즉각적인 정치 보복을 불러왔다. 1992년 여름 공화당 전당대회 연사들은 이 문제를 그냥 내버려두지 못했고 과장된 어법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군대가 우리 문화와 텔레비전 프로그램(1차 부시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인물은 연단에 올라 어떤 허구적인 여성이 "아버지의 의미를 욕되게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린 것으로 유명세를 탔다)과 정치 시스템(팻 뷰캐넌Pat Buchanan은 최근의 민주당 전당대회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크로스 드레싱 대회"라고 맹비난했다)과 여성들의 정신과 영혼 (부통령 후보자의 아내는 청중들에게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필수 불가결한 본성"을 말살시키려고 작정했다고 말했다)을 침략했다고 울부짖었다. (p,23)



페미니스트 군대...뭘까? 지금 페미나치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 페미니스트는 군대였다가 나치였다가 하는구나.

여성의 필수 불가결한 본성... 뭘까? 

자, 이어서 읽어보자.



연사들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었다. 선거일이 되자 '크로스 드레서'들이 승리했다. 바버라 복서Bsrbara Boxer, 다이앤 파인스타인 Dianne Feinstein, 패티 머레이Patty Murray, 캐럴 모슬리 브라운Carol Moseley-Braun처럼 민주당 후보였을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을 내걸고 출마했던 후보들이 상원에서 의석을 차지했다. 하원에서는 스물여덟 명이던 여성 의원 수가 마흔일곱 명으로 훌쩍 늘어났다. 민주당이 여성의 자유를 수호하겠다며 목청을 높이자 (그리고 공화당이 여성의 자유를 공격하자) 공화당 여성 당원 28퍼센트가 다른 당에 투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평소 페미니스트에게 적대적이던 미디어 마저 1992년은 '여성의 해'가 될 것 같다고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성의 해는 길지 않았다. 몇 달 만에 우익들은 현대판 테르미도르 반동의 여성 혐오 버전에 착수했다. 온건함이라는 가면 뒤에 권력욕을 숨겼던 프랑스 쿠데타 세력들처럼 반페미니즘 반혁명 세력들은 '더 친절하고, 신사적인' 장막 속에 자신들의 궁극적인 의도를 숨겼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의 관심사를 정치 무대의 전면으로 끌어냄으로써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데 힘을 보탰고 대법원의 보수적 판결을 거의 막아 냈다. 이제 보수 인사들은 여성운동을 이들의 안방에서 무너뜨릴 쿠데타를 계획했다. 이번에 의상을 바꿔 입을 쪽은 그들이었다. (p.23-24)



얼마전에 회사 동료가 그런 말을 했다. 


"차장님, 남자들이 여자들을 너무 죽여서 여자들이 남아날 것 같지 않아요.."


나는 온 세상이 하나가 되어 여자들을 미워하는 것 같다. 그냥 여자들이 미운 게 아니라, '통제 안되는' 여자가 너무 미운 거다. 니네 예쁘게 꾸며야 되는데,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야 되는데, 남자 말 잘듣고 따라야 되는데, 순결해야 하는데, 나에게 잘보이려고 곱게 차려 입어야 하는데, 나에게 잘보이려고 날씬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런데 너 왜 안그래? 바로 이 지점이, 자신의 통제가 상대 여자에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여자를 미워하다가 폭력을 쓰고 살인을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자신의 통제권안에 기꺼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몰라서. 그 중 숱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을'로 살면서 얼마나 그것이 부조리한지 잘 알고 소리내어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면 안된다'라고 부르짖기도 하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자신의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여자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폭력을 휘두른다. 나는 그것이 여자를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는 인간이 아니고, 내 말을 잘 들어야 하는 소유물인데, 그런데 내 뜻대로 안돼? 어, 이것봐라?

너무 무식해... 알아야 할 걸 모르는 거야. 무식해. 진짜 무식해...



수전 팔루디는 자신의 책 26쪽에서 '반격보다 더한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책을 170쪽 가량 읽었고, 11월 안에 다 읽으려고 하지만, 죽죽 밑줄 긋고 포스트잇 붙이고 그러면서 아마 나중에 또 다른 책을 읽으며 참고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이 페이퍼를 쓰려다가 마리 루티를 가져온 것처럼.


책을 읽다보면 26쪽에, 그리스 로마신화의 '아탈란테'가 나온다. 책에도 간략히 아탈렌테에 대해 설명되어 있긴 하지만, 나는 그리스 로마 신화사전 있는 사람이니까 가져와본다.



















저 때도 저랬네. 아들을 원했는데 딸이 태어나서 갖다 버리고... 결혼을 원하지 않는데 그런 그녀와 결혼하려고 사과를 갖다 굴리고.... 



자, 나는 또 읽으러 간다.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더 미천한 삶'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은 여성들에게 더 넓은 경험의 폭을 선사한다는 페미니즘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페미니즘에 분칠을 해서 페미니스트들을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고 이는 엄청나게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페미니즘은 상당히 간단한 개념이다. 1913년에 리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표현했듯 "나는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을 표현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p.49)





1970년대 초에 페미니즘이 부활하고 난 뒤 몇 년간 미국 여성들은 워낙 빠르게 승승장구해서 우리 할머니 세대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워낙 많은 전투에서 승리했고, 워낙 많은 장벽들을 무너뜨리다 보니, 페미니즘을 가장 열심히 반대했던 사람들마저도 여성운동이 일구어 낸 변화들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결승선에 다 와서 정신이 딴 데 팔려 버렸다. 우리는 명백한 흠모자에게서 반짝이는 싸구려 장신구를 받아 내려고 멈춰 서 버렸다. 그 흠모자는 시장이고, 싸구려 장신구는 해방의 언어를 새롭고 강력한 예속의 도구로 사용해 온 상업 문화의 풍료오움이다. 상업 문화에 예속된 미국 여성들은 이제 목숨은 부지하겠지만 너 자신을 잃게 될 것이라는 신탁의 예언을 이행할 위험에 처해 있다. (p.26-27)

소비 시장이 페미니즘으로 구사한 유인 상술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1929년 광고계의 한 저명한 남성은 5번가에서 여성 참정권을 예찬하는 의미에서 여성들에게 마음껏 담배를 피우라고 촉구하는 ‘자유 행진Freedom March‘을 조직했다. 아메리칸타바코사American Tabacco Company의 홍보 담당자였던 그는 ‘선도적인 페미니스트‘에게 ‘자유의 횃불‘을 빽빽 피워 대는 여성 대오의 선두에 서 달라고 설득했다. 좀 더 최근인 페미니즘 두 번째 물결 이후, 광고업체들은 샴푸에서부터 나일론 스타킹에 이르기까지 온갖 물건을 팔기 위해 여성의 ‘혁명‘정신을 갖다 붙였다. 하네스에서는 전미여성연맹National Organization for Women, NOW의 한 임원에게 ‘해방적인‘ 팬티스타킹을 홍보해 달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p.27)

이런 전략은 이 책이 처음 출간될 즈음엔 일반적인 관습이 되어 버렸다. 얼마 가지 않아 나 역시 청바지나 하이힐, 심지어는 가슴 확대 수술 브랜드에 내 페미니스트 인장을 박아 달라는 상인들의 숱한 권유를 처리(하고 거절)하게 되었다. (p.27)

자기 결정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자기 계발‘이라는 황금 사과로 변신했다. 이 자기 계발은 주로 외모와 자부심, 그리고 젊음을 되찾으려는 헛수고에 바쳐진다. 그리고 공적 주체라는 페미니즘 윤리는 언론의 관심이라는 황금 사과로 탈바꿈했다. 이제는 이 세상을 얼마나 많이 바꾸는지보다 이 세상의 틀에 얼마나 멋지게 맞춰 사는지에 좌우되는 인기를 좇고 있다. (p.27-28)

페미니즘이 여성들을 ‘더 미천한 삶‘으로 몰아넣었다는 비난은 여성들에게 더 넓은 경험의 폭을 선사한다는 페미니즘의 핵심을 완전히 놓치고 있다. 페미니즘에 분칠을 해서 페미니스트들을 우스꽝스러운 광대로 만들려는 시도가 반복되고 있고 이는 엄청나게 효과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페미니즘은 상당히 간단한 개념이다. 1913년에 리베카 웨스트Rebecca West가 표현했듯 "나는 페미니즘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건, 내가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겠다는 결심을 표현할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페미니스트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p.49)

여성의 소득이 늘수록 결혼에 대한 열망은 잦아든다. (p.69)

미시건 대학교 사회연구소 Institute for Social Research에서 남성의 정신 건강 변화를 추적하는 로널드 케슬러 Ronald Kessler는 이렇게 말한다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싱글 여성으로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떠들어 대는 모든 활동들은 대단히 황당무계해 보입니다. 여기서 가장 악전고투하는 건 싱글 남성들이에요. 남성이 결혼을 하면 정신 건강이 크게 향상되죠. (p.71)

실제 싱글 남성들은 기혼 남성들보다 시무룩하고 소극적이며 혐오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p,71)

싱글 남성들은 싱글 여성에 비해 숱한 정신 건강상의 문제로 힘들어할 가능성이 두 배 더 높다. 더 우울해하고, 소극적이며, 신경쇠약을 겪을 가능성이 높고, 기절에서 불면증에 이르기까지 온갖 심리적 고난의 증상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한 연구에서는 싱글 남성의 3분의 1이 중증 신경증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한 반면, 싱글 여성의 경우는 겨우 4퍼센트 뿐이었다. (p.72)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모든 문헌을 검토하고 유전학에서부터 월경 전 증후군, 피임약 등 다양한 요인들을 테스트해 본 저명한 정신 건강 연구자 제럴드 클러먼 Gerald Kleman과 미르나 와이즈먼Myrna Weissman은 여성 우울증에는 두 가지 큰 원인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그것은 바로 낮은 사회적 지위와 결혼이었다. (p.97)

문학 비평가 샌드라 길버트Sandra M. Gilbert와 수전 구바Susan Gubar가 전후 시대에 대해 논평한 것처럼 "뇌를 써서 돈을 버는 여성들이 늘어갈수록 소설, 연극, 시에서 여성을 육체밖에 없는 존재로 재현하는 남성들이 늘어났다."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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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래시]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
    from 마지막 키스 2018-10-30 08:57 
    이틀전 일요일에 백래시 페이퍼를 썼으니, 앞으로 일요일에만 쓰자..라고 마음을 먹었지만, 그냥 닥치는대로 쓰겠다.그러니까 내가 어제 자기 전에 '백래시를 조금만 읽다 자자' 했는데, 읽다보니 또 딥빡이 온 것이다.'킴 베신저'는 내가 중고등학교 다닐 당시에 섹시한 여배우로 이름을 날렸었다. 내가 아마 내 페이퍼를 통해서 여러번 킴 베신저 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몸매가 강조되는 영화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그녀가 찍었던 영화 중에는 나도 대학시절 보
 
 
공쟝쟝 2018-10-30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작하셨군요! ㅋ 저 자진신고 합니다. 오늘 동생한테 빌려왔어요 ㅋㅋ 11월 1일부터 시작하게써요!!:)

다락방 2018-10-30 07:54   좋아요 1 | URL
후훗. 자, 오십시오, 백래시의 세계!
저는 어제 자기전에도 좀 읽다 잤고요, 그래서 오늘 또! 페이퍼 쓸 게 생겼습니다. 분노가 타오릅니다!!